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관리
폴더명
스크랩
  • [기웃거리는 편집자] 조경, 왓츠 유어 네임?
    “이름 ‘명(名)’은 저녁 석(夕)과 입 구口가 합쳐진 형태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앉은 밤에 부모가 자식을 찾기 위해 입을 빌려 애타게 소리 내는 것이 이름이다.”1 한 가정에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의 이름을 만들어준다. 가족 모두가 신중을 기해 짓는다. 내 이름은 빼어날 ‘수秀’와 옥돌 ‘민珉’으로 ‘옥돌(투명하여 아름답게 빛나고 광택이 나는 돌) 같이 빼어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호칭에 불과한 이 몇 글자에는 누군가의 마음이 녹아들기도 한다.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정조(이준호)가 성덕임(이세영)에게 정1품 빈으로 승품을 하기 위한 이름을 하사하는 장면이 있다. 정조가 마땅할 ‘의宜’라는 호를 적어주며 ‘의가의실(宜家宜室)과 의가지락(宜家之樂)’을 아느냐고 물었다. 덕임이 “부부가 되어 화목하게 지낸다는 의미와 부부 사이의 화목한 즐거움”이지 않으냐고 되묻자 정조는 “난 너와 가족이 되고 싶다고” 답하며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단 한 글자만으로 정조가 덕임을 얼마나 아끼는지 엿볼 수 있었다. 사람뿐 아니라 이 세상 모든 것에는 이름이 있다. 그 이름에는 각기 뜻이 있으며 그 속에 담긴 본질을 대표한다. 그렇다면 ‘조경’, 이 이름은 무엇을 내포하고 있을까. 전공이 조경이라 하면 십중팔구 (눈앞에 보이는 나무를 가리키며) “이 나무 이름이 뭐예요?” 또는 “정원하고 공원 만드는 일인 거죠?”라는 식의 반응이 돌아온다. 1970년대 초반 한국 제도권 조경(학)의 창설자들이 미국식 개념인 랜드스케이프 아키텍처(landscape architecture)를 수입해 조경(造景)이라는 이름으로 옮겼다. 하지만 이미 1960년대부터 조경이라는 단어는 나무와 꽃을 심고 돌 놓는 일, 관상수 재배, 가드닝 정도를 뜻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었다. 이런 탓일까 조경이라는 단어가 조경이 하는 모든 일을 포괄하고 있는지 종종 의문이 든다. 이처럼 조경의 기표(signifiant)와 기의(signifié)가 불일치한 이유를 찾는 웨비나가 지난 2월 22일 진행됐다. 한국조경학회가 기획한 ‘조경, 왓츠 유어 네임?’에 배정한(서울대 교수), 박승진(디자인스튜디오 loci 대표), 최정민(순천대 교수), 김정윤(하버드대 GSD 교수, 오피스박김 대표), 김영민(서울시립대 교수), 김정은(월간 SPACE 편집장), 이유직(부산대 교수)이 모여 전문 직능(profession)과 학문 분과(discipline)의 조경 명칭에 대한 신중한 토론의 첫걸음을 뗐다. 랜드스케이프 아키텍처를 그대로 직역하면 ‘경관을 만들다’다. 김정윤 교수의 의견처럼 어쩌면 “조경은 오히려 ‘건축’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는 랜드스케이프 아키텍처보다 더 포괄적이고 이 시대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허나 포괄적이라는 것은 그 분야의 색이 뚜렷하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조경 명칭에 대한 분분한 의견이 오간다는 건, 이미 조경으로 이루어져온 작업이 식물, 정원이란 단어의 테두리를 뛰어넘는다는 방증인지도 모른다. 조경의 이름에 대한 콤플렉스와 열등감이 있는건 아닌지 묻는 김영민 교수의 질문은 지난날을 되돌아보게 했다. 김영민 교수는 옴스테드가 조경이 건축처럼 되기를 바라며 지은 영어 이름이 랜드스케이프 아키텍처이며, 이로써 조경에서 건축을 떼어낼 수 없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름을 부정하자니 근본을 부정해야 하고, 건축을 롤 모델로 삼아온 과거도 부정해야 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김영민 교수의 말처럼 알렉산더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더 매그너스로 개명해도 조경의 열등감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슬라보예 지젝이 “당신의 징후를 즐겨라”고 말하지 않았나. 이제 이 상황을 인정하고 열등감을 새로운 원동력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무한도전’에서 하하가 키가 작은 만큼 이름은 길었으면 좋겠다면서 ‘하이브리드 샘이솟아 리오레이비’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큰 웃음을 준 적이 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 회자되는 걸 보며 이름에 곁들어졌던 기쁨의 가치를 되새겨봤다. 조경의 이름이 조경(학)의 목적, 대상, 영역을 담아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조경이 사람들에게 어떤 기쁨을줄 수 있는지 고민하면 어떨까. 뜬금없이 던진 이 이름에 대한 화두는 『환경과조경』 특집 예고이기도 하다. 편집부는 2019년 12월호 ‘이달의 질문’으로 던진 ‘조경, 그 의미를 담기에 충분한 이름인가’에 대한 갈무리를 언젠가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시기를 정확히 밝힐 순 없지만, 곧 다가올 특집을 예습하듯 ‘조경, 왓츠 유어 네임?’을 훑어보기를 권한다. [email protected] 각주1. 이기주, 『한 때 소중했던 것들』, 출판사 달, 2018, p.65.
