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하이델베르크 시에 새로 조성된 마주침의 공원(Park of Encounters)에 방문하면 옛 캠프벨 막사(Campbell Barracks) 진입 광장에 놓인 사운드 아트 설치 작품 ‘기억의 목소리(The Voice of Memory)’를 지나게 된다. 로빈 위노그론드(Robin Winogrond)는 권력과 통제를 상징하는 건축적, 장소적 유물을 85년간 지속됐던 군 점령기를 체험할 수 있는 워크 인 사운드(walk-in sound) 설치 작품으로 재탄생시켰으며, 이를 통해 인간과 인간의 우연한 마주침을 표현했다. 1930년대부터 수십 년간 나치의 군사 독재 장소, 미군 기지와 나토 사령부로 쓰였던 이곳은 현재 활력이 넘치는 지역으로 개발되고 있다. 대상지의 어두운 과거를 외면하는 대신 역사에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곳으로 조성해 전쟁의 의미, 집단 기억, 과거 서사에 대한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역사에 접근하기
2018년 로빈 위노그론드는 스튜디오 풀칸(Studio Vulkan)과 협력해 공원 국제 설계공모에서 1등을 차지했다. 대상지를 새롭게 재해석하고 유적지의 역사와 만남을 통해 방문객들의 호기심과 성찰을 유발시킬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하는 설계안을 제시했다. 역사를 다루는 다양한 방식 중 유물을 활용해 역사적 내러티브와 일상적 이용을 병치하는 방법을 택했다. 재해석, 재설정, 탈맥락화, 재명명된 이곳의 유물과 역사적 공간은 캠프벨 막사와 전쟁의 역사를 어렵지 않게 경험할 수 있게 돕는다.
역사적 공간의 변화
대상지의 역사가 담긴 주요 공간(포럼, 라운지, 문화 시장, 전시장, 체크 포인트, 시민 공원)의 정체성을 새롭게 담기 위해 ‘기억과 숙고’를 주요 키워드로 설정했다. 레크리에이션 활동을 공원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게 구성하고, 1970년대의 감시 카메라, 관제소, 가구 등 발견된 유물들을 세피아 색으로 칠했다. 추상화되고 맥락에서 분리된 ‘발견된 오브제’들은 녹슬거나 오래된 사진과 같은 경관을 연출한다. 파편화된 군사 공간은 여러 시대에 사용됐던 포장 자재를 파쇄하고 재활용해 만든 붉은 밴드로 통합했다.
연병장이었던 공원 중심에 포럼 공간을 조성했다. 군사 훈련을 했던 장소는 만남, 담론, 교류, 놀이의 공간으로 변모했다. 잔디밭은 연병장의 공허한 분위기를 개선하고 기존 연병장의 형태에 대한 단서로 작용하도록 설계했다. 현대적 방식으로 물을 제어했는데, 이를 빗물정원 형태로 공원에 적용했다.
* 환경과조경 432호(2024년 4월호) 수록본 일부
글 Robin Winogrond
Concept and Realization Robin Winogrond with Studio Vulkan
Realization Local Landscape Architecture Office Faktorgrüen
Team Robin Winogrond with Studio Vulkan, Faktorgrün, Denkstatt sàrl, Ibv Hüsler, Salewski&Kreds Architeckten
Collaborators Sound Installation ‘The Voice of Memory’
Sound Specialist: Jonas Weber
Historic Research: Matthias Kohler
Client City of Heidelberg, Iba Heidelberg
Location Campbell Baracks, Heidelberg, Germany
Area 28ha
Design 2018~2021
Completion 2022
Photograph Thilo Ross, Daniela Valentini, Robin Winogrond, J. Zilius
로빈 위노그론드(Robin Winogrond)는 스위스 취리히에서 활동하는 조경가이자 도시설계가다. 자신의 설계 접근 방식을 ‘지리의 매력을 찾아서(in search of geographical re-enchantment)’라고 표현하며, 분위기, 상상력, 주변 환경 등을 중요한 설계 기반으로 여긴다. 설계뿐 아니라 강의, 심사, 출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슈투트가르트 미술대학교에서 전시를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