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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DA] 도시로 나온 캠퍼스
    8월호 프로젝트 지면을 기획하며 캠퍼스에 얽힌 기억들을 떠올렸다. 이미 몇 차례 풀어놓았지만, 내게 모교 캠퍼스는 어릴 때부터 들락거린 동네 공원 같은 곳이다. 주말이면 학교 뒷편의 산에 올라 배드민턴을 쳤고, 중앙을 가로지르는 가파른 내리막길은 스피드를 즐기기 좋은 인라인스케이트장이었다. 주변에 주택 단지가 많아서였을까, 학생이 아닌 시민들의 방문이 잦았다. 조경학도가 되어 교정의 풍경이 지긋지긋해졌을 무렵에도 유모차를 끄는 어머니들이나 꽃놀이 나온 할머니, 할아버지를 심심치 않게 목격했다. 당시에는 멋대로 학과 건물에 침입하는 시민들이 그저 불편하기만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시민이 공원으로서 찾는 캠퍼스에 다닌 게 큰 행운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가만히 학창 시절 즐겨 찾았던 공간들을 헤아려 보았다. 가장 먼저 생각난 건 설계실이 있는 건물 앞의 잔디밭. 작은 잔디밭은 설계실에 가득한 본드 냄새와 우드록 부스러기를 털어내고 잠시 바깥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곳이었다. 여름이면 중앙에 놓인 기다란 반사못에서 분수가 솟아올랐는데, 종종 이 반사못 뛰어넘기를 걸고 내기가 벌어지기도 했다. 잔디밭 군데군데 놓인 투박한 돌 벤치는 등받이도 없고 딱딱하기 그지없었지만, 우거진 나무 아래의 벤치와 달리 새똥과 벌레의 습격을 피할 수 있어 인기가 좋았다. 두 번째는 법학관의 목재 테라스다. 건물 외벽을 비스듬히 타고 오르는 테라스 곳곳에 실내로 들어설 수 있는 입구가 있었는데, 그 풍경이 꽤 멋들어져 보였다. 계단식 광장을 연상케 하는 테라스는 밤이면 불을 밝히는 가로등 아래서 파전이나 떡볶이 따위를 둘러앉아 먹기 좋은 공간이 되었다. 운동을 나왔다가 이곳에서 야식을 먹고 돌아가는 주민들을 자주 만났다. 마지막은 농구장 주변에 외따로 놓인 벤치다. 밤이면 친구와 그곳에 앉아 이야기 나누는 걸 좋아했다. 운동화의 밑창과 농구장 바닥이 끽끽 부딪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논스톱 등 각종 TV 프로그램이 키워 준 대학 생활에 대한 환상(왜곡과 날조로 점철된!)이 되살아나는 듯했기 때문이다. 나열하고 보니 모두 휴식과 맞닿아 있는 공간이다. 특별한 곳이 있을까 싶어 몇몇 친구에게도 물어보았지만, 인적이 드문 산책로의 벤치, 봄이면 열 지어 꽃을 피우는 벚꽃길, 빠지면 온갖 질병에 걸린다는 소문이 무성한 연못가 등 어느 대학에나 있을 법한 장소들이 답변으로 돌아왔다. 게다가 어느 공원에서도 볼 수 있는 공간들이다. 캠퍼스와 공원의 경계가 모호하게 느껴진다. 이번 호에 소개한 프로젝트를 다시 들여다보니 런던 대학은 “부족한 여가 공간을 제공하고자 기존의 서비스 야드를 야외 테라스로 개선”했고, 뢰번 가톨릭 대학교는 “숨겨져 있는 강물을 드러내” 매력적이고 볕이 잘 드는 쉼터를 마련했다. 글래스고 대학은 “사교 활동과 다양한 학습의 기회를 경관을 통해 제공”하고자 공원, 보행로, 작은 정원 등을 일관성 있는 형태로 디자인했다. 텍사스 대학교는 “생태적 복원”을 목표로 지속가능성이 높은 환경을 조성했다. 캠퍼스와 공원의 경계가 더더욱 흐려진다. 어쩌면 우리는 공원과 같은 캠퍼스를 꿈꾸는 게 아니라, 학교건 집이건 직장이건 광장이건 어디서든 쉽게 자연을 만나 휴식할 수 있는 삶을 소망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많은 캠퍼스가 도시와의 연계를 목표로 삼고 있다. 교정을 벗어나 주변 도시로 학습을 넓힐 수 있는 캠퍼스! 원대하지만 막연한 이상에 대한 가능성을 서울시립대학교의 ‘세운캠퍼스’에서 찾았다. 세운캠퍼스는 현장과 교육의 시너지를 탐색하는 리빙랩(living lab)이다. 지난해 서울시립대학교 100주년을 맞아 세운캠퍼스는 ‘세운 메이커스 세운캠퍼스 짓기학교’를 진행했다. 건축학과 학생을 비롯해 세운상가의 장인, 메이커, 자재 회사가 함께 신기술을 적용한 건축 조형물을 제작하고 전시한 것이다. 자재 회사는 출시를 앞둔 콘크리트 재료를 제공하고, 연구팀은 개발 중인 투명콘크리트 기법을 적용해 학생들을 도왔다. 산학협력을 통해 만들어진 전시물을 보니, 지역 사회의 문제를 학습 과정에 끌어들이고 산업 신기술을 실증하는 기회를 마련하는 캠퍼스가 실현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실감하게 된다. 개인적 감상을 늘어놓다보니 문득 독자들의 캠퍼스는 어떠한 모습인지 궁금해진다. 목표는 같지만 각기 다른 형태로 설계된 대학의 모습을 살피며 학창 시절을 추억하고 당신이 꿈꾸었던 캠퍼스를 다시 떠올려보기를 기대한다.
