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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DA] 잡지의 시대
    거짓말처럼 긴 줄이었다. 한 시쯤 도착하면 여유롭게 전시를 둘러 볼 수 있을 줄알았는데,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출판계에는 몇십 년째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라는 말이 떠도는데 ‘2018 서울국제도서전’을 보러 온 사람이 이렇게 많다 니. 북적이는 인파에 정신없이 휩쓸려 다니면서도, 사람들의 손에 들린 쇼핑백에 어떤 책이 담겨 있는지 자꾸만 궁금해졌다. 사실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에는 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책 읽기’보다 ‘책 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아직 펴보지도 못한 책이 이미 책꽂이에 수두룩하기 때문이 다. 게다가 또 욕심은 어찌나 많은지, 마음에 드는 책을 사지 않고 지나칠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 결심은 서울국제도서전 홈페이지에 접속한 순간 와르르 무너졌다. “최근 몇 년간 잡지의 지형은 격렬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전문 에디터들이 만든 다양한 모습의 작고 가벼운 잡지들이 속속 출간되어 서점의 평대를 다채 롭게 채우며 분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잡지의 시대’는 다양한 영역의 새로운 잡지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획전입니다. 독특하고 멋진 잡지들의 부스와 서점 더 북 소사이어티가 큐레이션한 독립 잡지들로 다채롭게 꾸며질 예정입니다.” 하필 전시 기간이 마감을 코앞에 둔 금쪽같은 휴일(보통 기자들이 ‘코다’나 ‘편집자의 서재’ 등 마지막 기사를 갈무리하는 시간)과 맞물려 있었지만 시간을 내지 않을 수 없었다. 발 디딜 틈 없는 인기 출판사 부스 뒤편의 꼭 다른 세상같이 한적한 곳, 거기에 ‘잡지의 시대’가 펼쳐져 있었다. 작년에 구독을 시작하여 이제 조금 친숙해진 문예지, 특정 분야를 깊숙이 파고드는 전문지, 디자인지, 라이프스타일지 등 총 31종의 잡지를 선보였는데, 종 수는 많지 않지만 다루는 영역의 폭은 그 이상으로 넓었다.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그 다채로운 책들에서 살아남기 위한 분전의 흔적이 느껴졌다. 특히 단행본과 잡지의 경계를 모호하게 넘나드는 기획들이 눈에 띄었다. 지난 4월 ‘편집자의 서재’에서 소개한 『프리즘오브(PRISMOf)』 (『환경과조경』 2018년 4월호 p.142 참조) 처럼 한 권에 단 하나의 주제만을 다루는 잡지가 부쩍 늘었다. 『감 매거진(GARM Magazine)』은 콘크리트, 목재 등 건축의 가장 작은 물리적 단위인 건축 재료 하나를 선정해 ‘개인의 창조성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방법’을 논의하고, 『매거진 B(Magazine B)』는 아름다움, 실용성, 합리적인 가격, 브랜드 의식이 조화를 이룬 브랜드를 한 호에 하나씩 소개한다. 커다란 틀은 같지만 연속성을 갖지 않기 때문에 한 권 한 권이 하나의 단행본같이 완결성을 갖게 된다. 사진 잡지인 『보스토크(Vostok)』는 이러한 특성을 더 강하게 드러내는데, 일반적인 잡지가 같은 디자인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것과 달리 『보스토크』는 매달 다른 형식과 느낌의 표지를 선보인다. 같은 잡지가 맞는지 헷갈릴 정도다. 이에 대한 답은 ‘잡지의 시대’와 더불어 진행된 라운드테이블 ‘분전’에 참여한 박지수 편집장 (『보스토크』) 의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었다. “기존의 잡지는 광고주와 독자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던 ‘풍 요로운 시대의 잡지’다. 그런 잡지가 멋지고 근사한 것은 알지만, 더 이상 풍요로운 시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절감하며 『보스토크』가 태어났다. 『보스토크』는 매 호새로운 주제로 새로운 독자를 만나는 것을 꿈꾼다. 그래서 구성도 바꾸고 디자인도 바꾸고 콘셉트나 종이도 바꾸며, 언제나 조금씩 새로움을 모색하고 있다. 