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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DA] 시공을 가르는 문화 산책
    11. 1. 조감도, 제국의 야심을 그리다 ‘조감도鳥瞰圖, 제국의 야심을 그리다’ 전(한양대학교 박물관, 10. 16. ~ 11. 3.)은 제목이 암시하듯이, ‘제국’ 그러니까 일본이 동아시아를 대상으로 식민지를 개척하던 시기에 그려진 조감도에 관한 전시다. 조감도bird’s-eye view는 새의 눈, 즉 높은 시점에서 땅의 모양이나 나무, 건물을 실물에 가깝게 묘사한 투시도다. 이번 전시는 일제 식민지기에 요시다 하츠사부로를 비롯한 일본인 화가들이 그린 조감도를 소개한다. 전시를 기획한 한양대학교 동아시아건축역사연구실의 서동천 겸임교수(건축학부)가 말하는 요시다 하츠사부로식 조감도의 특징은 “새의 눈으로 보는 한계를 뛰어넘어 보이지 않는 것도 보여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토를 대상으로 그린 조감도에는 교토 시가지는 물론이고 멀리 도쿄와 규슈, 조선이나 대만, 지나, 심지어 유럽의 명칭까지 보인다. 역으로 조선박람회를 위해 그린 조감도에는 도쿄와 오사카 등의 지명과 후지산이 보이는 식이다. 서 교수는 당시 근대화된 일본에는 측량을 기반으로 한 지도가 대중화되었으므로 조감도는 지리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대신 일본과 식민지의 관계 또는 동아시아를 바라보는 일본의 시각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당시 식민지를 개척하던 일본은 굳이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한 장의 조감도에 그려 넣어 그들이 꿈꾸는 제국주의의 열망을 담았다. 요시다 하츠사부로는 1929년경 조선을 방문해 조선총독부의 요청으로 수많은 도시 조감도와 전람회, 박람회, 진흥회를 홍보하는 행사 지도를 그렸고, 백화점이나 철도 회사의 의뢰를 받아 관광용 조감도를 그리기도 했다. 한동수 교수(한양대학교 건축학부)는 이러한 하츠사부로식 조감도가 일본인뿐만 아니라 조선인에게도 식민지 도시 공간의 구조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하도록 도움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내선일체 사상을 내면화하는 데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설명한다. 이제 하츠사부로식 조감도는 쓰이지 않는다. 그러나 여전히 조감도에 객관적 정보만 담기는 것 같지도 않다. 오늘날 조감도는 조경이나 건축 계획에서 완공 이후의 모습을 이해시키기 위해 빠지지 않고 쓰인다. 마치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클라이언트 혹은 (설계공모) 심사위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마스터플랜에 비해 과장하거나 왜곡하기도 쉽다. 그래서 우리는 더 푸르게, 더 넓게, 더 드라마틱하게 묘사된 이미지를 흔히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인공 지반 위에 사계절의 꽃이 만개한 풍경이라든가, 실현을 위해서는 계획된 예산 범위를 훨씬 초과하는 비용이 드는 다이내믹한 구조물 등 말이다. 8. 24. ~ 11. 14. 문화비축기지 이번 호에 소개된 문화비축기지는 갈 때마다 조금씩 다른 인상을 주는 장소였다. 처음에는 휑한 마당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개장에 앞서 열린 기자 간담회 시작 시간에 늦어 헐레벌떡 기지 입구에 다다랐을 때, 텅 빈 마당을 보면서 어디로 가야할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일단 눈앞에 보이는 탱크를 향해 언덕을 달리고 6번 탱크의 램프를 돌아 간담회장에 간신히 들어갈 수 있었다. 흐르는 땀을 닦으며 들으니, 그 자리에 모인 기자들의 질문은 대부분 이 탱크들이 얼마만한 양의 석유를 비축했고, 현재 공간 운영에 필요한 에너지의 몇 퍼센트를 친환경 에너지로 충당하는지에 집중됐다. 문화비축기지의 전신이 에너지원을 저장하는 석유비축기지였으니 그리 생뚱맞은 질문은 아니었지만, 핵심에서 벗어난 듯한 느낌은 그때부터 받은 것 같다. 질의응답이 끝나고 마침 내리는 비를 맞으며 탱크를 답사했다. 설계공모의 도판으로만 보던 탱크와 폐허와 같은 잔해를 보니 숭고함이라고 부를 만한 압도적인 공간감도 느껴졌다. 그 감동이 뚝뚝 끊어지고 어수선한 느낌은 우르르 몰려다닐 수밖에 없는 행사 자체의 한계라고 생각했다. 몇 주쯤 지나서, 이번에는 저녁에 열린 야시장에 갔다. 첫 방문 때 그렇게 휑하게 느껴진 마당 한 구석에서 여느 축제처럼 셀러들이 직접 만든 가방과 그릇, 음식 등을 팔고 있었고, 체험 프로그램도 빠지지 않았다. 