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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커버리 슬라이드
Discovery Slides
주얼 창이 공항(Jewel Changi Airport)은 싱가포르 창이 공항의 터미널을 연결하는 환승 센터다. 우거진 열대 우림을 연상케 하는 이곳은 공항에서의 경험을 한층 다채롭게 만든다. 가장 높은 층에 위치한 캐노피파크(Canopy Park)에는 쇼핑몰, 놀이공원, 이색적인 테마 정원과 야자수를 포함한 1,400여 그루의 나무가 어우러져 있는데, 이곳에 보석을 닮은 유선형의 놀이 기구를 조성했다. 디스커버리 슬라이드(Discovery Slides)는 숲 속에 놓인 보석처럼 은은히 빛나며 멀리서부터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가로 18m, 길이 16.7m, 최고 높이 7.5m 규모의 구조물은 형태와 구조가 매우 독특하고 복잡하다. 세계 각지의 세 장소에서 부품을 생산해 조립했으며 설계부터 시공까지 2년 이상이 소요됐다. …(중략)
*환경과조경395호(2021년3월호)수록본 일부
Design and Build Carve, Playpoint
Design, Engineering, Supervision: Carve
Project Management, Fabrication, Installation: Playpoint
Design Team Elger Blitz, Lucas Beukers, Mark van der Eng,Jasper van der Schaaf, Hannah Schubert, Thomas TielGroenestege, Marleen Beek, Elke Krausmann, Henry Roberts,Gaia Glereani
Client Jewel Changi Airport Group
Location Canopy Park at Jewel Changi International Airport,Singapore, level 5
Size 18×16.7×7.5m
Design 2015~2019
Completion 2019
Photographs Playpoint
카브(Carve)는 1997년 엘허르 블릿(Elger Blitz)과 마르크 판데르엥(Mark van der Eng)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설립한 놀이터 설계사무소다. 산업 디자인부터 조경에 이르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다양한 그룹과 연령대의 이용자들을 위한 놀이 공간을 설계한다. 아이들의 행위를 지나치게 제한하거나 규정하는 놀이 시설보다는 일상 속 사물을 닮은 친숙한 형태의 시설이나 즐길 만한 풍경을 조성하며,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즐길 수 있는 도전적이면서 안전한 놀이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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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놀이터
Cloud Playground
구름 놀이터(Cloud Playground)는 이스탄불 바키르쾨이(Bakirkoy)지구의 마르마라 포룸(Marmara Forum)쇼핑 센터에 조성된 놀이터다. 쇼핑 센터는 기존의 옥상 정원과 푸드 코트를 새롭게 단장하면서 옥상에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놀이터를 설계해줄 것을 요구했다.
상업 건물 옥상의 놀이 공간에는 여러 제약이 따른다. 날씨가 따뜻하고 화창할 땐 적절한 그늘을 제공해야 하고, 아이들이 비를 피할 수 있는 보호막 또한 갖춰야 한다. 또한 혼잡한 시간대에는 좁은 공간에 많은 어린이가 한꺼번에 몰릴 수 있다. 따라서 크고 높으며 내부에서도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구조물을 설계했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의 형상을 본뜬 구조물을 디자인해 구름을 만지고 그 속에 있는 듯한 경험을 주고자 했다. 물방울이 모여 구름이 만들어진다는 점에 착안해 구조물 표면에는 물방울 패턴의 창을 여러 개 냈다. 창문에는 빛의 각도에 따라 다양한 색감을 연출하는 다이크로익dichroic 필름을 입혀 마법처럼 다채롭게 변화하는 경관을 연출했다. …(중략)
*환경과조경395호(2021년3월호)수록본 일부
Design and Build Carve, Playdium
Design, Engineering, Supervision: Carve
Fabrication, Installation: Playdium
Design Team Elger Blitz, Mark van de Eng, LucasBeukers, Annelies Bloemendaal, Gaia Glereani, DimitraTsagkalidou, Wilco Spruijt
Main Client Multi Corporation
Area 400m2
Location Istanbul, Turkey
Design 2019
Completion 2020
Photographs Asli Dayioglu
카브(Carve)는 1997년 엘허르 블릿(Elger Blitz)과 마르크 판데르엥(Mark van der Eng)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설립한 놀이터 설계사무소다. 산업 디자인부터 조경에 이르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다양한 그룹과 연령대의 이용자들을 위한 놀이 공간을 설계한다. 아이들의 행위를 지나치게 제한하거나 규정하는 놀이 시설보다는 일상 속 사물을 닮은 친숙한 형태의 시설이나 즐길 만한 풍경을 조성하며,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즐길 수 있는 도전적이면서 안전한 놀이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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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Big Bang