표지는 그러한 생각의 집약체다.” 몇몇 잡지의 목차에서는 좀 더 독자 가까이에서 호흡하려는 노력을 읽을 수 있었다. 잡지가 다루는 분야 내부의 이슈에만 주목하지 않고, 일반적인 사회 이슈를 함께 엮어 다룬 콘텐츠가 많았다. 이는 이 분야 역시 당신의 일상과 함께 흐르는 삶의 일부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강남역 살인 사건’ 1주기를 맞아 여성 혐오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던 2017년 9월 창간한 과학 비평 잡지 『에피 Epi』는 첫 번째 크리 틱으로 “과학 교과서의 젠더 편향성”을 소개했고, 지난 6월 문예지 『릿터 Littor』는 ‘선거’를 주제로 콘텐츠를 구성했다. 꼭 알아야 할 것을 소개할 뿐 아니라 분야 바깥의 사람도 흥미로워할 이야기를 선별하는 것이 잡지의 기본 덕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에피』 창간호의 펴내는 글 “과학비평을 위하여”는 인상 깊다. "『에피』는 하나의 실험입니다. 과학과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으려는 실험입니다. 『에피』라는 실험이 검증해보려는 가설은 더 많은 사람이 과학에 대해 더 많이 얘기할수록 과학이 더 넓고 풍부하고 탄탄해진다는 생각 입니다. 실험은 끝내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과학 이야기가 아주 많이 나오도록 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더 나은 실험을또 고안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내 눈을 사로잡은 건 매대 사이사이 심심치 않게 놓여 있던 ‘굿즈goods’들이다. 에코백이나 배지, 달력, 엽서 등 세련된 디자인의 굿즈가 구매욕을 부추기지만, 이들은 별도로 판매되지 않는, 잡지를 사야만 받을 수 있는 증정품이다. 그런데 이 굿즈가 지닌 또 다른 역할이 있다. 어떤 사람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 ◯◯ 잡지를 정기구독해 받은 에코백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에코백은 단순히 가방으로도 기능하지만, 에코백을 멘 사람이 ◯◯ 잡지를 구독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기도 한다. 이로써 그 사람은 ◯◯ 잡지가 다루는 감성과 지식을 향유하는 사람이 된다. 특정 굿즈를 가진 사람이 모여 일종의 연대감을 형성하기도 한다. 실제로 남기준 편집장과 김정은 『공간』 편집장은 『씨네21』을 정기 구독하면 받을 수 있는 시계를 작년 내내 열심히 차고 다녔다. 서로 모르는 사람도 같은 문화를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독특한 사물이다. 잡지 더미를 헤치고 다니다 슬슬 목이 말랐던 나는 다시 전시관의 입구로 향했다. 평소에 관심 있던 출판사의 책을 확인하려다 인산인해를 이룬 부스의 모습을 보고 뒤로 물러섰다. 비교적 한산했던 ‘잡지의 시대’의 풍경을 떠올리니 뙤약볕 아래서 한참을 걸은 것처럼 목이 탔다.
  • [PRODUCT] 조형미와 기능성을 동시에 갖춘 벤치 시리즈 다채롭고 모던한 디자인으로 공간에 생동감 부여
    디자인 조경 시설물 전문 기업 (주)예건이 다양한 콘셉트와 기능을 가진 벤치를 선보인다. 나뭇잎을 모티프로 디자인한 리프벤치 Leaf bench , 삼각형, 사각형, 원형 등의 로지스 조형 벤치 시리즈 Logis bench series, 궁궐의 만월문과 달문창호의 전통 선형을 모던하게 재해석한 문벤치 Moon bench, 리본의 리드미컬한 선형에서 영감을 받은 리듬벤치 등 10여 종의 벤치를 출시했다. 일부는 KS인증, Q마크 인증을 받은 제품이며, 이밖에도 태양광 조명을 활용해 휴대폰 충전이 가능한 벤치, 온열 블록이 설치되어 한겨울에도 따뜻한 벤치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스마트 벤치가 출시됐다. TEL. 031-943-6114 WEB. www.yekun.com
  • [에디토리얼] 모처럼 미세 먼지 없는 청명한 하늘 밑에서 교정을 보다가
