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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재료의 특별함
정욱주 교수의 ‘식재 설계 고민’
제일모직 건설사업부 조경디자인그룹(구 삼성에버랜드)은 2014년 한 해 동안 ‘조경 식재의 새로운 담론’이라는 주제로 렉처시리즈를 진행했다. 2014년 12월 17일, 그 마지막 주자로 정욱주 교수(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가 나서 ‘식재 설계 고민’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조경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식재 설계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을 것이다. 조경 설계는 식재와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음에도 실제로 식재 설계를 전문적으로 ‘잘’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식재와 관련된 교재도 기능적 측면에 치중되어 있고, 실제 쓰임에 대한 고민은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정욱주 교수는 조경 설계가로서 식물 재료 사용에 대한 갈증을 느꼈고, 수 년 전부터 정영선 대표(조경설계서안)를 따라다니며 직접 호미를 들고 식재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다.
식물 재료만의 특별함, 느슨함과 감성
강연은 정욱주 교수가 고민했던 식물 재료에 대한 네가지 질문으로 구성되었다.
첫 번째 고민, “공간 구성에 있어 식재의 역할과 가치는 무엇인가” 이 고민은 ‘느슨함’과 ‘감성’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대별된다. 정 교수는 “식재는 공간의 구축과 보완이 가능하다”며 식재가 갖고 있는 ‘느슨함’을 강조했다. “식재는 공간을 구분하는 동시에 열려 있고, 어느 방향으로도 갈 수 있지만 느슨하게 방향을 제시한다.” 건축 재료도 공간을 만들어 내지만, 식물 재료가 갖는 ‘느슨함’은 다른 재료와 분명히 구분되는 특성이라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또한 그는 “식재의 특성에서 오는 작은 ‘감성’은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식물 재료만의 장점”이라며, “식물 재료가 주는 감성은 스케일에 따라서 다른데, 사람들은 큰 스케일은 쉽게 인지하는 반면 작은 스케일의 감성까진 잘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도 고민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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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협력에 의한 녹색복지향상과 국가도시공원 국회심포지엄
국가 도시 공원 입법화를 촉구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2014년 12월 17일 국회 제9간담회의실에서는 한국조경학회(회장 김한배), 정의화 국회의장, 문병호 국회의원, 오병윤 국회의원 주최 국가도시공원 전국 민관네트워크, 전국시·도공원녹지협의회, 100만평문화공원조성범시민협의회 주관으로 ‘민관협력에 의한 녹색복지향상과 국가도시공원 국회심포지엄’이 개최되었다. 이번 심포지엄에는 여러 지자체의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많이 참석해 국가 도시 공원에 대한 지역의 관심을 보여주었다. 지방사무로 위임되어 있는 도시 공원 조성에 국비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2011년 최초발의에 이어 2013년 8월 정의화 의원이 재발의하였으나 현재 국회 상임위에서 계류 중이다. 이번 심포지엄의 핵심 쟁점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국가 도시 공원의 정체성을 모색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 도시 공원을 실제 조성하기 위한 재정 조달에 관한 것이다.
새로운 모델, 국가 도시 공원의 정체성
우리나라에서 국가의 책임으로 공원을 조성하고 관리하는 경우는 ‘자연공원법’에 따라 지정되는 ‘국립공원’에 한정되어 있으며, 도시에 들어서는 공원은 각 지자체가 조성하고 관리하도록 되어 있다. 예외적으로 지난 2007년 ‘용산공원조성특별법’이 제정되면서 국가가 도시 공원을 조성하는 유일한 사례가 되었다. ‘국립 용산공원의 정책적 의미’를 주제로 발제를 한 안상욱 단장(LH 파주사업본부 건설사업단)은 용산공원이 “특수해이기는 하지만 도시 지역에서도 자연공원처럼 국가사무로 도시 공원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캐나다 루즈Rouge 국가도시공원 조성과 민관기관 역할’을 주제로 발제한 장병관 교수(대구대학교 조경학과)는 “캐나다의 경우 공원을 경관생태학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있다며, “다양한 경관 및 서식 환경을 연결하는 코리도 개념을 바탕으로 공원 규모를 설정했다. 우리의 경우도 기존 공원의 통합과 연결로 도시 공원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시사점을 정리했다. 최근 녹색길이나 탐방길 등 녹지와 공원이 통합되고 대형화되는 경향에 주목하면서 국가 차원에서 도시 공원 시스템에 대한 접근이 필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김승환 상임대표(국가도시공원 전국 민관네트워크)는 “국회에서 벌써 네 번째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것이다. 처음 국가 도시 공원을 이야기했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대형 공원large park보다는 (생활권) 주변의 조그마한 공원이 중요하다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형 공원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라며 그간의 인식 변화를 짚기도 했다.
안상욱 단장은 국가 도시 공원의 도입 배경, 필요성, 효과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지만 국가 도시 공원이 여타 도시 공원과 어떻게 차별화되는지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일갈했다. 이에 양건석 사무처장(100만평문화공원조성범시민협의회)은 “국립공원의 주인이 자연과 경관이라면, 국가 도시 공원은 시민이 주인인 공원”이라며, 녹색복지의 개념으로 국가 도시 공원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개념을 정리하기도 했다.
장병관 교수는 캐나다의 경우 공원 정책이 환경부 소관으로 12개의 정부 기관 그리고 자치시와 관련 기관으로부터 토지와 자금을 제공받아 민관파트너십 공원을 이루어가고 있는 반면, 우리의 경우 공원의 소관이 여러 곳으로 분산되어 있다고 제도의 개선이 필요함을 설명했다.
재정 조달의 문제
‘용산공원조성특별법’이 만들어지면서, 도시 안 공원의 정체성 논의가 촉발되었다. ‘왜 국가가 수조 원에 달하는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지’에 관한 당위성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김승환 상임대표는 “국가 도시 공원 논의는 시민참여나 거버넌스 등 새로운 도시공원의 모델을 만들고자 하는 근본적인 노력이지만, 결과적으로 예산이 필요하다”고 예산 확보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진승범 대표(이우환경디자인)는 국가 도시 공원신설의 비용추계 결과 1개소 조성비용이 토지매입비를 포함하여 3천억 원으로 산정되므로 15개소에 대한 총예산은 4조5천억 원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입법부에서 법과 제도를 만들더라도 실제 집행하기 위해서는 기획재정부의 승인을 받아 예산이 편성되어야 한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강은미 공동대표(광주중앙공원 시민네트워크)는 광역시의 도시 공원 조성 비율이 낮은 반면 토지 보상비는 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며 “2020년 장기미집행공원 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공원) 조성비는 최소화하고 당장 토지 매입을 하는 것이 더 시급한 상황”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흥렬 사무처장(인천의제21실천협의회)은 “일몰제가 시행되면 실제 토지 소유가 어떻게 변화하고, 공원 및 녹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면밀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막연한 두려움만 확산되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재경 대표이사(자연환경국민신탁)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 자립도가 낮은 상황에서는 국가가 도시의 경계를 초월하는 도시 공원을 국가 관리 영역으로 설정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더불어 “재정 분권의 관점에서 본다면 도시의 인구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국가 재정법을 재정립할 것을 당당하게 요구하며 중앙정부와 협상해야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현재 계류 중인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국가 도시 공원이 설치되는 광역지자체에 대하여 그 관리 시설의 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게하는 경로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한계를 지적하며 중앙 정부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행정적 경로라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법안의 보완을 제안했다. 안상욱 단장은 용산의 경우 공원 주변에 ‘복합시설조성지구’를 조성함으로써 재정적인 타개책을 마련하였는데, 다양한 도시계획적 수단으로 국가의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국가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틀에서 벗어나 지자체, 시민사회, 기업의 거버넌스 틀을 고민할 것을 요청했다.