폐타이어로 만든 놀이 시설은 아이들에게 무척 인기 있었고, 작은 음악 공연도 밤 분위기를 운치 있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소위 축제의 최신 트렌드를 따르는 듯했다. 휙 둘러보며 두 손 가득히 물건을 사고 만족했다. 그렇지만 이런 마켓이 열리는 공간이 꼭 문화비축기지 마당이 아니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또 몇 주 뒤, S와 함께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리는 축제 개막식에 참석했다. 행사는 나쁘지 않았지만 뭔가 익숙한 느낌이다. 최근 서울시에서 문을 연 공공 공간들이 그렇듯 이벤트가 끊이질 않는다. 비워두면 안 된다는 강박과 초조가 느껴진다. 그리고 또 몇 주 뒤, 아티스트 J와 함께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한 답사 모임에 합류했다. 짧은 답사 후, 벤치에 나란히 앉은 우리는 이곳이 꽤 매력적인 공간이란데 공감했다. 그런데 건축이나 조경에 문외한임을 자처한 J는 눈앞의 나무 펜스를 가리키며 물었다. 대략 탱크를 구축한(재활용한) 태도와 저 (비용과 공기 등의 이유로 시공 현장에서 결정되었음이 분명한) 펜스를 만든 태도가 다른 것 같다는 의문이었다. 나는 이 장소 구석구석이 단일한 디렉팅으로 만들어지지 못했음을, 그리고 그러한 관행이 딱 짚어 누구의 책임이라거나 명백하게 잘못되었다고 비난하기 어렵다는 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했다. 드디어 사람이 많지 않은 어느 날 아침 문화비축기지를 방문했다. 이번에는 매봉산으로 연결된 긴 산책로가 따뜻하게 다가왔고, 6번 탱크가 단풍과 잘 어울려 보였다. 마포 주민의 눈으로 보기에, 가끔 산책할 수 있는 일상적 공원으로서도 꽤 괜찮은 곳이다 싶었다. 그리고 아주 차분하게, 이번에는 이곳의 진수를 느껴보리라 작정하고 걷기 시작했다. 탱크 하나하나에 담겨 있는 프로그램은 그 자체로 훌륭했다. 그러나 설계자는 어두운 전이 공간으로 연출했을 법한 공간은 환한 전시실이 되었고, 외부의 자연을 향해 밝게 트인 공간은 전시대로 막혀 있었다. 조용히 관람객을 인도하고 싶었을 것이 분명한 무채색 노출콘크리트 벽은 밝은 색 공공 미술 작품이 휘감고 있었다. 설계자의 의도가 성공적으로 구현되었는지, 혹은 그 의도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판단에 앞서, 설계자가 의도한 시퀀스를 차분하게 밟아보고 싶었던 나의 시도는 이번에도 미수로 끝났다.
  • (주)예건의 디자인 코뮌 퍼걸러의 진화
    단순 휴게 시설에 불과했던 공원 시설물이 경쟁하듯 새로운 기술을 탑재해 지나친 부가 기능으로 문제가 되던 시기를 지나, 다시 본질인 휴게와 편의 기능에 충실한 시설이 자리를 채우고 있다. 주식회사 예건 역시 휴게 시설의 본질에 충실하면서 소통의 기능을 강조한, 다양한 사람이 교류할 수 있는 다목적 대형 이벤트 공간 ‘디자인 코뮌Design Commune’을 새롭게 출시했다. 디자인 코뮌은 건축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파사드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외벽에 건축 파사드의 패턴과 구조를 적용했으며, 필요에 따라 카페, 대피소, 안내소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2017년 새롭게 출시된 디자인 코뮌은 총 8종이다. 조립식 서까래를 지붕에 올린 코니스cornice 코뮌은 코니스 퍼걸러의 연장형으로 하부에 테이블을 두어 휴게 시설이나 카페로 이용할 수 있다. 마루 코뮌은 지붕과 벽체가 평상과 테이블로 연결되는 일체형으로 디자인되었다. 이외에 원형 나무 그루터기와 석순의 형상을 모티브로 한 카사cassa 코뮌, 속이 빈 통나무를 모티브로 디자인되어 식물을 함께 연출할 수 있는 로그log 코뮌 등 다양한 디자인으로 여러 사람의 요구를 충족하고자 했다. TEL. 031-943-6114 WEB. www.yekun.com
  • [에디토리얼] 정원박람회가 남긴 것
    짙은 가을 풍경으로 풍성한 11월, 이번 호에는 『환경과조경』이 주관한 제3회 서울정원박람회(9월 22일~26일)를 비롯해 제5회 경기정원문화박람회(9월 29일~10월 1일), 동탄여울공원 공공정원의 수상작과 초청작을 싣는다. 지난 몇 년간 붐을 이룬 여러 정원박람회의 성과와 의미를 진단하는 지면을 기획했지만, 아쉽게도 내년 봄으로 미루기로 한다. 