    잡지 편집자는 기획, 자료 조사, 취재, 필자 섭외, 지면 구성, 사진 선택, 디자인 협의 등 다양한 일을 하지만, 원고의 교정과 교열도 편집자의 빼놓을 수없는 역할이다. 오자와 탈자를 바로잡는 것은 기본이고,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문장을 다듬어야 한다. 필자가 잘못 알고 있는 지식을 발견해 수정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필자 특유의 어조와 언어적 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환경과조경』은 편집된 지면을 인쇄소로 넘기기 전에 세 단계의 교정과 교열 과정을 거친다. 필자뿐 아니라 편집자도 늘 까다로워하는 띄어쓰기와 맞춤법 몇 가지를 정리해 본다. 먼저, 알쏭달쏭한 띄어쓰기 규칙 몇 가지를 살펴보자. 사실 띄어쓰기의 원칙은 간단하다. 조사만 그 앞말에 붙여 쓰고, 나머지는 모두 띄어 쓰면 된다.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아래의 몇 가지 사항만 조심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첫째, ‘처럼, 부터, 까지, 밖에, 같이, 조차, 마저, 에서, 보다, 치고, ㄴ (는) 커녕, 에서부터, 조차도, 야말 로, 마저도’도 조사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나는 그리는 것 보다 현장 일이 좋다’라고 쓰는 사람이 적지 않다. 여기서 ‘보다’는 독립성이 없는 조사이므로 앞말에 붙여야 한다. 둘째, 의존 명사는 띄어 쓴다. ‘공모에서 떨어질 수밖에’ (수=의존 명사, 밖에=조사) 의 띄어쓰기를 틀리는 사례는 많지 않지만, ‘공모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데=의존 명사) 은 대부분 틀린다. ‘그루, 켤레, 채, 쪽, 년, 가지, 분, 이, 바, 따위, 등, 따름, 터, 때문’도 의존 명사이므로 띄어 써야 한다. ‘지’는 ‘공모에 당선된 지 오래됐다’의 경우처럼 경과한 시간을 나타낼 때만 의존 명사다. ‘대로, 만큼, 뿐’의 띄어쓰기에 실패하는 사례는 아주 흔하다. 체언 (명사, 대명사 등) 다음에 오면 조사이므로 붙여 쓰지만 (설계대로 하는 시공, 건축뿐 아니라 조경), 용언 (동사, 형용사 등) 다음에 오면 의존 명사이므로 띄어 쓴다 (설계한 대로 시공하자. 조경할 뿐 아니라 건축하는) . 셋째, 복합 명사는 띄어 쓰는 게 원칙이지만, ‘자아도취’처럼 사전에 한 단어로 등재된 경우는 붙여 쓰는 등 여러 가지 예외가 허용되기 때문에 오히려 어렵다. 전문 용어도 단어별로 띄어 쓰는 게 원칙이지만, 도시설계, 도시계획, 도시재생, 지속 가능성, 설계공모처럼 자주 쓰는 용어는 붙여 쓰는 경우가 많다. 복합 명사로 된 전문 용어는 『환경과조경』 편집자들끼리 격론을 벌이는 단골 메뉴다. 조경설계를 붙일지 말지, 생태 복원을 띌지 말지는 옴스테드 앞에 붙는 이름을 프레드릭과 프레더릭 중 무엇으로 표기해야 하는지 못지않은 편집부의 쟁점이다. 무엇보다 한 편의 글과 책 전체에서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성명 이외의 고유 명사도 단어별로 띄어 쓰는 게 원칙이지만, ‘조경 대학교’보다는 ‘조경대학교’로 표기하는 게 관례다. 다만, ‘랜드 대학교’처럼 외래어와 우리말이 결합한 경우는 띄어 쓴다. 외래어와 붙는 우리말의 띄어쓰기는 좀 복잡하다. 『환경과조경』은 국립국어 원의 한글 맞춤법과 여러 출판사의 편집 규정집 등을 참고해 고딕식, 메디치가, 히피족, 가톨릭교, 바벨탑 등은 붙여 쓴다. 지명이나 그에 준하는 고유 명사일 경우, 외래어는 띄어 쓰고, 우리말은 붙여 쓴다 (카리브 해, 라인 강, 에베레스트 산, 윈저 궁, 라빌레트 공원, 남해, 한강, 창덕궁, 선유도공원) . 그렇지만 동, 서, 남, 북, 중앙 등이 외래어 지명과 어울려 쓰일 때는 붙인다(남아메리카, 중앙아시아) . 넷째, 보조 용언은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되, 경우에 따라 붙여 씀도 허용한다. 다만, 글 전체에서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좋다. ‘마감 때의 철야를 참아 내다’와 ‘건축주의 갑질을 이겨내다’처럼 보조 용언 ‘내다’의 띄어쓰기를 이랬다저랬다 하면 글이 시각적으로 산만해진다. ‘설계의 한계를 넘어보자’ 와 ‘소장의 무능력을 뛰어 넘고 싶다’의 경우도 보조 용언 (보다, 싶다) 띄어쓰기를 통일해야 글에 신뢰감이 생긴다. 내친김에 누구나 늘 헷갈리는 맞춤법 몇 가지도 짚어 보자. 분명히 국어 시간에 배웠건만 매번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몇 개 안 되니까 외우면 되지만, 헷갈릴 때는 사전을 찾아보는 게 가장 깔끔한 방법이다. 우선, ‘로서’와 ‘로써’. 지위나 신분 또는 자격일 경우 ‘로서’를 쓰고, 도구, 방법, 수단이면 ‘로써’를 쓴다. ‘조경가로서 해야 할 일’이고, ‘단면으로써 표현할 수 없는 설계 개념’이다. ‘로써’가 맞는지 확신이 없을 때는 그 자리에 ‘~을 가지고’나 ‘~을 이용해’ 를 넣어 의미가 통하는지 확인해 보면 된다. ‘든’과 ‘던’도 언제나 헷갈린다. 