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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DA] 이사
    단독 주택에 산 지 만 5년이 되어간다. 주변엔 논과 도라지 밭, 조경수 농장, 미군부대가 자리하고 있던 공터와 나지막한 산, 그리고 고만고만한 주택 몇십 채만이 자리하고 있다. 매달 관리비 고지서를 보내주는 관리사무소도 없고, 놀이터도 어린이집도 없다. 슈퍼, 세탁소, 부동산, 학원 등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상가 건물도 없다. 걸어 다닐 수 있는 반경 내에 무엇인가를 살 수 있는 곳이래야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반갑게 맞아주시는 구멍가게뿐이다. 앵글로 만들어진 진열대 안쪽에 있던 물건을 꺼낼라치면, 수건으로 먼지를 털어주신다. 물건을 들여 놓기 무섭게 팔려나가는 마트와는 달라도 한참 다른 곳이다. 그렇다고 그 먼지의 두께가 덕지덕지 들러붙은 정도는 아니다. 가볍게 후후 불면 날아갈 정도이니, 아주 시골은 아니란 이야기다. 아, 그러고 보니 몇 달 전에는 치킨 집이 하나 오픈했다. 장사가 될까 싶었는데, 여전히 늦은 귀가 시간에도 불을 밝히고 있다. 왠지 모르게 다행이다 싶다. 주말 아침이면 동네 이장님의 방송 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주로 경로당에서 무슨 모임이 있으니 참석하라는 멘트다. 아파트 거실 벽에 달린 스피커를 통해 관리사무소의 안내 방송만 듣다가, 단독 주택으로 이사한 후 처음으로 허공을 가르며 들려오는 “아~ 아~ ○○○ 4리에서 알려드립니다”란 메아리를 들었을 때의 생경함은 지금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역시 ‘읍’은 뭔가 달라!”라고 중얼거렸던 것도 같다. 그렇다. 행정구역상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읍’이다. 하지만 아주 시골은 아니다. 버스를 타고 두 정거장만 가면, 아내와 내가 농담 삼아 ‘읍내’라고 부르는 곳에 제법 규모 있는 마트를 비롯해서 웬만한 것들은 모두 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도 있으니, 구체적으로 그곳에 있는 것들을 묘사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걸어서 가기에는 약간 망설여지는 거리다. 한 15분 정도 걸리려나? 그보다 조금 더 걸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자가용으로는 채 5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지만, 그 풍경은 사뭇 다르다. 5분을 경계로, 내가 살고 있는 곳에는 없는 것투성이다. 하지만, 이곳에만 있는 것들도 있다. 겨울이면 20분 가까이 눈을 치워야 하는 마당과 집 앞 도로(이걸 도로라고 표현해야 할지 한참을 망설였다. 교행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차 한 대만 지나다닐 수 있는 시멘트 포장길이다)가 있고, 여름부터 늦가을까지 허리를 굽히게 만드는 잔디밭(사실 잔디‘밭’이라고 하기에는 옹색한 면적이다)도 있다. 이 잔디란 녀석은 제 때 깎아주지 않아 늘 아내의 핀잔을달고 살게 만드는 원흉이다. 정원 책을 만들며 부르짖던(?) ‘정원 일의 즐거움’을 직접 만끽할 때가 되었다며, 아내는 내 손에 기어이 제초가위를 들려 등을 떼민다. 물론 나의 극렬한 저항이 성공할 때가 많아, 그 횟수는 일 년에 채 몇 번 되지 않는다. “정글을 가꾸는 게 취미인가 봐요” 지나가는 말로 그녀가 툭 내뱉으면, 나는 “굉장히 생태적이지 않아요”라고 딴청을 핀다. 그래도 여름과 늦가을 사이, 두세 번 혹은 서너 번 잔디와 사투를 벌이고 나면 기분은 썩 괜찮다. 다음에 다시 단독 주택에 살게 되면 잔디밭이 아니라 클로버 밭을 꼭 만들겠다고 농담 아닌 진담처럼 말하곤 하지만 말이다. 참, 잔디밭은 내가 의도한 것이 아니다. 집과 세트로 딸려 있던 녀석이다. 제대로 정원을 가꾸게 되면 반드시 배제시키리라 다짐했던 3종 세트(잔디밭, 철쭉, 회양목) 중에 무려 두 가지가, 이사 왔을 당시에 (정원이 아닌) 마당의 기본 옵션으로 제공되었다. 엄살을 피웠지만, 단독 주택에서의 삶은 대체로 만족스럽다. 층간 소음에서 해방된 점도 그렇고, 2층 집이어서 구조가 입체적인 것도 마음에 든다. 여전히 불편한 점은 존재하지만…. 원래는 회사의 사무실 이전 소식을 다루려고 했는데, 딴소리만 잔뜩 늘어놓았다. 방배동으로 이사와 며칠을 다녀보니, 문득 단독 주택에서 아파트로 이사 온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집에서도 치우던 눈을 파주 사옥에서도 치워야 했고, 잔디밭은 없었지만 해마다 가을이 되면 적지 않은 양의 낙엽을 치워야 했다. 게다가 낙엽이란 녀석은 해마다 그 양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파주 사옥이 막 지어졌을 때, ‘이게 언제 자라서 벽면을 가득 채울까’하며 안쓰럽게 쳐다봤던 담쟁이덩굴은 이제 두려울 정도로 낙엽을 생산해내는 낙엽자판기가 되었다. 한 마디로 파주 사옥은 직장 판 단독 주택인 셈이었다. 창문만 열면 8차선 대로가 펼쳐지는 ‘따뜻한’ 방배동 사무실에서, 파주 시대를 개인적으로 정리해보다가 ‘지금 살고 있는 단독 주택에서 아파트로 이사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파트에서 아파트로 이사하는 것과는 그만큼 차원이 다른 이사일 테니까. 마지막으로 사과 말씀을 드려야겠다. 단순하지만 시선을 끄는 절제된 구도와 여백이 적절히 어우러진 담백함이 제 맛이었던 ‘유청오의 이 한 컷’이 이번 호에는 전혀 다른 성격과 소재의 사진으로 채워지게 되었으니 말이다. 2006년 2월부터 시작된 짧지 않았던 ‘파주 시대’를 마감하는 소회로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길 부탁드린다. 독자 여러분께는 송구스러울 뿐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사진 촬영에 공들인 유청오 작가에 대한 고마움은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그와의 촬영은 유쾌했다. 앵글 속에 포함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근육 경련을 일으키는 초보 모델들의 긴장감을 무장 해제시키는 그의 능수능란한 조크는 그 자체만으로도 추억할만한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새빨간 넥타이를 매고 왔건만 지나치게 우측으로 몸을 튼탓에 전혀 빨간색이 보이지 않았음에도 그 사실을 일러주지 않은 점은 무척 서운하지만 말이다. 참, 김정은 편집팀장도 붉디붉은 치마를 차려 입고 왔는데, 외투에 가려 사진에서는 전혀 레드 컬러가 드러나지 않는다. 나는 왜 시뻘건 넥타이를, 김정은 팀장은 왜 곱디고운 붉은 치마를 입고 왔던 걸까?