최근의 정원박람회 열풍은 보다 면밀한 평가와 섬세한 토론을 요청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아쉬운 대로 우선 주변의 반응을 간단히 취재해보면, 정원박람회의 다층적 지향점을 이제는 좀 더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정원 문화의 확산과 정원 산업의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보다는 하나에 집중한 목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후화된 도시 공원 재생의 계기라는 또 다른 좌표를 지향한다면 박람회 전반의 틀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여러 지자체의 과시적 전시 행정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부정적인 견해도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몇 년간의 정원박람회는 도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수용하고 선도한 동시대 녹색 문화의 생생한 한 장면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길게 보자면 이미 5년의 역사를 지닌 우리 정원박람회에 어떤 패턴이나 프레임이 생겨 버렸다는 지적도 있다. 이를테면 박람회의 주제와 참여 작품 다수가 낭만적 감상이나 노스탤지어에 호소하는 성향, 일회성 보여주기나 장식적 취미로 흐르는 경향이 고착되고 있다는 우려다. 정원박람회가 감성 취향만을 앞세우기보다 ‘지금, 여기’의 도시 이슈에 적극 개입하는 매체가 되어야 한다면, 적어도 사회적·환경적 의제를 담은 주제를 제시하거나 철저한 미학적 실험을 통해 전문적 해법을 제안하는 장이되어야 할 것이다. 그간의 정원박람회는 조경이라는 전문 직능과 학제에 무엇을 남겼는가. 이 문제는 심도 있는 토론과 장기적인 평가를 요청한다. 하지만 적어도 정원박람회가 신진 조경가의 등용문이자 실험실 역할을 했다는 점만큼은 분명한 성과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제도권 조경계가 침체된 상황에서 설계 시장의 메커니즘에 동승해 조경가로 성장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청년, 신인, 소장, 신진 조경가가 이 막막한 장벽을 뚫을 수 있는 돌파구가 최근의 정원박람회였다는 점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적지 않은 수의 신인들이 자신의 디자인을 실험하고 구현할 기회를 얻고, 자신의 이름을 공론장에 알리고 활동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주목할 만한 여러 신진 조경가가 있지만, 우선 2015년 이후 서울정원박람회,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코리아가든쇼 등에서 수상하고 이를 계기로 한강예술공원 시범사업,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등에 초대되기도 한 최재혁 소장(스튜디오 오픈니스)과 이메일로 대화를 나눠 보았다. 정원박람회를 통해 더 많은 신진 조경가가 탄생하길 기대하며 그의 이야기 일부를 옮긴다. 처음 정원박람회에 출품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처음엔 디자인하는 사람으로서 목마름을 해갈하기 위해서였다. 정원 설계하고 만드는 오피스에 근무를 하면 자연스레 실제로 만들어보고 싶은 아이디어들이 쌓여간다. 대개의 주택 정원과 오피스 정원에서는 클라이언트의 삶의 공간을 디자인해야 하므로 설계와 시공에 제약이 많다. 평소에 상상만 하며 꿈꾸던 공간과 디테일을 실물로 만들어 볼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해 정원박람회에 망설임 없이 출품했다." 정원박람회는 조경가 최재혁 개인에게 어떤 득과 실을 남겼나? “온전한 나의 아이디어를 직접 구현해 보고 피드백을 얻을 수 있었다는 점, 그리고 많지는 않지만 그 예산을 지원받았다는 것 자체가 큰 소득이었다. 몇 차례의 박람회를 통해 재료, 스케일, 공간감에 대한 설계적 감각과 시공 과정을 훈련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에게 디자이너로서의 나를 알릴 수 있던 점 또한 큰 득이었다. 보통 정원박람회를 하면서 실이 생기는 경우는 직장 생활에서 마찰이 생기는 경우인데, 내 경우에는 당시 직장의 대표가 크게 배려해 주셔서 문제를 겪지 않았다. 