선택이면 ‘든’을 쓰고, 과거의 경우에는 ‘던’을 쓴다. ‘이번 설계에 참여 하든지 말든지 결정을 해’가 맞고, ‘어제 하던 프로 젝트 회의를 이어서 하자’가 맞다. ‘채’와 ‘체’도 늘 아리송한데, 동시 동작일 경우 ‘채’를 쓰고 (한 손에 도면을 든 채 프레젠테이션을) , 꾸밈을 나타낼 때는 ‘체’ (=척)를 쓴다 (시공 결함을 보고도 못 본 체) . ‘이’와 ‘히’는 외우는 게 차라리 편하다. ‘깨끗이’가 맞고, ‘솔직히, 열심히, 가만히’가 맞다. 직업을 가리키는 경우는 ‘장이’, 특정 성격이나 인물을 지칭할 때는 ‘쟁이’를 쓴다 (미장이, 멋쟁이) . ‘아무튼, 하여튼, 굳이, 일찍이, 요컨대, 갖은, 됐다’도 흔히 틀린다. ‘안 되다’와 ‘안되다’를 혼동하는 경우도 많다. ‘안 되다’는 ‘아니 되다’의 준말이고 (그렇게 설계하면 안 돼) , ‘안되다’는 불쌍하다는 뜻이다 (그 소장님 참 안됐다) . 한자어는 음과 의미를 정확히 알고 쓰는지 확인하는 게 바람직하다. ‘역할’ 대신 ‘역활’이라고 쓰는 사람이 많고, ‘지향(指向)’과 ‘지양(止揚)’을 혼동하는 실수도 잦다. ‘재고’(再考=다시 생각해 보다) 를 써야 할 자리에 ‘제고’(提高=드높이다) 라고 쓰는 것도 빈번한 오류다. 셀 수 있는 명사나 대명사 뒤에 붙어 복수의 뜻을 나타내는 접미사 ‘들’은 신중하게 쓸 필요가 있다. 복수형 명사 앞에 복수를 암시하는 말이 이미 있으면, 단수형으로 처리하는 게 산뜻한 느낌을 준다. 모든 조경인들보다는 모든 조경인, 많은 대안들 보다는 많은 대안, 몇몇 시민들보다는 몇몇 시민이라고 쓰면 문장에 경쾌한 맛이 생긴다. 이제, 독자 여러분이 빨간 펜을 들고 이번 6월호를 이 잡듯 교정해 보실 차례다. 조경학을 전공한 윤정훈 기자가 『환경과조경』 편집부에 합류했고, 단행본 편집자로 활약할 신동훈 씨도 새 식구가 되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지면 곳곳에 스며들 신인들의 신선한 감각, 기대해 주시길.
  • 파크 앤 플레이 Park n Play
    주차 시설은 도시의 필수 요소다. 하지만 점점 고밀화 되는 도시에서 주차 건물을 주차용으로만 사용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덴마크 건축사무소 자자 아키텍츠(JAJA Architects)는 흥미로운 디자인으로 주차 건물의 새로운 활용 방안을 모색했다. 평범한 주차 시설이었던 뤼더스 주차 건물 (Parking House Lüders)이 시민을 위한 매력적인 여가 공간으로 거듭났다. 수직 정원과 활기찬 옥상 공간, 지면과 옥상을 연결하는 야외 계단이 생동감 넘치는 도시 경관을 형성한다. 이 주차 시설은 지역 주민, 운동선수, 방문객을 위한 친목 도모의 장소 이자, 즐거움이 가득한 공유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뤼더스 주차 건물은 코펜하겐의 항구 노르하운(Nordhavn)의 오르후스가데 쿼터(Århusgade Quarter)에 있다. 노르하운은 신도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어 오래된 건물과 새로운 건물이 공존하는 지역이다. 특히 오르 후스가데 쿼터는 지역 곳곳에 붉은 벽돌 건물이 많아 ‘붉은 지역’으로 불리는데, ...(중략)... * 환경과조경 362호(2018년 6월호) 수록본 일부 Architect JAJA Architects Collaboration Design Team Søren Jensen Ingeniør, RAMA Studio, LOA, DGI Collaboration Contractor Team 5E BYG, Aarstiderne Arkitekter, INGENIØR'NE Client CPH City & Port Development Area Roof: 2,400㎡ Façade: 4,800㎡ Parking for 485 cars and 10 motorcycles Location Copenhagen, Denmark Completion 2016 Photographs Rasmus Hjortshøj 자자 아키텍츠(JAJA Architects)는 덴마크 코펜하겐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건축사무소다. 자(ja)는 영어로 예스(yes)라는 뜻이다. 낙천적이고 호기심 가득한 태도로 모든 가능성을 탐구하면서, 정형화된 건축 방식을 탈피한다는 포부를 담았다. 건축부터 도시계획까지 다양한 프로젝 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덴마크뿐만 아니라 해외 각지 다수의 공모전에서 수상한 이력이 있다.