  • [COMPANY] 도강농원 세월과 관심이 빚어낸 희귀 정원수 농원
    “나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도강농원의 정원수가 얼마나 특별한지 안다.” 40여 년 이상 조경수를 다뤄온 전문가도 엄지를 들어올리는 조경수 농장이 있다. 충북 진천군 문백면 도하3길에 자리한 1,000여 평 규모의 도강농원이다. 도강농원에 방문하면 그 외형과 가치에 세 번 놀라게 된다. 첫째, 도강농원에는 간판이 걸려 있지 않다. 조경수 농장이라면 조경수 판매를 위해 간판을 걸고 이름을 알리는 것이 보통이다. 농장주인 이진권 대표(하나세 조경)는 “굳이 이름을 알릴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아직 이름을 알릴 만큼 규모를 갖추지 못했고, 다른 곳에 내놓을 만큼 뛰어나지 못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웬만한 건설사 조경 담당자들도 ‘희귀한 정원수’가 있는 곳으로 알 정도로 정평이 나 있다. 국도변과 인접해 있어 접근성까지 좋다. 둘째, 겉으론 평범한 조경수 농장과 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나무 하나하나가 시중에서 보기 어려운 정원수다. 수령이 300년 된 향나무가 농장 입구를 장식하고 있고, 더 들어가 보면 괴불나무, 철쭉, 구기자나무 등 최소 수령 50년 이상의 나무가 농장의 반 이상을 채운다. 흔히 볼 수 있는 수종이지만 오랜 시간의 풍파를 이기고 자란 나무들이다. 셋째, 마을 사람을 위해 농장 문을 열어놓았다. 희귀 수종이 많고, 한 그루에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조경수도 있는 농장을 개방한다는 사실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어머니가 꽃을 좋아하고, 마을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비록 조경수를 키우는 농장이지만, 아름다운 꽃과 나무를 마을 주민에게 보여주는 것 자체로도 큰 보람이 된다”고 말한다. 도강농원을 운영하게 된 계기도 어머니가 생활하는 집 근처에 좋은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중략)... *환경과조경376호(2019년8월호)수록본 일부
  • [PRODUCT] 손쉽게 만드는 나만의 옥상 정원, ‘알팜’ 가볍고 내구성이 뛰어난 이동식 플랜트 박스
    도시 농업과 소규모 가드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실내나 옥상에 정원을 조성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인공 지반, 특히 옥상에 안정적으로 녹지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하중, 토심, 방수, 수종 등 기술적으로 고려할 것이 많다. ‘스마트무빙팜smartmovingfarm’은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옥상 조경 및 텃밭 시설물을 개발해 유기농 먹거리 문화를 창출하고 식물을 기르는 보람을 선사하는 기업이다. 새로 출시된 ‘알팜’은 알루미늄 재질의 플랜트 박스다. 목재 플랜트 박스보다 가볍고 변형과 변색이 적으며, 바퀴가 달려 있어 쉽게 옮길 수 있다. 또한 기존 옥상 정원의 바닥이나 방수층을 손상시키지 않고 식재 공간을 더할 수 있다. 알팜을 통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에든 나만의 정원과 텃밭을 만들 수 있으며, 대형 알팜에는 소나무 등의 교목도 식재가 가능하다. 옥상뿐만 아니라 관공서 및 학교 등의 건물 내부, 도로 주변에 사용하기에도 적합하며 광고용 플랜트 박스로도 활용할 수 있다. ...(중략)... TEL. 02-2201-8817 WEB. smartmvf.modoo.at * 환경과조경 376호(2019년 8월호) 수록본 일부
  • [에디토리얼] 지금 여기의 조경설계사무소들
