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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웃거리는 편집자] 연결을 기다리는 모스 부호
    다독가는 아니지만, 책 수집을 좋아한다. 수집하는 책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다. 헌책이거나, 헌책이 될 운명을 기다리고 있는 새 책이다. 헌책은 사장님이 직접 타 주시는 맥심 커피가 어메니티(?)로 나오는 단골 헌책방에서 주로 구매하는데, 이유는 제각각이다. 사장님의 책 광고에 혹하거나, 제목에 끌려서, 아니면 책에 적힌 낙서가 웃겨서 구매했었다. 헌책이 될 예정인 새 책은 주로 시집이나 잡지가 대부분이다. 책장에 나열된 시집의 시적인 제목만 읽어도 뭔가 시인이 된 것 같다. 월별로 정리된 잡지를 보면 그것에 깃든 동업자의 노고를 잘 알기에, 전자책으로 살 수도 있지만 늘 종이 잡지로 본다. 설령 내가 만들지 않았을지라도. 수집가라고 했지만, 실상은 나일론 수집가에 가깝다. 안 그런 이들도 있지만, 보통 수집가들은 자신의 물건을 귀하게 여기고 잘 팔지 않는다. 이와 다르게 현실적인 이유로 꾸준히 책을 팔아야만 했다. 나의 작고 소중한 책장은 많은 책을 감당할 만큼 크지 않기 때문이다. 컴퓨터 휴지통 비우듯이 한 번씩 꽉 찬 책장을 비워야 할 때면 그간 안 읽었던 책을 장소와 시간을 불문하고 벼락치기로 허겁지겁 읽었다. 그래서 무슨 책을 읽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벼락치기는 약간의 후유증을 동반하는 것 같다. 매번 이러지 않아야겠다고 결심하지만, 새해에 다짐하는 금연 약속처럼 부질없다. 최근 나일론 수집가가 아닌 진짜 수집가의 집에 다녀왔다. 바로 정릉의 최만린미술관이다. 최만린 작가는 한국 추상 조각의 개척자로 불렸으며, 2020년에 타계했다. 미술관은 그가 오랫동안 터전을 잡고 작업실 겸 집으로 썼던 정릉 자택을 개조한 곳이다. 큰 규모를 자랑하는 미술관은 아니라서, 30분이면 모든 공간을 둘러볼 수 있다. 정원의 중앙에 위치한 아담한 연못과 빨간 벽돌로 세운 담을 에워싸고 있는 초록빛의 나무들. 조경에서 자주 쓰이는 언어로 표현하면 위요감이 충분했다. 특히 2층 오픈 아카이브 방이 좋았다. 수집에 대한 최 작가의 세심한 정성을 엿볼 수 있었다. 평생에 걸쳐 최 작가가 수집해온 자료가 한쪽 벽면을 채우고 있었다. 영수증, 설계도, 사진, 잡지 및 신문 기사 등 각종 자료가 가지런하게 파일철로 정리 되어 있었고, 맨 아래 칸에는 최 작가와 관련된 글이 실린 잡지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글이 실린 잡지의 지면에는 일일이 책갈피를 꽂아두었고, 책등에는 해당 지면의 쪽수가 적힌 스티커를 붙여 두었다. 『환경과조경』도 그중 하나였다. 잊고 지냈던 초등학교 동창을 지하철역에서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다행히 열람이 가능해서, 후배 동업자(?)로서 기쁜 마음으로 1990년대의 『환경과조경』을 읽다가 왔다. 집에 돌아오면서 문득 잡지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봤다. 흥미로운 것들이 넘쳐나는 시대에서 종이 잡지는 비인기 장르다. 대기업 중고 서점에서는 잡지가 상품성이 없다는 이유로 받아주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왜 잡지를 만들어야 할까?’ ‘종이가 종교도 아니고, 무조건 종이 잡지를 예찬해야만 하는 걸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에 늘 답을 하지 못하고, 어영부영 넘어가기 일쑤였다. 그런데 진짜 수집가의 집에 다녀오고 나서 약간의 힌트를 얻었다. 