    • JAJA Architects
  • 텐리 역 코푸펀 광장 Tenri Station Plaza CoFuFun
    텐리는 일본 나라 현의 도시로, 독특하고 아름다운 고대 무덤들이 도시 경계에 남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텐리 역 코푸펀 CoFuFun 광장은 이 지역의 고분을 현대 적으로 재해석했다. 광장의 풍경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나라 분지의 지리적 특성을 상징하며, 거대한 원형 구조물은 고분의 형태에서 영감을 받아 조성됐 다. 광장은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한 이벤트 및 여가 공간이자, 관광 정보를 전달하는 장소다. 7,700㎡에 달하는 부지에 자전거 대여소, 카페, 상업 시설, 안내 키오스크, 놀이 공간, 야외무대, 만남의 장소가 마련되었다. 코푸펀(CoFuFun)은 고분의 일본어 발음 코푼(cofun)과 행복, 흥얼거림을 뜻하는 푸펀(fufun)의 합성어다. 방문객이 광장에서 행복한 분위기를 만끽하고 콧노래를 흥얼 거리기를 바라며 붙인 이름이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2호(2018년 6월호) 수록본 일부 Architect Nendo Design Collaborator Iwataya Architects Meeting Area Design Collaborator and Shop Interior Design KOKUYO Lighting Design Izumi Okayasu Lighting Design Planting studio mons Location Tenri, Nara, Japan Area 7,700㎡ Completion 2017 Photographs Takumi Ota, Daici Ano 넨도(Nendo)는 오키 사토(Oki Sato)가 설립한 디자인 스튜디오로, 도쿄와 밀라노에 근거지를 두고 있다. 심플함을 추구하되 기발한 콘셉트로 독특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넨도는 일본어로 점토라는 뜻이다. 형태와 색을 마음껏 바꿀 수 있는 점토처럼, 특정 영역에 제한되지 않고 다양한 디자인 분야에서 창작 활동을 하고 싶다는 철학을 담았다. 건축부터 설치 예술, 인테리어, 가구, 조명, 디자인 소품까지, 크고 작은 프로젝 트를 도맡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 Nendo
  • 미들랜드 철도 광장 Midland Railway Square
    미들랜드 철도 워크숍(Midland Railway Workshops)에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공공 광장이 들어섰다. 19세기 후반에 조성된 철도 워크숍은 약 100여 년간 철도 차량(rail car)과 기관차 (locomotive)를 생산하고 관리해 온곳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철도 워크숍의 일부가 쇠퇴했고, 도시개발국(Metropolitan Redevelopment Authority)(MRA) 은 이곳의 역사를 보존하는 동시에 지역 사회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고자 했다. 이에 플레이스 래버러토리(Place Laboratory)는 대상지의 역사에 대한 해석을 바탕으로 육중한 철도 기반 시설을 새로운 사회 인프라로 탈바꿈시키는 안을 제안했다. 그 결과 레스토랑, 카페, 호텔, 아파트,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건물 등으로 둘러싸인 매력적인 공공 공간 ‘미 들랜드 철도 광장(Midland Railway Square)’이 탄생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2호(2018년 6월호) 수록본 일부 Landscape Architect/Architect Place Laboratory Civil TABEC Structural Terpkos Engineering Electrical ETC Quantity Surveyors RBB Irrigation CADsult Water Feature CADsult Artist(Sculpture) Stuart Green Artist(Ground Graphic) Malcolm McGregor, Concreto Signage Publik Builder MG Group Client Metropolitan Redevelopment Authority Location Midland Railway Workshops, Midland, Western Australia Area 5,500㎡ Design Year 2015~2016 Completion 2017 Photographs Dion Robeson 플레이스 래버러토리(Place Laboratory)는 호주의 퍼스와 캔버라에 스튜디오를 둔 도시·조경설계사무소다. 