    창간 37주년을 맞는 이달의 특집은 ‘2019 대한민국 조경설계사무소 리포트’다. 기획 의도는 단순 명료하다. 지금 이 땅에서 조경설계 일을 하고 있는 사무소들의 현황 데이터를 모아보자는 것. 남기준 편집장이 꽤 오래전부터 다듬어 온 구상의 일부다.특집에 참여한 88개 사무소로부터 모은 설계사무소 이름, 대표자 이름, 설립 연도, 구성원 수,사무소의 지향과 특성을 표현하는 한 줄의 문구, 설계 비전과 운영 철학, 주요 설계 영역과 유형, 대표 작업, 지난해 수행한 프로젝트 수 등을 있는 그대로 싣기로 했다. 이번 특집이 한국 조경설계사무소의 모든 정보를 포괄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제도권 조경의 현재를 드러내는 생생한 단면도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이다. 특집을 준비하며 마주한 가장 큰 난맥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조경설계사무소’의 정의와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조경설계사무소는 법적 정의나 제도적 지위를 가진 용어가 아니다. 기술사사무소, 엔지니어링 활동 주체, 일반 사업자 등 다양한 형식의 법인이나 개인이 조경설계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편집진은 조경설계사무소의 기준을 엄밀하게 규정하기보다는 스스로 조경설계사무소라고 판단하는 모든 회사를 이번 특집의 범위에 넣기로 했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의 조경설계사무소는 모두 몇 개일까. 정확하게 집계할 방법이 없었다. 김모아, 윤정훈 기자가 ‘무작정’ 긁어모은 여러 자료를 끼워 맞추면 대략 200개 내외로 추계할 수 있었지만,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환경과조경 홈페이지와 몇몇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번 기획을 알려 이메일로 답을 받았고, 관련 협회와 단체들의 협조를 받아 이메일 홍보를 병행했다. 그 결과로 특집에 동승한 사무소가 아쉬우나마 88개. 대략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정도의 데이터를 모았다고 편집진은 판단하고 있다. 본문에는 별도의 분석이나 해설을 싣지 않기로 했다. 가나다순으로 수록한 각 설계사무소의 정보를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한국 조경설계사무소의 현주소를 충분히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서는 특집 본문에 숫자로 표현된 몇 가지 간명한 사실을 짚어보기로 한다(88개 회사 중 조경설계 외에 도시계획과 토목을 병행하는 종합엔지니어링 업체 3개의 데이터는 분석에서 제외). 한국 조경설계사무소의 평균 구성원 수는 8.25명이다. 5인 이하 업체가 30개고, 6인에서 10인 사이가 35개 업체로 제일 많다(약 41%). 11명에서 20명 사이는 15개, 21명에서 30명 사이는 4개다. 31인 이상 업체는 단 하나로, 직원 수 50명인 그룹한 어소시에이트다. 설립 연도의 평균은 2008년이다. 2010년 이후에 탄생한 사무소가 41개로 제일 많다(약 48%). 그다음으로 사무소 개업이 많았던 때는 2000년대로, 31개 설계사무소가 이 시기에 닻을 올렸다. 1990년대는 11개, 1980년대는 2개다. 조경설계서안이 1987년 1월에, 신화컨설팅이 1989년 12월에 설립됐다. 지난해에 수행한 프로젝트 수의 평균은 약 27개다. 지금부터 10여 년 전에 문을 연 조경설계사무소가 많고, 열 명 남짓한 인원이 한해에 서른 개 정도의 설계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설계 프로젝트 유형은 전통적인 공공 발주의 공원·녹지와 도시 공공 공간, 민간 건설사의 공동 주택 조경 등이 여전히 다수지만, 최근에는 민간의 정원과 상업 공간이 늘어나고 있고 도시재생, 전시, 문화 기획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다는 거친 진단도 가능할 것 같다. 설계사무소들의 이름에 담긴 의미나 사연을 짐작해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이미 예전의 이 지면에서 살펴본 기억이 난다(“이름 짓기”, 『환경과조경』 2016년 11월호 에디토리얼).