  •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살아서 떠다니는 평범한 말이 더 값지다
    가을보다는 봄의 문턱이 좀 더 쓸쓸하다. 계절이 희미해지는 이 시기는 이상한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이미 새해를 알리는 카운트다운을 세며 내가 얼마나 게을렀는지 반성하고 새로운 다짐도 세웠는데, 여전히 정체된 나를 보게 한다. 새삼스러운 자기반성에 빠지는 이유는 해의 숫자가 바뀔 때보다 사계절의 처음을 맞이할 때 더 큰 변화를 느끼는 사람이기 때문일 테다. 싹을 틔울 준비를 하고 있는 나뭇가지와 눈이 마주치면 미세먼지보다 가치 없는 존재가 된 기분이 든다. 하지만 내 몸의 반 이상은 뻔뻔함으로 만들어졌는지, 결론은 무언가를 바꾸어보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나 실천이 아닌 위로를 받아야겠다는 결심이었다. 사울 레이터(Saul Leiter)의 사진전(『환경과조경』 2022년 2월호, 124쪽 참고)에 또 가야지. 취재차 들린 전시장에 다시 가는 일은 드물다. 한 두 쪽에 불과한 기사를 쓴다 해도 자료를 찾고, 큐레이터와의 대화를 곱씹고, 사진 들여다보기를 반복하면 질리기 마련이다. 지난달 사진에 대해서는 통 아는 게 없는 나는 취재에 도움이 될 만한 자료를 모으느라 정신이 없었다. 영화 ‘캐롤’이 레이터의 사진에 큰 영향을 받았다는 걸 알게 됐는데, 어딘가 흐릿해서 옛 기억을 소환하게 되는 감성적인 사진을 찍는구나 추측했을 뿐 내가 그의 사진에 마음을 빼앗겨 값비싼 도록까지 결재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처음으로 눈길을 끈 건 반 이상을 거대한 장막이 차지한 사진이었다. 아래 틈으로 눈길을 걷는 사람들이 찔끔 보였다. 구도를 이용해 저 풍경을 강조하려는 의도인가 싶었는데 웬걸 사진 제목이 캐노피였다. 레이터의 세계에는 사진 찍기를 방해하는 요소가 없었다. 내 휴대폰 사진첩에 있을 법한 버스의 진동에 이리저리 흔들린 사진, 습기나 불빛에 피사체가 모호하게 번진 사진이 곳곳에 크게 걸려 있었다. 그게 꼭 내보이기는 쑥스럽지만 혼자서 아름답다고 중얼거릴만한 내 일상의 풍경 같았다. 전시장을 거니는 내내 레이터가 들려주는 시답잖은 이야기를 들으며 그의 동네를 산책하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레이터가 ‘스니펫(snippets)’이라 부른 사진들을 참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작은 명함 사이즈로 찢어 곁에 두고 자주 들여다보았다는 사진 묶음, 대충 찢어 모서리가 거칠고 얼마나 만지작거렸는지 이곳저곳이 해진 모양에서 그가 사진을 그저 자신이 아끼는 것들을 잡아두는 매개체로 쓰고 있다는 사실을 절절히 느낄 수 있었다. 그건 어느 조경사무소 벽에 너덜너덜해지도록 붙어 있는 스케치 드로잉이나 엄마가 꾸린 못난 화분들의 나열을 떠올리게 했다. 전시를 본 후에야 ‘캐롤’ 포스터 상단에 적힌 문장을 이해하게 됐다. “인생에 단 한 번, 오직 그 사람만 보이는 순간이 있다.” 누구의 일상에나 있을 법한 평범함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모든 이들이 SNS에 자신의 삶을 전시하고,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사진을 선별해 올리는 시대에 평범한 내 삶에서 예쁜 구석을 들여다보라고 이야기하는 사진과 레이터의 말들이 마음에 남았다. 그의 사진은 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내 삶에도 영화 같은 순간이 있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비에 젖어 번들거리는 콘크리트 바닥과 그 위로 번쩍이는 차량 전조등의 불빛, 축축한 공기에 섞인 매연 냄새, 늦은 밤 라디오 소리와 그 너머로 들려오는 거리 연인들의 웃음소리. 그런 것들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찰나가 감상에 젖어 생긴 착각이 아니라고 믿게 한다. 고백하자면 사실 세상에는 좋은 문장을 모으는 사람들이 많다. 뉴스레터 ‘문장줍기’는 매주 다양한 주제별로 큐레이션한 서너 개의 문장을 소개하고, 함안군의 칠원도서관은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은 책 속 문장을 기록하는 ‘책 읽고 문장수집’이라는 게시판을 운영한다. 지면을 채우기 힘들 때면 종종 나처럼 문장을 포착하러 다니는 이들을 찾아보곤 했는데, 그때 발견한 『나를 움직인 문장들』(오하림, 자그마치북스, 2020)의 한 구절을 꼭 써먹겠다고 담아두었었다. “나에겐 명대사보다, 살아서 떠다니는평범한 말이 더 값지다. 우리는 가끔 평범하거나 당연한 것들의 가치를 잊고 살기도 하니까. 평범한 문장들은 그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평범한 것들의 가치를 잊고 산다는 이야기는 “차별화된 조경을 경계하고 싶다. 놀러 가는 공간이라면 화려할수록 좋겠지만, 우리는 집에 쉬러 간다”(32쪽)는 이호영 소장과의 말과도 맥을 같이할 것이다. 혹 나같이 이 계절을 타는 사람이 있다면 자책하기보다 주변의 평범한 것에서 작은 기쁨을 찾아보면 어떨까. 아직 봄이 찾아 오지 않았으니 말이다. 가끔은 늘 당신을 찾아가는 이 책이 평범하지만 작은 기쁨이 되는 순간이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email protected]
  • [COMPANY] 초록에서 식물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수직 정원 코디네이터
    온실 시공 회사에서 초록에서까지 2007년 설립된 ‘초록에서’는 수직 정원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식물 병원이다. 연구실이 아닌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실증 연구를 통해 도시에서 사람과 식물이 공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전태평 대표는 본래 10여 년 정도 온실 시공 회사를 운영했었다. 한 프로젝트가 끝나고 시공 대금 대신 식물 온실을 받게 되었는데, 이 일을 계기로 식물 도소매 사업을 시작해 초록에서의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사업 초기에는 생계를 잇는 것조차 어려웠다. 돌파구를 찾던 그는 뜻밖에도 분갈이를 하러 온 손님에게서 해답을 찾았다. 스티로폼, 나무껍질 등 온통 쓰레기로 가득한 화분이 도시에서 식물을 살아가게 하기 위해 만든 인공 생육 환경을 떠오르게 한 것이다. 그 순간 현대인에게 필요한 건 단순히 식물을 판매하는 중개인이 아닌, 이러한 인공 생육 환경에서도 식물을 잘 키울 수 있도록 돕는 식물 병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식물 병원 개념을 도입하기로 마음먹은 후, 사람들의 식물 소비 패턴을 살피기 시작했다. 늘 현장에 있으니 자연스럽게 데이터가 쌓였고, 이는 식물과 생육 환경에 대한 공부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화분 안에 적절하게 배합한 토양을 채워주는 것에서 출발했다. 죽어가는 식물이 살아나자 소비자의 요구가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여러 식물을 함께 키우고 싶어 했고, 자동으로 관수가 이루어지기를 바랐다. 이에 주목해 저면 관수 시스템을 개발해 판매했다. 관수 시스템을 공부하며 수직 정원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아쉽게도 당시는 관리 문제로 수직 정원이 침체기에 접어든 지 10여 년 쯤 된 때였다. 서울시청에 수직 정원이 조성되면서 일었던 관심이 사라진 후였다. 참고할 수 있는 최신 자료가 부족해 스스로 여러 재료를 찾아보고 연구하는 수밖에 없었다. 거듭된 실패와 도전 끝에 탄생한 제품이 바로 벌집 구조 종이 월(wall)을 이용한 ‘바이오월 허니(Biowall Honey)’다. 2018년 ‘수직 정원 바이오월’ 특허를 취득하며 사업을 본격화했다. 같은 해 농촌진흥청과의 협업으로 바이오월 허니의 공기 정화 능력을 향상시키고, 농진청 그린스쿨 시범 사업의 일환으로 두 개 학교에 수직 정원을 설치했다. 2019년에는 ‘서민갑부’(채널A)라는 TV 프로그램에 미세먼지를 줄이며 수익을 내는 사업가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산림청 스마트가든볼, 농진청·교육청 그린스쿨 보급 사업, 전북교육청 그린스쿨그린오피스, 산림청 생활밀착형숲 강릉아트센터 수직 정원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수직 정원을 조성할 때는 공간의 채광, 통풍, 습도에 맞는 식물을 선정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초록에서는 30년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식물 큐레이팅 서비스를 통해 공간에 최적화된 정원을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 식물 공장에서 직접 식물을 기를 뿐 아니라, 다른 농장에서 구입한 식물이라도 어떤 환경에서도 잘 살 수 있도록 적응 기간을 거친 후 사용한다. 