디렉터 아나 쇼벨(Anna Chauvel)과 실로밋 스트럼(Shlomit Strum)을 필두로, 건물과 공공 공간 사이에 존재하는 역동성과 상호 작용을 이해해 다양한 삶이 펼쳐 지는 공간을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 이들은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을 옹호하지 않는다. 디자이너의 역할은 사회 기저에 자리 잡은 사회·문화적 본질을 이해하고 공간에 생명과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라 믿으며 다양한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 Place Laboratory
  • 힐스테이트 평택 Hillstate Pyeongtaek
    하이브리드 랜드스케이프 힐스테이트 평택은 풍부한 녹지와 은실근린공원에 둘러싸인 자연친화적 단지다. 이러한 특징에 주목해 자연스러운 숲 속 heritage 에서 세련된 hip 도시를 느낄 수 있는 하이브리드 hybrid 단지를 만들고자 했다. 단지 외곽은 숲 속 같은 풍성한 녹지와 산책로 등으로 연결하 고, 주동 앞의 작은 오픈스페이스에는 다양한 소재와 색상의 휴게 시설을 배치했다. 주요 공간에 소나무, 대왕참나무, 팽나무 등 특정 수목을 열식해 공간별 특징을 부각했다. 힐스테이트 평택은 총 세 단지로 구성되며, 이 중 두 개 단지가 올해 초 준공되었다. 대상지는 남쪽과 북쪽의 레벨 차가 13m에 달하는 경사지다. 이를 세 개의 단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했는데, 단과 단이 연결되는 부분에 소나무를 식재해 녹음이 풍성한 단지를 만들었다. 1단지에는 오픈스페이스의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미니멀 가든 Minimal Garden 과 초화원을 조성했다. 곳곳에 조형적으로 식재된 소나무는 하나의 배경이 된다. 2단지에는 1단지와 달리 규모가 큰 오픈스페이스를 마련했는데, 이를 단지의 큰 축이 되도록 배치했다. 단지를 하나로 묶는 통일감 있는 경관 단지 외곽의 숲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포레스트 스트리트 Forest Street 는 평택의 녹지림에서 관찰되는 수종을 배식해 주변 자연과의 생태적 연계를 고려한 순환 산책로다. 구불구불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평택의 자연환경과 단지 전체의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다. 각 단지의 주요 공간을 연결하는 왕벚나무 길 ‘체리 스트리트 Cherry Street ’, 세 단지의 모퉁이를 연결해 만든 광장 ‘어반 플라자 Urban Plaza ’, 각 공간의 콘셉트에 맞추어 배치한 다양한 동물 조형물 ‘애니멀 팜 Animal Farm ’ 등은 여러 공간의 특징을 살리는 동시에 통일감 있는 경관을 연출한다. * 환경과조경 362호(2018년 6월호) 수록본 일부 조경 설계 (주)신화컨설팅(최원만, 김진국) 시공 현대건설(주) 조경 식재 1단지: (주)이길조경(이순길, 강명훈, 오하람) 2단지: (주)정한조경(정영한, 이동희, 박해동) 조경 시설 (주)영원산업개발(김진선, 유필균, 이윤주, 김다랑) 놀이 시설 1단지: (주)청우펀스테이션(신경근) 2단지: (주)아르디온(오승재) 운동 시설 (주)스페이스톡(김필주) 위치 경기도 평택시 세교동 6로 45길 대지 면적 1단지: 40,072m 2 (822세대) 2단지: 69,298m 2 (1,443세대) 조경 면적 1단지: 19,221m 2 2단지: 26,724m 2 준공 1단지: 2018. 1. 2단지: 2018. 4.
  • 2018 태화강 정원박람회
    지난 4월 13일 ‘2018 태화강 정원박람회’가 개최됐다. 9일간 진행된 이번 박람회는 ‘태화강의 역사, 문화, 생태’를 주제로 해외 초청작가 정원 (캐서린 모스바흐, 이시하라 카즈유키, 소피 워커) 을 비롯해 특별 초청작가 정원 (안지성) , 쇼가든, 메시지가든, 학생정원 등 총 67개 정원을 선보였다. 쇼가든 부문의 작가 선정은 2017년 12월 18일부터 올해 1월 31일까지 진행된 정원 디자인 (공개) 공모를 통해 이루어졌다. 실용성, 창의성, 심미성, 시공성, 지속가능성, 주제 반영도 등 여섯 개 항목을 평가해 10개 작품을 선정했 다. 최종 심사는 4월 12일 현장에서 실물 심사로 진행되었으며, 그 결과 이주은의 ‘강으로 돌아온 아이들’이 대상으로 선정됐다. 박율진 심사위 원장 (전북대학교 교수) 은 쇼가든이 “태화강의 역사, 문화, 생태 등 지역적 가치를 잘 해석해 탁월한 작품성을 보여주었다”며 “태화강 정원박람회가 우리나라 최고의 정원박람회로 자리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 같다”고 심사평을 밝혔다. 