국가 도시 공원은 재정적으로나 공원 시스템 측면에서나 결국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일이다. 법제도가 만들어 진다해도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실제 구현되기 어려운 일인 셈이다. 무엇보다국가 도시 공원의 정체성과 당위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선행되어야 지속적인 추진력이 담보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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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조경 법, 조경진흥법 제정안 국회 통과
2016년 1월부터 시행 예정
지난 해 12월 9일 조경 분야의 진흥 및 활성화를 위한 지원 내용을 담은 ‘조경진흥법’ 제정안(이노근 의원 대표 발의)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조경’이란 두 글자가 포함된 국내 최초의 법이다.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조경진흥법 제정안의 주요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조경 진흥 및 기반 조성’과 관련된 것으로, 앞으로 국토교통부 장관은 기본적이고 종합적인 조경 분야의 진흥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하고, 기본계획에 따라 연차별 시행계획을 수립 및 시행하게 된다. 조경 분야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훈련 및 전문 인력 양성 기관의 지정 및 지원도 포함되었다. 두 번째는 ‘조경 분야 활성화 도모’로, 조경 사업자의 토지, 건물 및 조경산업체의 기반시설 등을 진흥시설 및 진흥단지로 지정하여 조성할 수 있고, 조경 분야의 연구 개발 및 발전을 위한 조경지원센터 지정도 가능해졌다. 진흥시설 및 진흥단지로 지정되면 자금 및 설비 제공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조경지원센터는 국토교통부로부터 사업 수행에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 받을 수 있다. 또한 정부는 조경진흥법에 의거해 조경 분야의 해외 진출과 국제 교류를 지원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에 근거해 조경 박람회 및 조경 전시회 등을 개최하거나 지원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세 번째는 ‘조경 공사 품질 관리’와 관련된 조항으로, 발주청에서는 조경 공사의 품질 저하 방지를 위해 설계 의도 구현, 공사의 시행 시기, 준공 후 관리 등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야 하고, 조경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우수 조경물 지정 및 지원도 가능해진다. 우수 조경물 지정은 지방 조례로도 지정할 수 있으며, 지정된 우수 조경물의 개보수시 비용 일부 또는 전부의 지원도 가능하다. 아울러 조경기술용역업의 경우, 적정한 조경 사업 대가를 지급받을 수 있는 대가 산정 기준을 국토부에서 고시하게 된다.
이중 조경진흥기본계획에도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조경기술용역업의 적정 대가에 대한 기준 고시’와 ‘조경지원센터 지정 및 지원’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특히 조경지원센터는 ①조경 발전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조, ②조경 관련 업체의 발전을 위한 상담 등 지원, ③조경 관련 정책 연구 및 정책 수립 지원, ④조경 전문 인력의 교육, ⑤조경 분야의 육성·발전 및 지원시설 등 기반 조성, ⑥조경사업자의 창업·성장 등의 지원, ⑦조경 분야의 동향 분석, 통계 작성, 정보 유통, 서비스 제공, ⑧조경 기술의 개발·융합·활용·교육, ⑨조경 관련 국제 교류·협력 및 해외시장 진출의 지원, ⑩그 밖에 지원센터의 설립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업 등을 추진하게 되어 분야 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건축 분야는 국가건축정책위원회와 건축도시연구소라는 국책 연구기관이 이론적 연구뿐만 아니라 건축관련 제도와 정책을 연구하여 건축 영역의 확장 및 발전을 지원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이 제정되어 국가공공건축지원센터가 하부 연구기관으로 설립되었다. 또 성격은 다르지만,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 의거해 설립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경우는 진흥원의 정관 및 임원의 임기, 주요 직무까지 진흥법에 명기되어 있고, 출판 수요 창출 및 유통 선진화 사업, 우수 출판 콘텐츠 제작 활성화 사업, 전자출판 및 신 성장 동력 육성 사업, 출판문화산업 인프라구축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출판산업종합지원센터 운영을 비롯하여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되는 다양한 출판 진흥 사업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관련법에 근거해 설립된 진흥원이나 연구기관이 실질적으로분야 발전에 도움이 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선례다.
지난해 12월 15일 개최된 ‘조경진흥법 제정 축하연’에서 김한배 회장(한국조경학회, 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도 ‘조경지원센터’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김한배 회장은 “조경의 역사는 ‘조경진흥법’ 제정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제도적인 기반을 바탕으로 제2의 도약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고 전망한 후, ‘조경진흥법’을 기반으로 한 연구기관 설립이 가능해진 점을 무엇보다 고무적인 점으로 평가했다. 그동안 조경 분야는 국가적 지원을 받는 별도의 연구자가 없어 어려운 여건 속에서 교수와 전문가들이 자원하여 정책 연구를 진행해왔지만, “조경진흥법을 기반으로 설립될 연구소를 통해서 학술과 산업, 시민사회와의 관계 등 전 분야에서 정책 연구를 진행하여 이전 시대의 한계를 뛰어 넘는 한 단계 도약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조경진흥법 제정 이후의 후속사업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한편, 5년마다 국토부 장관이 수립·시행해야 하는 조경진흥기본계획에는 ①조경 분야의 현황과 여건 분석, ②조경 분야의 진흥을 위한 기본방향, ③조경 분야의 부문별 진흥시책, ④조경 분야의 기반 조성, ⑤조경 분야의 활성화, ⑥조경 관련 기술의 발전·연구개발·보급, ⑦조경기술자 등 조경 분야와 관련된 전문 인력 양성, ⑧조경진흥시설 및 단지의 지정·조성, ⑨조경 분야의 진흥을 위한 재원 조달 및 확보, ⑩조경의 국제협력 및 해외시장 진출 지원, ⑪그 밖에 조경의 진흥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 등이 담겨 있다.