뉴번드(New Bund)는 상하이 푸동(Pudong)지역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국제 업무 센터다. 센터를 활성화하고자 옥상에 창의적 놀이 시설 빅뱅(Big Bang)을 설치했다. 다양한 엔터테인먼트와 방문객 사이의 상호 작용을 촉진하고, 어린이와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매력적인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상지인 2층 건물의 옥상은 언제나 일반 대중에게 열려 있는 공용 공간으로, 인근 도로와 실내 상업 시설에서 바로 오르내릴 수 있다. 이곳을 사회적 소통을 유도하는 야외 공공 플랫폼으로 조성하고자 했다. 일종의 ‘색을 입힌 경관’을 만들고 휴게 시설을 갖춘 그늘 구조물과 놀이, 공연, 학습 공간 등 다양한 연령층을 위한 활동의 장을 마련했다. …(중략)
*환경과조경395호(2021년3월호)수록본 일부
Design 100 Architects
Design Team Marcial Jesus, Javier Gonzalez, Lara Broglio,Monica Paez, Keith Gong, Evgenia Likhachova, MarieAnseaume
Production Hong Yang Advertising
Client Tishman Speyer Properties
Location Pingjiaqiao Road 36, Pudong, Shanghai, China
Area 410m2
Completion 2019. 9.
Photographs Amey Kandalgaonkar
100 아키텍츠(100 Architects)는 건물을 세워 올리는 전통적인 방식의 건축 스튜디오를 지향하지 않는다. 휴식과 레크리에이션, 오락을 위한 공공 영역, 공공 공간을 만드는 데 주목해 활동하고 있다. 상하이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장소 만들기, 거리 예술, 조경, 도시 개입에 관심 있는 15명의 젊은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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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뎅 공원
Bredäng Park
스웨덴 브레뎅(Bredang)교외 지역에 사는 여자아이로 구성된 포커스 그룹(focus group)과의 협업을 통해 춤, 놀이, 무료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공원 모델을 개발했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스웨덴의 어린이와 청소년 대다수가 매일 충분한 신체 활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이 문제는 10대 소녀들 사이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이를 염두에 두고 사회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신체 활동을 위한 좀 더 새롭고 폭넓은 기회를 제공하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브레뎅 공원은 주로 남자를 위한 조직적 스포츠 행사에 사용되는 축구 경기장이 대상지를 지배하고 있다는 현상에 대한 대응이라 할 수 있다. 포커스 그룹은 친구, 형제자매, 나아가 부모와 친척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모두를 위한 안전하고 활기찬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련의 워크숍을 통해 자발적인 신체 활동을 좀 더 광범위하게 자극할 수 있는 계획안을 도출했다. …(중략)
*환경과조경395호(2021년3월호)수록본 일부
Design Team Stina Hellqvist, Stina Naslund, Asa Drougge
Client Skarholmen City District Administration
Location Bredang, Stockholm, Sweden
Completion 2020
Photographs Robin Hayes
니보 란스캅사르키텍투르(Niva landskapsarkitektur)는 스웨덴 스톡홀름에 기반을 둔 조경사무소로 2000년에 설립됐다. 도시의 공공 공간에 관심이 많으며 공원, 광장, 거리, 도시계획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작업을 펼치고 있다. 도시 공간과 지역 사회의 문화를 바탕으로 시적이고 유희적인 요소를 사용해 장소 특정적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사람을 위한 지속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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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개봉작 상영기] 구 서울역사 폐쇄 램프 정원 프리퀄
때는 작년 5월 중순, 잠실한강공원 자연형 물놀이장 설계공모 준비가 한창이었다. 함께 작업하던 김영민 교수(서울시립대학교)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저기, 상의할 일이 있는데, 이게 좀 급한 일이긴 한데, 설계비도 얼마 안 될 텐데….” 운을 떼는 그의 눈빛을 보고 재미있지만 험난하고 고된 행군이 될 여정을 직감할 수 있었다. 내용인즉슨 바이런이 설계를 맡고 있는 구 서울역사 옥상 정원 바로 옆에 새로운 정원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서울정원박람회 초청 작가 정원과 연계해 공개할 사업이기도 했다.