벽면 녹화용 화분 장치, 식물을 활용한 공기 정화 장치 등 여러 제품을 개발하며, 수직 정원과 관련한 5개의 기술 특허를 취득하고 ISO 14000, ISO 9001 인증을 받았다. 바이오월 허니 바이오월 허니는 토양 재배, 수경 재배, 공기 순환 기능을 하나로 결합한 시스템이다. 벌집 구조의 친환경 종이 월, 식생 보드, 공기 순화용 삼각대, 수중 모터는 식물 뿌리 생육을 개선하고 공기 정화 능력을 극대화한다. 특히 벌집 구조 종이 월은 뿌리 활성화와 안정된 성장을 도와주는 바이오월 허니만의 특장점이다. 뿌리 서클링circling(식물 뿌리가 화분 바닥면 주위를 돌면서 자라는 현상)을 막아 토양 내로 산소를 충분히 끌어들이고 식물에 적절한 수분을 공급한다. 공기 순환용 삼각대는 오염된 공기를 흡입하는 역할을 한다. 특수 부직포에 싸인 식물은 토경과 수경의 장점만을 살리는 중간 매개체로 종이 월과 함께 뿌리의 서클링을 방지한다. 단순하지만 가벼움이 느껴지지 않는 디자인의 백색 스테인리스 덮개는 아름다울뿐 아니라 공간에 안정감을 만들어준다. 바이오월 허니의 품질은 사후 평가를 통해 증명된 바 있다. 조달청 계약이행실적평가는 제품을 구매한 공공 기관이 계약 단계에서부터 납품, 현장 사용 과정을 거쳐 제품과 만족도를 직접 평가하는 제도인데, 지난해 말 이 평가에서 바이오월 허니가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높은 점수를 받는 데 큰 영향을 미친 부분이 사용자 중심의 편리한 식물 관리 시스템이었다. 바이오월 허니의 식물 전용 스펙트럼 LED 조명은 빛이 부족한 실내 환경에서도 식물이 문제없이 자라도록 돕는다. 자동 급수 및 관수 시스템, 팬을 이용한 공기 순환도 식물 유지·관리에 큰 몫을 한다. 핵심 부품이 종이로 제작되어 가볍기 때문에 재배치가 쉽기까지 하다. 전태평 대표는 “좋은 수직 정원은 구조물에 식물을 장착하는 개념에서 벗어나, 식물의 시선으로 그들이 원하는 생활이 무엇인지 고민할 때 만들 수 있다. 식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기술력만을 이용해 수직 정원을 만들려 한다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사람과 식물은 함께 살아왔고 앞으로도 같이 살아갈 존재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더불어 “수직 정원 시장이 커지려면 기술을 함께 공유해야 한다. 수직 정원이 대중에게 인기를 얻게 된다면 농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몇몇 나라가 수직 정원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데, 그 선두에 대한민국이 설 수 있다고 자신한다”며 수직 정원에 관심 있는 회사와 전문가의 협력 체계의 구축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이형주 TEL. 041-354-1148 WEB. www.chorok-in.com
    • 이형주
  • [PRODUCT] 공원 설치 세트 ‘더 페블’ 조약돌을 닮은 벤치와 화분으로 만드는 작은 쉼터
    내가 원하는 곳에 꿈꾸는 형태로 공원을 만들 수는 없을까. 스튜디오미콘의 ‘더 페블(The Pebble)’을 이용하면 누구나 나무 그늘에서 편히 쉴 수 있는 작은 공원을 만들 수 있다. 더 페블은 초고성능 콘크리트UHPC로 만든 대형 화분과 벤치 세트다. 기존에 출시한 조약돌 벤치에 그와 잘 어울리는 대형 화분을 추가해 작은 쉼터를 만들 수 있는 세트를 구성한 것이다. 대형 화분을 중심에 두고 주변으로 작은 벤치를 배치하면 포켓 공원 못지않은 공간이 완성된다. 더 페블은 조약돌을 의미하는 ‘페블’이라는 단어에서 엿볼 수 있듯, 조약돌의 귀엽고 아기자기한 모양을 모티브로 디자인됐다. 모난 곳 없이 동글동글한 형태와 자연스러운 색채는 공원이나 숲 등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지고 도심지의 경직된 분위기를 완화하는 효과를 낸다. 한 사람이 가볍게 걸터앉을 수 있는 벤치부터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벤치까지 크기와 형태가 다양하며, 모양이 각기 다른 제품을 모아 배치하면 이색적인 경관을 만들 수 있다. 초고성능 콘크리트로 제작된 더 페블의 또 다른 장점은 내구성이다. 외부 충격과 변화무쌍한 날씨에도 잘 견뎌 특별한 유지 관리가 필요하지 않다. 단순한 제품을 넘어 오랜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지역의 상징 공간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외에도 스튜디오미콘은 초고성능 콘크리트를 소재로 한 다양한 조경 제품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고 있다. 독특한 형태의 파사드, 공공 시설물, 인테리어 가구 등을 선보이며 콘크리트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으며, 특정 공간에 어울리는 맞춤 제작 제품도 만들고 있다. TEL. 031-831-3620 WEB. www.miicon.com
  • 언플래트닝 랜드스케이프
    나를 키운 사람들 진양교의 채우기와 비우기 설계 이론과 제임스 코너의 실천적 어바니즘 기반의 간단명료한 디자인에 영감을 받았다. 진양교 소장은 은사이기도 하다. 공원 설계 수업에서 그를 만나 채우고 비우는 설계 방식을 배웠다. 대상지를 빈 공간이 아닌 녹지로 채워진 자연으로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길과 프로그램이 놓일 공간을 비워나가는 방식이다. 난지 하늘공원은 진양교의 설계 방식이 명확하게 드러난 예다. 나는 CA조경기술사사무소(이하 CA조경)의 창립 멤버로, 유학을 떠나기 전 7년간 그의 밑에서 일하며 많은 영향을 받았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공부하는 동안 제임스 코너의 수업을 들을 기회는 없었지만 졸업 후 뉴욕 JCFO(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에 입사했고 그곳에서 그의 설계 방식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코너의 드로잉에는 수목이나 녹지와 포장을 구분하기 위해 칠한 색이나, 포장 패턴이 없다. 오로지 한 가지 색으로 그린 명확한 선만이 존재한다. 그 선들에는 군더더기 없는 개념과 논리가 장착되어 있다. 그 간단명료한 드로잉 과정을 보면서 불필요한 개념과 과도한 디자인을 벗어던질 수 있었다. 두 조경가로부터 설계의 기본을 배웠고 다양한 실무 프로젝트를 통해 성장해왔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상기 소장(조경설계사무소 온)으로부터 설계안을 쉽고 편안하게 그리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실무를 막 시작한 디자이너가 하나의 선에서 시작해 설계안을 마무리하기까지 느끼는 부담감은 엄청나다. 프로젝트의 홍수 속에서 계획안을 그리기 위한 시간은 생각보다 넉넉하지 않다. 어깨너머로 본 그의 자세에서 설계안을 그리며 힘을 빼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은 것을 알려준 준 사람은 김재환 소장(CA조경)이다. 오랜 기간 함께 일했고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았다. 논리적 설계 전략, 효율적 업무 진행, 발주처와 건축가를 설득하고 협의하는 방식을 그를 통해 경험하고 익혔다. 김 소장은 나에게 설계안을 그릴 많은 기회를 주었고, 설계 개념과 계획안에 대해 열린 태도로 논쟁하는 것을 즐겼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나 역시 홀로 성장한 것이 아니다. 내가 존경하는 사람들의 설계 방식을 추구했고, 주변의 좋은 동료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지금도 주변에 훌륭한 이들이 많고, 특히 함께 생각을 공유하는 젊은 조경가들이 있다. 그들로 인해 나는 계속 성장할 것이다. 나를 키운 건 8할이 사람이다. *환경과조경405호(2022년 1월호)수록본 일부 조용준은 서울시립대학교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조경을 공부했다. CA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으로 ‘새로운 광화문광장 기본 및 실시설계’를 이끌고 있으며, ‘워커힐 더글라스 정원 기본 및 실시설계’, ‘이스탄불 하천 회복 프로젝트’, ‘종로구 통합청사 설계공모’ 등 국내 외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개인 자격으로 ‘서울시 72시간 프로젝트’ 공동 우수상, ‘서울형 저이용 도시 공간 혁신 아이디어 공모’ 대상을 수상한 그는 즉흥적인 기획, 전시하지 않는 그래픽 작업 등을 즐기기도 한다. 최근 ‘IFLA 2020 World Landscape Architects Summit’에 한국의 조경가로 초청되어 ‘새로운 기술로 변화되는 삶에 대한 조경의 역할’을 주제로 발제했다.