울산시는 지난 3월 ‘수목원 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태화강대공원 일원을 ‘지방정원’으로 등록했으며, 5월 중순 ‘국가정원’ 등록 신청을 진행할 예정이라 밝힌 바 있다. 또한 박람회장에 조성된 정원 중초청작가 정원과 쇼가든 일부를 존치할 수 있도록 논의를 진행 중이다. 진행 남기준, 김모아 사진 유청오 디자인 팽선민 일시 2018. 4. 13. ~ 4. 21. 주최 울산광역시, 태화강 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 주관 한국정원디자인학회, 한국조경사회 울산시회 위치 울산시 중구 태화동 107 태화강대공원 일원 주제 태화강의 역사, 문화, 생태 슬로건 정원! 태화강에 물들다 규모 해외 및 특별 초청작가 정원 4개소(300m 2 /개소당) 쇼가든 10개소(150~200m 2 /개소당) 사업비 해외 초청작가 정원 1억원(개소당) 특별 초청작가 정원 5,000만원(개소당) 쇼가든 5,000만원(개소당) 쇼가든 부문 상금 대상 1,000만원(1팀) 금상 500만원(1팀) 은상 300만원(3팀) 동상 100만원(5팀) 초청작가 정원 전환 속 상실 Lost in Transition _캐서린 모스바흐 Catherine Mosbach 미나모토 Minamoto(源) _이시하라 카즈유키 Ishihara Kazuyuki 보슬비 내리는 달의 정원 Drizzling Moon Garden _소피 워커 Sophie Walker 당신과 함께 흐르는 강 River Flow with You _안지성 쇼가든 대상 강으로 돌아온 아이들 _이주은 금상 물고기가 보는 풍경 _박경탁·양윤선·박성준 은상 흐름에 대한 기억 류 _박주현 시간의 숲 _이상국·박영우 영원한 고래 _최혜영·허비영 동상 대나무의 시간 _김상윤·박지호 수중정원 _김효성·번암조경 둥지 _윤문선 잊혀진 것들과의 재회 류원 _윤호준·박세준·이병우 풍류정원, 두 번째 달 _ 황신예
  • [그들이 설계하는 법] 리모델링
    설계 대상을 대하며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행위는 항상 새로운 것에 대한 갈증과 부딪친다. 나 또한 새로운 것을 찾고자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그런데 다른 분야의 설계 대상과 조경 설계의 대상인 ‘대지’는 너무나 다르지 않은가. 조경의 설계 대상은 오래전부터 있던, 있었으나 조금은 변화된 모습으로 존재하는 환경의 산물이다. 그렇기에 어떤 단편적인 목적만으로 설계를 진행했을 때 결과물에 대한 해석의 스펙트럼이 아주 넓을 수 있다. 물론 택지 개발이나 공동 주택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많은 부분이 구획되고 제한되어 본래의 풍경을 찾는 일이 무의미할 수 있으나, 그런 대지도 본래의 모습을 간직한 환경의 산물인 경우가 많다. 무조건 보존하자는 것은 아니다. 재현과 재생이라는 설계 용어를 가져다 쓰는 것과도 조금 다르다. 조경의 설계 대상으로 주어진 환경의 산물은 그 자체를 콘텍스트로 보아야 한다. 그 위에 새로운 기능적 해법을 제시하고 합리적 시스템을 안착시켜야 한다. 존재하지 않았던 게 아니다. 죽어 있는 것도 아니 다. 다 허물고 다시 만들기에는 그간의 시간이 만들어 놓은 게 너무나 많다. 고도 성장기에 진행된 프로젝트라면 그래도 어느 정도 이해한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재생이라는 사회·정치적 이슈가 모든 설계 분야에 가이드라인 없는 방향성을 강제하고 있다. 조경 설계에서 재생이라는 관점은 무엇인가? 무엇을 재생하라는 것인가? 재생과 관련된 학문적 이론에 무게를 둔질문은 아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느낌에 바탕을 둔, 재생이라는 용어 자체에 대한 반감이다. 재생, 재현, 복원, 보존 같은 다양한 설계 용어가 있지만, 내가 대지를 설계 대상으로 다루는 태도를 설명하기에 이 용어 들은 뭔가 단편적으로 치우친 느낌이다. 오히려 리모델링(remodeling) 이 내 태도를 잘 표현해 주는 것 같다. 리모델링의 관점이 내가 설계 대상을 대하고 설계하는 방법에 더 부합한다. 나는 모든 작업을 진행할 때 대지 고유의 독자성과 공간 규모에 접합되는 콘텍스트를 중요시 여기며, 설계 대상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려 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2호(2018년 6월호) 수록본 일부 김호윤은 기술사사무소 아텍과 삼성에버랜드 디자인 그룹에서 조경가 로서 영업, 설계, 공사의 관계를 조율하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현재는 조경설계 호원(Landscape Design Office HOWON)을 설립·운영하고 있으며, 바른 설계 집단을 구성하고자 기본을 중시한 설계를 추구하고 있다.
