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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자의 횡포, 중정의 허구 ; 부산 양정동 현대아파트
  • 환경과조경 1999년 9월

 우리가 이 설계에 참여한 것은 부산 양정동 3천5백 세대의 아파트 단지가 건설중인 1996년 4월이었다. 달동네 건물이 철거되고, 물론 원래의 언덕들을 평지화와 직선화 시켜가는 정지와 기초작업이 벌써 이루어지고 있는 때였다. 현장소장은 기초와 옹벽건설, 그리고 골조공사를 지켜보면서, 앞으로의 분양과 입주 후의 민원을 걱정하였다. 단지의 바로 진입지역에 엄청난 옹벽과 높이 25층의 아파트 측벽이 주는 압도감, 그리고 무리한 배치계획과 정지공사로 인해 발생된 단지 내부의 아파트에 이 아파트단지가 지닌 대표적인 문제점이 있었다. 건설팀은 문제의 해결을 위해 조경 부문이 재설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으며, 우리는 왜 우리가 주거 환경설계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양정동을 앞으로 어떻게 다룰 것이라는 구상을 발표하였다. 그리고는 즉시 재설계작업에 착수하였다. 이단지의 시공은 우리들의 감리없이 이루어졌다.

 공사기간이 설계의 질을 더욱 향상시키는 기회로 사용되지 못한 채 준공이 된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는 아쉬운 점이 많다. 식재의 변경, 많은 교목들의 높은 치사율, 옹벽의 타일이 너무 크고 콘크리트가 조잡한 점, 열린 옹벽이 폭넓게 사용되지 못한 점, 주차장이 우리 설계대로 보행공간과 같은 재료로 포장이 안된 점, 지층공간이 지하층처럼 처리된 점, 여러가지 공용시설 건물들의 조잡성, 측벽의 조경이 이루어지지 않고 참여정원이 도입되지 않은 점 등이 아쉽고 특히 수퍼그래픽은 너무도 실망스럽다. 먼저 아파트단지 설계 초기에 우리가 참여하지 못함으로 건물의 배치와 주차장 계획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였고 따라서 ‘중정의 허구’를 깨닫지 못한 점이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 키워드 : 고주석, 작품리뷰, 중정, 부산, 아파트,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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