물론 디지털 기술이 더 방대하고, 간편하고,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종이를 넘기고, 책갈피를 꽂고, 메모를 하는 것은 기술로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이다. 수집가의 손때는 다른 이가 짧은 시간 내에 흉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잡지는 살아있는 아카이브이자, 누군가와의 연결을 기다리고 있는 모스 부호일지도 모른다. 일면식 없는 최 작가와 내가 잡지라는 공통분모로 연결됐던 것처럼. 조경의 어제와 오늘을 기록했던 『환경과조경』은 올해 7월 40주년을 맞이한다. 우리의 아카이브가 시간을 넘어 또 다른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는 모스 부호가 되기를 바라며 마친다. [email protected]
  •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너무 바삐 이별하느라 못한 말이 있어요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다. 가정 형편이 넉넉지 않았던 엄마는 상업계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욕심부릴 엄두도 못 낸 대학교는 엄마보다 다섯 살 어린, 집안의 장손이 대신 갔다. 그 시절에는 흔한 일이었지만, 다들 그렇다는 사실이 충분한 위로가 될리 없었다. 못다 이룬 학업에 대한 꿈은 자식만큼은 질릴 정도로 공부를 하게 만들겠다는 열망이 되었고, 나는 또래 친구들보다 바쁘게 초등학생 시절을 보냈다. 학교를 다녀와 복습하고, 학원을 다녀오고, 예습하고, 잠시 TV를 보고, 학습지를 풀고, 책을 읽으면 밤이 됐다. 그래서 불행했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고, 그 덕에 뜻밖의 취미를 갖게 됐다는 이야기다. 당시 유행하던 영어 학습지는 테이프를 들어야만 풀 수 있었다. 마이마이는 내가 처음으로 갖게된 휴대 전자 기기였다. 그때 라디오의 존재를 알게 됐다. TV는 허락받아야 볼 수 있었지만, 라디오는 몰래 들어도 티가 안 났다. 친구들이 흥얼거리는 대중가요도, 코미디 프로그램의 유행어도 전부 라디오로 알게 됐다. 공테이프를 사서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잽싸게 녹음을 했는데, 타이밍을 잘못 맞추면 DJ의 목소리가 같이 섞여 들어갔다. 처음에는 망쳤다고 괴로워했지만,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 테이프를 재생하니 노래에 얽힌 사연이 함께 떠올라 오히려 즐거웠다. 중학생이 되고 나서는 집중이 더 잘된다는 핑계로 심야 라디오를 들었다. 하늘이 회보라빛에 가까운 새벽, 그즈음 흘러나오는 방송은 낮과 달리 차분하고 축축했다. 가끔 별것 아닌 이야기에도 서러워졌다. 라디오는 조금 이상하고 그래서 재밌는 우체국 같았다. 수많은 이가 보낸 사연을 가득 쌓아 두고, 누군가에게 대신 말을 전하고, 위로나 조언의 말을 건네기도 하고, 덧붙여 노랫말을 답장처럼 들려주는 곳. 신기하게도 그 사연에는 주인이 없어 보였다. 누구누구 씨 하고 이름을 불러도, 그게 모두의 이름 같아서 DJ가 들려준 말과 노래들을 내것으로 삼곤 했다. 약속된 시간이 되면 주파수를 맞추는 작업이, 나와 같은 많은 사람을 만나러 갈 준비를 하는 일 같았다. 그래서 깊은 밤에도 외롭지 않았다. 나무요일 뉴스레터를 보낼 때 라디오 DJ가 된 기분에 젖곤 했다. 특히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듯한 문장을 쓸 때는, 더 그랬다. 