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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A] 가시나들
매달 마지막 주말은 코다 소재를 고민하는 날이다. 이야깃거리가 없다고 징징거리는 내게 친구 A는 곧잘 조언한다. “원래 남 얘기가 제일 재밌어. 네 얘기 팔아서 글 써.” 팔 것도 없다고 투덜거리니 얼마 지나지 않아 반박이 돌아왔다. “지금까지 겪은 일 중에 가장 창피했던 이야기를 해. 그런 거 재미없어하는 사람 없어.” 성큼성큼 가까워져 오는 마감 날짜에 마음이 조급했지만, 부끄러운 일화를 풀어놓을 용기는 나지 않았다. 대신 자신 있게 내놓기에는 조금 민망한 이야기를 꺼내 본다.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어렵다. 같이 있으면 어색하고, 무슨 이야기를 나눠야 좋을지 몰라 몸이 굳는다. 장남인 아버지와 장녀인 어머니 사이에서 첫 손녀로 태어나 온갖 사랑을 독차지했으면서도, 방글방글 웃으며 재롱 한 번 떨 줄 몰랐다. 천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같은 건물에서 지낸 지도 10여 년, 나는 여전히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살가운 농담 하나를 못 건넨다. 남들도 그러겠거니 하며 지내던 중 예능 프로그램 하나가 가슴을 푹 찔렀다. 군데군데 들풀이 자란 소박한 밭길, 나란히 선 배우와 아이돌들이 간단한 율동과 함께 노래를 부른다. “학교를 안갔어, 아니 못 갔어!” 곧이어 학교에 다닐 수 없었던 ‘가시나들’,1 함양군의 다섯 할머니가 등장한다. “학교를 관뒀어!” 율동이라기엔 어설픈 손짓과 발짓이지만, 열심히 노래하며 춤추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정겹기 그지없다.
“어릴 때 마을에 한글 알려주는 할아버지가 있어서 찾아갔는데 ‘가시나가 글을 배워서 뭐할라꼬’라며 쫓아냈습니다. 처음 지하철이 생겼을 때도 글을 모르니 하루 종일 지하철만 타다가 파출소에 갔습니다. 아이들 책가방 챙길 때도 눈치로 어림잡아서 골라주는 게 속상했습니다. 다 늙어서 배우면 얻다 쓰겠냐고 하는 데 나는 모르고 살기가 서러웠습니다.”2 함양군의 할머니들은 더 이상 서럽게 살고 싶지 않아서 배우고 싶다. 그렇게 인생의 지혜는 풍부하지만 한글은 모르는 70~80대 할머니와 한글은 대충 마스터했지만 아직 인생은 잘 모르는 20대 연예인이 짝꿍이라는 이름으로 만나 한글을 공부한다. 동고동락하는 다섯 짝꿍의 한글 공부는 교실을 벗어나서도 계속된다. 함께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글 외의 어떤 것들을 서로에게 배우기도 한다. 할머니의 텃밭에 자라는 엇비슷해 보이는 식물에는 각기 다른 이름이 있고, 진달래꽃을 따 물고 숨을 들이쉬면 달곰한 꿀물이 입안에 퍼진다. 함양군 할머니와 비슷한 나이대의 할머니가 활약하는 유튜브 영상을 함께 보고, 이를 따라하기도 한다. 나란히 앉은 둘은 50여 년의 세월 훌쩍 뛰어넘어 자신이 배워온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서로를 거리낌 없이 받아들인다. 짝꿍의 얼굴을 그려야 하는 숙제를 받은 할머니가 짝꿍의 얼굴형은 “이뻐요”, 눈썹은 “이뻐요”, 눈은 “크고 이뻐요”, 코는 “샐쭉 하이 이뻐요”, 입술도 “오목 하이 이뻐요”라고 묘사하는 대목에서는 문득 나의 할머니의 얼굴이 궁금해졌다.
가시나들은 2%대의 높지 않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프로그램을 애정으로 지켜본 시청자들이 게시판을 통해 정규 편성을 요청하고 있지만, 동시간대에 막강한 라이벌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어 쉽지 않아 보인다. 이제 함양군의 다섯 할머니는 짝꿍 없이 일상을 산다.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제 달력을 보고, 종착지를 기사에게 묻지 않고 버스에 오르고, 그리운 아들에게 혼자서도 전화를 걸 수 있다.