대상지는 1989년 준공된 서울역 민자역사의 일부 시설로, 옥상 주차장과 지상을 연결하는 나선형 램프다. 오랫동안 방치되어 폐쇄됐지만 설계가의 가슴을 뛰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서울시는 서울로 7017과 서울역 옥상을 연결하는 보행교 설치를 추진하면서 연결 지점에 위치한 폐쇄 램프의 리뉴얼을 진행했다. 우리는 폐쇄 램프의 삭막하고 험상궂은 인상을 탈바꿈시켜 새로운 명소를 기획하고, 시공을 위한 설계 도서를 작성해야 했다. 오랫동안 서울시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하며 겪은 익숙한 프로세스가 되풀이되고 있었다. 건축가와 토목 전문가 위주로 진행된 프로젝트의 준공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 막상 대중에게 공개하려니 공간이 무미건조해 보여 조경가가 소방수로 투입되었고, 급한 불을 끄고 보기 좋게 치장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시공을 포함해 주어진 시간은 약 네 달이었다. 디자인 구상, 여러 단계의 의사 결정, 실시 설계, 공사 발주, 감리와 시공까지 고려하면 무척 촉박한 일정이었지만 담당 부서의 행정 지원과 빠른 결단으로 곧장 설계를 진행했다. 수개월 전부터 진행 중이던 건축 설계팀의 계획을 반영해 2.4m 간격 모듈 프레임을 기본으로 하는 아이디어를 도출해야 했다. 대상지의 수직 구조와 폐쇄 램프 중앙의 깊은 빈 공간, 서울로 7017에서의 경관적 시인성 등을 고려해 입체적 정원을 계획하는 방향을 잡았다. 현장 답사와 초기 아이디어 회의를 거친 후 바이런 사무실 중앙에 있는 탁구대에 김영민 교수가 일필휘지로 그린 스케치가 펼쳐졌다.
우리의 제안은 가칭 ‘신단수(神壇樹)프로젝트’로 명명한 수직 정원이었다. 바닥으로부터 상부 프레임 정상부까지 높이 24m에 이르는 대형 구조물을 만드는 것이었는데, 선행 계획에 제시된 2.4m 간격의 건축 프레임에 적용 가능한 60×60cm 박스를 켜켜이 쌓고 매달기로 했다. 짧은 일정을 고려해 공장에서 별도 제작이 가능한 수준의 모듈 프레임을 주 재료로 삼고, 현장에서 도면에 따라 조립할 수 있는 시공 방식도 제시했다. 프레임 구조를 활용해 최소한의 식물 생육 기반을 조성하여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나무처럼 보이는, 방치된 도시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신성한 나무를 만든다는 의도였다. …(중략)
*환경과조경395호(2021년 3월호)수록본 일부
이남진은 서울대학교 산림자원학과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를 졸업하고,동심원조경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현재 조경기술사사무소 바이런(VIRON)을 이끌고 있으며,좋은 설계는 좋은 회사에서 나온다는 생각으로 설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성장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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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을 잇는 사람들] 기회를 틈타는 도시 기획자
‘사람과 사람을 잇는 사람들’은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커뮤니티 빌딩’에 애쓰고 있는 이들을 만난다. 조경은 사람과 자연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역할도 한다. 많은 사람이 익명으로 생활하는 도시에서 공공 공간을 만드는 일은 어떠한 지향 속에서, 어떻게 사람들을 연결할지 묻는 작업이기도 하다. 어떤 연결은 도시를 변화시키는 힘으로 이어진다. 아니, 그렇게 믿는 사람들이 있다. 각자도생이 받아들여야 하는 흐름인지, 극복해야 할 대상인지 모호한 시대, 그들은 왜 연결을 낙관하고 애쓰는지 살펴보려 한다. 첫 번째 주자는 지진으로 많은 것이 무화된 백지 같은 도시에서 새로운 연결고리를 만들어나가는 갭필러(Gap Filler)다.