뉴스레터 발행 목표를 두 가지로 설명하자면, 첫째는 정성껏 만든 잡지 콘텐츠를 널리 알리는 것이었고, 둘째는 독자들의 삶에 좀 더 가벼운 형태로 깊숙이 침투하는 것이었다. 점심시간을 지나 조금 나른하다 느낄 때쯤 울리는 새로운 편지가 도착했다는 노크 소리. 알림을 듣고 ‘일에 집중도 잘 안되고 졸린데 한 번 읽어볼까’ 하는 마음으로 열어보는 데서 시작해 자연스럽게 일상의 루틴으로 각인되는 편지가 되기를 꿈꿨다. 봉투 뜯는 게 귀찮아 내버려 둔 잡지를 뉴스레터를 보고 펼쳐봤다, 기대한 바와 다르겠지만 잡지 콘텐츠는 종이 잡지로 보는 게 더 편하고 뉴스레터용 콘텐츠만 읽고 끈다 등 소소한 피드백을 받을 때면, 오랫동안 기다린 답장을 받은 것 같아 기뻤다. 내용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하지만 즐거운 와중에도 고민을 계속했다. 뉴스레터가 잡지 콘텐츠를 널리 알리는 데 효과적인지, 오히려 『환경과조경』의 모든 채널을 섭렵하고 있는 독자에게 피로감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영 자신이 없다. 때마침 온라인 서비스 개편과 함께 나무요일 뉴스레터는 잠시 휴식기를 갖는다. 채 10이라는 숫자도 채우지 못하고 5호에서 안녕을 말하게 되어 아쉽지만, 딱 반절 왔으니 나머지 반을 더 나은 모습으로 채우겠다고 약속드린다. 라디오와 닮았다고 생각하며 열심히 시청한 TV 프로그램이 ‘이소라의 프로포즈’와 ‘윤도현의 러브레터’였다.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는 프로그램은 느릿하게 주고받는 편지 같았다. 초 단위로 달리는 댓글과 달리 일주일 내내 사연을 읽고, 그 사연을 생각하고, 사연자에게 보낼 음악을 고심하는 가쁘지 않은 소통. 이소라의 프로포즈 첫 회에서 소개한 엽서 한 장을 잠시 이별하게 된 뉴스레터 구독자에게 보내는 인사말로 대신한다. “당신, 지금 뭘하고 계세요? 제가 없는 가을은 쓸쓸하지 않나요? 슬프지 않나요? 전에, 제가 달리는 차 속에서 당신께 불러드린 노래 기억하나요? 너무 바삐 이별하느라 못한 말이 있어요. 사랑해요. 일산에서, 이소라.” [email protected]
  • [COMPANY] 일진글로벌 쾌적한 삶을 지향하는 토탈 솔루션
    일진글로벌은 식물을 소재로 조경 기획부터 설계, 제작 및 시공에 이르는 전반적인 과정에 대한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는 조경 전문 회사다. 전시 기획, 꽃 조형물, 빛 조형물 등 전시 조경과 관련된 노하우를 수년간 축적해왔으며 다양한 조경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꽃이나 빛 축제 등의 기획부터 시공과 유지·관리를 책임지는 전시 기획 사업, 축제나 행사시 홍보나 랜드 마크로 활용할 수 있는 꽃 조형물 사업, 실·내외 조경과 더불어 화훼류 재배 등 조경 및 조경 자재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일진글로벌은 하나의 예술 작품을 만들 듯 세심한 정성을 들여 조형물을 만든다. 2016년부터 매년 고양국제꽃박람회에서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데, 2016년에 선보인 작품은 신한류와 세계의 융합을 만남에서부터 결혼으로 이어지는 과정으로 비유했다. 신한류라는 콘셉트에 담긴 한국적 정서를 표현하기 위해서 전통 혼례를 올리는 여성상을 화단으로 연출했다. 당시 다양한 시각 자료를 찾아보며 가장 한국적인 여성상을 구현하기 위해서 힘썼다고 한다. 또한 매력적인 전시 조경의 콘셉트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2017년 고양국제꽃박람회에서는 ‘꽃으로의 초대’를 테마로 각기 다른 소주제를 가진 2개의 화단을 이어주는 알록달록 정원을 조성했다. 