애초 ‘조경산업진흥법’으로 추진되었지만 대한건설협회의 강력한 반발로 인해 ‘산업’이 빠져 ‘조경진흥법’으로 축소 제정된 점에 대한 아쉬움도 표출되고 있지만, 국내에 근대적인 의미의 조경이 도입된 지 41년 만에 처음으로 제정된 조경법이란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조경 관련법으로 기록될 ‘조경진흥법’은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하위 법령 마련 등의 절차를 거쳐 2016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조경진흥법이 실효성 있는 법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이전보다 더 큰 관심이 필요하다는 호소에 귀 기울여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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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대중화’ 심포지엄
한국조경학회와 한국원예학회 공동 주최
2014년 12월 11일, 서울시립대학교 자연과학관에서 ‘정원 대중화’ 심포지엄이 한국조경학회(회장 김한배)와 한국원예학회(회장 김기선) 공동 주최로 개최되었다. 이날심포지엄에서는 가드너, 조경 그리고 원예의 세 영역으로 나누어 각 분야의 전문가 세 명이 주제 발표를 진행했다. 가드너 영역의 김봉찬 대표(더가든)가 ‘정원 조성과 관리, 그리고 대중성 가치’를, 조경 영역에서는 최정민 교수(순천대학교 조경학과)가 ‘정원 대중화를 위한 조경의 역할’을, 그리고 원예 영역에서는 황환주 교수(신구대학교 원예학과)가 ‘정원 대중화를 위한 원예의 역할’을 주제로 정원의 대중화를 위해 각 분야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발표했다.
김봉찬 대표는 여러 정원 사례를 소개하며 정원 조성 및 관리법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먼저 정원 식물의 종수와 관련하여 “영국의 전문 컬렉터들은 오랜 기간에 걸쳐 전 세계의 식물을 수집하고 교잡종을 만들어 내는 노력을 했다”며, 우리나라의 정원 대중화를 위해 관련 전문가 육성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 대표는 이어서 ‘암석원rock garden’이 한국의 정원 대중화에 기여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실제 시공 사례를 보여주는 과정에서 “암석원에 적합한 다양한 고산 식물을 도입하는 것에 앞서, 그 식물들의 기반이 되는 토양에 대한 지식을 먼저 알아야 한다”며 토양학적 지식이 정원 조성에 있어 갖는 중요성을 언급했다. 일단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식물을 키우고 디자인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정민 교수는 이번 주제 발표에서 순천만국제정원 박람회를 바라보는 일반인의 시각을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그 중 눈에 띄었던 것은 “전문가들이 최고의 작품으로 선정했던 작품이 조사했던 블로그에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며 전문가와 일반인의 정원에 대한 시각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는 내용이었다. 정원의 대중화를 위해서 이러한 시각의 차이를 줄여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황환주 교수는 정원 식물과 관련 자재의 수요 흐름과 같은 직·간접적 자료를 분석해 본 결과, 정원의 수요가 증가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국자원식물학회지』의 최근 연구 결과를 제시하며 “늘어나는 수요에 비교해 관련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정보망이나 전문 서적은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재 유통되는 서적들도 한국의 현 실정에는 맞지 않는다며 정원과 관련된 연구 및 저술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는 정원대중화의 장으로 아파트를 지목하기도 했다. 주거의 중심에 공동체 정원을 도입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이라는 것이다. 주제 발표에 이어 진행된 토론회에는 조경진 교수(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를 좌장으로, 이종석 명예교수(서울여자대학교 원예조경학과), 안계동 대표(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 등이 참여했다.
이종석 교수는 정원 산업의 발전과 대중화를 위해서는 우선 정원을 담당하는 부서의 확립과 정원 관련법 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법제화가 되어야 국비 지원도 원활히 이루어지고, 국가 차원에서 담당 부서가 있어야 관련 사업을 추진력 있게 진행할 수 있다”며 도시농업법 제정과 관련 사업 진행 과정에 참여했던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했다.
안계동 대표는 현재 정원을 대하는 조경 설계가들의 태도와 준비 부족에 대해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안대표는 “대규모의 대상지를 다루어 본 경험만으로,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정원을 쉽게 다룰 수 있을 거라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일갈했다. 덧붙여 “정원을 직접 다루어 본다면, 정원이 공원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을 단번에 깨닫는다”며 정원은 디테일과 정성적 측면이 더욱 강조되는 작업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어서 학제적으로도 정원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안 대표는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의 커리큘럼을 예로 들며, “현재의 커리큘럼에서는 정원이 공원이나 단지와 같은 대규모의 대상지를 다루기 위한 전 단계로서만 인식되고 있다”며 학교에서부터 정원에 대한인식 변화가 이루어져야 함을 촉구했다. 이날 참석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모두 정원 소재의 대중화의 장으로 아파트를 지목하기도 했다. 주거의 중심에 공동체 정원을 도입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이라는 것이다. 주제 발표에 이어 진행된 토론회에는 조경진 교수(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를 좌장으로, 이종석 명예교수(서울여자대학교 원예조경학과), 안계동 대표(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 등이 참여했다.
이종석 교수는 정원 산업의 발전과 대중화를 위해서는 우선 정원을 담당하는 부서의 확립과 정원 관련법 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법제화가 되어야 국비 지원도 원활히 이루어지고, 국가 차원에서 담당 부서가 있어야 관련 사업을 추진력 있게 진행할 수 있다”며 도시농업법 제정과 관련 사업 진행 과정에 참여했던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했다.
안계동 대표는 현재 정원을 대하는 조경 설계가들의 태도와 준비 부족에 대해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안대표는 “대규모의 대상지를 다루어 본 경험만으로,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정원을 쉽게 다룰 수 있을 거라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일갈했다. 덧붙여 “정원을 직접 다루어 본다면, 정원이 공원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을 단번에 깨닫는다”며 정원은 디테일과 정성적측면이 더욱 강조되는 작업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어서 학제적으로도 정원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안 대표는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의 커리큘럼을 예로 들며, “현재의 커리큘럼에서는 정원이 공원이나 단지와 같은 대규모의 대상지를 다루기 위한 전 단계로서만 인식되고 있다”며 학교에서부터 정원에 대한 인식 변화가 이루어져야 함을 촉구했다. 이날 참석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모두 정원 소재의 다양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안계동 대표는 김봉찬 대표의 주제 발표 중에 소개된 외국 정원에 1만 5,000종이 넘는 정원 소재가 쓰인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현재 “한국 물가 자료에 나온 교목과 관목의 수는 150종에 불과하다. 더군다나조경 설계자들이 설계 시 사용하는 수종은 2~30종 밖에 되지 않는다”며 현재 식재 설계에 있어 교관목 소재와 활용법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질의응답에 참여한 김동찬 국화농업시험장 재배팀장은 정원 시공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소재가 적은 이유로 소재 유통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현재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업체는 여럿 있으나 상품화하고 유통할 수 있는 활로를 개척하지 못하고 있다”며 새로운 육종 방향뿐만 아니라 육종된 품종을 보급할 수 있는 유통망과 연결 주체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정원 분야에 대한 관심이 확산됨에 따라, 조경과 원예분야의 전문가들은 정원을 각자의 산업 영역으로 표명해왔다. 이번 심포지엄은 그런 두 분야의 전문가들이 ‘정원의 대중화’라는 하나의 목표를 공유하고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는 점에서 관련 분야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날 진행된 주제 발표와 토론에서 정원의 대중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도출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경과 원예가 서로의 분야별 특성을 이해하고 역할 분담의 필요성에 동의했다는 측면에서 이번 심포지엄의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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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학의 새로운 지평
제2회 정원학 심포지엄
국내 정원학 연구는 현재 어디까지 왔을까. 정원과 관련된 이론과 설계(실무),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시스템 등 다양한 부문의 연구와 과제의 스펙트럼을 한 자리에 펼쳐놓은 자리가 마련되었다. 지난 2014년 12월 5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글로컬 홀GLocal Hall에서는 한국조경학회(회장 김한배)가 주최하고, 한국조경학회 정원학연구센터(센터장 조경진)가 주관하는 제2회 정원학 심포지엄이 ‘정원학의 새로운 지평’이란 제목으로 개최되었다. 정원학연구센터는 조경학의 모태인 정원 분야의 학술적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 문화 확산을 위한 싱크탱크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2014년 1월 출범했다.