갭 필러는 예술, 건축, 연극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조합이다. 2010년 뉴질랜드에서 발생한 지진 이후,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라는 도시에서 무너진 장소성을 새롭게 회복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이어나가고 있다. 그들은 스스로를 “창의적 도시 재생을 주도하는 단체(creative urban regeneration initiative)”로 소개한다. 지난 2016년 최이규 교수(계명대학교, 당시 그룹한 소장)가 갭 필러의 코랄리 윈Coralie Winn과 재난 이후 도시의 재건에 초점을 맞추어 인터뷰를 진행했다(『환경과조경』 2016년 6월호). 이 지면에서는 갭 필러가 설립된 지 10년이 지나 도시가 많이 복원된 현재 시점에서 갭 필러의 지향과 활동에 있어서 달라진 점은 무엇인지에 집중했다. 갭 필러의 공동창립자인 라이언 레이놀즈(Ryan Reynolds)와 이메일로 대화를 나누었다.
갭 필러는 도시나 건축, 조경뿐 아니라 다양한 전문적 배경을 가진 이들이 모인 도시재생 단체다. 멤버들이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 이런 조합을 어떻게 이루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공동창립자 셋 중 나를 포함한 두 명은 연극을 전공했고, 다른 한 명은 건축과 도시계획을 기반으로 활동했었다. 우리는 연극 분야에서 사용하는 퍼포먼스 연구의 관점에서 도시를 다루는데, 이 관점에서는 인간의 모든 행위를 각자의 사회적 역할의 수행으로 본다. 즉, 어떤 사회적 맥락이 주어질 때 개인이 어떤 행위나 역할을 창조하는지 살펴보는 연구라고 볼 수 있다. 이를 물리적, 도시적 맥락으로 가져와 설계 언어에 따라, 일례로 보행로의 폭이나 경계석 단차에 따라, 개인의 행태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실험하는 데 사용해볼 수 있다. 이러한 개념들을 녹여 갭 필러는 새로운 접근법을 만들어냈다. 사람들의 다양한 행태를 끌어내는 배우 역할을 할 물리적 장치를 공간에 삽입해 공간의 분위기와 방문한 사람들의 태도를 바꿔나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했다. 프로젝트 매니저 중 한 명인 데미안(Damian)은 대규모 익스트림 스포츠 대회와 행사를 기획하는 회사에 근무했었다. 주로 기획을 담당했었지만, 스케이트 점프나 하이파이프를 위한 구조물 제작같이 아이디어가 공간으로 구현되는 과정에도 참여한 경험이 있었다.
독특한 배경 덕분인지 갭 필러가 도시 공간을 대하는 접근법은 전통적인 방식과 많이 다르다. 예를 들어, ‘팰릿 파빌리온(Pallet Pavilion)’ 프로젝트에는 요즘 도시계획에서 종종 사용되는 택티컬 어바니즘(tactical urbanism)접근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갭 필러가 도시재생을 이끄는 방법에 대해 알고 싶다.
엄밀히 말해 우리의 접근법은 택티컬 어바니즘이라고 할 수 없다. 택티컬 어바니즘의 통상적 의미는 실제 공간에 구상한 시설을 하루나 일주일같이 짧은 기간에 저예산으로 구현해서 해당 공간의 영구적 변화를 어떻게 이루어나갈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이런 접근법은 굉장히 직접적이고 직설적이다. 그리고 주로 도로나 주차장, 광장에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4차선 도로 중 하나를 자전거 도로로 표시한 후, 시민들이 일정 기간 어떻게 활용하는지 관찰해 자전거 도로 조성에 필요한 당위성을 만들기도 한다.