  • [편집자의 서재]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묵은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매년 이맘때쯤이면 기대보다는 후회가, 기쁨보다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특히 이제는 20대 중반이라고 우길 수 없는 명백한 20대 후반이 되는 나는 할 수만 있다면 2015년 1월이 다가오는 것을 온 몸으로 막고 싶은 심정이었다. 한창 일거리에 파묻혀 있던 1월호 마감 기간의 주말 저녁, 친한 친구들과 모여 송년회를 가졌다. 우리는 대학교 교내 방송부 활동을 같이 하며 친해졌는데 동기들 중에 유난히 감수성이 풍부한 친구가 많아 자칭 ‘낭만 20기’라 부르곤 했다. 이날도 우리의 공식 건배사인 ‘낭만을 위하여’를 외치고 공식 주제가 ‘낭만에 대하여’를 틀었는데, 이날은 장난같이 외치곤 하던 우리의 건배사가 특별한 느낌이었다. 친구 한 명이 “야, 우리도 나이 드는 것 같어”라고 했다. 남자 이야기, 연애 이야기로 대화의 반을 채웠던 20대 초반과는 달리 이제는 회사 생활이 우리의 주 관심사가 되었고, 온갖 술게임을 섭렵하며 떠들썩하게 밤을 새웠던 옛날처럼은 못하겠다며 우리는 맥주 몇 잔에 순순히 잠자리를 찾아 방구석을 파고들었다. 지금도 좋아하는 작가지만 프랑수아즈 사강은 20대 초반에 열광적으로 좋아하던 작가 중 한 명이었다. 줄곧 모범생(?)으로 말썽 없이 자라온 나는 이 시기에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이나 한강의 『채식주의자』 같은 유난히 과격한 소설을 좋아했다. 대학에 갓 입학했던 시절, 나는 사실 잔뜩 주눅들어 있었다. 시골에서 나름 ‘글 좀 쓴다’고 생각하며 국문과에 입학했는데 우리 과에는 주옥같은 문장을 쓰는 글쟁이들이 수두룩했다. 특이한 이력을 가진 개성 강한 친구도 많았다. 이 시절 나는 ‘평범함’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에 과격하고 강렬한 내용의 소설을 좋아했던 것 같다. 특히 사강을 좋아했던 이유는 그녀가 묘사하는 주인공의 냉소적이면서도 변덕스러운 성격이나 아슬아슬하고 불안정한 청춘에 대한 예찬을 동경했기 때문이다. 또 사강의 실제 삶이 소설처럼 극적이었기에 인생과 사랑에 대한 그녀의 과장된 묘사는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시몽이 폴에게 고독 형을 선고하는 부분과 폴이 시몽에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을 받고 자신의 삶에 대해 환기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당신, 저는 당신을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발합니다. 이 죽음의 이름으로, 사랑을 스쳐 지나가게 한 죄, 행복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한 죄, 핑계와 편법과 체념으로 살아온 죄로 당신을 고발합니다. 당신에게는 사형을 선고해야 마땅하지만, 고독 형을 선고 합니다.” 다소 연극조의, 손발이 구운 오징어마냥 오그라들게 하는 시몽의 이 대사를 다이어리 한 귀퉁이에 적어 놓기도 했다. ‘행복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한 죄’에 대해 ‘고독 형’을 내리는 “무시무시한 선고”는 폴뿐만 아니라 독자에게 내리는 선고 같아 지금도 가슴이 뜨끔하다. 폴이 시몽의 질문에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부분도 마찬가지다. 로제를 사랑한다고 믿고 있지만 점점 자아를 잃어버리는 폴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고 묻는 시몽의 편지에 문득 자신의 삶에 눈을 뜬다. 하지만 프랑스 문단에서 ‘매력적인 작은 괴물’로 불릴 만큼 변덕스러운 악동이었던 사강은 폴에게 또다시 영원한 고독형을 선고한다. 작가는 결국 폴이 “시몽, 이제 난 늙었어. 늙은 것 같아”라고 고백하며 이전 삶에 굴복하게 만든다. 작가는 폴을 비롯해 그의 소설에서 매번 등장하는 성숙하고 진지한 여성 캐릭터에 대해 유독 매정하고 차가운 태도를 취한다. 그녀의 처녀작 『슬픔이여 안녕』에서 주인공 세실의 의붓어머니 안느는 총명하고 세련된 취향을 가진 성숙한 여자로 묘사되지만 동시에 세실에게 어떤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이다. 알코올, 코카인, 도박 중독자이자 스피드광이었던 사강은 평생을 청춘과 젊음의 아이콘으로 살았다. 그녀는 나이 드는 것이 두려웠던 것은 아닐까? 그녀의 젊음이 소진되고 재기발랄함을 잃어버리는 것에 대해. 대학교 1학년, 교양 국어 시간에 담당 교수님은 우리에게 이태준의 수필 ‘조숙早熟’을 필사하고 요약하는 숙제를 내주셨다. 한창 파릇파릇한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에 하필 이태준의 ‘조숙’을 과제로 낸 교수님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오래 살고 싶다. 좋은 글을 써보려면 공부도 공부려니와 오래 살아야 될 것 같다. 적어도 천명天命을 안다는 50에서부터 60, 70, 100에 이르기까지 그 총명, 그 고담古談의 노경老境 속에서 오래 살아보고 싶다. 그래서 인생의 깊은 가을을 지나 농익은 능금처럼 인생으로 한번 흠뻑 익어보고 싶은 것이다.” 젊음과 재기발랄함이 재능의 전부인 줄 알았던 21살의 나에게 적잖은 위로가 되었던 구절이다. 이제 나와 친구들은 억지로 취하지 않아도 즐겁기 시작했고 소소한 일상 이야기로도 울고 웃게 되었다. 인생으로 흠뻑 익어갈 나를 기대하며 두렵고 또 설레는 마음으로 2015년을 맞이한다. (P.S. 아직 어린 녀석이 청승 떤다고 분노하신 편집장님께 심심한 사과를 표합니다.)
  • 식물 재료의 특별함 정욱주 교수의 ‘식재 설계 고민’
    제일모직 건설사업부 조경디자인그룹(구 삼성에버랜드)은 2014년 한 해 동안 ‘조경 식재의 새로운 담론’이라는 주제로 렉처시리즈를 진행했다. 2014년 12월 17일, 그 마지막 주자로 정욱주 교수(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가 나서 ‘식재 설계 고민’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조경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식재 설계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을 것이다. 조경 설계는 식재와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음에도 실제로 식재 설계를 전문적으로 ‘잘’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식재와 관련된 교재도 기능적 측면에 치중되어 있고, 실제 쓰임에 대한 고민은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정욱주 교수는 조경 설계가로서 식물 재료 사용에 대한 갈증을 느꼈고, 수 년 전부터 정영선 대표(조경설계서안)를 따라다니며 직접 호미를 들고 식재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다. 식물 재료만의 특별함, 느슨함과 감성 강연은 정욱주 교수가 고민했던 식물 재료에 대한 네가지 질문으로 구성되었다. 첫 번째 고민, “공간 구성에 있어 식재의 역할과 가치는 무엇인가” 이 고민은 ‘느슨함’과 ‘감성’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대별된다. 정 교수는 “식재는 공간의 구축과 보완이 가능하다”며 식재가 갖고 있는 ‘느슨함’을 강조했다. “식재는 공간을 구분하는 동시에 열려 있고, 어느 방향으로도 갈 수 있지만 느슨하게 방향을 제시한다.” 건축 재료도 공간을 만들어 내지만, 식물 재료가 갖는 ‘느슨함’은 다른 재료와 분명히 구분되는 특성이라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또한 그는 “식재의 특성에서 오는 작은 ‘감성’은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식물 재료만의 장점”이라며, “식물 재료가 주는 감성은 스케일에 따라서 다른데, 사람들은 큰 스케일은 쉽게 인지하는 반면 작은 스케일의 감성까진 잘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도 고민해야 할 숙제다.