네 가지 전략 과제―정원 관련 학술 활동 개최, 정원 문화 국제 교류, 한국 정원 문화 아카이빙, 정원 문화 대중화 사업―에 따라 지난해 두 번의 심포지엄이 마련되었다. 5월 개최된 첫 번째 심포지엄이 ‘Garden Talk 매혹의 공간, 정원을 디자인하다. 아홉 명의 디자이너의 정원이야기’란 제목으로 실무 디자이너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였다면, 이번 심포지엄은 크게 이론, 실천, 시스템이라는 세 가지테마를 중심으로 국내 정원학 연구의 현재를 조명하고 미래를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정기호 교수(성균관대학교 조경학과)는 기조강연을 통해 “지금 우리가 갈망하는 정원은 ‘정원 아닌 정원’”이라는 문제제기를 하면서 심포지엄의 문을 열었다. 현재 우리의 정원 문화는 아파트에 살면서 ‘뜰이 있는 집’을 원하는 모순된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정원은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며 전개되어 왔으므로 정원을 필요로 하는 트렌드 저변, 즉 사회적 요구를 볼 것을 주문했다.
이론, 실천, 시스템
1부 ‘이론’은 동서양 정원 관련 고전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박희성 교수(서울시립대학교 서울학연구소)가 중국 명대말기의 조원서인 계성計成의 『원야園冶』를, 김승윤 본부장(유네스코한국위원회)이 동서양을 통틀어 정원 만들기에 관한 가장 오래된 책인 일본의 『작정기作庭記』를, 황주영 박사가 베르나르 팔리시Bernard Palissy의 『르세트 베리타블Recepte veritable』에 나타난 종교적 정원에 관해 소개했다. 한국에서는 정원 관련 옛 기록을 찾기 힘들지만 성종상 교수(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가 고산 윤선도의 『금쇄동기金鎖洞記』를 ‘걷기’의 관점에서 소개하여 의미있는 자리가 되었다.
2부 ‘실천’은 20세기부터 현재에 활동하는 정원디자이너나 조경가들의 작품이나 작품론에 주목했다. 우선 권진욱 교수(영남대학교 조경학과)가 질 클레망Gilles Clément의 ‘움직임과 감성le mouvemet et la sensation’에 대하여 발제했다. 이어서 박은영 교수(중부대학교 환경조경학과)는‘색채의 조화’에 중점을 두고 재식 설계를 했던 거투르드 제킬Gertrude Jekyll에 관해 발표하며, 국내 조경 교육에서 수목뿐만 아니라 초본류에 대한 관심도 필요함을 환기했다. 김현 교수(단국대학교 녹지조경학과)는 ‘원풍경’과 ‘일본다움’을 회복하려는 일본 조경계의 새로운 움직임에 주목하며, ‘전통 정원’에 대한 재해석의 일환으로 저술된 『신 작정기新作庭記(신 사쿠테이키)』에 대해 소개했다. 더불어 현재 우리의 정원이 소규모이다보니 디자인의 발전이 없다며, 재료와 기술, 디자인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박승진 대표(디자인 스튜디오 loci)는 조경가 정영선의 정원 미학을 ‘땅을 이해하는 태도’, ‘또다른 오너십ownership’, ‘공간을 구축하는 패턴pattern’, ‘경계 만들기 혹은 경계 흐리기’, ‘식물과 돌-정원의 자연 재료’, ‘한국정원의 실천’, ‘작가적 태도로서의 직접하기’, ‘설계시공 팀워크’, ‘사적 관계혹은 친밀함’, ‘정서적 자산’ 등 10가지 시선으로 정리했다. 정영선의 작업 방식은 제도권의 그것과는 다르다는 최정민 교수(순천대학교 조경학과)의 지적에 박승진 대표는 자신감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설계자의 소위 ‘디자인 감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3부 ‘시스템’에서는 손용훈 교수(서울대학교 환경조경학과)가 상품화되어 있지만 생활문화 깊숙이 자리 잡은 일본의 정원 문화에 대해 발표했다. 윤상준 연구소장(이화원 정원문화연구소)은 영국 정원역사협회GHS, 왕립원예협회RHS, 내셔널 트러스트NT를 사례로 정원 문화에 대한 지원동향을 소개하며 정원의 일상성을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이유직 교수(부산대학교 조경학과)는 미국 하버드 대학교 이사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연구소, 덤바턴 오크스Dumbarton Oaks의 정원 연구 지원 활동과 성과 그리고 그 이면까지 짚어보면서 연구자들의 관심을 요청했다.
정원학과 정원 현상 사이
최근 정원에 대한 사회의 큰 관심 속에서 조경계에는 정원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 못지않게 여전히 정원을 만드는 데 이론이 어떤 효용이 있는지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도 정원학과 정원 문화, 역사 속의 정원과 현재의 정원 양상사이의 간극에 대한 고민이 많이 드러났다.
이론이 어떻게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 하는 최종희 교수(배재대학교 원예조경학부)의 질문에 박희성 교수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근대 사회에서 정원은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화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역사 속 정원에 대한 이해는 우리의 문화적 유전자 속에 녹아있는 자연에 대한 생각을 반추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실제 (정원)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육을 통해 안목을 키워주는 등, 즉 비물질적인 측면에서 이론의 가치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유직 교수는 최근 역사 연구의 트렌드는 거대 담론에서 생활사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는데 반해, 정원사 연구는 정원을 정치적인 결과물로서 이해하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즉 역사 정원에 대한 접근 역시 사람과 삶에초점이 맞춰져야 지금의 우리에게도 시사점이 있다는 이야기다.