갭 필러의 접근 방식은 조금 더 포괄적이고 예술적이다.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범위를 특정 공간의 구성에 그치지 않고 정체성의 변화와 장소성 그 자체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그 결과 예상외로 크라이스트처치 시의 장소성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또한 우리는 크라이스트처치에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 도시의 정신ethos of the city은 무엇인지와 같은 질문을 던지지만, 어떤 공간에 특정 구조물을 설치해 해당 공간 개발에 대한 직설적 해답을 내지는 않는다. …(중략)
* 환경과조경 395호(2021년 3월호) 수록본 일부
조성빈은 유년 시절을 미국과 한국의 다양한 도시에서 보냈고, 공간과 도시에 매료되어 한국과 노르웨이에서 건축과 조경을 공부했다. 늘 경계에 있는 사람으로 살아와 깊이는 부족해도 본질에 관심이 많고, 관계에서든 공간에서든 진정성을 추구한다. 조경설계 서안을 거쳐 조경작업소 울에서 놀이터와 커뮤니티 디자인을 하고 있다.
김연금은 서울 옥수동에서 태어나 살고 있고, 2009년부터 옥수동 옆 약수동에서 조경작업소 울을 운영하고 있다. 『텍스트로 만나는 조경』, 『커뮤니티디자인을 하다』, 『소통으로 장소만들기』, 『우연한 풍경은 없다』 등 다양한 집필 작업을 해왔다. 2020년에는 서울시립대학교 명예교수인 이규목 교수를 비롯해 여덟 명의 조경가의 글을 엮어 『이어 쓰는 조경학개론』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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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스케이프] 19세기의 리틀 포레스트, 부바르와 페퀴셰
친구들과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다 보면 꼭 누군가 로또 이야기를 꺼낸다. 일확천금하면 그 많은 돈을 어디다 쓸 건가로 대화 주제가 바뀐다. 누군가의 계획은 굉장히 구체적이다. 당장 회사를 그만두고 공기 맑고 조용한 시골에서 평화롭게 작은 규모로 농사지으며 살겠단다. 드라마 ‘전원일기’를 보고 자란 세대는 커서 영화 ‘리틀 포레스트’나 ‘인생 후르츠’, TV 예능 ‘삼시세끼’처럼 소박하게 자급자족하는, 이른바 킨포크(kinfolk)라이프를 꿈꾼다. 안온한 시골 생활에 대한 꿈은 사실 고대부터 동서양의 수많은 시인이 노래해 왔다. 어찌나 많은지 아예 전원시라는 장르가 생겨났을 정도다. 하지만 그것은 도시인들의 판타지일 뿐, 실제 시골 생활은 많이 다르다(고 한다). 무엇보다 앞서 이야기한 사례에서는 벌레가 안 나온다.
이 전원생활의 꿈을 앞서 이룬 이들이 있으니, 19세기 프랑스의 소설가 플로베르(Gustave Flaubert)의 유작 『부바르와 페퀴셰(Bouvard et Pecuchet)』의 두 주인공이다.1 소설은 부바르와 페퀴셰가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어느 여름날 일요일 오후, 파리 시내 길거리 벤치에 두 사람이 우연히 합석한다. 가벼운 대화를 하다 보니 모자 안쪽에 이름을 적어두는 습관, 47세의 나이, 독신이라는 점, 필경사라는 직업도 같다. 퀴어 코드는 없지만 첫눈에 반한 두 사람의 마음은 어떤 연인보다도 절절하다. 그날부터 이들은 거의 매일 저녁 식사를 함께하고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여기저기 같이 다니며 지적 호기심을 채운다. 서로를 만나기 전까지는 남의 글을 옮겨 적는 필경사 생활에 만족했지만,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더 많은 지식을 갈망하게 된다.
앎에 대한 욕망뿐 아니라 시골 생활에 대한 욕구도 공유한다. 피곤한 도시도, 소란한 선술집 때문에 견디기 힘든 교외도 아닌, 평화로운 시골말이다. 이들은 시골을 동경하여 일요일이면 교외로 산책을 간다. 포도밭을 산책하고 풀밭 위에서 낮잠을 잔다. 우유는 신선하고 밭이랑에 난 개양귀비꽃도 어여쁘다. 이런 산책을 다녀온 뒤에는 도시 생활이 더욱 견디기 힘들어진다.