  • 도미노 파크 Domino Park
    도미노 파크 뉴욕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에 이스트 강 수변을 따라 들어서는 도미노 파크는 수변 산책로, 6에이커에 달하는 녹지, 수변으로의 접근성을 갖춘 새로운 공공 공간이다. 약 400m 길이의 수변 공원에서 역사를 보존하려는 여러 시도를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대상지에 자리잡고 있는 도미노 설탕 공장(Domino Sugar Factory)재개발 마스터플랜의 기본 방향이기도 하다. 다양한 연령대를 고려한 여가 시설이 마련된 도미노 파크는 주요 프로그램에 따라 세 구역으로 나뉜다. 대상지 남쪽 끝자락에서는 활발한 활동이 펼쳐지는 반면, 북쪽 끝자락은 상대적으로 고요한 지역이다. 도미노 설탕 공장의 설비와 산업 시설들은 대상지 전역에 고르게 배치되어 과거 대상지에서 100년 넘게 이루어졌던 설탕 정제 과정을 새로운 방식으로 보여준다. 아티팩트 워크 리버 스트리트를 따라 자리한 아티팩트 워크(Artifact Walk)는 산업 지구의 역사를 담고 있으며, 대상지의 랜드마크인 정제 빌딩(Refinery Building)이 위치한 산책로다. 도미노 설탕 공장에서 사용되었던 30여 개의 대규모 기계가 수변을 따라 전시되어 있다. 또한 설탕 원료 창고(Raw Sugar Warehouse)의 구조체, 길이 178m에 달하는 크레인 트랙, 정제된 설탕 시럽을 보관하던 약 11m 높이의 원형 탱크, 금속 볼라드, 승강식 운반기 등 다양한 설비를 본래 부착되어 있던 안내판과 함께 배치했다. ...(중략)... *환경과조경375호(2019년7월호)수록본 일부 Landscape Architect JCFO(James Corner Field Operations) Team Lisa Switkin(Partner in charge), Karen Tamir, SanjuktaSen, Tsutomu Bessho, Johanna Barthmaier, Ashley Ludwig, EricBecker General Contractor Kelco Engineer Structural: Robert Silman Associates Civil: Philip Habib Associates MEP: Altieri Sebor Wieber Marine: McLaren Engineering GroupConsultant Lighting: Lighting Workshop Soil Scientist: Craul Land Scientists Irrigation: Northern Design Water Feature: Soucy Aquatik Play Safety: Teri Hendy Playground Designer/Artist: Mark Riegelman Client Two Trees Management Company Location Williamsburg, Brooklyn, New York, USA Area 6ac Cost $50million Completion 2018. 6. Photographs Daniel Levin JCFO(James Corner Field Operations)는 뉴욕에 기반을 두고 도시 설계와 조경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디자인 오피스다. 대규모 도시설계 프로젝트나 포스트 인더스트리얼 사이트부터 작지만 섬세한 디테일을 요구하는 디자인까지 다양한 규모의 작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주요 작품으로 뉴욕의 하이라인과 프레시 킬스, 라스베이거스의 시티 센터, 중국 칭하이 지역의 도시설계 마스터플랜, 시애틀의 워터프런트 마스터플랜, 필라델피아의 레이스 스트리트 피어, 산타 모니카의 통바 파크, 런던의 퀸 엘리자베스 올림픽 파크, 홍콩의 침사추이 워터프런트 등이 있다. 모든 설계 실천에 있어서 사람과 자연의 생태를 연구하고, 생기 넘치고 역동적인 공공 영역 디자인을 구현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 JCFO
  • TIJ 관측소 TIJ Observatory
    알 모양의 TIJ 관측소(TIJ Observatory)는 조류 은신처이자 전망대로, 네덜란드 스텔렌담(Stellendam)의 하링블릿(Haringvliet)강 인근 스에일훅(Scheelhoek)자연 보호 구역에 위치한다. 스에일훅을 비롯한 주변의 섬들은 새들이 살기 좋은 서식지다. 해안 방파제 안쪽으로 거대한 갈대밭이 있고 바깥으로 평평한 모래섬이 펼쳐져 있으며, 제비갈매기, 저어새, 지역을 대표하는 조류인 샌드위치제비갈매기 등을 위한 먹이가 풍부하다. 2018년 10월, 자연 보호 구역 내 수질을 향상하고 종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하링블릿 강의 수문이 개방됐다. 덕분에 물고기들은 북해에서 마스(Maas)강과 라인(Rhine)강 삼각주로 좀 더 원활히 이동하게 되었고, 염분에 강한 생태 환경이 구축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러한 생태적 변화를 탐색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여러 시설물이 새로 조성됐는데, TIJ 관측소는 그중 규모가 가장 크다. 관측소의 이름은 일종의 네덜란드식 말장난에서 비롯됐다. TIJ는 본래 하링블릿 강으로 되돌아오는 조류tide를 뜻하는데, 이 단어를 빠르게 발음하면 네덜란드어의 알ei과 비슷하게 들린다. 