특별히 실이 있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정원박람회의 수상이 다른 프로젝트 수주 등으로 이어졌나? “몇 차례 수상을 한 것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나를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일반적인 조경 설계 프로젝트와 달리 정원은 손수 만든 결과물을 보여주고 평가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올해 초 독립한 이후 여러 지인들로부터 조경 설계 또는 정원 시공을 의뢰받아 진행하고 있는데, 박람회에 참여해 수상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의 정원박람회 붐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바라는 점이 있다면? “몇 해 전에는 정원박람회가 단발성 행사로 그칠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최근의 흐름을 보면 지속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긍정적인 면은 일반 대중에게 정원에 대한 인식을 키워주고 있다는 점, 대학생을 포함한 젊은 층에게 디자이너로서 훈련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라는 점이 있다면, 최근 정원박람회는 조성 후 존치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박람회 장소, 작품 수, 전시 위치 선정 등에 있어서 더 신중을 기했으면 좋겠다. 양적 팽창보다는 질적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다. 구체적인 바람을 한 가지 더 이야기하고 싶다. 작품을 선정할 때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지, 향후 유지·관리상 문제가 없게 설계했는지를 보다 높은 비중으로 평가해야 한다." 지난 9월 8일 마감한 『환경과조경』 주최 ‘2017 조경비평상’의 응모작은 두 편이었습니다. 심사를 맡은 ‘조경비평 봄’ 회원들은 밀도 있는 토론 끝에 손은신(서울대학교 대학원 협동과정 조경학전공 박사과정)의 평문 “더 새로운 공원을 향하여: 공원은 진화하는가?”를 당선작 없는 가작으로 선정했습니다. 수상작 전문과 심사평은 올해를 마무리하는 12월호에 실릴 예정입니다. 수상자 손은신 씨가 이론과 실천의 접면을 가로지르며 조경 문화의 성숙을 주도할 비평가로 성장하길 기대하며 축하와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 배정한[email protected] / 편집주간,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 [칼럼] 정원박람회에 대한 세 가지 바람
    2004년이었을 것이다. 『환경과조경』의 남기준 편집장이 독일의 정원박람회에 대한 단행본을 쓸 의향이 있는지 물어왔던 것이. 그래서 2006년 탄생한 것이 『고정희의 독일 정원 이야기: 정원박람회가 만든 녹색 도시를 가다』이다. 순천시 도서관 사서 나옥현 씨가 그 책을 읽고 노관규 전 순천시장에게 추천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순천시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을 때 그리고 “우리 순천시에서 정원박람회를 개최하는 것이 가능할까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감히 “예”라고 대답했다. 그 무모한 대답에 대한 책임은 순천시 공무원들이 모두 떠안아야 했다. 그리고 2013년, 순천시에서 정말로 국제정원박람회가 개최되었다! 나는 이를 순천의 기적이라고 일컫는다. 따지고 보면 이 기적의 출발선상에는 남기준 편집장의 남다른 혜안이 있었다. 지금은 순천국제정원박람회장이 들어선 그 땅에 적지 않은 개발 압력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과감하게 생태 도시를 표방하고 “개발 대신 정원을!” 선택한 순천시의 용기와 결단에 다시 한 번 갈채를 보낸다. 정원박람회가 결의되고 나서 개최될 때까지의 힘겨운 행보를 곁에서 지켜보았다. “정원박람회가 뭐예요?”라고 묻던 공무원들이 점점 전문가로 변신해 가던 일. 중앙의 협력 부서를 찾기 위해 담당 공무원이 환경부, 문화부, 경제부 등등 차례로 문을 두드렸다가 “우리 소관이 아닌데”라는 대답을 듣고 쓸쓸하게 돌아서야 했던 일. 결국 마지막에 산림청의 지원을 받게 되었다. 그때 나는 산림청 팬이 되었다. 서울정원박람회, 경기정원문화박람회, 동탄 공공정원 등등의 반가운 소식이 차례로 들려온다. 직접 찾아가 보지 못해도 인터넷을 뒤적거리며 응원을 보내고 있다. 개인적으로 세 가지 바람이 있다. 우선 정원박람회가 도시 발전의 큰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더 많은 도시에서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정원 문화에 대한 인식의 폭이 넓고 깊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지난 8월 이곳 베를린에서 열린 행사에 갔다가 한국 문화를 홍보하러 오셨다는 귀한 분을 만났다. 그분이 내게 이런 질문을 했다. “조경이 꽃꽂이랑은 다른 겁니까?” 그 질문을 받자 문득 존경하는 고 박경리 선생의 모습이 떠올랐다. 2004년도 청계천 복원사업 공사가 한창일 때 그분께서 신문에 투고한 글을 읽었다. 