그런데 아침 드라마 같은 일이 일어난다. 부바르가 삼촌인 줄 알았던 분이 사실은 친부였고 그에게 상당한 유산을 남겼다. 유산을 상속받고 부바르가 페퀴셰에게 한 첫마디는 “우리 시골로 은퇴하자!”였다. 둘은 정착할 ‘진정한 시골’을 찾고 시골 생활에 필요할 것 같은 물건을 잔뜩 구입한다. 여행은 계획할 때 제일 좋듯 귀농 생활도 상상할 때가 가장 감미롭다. 시골로 이주해 사는 소설가 마루야마 겐지丸山 健二도 말하지 않았는가.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2 …(중략)
**각주 정리
1. 귀스타브 플로베르, 진인혜 역, 『부바르와 페퀴셰 1, 2』, 책세상, 2006.
2. 마루야마 겐지, 고재운 역,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바다출판사, 2014.
*환경과조경395호(2021년 3월호)수록본 일부
황주영은 서울대학교 협동과정 조경학전공에서 19세기 후반 도시 공원의 모더니티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파리 라빌레트 국립건축학교에서 박사후 연수를 마쳤다. 미술과 조경의 경계를 넘나들며 문화사적 관점에서 정원과 공원, 도시를 보는 일에 관심이 많으며, 이와 관련된 강의와 집필, 번역을 한다. 그러는 동안 수많은 책을 사거나 빌렸고, 그중 아주 일부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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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자연, 놀이의 공존
‘MMCA 예술놀이마당’ 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6월 27일까지
참여하는 미술관, 지붕 없는 미술관
서울대공원 안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이하 과천관)은 고즈넉한 자연에 둘러싸여 있다. 미술관 앞쪽으로는 대공원의 너른 녹지와 과천저수지가 펼쳐지고, 배경에는 청계산자락의 풍성한 녹음이 가득하다. 지난해 10월 14일 개최된 ‘MMCA 예술놀이마당’은 이 같은 과천관의 입지적 장점을 더욱 부각하는 프로젝트다. 미술관 앞마당과 건물 옥상에 예술, 자연, 놀이를 주제로 한 자연 속 예술 놀이 공간을 조성하고 연계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예술의 장소이자 공공의 장소인 미술관 앞마당을 생태적 공간으로서, 관조가 아닌 참여하고 경험할 수 있는 미술관으로 변모시킴으로써 ‘참여하는 미술관, 지붕 없는 미술관’을 실현하는 데 기여하고자 했다.
자연 속 예술 놀이 공간
‘MMCA 예술놀이마당’은 예술가의 밭, 예술마루, 솔내음길, 하늘지붕으로 구성된다. 예술가의 밭은 자연의 성장과 변화를 다루는 공간으로, 예술과 자연, 예술과 생태를 성찰하고자 농사, 재배라는 특성에 주목한다. 김도희는 자연이 스스로를 만들고 가꾸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매개체로 산고랑길을 택했다. 과천의 흙, 경상남도 하동의 적황토, 충청남도 보령의 황토, 경상북도 낙동강의 모래, 밭의 흙이 ‘예술가의 밭.산고랑길’의 재료다. 흙은 다채로운 자연의 색을 보여주고 환경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며 생명력과 대지의 힘을 느끼게 한다. 일렁이는 파도를 닮은 이랑의 구조는 자연의 특성인 순환과 연결을 드러내는 요소이기도 하다.