    • 함연경 / 2015년01월 / 321
  • 민관협력에 의한 녹색복지향상과 국가도시공원 국회심포지엄
    국가 도시 공원 입법화를 촉구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2014년 12월 17일 국회 제9간담회의실에서는 한국조경학회(회장 김한배), 정의화 국회의장, 문병호 국회의원, 오병윤 국회의원 주최 국가도시공원 전국 민관네트워크, 전국시·도공원녹지협의회, 100만평문화공원조성범시민협의회 주관으로 ‘민관협력에 의한 녹색복지향상과 국가도시공원 국회심포지엄’이 개최되었다. 이번 심포지엄에는 여러 지자체의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많이 참석해 국가 도시 공원에 대한 지역의 관심을 보여주었다. 지방사무로 위임되어 있는 도시 공원 조성에 국비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2011년 최초발의에 이어 2013년 8월 정의화 의원이 재발의하였으나 현재 국회 상임위에서 계류 중이다. 이번 심포지엄의 핵심 쟁점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국가 도시 공원의 정체성을 모색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 도시 공원을 실제 조성하기 위한 재정 조달에 관한 것이다. 새로운 모델, 국가 도시 공원의 정체성 우리나라에서 국가의 책임으로 공원을 조성하고 관리하는 경우는 ‘자연공원법’에 따라 지정되는 ‘국립공원’에 한정되어 있으며, 도시에 들어서는 공원은 각 지자체가 조성하고 관리하도록 되어 있다. 예외적으로 지난 2007년 ‘용산공원조성특별법’이 제정되면서 국가가 도시 공원을 조성하는 유일한 사례가 되었다. ‘국립 용산공원의 정책적 의미’를 주제로 발제를 한 안상욱 단장(LH 파주사업본부 건설사업단)은 용산공원이 “특수해이기는 하지만 도시 지역에서도 자연공원처럼 국가사무로 도시 공원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캐나다 루즈Rouge 국가도시공원 조성과 민관기관 역할’을 주제로 발제한 장병관 교수(대구대학교 조경학과)는 “캐나다의 경우 공원을 경관생태학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있다며, “다양한 경관 및 서식 환경을 연결하는 코리도 개념을 바탕으로 공원 규모를 설정했다. 우리의 경우도 기존 공원의 통합과 연결로 도시 공원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시사점을 정리했다. 최근 녹색길이나 탐방길 등 녹지와 공원이 통합되고 대형화되는 경향에 주목하면서 국가 차원에서 도시 공원 시스템에 대한 접근이 필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김승환 상임대표(국가도시공원 전국 민관네트워크)는 “국회에서 벌써 네 번째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것이다. 처음 국가 도시 공원을 이야기했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대형 공원large park보다는 (생활권) 주변의 조그마한 공원이 중요하다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형 공원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라며 그간의 인식 변화를 짚기도 했다. 안상욱 단장은 국가 도시 공원의 도입 배경, 필요성, 효과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지만 국가 도시 공원이 여타 도시 공원과 어떻게 차별화되는지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일갈했다. 이에 양건석 사무처장(100만평문화공원조성범시민협의회)은 “국립공원의 주인이 자연과 경관이라면, 국가 도시 공원은 시민이 주인인 공원”이라며, 녹색복지의 개념으로 국가 도시 공원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개념을 정리하기도 했다. 장병관 교수는 캐나다의 경우 공원 정책이 환경부 소관으로 12개의 정부 기관 그리고 자치시와 관련 기관으로부터 토지와 자금을 제공받아 민관파트너십 공원을 이루어가고 있는 반면, 우리의 경우 공원의 소관이 여러 곳으로 분산되어 있다고 제도의 개선이 필요함을 설명했다. 재정 조달의 문제 ‘용산공원조성특별법’이 만들어지면서, 도시 안 공원의 정체성 논의가 촉발되었다. ‘왜 국가가 수조 원에 달하는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지’에 관한 당위성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김승환 상임대표는 “국가 도시 공원 논의는 시민참여나 거버넌스 등 새로운 도시공원의 모델을 만들고자 하는 근본적인 노력이지만, 결과적으로 예산이 필요하다”고 예산 확보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진승범 대표(이우환경디자인)는 국가 도시 공원신설의 비용추계 결과 1개소 조성비용이 토지매입비를 포함하여 3천억 원으로 산정되므로 15개소에 대한 총예산은 4조5천억 원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입법부에서 법과 제도를 만들더라도 실제 집행하기 위해서는 기획재정부의 승인을 받아 예산이 편성되어야 한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강은미 공동대표(광주중앙공원 시민네트워크)는 광역시의 도시 공원 조성 비율이 낮은 반면 토지 보상비는 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며 “2020년 장기미집행공원 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공원) 조성비는 최소화하고 당장 토지 매입을 하는 것이 더 시급한 상황”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흥렬 사무처장(인천의제21실천협의회)은 “일몰제가 시행되면 실제 토지 소유가 어떻게 변화하고, 공원 및 녹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면밀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막연한 두려움만 확산되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재경 대표이사(자연환경국민신탁)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 자립도가 낮은 상황에서는 국가가 도시의 경계를 초월하는 도시 공원을 국가 관리 영역으로 설정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더불어 “재정 분권의 관점에서 본다면 도시의 인구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국가 재정법을 재정립할 것을 당당하게 요구하며 중앙정부와 협상해야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현재 계류 중인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국가 도시 공원이 설치되는 광역지자체에 대하여 그 관리 시설의 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게하는 경로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한계를 지적하며 중앙 정부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행정적 경로라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법안의 보완을 제안했다. 안상욱 단장은 용산의 경우 공원 주변에 ‘복합시설조성지구’를 조성함으로써 재정적인 타개책을 마련하였는데, 다양한 도시계획적 수단으로 국가의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국가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틀에서 벗어나 지자체, 시민사회, 기업의 거버넌스 틀을 고민할 것을 요청했다. 국가 도시 공원은 재정적으로나 공원 시스템 측면에서나 결국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일이다. 법제도가 만들어 진다해도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실제 구현되기 어려운 일인 셈이다. 무엇보다국가 도시 공원의 정체성과 당위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선행되어야 지속적인 추진력이 담보될 것이다.