최정민 교수는 순천국제정원박람회에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한 현상 이면에는 사람들 마음속에 일종의 갈증이 있는 것 아니겠냐며, 이를 어떻게 끌어내어 체계화하고 어떻게 교육으로 연계시켜야 하는지 고민스럽다며 교육적 측면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배정한 교수(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는 ‘정원’으로 상징되는 ‘역사’와 조경의 정체성과의 관계, 혹은 과거 왕후장상의 정원과 최근 정원이라는 이름으로 일어나는 현상은 연속선상에 있다고 보기 어렵지 않은가 반문하기도 했다. 따라서 지금 일상에서 일어나는 정원현상을 개념적으로 진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념적인 진단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현상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론과 실천, 정원학과 정원 실무 간만남의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개념을 통해 현상을 읽을 수 있을 때 새로운 지평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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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 만나는 정원
‘정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4월 26일까지
당신은 정원이 있습니까?
조그만 밭 한 뙈기조차 귀한 요즘이지만 누구나 마음속에 정원이 있는 시대다. 마음속에 그려오던 저마다의 정원이 어느 시골의 한적한 곳이 아니라 미술관에서 펼쳐진다. 지난 2014년 10월 21일, 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이 개관 1주년을 맞아 ‘정원’ 전을 개최했다. ‘도심 속 열린 문화 공간’을 지향하며 개관한 서울관이 앞으로 국민들에게 이상적인 ‘정원’으로 자리매김 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전시는 관람객에게 ‘당신의 정원’에 대해 물으며 상상력을 자극한다. “당신은 쓸모 있고 아름다울 뿐 아니라, 당신의 삶을 담아내며, 지친 일상의 호흡과는 다른 숨을 쉴 수 있게 하고, 당신 내면의 숭고함과 깊은 질문에 직면할 수 있게 하는 질문을 던지는, 또는 그 질문에 대답하는, 그래서 당신은 영혼과 정신이 고양되며 막힘없이 자유롭게 소요할 수 있는 그런 정원을 가지고 있습니까?”
현대인의 정원
‘현대인의 정원’을 모티브로 한 전시는 자연과 예술에 대한 동양의 전통적인 철학과 사상을 토대로 구성되었다. 그래서인지 서울관이 보여주는 ‘정원’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새로운 것 같으면서도 친숙하고 추상적이면서도 어렵지 않게 다가온다. 전시는 ‘만남’, ‘쉼’, ‘문답’,‘소요유’ 등 네 개의 주제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관람객은 네 개의 주제 공간을 차례로 관람하면서 ‘자신의 정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가슴 속에 만 권의 책이 있고 눈으로는 전시대의 명전을 두루 보며, 또한 수레바퀴 자국과 말 발자국이 천하의 반은 되어야만 바야흐로 붓을 댈 수 있다.” 첫 번째 주제 공간 ‘만남’은 남송 대의 문인, 조희곡趙希鵠의 말로 전시를 연다. 삶에서 얻는 모든 경험이 예술의 근원이 된다는 이 말의 의미처럼 ‘만남’에서는 인생에서 경험하는 기쁨, 슬픔, 광란, 우울 등 다양한 감정이 승화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자유분방한 필치로 환희의 순간을 거침없이 표현한 이두식의 ‘환희’는 짜릿한 해방감을 느끼게 한다. 이와 반대로 통일 전 독일의 세기말적 분위기를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하게 표현한 요르그임멘도르프Jörg Immendorff의 ‘독일을 바로잡는 일’에서는 암울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진다. 다양한 감정과 인생의 굴곡진 경험을 표현한 작품이 전시된 ‘만남’을 관람하다 보면 마치 형형색색의 꽃으로 만개한 정원을걷는 느낌이다.
‘만남’과 연결된 두 번째 주제 공간 ‘쉼’은 산수화로 이름난 북송 대 화가 곽희의 산수론에서 영감을 받아 구성되었다. 그림을 통해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생명력과 운치를 표현한 옛 화가들처럼 자연의 장엄한 광경과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은 현대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만남’에서 다양한 색의 향연을 즐겼다면‘쉼’의 흑백의 소나무 숲에서는 평화와 안식을 느낄 수있다.
‘문답’에서는 18세기 조선의 괘불과 21세기 미국의 미디어 작가, 빌 비올라Bill Viola의 작품이 서로 문답을 던지듯 마주보고 있다. 꽃비 속에서 연꽃을 들고 미소를 띤 석가모니는 21세기의 빌 비올라에게 삶과 죽음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괘불을 비추는 조명이 꺼지고 나면 비올라의 작품이 상영된다. 비올라가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위해 제작한 ‘트리스탄의 승천’과 ‘불의 여인’은 장엄한 사운드와 압도적인 비주얼이 인상적인 미디어 아트 작품이다. 한 마디의 대사도 없지만 우주의 비밀을 이야기 하고 있는 듯한 그의 작품을 통해 ‘염화시중’의 의미를 문득 깨닫는다. 마지막 전시 공간인 ‘소요유’에서는 영혼과 정신의 해방을 강조한 장자 미학을 보여주는 현대 미술 작품을 소개한다.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미디어 작품을 선보여온 백남준의 ‘시바’, 전위적인 작품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요셉 이스Joseph Beuys의 당당한 발걸음이 인상적인 ‘우리는 혁명이다’, 아름다운 제목처럼 따스하고 자유분방한 작품인 홍지윤의 ‘너에게 꽃을 꽂아줄게-인생은’ 등이 전시되었다.
당신에게는 그런 정원이 있습니다
밀란 쿤데라가 14년 만에 발표한 신작, 『무의미의 축제』의 판매 부수를 뛰어넘고, 전국의 미생들을 울린 윤태호 작가의 『미생 특별 보급판 세트』를 상대로 ‘완생’했으며, 일명 ‘요나손 신드롬’을 일으킨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마저 넘어버린 책이 있다. 2014년 12월 셋째 주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며 4주째 1위를 지키고 있는 조해너 배스포드의 『비밀의 정원』이다.1 『비밀의 정원』은 소설이나 시집이 아니다. 『비밀의 정원』은 스트레스와 긴장 이완을 목적으로 하는 어른용 ‘색칠 그림책coloring book’이다. ‘도시 생활과 문명에 지친 현대인들이 ‘아날로그 방식’으로 정원을 그리면서 자신만의 정원을 완성하고 치유받는다’는 콘셉트의 책이 열풍처럼 유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원’이 현대인에게 ‘노스탤지어’이자 ‘꿈’으로 다시 떠오르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집 안에 있는 뜰이나 꽃밭’이라는 사전적 정의를 넘어도시 생활에 지친 현대인을 위로하는 하나의 심상으로 자리 잡은 정원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당신에게는 그런 정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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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視·공간의 탄생: 한성, 경성, 서울
제5회 서울사진축제, 2014.11.13.~12.13.