높이가 점점 작아지는 10개의 아치는 꽃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자아냈고, 플라워 볼과 조명 볼을 통해 꽃들의 품속에 안긴 것 같은 느낌을 연출했다. 야간의 은하수 조명과 조명 볼은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최근에는 팬더믹으로 몸과 마음이 지친 시민들에게 위로를 전하기 위하여 인천광역시(계양공원사업소)에서 발주한 ‘인천시청 앞 애뜰광장 사계절 꽃이 피는 시민들의 뜰’ 조성사업을 수주하여 시공하였다. ‘시민의 사계 with 꽃길’이라는 주제로 7개의 화단과 조형물이 포함된 포토존을 만들었다. 각 화단에는 데이트로 설레는 봄, 한여름 밤의 꿈, 코로나19 극복 등 다양한 테마를 주제로 화단과 조형물을 연출했다. 계절별 다양한 수종을 즐길 수 있도록 1년간 총 4회 식재와 즉각적인 보식, 유지·관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길을 밝히는 등대의 이미지를 활용해 ‘모든 길은 인천으로 통한다’는도시 브랜드의 메시지도 전달했다. 이를 위해 본관 계단에는 한국 최초의 등대인 인천 팔미도 등대를 연상시키는 조형물과 함께 등대 모양의 화단을 연출했다. 현재 일진글로벌은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축적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방면으로의 확장을 꿈꾸고 있다. ‘가드닝’과 ‘풀멍’이 2022년 트렌드로 부상 중인 만큼 조경이 필요한 사업 분야에서의 협업과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조형물 설치뿐만 아니라 임대 서비스 사업도 진행 중이다. 쾌적한 삶을 위한 토탈 솔루션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글 금민수 사진 일진글로벌 TEL. 032-566-6611 WEB. www.iljinglobal.co.kr
  • [PRODUCT] 도심에서 즐기는 스마트 힐링, 스마트 티하우스 IoT 기술로 만든 쾌적한 휴식 공간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기술 중심으로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스페이스톡이 공간 디자인에 IT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휴게 공간을 출시했다. 스페이스톡은 2002년 설립 이후 조경 시설, 놀이 시설 등 다양한 시설물을 제작해왔으며, 지난해 스마트 공간 솔루션 ‘넥스트톡Nexttalk’을 선보였다. 넥스트톡은 각 공간에 스마트 기술을 융합한 라잇플Life+(휴게 공간), 핏플Fit+(운동 공간), 플레잇플Play+(놀이 공간) 솔루션으로 구성되는데, 그중 라잇플은 편안한 휴식 생활을 지원한다. 특히 스마트 티하우스는 도심에서 즐길 수 있는 스마트한 힐링 공간이다. IoT 기술을 바탕으로 쾌적한 실내 휴게 환경을 구현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도심 속 문화 커뮤니티 공간의 가치를 더한다. 탑재된 스마트 에어 센서는 실내 공기 질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스마트 에어 커튼은 미세먼지를 차단한다. 스마트 그린 월은 식물 기반의 친환경 공기 청정기 역할을 한다. 또한 유용한 정보와 더불어 휴식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한다. 스마트 글라스를 통해서 재생되는 미디어 콘텐츠와 터치를 통한 별풍선 터뜨리기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다. 