최재혁(오픈니스 스튜디오 대표)은 산고랑길을 따라 자연과 식물이 머무는 공간과 경작의 공간을 조성했다. 갈대를 따라 이어진 길을 거닐며 자연의 예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되새기고, 경작지에서는 도시에서 보기 어려운 작물의 재배와 수확의 과정을 관찰할 수 있다. 예술가의 밭 옆으로 이어지는 예술마루는 커다란 느티나무가 그늘을 드리우는 일종의 예술적 쉼터다. 이곳에서 식물을 관찰하며 수집한 자연 재료로 다양한 놀이 활동을 즐기고, 자연 속 다양한 조형 요소와 원리를 발견할 수 있다. 예술마루 한복판에 놓인 ‘세 개의 기둥’은 쉼터이자 놀이 공간으로 인식되는 장소 특정적 설치 작품이다. 김주현은 프랙털fractal, 카오스, 복잡성과 같은 현대 과학의 사유를 조각으로 가시화해온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위상 수학의 기본 개념인 도넛 모양의 토러스torus를 응용해 세 개의 기둥이 유기적으로 엉켜 있는 듯한 파빌리온을 만들었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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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알고리즘으로 만든 세계
‘팀랩: 라이프’ 전, DDP에서 4월 4일까지
“자연이 주는 축복과 위협도, 문명이 가져오는 혜택과 위기도, 모든 것은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어딘가에 절대적인 악의가 있는 것이 아니지만 그저 순응하기에는 지나치게 가혹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관계나 감정은 간단히 이해되거나 정의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상황에 놓여도 우리는 반드시 살아갈 것입니다. 생명은 아름답습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배움터에서 열리고 있는 ‘팀랩teamLab: 라이프’는 생명의 아름다움을 주제로 다채로운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다. 팀랩은 예술가, 프로그래머, 엔지니어, CG 애니메이터, 수학자, 건축가, 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예술 단체로, 예술과 과학 기술의 교차점을 모색하며 자연과 독특한 방식으로 관계 맺는 법을 제시한다.
높고 널찍한 전시장의 벽과 바닥, 천장 한가득 화려한 영상이 투사되고 있다. 사람들은 공간을 자유롭게 배회하며 몽환적인 분위기에 한껏 몰입하게 된다. 거대한 색색의 꽃에 둘러싸여 작은 곤충이 된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하고, 수많은 꽃잎으로 이루어진 코끼리를 보며 머나먼 행성 어딘가에 놓인 기분에 빠져들기도 한다. 꽃과 나비, 물, 대지 등의 자연 요소를 담은 영상들은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실시간으로 그려져 지금이 아니면 다시 보지 못할 찰나의 풍경을 선사한다. 초현실적인 형태로 재구성된 동식물들은 관객의 작은 움직임에도 크게 반응한다. 가까이 다가가거나 손을 가져다 대면 꽃잎이 후드득 떨어지고, 나비 떼가 홀연히 사라진다. 사자와 새를 만지면 울음소리를 내고, 거대한 폭포수 앞에 서면 물줄기가 사람을 바위로 인식해 비켜 흐른다. 작품은 환상적인 디지털 자연 세계를 오감으로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지만 작은 자극만으로도 스러질 수 있는 자연의 연약함 또한 보여준다. 계절의 변화를 따라 나뭇가지에서 다양한 꽃이 피고지는 ‘생명은 생명의 힘으로 살아 있다’는 공존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리저리 굽은 나뭇가지는 한자生날생을 공서空書(허공에 쓰는 붓글씨)로 표현한 것이다. 먹물을 머금은 붓의 궤적이 지닌 깊이와 속도, 힘의 강약 등을 새롭게 해석해 공간 속에 입체적으로 재구축하고, 이를 다시 평면에 전시해 결과적으로 평면과 입체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는 형태를 띠게 했다. 이 같은 양면성은 나라는 존재와 그 바깥의 환경이 서로 다른 둘이 아니라 처음부터 하나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전시는 강력한 시각적 경험과 함께 자연과 생명에 대한 깊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어디서도 볼 수 없던 광경이 진한 여운을 남기지만 깊은 몰입의 경험 뒤 왠지 모를 허전함이 남기도 한다. 마냥 아름답고 무해하게 가공된 자연이 주는 비현실적인 느낌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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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웃거리는 편집자] 우리들