방송이 끝난 후 나는 종종 어떤 풍경에 시선을 두게 되었다. 패스트푸드점 푸드 키오스크 앞에서 한참 망설이다 문을 나서는 노부부, 무릎을 두드리며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다 볼라드에 위험하게 걸터 앉는 할아버지, 계단 참에 난 작은 창으로 골목을 한참이나 내려다보며 세상을 구경하는 나의 할머니. 소비하지 않으면 공간을 사용할 수 없는 시대, 편리함을 목적으로 한 기기는 노년층을 참 쉽게 밖으로 밀어낸다. 가뜩이나 새로운 무언가를 무서워하는 나의 할머니의 행동 반경은 나이를 먹을수록 좁아져 간다. 세대 간 교류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까닭은 세대가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각주 정리
1. ‘가시나들’은 ‘가장 시작하기 좋은 나이’의 준말로, 지난 5월 19일에 시작해 6월 9일에 종영한 MBC의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이다.
2. ‘가시나들’ 3회에서 소개된 박무순 할머니의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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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무더운 여름 아이들에게 시원함을 선사할 ‘물고기정원’
안전과 수질을 고려한 전용 수 처리 시스템을 갖춘 조합 놀이대
‘원더풀1thePOOL’은 안전하고 쾌적한 놀이 시설로 아이들에게 즐거운 여름을 선물하고자 하는 디자인파크개발의 물놀이 시설 브랜드다. 한 편의 동화를 떠올리게 하는 흥미로운 테마를 바탕으로 다이내믹한 수경 시설로 이루어진 조합 놀이대 및 단품 시설을 개발하고 있다. 원더풀의 ‘물고기정원’은 광교 중흥S클래스에 조성된 물놀이장의 메인 시설로, 이달 중순 개장을 앞두고 있다. 물놀이장은 인근 광교 호수공원의 풍경을 콘셉트로 디자인됐으며, 물고기정원뿐만 아니라 우산분수, 워터터널, 물고기스톤터널, 물고기워터레볼루션, 물고기분수, 워터샤워기 등의 시설과 함께 조성됐다. 물 이용 조합 놀이대인 물고기정원은 원통 나선형 슬라이드, 원통 C형 슬라이드, 오픈 직선형 슬라이드, 네트, 티핑버킷, 분수 등 다양한 세부 시설로 구성되며, 전용 수 처리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어 부모와 아이 모두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다.
TEL.02-2665-6006WEB. www.designpark.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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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연재의 굴레, 그럼에도
감사하게도, 15년이나 묵은『현대 조경설계의 이론과 쟁점』의 개정판을 내보라는 권유를 받곤 한다. 대폭 뜯어고칠 궁리를 하며 개정판이 나온 책들을 골라 읽는 취미 비슷한 게 생긴 적이 있는데, 진중권의『앙겔루스 노부스』 개정판(아트북스, 2013)서문 한 구절에 그만 나의 심정이 포개지고 말았다. “…13년 전에 쓴 자기 글을 다시 읽는 것은, 마치 밤에 쓴 글을 낮에 읽는 것만큼이나 민망한 일이다. 감상적 어조로 쓴 부분은 특히 그러하다. 그 글을 쓰던 청년의 몸속에 지금은 중년의 사내가 들어앉아 있다. 옛글을 다시 읽는 민망함보다 강렬한 것은 그리움이다.” 진중권은 그 그리움을 양분 삼아 헌 집 위에 새집을 덧대어냈지만, 나는 그 민망함을 받아들이고 주저앉았다.
개정판 포기의 변명을 늘어놓으려는 건 아니다. 정작 하려던 이야기는 책의 초고가 된 연재 글쓰기의 추억과 고통이다. 『현대 조경설계의 이론과 쟁점』의 내용 대부분은 2001년 3월부터 2002년 8월까지 『환경과조경』에 연재한 ‘동시대 조경 이론과 설계의 지형’에 뿌리를 두고 있다. 남기준 편집장의 권유로 시작한 연재. 반은 필라델피아에서, 나머지 반은 천안에서 썼다. 동시대 조경의 지형도를 그려보겠다는 기획 초기의 열정만으로 매달 다가오는 마감의 중압감을 이겨내기란 쉽지 않았다. 마감 전쟁을 치르고 탈진하면 순식간에 닥쳐오는 다음 마감. 좁은 방안을 계속 걸어 다니며 한 문장씩 중얼거린 후 키보드를 두드리고 다시 일어나 걷기를 반복하는 나의 글쓰기 습관은, 벗어나기 힘든 굴레와도 같았던 그 연재 과정에서 생겼다. 지은 지 반세기가 넘은 필라델피아 외곽의 허름한 목조 아파트 아래층에는 조경가 J가 살고 있었다. J 부부와 그들의 갓난아기는 나의 고질적 글쓰기 습관이 발생시키는 극심한 층간 소음을 묵묵히 견뎌주었다. J는 쿵쾅거리는 내 발 소리의 양과 강도만으로도 원고 마감이 며칠 남았는지 정확히 맞출 수 있었다고 한다.