사진으로 보는 서울의 도시경관사
사진의 탄생은 근대적 시時·공간의 탄생과 궤를 함께 한다. 개항을 전후해 조선에 도입된 사진(술)은 근대성이 정초되기 시작한 ‘한성’에서 일제강점기의 ‘경성’, 광복 이후 전쟁의 폐허 속에서 재건한 현대의 ‘서울’에 이르기까지의 도시의 변화를 기록해왔다. 지금은 누구나 카메라 하나쯤 가지고 일상을 기록할 정도로 사진이 친근한 매체이지만, 여전히 사진은 도시와 사회의 역사를 탐색하는 중요한 사료이자 예술적 매체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2014년 11월 13일부터 한 달간 ‘서울 視·공간의 탄생: 한성, 경성, 서울’을 주제로 한 제5회 ‘서울사진축제’(총감독 이경민)를 개최했다. 이번 서울사진축제는 2012년부터 기획된 ‘서울 삼부작’의 마지막 전시로, 서울의 ‘기억’(2012), ‘사람’(2013)에 이어 ‘공간’을 키워드로 했다.
2014 서울사진축제는 서울 도시 경관의 변천사를 보여주는 본 전시(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를 중심으로 시민참여형 전시로 기획된 특별전, 그리고 시민 강좌와 시민 워크숍을 비롯한 각종 시민 참여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졌다. 이번 전시는 외국인의 조선 여행기에서 시작해 국가기록원 등 정부와 서울시의 기록 사진 아카이브, 관변 간행물, 매체 사진, 사진가들의 작품 사진등 다양한 맥락에서 생산된 700여 점의 사진들이 망라되어 각 시대별 도시 이미지를 드러냈다. 동시에 도시경관 변화의 주요 원인인 도시계획, 근대 여가 문화, 전쟁, 근대화·산업화 정책 등을 키워드로 삼아 서울을 다층적으로 돌아볼 수 있었다.
한성에서 경성으로
본 전시 제1부 ‘한성에서 경성으로’는 1880년대의 사진을 시작으로 1945년 해방 이전까지 생산된 사진 자료를 다섯 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구성했다. 특히 개별사진들이 전달하는 물리적인 정보뿐만 아니라 각 사진이 생산되고 유통되는 방식을 통해 일제강점기 식민당국의 시각적 지배 방식을 살펴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소설이나 수필 등의 문학 작품과 영화 등을 통해 당시 경성 시민들의 도시에 대한 미적 감수성과 그에 대한 반응도 함께 살필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원형경관과 그 변동’을 주제로 마련된 섹션1에서는 1876년 개항 이후부터 1907년 고종이 강제 퇴위되기 전까지 조선을 방문한 서양인과 일본인이 남긴 여행기와 사진첩을 통해 서울의 원형 경관을 볼 수 있었다. 또한, 대한제국기의 주요 건축물과 정동을 중심으로 형성된 외교관 거리의 모습을 통해 점차 변모해가는 도시 경관의 변화상을 만나게 된다. 섹션2 ‘근대 건축의 각축장’에서는 1900년대부터 1940년대 사이 세워진 근대 건축 사진을 아카이빙하여 건축물의 성격과 용도에 따라 보여주었으며, 섹션3 ‘박람회, 건축양식의 실험장’에서는 1929년 개최된 조선박람회장에 세워진 주요 전시관의 외관 사진을 중심으로 식민지 건축 양
식의 이중적 성격을 살펴보았다. ‘식민지 수도의 탄생’을 주제로 전시된 섹션4에서는 조선이 강제 병합된 직후부터 실시된 경성시구개정사업의 결과를 보여주는, 사업 이전과 이후의 모습을 비교한 20곳의 사진을 통해 경성이 식민지 수도로 재편되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비교 방식의 사진 배치는 제국주의 시대에 고안된 시각적 설득 방안의 하나로, 시구개정사업으로 식민지 조선이 근대화, 문명화되었다는 착시 효과를 일으키게 하는 일제의 시각적 지배 방식의 하나였다.
섹션5 ‘식민지 관광과 경성의 표상’에서는 1930년을 전후해 운영된 경성유람버스의 주요 코스를 중심으로 경성의 이미지가 어떻게 생산되었으며 그 장소가 갖는 식민주의적 의미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 사진축제에서는 연계 프로그램으로 당시 ‘경성유람버스’의 노선(조선호텔[황궁우]-남산분수대[조선신궁]-신라호텔[장충단]-경복궁)을 따라 버스를 운행해 시민들이 공간 변화를 직접 체험할수 있게 했다.
경성에서 서울로
본 전시 제2부 ‘경성에서 서울로’는 1945년 해방 이후 식민지 수도라는 한계를 안고 근대 도시로 변모한 경성이 한국 전쟁과 전후 재건 사업, 1960년대부터 본격화된 근대화 및 산업화 정책, 그리고 재개발 사업 등의 과정을 거치며 현재의 메가 시티로 변화해온 모습을다루었다. 전쟁과 폐허, 그리고 개발의 과정 속 도시를 바라보는 여러 사진가의 시선 변화를 쫒는 것도 이번 전시의 또 다른 흥미로움이었다.
섹션1 ‘전쟁과 도시’에서는 한국 전쟁 당시의 사진들을 통해 집단적 기억과 표상으로 반복되는 도시 공간의 파괴를 바라보는 사진의 시선들에 초점을 맞춘다. 섹션2의 ‘착실한 전진’에서는 해방부터 1970년대까지 재건과 경제 개발 당시 ‘근대화’를 추진하는 서울의 이미지를 정부 공식 기록물, 관변 간행물에 수록된 사진을 통해 바라본다. 1960년대 고속도로 건설 현장의 황량한 벌판에 나란히 앉아 구경하는 갓 쓴 이들을 찍은 전몽각의 사진은 당시 서울의 물리적 경관뿐만 아니라그 풍경을 바라보는 시민들이 느꼈을 시각적 충격 또한 고스란히 전달한다. 섹션3 ‘정치적 풍경’에서는 대한뉴스 속 표어들과 함께, 정부 수립, 대통령 취임, 국빈 방문 등을 기념해 거리에 세워졌던 아치, 애국선열조상건립위원회가 세운 ‘애국선열’ 15인의 동상, 대중동원 사진을 통해 한국의 ‘근대화’ 과정 속의 경관을 살펴본다. 섹션4에서는 ‘살기 좋은 서울’이라는 주제로 1970년대 이래 공공 기록으로서 촬영된 자료 사진을 통해 재개발의 시대별 경향과 현장을 누비며 재개발이전부터 이후까지 촬영해 온 작가들의 사진을 통해 서울의 경관 변화를 비교해 본다. 섹션5 ‘유동하는 시선’으로 넘어오면 현재 활동하고 있는 사진가들의 시선을 통해 ‘도시의 눈Urban Eye’으로서 사가는 지금이 시점 우리가 어떠한 이미지를 ‘도시’라고 인식하고 의미화 하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주는 동시에 도시 너머의 도시에 대해 이야기한다.