선생께서는 “청계천 복원 공사에 조경하는 사람들이 왜 끼어들어”라고 일갈하셨다. 그때 정말 놀랐다. 글을 끝까지 읽어보니 ‘조경하는 사람들은 비싼 시설물 만들어 파는 사람들’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계신 듯 했다. 많은 사람과 정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백이면 백 정원이나 조경을 바라보는 시선이 저마다 다르다. 이는 앞 못 보는 사람들이 코끼리 더듬는 것과는 양상이 다르다. 그들이 앞을 보지 못해서가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확실히 더듬어지지 않는 정원의 속성 때문일 것이다. 정원박람회를 찾는 방문객들이 많아지고 거기서 정원의 수많은 얼굴과 만나게 되면 정원 문화에 대한 인식이 깊어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나의 가장 큰 바람은 정원박람회를 통해 한국 정원이 재발견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옛것의 재현이 아니라 우리 정원의 정체성을 찾아 가는 것이다. 내 경우 여기 독일에서 많이 시달리고 있다. 한국 정원을 소개해 달라는 요청이 이따금 들어오는데 옛것을 소개하고 나면 “지금은?”이라는 질문이 반드시 따른다. 정원의 전통이 한때 단절되었음은 이해하겠는데 언제 다시 연결되어 어떤 모습으로 거듭났는지 혹은 날 것인지 궁금해 한다. 나도 그것이 알고 싶다. 나 홀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기에 동료들과 후배들이 그 대답을 찾아주기를 바라고 있다. 혹은 함께 찾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매우 어려운 숙제다. 이 숙제를 풀어보기에 정원박람회보다 더 적절한 곳이 있을까?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다. 정작 종주국 독일에서 정원박람회가 난항을 겪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첫 조짐은 아마도 2013년 함부르크에서 시작되었던 것 같다. 이번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정원박람회가 10월 15일 우울하게 문을 닫았다. 2백5십만 명의 방문객을 기대했으나 그 반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평균에도 못 미친 것이다. 올해 날씨가 너무 안 좋았다는 것을 가장 큰 이유로 들고 있다. 날씨가 정말 안 좋긴 했다. 오프닝 날 추위에 덜덜 떨었고 봄꽃이 다 얼었으며 여름 내내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정말 날씨 탓이었을까? 작품이 좋지 않았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높은 완성도를 보인 백 헥타르의 마스터피스였다. 볼거리도 많았고 음악회 등의 크고 작은 이벤트만 자그마치 팔천 건이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정원박람회 피로 현상이 시작된 것일까? 독일은 정원 포화 현상을 겪고 있나? 그럴지도 모른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폐허가 된 국토에 다시 꽃을 피우기 위해 정원박람회가 시작되었고 통일 이후에는 구동독의 발전을 돕기 위해 또 한 번 크게 탄력을 받았다. 그리고 이십여 년이 지난 지금 전 국토의 정원화 작업이 마무리 되어가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느긋하게 즐기는 일만 남은 것 같다. 우리도 정원 포화 현상이 오는 그날을 바라보며 부지런히 걸어야 할 것 같다. 제주도, 충청도, 강원도를 지나는 동안 어느새 통일이 되어 황해도, 평안도, 함경도에서도 정원박람회가 개최되는 그날을 상상해 본다. 고정희는 공학박사다.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에서 농교육학을 전공한 후, 베를린 공대에서 환경조경학을 전공했다. 베를린에서 써드스페이스 환경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조경과 환경을 접목시키는 과제에 주력. 정원의 역사와 정원 문화에 대한 집필 활동을 겸하고 있다. 독일 칼 푀르스터 재단 부회장, 베를린 건축가협회 조경분과 멤버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는 2019년 독일 바우하우스 100주년을 맞아 개최될 ‘조경의 모더니즘’ 전시회와 학회 준비에 여념이 없다. 개인 소유의 정원, 즉 나만의 낙원보다는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중요시 하고 있다.