  • [다른 생각, 새로운 공간] 김미진 성심당 이사 이렇게 멋진 대전
    세종시 출장을 다녀오는 KTX 안. 대전역에서 열차에 오르는 사람들 손마다 들린 봉투가 눈에 띄었다. “나의 도시, 나의 성심당. 1956년 대한민국 대전.” 확신에 찬 폰트로 쓴, 멋진 카피였다. 단 아홉 자로 한 도시의 대표가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캐나다 토론토의 도시계획가, 제니퍼 키스맷(Jennifer Keesmaat)이 주창한 ‘My City’ 캠페인이 떠올랐다. 무엇보다 대전이라는 도시를 앞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나에게 대전이란 매번 통과하기만 하는, 그야말로 ‘안물안궁’ 지루한 도시였기 때문이다. 이런 밋밋하고 재미없는 도시에도 누군가는 지극히 애정을 가지고 있구나, 신기할 따름이었다. 특히 1인칭 ‘나’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했다. 거기에는 분명 엄청난 자신감과 자부심이 담겨 있었고, 일상적 쇼핑백으로는 생각하기 어려운 비전이 제시되어 있었다. 내용물에 대한 힌트가 전혀 없던 나는 마침 봉투 꾸러미를 서너 개나 들고 옆에 앉은 사람에게 뭘 그리 많이 사 가는지 말을 건넸다. “아, 튀김소보로 모르세요? 성심당이라고 대전의 유명한 빵집이에요.” 빵집이 도시를 거론하다니, 대단한 기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심당과 대전 원도심의 관계에서 떠오르는 사례가 있다. 하이라인을 통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맨해튼의 미트패킹(Meatpacking) 지구는 꽤나 예전부터 뉴욕 사람들 사이에서는 가장 핫한 동네였다. 1990년대까지 육류 창고와 낡은 아파트, 성소수자들이 찾는 스트립바 등이 즐비한 어두운 지역이었던 미트패킹. 그 부활을 주도한 씨앗이 무엇인가에 대해 후대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대체로 인정하는 것이 플로렌트라는 작은 식당이다. 플로렌트 모렐레(Florent Morellet)라는 프랑스 이민자 출신의 오너가 1985년 오래된 식당을 인수해 운영한 겉보기에 평범한 다이너였지만, 원래 걸려 있던 ‘R&L Restaurant’이라는 낡은 간판을 그대로 쓰는 방식부터 당시로서는 기존의 관념을 뒤집는 범상치 않은 가게였다. 플로렌트는 곧 깨어 있는 뉴요커라면 누구나 가봐야 할 성지가 되었는데, 독특한 문화적 색깔을 가진 커뮤니티 공간의 상징이었고, 삭막한 도시에서 모든 인종과 성별과 젠더의 사람들이 자유와 해방감을 만끽하는 문화의 분화구였다. 유명 할리우드 배우들과 명망 있는 워싱턴 정치가들이 좁은 탁자에서 오믈렛을 먹고 있는 장면이 상징하는 것처럼, 플로렌트는 하나의 식당이 도시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지역을 부흥시키는 데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성심당은 출발부터 도시와 깊은 연관이 있다. 당시 전혀 상권이 없던 은행동 일대를 개척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이후 60년간 같은 자리를 지켜오면서 성심당은 제과업계의 상식을 뒤집는 이노베이션을 통해 위기를 헤쳐 왔다. 최초의 베이커리 식당, 최초의 포장 빙수, 초대형 상품인 튀김소보로와 부추빵,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을 실천하는 독특한 EoC(Economy of Communion) 경영 철학이 든든한 양분이 됐다. 그러나 성심당이 여느 훌륭한 기업과 다른 점은, 한 도시가 일어서고, 성장하고, 늙어가는 모든 과정을 거대한 나무처럼 뿌리 내린 채 묵묵히 지켜봐 왔다는 점이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2호(2018년 6월호) 수록본 일부 최이규는 1976년 부산 생으로 뉴욕에서 10여 년간 실무와 실험적 작업을 병행하며 저서 『시티오브뉴욕』을 펴냈고, 북미와 유럽의 공모전에서 수차례 우승했다. UNKNP.com의 공동 창업자로서 뉴욕시립미술관, 센트럴 파크, 소호와 대구, 두바이, 올랜도, 런던, 위니펙 등에서 개인전 및 공동 전시를 가졌다. 울산 원도심 도시재생 총괄코디네이터로 일했으며, 현재 계명대학교 도시학부 생태조경학전공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