대규모 경관 계획의 일환으로 세워진 이 관측소는 사람들이 자연 보호 구역을 좀 더 생생하게 경험하도록 돕는다. 방문객들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다양한 조류 소생활권을 관찰하고, 개천제비와 제비갈매기를 비롯한 여러 섭금류를 만나볼 수 있다. ...(중략)... *환경과조경375호(2019년7월호)수록본 일부 Architect RO&AD Architecten, RAU Landscape Architect H+N+S Landschapsarchitecten Design Team RO&AD Architecten: Ad Kil, Ro Koster, Martin van Overveld, Athina Andreadou, Loyse Rebord, Rodrigo Altamirano RAU: Thomas Rau, Michel Tombal, Jochem Alferink Engineer Main Structural Engineer: BreedID, Den Haag Structural Engineer Wood: Aalto University Finland Wood Engineering: Geometria Thatched Roof: Elg Rietdekkers Contractor Van Hese Infra Client Vogelbescherming, Natuurmonumenten Location Natuurgebied de Scheelhoek, Stellendam,Netherlands Area 150m2 Function bird hide, bird observatory Construction 2018. 10. ~ 2019. 3. Photographs Katja Effting RO&AD 아르히텍턴(RO&AD Architecten)은 건물뿐만 아니라 시스템을 디자인하는 건축설계사무소다. 건축은 고립된 요소가 아닌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생태적 시스템의 일부라 믿으며, 대상지에 존재하는 다채로운 시스템과 건물을 긴밀하게 연결하려고 노력한다. 이를 통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풍성해지고 가치가 높아지는 건축물, 더욱 아름답고 흥미로워지는 건축물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 RO&AD Architecten
  • 2019 대한민국 조경설계 사무소 리포트 Landscape Architecture Design Firms in Korea, 2019
    문득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한국에는 얼마나 많은 조경설계사무소가 있는지, 한 해에 몇 개의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지, 몇 명의 직원이 있는지, 무엇을 꿈꾸고 어떤 미래를 그려가고 있는지. 『환경과조경』은 창간 37주년을 기념해 특집으로 ‘2019 대한민국 조경설계사무소 리포트’를 준비했습니다. 2019년 현재 국내에서 조경설계를 수행하고 있는 디자인 오피스의 정보를 총망라하여, 조경설계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는 조경설계사무소의 구체적인 현황을, 클라이언트에게는 유용한 리스트를, 학생에게는 각 설계사무소의 고유한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지난 5월 14일 홈페이지에 ‘2019 대한민국 조경설계사무소 리포트’ 특집을 공고한 후 6월 15일까지 약 한달간 이메일을 통해 신청서를 접수받았으며, 그 결과 총 88개의 사무소가 특집에 참여해주었습니다. 길지 않은 홍보 기간으로 인해 모든 조경설계사무소를 수록하지는 못했으나, 이번 기회가 한국 조경설계사무소의 현재를 가늠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수록 순서는 회사명 가나다순이며 공통 요청 사항 중 답하지 않은 내용은 생략했습니다. 진행 김모아, 윤정훈 디자인 팽선민 요청한 공통 사항 회사명, 대표자, 직원 수, 설립일, 전화번호, 이메일, 홈페이지, 주소, 주요 설계 분야, 지난해 수행한 프로젝트 수, 설계사무소를 표현한 한 줄의 문구, 철학 혹은 비전, 대표작, 설계사무소를 대표하는 한 장의 이미지 가덕이엔지 가든율 가원조경설계사무소 공간엔지니어링 그람디자인/정원사친구들 그루 조경사무소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그린에이드 그린포엘 기술사사무소 아텍플러스 기술사사무소 예당 기술사사무소 이수 다우리디자인그룹 대삼팜스빌리지 더숲 도화엔지니어링 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 두손엔지니어링 디자인로직 디자인스튜디오 도감 디자인스튜디오 loci 디자인오피스 더블와이엠 디자인필드 디자인하다 라디오 랜드아우라 랜드아트 랩디에이치 리앤수 마노디자인그룹 명문엔지니어링 명산L&C 모데라토조경설계사무소 바인플랜 서안알앤디조경디자인 솔토조경 스튜디오 테라 시선조경설계사무소 신화컨설팅 씨에이조경기술사사무소 씨에이티 씨엔조경설계사무소 씨토포스 아이엘오퍼레이션 아침조경디자인 안마당 더 랩 애림조경 기술사사무소 어나더가든 에스엘디자인 에이트리 엘 연성기술단 오피스박김 우리엔디자인펌 유신 인터조경기술사사무소 자연감각 정방종합엔지니어링 제이엘에이 제이제이가든스튜디오 조경그룹이작 조경기술사사무소 이지인포 조경디자인 린 조경디자인 SITE 조경설계 동산 조경설계 디원 조경설계 비욘드 조경설계서안 조경설계 이화원 조경설계해인 조경설계호원 조경설계 힘 조경설계사무소 숲속 조경설계사무소 위드 조경하다 열음 팀펄리가든 프롬 플레이스랩 기술사사무소 ALIVEUS BE·OH ENC D SQUARE HERANG HLD JWL KnL 환경디자인스튜디오 MW’D.Lab PH6 Design Lab TND조경설계사무소