    • 김정은 / 2015년01월 / 321
  • 최초의 조경 법, 조경진흥법 제정안 국회 통과 2016년 1월부터 시행 예정
    지난 해 12월 9일 조경 분야의 진흥 및 활성화를 위한 지원 내용을 담은 ‘조경진흥법’ 제정안(이노근 의원 대표 발의)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조경’이란 두 글자가 포함된 국내 최초의 법이다.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조경진흥법 제정안의 주요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조경 진흥 및 기반 조성’과 관련된 것으로, 앞으로 국토교통부 장관은 기본적이고 종합적인 조경 분야의 진흥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하고, 기본계획에 따라 연차별 시행계획을 수립 및 시행하게 된다. 조경 분야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훈련 및 전문 인력 양성 기관의 지정 및 지원도 포함되었다. 두 번째는 ‘조경 분야 활성화 도모’로, 조경 사업자의 토지, 건물 및 조경산업체의 기반시설 등을 진흥시설 및 진흥단지로 지정하여 조성할 수 있고, 조경 분야의 연구 개발 및 발전을 위한 조경지원센터 지정도 가능해졌다. 진흥시설 및 진흥단지로 지정되면 자금 및 설비 제공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조경지원센터는 국토교통부로부터 사업 수행에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 받을 수 있다. 또한 정부는 조경진흥법에 의거해 조경 분야의 해외 진출과 국제 교류를 지원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에 근거해 조경 박람회 및 조경 전시회 등을 개최하거나 지원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세 번째는 ‘조경 공사 품질 관리’와 관련된 조항으로, 발주청에서는 조경 공사의 품질 저하 방지를 위해 설계 의도 구현, 공사의 시행 시기, 준공 후 관리 등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야 하고, 조경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우수 조경물 지정 및 지원도 가능해진다. 우수 조경물 지정은 지방 조례로도 지정할 수 있으며, 지정된 우수 조경물의 개보수시 비용 일부 또는 전부의 지원도 가능하다. 아울러 조경기술용역업의 경우, 적정한 조경 사업 대가를 지급받을 수 있는 대가 산정 기준을 국토부에서 고시하게 된다. 이중 조경진흥기본계획에도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조경기술용역업의 적정 대가에 대한 기준 고시’와 ‘조경지원센터 지정 및 지원’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특히 조경지원센터는 ①조경 발전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조, ②조경 관련 업체의 발전을 위한 상담 등 지원, ③조경 관련 정책 연구 및 정책 수립 지원, ④조경 전문 인력의 교육, ⑤조경 분야의 육성·발전 및 지원시설 등 기반 조성, ⑥조경사업자의 창업·성장 등의 지원, ⑦조경 분야의 동향 분석, 통계 작성, 정보 유통, 서비스 제공, ⑧조경 기술의 개발·융합·활용·교육, ⑨조경 관련 국제 교류·협력 및 해외시장 진출의 지원, ⑩그 밖에 지원센터의 설립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업 등을 추진하게 되어 분야 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건축 분야는 국가건축정책위원회와 건축도시연구소라는 국책 연구기관이 이론적 연구뿐만 아니라 건축관련 제도와 정책을 연구하여 건축 영역의 확장 및 발전을 지원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이 제정되어 국가공공건축지원센터가 하부 연구기관으로 설립되었다. 또 성격은 다르지만,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 의거해 설립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경우는 진흥원의 정관 및 임원의 임기, 주요 직무까지 진흥법에 명기되어 있고, 출판 수요 창출 및 유통 선진화 사업, 우수 출판 콘텐츠 제작 활성화 사업, 전자출판 및 신 성장 동력 육성 사업, 출판문화산업 인프라구축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출판산업종합지원센터 운영을 비롯하여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되는 다양한 출판 진흥 사업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관련법에 근거해 설립된 진흥원이나 연구기관이 실질적으로분야 발전에 도움이 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선례다. 지난해 12월 15일 개최된 ‘조경진흥법 제정 축하연’에서 김한배 회장(한국조경학회, 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도 ‘조경지원센터’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김한배 회장은 “조경의 역사는 ‘조경진흥법’ 제정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제도적인 기반을 바탕으로 제2의 도약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고 전망한 후, ‘조경진흥법’을 기반으로 한 연구기관 설립이 가능해진 점을 무엇보다 고무적인 점으로 평가했다. 그동안 조경 분야는 국가적 지원을 받는 별도의 연구자가 없어 어려운 여건 속에서 교수와 전문가들이 자원하여 정책 연구를 진행해왔지만, “조경진흥법을 기반으로 설립될 연구소를 통해서 학술과 산업, 시민사회와의 관계 등 전 분야에서 정책 연구를 진행하여 이전 시대의 한계를 뛰어 넘는 한 단계 도약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조경진흥법 제정 이후의 후속사업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한편, 5년마다 국토부 장관이 수립·시행해야 하는 조경진흥기본계획에는 ①조경 분야의 현황과 여건 분석, ②조경 분야의 진흥을 위한 기본방향, ③조경 분야의 부문별 진흥시책, ④조경 분야의 기반 조성, ⑤조경 분야의 활성화, ⑥조경 관련 기술의 발전·연구개발·보급, ⑦조경기술자 등 조경 분야와 관련된 전문 인력 양성, ⑧조경진흥시설 및 단지의 지정·조성, ⑨조경 분야의 진흥을 위한 재원 조달 및 확보, ⑩조경의 국제협력 및 해외시장 진출 지원, ⑪그 밖에 조경의 진흥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 등이 담겨 있다. 애초 ‘조경산업진흥법’으로 추진되었지만 대한건설협회의 강력한 반발로 인해 ‘산업’이 빠져 ‘조경진흥법’으로 축소 제정된 점에 대한 아쉬움도 표출되고 있지만, 국내에 근대적인 의미의 조경이 도입된 지 41년 만에 처음으로 제정된 조경법이란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조경 관련법으로 기록될 ‘조경진흥법’은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하위 법령 마련 등의 절차를 거쳐 2016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조경진흥법이 실효성 있는 법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이전보다 더 큰 관심이 필요하다는 호소에 귀 기울여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 편집부 / 2015년01월 / 321
  • ‘정원 대중화’ 심포지엄 한국조경학회와 한국원예학회 공동 주최