2014년의 잡지 리뉴얼 이후, 많은 필자에게 여러 연재 꼭지를 부탁했다. 편집자의 꾐에 넘어가 덜컥 연재를 수락한 그들은 텅 빈 순백의 모니터 앞에서 속이 타고 피가 마르는 밤을 보냈을 테다. 연재, 그것은 일상을 스스로 감옥에 가두는 일이고 불안과 초조의 늪으로 자신을 내모는 일이다. 과월호들을 다시 펼쳐보니 연재 필자들의 분투가 새삼 피부에 와닿는다.『환경과조경』의 지면을 풍성하게 해 준 그들의 노고에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린다.
지난한 과정을 감내하며 집필한 연재물 중 몇 가지가 단행본으로 새롭게 편집되어 독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는 점은 필자에게도, 편집자에게도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김영민의 ‘스튜디오 201, 설계를 다시 생각하다’(2014년 연재)는『스튜디오 201, 다르게 디자인하기』(한숲, 2016)로, 김세훈의 ‘그들이 꿈꾼 도시, 우리가 사는 도시’(2015년 연재)는『도시에서 도시를 찾다』(한숲, 2017)로 출간되어 한국 조경과 도시설계 이론의 지층을 두텁게 하는 데 기여했다. 장장 3년간 연재된 고정희의 ‘100장면으로 재구성한 조경사’(2014~2016년 연재)는『100장면으로 읽는 조경의 역사』(한숲, 2018)로 묶여 조경 문화와 역사의 교점을 읽는 새로운 틀을 제시했다. 자생적 도시재생의 현장을 탐사한 최이규의 인터뷰 ‘다른 생각, 새로운 공간’(2017~2018년 연재)도 곧 단행본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서영애의 장기 연재 ‘시네마 스케이프’가 이번 달로 막을 내린다는 아쉬운 소식을 전한다. 315호부터 이번 374호까지 60회를 이어온 ‘시네마 스케이프’는 그 어느 지면보다 높은 열독률을 가진 인기 꼭지였고, 연재 3년째를 넘어서던 여름에『시네마 스케이프』(한숲, 2017)로 출간되어 영화와 경관론의 접면을 넓히기도 했다. 이 책의 서문에서 필자는 “영화를 보고 나서 한 호흡으로 써내려 간 적도 있지만, 한 달의 절반을 원고와 보낸 적이 더 많았다”고 술회한다. 2014년 여름은 어느새 2019년 여름이 되었다. 5년간의 수고에 깊이 감사드린다.
이번 호 특집으로는 한국, 중국, 미국을 가로지르며 조경의 사회적 책무를 실천하고 문화적 영향력을 전파하고 있는 랩디에이치Lab D+H의 근작들을 싣는다. 서울의 최영준, 선전의 중후이청, 상하이의 리중웨이, 세 파트너가 함께 이끄는 랩디에이치는 정원과 주거 단지부터 도시 공원과 복합 상업 공간, 신도시 마스터플랜과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이르는 다양한 스케일을 넘나들며 동아시아 조경의 혁신을 실험하고 있다. 아키데일리, 디자인붐, 아키텍트매거진, 도무스웹 등 다수의 저널이 이미 주목한 바 있는 랩디에이치의 작업들은 도전과 가능성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책장을 뒤져 최영준 소장의 ‘그들이 설계하는 법’(2018년 1월호~3월호)도 재독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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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b D+H
랩디에이치 조경설계사무소Lab D+H는 한국, 미국, 중국 등 다국적 문화를 바탕으로 활동하는 디자인 그룹이다. 2014년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설립되어 현재 한국의 서울, 중국의 선전과 상하이에 오피스를 둔 설계사무소로 성장했다.