    • 편집부
  • 환경제국주의 사보타주 Environmental Imperialism Sabotage
    지난 수십 년간 종말론에서나 있을 법한 인구 이동 및 공동체 소속을 둘러싸고 반복되어 온 전 세계적 갈등은, 환경제국주의(environmental imperialism)의 한 학파에서 나온 19세기 확장주의에서 비롯된 지역 구조의 부활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인도 출신 연구자 라마찬드라 구하(Ramachandra Guha)는 환경제국주의라는 용어를 설명한 바 있다.1 그의 해석은 공간 혹은 영역에 대한 인간의 영향력이 특정 모형으로만 이해하기에 너무 복잡한 나머지 20세기 말과 21세기의 지역 계획가가 무시하기 일쑤였던 문화적·심리학적 영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환경제국주의는 한 커뮤니티가 이국의 땅에 미치는 영향력 중 많은 부분은, 해당 지역에 이미 존재했으나 존중받지 못한 맥락과 다르거나 심지어 완전히 반대선상에 놓인 문화적 관례 및 자연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임을 상기시킨다. 따라서 자연과 분리불가결한 관계를 지닌 혼성 커뮤니티와 화해를 시도해온 수십 년(어떤 제국의 경우에는 수백 년)의 노력은 헛된 것이다. 생물권 다양성을 존중하는 조경 계획가가 신자유주의 악으로부터 세계를 구할 수 있다는 정치적 정당성을 부여받는 시대에, 우리가 지닌 제국주의적 본성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설계가의 행동은 프로젝트에 문화보다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데, 이는 곧 자연과의 매우 특별한 존재론적 관계를 반영하는 특정한 삶의 방식 ̄즉, 교육받고 특권을 지닌 결정권자의 생정치(biopolitics)2 ̄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공학적 프로토콜의 옹호를 받고 있는 국제적 환경주의 흐름은 새로운 접근 방식이 떨쳐내야 하는 골칫거리다. 인식론적 무정부주의3를 통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섬세하지만 존중할 만한 다른 지역적인 가치로 글로벌 문화를 논의할 수 있다. 이탈리아 미래파Futurist의 파시즘적 논리를 펼치게 했던 기념비주의와 포괄주의가 백여 년에 걸쳐 생물권의 풍부함을 비약적이고 무식하게 손본 결과, 지구Gaia의 일상과 상상을 초월하는 다양성이 결국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고국에 흩어져 위험천만한 거주지를 구성하고 있는 우리 현실을 환경적으로 구축하는 것. 이것이 오늘날 자연적·사회적 환경을 길들이는 대신 동행하기를 지향하는 전문가들이 실험하고자 하는 것이다. 현대 환경 관리에서 쉽게 발견되는 환경 미학을 바탕으로,4 동시대의 예술 작업을 구성하는 연구와 실천적 프로젝트의 중심에서 생태철학적 현상을 잡아내는 것은 이미 보편화되었다. 풍부하고 혼합적인 접근 방법으로서 삶 공간의 무형성을 이해하는 능력은, 뒤에서 보게 될 감각민족지학연구소(Sensory Ethnography Lab)의 사진가 필립 우다드(Philippe Oudard)와 건축가 조민석의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중략)... *환경과조경375호(2019년7월호)수록본 일부 각주 정리 1. Ramachandra Guha and David Amold, eds., Nature, Culture, Imperialism: Essays on the Environmental History of South Asia , New Delhi: Oxford University Press, 1995. 2. Michel Foucault, The Birth of Biopolitics: Lectures at the College de France, 1978-1979, London: Palgrave Macmillan, 2008. 3. Paul Feyerabend, Against Method: Outline of an Anarchistic Theory of Knowledge, London: Verso, 1975. 4. Alban Mannisi, “Environmental Observatory: Sensory Landscape Permaculture”, Kansai Engineering Symposium Proceeding , Nagoya, 2018. 알반 마니시(Alban Mannisi)는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스트다. 그는 건조 환경을 구축하고 연구하는 플랫폼 SCAPETHICAL(www.scapethical.org)의 설립자이자 이사이며, 호주 멜버른 공과대학(RMIT)의 건축·도시설계학부 부교수다. 역사와 하이브리드 컬처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관심을 두고 프랑스, 한국, 싱가포르, 영국, 태국, 일본, 호주에서 탐구해 왔다.