    2014년 12월 11일, 서울시립대학교 자연과학관에서 ‘정원 대중화’ 심포지엄이 한국조경학회(회장 김한배)와 한국원예학회(회장 김기선) 공동 주최로 개최되었다. 이날심포지엄에서는 가드너, 조경 그리고 원예의 세 영역으로 나누어 각 분야의 전문가 세 명이 주제 발표를 진행했다. 가드너 영역의 김봉찬 대표(더가든)가 ‘정원 조성과 관리, 그리고 대중성 가치’를, 조경 영역에서는 최정민 교수(순천대학교 조경학과)가 ‘정원 대중화를 위한 조경의 역할’을, 그리고 원예 영역에서는 황환주 교수(신구대학교 원예학과)가 ‘정원 대중화를 위한 원예의 역할’을 주제로 정원의 대중화를 위해 각 분야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발표했다. 김봉찬 대표는 여러 정원 사례를 소개하며 정원 조성 및 관리법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먼저 정원 식물의 종수와 관련하여 “영국의 전문 컬렉터들은 오랜 기간에 걸쳐 전 세계의 식물을 수집하고 교잡종을 만들어 내는 노력을 했다”며, 우리나라의 정원 대중화를 위해 관련 전문가 육성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 대표는 이어서 ‘암석원rock garden’이 한국의 정원 대중화에 기여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실제 시공 사례를 보여주는 과정에서 “암석원에 적합한 다양한 고산 식물을 도입하는 것에 앞서, 그 식물들의 기반이 되는 토양에 대한 지식을 먼저 알아야 한다”며 토양학적 지식이 정원 조성에 있어 갖는 중요성을 언급했다. 일단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식물을 키우고 디자인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정민 교수는 이번 주제 발표에서 순천만국제정원 박람회를 바라보는 일반인의 시각을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그 중 눈에 띄었던 것은 “전문가들이 최고의 작품으로 선정했던 작품이 조사했던 블로그에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며 전문가와 일반인의 정원에 대한 시각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는 내용이었다. 정원의 대중화를 위해서 이러한 시각의 차이를 줄여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황환주 교수는 정원 식물과 관련 자재의 수요 흐름과 같은 직·간접적 자료를 분석해 본 결과, 정원의 수요가 증가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국자원식물학회지』의 최근 연구 결과를 제시하며 “늘어나는 수요에 비교해 관련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정보망이나 전문 서적은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재 유통되는 서적들도 한국의 현 실정에는 맞지 않는다며 정원과 관련된 연구 및 저술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는 정원대중화의 장으로 아파트를 지목하기도 했다. 주거의 중심에 공동체 정원을 도입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이라는 것이다. 주제 발표에 이어 진행된 토론회에는 조경진 교수(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를 좌장으로, 이종석 명예교수(서울여자대학교 원예조경학과), 안계동 대표(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 등이 참여했다. 이종석 교수는 정원 산업의 발전과 대중화를 위해서는 우선 정원을 담당하는 부서의 확립과 정원 관련법 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법제화가 되어야 국비 지원도 원활히 이루어지고, 국가 차원에서 담당 부서가 있어야 관련 사업을 추진력 있게 진행할 수 있다”며 도시농업법 제정과 관련 사업 진행 과정에 참여했던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했다. 안계동 대표는 현재 정원을 대하는 조경 설계가들의 태도와 준비 부족에 대해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안대표는 “대규모의 대상지를 다루어 본 경험만으로,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정원을 쉽게 다룰 수 있을 거라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일갈했다. 덧붙여 “정원을 직접 다루어 본다면, 정원이 공원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을 단번에 깨닫는다”며 정원은 디테일과 정성적 측면이 더욱 강조되는 작업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어서 학제적으로도 정원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안 대표는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의 커리큘럼을 예로 들며, “현재의 커리큘럼에서는 정원이 공원이나 단지와 같은 대규모의 대상지를 다루기 위한 전 단계로서만 인식되고 있다”며 학교에서부터 정원에 대한인식 변화가 이루어져야 함을 촉구했다. 이날 참석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모두 정원 소재의 대중화의 장으로 아파트를 지목하기도 했다. 주거의 중심에 공동체 정원을 도입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이라는 것이다. 주제 발표에 이어 진행된 토론회에는 조경진 교수(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를 좌장으로, 이종석 명예교수(서울여자대학교 원예조경학과), 안계동 대표(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 등이 참여했다. 이종석 교수는 정원 산업의 발전과 대중화를 위해서는 우선 정원을 담당하는 부서의 확립과 정원 관련법 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법제화가 되어야 국비 지원도 원활히 이루어지고, 국가 차원에서 담당 부서가 있어야 관련 사업을 추진력 있게 진행할 수 있다”며 도시농업법 제정과 관련 사업 진행 과정에 참여했던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했다. 안계동 대표는 현재 정원을 대하는 조경 설계가들의 태도와 준비 부족에 대해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안대표는 “대규모의 대상지를 다루어 본 경험만으로,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정원을 쉽게 다룰 수 있을 거라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일갈했다. 덧붙여 “정원을 직접 다루어 본다면, 정원이 공원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을 단번에 깨닫는다”며 정원은 디테일과 정성적측면이 더욱 강조되는 작업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어서 학제적으로도 정원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안 대표는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의 커리큘럼을 예로 들며, “현재의 커리큘럼에서는 정원이 공원이나 단지와 같은 대규모의 대상지를 다루기 위한 전 단계로서만 인식되고 있다”며 학교에서부터 정원에 대한 인식 변화가 이루어져야 함을 촉구했다. 이날 참석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모두 정원 소재의 다양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안계동 대표는 김봉찬 대표의 주제 발표 중에 소개된 외국 정원에 1만 5,000종이 넘는 정원 소재가 쓰인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현재 “한국 물가 자료에 나온 교목과 관목의 수는 150종에 불과하다. 더군다나조경 설계자들이 설계 시 사용하는 수종은 2~30종 밖에 되지 않는다”며 현재 식재 설계에 있어 교관목 소재와 활용법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질의응답에 참여한 김동찬 국화농업시험장 재배팀장은 정원 시공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소재가 적은 이유로 소재 유통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현재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업체는 여럿 있으나 상품화하고 유통할 수 있는 활로를 개척하지 못하고 있다”며 새로운 육종 방향뿐만 아니라 육종된 품종을 보급할 수 있는 유통망과 연결 주체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정원 분야에 대한 관심이 확산됨에 따라, 조경과 원예분야의 전문가들은 정원을 각자의 산업 영역으로 표명해왔다. 이번 심포지엄은 그런 두 분야의 전문가들이 ‘정원의 대중화’라는 하나의 목표를 공유하고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는 점에서 관련 분야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날 진행된 주제 발표와 토론에서 정원의 대중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도출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경과 원예가 서로의 분야별 특성을 이해하고 역할 분담의 필요성에 동의했다는 측면에서 이번 심포지엄의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양다빈 / 2015년01월 / 321