이번 호는 상업 광장부터 도시재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프로젝트를 수행해 온 Lab D+H의 근작을 소개한다. 이들은 장소와 커뮤니티에 대한 깊은 이해를 기반으로 공공성을 존중하는 설계를 선보인다. ‘용칭 지구’와 ‘옌타이 산 역사박물관과 골목길 재생’에서는 상업 프로그램으로 구도심을 채우고 부지의 역사를 박제하는 전형적인 도시재생의 틀에서 탈피해 지역 커뮤니티, 주민의 삶의 질, 기존 건물의 특성에 주목하며 전통과 현대의 융합을 시도한다. ‘상하이 믹시몰’과 같이 상업성이 강한 공간에서도 상가 입면을 드러내는 동시에 보행자를 위한 넓은 그늘을 드리우는 식재 전략을 통해 공공성의 가치를 추구한다.
Lab D+H의 설계를 완성하는 핵심 요소는 무한한 긍정이다. 조경을 통해 사회에 긍정적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믿음은 불합리한 시스템과 여건 속에서도 창조적 반복과 변조를 두려워하지 않게 하는 힘의 원천이 되고 있다. 그 끊임없는 낙천적 도전의 면면을 프로젝트 구석구석과 세 파트너의 설계 철학을 담은 에세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더불어 굳이 풀어 소개하지 않았던 D+H에 담긴 의미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조경 디자인을 통해 꿈꾼 이상과 사회에 퍼뜨린 영향력이 독자들에게도 전달되기를 기대한다. 『환경과조경』 2018년 1월호~3월호에 최영준 소장이 연재한 ‘그들이 설계하는 법’도 다시 꺼내볼 것을 권한다.
진행 김모아, 윤정훈 디자인 팽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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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b D+H] 프로필
Design + Hope
랩디에이치(Lab D+H)는 설계를 통해 사회에 긍정적 영향력을 확산하고자 하는 조경 중심의 디자인 그룹으로 중후이청, 최영준, 리중웨이가 함께 이끄는 설계사무소다. 한국, 미국, 중국 등의 문화를 기반으로 정원부터 마스터플랜까지 다채로운 성격과 규모의 프로젝트를 다룬다. 정교함, 결정적인 문제 해결 방안, 지속가능성을 기초로 설계에 접근하며, 조경 설계가 환경의 근간을 형성하고 진화시켜 도시를 작동시킨다고 믿는다. 무엇보다 조경의 사회적 책무와 도시 문화에서의 영향력을 중요시한다. 2014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설립되어 현재 한국의 서울, 중국의 선전과 상하이에 오피스를 두고 있다.
중후이청
광저우에서 태어나 자란 중후이청(Zhong Huicheng)은 하이난(Hainan)의 작은 마을에 있는 남중국 열대농업대학교(South China University of Tropical Agriculture)에서 조경학을 전공했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베이징 임업대학교(Beijing Forestry University)에서 도시계획을 공부하고 뉴욕 북부의 코넬 대학교(Cornell University)에서 조경을 공부해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0년부터 4년간 로스앤젤레스의 SWA 그룹에 근무하며 다양한 규모의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이끌었으며, 당시 동료였던 최영준과 함께 2014년 랩디에이치Lab D+H를 설립했다. 2016년부터는 Lab D+H 로스앤젤레스 오피스와 선전 오피스를 오가며 대도시부터 산간 지역에 이르는 여러 지역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디자인 실무 외에도 교육 및 자선 프로젝트에 참여해 조경 설계를 통해 지역 사회에 희망을 주고자 노력해왔다. 하버드 대학교(Harvard University)(2018), 홍콩 중문대학교(Chinese University of Hong Kong)(2018), 베이징 임업대학교(2012, 2017, 2018)및 난징 임업대학교(Nanjing Forestry University)(2012)등 세계 각국의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최영준
최영준은 서울에서 태어나 한강을 보며 자랐다. 서울대학교에서 조경학을 전공하고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디자인 대학원(University of Pennsylvania School of Design)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학사 과정 중에는 한국의 오피스박김에서, 석사 과정 중에는 미국 버클리의 PWP에서 근무했으며, SWA 그룹 로스앤젤레스 오피스에서 본격적인 실무를 경험하며 Lab D+H의 다른 두 파트너를 만났다. 미국 공인 조경가RLA로서 다양한 설계 및 계획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마스터플랜 설계공모(Rio 2016 Olympic Park Master Plan Competition)’ 등의 국제 공모를 이끌었다. 2014년 중후이청과 Lab D+H를 공동 설립하고 2018년 서울 오피스를 세워 국내에서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조경학과 최우수 졸업생상, 제4회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 대상, 미국조경가협회상(ASLA Honor Awards), 2010 뉴욕 신진건축가공모 대상(2010 ENYA Prize),아키프리 인터내셔널 2011(Archiprix International 2011)본상을 받았으며, 오스틴 ‘시홀름 수력 시설 도시재생 설계공모(Seaholm Intake Design Competition)’를 비롯한 국제 공모에서도 수상한 이력이 있다. 국내 대학교에서 조경 설계를 가르치고 있으며, 조경 담론을 글로 생산해내는 전문가 그룹 ‘조경비평 봄’의 일원으로 몇몇 책의 공동 저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리중웨이