시간별 맞춤 오디오 재생을 통해 여유롭게 음악을 감상할 수도 있다. 날씨, 뉴스, 광고 등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디지털 디스플레이도 이용 가능하다. 이 모든 기능은 스페이스톡 통합 제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조절할 수 있다. 스마트 티하우스의 기술은 다양한 휴게 공간에 적용된다. 등·하교 시 안전하게 차량과 학부모를 기다리는 스마트 키즈맘 스테이션, 냉·난방 조절과 미세먼지 차단 기능을 갖춘 스마트 버스 정류장, 주차장 쉼터와 같은 스마트 셸터, 스마트 북카페·키즈 셸터 등 쾌적한 휴게 공간이 필요한 곳에 모두 활용 가능하다. TEL. 02-525-3274 WEB. www.spacetalk.co.kr
  • [에디토리얼] 중국 현대 조경의 진격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기대가 부풀고 있는 봄의 절정, 5월의 특집 지면을 중국 조경설계사무소 Z+T 스튜디오의 근작들로 엮었다. Z+T를 이끄는 조경가 장둥(Zhang Dong)을 처음 만난 건 2019년 1월이었다. 『빅 아시안 북(The Big Asian Book of Landscape Architecture)』(Jovis, 2021) 출판 기획 워크숍을 위해 베이징에 모인 서울의 오피스박김, 상하이의 Z+T, 상하이‧서울‧선전의 랩디에이치(Lab D+H)(본지 2019년 6월호 특집), 도쿄의 오버랩(Overlap), 싱가포르의 샐러드 드레싱(Salad Dressing), 방콕의 SCHMA 등 아시아 여러 나라의 젊은 조경가들은 최근의 혁신적 작업들을 공유했을 뿐 아니라, 식민지 근대화와 파행적 도시화의 유산, 전통에 대한 강박과 피로, 서구에서 수입한 조경 직능의 불안정성과 조경가 간 세대 갈등, 신자유주의 글로벌 경제 체제가 낳은 해외 스타 조경가들과의 경쟁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동시대 중국 조경에 투런스케이프(Turenscape)의 위쿵젠(Yu Kongjian)만 대입하는 게 고작이었던 나에게 베이징 워크숍에서 목격한 조경가들의 작업은 신선한 충격 그 이상이었다. 특히 랩디에이치와 Z+T 스튜디오의 근작들은 중국 조경에 대한 나의 막연한 선입견을 무너뜨렸다. 지체된 근대화와 광속의 도시화를 겪은 중국의 공공 경관과 상업 공간을 급속도로 채운 건 관 주도 조경과 도시설계의 엉성한 졸작이거나 다국적 대형 설계사무소의 무성의한 복제품뿐일 것이라는 편견을 그 자리에서 바로 버렸다. 중국 조경의 변신은 조경 교육의 변화와 긴밀한 함수 관계를 맺고 있다. 1952년 베이징 임업대에서 시작된 조경 프로그램은 1970년대 말 덩샤오핑의 ‘4대 근대화’ 선언과 개방 정책의 여파로 세를 확장했다. 1980년대 후반에는 개설 조경학과 수가 60개에 달했으나 주로 전통적인 원림과 농업 기반 정원술 위주의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수준이었다. 1990년대 후반에는 대부분이 폐과되어 베이징 임업대, 난징 임업대, 상하이 농대 세 학교에서만 조경 교육의 명맥이 유지되는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세기의 전환기를 앞둔 시점에 귀국한 위쿵젠, 왕샹얼웅(Wang Xiangrong), 후제(Hu Jie) 등 1세대 해외파 조경 인력이 베이징대, 칭화대, 상하이 퉁지(Tongji)대 등에 새로운 조경 프로그램을 열면서 다시 전환점을 맞는다. 뿐만 아니라 21세기의 첫 10년간 급속도로 진행된 도시화와 그에 따른 환경 문제, 베이징 올림픽과 상하이 엑스포 개최, 국가유산 보존, 전국생태보안계획 등과 맞물려 조경 교육의 양적 성장과 질적 진화가 동시에 일어났다. 2011년에 이르면 대학과 대학원 조경 프로그램이 70여 개로 늘었고, 2013년에는 약 180개로 폭증한다. 