  • 정원학의 새로운 지평 제2회 정원학 심포지엄
    국내 정원학 연구는 현재 어디까지 왔을까. 정원과 관련된 이론과 설계(실무),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시스템 등 다양한 부문의 연구와 과제의 스펙트럼을 한 자리에 펼쳐놓은 자리가 마련되었다. 지난 2014년 12월 5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글로컬 홀GLocal Hall에서는 한국조경학회(회장 김한배)가 주최하고, 한국조경학회 정원학연구센터(센터장 조경진)가 주관하는 제2회 정원학 심포지엄이 ‘정원학의 새로운 지평’이란 제목으로 개최되었다. 정원학연구센터는 조경학의 모태인 정원 분야의 학술적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 문화 확산을 위한 싱크탱크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2014년 1월 출범했다. 네 가지 전략 과제―정원 관련 학술 활동 개최, 정원 문화 국제 교류, 한국 정원 문화 아카이빙, 정원 문화 대중화 사업―에 따라 지난해 두 번의 심포지엄이 마련되었다. 5월 개최된 첫 번째 심포지엄이 ‘Garden Talk 매혹의 공간, 정원을 디자인하다. 아홉 명의 디자이너의 정원이야기’란 제목으로 실무 디자이너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였다면, 이번 심포지엄은 크게 이론, 실천, 시스템이라는 세 가지테마를 중심으로 국내 정원학 연구의 현재를 조명하고 미래를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정기호 교수(성균관대학교 조경학과)는 기조강연을 통해 “지금 우리가 갈망하는 정원은 ‘정원 아닌 정원’”이라는 문제제기를 하면서 심포지엄의 문을 열었다. 현재 우리의 정원 문화는 아파트에 살면서 ‘뜰이 있는 집’을 원하는 모순된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정원은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며 전개되어 왔으므로 정원을 필요로 하는 트렌드 저변, 즉 사회적 요구를 볼 것을 주문했다. 이론, 실천, 시스템 1부 ‘이론’은 동서양 정원 관련 고전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박희성 교수(서울시립대학교 서울학연구소)가 중국 명대말기의 조원서인 계성計成의 『원야園冶』를, 김승윤 본부장(유네스코한국위원회)이 동서양을 통틀어 정원 만들기에 관한 가장 오래된 책인 일본의 『작정기作庭記』를, 황주영 박사가 베르나르 팔리시Bernard Palissy의 『르세트 베리타블Recepte veritable』에 나타난 종교적 정원에 관해 소개했다. 한국에서는 정원 관련 옛 기록을 찾기 힘들지만 성종상 교수(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가 고산 윤선도의 『금쇄동기金鎖洞記』를 ‘걷기’의 관점에서 소개하여 의미있는 자리가 되었다. 2부 ‘실천’은 20세기부터 현재에 활동하는 정원디자이너나 조경가들의 작품이나 작품론에 주목했다. 우선 권진욱 교수(영남대학교 조경학과)가 질 클레망Gilles Clément의 ‘움직임과 감성le mouvemet et la sensation’에 대하여 발제했다. 이어서 박은영 교수(중부대학교 환경조경학과)는‘색채의 조화’에 중점을 두고 재식 설계를 했던 거투르드 제킬Gertrude Jekyll에 관해 발표하며, 국내 조경 교육에서 수목뿐만 아니라 초본류에 대한 관심도 필요함을 환기했다. 김현 교수(단국대학교 녹지조경학과)는 ‘원풍경’과 ‘일본다움’을 회복하려는 일본 조경계의 새로운 움직임에 주목하며, ‘전통 정원’에 대한 재해석의 일환으로 저술된 『신 작정기新作庭記(신 사쿠테이키)』에 대해 소개했다. 더불어 현재 우리의 정원이 소규모이다보니 디자인의 발전이 없다며, 재료와 기술, 디자인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박승진 대표(디자인 스튜디오 loci)는 조경가 정영선의 정원 미학을 ‘땅을 이해하는 태도’, ‘또다른 오너십ownership’, ‘공간을 구축하는 패턴pattern’, ‘경계 만들기 혹은 경계 흐리기’, ‘식물과 돌-정원의 자연 재료’, ‘한국정원의 실천’, ‘작가적 태도로서의 직접하기’, ‘설계시공 팀워크’, ‘사적 관계혹은 친밀함’, ‘정서적 자산’ 등 10가지 시선으로 정리했다. 정영선의 작업 방식은 제도권의 그것과는 다르다는 최정민 교수(순천대학교 조경학과)의 지적에 박승진 대표는 자신감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설계자의 소위 ‘디자인 감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3부 ‘시스템’에서는 손용훈 교수(서울대학교 환경조경학과)가 상품화되어 있지만 생활문화 깊숙이 자리 잡은 일본의 정원 문화에 대해 발표했다. 윤상준 연구소장(이화원 정원문화연구소)은 영국 정원역사협회GHS, 왕립원예협회RHS, 내셔널 트러스트NT를 사례로 정원 문화에 대한 지원동향을 소개하며 정원의 일상성을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이유직 교수(부산대학교 조경학과)는 미국 하버드 대학교 이사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연구소, 덤바턴 오크스Dumbarton Oaks의 정원 연구 지원 활동과 성과 그리고 그 이면까지 짚어보면서 연구자들의 관심을 요청했다. 정원학과 정원 현상 사이 최근 정원에 대한 사회의 큰 관심 속에서 조경계에는 정원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 못지않게 여전히 정원을 만드는 데 이론이 어떤 효용이 있는지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도 정원학과 정원 문화, 역사 속의 정원과 현재의 정원 양상사이의 간극에 대한 고민이 많이 드러났다. 이론이 어떻게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 하는 최종희 교수(배재대학교 원예조경학부)의 질문에 박희성 교수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근대 사회에서 정원은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화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역사 속 정원에 대한 이해는 우리의 문화적 유전자 속에 녹아있는 자연에 대한 생각을 반추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실제 (정원)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육을 통해 안목을 키워주는 등, 즉 비물질적인 측면에서 이론의 가치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유직 교수는 최근 역사 연구의 트렌드는 거대 담론에서 생활사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는데 반해, 정원사 연구는 정원을 정치적인 결과물로서 이해하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즉 역사 정원에 대한 접근 역시 사람과 삶에초점이 맞춰져야 지금의 우리에게도 시사점이 있다는 이야기다. 최정민 교수는 순천국제정원박람회에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한 현상 이면에는 사람들 마음속에 일종의 갈증이 있는 것 아니겠냐며, 이를 어떻게 끌어내어 체계화하고 어떻게 교육으로 연계시켜야 하는지 고민스럽다며 교육적 측면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배정한 교수(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는 ‘정원’으로 상징되는 ‘역사’와 조경의 정체성과의 관계, 혹은 과거 왕후장상의 정원과 최근 정원이라는 이름으로 일어나는 현상은 연속선상에 있다고 보기 어렵지 않은가 반문하기도 했다. 따라서 지금 일상에서 일어나는 정원현상을 개념적으로 진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념적인 진단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현상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론과 실천, 정원학과 정원 실무 간만남의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개념을 통해 현상을 읽을 수 있을 때 새로운 지평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김정은 / 2015년01월 / 321
  • 미술관에서 만나는 정원 ‘정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4월 26일까지