  • 여섯 가지 이야기
    1. 플랫랜드 2. 디자인과 툴, 그리고 생각의 확장 3. 조용준, 조제 그리고 제레미 4. 생성적 경계 5. 보이지 않는 깊이 6. 반응하는 표면 01 플랫랜드 우리는 마치 신이 된 것처럼 높은 곳에서 공간을 마주하고 디자인한다. 전지적 시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2차원적 평면에 불과하다. 하늘 위의 시점은 3차원적인 물리적 공간과 그 공간 이면의 보이지 않는 깊이에 대한 이해를 간과하게 만든다. 관습적으로 학습된 설계 방식은 사고를 고착화하고, 그렇게 만든 공간은 우리의 삶을 단편적으로 만든다. 새로운 시각과 접근이 필요하다. 새로운 디자인 방식을 탐구해야 한다. 나와 다른 생각을 열린 자세로 받아들이고, 나를 둘러싼 모든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 2000년대 초반 조경의 양적 팽창기 시대에 나는 플랫랜드(flatland) 속에서 한눈에 담기지도 않는 거대한 대상지를 수없이 그리며, 고정되어 가는 시각과 무뎌지는 감각을 느꼈다. 이카루스의 날개를 들고 그곳에서 탈출했다. 다행히 다이달로스의 충고는 기억하고 있다. 한국 조경의 양적 팽창기를 지나며 2004년에서 2011년까지 CA조경기술사사무소(이하 CA조경)를 다니며 한국 조경의 부흥기를 경험했다. 매년 두세 개의 턴키와 크고 작은 여러 설계공모를 진행했고, 덕분에 실무 및 판단 능력이 빠르게 향상됐다. 아파트 외부 공간부터 상가, 공원, 하천, 광장, 대규모 개발 사업, 리조트, 단지 계획 등 조경가가 설계할 수 있는 대부분의 프로젝트를 경험하며 도시 외부 공간의 다양성과 중요성을 체득했다. 하지만 촉박한 일정과 쉴새 없이 쏟아지는 프로젝트는 깊이 있는 사고를 할 틈을 주지 않았다. 유학 준비를 위해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는 반성의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즐거운 도전 의미 있는 깨달음 2013년 가을 JCFO에 입사했다. 한국의 실무 경험이 도움이 되어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2년쯤 지났을 무렵 ‘잠실운동장 일대 도시재생 구상 국제공모’가 공고됐다. 이곳에서 배운 경험과 지식을 시험해보고 싶었다. 주말을 이용해 몇 명의 지인과 작업하기로 했지만, 다들 바빴던 시기라 현실적으로 협업이 불가능했다. 결국 혼자 계획안을 그리고 내용을 정리했다. 간결하면서도 명확한 개념과 형태를 찾고자 모든 공간을 잇는 슈퍼 스케일의 원을 계획했다. 이 원은 삼성역 일대와 잠실, 한강변을 잇는 PM개인용 이동 수단과 트램을 포함한 순환 교통 시스템이다. 상업, 주거, 문화 및 체육 시설, 공원 등 다양한 기능의 토지와 건축물을 원을 따라 배열했다. 중심에는 탄천과 연계한 거대한 생태 공원을 계획했다. 짧은 시간 동안 홀로 정리하기에 벅찬 내용과 규모였지만, 도시계획은 또 다른 재미를 알려주었다. 하지만 뒤돌아보니 여전히 저 높은 하늘 위 시점에서 JCFO의 방식을 그럴 듯하게 따라하며 계획안을 그렸던 것 같다. 좀 더 깊이 있는 통찰력이 필요했던 프로젝트였다. 02 디자인과 툴, 그리고 생각의 확장 툴(tool)은 디자인을 위한 도구이자 생각의 방식이다. 디자인이 정체되어 있다고 느낀다면 툴을 바꿔보기를 추천한다.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손 그림을 그리던 시절, 왜 선을 떨리게 그려야 하는지 항상 궁금했다.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한 그 떨림이 과연 실제 공간에서는 어떻게 보일까. 수많은 공간을 펜과 색연필로 디자인하다가 깨달았다. 내가 가장 잘 그리는 곡선과 직선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많은 공간을 비슷하게 그리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파스텔을 써보기도 하고, 연필과 마커만을 이용해 그려보기도 했다. 때로는 모형을 만들었다. 손의 감각을 넘어 컴퓨터 툴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캐드, 포토샵, 마야(Maya), 라이노(Rhino), 스케치업을 손으로 만든 디자인을 재현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디자인 수단으로 사용했다. *환경과조경405호(2022년 1월호)수록본 일부
    • 조용준
  • 관찰과 탐구에서 실제 세계의 확장으로 조경가 조용준 인터뷰
    조경가가 갖춰야 할 소양, 재능과 노력 -인터뷰를 준비하다가 수상 소식을 전하며 나눈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2001년 즈음 『환경과조경』에 소개된 적이 있다는 말이요. 찾아보니 2001년 11월호에 ‘제11회 조경인 체육대회’ 남자 마라톤 부문 우승을 차지했다는 소식이 실려 있더군요. 인터뷰 포문을 여는 가벼운 질문으로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운동 좋아하세요? “대학교 3학년 때일 거예요. 서울시립대 캠퍼스를 달리는 코스였는데, 어디쯤에서 어떻게 달리고 언제 치고 나가야 1등을 할 수 있을지 머릿속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반복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떻게든 우승을 할 생각으로 전략적으로 임했죠. 구기 종목은 다 좋아해요. 스트라이커로 뛰며 서울시립대 도시과학대학 축구대회에서 건축도시조경학부를 우승으로 이끌기도 했고요. 체격이 왜소하다 보니 빠르고 순발력은 좋은데 체력이나 몸싸움 부분에서 좀 떨어지는 거 같아요. 최근에는 골프를 즐겨 치고 있습니다.” -골프 코스 설계해본 적도 있나요? “2007년에 인천청라지구 PF설계를 했는데, 대상지 중 하나가 테마골프 장지구였어요. 그때 진양교 대표(CA조경기술사사무소)가 골프장을 설계하려면 골프를 칠 줄 알아야 한다고 했죠. 그때 골프를 배웠어요.” -진양교 대표와 인연이 깊으시죠. 지금은 대표와 직원의 관계지만, 처음 만난 건 학창 시절이라고 들었어요. 젊은 조경가상 지원서를 보니 2002년 대학에서 진양교 교수의 수업을 들었고, 그 영향을 받아 설계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고 쓰여 있더라고요. “공원 설계 스튜디오에서 처음 만났어요. 첫 수업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빈 종이를 나눠주고 색연필로 전부 칠하라고 하셨죠. 그다음에 지우개로 색을 지워나가며 입구를 만들고, 길을 그리고, 중앙의 마당을 만들게 했죠. 그게 설계의 전부라고 하면서요. 