이제 중국에서 전문 직능으로서 조경가의 위상은 그 어느 국가나 문화권보다 높다. 중국 출신 조경 인력은 자국을 넘어 구미권 글로벌 조경설계사무소들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1990년대 말 이후 중국에서 새로운 조경 교육을 받은 세대의 적지 않은 수는 해외에서 학업과실무를 경험하거나 중국 내에서 자국 특유의 어바니즘에 기반한 실천적 경험을 쌓아가며 선배 세대의 한계를 넘어섰다. ‘빅 아시안 북’ 워크숍에서 만난 젊은 조경가들은 유학을 통해 체득한 서구식 조경을 그대로 이식하고 국가 주도 대형 공공 프로젝트를 통해 급성장한 중국 현대 조경 1세대들과 달리, 동시대 도시성의 회복과 재생, 경관의 재료와 물성, 디자인의 매체와 디테일, 새로운 도시 라이프스타일과 미감에 접근하며 디자인 해법을 생산하고 있었다. 최근 중국 조경의 아방가르드를 한눈에 조감하고자 한다면 『뉴호라이즌스(New Horizons: Eight Perspectives on Chinese Landscape Architecture Today)』(Birkäuser, 2020)를 일독할만하다. Z+T 스튜디오, WISTO, 인스팅트 패브리케이션(Instinct Fabrication), 랩디에이치, YIYU, 모상(Moshang),클로버 네이처 스쿨(Clover Nature School), 푸잉빈(Fu Yingbin) 등 여덟 팀의 다채로운 작업을 접할 수 있다. 베이징 워크숍에서 Z+T의 장둥 소장이 스크린에 투사한 한 장의 사진이 아직도 생생하다. 비 온 뒤 질척거리는 도시 변두리 물웅덩이의 아스라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지만 실은 콘크리트로 섬세하게 조각된 친수 공간의 풍경(‘클라우드 파라다이스’, 2017). 랩디에이치의 최영준 소장이 진행한 이번 호 인터뷰에 실은 사진 속 그 장면은, 전통의 무게와 개발 시대의 속도전을 경쾌하게 넘어서고 있는 동시대 중국 조경의 담백한 한 단면일지도 모르겠다. 브라운필드, 대형 공원, 도심 상업 공간, 유치원 정원을 넘나드는 Z+T 특집 지면이 중국 조경의 현재를 가늠할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초가을, 광주에서 열릴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IFLA 2022 World Congress)에 참가해 Z+T 스튜디오의 강연에 귀 기울여보시길 권한다. [email protected]
  • [풍경 감각] 내달리는 결승점
    한국이 첫 엔데믹 국가가 될 수 있다는 소식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온다. 반가운 마음으로 이 글이 실린 『환경과조경』이 출간될 즈음의 풍경을 상상해본다. 벤치와 퍼걸러를 두른 진입 금지 테이프가 사라지고, 우리는 마스크 없는 서로의 맨얼굴을 마주하고 있지 않을까? 너무 성급하게 행복 회로를 돌리고 있는 걸까? 한 달 사이에 새로운 변이가 유행한다거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다시 강화되어 엔데믹이 기약 없이 미뤄질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줄어들 기미가 보일때 갑자기 확 늘어났던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와 느슨해질 때마다 바짝 조이곤 했던 사적 모임 제한처럼. 섣불리 끝을 말하기엔 이른 시점이지만, 긴 달리기에서 결승점이 (아주 아주) 어렴풋하게 보이는 기분이다. 라디오 뉴스 꼭지 다음으로 옥상달빛의 노래 ‘달리기’가 이어진다. “단 한 가지 약속은 틀림없이 끝이 있다는 것. 끝난 뒤엔 지겨울 만큼 오랫동안 쉴 수 있다는 것.”