    당신은 정원이 있습니까? 조그만 밭 한 뙈기조차 귀한 요즘이지만 누구나 마음속에 정원이 있는 시대다. 마음속에 그려오던 저마다의 정원이 어느 시골의 한적한 곳이 아니라 미술관에서 펼쳐진다. 지난 2014년 10월 21일, 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이 개관 1주년을 맞아 ‘정원’ 전을 개최했다. ‘도심 속 열린 문화 공간’을 지향하며 개관한 서울관이 앞으로 국민들에게 이상적인 ‘정원’으로 자리매김 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전시는 관람객에게 ‘당신의 정원’에 대해 물으며 상상력을 자극한다. “당신은 쓸모 있고 아름다울 뿐 아니라, 당신의 삶을 담아내며, 지친 일상의 호흡과는 다른 숨을 쉴 수 있게 하고, 당신 내면의 숭고함과 깊은 질문에 직면할 수 있게 하는 질문을 던지는, 또는 그 질문에 대답하는, 그래서 당신은 영혼과 정신이 고양되며 막힘없이 자유롭게 소요할 수 있는 그런 정원을 가지고 있습니까?” 현대인의 정원 ‘현대인의 정원’을 모티브로 한 전시는 자연과 예술에 대한 동양의 전통적인 철학과 사상을 토대로 구성되었다. 그래서인지 서울관이 보여주는 ‘정원’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새로운 것 같으면서도 친숙하고 추상적이면서도 어렵지 않게 다가온다. 전시는 ‘만남’, ‘쉼’, ‘문답’,‘소요유’ 등 네 개의 주제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관람객은 네 개의 주제 공간을 차례로 관람하면서 ‘자신의 정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가슴 속에 만 권의 책이 있고 눈으로는 전시대의 명전을 두루 보며, 또한 수레바퀴 자국과 말 발자국이 천하의 반은 되어야만 바야흐로 붓을 댈 수 있다.” 첫 번째 주제 공간 ‘만남’은 남송 대의 문인, 조희곡趙希鵠의 말로 전시를 연다. 삶에서 얻는 모든 경험이 예술의 근원이 된다는 이 말의 의미처럼 ‘만남’에서는 인생에서 경험하는 기쁨, 슬픔, 광란, 우울 등 다양한 감정이 승화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자유분방한 필치로 환희의 순간을 거침없이 표현한 이두식의 ‘환희’는 짜릿한 해방감을 느끼게 한다. 이와 반대로 통일 전 독일의 세기말적 분위기를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하게 표현한 요르그임멘도르프Jörg Immendorff의 ‘독일을 바로잡는 일’에서는 암울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진다. 다양한 감정과 인생의 굴곡진 경험을 표현한 작품이 전시된 ‘만남’을 관람하다 보면 마치 형형색색의 꽃으로 만개한 정원을걷는 느낌이다. ‘만남’과 연결된 두 번째 주제 공간 ‘쉼’은 산수화로 이름난 북송 대 화가 곽희의 산수론에서 영감을 받아 구성되었다. 그림을 통해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생명력과 운치를 표현한 옛 화가들처럼 자연의 장엄한 광경과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은 현대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만남’에서 다양한 색의 향연을 즐겼다면‘쉼’의 흑백의 소나무 숲에서는 평화와 안식을 느낄 수있다. ‘문답’에서는 18세기 조선의 괘불과 21세기 미국의 미디어 작가, 빌 비올라Bill Viola의 작품이 서로 문답을 던지듯 마주보고 있다. 꽃비 속에서 연꽃을 들고 미소를 띤 석가모니는 21세기의 빌 비올라에게 삶과 죽음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괘불을 비추는 조명이 꺼지고 나면 비올라의 작품이 상영된다. 비올라가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위해 제작한 ‘트리스탄의 승천’과 ‘불의 여인’은 장엄한 사운드와 압도적인 비주얼이 인상적인 미디어 아트 작품이다. 한 마디의 대사도 없지만 우주의 비밀을 이야기 하고 있는 듯한 그의 작품을 통해 ‘염화시중’의 의미를 문득 깨닫는다. 마지막 전시 공간인 ‘소요유’에서는 영혼과 정신의 해방을 강조한 장자 미학을 보여주는 현대 미술 작품을 소개한다.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미디어 작품을 선보여온 백남준의 ‘시바’, 전위적인 작품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요셉 이스Joseph Beuys의 당당한 발걸음이 인상적인 ‘우리는 혁명이다’, 아름다운 제목처럼 따스하고 자유분방한 작품인 홍지윤의 ‘너에게 꽃을 꽂아줄게-인생은’ 등이 전시되었다. 당신에게는 그런 정원이 있습니다 밀란 쿤데라가 14년 만에 발표한 신작, 『무의미의 축제』의 판매 부수를 뛰어넘고, 전국의 미생들을 울린 윤태호 작가의 『미생 특별 보급판 세트』를 상대로 ‘완생’했으며, 일명 ‘요나손 신드롬’을 일으킨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마저 넘어버린 책이 있다. 2014년 12월 셋째 주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며 4주째 1위를 지키고 있는 조해너 배스포드의 『비밀의 정원』이다.1 『비밀의 정원』은 소설이나 시집이 아니다. 『비밀의 정원』은 스트레스와 긴장 이완을 목적으로 하는 어른용 ‘색칠 그림책coloring book’이다. ‘도시 생활과 문명에 지친 현대인들이 ‘아날로그 방식’으로 정원을 그리면서 자신만의 정원을 완성하고 치유받는다’는 콘셉트의 책이 열풍처럼 유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원’이 현대인에게 ‘노스탤지어’이자 ‘꿈’으로 다시 떠오르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집 안에 있는 뜰이나 꽃밭’이라는 사전적 정의를 넘어도시 생활에 지친 현대인을 위로하는 하나의 심상으로 자리 잡은 정원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당신에게는 그런 정원이 있다.
    • 조한결 / 2015년01월 / 321
  • 서울 視·공간의 탄생: 한성, 경성, 서울 제5회 서울사진축제, 2014.11.13.~12.13.
    사진으로 보는 서울의 도시경관사 사진의 탄생은 근대적 시時·공간의 탄생과 궤를 함께 한다. 개항을 전후해 조선에 도입된 사진(술)은 근대성이 정초되기 시작한 ‘한성’에서 일제강점기의 ‘경성’, 광복 이후 전쟁의 폐허 속에서 재건한 현대의 ‘서울’에 이르기까지의 도시의 변화를 기록해왔다. 지금은 누구나 카메라 하나쯤 가지고 일상을 기록할 정도로 사진이 친근한 매체이지만, 여전히 사진은 도시와 사회의 역사를 탐색하는 중요한 사료이자 예술적 매체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2014년 11월 13일부터 한 달간 ‘서울 視·공간의 탄생: 한성, 경성, 서울’을 주제로 한 제5회 ‘서울사진축제’(총감독 이경민)를 개최했다. 이번 서울사진축제는 2012년부터 기획된 ‘서울 삼부작’의 마지막 전시로, 서울의 ‘기억’(2012), ‘사람’(2013)에 이어 ‘공간’을 키워드로 했다. 2014 서울사진축제는 서울 도시 경관의 변천사를 보여주는 본 전시(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를 중심으로 시민참여형 전시로 기획된 특별전, 그리고 시민 강좌와 시민 워크숍을 비롯한 각종 시민 참여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졌다. 이번 전시는 외국인의 조선 여행기에서 시작해 국가기록원 등 정부와 서울시의 기록 사진 아카이브, 관변 간행물, 매체 사진, 사진가들의 작품 사진등 다양한 맥락에서 생산된 700여 점의 사진들이 망라되어 각 시대별 도시 이미지를 드러냈다. 동시에 도시경관 변화의 주요 원인인 도시계획, 근대 여가 문화, 전쟁, 근대화·산업화 정책 등을 키워드로 삼아 서울을 다층적으로 돌아볼 수 있었다. 한성에서 경성으로 본 전시 제1부 ‘한성에서 경성으로’는 1880년대의 사진을 시작으로 1945년 해방 이전까지 생산된 사진 자료를 다섯 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구성했다. 특히 개별사진들이 전달하는 물리적인 정보뿐만 아니라 각 사진이 생산되고 유통되는 방식을 통해 일제강점기 식민당국의 시각적 지배 방식을 살펴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소설이나 수필 등의 문학 작품과 영화 등을 통해 당시 경성 시민들의 도시에 대한 미적 감수성과 그에 대한 반응도 함께 살필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원형경관과 그 변동’을 주제로 마련된 섹션1에서는 1876년 개항 이후부터 1907년 고종이 강제 퇴위되기 전까지 조선을 방문한 서양인과 일본인이 남긴 여행기와 사진첩을 통해 서울의 원형 경관을 볼 수 있었다. 또한, 대한제국기의 주요 건축물과 정동을 중심으로 형성된 외교관 거리의 모습을 통해 점차 변모해가는 도시 경관의 변화상을 만나게 된다. 