개인적 기록의 아카이빙서울사진축제의 ‘서울 삼부작’은 일반인들의 사적인 기념 사진을 박물관에 전시하면서 민간 기록물의 사회적 역할과 가치를 고민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경민 총감독은 “아카이브는 권력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는 개인 기록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권력의 필요에 의해 생산된 아카이브는 국민들에게 전파되는 과정에서 국가 이데올로기가 개입되고, 이를 바탕으로 공식 역사와 공식 기억이 재구성”1될 수 있기때문이다. 이번 사진 축제의 특별전인 ‘여가의 탄생’은 서울의 대표적인 나들이 공간이었던 창경원의 모습을 통해 여가 문화의 한 면을 살펴보는 ‘창경원의 추억’과시민들의 나들이 사진을 공모하여 구성한 ‘추억의 나들이를 떠나요’로 구성되었다. 시민들의 추억이 담긴사진 속에는 공식 기록에 미처 담기지 못한 다양한 단편들이 담겨있어 역사적 사료로서의 가능성 역시 보여주었다.
연대기순으로 배열된 사진들을 따라가다 보면, 시간이흐름에 따라 겉모습을 바꾸어가며 반복되는 도시의 여러 요소들을 볼 수 있으며,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의문화적 관성도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있다. 이렇듯 우리가 계보를 짚어가며 기원의 현장을포착하려는 이유는 아마도 원형 속에 감춰진 사회적 의미를 파악하기 위함일 터이고, 이것이 아카이브 전시가 의미 있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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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본 지구Mind the Earth
벌목 패턴도 아름다울 수 있을까? 높은 곳에서 열대우림을 바라본 위성 사진은 땅에 그려진 정교한 패턴을 보여주지만 그 이면에는 거대한 면적의 열대 우림이 매일 사라지고 있다는 두려운 이야기가 깔려 있다. ‘마인드 디 어스Mind the Earth’ 전은 구글 어스Google Earth로 촬영한 위성 사진을 통해 지구가 얼마나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고 어떻게 변화했는지, 어느 정도로 회복탄력적resilient이고 동시에 얼마나 위험에 취약한지 보여준다.
‘마인드 디 어스’ 전은 리얼대니아Realdania와 램볼Ramboll의 후원으로 2014년 11월 20일부터 2015년 1월 11일까지 덴마크 건축 센터Danish Architecture Centre에서 전시된다. 지상을 줌 인, 줌 아웃한 구글 어스의 위성 사진을 통해 지구의 경관 이면에 담긴 제각각의 독특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늘에서 바라본 바다 위에 흩뿌려진 섬 마을, 대도시, 식량을 생산하는 거대한 크기의 농지 등의 경관은 상당히 매혹적이다. 관람객은 이전에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지구의 모습에 주목하게 될 것이다. 지상 10km 높이에서 지구를 바라본 사진에서 산과 바다, 도로, 건물 등이 만든 여러 패턴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패턴들은 우리가 평소에는 짐작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바로 우리가 그 패턴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좀 더 확대해서 들여다보면 모든 장소와 지역이 제각기 독특한 특징과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덴마크 건축 센터의 홍보팀장 마틴 빈터Martin Winther는 “이 아름다운 사진들은 세계화, 도시화, 기후 변화와 같은 지구의 변화가 만들어내는 여러 가지 양상을 보여준다. 관람객은 지구의 다양한 모습에 전율을 느끼고 놀라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지구의 자원은 무한하지 않으며 우리가 가진 자원을 소중히 다루어야 할 공동 의무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지구의 패턴이 보여주는 미래
이번 전시는 삶과 거주에 초점을 둔 4개의 주제―식량, 에너지, 교통, 수자원―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전시의 주제를 통해 사람, 도시, 경관을 위한 미래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우리의 삶의 기반은 무엇인지, 우리가 이용할 자원은 어디에서 얻게 될 것인지 살펴본다.
사진은 동일한 공간을 서로 다른 시간대에 촬영해 보여줌으로써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램볼의 선임 건축가이자 도시계획가인 캐스퍼 브레인홀트 백Kasper Brejnholt Bak과 작가, 번역가, 소리 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는 모르텐 쇤더고르Morten Søndergaard의 합작 결과물로, 위성 사진에 대한 각자의 접근 방식과 해석을 보여준다. 캐스퍼가 건축적 관점에서 사실적으로 접근했다면 모르텐은 시적이고 철학적인 관점을 보여준다. 이들은 이미지에 대해 공감과 이해를 이끌어내고 우리가 사는 세계가 어느 특정한 순간에 어떻게 보이는지, 미래에는 결국 어떻게 보이게 될지 말하고자 한다. 본 전시를 계획하며 오랜 기간 동안 전시에 사용될 구글 어스의 위성 사진을 수집해 온 캐스퍼 브레인 홀트백은 “도시계획가로서 내가 흥미를 가지고 있는 것은 세계화와 도시화가 미래에 우리가 구상할 마을과 도시를 만드는 방식에 필요한 새로운 필수 전제 조건을 어떻게 만들어내는가이다. 나는 항공 사진을 통해 본 지구의 그래픽적 아름다움과 지구의 자원에 대한 지식의 병합이 우리 개개인과 전체가 구성하는 지구의 패턴에 관한 여러 생각을 자극하게 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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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적 주거 공동체
아홉 개의 ‘Co-Living Scenarios’
현재 한국은 1인 가구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까지 더해져 가족 구조의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더 이상 이웃과 공동체라는 말이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사회가 된 듯하다. 새로운 사회적 가족과 대안적 주거 공간의 등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그에 대한 답은 그리 쉽게 제시되지 않는 다. 지금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협력적 주거 공동체: Co-Living Scenarios’ 전은 이러한 주거와 공동체적 삶에 대해 조금 다른 시각을 가진 아홉 개의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미술관의 1층 플랫폼 지붕 상단에는, 건축가 유걸(iArc)의 ‘페블 앤드 버블Pebble & Bubble’이 설치되어 있다. 이 작품의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조그만 땅을 갖고 있던 누군가가 적은 예산으로 공용 공간을 만들려고 한다. 그는 동네의 3D 프린팅 숍에서 페블과 버블로 불리는 건축물을 출력하여 자신의 땅에 설치한다. 몇몇 사람에게 세를 내주며 공동체를 형성한다.’ 유걸은 “그동안의 건축은 너무 비싼 ‘특수해’였다”며, 저렴한 가격에 제공할 수 있는 소비자 중심의 ‘일반해’를 제안한다. 이 ‘일반해’는 3D 프린팅을 통해 쉽게 찍어낼 수 있으면서, 건축가의 도움이 필요 없는 구조를 취할 것이라 말한다.
본 전시장에 들어서면 입구 한구석에 ‘C BAR 일보’라는 제목이 붙은 신문 더미를 볼 수 있다. 작품의 형태에서 단지 건축적인 시나리오만을 얘기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C BARCo-working Bar Architecture Research는 이 신문을 만들어낸 공동체의 이름이기도하다. C BAR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가상의 C형 바bar에 모여 생각을 나누는 일종의 협력적 사유 집단이다. 이들은 “물리적인 해결책만을 제시한다면 지금과 같은 주거 환경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서울시 예산이 그들이 제안하는 ‘공유 부동산 개발 펀드 운용계획’에 투자되었을 때 어떠한 방식으로 새로운 공유 공간이 창출될 수 있을지 분석한다.