    • 알반 마니시(Alban Mannisi)
  • [도면으로 말하기, 디테일로 짓기] 생태 계류
    단지 계획과 관련된 도면을 제외하고 재료와 형태, 디테일에 공들여 디자인하는 시설 중 하나는 수경 시설이 아닐까 싶다. 공간의 배경이 되든 중심이 되든, 수경 시설은 대상지의 조건 혹은 설계 콘셉트에 따라 비교적 구체적으로 형태와 구상을 표현할 수 있고 존재 자체로도 이목을 강하게 끄는 특징을 갖기 때문이다. ‘한남 더 힐’은 그룹한과 오오토리 컨설턴트(OHTORI Consultants)의 요지 사사키(Yoji Sasaki)가 협업한 고급 주거 단지 프로젝트다. 오오토리가 기본설계를, 그룹한이 실시설계를 진행했다. 공사용 도면을 작성하면서 세부 공간의 생소한 디테일이나 잘못 표현된 부분에 대한 샵드로잉을 그려 협의했고, 이를 통해 설계안을 정확하게 구현하고자 했다. 제시한 도면은 단지 중심에 위치한 생태 계류 상세도로, 평지와 경사지에서 생태 계류와 산책로를 자연스럽게 통합하는 여러 디테일 전략을 담고 있다. 계류와 산책로의 결합, 녹지와의 경계 처리, 물의 흐름에 따른 세굴 방지, 계류 시작점 처리 등을 중점적으로 고려해 작성했다. ...(중략)... *환경과조경375호(2019년7월호)수록본 일부 김기천은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후 그룹한에 입사하여 현재 전략디자인본부를 이끌고 있다. 조경 이론과 담론이 왕성하던 2000년대 초부터 여러 설계 이슈에 그룹한의 고민들을 담아내며 다양한 유형의 공공 오픈스페이스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최근에는 프로젝트의 스케일을 다양화하며 설계가의 고민을 공간에 구현하는 접근 방식에 관심이 많다. 주요 작업으로는 서울대공원 재조성 국제 설계공모, 시흥 배곧생명공원, 영천 렛츠런파크, 양평 현대 연수원 블룸비스타 등이 있다.
  • [그리는, 조경] 손과 컴퓨터
    아날로그의 손맛과 디지털의 마우스 터치 중 어느 것이 우월한가에 대한 질문은 컴퓨터 드로잉이 시작되던 무렵부터 조경가, 연구자, 교육자의 토론에 자주 등장했다. 이제 손과 컴퓨터가 다투면서 공존하던 시기를 훌쩍 넘겨 컴퓨터 드로잉의 시대가 되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어 컴퓨터 모니터를 벗어나 VR가상 현실과 AR증강 현실을 이용해 새로운 형식의 경관을 디자인하는 지금, ‘손 vs 컴퓨터’ 구도는 ‘디지털 vs 또 다른 디지털’ 구도로 대체되었다. 근래에 초기 아이디어 구상 단계 이후에도 손으로 공들여 드로잉하는 디자이너를 본 적이 없다. 이제 손 드로잉 사례를 논문에 인용하려면 애써 찾아내야 한다. 게다가 아날로그의 손맛을 흉내 내는 새로운 디지털 테크놀로지, 일명 디지로그(digilog)제품이 쏟아지는 현재의 디지털 생태계에서 손과 컴퓨터의 대결 구도는 해묵은 이분법적 프레임으로 여겨질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손과 컴퓨터를 드로잉 도구로 다시 생각해보는 것은 중요하다. 조경가가 그간 손과 컴퓨터의 기능과 역할을 어떻게 생각했고, 이를 조경 설계에 어떻게 활용해왔는지 되짚어 볼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손 vs 컴퓨터? 컴퓨터 드로잉은 20세기 중반 이후, 비교적 근래에 나타났기 때문에 조경 드로잉의 긴 역사에서 컴퓨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다. 컴퓨터가 조경 드로잉 도구로 부상하자마자 조경가들은 전통적인 드로잉 도구였던 손과 새로운 기계를 비교하기 시작했다. 손과 컴퓨터를 대결 구도로 놓고 둘 중 어떤 것이 조경 설계에서 우월한지를 다퉜다. 손이 컴퓨터보다 뛰어나다는 주장은 사람의 뇌와 손이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컴퓨터 마우스를 거치지 않고 바로 종이 위에 옮길 수 있기 때문에 설계가의 머릿속에 있는 디자인 아이디어가 손실되지 않는다는 논리다. 이러한 점에서 손이 컴퓨터보다 경관의 형태, 재료, 구조에 대한 감수성을 시각화하는 데 뛰어나다고 주장한다(그림 1).1 손 드로잉을 경관에 대한 설계가의 감수성이 집적된 산물로 보는 견해는 컴퓨터가 조경 설계에 본격적으로 이용되기 시작하던 1980년대 중반에도 제기되었다.2 그 저변에는 손은 설계가의 창의성을 펼쳐내는 상상성의 도구이며 컴퓨터는 창의성을 저해하는 도구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손 우월론에 맞서 컴퓨터 드로잉이 조경 설계에서 더 뛰어나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있어 왔다. 컴퓨터는 손보다 빠르고 정확하며 수정과 복제가 쉽기에, 이러한 기계적 효율성은 컴퓨터 우월론의 주요 논거로 활용됐다. 1980년대부터 컴퓨터 드로잉의 절차가 손 드로잉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는 조경가도 있었다. 