  • 2017 서울정원박람회
    지난 9월 22일부터 5일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개최된 2017 서울정원박람회에서는 열두 개의 작가정원과 초청정원·기업정원이 선보였다. 올해 작가정원의 주제는 ‘너, 나, 우리의 정원’으로 정원박람회 개최지인 ‘여의도’의 옛 명칭 ‘너섬(너벌섬)’과 ‘나의섬(羅衣島의 우리말)’에서 너와 나를 추출했다. 참여작가 선정은, 국내외 전문가를 대상으로 일반(공개)공모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최종 심사는 정원 조성 이후 현장에서 이루어졌다. 심사 결과, “주제에 적합한 내용(스토리텔링)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으로 정원에 대한 이해 및 완성도가 높다. 다만, 아쉬운 점은 지속적인 관리를 위해 식재 계획·관리에 대한 별도 계획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평가됐다. 한편, 기업정원에는 작년 서울정원박람회 작가정원 대상 수상자인 윤준(한고연)이 참여했으며, 초청정원에는 국립수목원이 작년에 이어 참여했다. 2017 서울정원박람회는 막을 내렸지만, 여의도공원 잔디마당에 조성된 열두 개의 작가정원과 초청정원·기업정원은 존치되어 서울시와 시민정원사가 관리할 예정이다. 진행 김정은 사진 유청오 디자인 팽선민 제3회 서울정원박람회 작가정원 국제공모 주최 서울시, 서울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 주관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월간 환경과조경 위치 여의도공원 잔디광장 일대 주제 너, 나, 우리의정원 규모 12개소(60m2 이내/개소당) 지원금 1,500만원(개소당) 상금 대상 1,000만원(1팀) 금상 500만원(1팀) 은상 200만원(3팀) 동상 100만원(7팀) 심사위원 문현주(오브제플랜 대표) 안영애(안스디자인 기술사사무소 소장) 김용택(KnL 환경디자인 스튜디오 대표) 류재현(가치기업 류스 대표) 박명권(월간 환경과조경 대표) 강정화(한택식물원 이사) 이혁재(한국정원디자인학회 총무이사) 윤영주(디자인 필드 대표) 전시 2017. 9. 22. ~ 26.(박람회 이후 존치) 대상 너를 담다 _ 정은주ㆍ정성훈 금상 아빠와 나 _ 윤호준ㆍ고대웅 은상 유 앤 미 앤 에브리원You and Me and Everyone _ 김지윤 삶의 풍경 _ 원종호 블루가든The Blue Garden _ 조윤철 동상 따로 또 같이, 어울림林 _ 김미진 푸른문The Green Door _ 김민지 렛 잇 비: 가든 아메리카노Let It Bee: Garden Americano_ 김지환ㆍ안기수 훈맹정원訓盲庭園_빛으로 인도하는 바른 정원 _ 노회은ㆍ박건 여백의 정원, 우리가 머무는 빈자리 _ 박종완ㆍ황신예 다채원多彩園 _ 조성희 한강에 돌을 던지다 _ 차용준ㆍ김현민 초청정원 정원 한 스푼 _ 국립수목원 기업정원 어른이놀이터 _ 현대자동차 / 윤준
  • 2017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지난 9월 29일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제5회 경기정원문화박람회의 개막식이 열렸다. 2010년에 시작된 경기정원문화박람회는 도시 정원 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정원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올해 박람회의 슬로건은 ‘정원, 도시의 숲이 되다’다.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 도시정원부는 5월 10일부터 6월 11일까지 ‘내 마음의 쉼표, 삶에 정원을 더하다’라는 주제로 정원디자인 공모를 진행했다. 1차 심사 결과 창의성, 심미성, 실용성, 시공성이 우수하다고 판단한 여덟 개의 작품이 작가정원으로 선정되어 화랑유원지에 조성됐다. 2차 심사는 정원 조성 이후 현장에서 진행되었다. 대상으로 선정된 이주은(팀펄리가든)의 ‘코리도 포 프레이Corridor for Pray’는 코리도와 작은 수반, 침엽수 등을 이용해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할 수 있도록 한 정원이다. 철평석과 채도가 낮은 수목을 사용해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작은 나비 조형물과 채도가 높은 초화류를 사용해 기억과 추모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은유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 초청정원에는 강연주(우리엔디자인펌)와 최재혁·백종현·김대희(자연감각)가 참여했다. 작가정원과 초청정원을 비롯해 전시정원 존에 조성된 정원들은 박람회 이후에도 존치되며, 안산시가 유지·관리할 예정이다. 