톈진의 구도심에서 태어난 리중웨이(Li Zhongwei)는 수집가였던 조부의 영향을 받아 다양한 물성에 흥미를 느끼며 성장했다. 톈진 과학기술대학교(Tianjin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톈진 대학교(Tianjin University)에서 건축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설계대학원에서 조경학 석사 과정을 밟으며 조경가의 사회적 책무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보스턴의 사사키 어소시에이츠(Sasaki Associates)를 시작으로 로테르담의 West8에서 형태 감각과 문화 자원을 디자인에 활용하는 법을 익혔고, 뉴욕의 JCFO에서는 조경을 통한 도시설계 전략을 배웠으며, SWA 그룹 로스앤젤레스 오피스와 소살리토(Sausalito)오피스에서 재료의 물성과 이를 공간에 드러내는 일에 집중했다. 2017년부터 Lab D+H 상하이 오피스를 이끌며 다채로운 규모의 오픈스페이스와 상업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도시 환경 본래의 색채를 보존하면서도 지속가능한 변화를 불러오는 경관을 조성하는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으며, 이같은 성격의 두 프로젝트―‘용칭 지구’, ‘옌타이 산 역사박물관과 골목길 재생’―로 미국조경가협회 남가주지회(ASLA Southern California Chapter)로부터 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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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b D+H] 낙천적 조경의 세대
랩디에이치Lab D+H의 디자인 태도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정신은 낙천성이다. 다시 말해 조경이 만드는 생산적 영향력으로 도시를 풍요롭고 더욱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이 있다. 빼기보다는 더하기이고 융화/상쇄보다는 도입/강화로 새로운 사회적, 문화적 움직임을 기대한다. 덜하기보다 앞서간 뒤 몇 걸음 뒤로 물러나며 가능성을 살피려 한다. 분명한 강조를 두려워하지 않고 창조적 반복과 변조를 디자인의 도구로 즐겨 사용한다. 광저우 반케 클라우드 시티, 청두 워크타임 레지덴셜 가든 등에서는 다채로운 프로그램, 기하 및 패턴의 강조를 통해 조경의 창조성에 대한 실천을 추구했는데, 이는 낙천적 믿음에서 비롯됐다. 여러 도시재생 프로젝트에서 제안한 적극적인 개입 또한 같은 태도를 기반으로 한다....(중략)...
*환경과조경374호(2019년 6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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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b D+H] 숨겨진 희망
2014년 설립 이래 랩디에이치(Lab D+H)의 디자인 전략이 지난 5년간 어떻게 진화하고 발전했는지 되돌아보는 것은 흥미롭고 뜻깊은 과정이다. 최근 국제적으로 조금씩 두드러지는 성과를 보이기 시작하고 있지만, 지금 이 단계에 이르기까지 거쳐온 경로는 겉으로 드러난 것처럼 매끄럽지만은 않다. 설립 초기에 창립 파트너들은 정부의 면허 제한 정책(해외 기업은 실시설계용 도면과 문서를 만들 수 없다)과 관계 딜레마(과업 수행 능력이나 결과를 기준으로 삼는 공정 경쟁이 아닌 발주처와의 관계가 프로젝트의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치는 네트워크 중심의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중국의 공공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공공 영역에서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은 후 새로운 기회를 얻기 위해 민간 영역으로 주된 시장을 전환했다....(중략)...
*환경과조경374호(2019년 6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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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b D+H] 도시재생의 스트리트 배틀
랩디에이치(Lab D+H)의 설립 이래 도시 이곳저곳의 틈에 독특한 공공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물론 그 모든 시도와 과정은 쉽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쇠퇴한 건물의 재개발이든 도시 중심부의 랜드마크든 관계없이 대부분의 주된 설계가는 건축가가 되고 조경가의 역할은 작게 설정된 제도가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이런 이유로 오랜 시간 동안 중국 도시의 공공 공간에서는 건물의 언어, 구조 및 공간의 질서만이 강조되고 시민들의 삶은 의사 결정자와 디자이너에 의해 무시되고 점차 사라져갔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해 구시가지의 버려진 골목에서 일종의 ‘스트리트 배틀(street battle)’을 시작했다. 다소 치열하게 느껴지는 어휘를 사용한 이유는 단지 물리적으로 좁은 골목 같은 공간에서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경관을 만드는 것이 어려워서가 아니다....(중략)...