연필과 마우스라는 다른 도구를 쓰지만, 식재를 반복해 그리거나 지우고 스케일을 조정하는 과정은 손과 컴퓨터 드로잉 모두에 해당한다.3 이러한 점에서 컴퓨터 드로잉은 빠르고 효율적이며 많은 선택의 가능성을 제공하는 덕분에 오히려 창조적 기능을 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4 컴퓨터 드로잉이 손을 거의 대체하는 요즘, 컴퓨터가 창조적 도구라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제공하는 다양한 필터와 효과를 이용하면 경관의 분위기, 미묘함, 모호함, 역동적 프로세스 등을 자유롭게 시각화할 수 있다(그림 2).5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제공하는 기능이 많아져 손 드로잉으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표현이 가능하고 연필에 필적하는 사용감을 주는 전자 기기가 출시되는 지금, 손이 컴퓨터보다 경관에 대한 설계가의 감수성을 시각화하는 데 우월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었다. ...(중략)... *환경과조경375호(2019년7월호)수록본 일부 각주 정리 1. 손을 옹호하는 대표적 조경 이론가인 마크 트라이브는 컴퓨터 드로잉에서는 “설계 아이디어, 특질, 예상되는 경험, 수용자의 능력이 손실”될 우려가 있고, “기계 매체(컴퓨터)가 인간을 장소와 거리 두게 하는 반면, (손) 드로잉은 특정 장소에 시간, 집중력, 이목을 집중하게” 돕는다고 주장했다. Marc Treib, “Introduction”, inDrawing/Thinking: Confronting an Electronic Age, Marc Treib, ed., London: Routledge, 2008, p.10; Marc Treib, “Introduction”, in Representing Landscape Architecture , Marc Treib, ed., London: Taylor & Francis, 2008, p.19. 뛰어난 손 드로잉을 남긴 조경가 로리 올린은 “뇌는 손에 곧바로 반응하여 (공간의) 구성, 균형감, 움직임, 예기치 않은 감정이 생성되므로 다음 선을 어디에 그려야 할지 떠오르지만, … 키보드나 마우스로는 공간의 감수성, 즉 공간의 형태, 재료, 구조, 중량감을 발전시킬 수 없다”고 주장했다. Laurie Olin, “More than Wriggling Your Wrist (or Your Mouse): Thinking, Seeing, and Drawing”, in Drawing/Thinking: Confronting an Electronic Age, pp.85, 97. 2. 조경가 워렌 버드와 수잔 넬슨은 “카메라나 컴퓨터는 우리의 인식과 이해를 무한하게 확장하지만 대상에 가까이 갈 필요가 없어져 감각을 통한 앎의 즐거움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손) 드로잉이 개인의 표현을 드러내고 지속하는 언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Warren T. Byrd, Jr. and Susan S. Nelson, “On Drawing”, Landscape Architecture 75(4), 1985, p.54. 3. 아서 컬락은 “모든 캐드 드로잉은 근본적으로 손으로 그려지며, 복잡한 심벌을 그리고, 복사, 편집, 스케일, 비율을 변경하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손 드로잉과 유사하다고 보았다. Arthur J. Kulak, “Prospect: The Case for CADD”, Landscape Architecture 75(4), 1985, p.144. 4. Bruce G. Sarky, “Confessions of a Computer Convert”, Landscape Architecture 78(5), 1988, p.74. 5. Roberto Rovira, “The Site Plan is Dead: Long Live the Site Plan”, in Representing Landscape: Digital , Nadia Amoroso, ed., London: Routledge, 2015, p.99. 이명준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경 설계와 계획, 역사와 이론, 비평에 두루 관심을 가지고 있다. 박사 학위 논문에서는 조경 드로잉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현대 조경 설계 실무와 교육에서 디지털 드로잉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했고, 현재는 조경 설계에서 산업 폐허의 활용 양상, 조경 아카이브 구축, 20세기 전후의 한국 조경사를 깊숙이 들여다보고 있다. 가천대학교와 원광대학교, 서울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조경비평 봄’과 ‘조경연구회 보라(BoLA)’의 회원으로도 활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