진행 김모아 사진 유청오 디자인 팽선민 제5회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정원디자인 공모 주최 경기도, 안산시 주관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 위치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 및 단원구 고잔동 마을 일원 주제 내 마음의 쉼표, 삶에 정원을 더하다 규모 8개소(144m2 안팎/개소당) 지원금 3,400만원(개소당) 상금 대상 300만원(1팀) 최우수상 200만원(1팀) 우수상 100만원(1팀) 전시 2017. 9. 29. ~ 10. 1.(박람회 이후 존치) 대상 코리도 포 프레이Corridor for Pray_ 이주은 최우수상 여백의 미, 비움으로써 채워지는사색의 정원The Beauty of Empty_ 김지영 우수상 연정, 끝나지 않을 이야기_ 정은주·정성훈 입선 실낙원Paradise Lost, 21세기로 찾아온 쉼터_ 송유연·박인한·양희진 정원으로 교감하는 경계, 울_ 신현희·이세영 조형정원造形庭園_ 유선상 네버랜드, 네버엔드 _ 윤호준·박세준·오진숙·조아라 화랑사방花郞四房: 四方 _ 정성희 초청정원 꽃밭지기 _ 강연주 혜원徯園, 기다리는 마음 _ 최재혁·백종현·김대희
  • 동탄여울공원 공공정원
    동탄2신도시 동탄여울공원 내에 아홉 개의 공공정원(작가정원)이 조성됐다. LH는 최근 정원 문화에 대한 관심에 부응하고 도시 공원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 위해 도시 공원 내 작가정원을 계획했다. 기존의 노후화된 공원에 조성해 재생을 꾀하는 다른 정원박람회 정원과는 달리, 공원 조성과 동시에 정원이 만들어져 공원과 조화를 이루는 정원 계획이 가능했다. 2016년 5월, 화성시와 LH, 한국조경사회가 MOU를 체결하며 시작된 공공정원 조성은, 올해 5월 7개 단체로부터 작가 추천을 받아 작가선정위원회가 열 명의 참여작가를 지명 선정했다(1인 포기). 지난 7월 참여작가들은 화성시 혹은 동탄신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담는 것을 주제로 정원 설계안을 마련했고, 8~9월에 정원 조성에 돌입했다. 9월 22일 조경인 체육대회 사전 행사인 ‘동탄 공공(작가)정원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공개된 동탄여울공원 공공정원은, 10월 31일 정식 개장해 지역 주민의 품에 안겼다. 앞으로 화성시에서 공공정원을 인계받게 되면 시민정원사 혹은 참여작가가 정원을 관리할 계획이다. 진행 김정은, 김모아 사진 유청오 디자인 팽선민 동탄2신도시 근린공원7호공공정원(작가정원) 조성사업 주최·주관 LH 공공정원 공모 운영 한국조경사회 위치 동탄2신도시 근린공원7호(동탄여울공원) 주제 동탄 정원을 담다 규모 9개소(150㎡ 안팎/개소당) 사업비 5,000만원(작가 1인당) 개장 2017. 10. 31. 동탄소원東灘小園 김용택 해우소원解憂所園 - 향기소리뜰 안계동 휘원揮園 윤영주 집으로 가는 길 이선화 신작로의 꿈 이재연 느릿느릿 걷는 구부러진 길 임춘화 지구정원Earth Garden 정주현 칼루스정원, 소행성 동탄에 보내는 땅의 기억 조동범 동탄, 꿈을 꾸다 - 몽탄원 홍광표
  • 부산 래미안 장전 Busan Raemian Jangjeon
    부산 래미안 장전은 시원하게 펼쳐진 금정산과 윤산을 배경으로 두고, 온천천과 맞닿아 있는 풍부한 자연환경에 둘러싸인 곳이다. 뿐만 아니라 부산에서 흔치 않은 평지에 자리하고 있어 남북으로 시원하게 뻗은 통경축을 확보할 수 있었다. 약 2천 가구를 수용하는 장방형 대지에 충분한 동간 거리를 두고 주동이 배치되어, 넓은 외부 공간을 확보한 개방감 높은 단지가 조성되었다. 물과 녹지가 어우러진 선형 공간, 센트럴파크 대상지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센트럴파크는 단지를 대표하는 경관축이자 다양한 여가 활동의 중심 공간이다. 티하우스, 경로당 등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연결하는 중심 보행축으로 야외 카페, 잔디 광장, 멀티폰드, 사색의 길로 구성되었다. 긴 선형 공간의 특징이 부각되도록 바닥 패턴과 각종 시설이 줄무늬를 이루도록 디자인했다. 티하우스와 연계해 조성한 야외 카페에는 바닥분수 그리고 화단과 일체로 조성된 테이블을 설치했다. 화단에 심긴 삐죽이나무가 드리운 그늘 아래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을 지켜볼 수 있는 공간이다. ...(중략)... 기본 설계 원영디자인연구소 실시 설계 동심원조경 시공 삼성물산(주) 식재 주원조경 시설물 청우개발 위치 부산시 금정구 장전3동 637번지 일대 대지 면적 74,306m2 조경 면적 35,795m2 완공 2017. 9. * 환경과조경 355호(2017년 11월호) 수록본 일부
  • [그들이 설계하는 법] 다섯 가지 시선