섹션2 ‘근대 건축의 각축장’에서는 1900년대부터 1940년대 사이 세워진 근대 건축 사진을 아카이빙하여 건축물의 성격과 용도에 따라 보여주었으며, 섹션3 ‘박람회, 건축양식의 실험장’에서는 1929년 개최된 조선박람회장에 세워진 주요 전시관의 외관 사진을 중심으로 식민지 건축 양 식의 이중적 성격을 살펴보았다. ‘식민지 수도의 탄생’을 주제로 전시된 섹션4에서는 조선이 강제 병합된 직후부터 실시된 경성시구개정사업의 결과를 보여주는, 사업 이전과 이후의 모습을 비교한 20곳의 사진을 통해 경성이 식민지 수도로 재편되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비교 방식의 사진 배치는 제국주의 시대에 고안된 시각적 설득 방안의 하나로, 시구개정사업으로 식민지 조선이 근대화, 문명화되었다는 착시 효과를 일으키게 하는 일제의 시각적 지배 방식의 하나였다. 섹션5 ‘식민지 관광과 경성의 표상’에서는 1930년을 전후해 운영된 경성유람버스의 주요 코스를 중심으로 경성의 이미지가 어떻게 생산되었으며 그 장소가 갖는 식민주의적 의미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 사진축제에서는 연계 프로그램으로 당시 ‘경성유람버스’의 노선(조선호텔[황궁우]-남산분수대[조선신궁]-신라호텔[장충단]-경복궁)을 따라 버스를 운행해 시민들이 공간 변화를 직접 체험할수 있게 했다. 경성에서 서울로 본 전시 제2부 ‘경성에서 서울로’는 1945년 해방 이후 식민지 수도라는 한계를 안고 근대 도시로 변모한 경성이 한국 전쟁과 전후 재건 사업, 1960년대부터 본격화된 근대화 및 산업화 정책, 그리고 재개발 사업 등의 과정을 거치며 현재의 메가 시티로 변화해온 모습을다루었다. 전쟁과 폐허, 그리고 개발의 과정 속 도시를 바라보는 여러 사진가의 시선 변화를 쫒는 것도 이번 전시의 또 다른 흥미로움이었다. 섹션1 ‘전쟁과 도시’에서는 한국 전쟁 당시의 사진들을 통해 집단적 기억과 표상으로 반복되는 도시 공간의 파괴를 바라보는 사진의 시선들에 초점을 맞춘다. 섹션2의 ‘착실한 전진’에서는 해방부터 1970년대까지 재건과 경제 개발 당시 ‘근대화’를 추진하는 서울의 이미지를 정부 공식 기록물, 관변 간행물에 수록된 사진을 통해 바라본다. 1960년대 고속도로 건설 현장의 황량한 벌판에 나란히 앉아 구경하는 갓 쓴 이들을 찍은 전몽각의 사진은 당시 서울의 물리적 경관뿐만 아니라그 풍경을 바라보는 시민들이 느꼈을 시각적 충격 또한 고스란히 전달한다. 섹션3 ‘정치적 풍경’에서는 대한뉴스 속 표어들과 함께, 정부 수립, 대통령 취임, 국빈 방문 등을 기념해 거리에 세워졌던 아치, 애국선열조상건립위원회가 세운 ‘애국선열’ 15인의 동상, 대중동원 사진을 통해 한국의 ‘근대화’ 과정 속의 경관을 살펴본다. 섹션4에서는 ‘살기 좋은 서울’이라는 주제로 1970년대 이래 공공 기록으로서 촬영된 자료 사진을 통해 재개발의 시대별 경향과 현장을 누비며 재개발이전부터 이후까지 촬영해 온 작가들의 사진을 통해 서울의 경관 변화를 비교해 본다. 섹션5 ‘유동하는 시선’으로 넘어오면 현재 활동하고 있는 사진가들의 시선을 통해 ‘도시의 눈Urban Eye’으로서 사가는 지금이 시점 우리가 어떠한 이미지를 ‘도시’라고 인식하고 의미화 하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주는 동시에 도시 너머의 도시에 대해 이야기한다. 개인적 기록의 아카이빙서울사진축제의 ‘서울 삼부작’은 일반인들의 사적인 기념 사진을 박물관에 전시하면서 민간 기록물의 사회적 역할과 가치를 고민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경민 총감독은 “아카이브는 권력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는 개인 기록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권력의 필요에 의해 생산된 아카이브는 국민들에게 전파되는 과정에서 국가 이데올로기가 개입되고, 이를 바탕으로 공식 역사와 공식 기억이 재구성”1될 수 있기때문이다. 이번 사진 축제의 특별전인 ‘여가의 탄생’은 서울의 대표적인 나들이 공간이었던 창경원의 모습을 통해 여가 문화의 한 면을 살펴보는 ‘창경원의 추억’과시민들의 나들이 사진을 공모하여 구성한 ‘추억의 나들이를 떠나요’로 구성되었다. 시민들의 추억이 담긴사진 속에는 공식 기록에 미처 담기지 못한 다양한 단편들이 담겨있어 역사적 사료로서의 가능성 역시 보여주었다. 연대기순으로 배열된 사진들을 따라가다 보면, 시간이흐름에 따라 겉모습을 바꾸어가며 반복되는 도시의 여러 요소들을 볼 수 있으며,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의문화적 관성도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있다. 이렇듯 우리가 계보를 짚어가며 기원의 현장을포착하려는 이유는 아마도 원형 속에 감춰진 사회적 의미를 파악하기 위함일 터이고, 이것이 아카이브 전시가 의미 있는 이유일 것이다.
    • 김정은 / 2015년01월 / 321
  • 하늘에서 본 지구Mind the Earth
    벌목 패턴도 아름다울 수 있을까? 높은 곳에서 열대우림을 바라본 위성 사진은 땅에 그려진 정교한 패턴을 보여주지만 그 이면에는 거대한 면적의 열대 우림이 매일 사라지고 있다는 두려운 이야기가 깔려 있다. ‘마인드 디 어스Mind the Earth’ 전은 구글 어스Google Earth로 촬영한 위성 사진을 통해 지구가 얼마나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고 어떻게 변화했는지, 어느 정도로 회복탄력적resilient이고 동시에 얼마나 위험에 취약한지 보여준다. ‘마인드 디 어스’ 전은 리얼대니아Realdania와 램볼Ramboll의 후원으로 2014년 11월 20일부터 2015년 1월 11일까지 덴마크 건축 센터Danish Architecture Centre에서 전시된다. 지상을 줌 인, 줌 아웃한 구글 어스의 위성 사진을 통해 지구의 경관 이면에 담긴 제각각의 독특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늘에서 바라본 바다 위에 흩뿌려진 섬 마을, 대도시, 식량을 생산하는 거대한 크기의 농지 등의 경관은 상당히 매혹적이다. 관람객은 이전에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지구의 모습에 주목하게 될 것이다. 지상 10km 높이에서 지구를 바라본 사진에서 산과 바다, 도로, 건물 등이 만든 여러 패턴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패턴들은 우리가 평소에는 짐작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바로 우리가 그 패턴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좀 더 확대해서 들여다보면 모든 장소와 지역이 제각기 독특한 특징과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덴마크 건축 센터의 홍보팀장 마틴 빈터Martin Winther는 “이 아름다운 사진들은 세계화, 도시화, 기후 변화와 같은 지구의 변화가 만들어내는 여러 가지 양상을 보여준다. 관람객은 지구의 다양한 모습에 전율을 느끼고 놀라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지구의 자원은 무한하지 않으며 우리가 가진 자원을 소중히 다루어야 할 공동 의무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지구의 패턴이 보여주는 미래 이번 전시는 삶과 거주에 초점을 둔 4개의 주제―식량, 에너지, 교통, 수자원―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전시의 주제를 통해 사람, 도시, 경관을 위한 미래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우리의 삶의 기반은 무엇인지, 우리가 이용할 자원은 어디에서 얻게 될 것인지 살펴본다. 사진은 동일한 공간을 서로 다른 시간대에 촬영해 보여줌으로써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램볼의 선임 건축가이자 도시계획가인 캐스퍼 브레인홀트 백Kasper Brejnholt Bak과 작가, 번역가, 소리 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는 모르텐 쇤더고르Morten Søndergaard의 합작 결과물로, 위성 사진에 대한 각자의 접근 방식과 해석을 보여준다. 캐스퍼가 건축적 관점에서 사실적으로 접근했다면 모르텐은 시적이고 철학적인 관점을 보여준다. 이들은 이미지에 대해 공감과 이해를 이끌어내고 우리가 사는 세계가 어느 특정한 순간에 어떻게 보이는지, 미래에는 결국 어떻게 보이게 될지 말하고자 한다. 본 전시를 계획하며 오랜 기간 동안 전시에 사용될 구글 어스의 위성 사진을 수집해 온 캐스퍼 브레인 홀트백은 “도시계획가로서 내가 흥미를 가지고 있는 것은 세계화와 도시화가 미래에 우리가 구상할 마을과 도시를 만드는 방식에 필요한 새로운 필수 전제 조건을 어떻게 만들어내는가이다. 나는 항공 사진을 통해 본 지구의 그래픽적 아름다움과 지구의 자원에 대한 지식의 병합이 우리 개개인과 전체가 구성하는 지구의 패턴에 관한 여러 생각을 자극하게 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 조한결 / 2015년01월 / 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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