사실 빈 종이에 설계를 하라고 하면 부담이 생겨요. 길을 그리고, 녹지를 그리고, 패턴을 만들다 보면 디자인이 과해지는 경향이 있죠. 그런데 미리 녹지를 채워놓고 비워나가는 식으로 설계를 하니 불필요한 선이 생기지 않더라고요. 간결한 디자인을 만드는 ‘채우기와 비우기’ 이론에 감명을 받았어요.” -본래 설계에 관심은 있었나요? 사실 많은 학생이 전공에 대해 알지 못한 채 수능 성적에 맞춰 입학하기도 하잖아요. “고등학교 시절을 굉장한 압박감에 시달리며 보냈어요. 아침 7시에 학교에 가서 내내 공부를 하다 자정이 다 되어서야 집에 가는 식이었죠. 대학에 입학하니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모든 일을 자의로 결정할 수 있으니, 학교도 가고 싶을 때만 갔죠. 학점이 좋을 리 없었는데, 신기하게도 설계에는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좋은 평을 들었어요. 성적도 잘 나왔고요. 막연히 나와 설계가 잘 맞는다고 생각한 거죠. 2002년에 장종수 대표가 운영하는 기술사사무소 렛LET에서 인턴을 했어요. 월드컵으로 전국이 들썩거리던 때라 축구를 워낙 좋아하는 저 역시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휩쓸렸죠. 그때 크게 혼이 나서 설계는 내 길이 아닌가 고민하기도 했어요. 공무원이나 공사 쪽으로 나아가야 하나 고민하며 영어 공부를 시작할 때쯤, 당시 토문에서 일하고 있던 진양교 대표의 부름을 받았죠. 조경가가 되려면 재능과 노력이 필요한데, 재능은 있어 보이지만 노력을 할 생각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노력을 한다면 분명히 좋은 조경가가 될 거라고 말해주셨죠. 자존감이 바닥을 치던 시기였는데 그 말에 용기를 얻었어요. 그때부터 다른 데 한눈팔지 않고 조경설계에 매진하겠다는 마음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그 한 마디가 조경설계를 하게 된 계기인 셈이죠.” -그렇게 연을 맺어 CA조경기술사사무소(이하 CA조경)의 창립 멤버가 된거군요. 6~7년 정도 실무를 하다가 유학을 갔습니다. 일반적인 유학 시기보다는 살짝 늦은 감이 있어요. “처음에는 유학에 뜻이 전혀 없었어요. 입사 동기인 유지현(SWA)과 친했는데, 어느 날 유학을 간다고 하더라고요. 중학교 때부터 꿈꿨던 일이라면서요. 그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동했어요. 구체적인 계획도 세우지 않고 우선 주변 사람들에게 유학을 갈 거라고 말하고 다녔죠. 시간이 흘러도 유학을 가지 않으니 주변에서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서 떠밀리듯 준비를 시작했어요. 사실 유학을 가기에 토플 점수와 학점이 되게 낮아요. 학점은 3.0도 안 되죠. 하지만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유펜)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죠. 학생을 대상으로 한 특강을 할 때 이 얘기를 꼭 해요. 용기를 가져라. 누구나 갈 수 있는 게 유학이다. 정보가 부족해서 못 갈 뿐이다.” *환경과조경405호(2022년 1월호)수록본 일부
    • 남기준
  • 쪽빛보다 더 푸르다
    2000년 혹은 2001년 봄학기, 학부 커리큘럼 중 가장 중요한 설계 과목인 ‘공원 설계 스튜디오’의 첫 시간에 한 친구가 늦게 왔다. 그 친구가 눈에 띄었던 것은 첫 강의에 늦는 학생이 흔치 않은데다가 유독 머리색이 노란색이었기 때문이다. 첫 인상이 좋았을 리 없고 강의 내내 수업 태도도 인상적이지 않은 걸로 기억한다. 학기 말에 과제를 제출했을 때 내가 깜짝 놀랐던 걸 보면 말이다. 제출 결과물은 독보적이었다. 무릎을 칠 정도로 내용은 물론 표현도 탁월했다. 몇 년이 지나 학교를 그만두고 토문건축에 잠시 적을 두었을 때, 뽑아야 할 신입으로 제일 먼저 그 친구가 떠올랐고 수소문해서 찾았다. 이후 지금까지 조용준은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 2003년 11월, CA조경을 개업할 때도 함께했고 유학을 가기 전까지 CA조경의 여러 설계에 톡톡히 기여했다. 특히 유학 가기 직전 당선된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 조경설계공모’에서의 맹활약이 기억 속에 생생하다. 좋은 평을 받은 빛가람 호수의 형태와 에지 처리, 여러 디테일은 대부분 조용준의 아이디어에 신세를 졌다. 아깝게 당선을 놓친 ‘파주운정지구 도시기반시설 조경설계공모’의 설계안에서 운정호수공원 에지에 사용한 강력하고 미려한 선형은 솔직히 말해 수원 광교호수공원의 복잡한 교량형 에지보다 멋졌다. 십 여 차례의 디자인 리뷰에서 당시로는 다소 낯선 ‘경계없는 도시와 공원’, ‘물과 공원의 유연한 에지’를 제안하고 고집한 사람이 조용준과 류지현(SWA)이었다. 그걸 내가 ‘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에서 슬쩍 ‘모호한 경계(blurred edge)’ 개념으로 가져왔다. 현재는 보편적인 생각이 되었지만 앞서 나간 젊은 정신으로부터 내가 한 수 배웠던 셈이다. 조용준은 유펜(UPenn) 졸업 후 JCFO(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에서 3년간 일을 했다. 이때 활약상은 당시 일했던 팀의 소장인 정재윤(JCFO)이 지금도 좋은 프로젝트를 맡을 때면 종종 작은 부분이라도 참여해줄 수 있는지 조용준에게 문의하는 데서 짐작할 수 있다. 그는 JCFO에서 큰 프로젝트보다 디테일에 대한 안목을 키웠던 것 같다. JCFO를 퇴사하고 CA조경으로 돌아온 조용준은 현재 많은 일을 주도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특히 2020년에 완공한 워커힐 더글라스 하우스의 더글라스 정원은 아무도 간섭하지 않은 조용준만의 작품이다. 주변의 자연을 어떻게 정원의 일부로 만들지 뛰어난 판단을 내린 덕에 정원은 원래 있었던 듯 자연스러우면서도 보기 좋게 도드라졌다. 원래 갖고 있던 감각에 JCFO에서 훈련한 디테일에 대한 안목이 균형 있게 합쳐졌다. 게다가 이러한 밸런스와 앙상블을 이제 막 발휘하기 시작했다. *환경과조경405호(2022년 1월호)수록본 일부 진양교는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 교수와 CA조경기술사사무소 대표를 겸하고 있다. 주요 설계 작품으로 목천 독립기념관, 둔천 올림픽공원, 상암 월드컵공원 및 하늘공원, 청계천 총괄 복원, 한강 반포공원 등이 있으며, 『청량리의 공간과 일상』, 『기억과 상징으로의 여행』, 『건축의 바깥』을 펴냈다. 경관 알레고리의 재현이 조경가가 땅을 다루며 풀어야 할 최종의 숙제라는 견해를 여전히 가지고 있다.