출퇴근길 지하철 계단 오르기가 유일한 운동인 내게도 한창 뛰놀던 시절이 있었다. 친구들과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시도 때도 없이 동네를 쏘다니던 무적의 ‘초딩’ 시절. 토요일이면 4교시가 끝나기 무섭게 근처 시장으로 뛰어가 ‘방방’을 탔고, 학원 수업 전후 친구들과 모여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경찰과 도둑, 얼음땡 같은 추격전을 벌였다. 주차장, 복도와 계단, 놀이터… 놀이는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그때의 나는 어디서든 신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다만 학교 운동장만큼은 내게 그다지 유쾌한 장소가 아니었다. 종종 굴욕감을 마주해야 했기 때문이다. 단지 키가 크다는 이유로 등 떠밀려 이어달리기 주자가 됐다가 역전을 당한 쓰라린(?) 기억이 있고, 무엇보다 나는 공 앞에서 몸이 자동으로 굳는 아이였다. 문제는 당시 초딩들 사이에서 피구가 엄청나게 유행해서 반 애들은 체육 시간만 되면 피구를 하겠다고 선생님을 졸라댔다는 점이다. 공에 맞는 것은 물론 누군가를 공으로 맞추기는 더 싫었지만, 단체 생활이 중요했던 그땐 조용히 흰 라인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영화 ‘우리들’(2016)을 보자마자 내 안의 스위치 같은 게 켜진 건 당연한 반응이었다. 운동장을 배경으로 아이들의 소리가 울려 퍼진다.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그곳에서 초등학교 4학년 선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경직된 채로 서 있다. 피구 경기가 열리는 체육 시간, 두 사람이 가위바위보를 해서 한 명씩 팀원을 고르는 편 가르기에서 선은 마지막에 남는 한 명이다. 공을 능숙하게 다루는 데도 날렵하게 몸을 피하는 데도 재주가 없어서 경기가 시작되기 무섭게 가장 먼저 공을 맞고 아웃된다. 운이 좋아 공에 맞지 않아도 “금 밟았다”는 지적을 받아 라인 밖으로 쫓겨난다. 선은 바쁜 엄마를 대신해 동생을 야무지게 돌보는 싹싹한 딸이지만 반에서는 늘 변두리를 맴돈다. 반면 공부도 잘하고 인기도 많은 보라는 반에서 선을 적당히 배제하며 자신의 영역을 공고히 다진다. 영화는 선이 소외되는 이유를 분명히 짚어내진 않는다. 부모의 경제력으로 아이들 간 계급이 나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하지만, 사실 따돌림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 여름방학 첫날, 선은 같은 반으로 전학 온 지아를 우연히 만나 각별한 사이가 된다. 하지만 보라가 학원에서 지아를 만나면서 관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지아와 다시 친해지기 위해 선은 갖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틀어진 관계를 바로잡는 일이 으레 그렇듯) 어정쩡한 제스처는 더 큰 갈등과 오해를 불러온다.
부모라는 호칭이 더 어울리는 나이가 된 마당에 나는 선과 지아에 거의 일체화되다시피 해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내게도 새 학기를 앞두고 친한 친구와 다른 반이 될까 마음 졸였던 기억, 좋아하는 친구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어 노력했던 순간들이 분명히 있었다. 극 중 아이들은 일상을 뒤흔드는 위기에도 쉽게 울음을 터뜨리거나 선생이나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그 모습이 안쓰럽고 대견하면서도 무섭도록 사실적이다. 어른들에겐 어른들의 문제가 있고 아이들에겐 아이들의 문제가 있듯, 두 세계는 전혀 다른 문법이 적용되는 생태계임을 아이들은 이미 잘 알고 있다. ‘우리들’이 ‘Us우리들’이 아닌 ‘The World of Us우리들의 세계’로 번역된 점은 자연스러운 해석이다. 윤가은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왜 어린이만 주인공으로 하느냐”는 질문에 “왜 어른만 주인공으로 찍어야 하느냐”고 반문하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아이들도 삶의 주체인데요. 오히려 아이들이 주인공인 영화는 흔하지 않아서 귀하죠. 전 어제 일보다 20년 전 일이 더 생생히 생각납니다. 어쩌면 현재의 일은 어린 시절 겪은 일들의 반복과 변주에 불과할지 몰라요.”1
영화의 마지막 장면, 카메라 앵글은 다시 운동장의 아이들을 비춘다. 극적인 화해는 없다. 다만 한 아이가 낼 수 있는 최선의 용기를 보여줄 뿐이다. 학교 혹은 동네 어딘가에 있던 열한 살의 나, 그리고 지금 그곳에 있을 열한 살들을 생각하니 아득해졌다. 그때의 나만 알 수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있다. 어른이 된 나는 오늘을 보내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영영 알 수 없을 것이다.
각주 1.백승찬, “윤가은 감독의 첫 장편영화 ‘우리들’…위선 따위 없어 더 사실적인 아이들의 정글”, 「경향신문」 2016년 6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