*환경과조경374호(2019년 6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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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b D+H] 용칭 지구
Yongqing Fang
근래 중국 도시 개발은 도시의 확장에서 구도심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바뀌어 가는 중이다.정부와 계획가들은 구도심의 잠재력을 도시 활력의 구심점이자 도시재생 및 도시 브랜딩 전략으로 삼고 있다. ‘용칭 지구(Yongqing Fang)’재개발 또한 일상과 동떨어진 상업적 프로그램으로 구도심을 채우고 부지의 역사를 박제하는 데 그치는 상의하달식(top-down)계획에서 탈피해 섬세하고 미시적인 방식으로 진행됐다.지역 커뮤니티의 참여,주민의 삶의 질 향상,여가가 혼합된 프로그램,기존 건물의 특성을 살리는 방식,전통과 현대를 융합하는 원칙에 방점을 두고 재개발 지역에 지속적으로 활력을 불어넣고자 했다.
전통 문화가 살아 있는 지역
광저우의 서쪽 구도심 시관(Xiguan)은 광저우 읍성으로 둘러싸인 지역으로,주거 및 상업지가 분포하며 리완(Liwan)지역의 전통 양식을 잘 간직하고 있다.광저우의 아름다운 길로 알려진 언닝 가로(Enning Road)는 시관의 중심 거리다.역사적 가치를 지닌 건물과 함께 옛 도시의 기억이 이곳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길을 따라 늘어진 전통 치러우(Qilou)주택을 통해 링난(Lingnan)건축의 뛰어난 조화미를 살펴볼 수 있다.
‘언닝 가로 재개발 계획(Enning Road Redevelopment)’에 포함된 용칭 지구는 수 세기에 걸쳐 형성된 특색 있는 건축물들의 집합소다.낮고 긴 형태의 대나무 튜브 하우스(tube house)가 전통 가옥 옆에 자리하고,남중국 건축 양식에 서양 및 근대 건축 양식이 혼합되어 있다.전통 작업장의 기능공들과 거리 문화를 통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링난 문화를 살펴볼 수도 있다.용칭 지구에서의 삶은 광저우의 다른 현대 도시와 다르다.느린 속도의 삶,커뮤니티의 결속력과 강한 전통이 지역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다....(중략)...
*환경과조경374호(2019년 6월호)수록본 일부
Landscape ArchitectLab D+H
Design TeamLi Zhongwei, Zhong Huicheng, Lin Nan,Liang Zongjie, Lan Hao
ClientGuangzhou Vanke
LocationGuangzhou, China
Area4,955㎡
Design2016
Completion2017
PhotographsArch-Ex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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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b D+H] 상하이 믹시몰
Shanghai MixC Mall
상하이 믹시몰(Shanghai MixC Mall)은 우중(wuzhong)거리에 위치한 대형 쇼핑몰과 이를 둘러싼 녹지 구역이다.대상지는 상업성이 강한 쇼핑몰 전면 광장임에도 불구하고 면적의80%이상을 공공 녹지가 차지해 공공 공간으로 기능하는 곳이다.또한 인근에 지하철 노선 두 개가 교차하며 건너편에 또 다른 큰 규모의 쇼핑몰이 있어 유동 인구가 많다.따라서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동시에 상업적이며 공적인 성격이 하나로 통합된 도시 공원 같은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세 개의 입구 주변에는 다양한 이벤트를 열 수 있는 열린 광장을 마련하고,광장 사이 폭40m의 공공 녹지는 풍성한 수목으로 생명력 넘치는 공간으로 연출했다.광장 경계부는 유연한 활용을 목표로 설계됐는데,길게 뻗어나가는 다채로운 질감의 석재 포장 패턴은 사람들의 활동과 프로그램을 담는 캔버스가 된다.광장 둘레에는 긴 벤치와 플랜터 벽을 놓았다....(중략)...
*환경과조경374호(2019년 6월호)수록본 일부
Principal in ChargeChoi Youngjoon
Team Member of DesignerTai Hao, Lan Hao, Ling Qimei
LocationShanghai, China
Area75,243m2
Design2016.12. ~ 2017. 7.
Construction2017. 6. ~ 2017. 9.
Completion2017
PhotographsArch-Ex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