  •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세 가지 역량
    나는 조용준을 그 누구보다 높게 평가한다. 그는 탁월한 조경가일 뿐만 아니라 조경 분야의 새로운 가능성을 선도하며 발전시킬 사람이다. 예술적 창의성, 열정, 재능을 두루 고려했을 때 ‘제4회 젊은 조경가’로 선정될 자격이 충분하다. 조용준을 처음 만난 것은 유펜(UPenn)에서 그가 유학 시절을 보내고 있을 때다. 그가 보여준 디자인 작업은 실로 놀라웠다. 그의 디자인은 강력하고 상징적이며 아름답게 발전했고, 수많은 드로잉과 모델, 내러티브를 통해 정교하게 표현됐다. 졸업 후 조용준에게 JCFO(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에서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그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탁월한 결과물을 만들었다. 로스엔젤레스의 퍼싱 스퀘어(Pershing Square), 탕헤르(Tangiers)의 워터프런트 프로젝트, 두바이의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 밀위키의 새로운 도시 공원을 비롯해 홍콩, 선전, 상하이의 프로젝트에서 JCFO의 핵심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조용준은 세 가지 영역에서 상당한 역량과 창의성을 보여줬다. 첫째, 그는 3차원 모델링과 형태를 다루는 데 재능이 있다. 경관은 종이처럼 평평하지 않다. 높낮이가 있고 울퉁불퉁하며 역동적이다. 그는 이러한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대규모 경관을 세련되고 우아하게 구성하는 데 탁월한 역량을 갖고 있다. 작품을 연구하고 발표하는 데 필요한 그만의 시각화 기술 덕분에 디자인을 반복적으로 수정함으로써 설계안을 보다 깊이 있게 탐구하고 정제해 발전시킬 수 있었다. 특히 중요한 점은 사람들이 필연적으로 경관 속을 어떻게 가로지르고 이동하는지 깊게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관 경험은 시간적이면서 지속적이기 때문에 조형적으로 구성된 경관의 형태를 움직임, 연속적 경험, 전개되는 장면의 관점에서 연구해야 한다. 둘째, 조용준은 경관이 물리적 건축을 토대로 하는 작품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선과 평면, 표면, 다양한 요소를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이해하고 있으며, 설계안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현장 공정, 토양, 식재, 시설물을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안다. 오늘날 과도한 야심으로 가득한 그래픽 형식주의와 단조롭고 정형화된 작업으로 분열되는 조경 분야의 현실을 생생하게 목격하고 있으므로, 이는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훌륭한 디자인과 혁신적 기술이 더해진 실현성이 결합할 때 나타나는 연관성과 상호작용이야말로 조경 프로젝트 성공의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는데, 조용준은 이런 사실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다. *환경과조경405호(2022년 1월호)수록본 일부 제임스 코너는 JCFO의 설립자이며,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디자인스쿨 명예교수다. 전 세계의 복합적 도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강의 활동을 하며 조경과 어바니즘 분야 발전에 기여했다. 대표작으로는 뉴욕의 하이라인, 런던 퀸 엘리자베스 올림픽 파크, 산타모니카 통바 파크, 시애틀 워터프런트의 마스터플랜등이 있다.
  • 타임워크 명동 공유정원 TIMEWALK Myeongdong Shared Garden
    Work in Green 제안 공모에서 주어진 조건은 명확하면서도 모호했다. “입주사가 정확히 정해지지 않았고, 타워부의 호텔과는 무관하니 최대한 유연하게 디자인해 주세요. 간단히 말해서 유연하게, 아시죠?” 건물의 주인은 한정된 시기를 소유할 그 누구도 아닌 자본 그 자체였다. 명동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건물 입주자도 예측이 불가능했다. 감사하게도 지명공모에서 최종 설계안으로 선정됐다. 첫 미팅에서 담당자는 ‘압도적 녹색’을 요청했다. 1, 4, 7층으로 이어지는 연속된 옥상 정원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녹색을 강조했다.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은 건물의 성격을 보완하기 위한 방책이었다. 조경가로서 반가운 제안이지만, 이와 유사한 ‘건축물 조경’을 작업했을 때 시공 후 유지와 관리 문제가 생겼던 경험이 있었다. 노련한 건물주들은 아예 처음부터 고관리의 정원식 식재는 빼고, 간소화된 조경을 요청했었다. 미팅 중 우려를 전달했고, 녹색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발주처는 녹색이 지배적인 이미지를 원했으며, 실현을 위한 구조 검토를 비롯해 최대한의 노력을 약속했다. 보여 주기용 식재 디스플레이로 끝내지 않고, 다양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한 공유정원을 운영할 방안도 고려하고 있었다. 발주처, 설계자, 운영 관리자의 균형 잡힌 노력이 있다면 새로운 결실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Walk in Green 7층까지 시민들이 올라오게 하고, 장소의 본질적인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콘셉트가 바로 ‘걷기’였다. 명동은 보행 명소이자 쇼핑거리다. 그 걸음이 정원 걷기로 연속되는 정원 거리의 개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1, 4, 7층에 불연속 되어있는 정원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것이 바로 걷는 경험이었다. 공유정원은 사유정원도 아니며, 완전한 공공정원도 아니다. 도심 속에서 잠시 짬을 내어 정원을 향유하며, 가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다. 결국 이 공간의 본질은 정원에서 걷는 경험이다. 정원에서의 걸음(walk in green)을 큰 줄기로 잡고 세부 사항을 정했다. 각 층의 특성에 맞추어 구체화한 세 가지 주제 문구가 각 걸음의 경험을 설명한다. 7층은 관목을 심기에도 부족한 토심이지만, 풍성하고 너른 초지를 펼치고, 그것을 가로지르는 걸음을 의도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마주하는 초지의 경관은 방문자를 정원으로 초대하고, 잔디밭과 몇몇 쉼터에서 잠시 멈춰서 식물과의 교감할 수 있으며, 앞으로는 탁 트인 남산의 전망을 볼 수 있다. 4층은 업무용 오피스가 위치할 3~6층 근무자들이 잠시 쉴 수 있는 테라스로 조성했다. 마치 연속된 징검다리를 건너 테라스를 찾아가는 듯한 경험을 콘셉트로 삼아 몇 개의 연속된 정원 소로를 놓았다. 1층은 전면 도로인 남대문로와 후면의 명동3로를 연결하는 새로운 통로로서의 거리 경관을 의미한다. 