    숨겨진 풍경 찾기_우면동 H 주택 정원 2011년 7월 어느 날, 갑자기 불어난 빗물이 우면산 아래 조용하고 아늑한 형촌마을을 덮쳤다. 건축주의 회고에 따르면, 검붉은 흙물이 집 주변을 온통 휘감으며 대문과 담장을 무너뜨리고 길과 마당을 뒤덮어 집들만 물 위에 동동 뜬, 기억하고 싶지 않은 무서운 경험이었다고 한다. 그는 수마의 흔적을 치우다 지쳐 결국 우리 사무실에 정원 공사를 의뢰했다. 아담하고 오래된 2층 주택의 작은 정원. 산림청이 수해 대책 차원에서 정원의 규모나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무지막지한 자연석으로 석축을 쌓아놓은 상태였고, 곳곳에 수해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안전이 우선이었던 건축주는 처음에는 물로 인한 피해만 없으면 된다는 생각뿐이었지만, 점차 쌓여있는 자연석 덩어리에 답답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한편 우면산 자락과 맞닿은 이 주택은 창을 열면 산의 녹음과 공기가 집안으로 들고 새들의 울음이 바로 방 안까지 전해지는 곳이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걸까? 주변 산의 경치는 아주 훌륭하지만 자연석 석축이 오히려 산의 흐름을 정면으로 막고 서 있다. 산의 흐름을 가만히 살펴본다. 암반의 흐름을 살핀다. 산림청이 마구 쌓아놓은 석축에 눌린 정면의 작은 둔덕이 계속 눈에 거슬린다. 꼼꼼히 살펴보니 그 작은 둔덕이 암반으로 되어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주변에 일부 노출된 암반을 보니 둔덕은 같은 암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드러나 있는 모습이 훌륭하다. 과연 이 아래 멋진 암반이 자리하고 있을까? 모 아니면 도다. ...(중략)... 이재연은 특별할 것 없는 학벌과 스펙에 그저 풍류를 좀 즐길 줄 아는 이 시대의 평범한 조경쟁이다. 성균관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조경설계 서안에서 17년을 근무한 후 2006년 조경디자인 린(주)을 설립해 현재에 이르렀다. 서안에서 국내외의 크고 작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정원 공사의 디테일에 매료돼 린을 창립한 후 설계와 ‘정원 공사’를 병행하고 있다. 직접 설계하지 않은 것은 공사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 * 환경과조경 355호(2017년 11월호) 수록본 일부
  • [가까이 보기, 다시 읽기] 콘크리트의 가능성 1 - 포장
    해외 옥외 공간의 포장에서 콘크리트는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재료다. 특히 미국의 공원이나 광장 등 공공 공간의 포장에는 경제적인 측면, 생산과 시공의 용이성을 이유로 콘크리트 포장석이나 현장 타설 콘크리트를 쓰는 것이 보편적이다. 사진의 공원에서도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포장석을 사용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콘크리트 포장석과는 재료 자체의 물성, 유닛 하나의 크기, 형태와 놓인 방식 등이 상당히 다르다. 우선 포장석 하나의 크기가 약 30 × 360cm, 두께가 12.5cm에 달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포장석보다 훨씬 크다. 이 정도 크기라면 포장석이라기보다는 널plank이라고 칭하는 편이 더 적절할 것이다. 일반적인 포장석은 긴 구간을 따라 이음매를 시각적으로 완벽하게 맞추기가 대단히 어렵기 때문에 보통 번갈아 어긋난 이음매로 레이아웃을 짜는데, 이 공원의 경우는 오히려 재료의 긴 방향을 따라 이음매를 정렬했다. 널의 가로 방향으로는 이음매가 번갈아가면서 위치하는 길이쌓기running bond 패턴으로 재료를 배열했다. 유별나게 크고 무거운 콘크리트 널을 완벽하게 정렬하기 위해 콘크리트 침목sleeper과 받침대pedestal로 격자형 구조를 짜고, 그 위에 스페이서spacer를 이용해 콘크리트 널을 일정한 간격으로 올려놓았다. 플랜터에 인접한 널은 약간 위로 높아졌다가 다시 낮아지며 끝으로 갈수록 폭이 좁아지는 형태인데, 폭이 좁아지면서 생겨난 틈 사이로 식물이 비집고 들어와 자라고 있다. 식물뿐만 아니라 녹슨 철로 또한 이 틈 사이로 끼어들어 마치 식물이 철로와 콘크리트 구조물을 뚫고 나와 자라는 듯한 모습이다. ...(중략)... 안동혁은 뉴욕에 위치한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에서 활동하고 있는 펜실베이니아 주 등록 미국 공인 조경가(RLA)다.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현재 회사에 8년째 근무하면서 Philadelphia Race Street Pier, 부산시민공원, London Queen Elizabeth Olympic Park, Hong Kong Tsim Sha Tsui Waterfront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다. * 환경과조경 355호(2017년 11월호) 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