신문이 놓인 곳을 지나 녹색 플라스틱 골판지로 만들어진 책장 너머로 하얀색 건축 모형이 보인다. 건축가 신승수(디자인그룹오즈)와 조경과 건축을 함께 하고 있는 유승종(라이브스케이프)이 협업한 ‘Our Home / My City’다.
이들은 “공간의 공유에 앞서, 사용의 공유와 사용 가치의 공유”를 위한 시스템을 제안한다. 이 시스템은 나의 방과 ‘우리의 방(옥상)’이 수직적으로 결합하는 구조를 갖는다. 이러한 ‘우리의 방’들은 수평적으로 맞물려서 작동하면서 공유의 공간이 된다. 씨드머니seed money로 대표되는 사회-경제적인 운영 체제도 추가적으로 제공하여 자족적인 삶이 가능한 공동체를 지향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공유에 대한 생각이 변화하고, 실제 공유하는 삶을 살아가게 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공동 주거에 대한 공부와 작업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김경란Q(크크륵크득건축사사무소), 이진오J(SAAI), 김수영K(su:mvie) 3명으로 구성된 QJK는 ‘아파트멘트Apartment’라는 시나리오를 보여준다. 이 시나리오의 배경은 아파트다. 이들은 공유의 행위를 만드는 방법보다는, 공간이 공유된 ‘후’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이 작품은 아파트 내의 ‘가상의 공공 공간’의 운영 방식과 그 안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이진오는 “어떤 공간에서의 삶은 거주자가 그 주거 공간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한다. 아파트에 (개인적인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아닌) 공동의 삶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이 살게 되었을 때, 아파트는 전혀 다른 주거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파트멘트를 마주보는 벽에는 이번 전시에서 가장 건축적인 방식으로 공공 주거의 형태를 제안하는 작품, ‘수직마을입주기’가 있다. 건축가 조남호(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는 “그동안의 주거는 상품에 가까웠다”고 평가하며,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주택을 짓는 일에 참여하는방안을 제시한다. 그가 이 작품에서 제안한 주거 방안은 ‘조립식 모듈러 시스템’이다. 한 변이 6m로 이루어진 정육면체가 연속적으로 배치된 철골 구조 시스템에는 고층 주거의 구조와 설비 시스템이 내장되어 있다. 이 구조에 더해지는 ‘경골목구조 패널 시스템’은 주민들이 인테리어 수준의 작업만으로도 집을 지을 수 있게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하나의 건물 속에는 쓸모와 필요에 따라 자족적 주거 형태가 조직되고, 여러 주거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수직적인 구조의 마을이 탄생한다.
전시 공간 한 구석에서 들리는 웃음소리를 따라가면, 하얀 플라스틱 골판지로 만들어진 공간 속에 놓인 브라운관 TV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피타집 다큐멘터리’는 실제 ‘수직마을입주기’에서 말하는 인테리어 수준(?)의 자재를 가지고 집을 지은 학생들(PaTI 한배곳 일학년)의 동영상 기록물이다. 이 다큐에는 파주의 타이포그래피 학교인 PaTI의 ‘공간 만들기’ 수업 과정(강의: 장영철_와이즈건축)이 담겨있다. 비록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의 기록이지만, 그 어느 작품보다 현실적인 이야기가 많이 담겨있다. 각목과 플라베니아(플라스틱 재질의 골판지)로 만든 판잣집에서 학생들은 수업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체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기록한다. 한 학생은, “어른들은 ‘요즘 젊은이들은 이기주의적이고, 그들이 SNS를 통해 만드는 관계는 진정한 관계가 아니’라고 하지만, 마음 편히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장소가 없다”는 말로 ‘피타집에서의 한 달은 소중한 경험이었다’는 소감을 대신했다. 다큐의 마지막 부분의 “주거와 같이 당연히 필요한 것을 쉽게 얻기 힘든 사회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는 인터뷰 내용도 다른 작품과는 다른 ‘실제’의 경험이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당신이 새로운 1인 주거의 형태를 찾고 있다면, 건축가 조재원(공일스튜디오)의 ‘우공집 복덕방’을 방문하길 바란다. ‘우연한 공동체의 집’을 줄인 우공집의 작품 설명은 “현대인이 필요한 공간, 필요한 쓸모 이상의 너무나 많은 것을 갖고 있다”는 말로 시작된다. 이 복덕방에서는 방, 서재, 사무 공간 등 하나의 기능만을 위한 공간을 제공한다. 시간 혹은 월 단위로 시간을 변경하며 사용할 수 있는 집도 제공한다. 전시장에 설치된 ‘팝업오피스’에서는 이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한다.
우공집을 지나서 식물로 가득한 우편함과 선반이 창가에 놓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설치 작품은, ‘녹색의 공극porosity: 입체적 도시 영농’이라는 실험의 일부다. 건축가 황두진(황두진건축사사무소)은 현재 아파트는 “공극률 0에 육박하는” 폐쇄적이고 획일화된 공간이라며, 이러한 공간에서 ‘농업의 행위’가 만들어낼 가능성을 얘기한다. 그는 “주거만 담당하는 건물은 필요 없어질 것”이라며, 기능과 용도에 따른 공간 분류가 아닌 인간의 행위에 따른 분류가 필요해질 것이라 말한다. 이 우편함과 공구함은 아파트의 남는 공간에서 ‘농업’의 행위가 만들어낼 변화를 미술관 곳곳의 자투리 공간을 통해 보여주려 한다.
3층 중앙의 ‘크리스탈 룸’에는 건축가 김영옥(Rodemn A. I)의 ‘3rd SCAPE’가 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녹색의) 우편함이 전시의 끝이라고 생각하며, 이 아홉 번째 작품의 존재를 모르고 지나치지 않았을까? 전시 공간의 이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깜깜한 공간 한쪽 구석에 놓인 스포트라이트를 따라가면 책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책장 하나하나에는 더 나은 주거의 모습을 그려낸 수많은 스케치와 입단면도가 자리하고 있다. 수십·수백 개의 도면을 통해 “삶의 영역을 나누고 기억의 영역을 공유하는, 함께 나누면서 사는 집”을 상상하게 한다.
전시를 보고나면 마치 공유 주거가 행복과 더 나은 삶의 기반을 제공할 것만 같은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물론 형식이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건축이 삶을 바꾼다? 이것에는 동의하지 못하겠다. (어떤 공간에) 들어 오는 사람들의 인식이 변해야 한다”라는 한 건축가의말은 우리가 공동체적 삶에 대해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전시장을 빠져나가기 전에 ‘건축가별 인터뷰’를 꼭 한번 들어보길 권한다. 아홉 개의 서로 다른 이야기가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번 전시는 1월 25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