세 가지 주제 정원을 따라 걷는 걸음과 1층 카페 앞 카페거리의 경험을 제안했다. Mix in Green 토심이 거의 확보되지 않고, 미비한 배수 조건과 더불어 생태적 연결의 지원이 어려운 초고도 도심 생태계에서 생명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것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열악한 조건에서 생육이 가능한 식물 재료의 배열과 조합을 가장 많이 고려했다. 단단하지 못한 식재 기반에서 최대한의 효과를 내려면 기본적 미기후 조건이라도 충족해야 한다. 일조량에 맞는 식재 배열과 배수의 촉진을 돕는 원칙이 필요했다. 현장 방문에서 직관적으로 파악하게 된 대각선은 모든고려 사항의 중심선이 됐다. 건물 숲 사이에서 고층의 호텔 타워부가 드리우는 그림자는 대략 점심시간 이후부터 7층 옥상 가로세로 30m 정방형의 공간에 사선을 그린다. 오후 5~6시경의 일몰 시간대까지는 밝은 영역과 어두운 영역이 또렷하게 나뉘었다. 대각선에 따라서 양지에서 반음지, 음지로 이어지는 일조량의 순서는 식재 수종 그룹화를 자연스럽게 도와주었다. 방향성 없이 곡류 순환하는 동선 구조 위에 단방향의 식재 질서를 부여하고, 위치 선정을 못 하고 표류하던 잔디 마당과 테마정원의 주소를 양지쪽으로 정해주는 방향타가 됐다. 미기후 조건을 만족하는 식재 그룹은 2~3가지 보조 그룹으로 나눴다. 그 보조 그룹들을 선형 질서 안에서 무작위로 섞이도록 배치했다. 얕은 토심에서 자라게 될 키 낮은 초화류가 한 지점에 몰리게 되어 볼륨감이 옹색해지거나, 양감의 리듬이 상쇄되는 일이 없도록 세심하게 조합했다. 한 계절에 두드러지는 효과가 집중되지 않게끔 사계절의 연출을 시도했다. 집수정을 지나가는 몇 개의 띠는 자갈 배수로다. 계곡과 같은 역할을 하며 집중 호우 시 배수 촉진을 도울 수 있도록 했다. Hidden in Green 인공 지반 식재의 구현에는 태생적 딜레마가 따른다.자연의 식재가 무성한 느낌을 구현하고 싶지만, 인공미를 완벽히 덜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토양과 배수층의 식재 기반 확보를 위해서 플랜터의 수직적 요소는 불가피하다. 7층의 경우 최적의 플랜터 높이를 찾기 위해 숱한 수정을 거쳐야 했다. 전반적으로 플랜터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인공의 인상은 줄이고, 자연 소재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조형적인 노력과 인지적 효과를 고민했다. 일단 플랜터의 노출을 최소화했다. 교목 식재를 위해필요한 높은 단은 2단으로 처리하여 플랜터의 옆면이 높더라도 아랫단의 식물이 최대한 보이도록 했다. 입면상에서 길고 지루하게 노출되는 수평으로 긴 플랜터의 경우에는 적절한 지점에서 끊었다. 한쪽의 플랜터가 앞쪽으로 길어지면서 지면으로 수렴하게 하여, 두 갈래로 나뉜 플랜터 사이에 약간의 식재 틈이자 긴 호흡을 쉬어가게 하는 작은 요소를 고안했다. 몇 가지 원칙도 정했다. 보기에 편하고, 걷고 경험하는데 가장 부담이 적은 무릎 높이 이하의 설계가 첫 번째 원칙이었다. 다음은 모든 시설의 두께감을 줄여서 인지되는 무게감을 줄이고, 어두운 색을 써서 존재감을 줄여 후퇴하는 인상을 주는 것이었다. 진회색 화산석 멀칭과 흑색 스테인리스 플랜터 소재의 색상 매칭을 통해, 플랜터와 멀칭재 등 식물을 제외한 모든 다른 요소들은 뒤로 보내고, 자연 소재의 질감이 더욱 강하게 느껴지도록 하는 전략이었다. 의자도 존재감을 최소화하고 식물과의 조화에 초점을맞췄다. 융화된 외관과 더불어 정원 안에서의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해 벤치형보다는 ‘닷 스툴(Dot Stool)’이라 이름 지은 동그란 1인용 의자를 플랜터 경계 위에 띄우고 기둥은 경계 뒤에 감췄다. 7층의 ‘이벤트 파빌리온’과 4층의 ‘그린 컨퍼런스 룸’도 자연 질감을 강조하고 식물을 적극적으로 품을 수 있는 방향으로 설정했다. 조영민, 최영준 인터뷰 도심 속 아름다움을 공유하다 공유정원은 무엇인가? 조영민(이하 조) 대학에서 도시공학을 전공하고, 광고 전문가로서 브랜딩콘텐츠를 오랫동안 만들었다. 전공의 영향인지 회사를 관둔 후 도심 속 유휴 공간을 활용해서 시민들에게 정원 문화를 체험시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유정원은 개인이 소유할 수 없지만, 정원 문화를 같이 누릴 수 있는 장소다. 바라만 보는 정원에 그치지 않고, 가드닝이나 요가와 같은 클래스를 체험할 수도 있다. 누구에게나 열려있으며, 관혼상제와 같은 행사가 이루어지고, 삶의 희로애락이 담겼던 한국의 마당과 비슷하다. 마당놀이를 벌이듯 이곳에서 온 모든 이들이 즐거운 경험을 가지고 돌아 가기를 희망한다 왜 명동이었나? 조 체험하는 정원의 기쁨을 도심 속에서 맛보는 모습을 늘 상상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 도심의 여러 군데를 찾아다녔다. 우연히 비슷한 뜻을 가진 발주처를 알게 되었고, 명동이 가진 역사적 맥락이 좋았다. 다산 정약용이 시를 읊고 정원을 가꾸던 곳이 바로 명동이다. 또한 조선 시대부터 말과 마차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번화가였다. 청년들부터 시작해서 많은 문화 예술인이 모여서 활동한 곳이기도 하다. 낭만과 풍류가 가득했던 옛 시절의 명동처럼, 현시대의 공유정원이 그러한 정서적 가치를 갖기를 바랐다. 전체 콘셉트인 ‘워크 인 그린(Walk In Green)’은 어떤 의미인가? 최영준(이하 최)브랜드 녹녹(NockNock)의 원래 이름이 워크 인 그린이라고 들었다. 녹색 안을 걸어간다는 말이 참 와닿았고 장소적 맥락의 영향도 있었다. 예전부터 명동은 보행 명소로 유명하고, 역사적으로 광장과 같은 역할을 한 곳이다. 코로나19 이후 번화가의 명맥이 옅어지고 있지만, 광화문 지하 통합화 등을 통해 보행자 우선 환경이 조성된다면 새로운 목적지로 또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바라만 보는 정원이 아니라, 굴곡진 길을 걸으면서 체험하는 정원이 몰입도와 재미를 더 높일 수 있다고 봤다. 도면과 스케치, 모델에 담을 수 없는 경험을 사용자가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발주처가 압도적 녹색을 요청했는데,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나? 최 공모 당시 발주처에서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당선된 이후에는 압도적 녹색을 요청했다. 원래 제안했던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모험에 가까웠고, 유지 관리 문제도 있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요소들이 많았다. 압도적인 녹색보다는 녹색 정체성을 강조하되 유연한 공간 이용이 가능한 그린 캔버스(Green Canvas) 콘셉트를 절충안으로 제시했다. 압도적 녹색과 그린 캔버스의 중간 지점을 방향으로 잡으려고 했지만, 발주처는 녹색이 많이 구현된 이미지를 원했다.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발주처가 예산의 규모를 늘려주고, 녹녹이 원하는 정원의 이미지와 그에 따른 조성 방식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준 덕분에 실현할 수 있었다. "정원 그 자체로피사체가 되는 것도 좋지만, 정원과 사람이 어우러져 하나의 배경으로 오롯이 남기를 원한다." 