폴레 모코토프스키에 공원(이하 폴레)은 폴란드의 바르샤바에 위치한 대형 공원으로 시민들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는 공원이다. 이 공원은 지역 주민 참여 설계로 탄생했으며, 오랫동안 인근 주민들에게 개인 여가 시간을 보내는 장소로서 시민들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매개체였다. 이러한 대상지의 특성에 초점을 맞춰 디자인 침술(design acupuncture)이란 접근법을 제안했다.
공간 침술
『일상생활의 실천(The Practice of Everyday Life)』을 통해 일상생활의 사회적 맥락에서 장소의 전술과 전략을 구분했던 프랑스 사회학자 미셸 드 세르토(Michele de Certeau)가 도시 공간에 방해받지 않는 이용자 행위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 사례 중 하나로 꼽은 게 바로 보행로였다. 여기서 말하는 보행로는 가로지르는 길, 스쳐지나가는 길, 지름길 등 다양한 길을 포함해 우리가 매일 일상에서 걸으며 마주하는 길을 말한다.
바르샤바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도시공원 중 하나인 폴레는 바르샤바의 센트럴파크로 불린다. 이는 단순한 은유적 표현에 그치지 않는다. 실제로 다양한 사회문화적 현상, 일상과 비일상이 혼재되며 다양한 보행로가 공원을 중심으로 서로 교차한다. 이 대형 도시공원은 디자이너와 지역 주민들이 함께하는 주민 참여 설계를 거쳐 탄생했다. 공원의 형태와 기능을 통해 공간의 고유한 정체성을 강조했으며, 그 결과 주민들에게 큰 인기를 얻게 됐다. 이처럼 주민과 공원 사이에 상호작용이 강한 환경은 특별한 디자인 접근법을 마련하는 데 영향을 주었다.
공공 공간은 본질적으로 단일 사건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는 하나의 과정이다. 우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세심하게 공간에 침술을 놓는 방식을 디자인 전략으로 채택했다. 이 프로젝트에서 침술은 혁명적 접근 방식이 아닌 진화적 접근 방식을 통해 생물학적, 사회적으로 고유한 리듬을 지닌 기존 공간에 대한 감각적 경험을 만들어 낸다.
인간과 자연의 시너지
바르샤바 도심에 위치한 폴레는 1970년대와 1980년대 사이에 완성된 뒤 현대화를 거치지 않고 있었다. 리노베이션을 진행하며 70헥타르가 넘는 지역이 현대화 되었고, 이전보다 훨씬 더 푸르게 변모됐다. 설계의 단초는 인간뿐 아니라 동식물이 함께 공존하는 장소로서 공원에 대한 성찰이었다. 인기 명소인 저수지의 자연화는 가장 큰 변화를 만드는 작업인 동시에 상당히 복잡한 기술적 과제였다. 저수지는 1970년대에 만든 콘크리트 구조물에 매년 물을 다시 채우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최근에는 이 구조물의 방수 기능이 상실되면서그 안에 서식하는 양서류가 살아남을 수 있는 최소한 수준으로 물을 채웠다.
이 저수지를 언제든 찾을 수 있는 원형 연못으로 바꾸고자 했다. 자연친화적 수질 정화 필터와 수생 식물을 기반으로 한 자연화를 통해 담수의 수질과 순도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연못을 계획했다. 빗물 저장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저수지를 더 넓고 깊게 만들고, 16,000m2 이상의 콘크리트 바닥을 자갈로 대체하고 단열재를 깔았다. 새로 만든 생태 정원과 수변에는 쇄석 콘크리트를 활용한 마운드를 만들었다.
주요 저수지에는 물을 정화하고 수생 생물의 서식지를 제공하는 미네랄 필터와 갈대, 수생 식물 등을 추가했다. 자연적 정화 과정을 강화할 수 있는 자연친화적 수체계를 구축해 생태계의 보존과 안정적 유지·관리를 꾀했다. 여수로, 실개천, 주요 연못이 결합된 시스템을 통해 물이 일정하게 순환할 수 있게 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수변 인근 지역 환경 개선도 도모했다. 기존 보행 환경 개선을 꾀했으며, 바닥 포장을 투과성 재료로 교체했다. 주요 저수지를 감싸고 있는 목재 데크 위 수변 테라스 사이를 잇는 목재 다리, 더불어 벤치와 피크닉 테이블 등 휴게 공간을 마련했다. 레크리에이션 구역인 저수지 북쪽 지역엔 세 개의 다른 높이에 좌석을 배치해 호수를 바라보며 쉴 수 있게 했다. 저수지 남쪽 지역엔 동식물 서식지 보존을 위한 별도의 보호구역을 마련했다.
생태 정원
프로젝트 1단계부터 기존 저수지, 실개천, 여수로의 현대화를 도모하는 동시에 반려견을 위한 연못, 생태계를 보존하는 생태 정원 등을 만들고자 했다. 공원 중심에 위치한 생태 정원은 지역 청소 업체 부지를 매립해 조성됐다. 생태 정원의 언덕과 웅덩이는 빗물 정원으로 기능한다. 녹지와 가제보 사이를 굽이치며 가로지르는 목재 플랫폼도 설치했다. 숲이 우거진 누크nook, 초화류, 갈대 등 다양한 성격을 가진 식물 군락으로 공원의 전체적 식재를 연출했다. 자생종을 기반으로 교목, 관목 등을 포함한 초목을 자연적 또는 반자연적 특성에 따라 나눠 다양한 비오톱을 조성했다.
살아 있는 유기체
설계를 진행하며 폴레의 공간 구조가 수체계, 보행로, 사회적 교류의 장으로 구성된 네트워크를 만들어 낸다는 걸 알았다. 설계 목표는 기존 연결망을 강화하고 생태계를 보존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의도적 개입을 최대한 자제했는데, 특히 야생 자연 보호구역에서 동물의 이동을 위한 기능적 연결에만 초점을 맞추는 정도의 제한적 설계를 시도했다. 건축가 우카시 슈체파노비치(Łukasz Szczepanowicz)는 폴레를 살아있는 유기체라고 설명했다.
2018년 공모전 당선 후, 설계 전에 주민들과 함께 논의하는 사회적 협의 과정을 거쳤다. 리노베이션은 여러 단계를 거쳐서 완성되는 중이다. 완료된 1단계에서는 범람원과 실개천, 저수지 자연화, 생태 정원의 부분적 개발, 투수성 바닥 포장을 통한 보행로 현대화를 진행했다. 또한 벤치, 테이블, 공원 화장실, 가제보 등 다양한 시설물을 배치했다. 분수대 구역도 부분적으로 재탄생했다. 공원 주 출입구 환경을 개선하고, 반려견을 위한 수공간을 마련했다. 재건축 핀란드 주택, 물놀이장 등 추가 요소들은 단계적으로 구현될 예정이다.
글 WXCA
Architect WXCA
Client City of Warsaw
Location Warsaw, Poland
Area 66,500m2
Design 2021 ~ 2023
Completion 2023
Photograph WXCA, A. Borun, T. Wieteska
WXCA는 건축, 도시 계획, 조경 전문가의 협업을 통한 다학제간 디자인을 추구하는 건축 디자인 스튜디오다. 문화, 과학, 예술의 대중화와 도시 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추며, 대상지의 주변 맥락을 고려하고 현실적 변화를 수용한 디자인을 통해 공간의 정체성을 표현하고자 한다. 대표 프로젝트로는 2020년 두바이 엑스포 폴란드관, 바르샤바 박물관 단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