발주처, 운영사, 설계자. 삼각 구조의 소통이 이뤄졌는데, 어려운 점은없었나? 조 우선 나는 조경계 밖의 사람이기 때문에 늘 배운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조경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용감할 수 있고, 엉뚱하지만 새로운 해법을 제시할 수도 있었다. 이러면 보통 반응은 두 가지다. ‘네가 뭘 아냐?’, 혹은 ‘해보자’. 최 소장은 후자였다. 외부인의 시선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늘 낮은 자세로 임하면서 많이 가르쳐달라고 말했다. 발주처, 운영사, 설계자 모두가 이 공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차별성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한마음으로 노력을 많이 했고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 최 일을 하면 관성적으로 하는 순간이 온다.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현실 가능성 때문에 주저할 때가 많다. 하고 싶은 것과 새로운 시도 사이에서 적정한 균형을 찾아가는 법을 익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달랐다. 뜻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조 대표를 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 장소의 역사적 맥락을 고려해 대나무 식재를 추천하는 모습에서 기획자 관점에서 대상지를 보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조경가이지만 사실 식재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다. 이번에 공유정원을 위한 사계절 혼합 식재를 계획하며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원하는 식재 설계를 이룰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은 발주처의 도움도 크다. 전체적으로 소통이 원활했던 프로젝트였다. 완성된 공유정원이 마음에 드는가. 아쉬운 점이 있나? 조 도시인들이 경험하기 어려운 자연과 계절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것.공유정원을 통해서 이루고자 했던 목표였다. 관리가 쉽지는 않지만 사시사철 푸른 것보다는 잎이 떨어지고, 계절과 날씨에 따라 변하는 경관들. 건물 사이 빛에 따라서 보이는 대조적인 풍경. 이러한 입체적인 숲을 원했고, 생각대로 잘 구현된 것 같다. 조경 작품은 완성이 됐지만, 정원의 시작은 지금부터다. 정원의 진짜 풍경은 이 생명력이 가득한 공간을 어떻게 관리하고 운영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다. 최 좋은 점과 아쉬운 부분을 딱히 꼽기는 힘들지만, 한 가지 바람은 있다.준공은 됐지만, 관리가 생명이자 본질이다. 사실 공간의 완성은 사람이다. 사람의 온기가 더해질 때 그 공간의 가치가 비로소 빛을 발한다. 정원 그 자체로 피사체가 되는 것도 좋지만, 정원과 사람이 어우러져 하나의 배경으로 오롯이 남기를 원한다. 사람의 온기가 더해지면 이 공간은 또 어떻게 변할까? 이런 상상을 늘 한다. 그래서 지금보다 내년, 내후년의 모습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다. 우리의 삶에서 공유정원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조 공유정원의 장점은 접근성이 좋고, 몰입도가 높은 자연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장소적 맥락과 요가나 가드닝과 같은 콘텐츠들이 더해지면 큰 시너지를 발휘한다. 앞으로 공유정원은 사적인 아웃도어 공간으로서 주목받을 것이다. 명동처럼 특별한 장소적 맥락을 가지고 있는 곳이라면 언제든 두 번째 공유정원으로 거듭날 수 있다.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다음 공간으로 강남을 염두에 두고 있다. 녹녹이란 이름의 뜻처럼 공유정원이 언제든 자연에 노크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최 삶에서 아름다운 순간이 몇 번이나 있을까? 아름다움을 느끼는 순간과 방식이 저마다 다르겠지만, 우리가 아름답다고 정의하는 것은 대체로 좋은 감정을 가지는 순간이다. 나는 정원에 가면 아름다움을 느낀다. 특히 잘 가꿔진 곳일수록 더 큰 아름다움을 느낀다. 정원의 동의어는 노동이라 생각한다. 완성도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식물을 가꾸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품이 든다. 큰 비용이 소요될 뿐 아니라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한다. 공유정원은 이 노동을 다른 이가 대신하여 가꾼 정원이다. 정원을 돌보며 얻는 보람은 느낄 수 없을지라도, 늘 그 자리에서 아름다운 모습으로 가까이 할 수 있는 자연을 제공해준다. 아름다움은 나눌수록 커진다. 값어치가 떨어질 걱정이 없는 가치가 그 곳에 있다고 본다. 진행 금민수 디자인 팽선민 "녹녹이란 이름의 뜻처럼공유정원이 언제든 자연에 노크할 수 있는공간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환경과조경406호(2022년 2월호)수록본 일부 글 최영준 랩디에이치 소장 사진 유청오 조경 설계 랩디에이치(Lab D+H) 관리 운영 앤로지즈(Androses) 건축 설계 디자인캠프 문박 디엠피 벽면 녹화 창조원 발주 이지스자산운용 면적 2,802m2 완공 2021. 9. 랩디에이치(Lab D+H) 조경설계사무소는 설계를 통해 사회에 긍정적 영향력을 확산하고자 하는 조경 중심의 디자인 그룹이다. 한국, 미국, 중국 등의 문화를 기반으로 정원부터 마스터플랜까지 다채로운 성격과 규모의 프로젝트를 다룬다. 2014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설립되어 현재 한국의 서울, 중국의 상하이에 오피스를 두고 있다. 조영민은 서울대학교에서 도시공학을 전공하고, 인디애나 대학교 켈리스쿨에서 MBA 학위를 받았다. 제일기획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며 삼성전자를 비롯한 다양한브랜드의 국내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과 콘텐츠 제작을 담당했다. 현재는 조경 정원 플랫폼 스타트업 ‘앤로지즈’ 대표로 공유정원 서비스 브랜드 ‘녹녹’을 운영 중이다. 최영준은 서울대학교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디자인 대학원을 졸업하고 오피스박김,PWP, SWA 그룹 로스앤젤레스 오피스 등에서 실무를 경험했다. 2014년 디자인을 통한희망적 가치와 사회적 책무 구현을 목표로 랩디에이치(Lab D+H) 조경설계사무소를 공동 설립했으며, 2018년 서울 오피스를 세워 국내외 다양한 조경 설계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 랩디에이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