  • Z+T 스튜디오
    2009년 설립된 Z+T 스튜디오(이하 Z+T)는 디자인 아틀리에와 세 개 연구소―아트 스튜디오, 바이오필릭 랩(Biophilic lab), T-랩―로 구성된 컨소시엄 그룹이다. 독특한 구조와 다학제간 협업을 통해 프로젝트를 정교하게 완성하고 혁신적인 디자인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중국 최신 조경을 이끄는 팀으로 부상하고 있다. 다양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도 적당한 규모의 디자인 아틀리에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 설계 분야의 과잉 성장과 양적 지배 추세에 맞서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번 호에서는 미니멀한 디자인 감각으로 자연과 인간의 재결합을 추구하는 Z+T의 근작들을 살핀다. 큰 규모의 공원들은 Z+T의 주요 설계 어휘인 참여 생태학(participatory ecology)을 실현하는 생물 친화적 관점의 지속가능하고 참신한 설계를 보여준다.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해법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경관을 만들어낸다. 쇼핑몰 옆 광장, 호텔, 건물의 중앙 뜰 같은 상업 공간에서는 디자인의 화려함과 간결함 사이에서 적당한 균형을 찾는 섬세한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설계 실현 가능성, 새로운 소재, 유지·관리의 중요성을 꾸준히 탐구해온 결과를 프로젝트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중국 문화와 조경 설계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는 랩디에이치(Lab D+H)의 최영준 소장과 조재연 디자이너의 인터뷰는 낯선 대륙의 프로젝트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Z+T를 이끄는 장둥(Zhang Dong)과 탕쯔잉(Tang Ziying)은 올 여름 광주에서 열리는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의 기조 강연자이기도 하다. 피상적 스타일과 형식적 설계를 지양하고자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는 Z+T의 작품들이 2022 IFLA를 즐겁게 기다리게 하는 초대장이 되기를 기대한다.진행 김모아, 금민수, 이수민 협력 최영준, 조재연 디자인 팽선민
  • [Z+T 스튜디오] 프로필과 설계 철학
    회복탄력적 자연과 사람을 잇는 촉매 0 Z+T 스튜디오(이하 Z+T)는 2009년 장둥과 탕쯔잉이 중국 상하이에 설립한 조경설계사무소다. 다양한 접근 방식을 이용해 기본계획, 연구, 공원, 도시 발전 전략 등 여러 분야의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조경과 점차 도시화되는 환경 사이에서 미학과 정원에 관한 전통적인 이해를 넘어 지역 다양성과 정체성을 존중하고 포괄하는 촉매이자 엔진이 되고자 한다. Z+T는 핵심 가치인 자연과 살기 좋은 커뮤니티의 연결, 경관 회복탄력성과 사회 생태의 지속가능성 강화라는 핵심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새로운 접근 방법을 쓰고 있다. 미국조경가협회상(ASLA General Design Honor Awards)을 비롯해 중국과 전 세계에서 많은 상을 받았다. Z+T는 조경 디자인 아틀리에, 아트 스튜디오, 바이오필릭 랩Biophilic Lab, T-랩으로 구성된 컨소시엄 조직으로 조경가, 예술가, 제작자, 원예 전문가, 생태학자가 함께 일한다. 장둥과 탕쯔잉은 스튜디오를 설립하기 전 미국과 중국에서 교육 및 디자인 경험을 쌓았는데, 이는 동서양의 관점과 감수성을 포용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독특한 구조와 다학제간 협력은 복잡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원동력이며 혁신적인 최첨단 디자인 개념을 발전시키는 엔진 역할을 한다. 두 조경가는 복잡하고 규모가 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적정 규모의 아틀리에를 운용하며 작업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자연에 바탕을 둔 세 가지 철학 0 Z+T 스튜디오에서 조경 설계는 자연의 예술적 원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연을 다듬는 것을 의미한다. 각 대상지의 특성에 따라 조경 요소를 추출하고 다시 놓는다. 자연 생태계에 대한 존중과 정제된 자연 자연 생태계를 존중하는 것은 중국의 철학이다. 어떤 변화를 고려하기 전에 기존 생태계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현대 생태 기술을 적용해 대상지에 가장 적합한 개발을 진행한다. 고밀도 개발지나 오염된 환경을 건강한 회복을 목표로 재생해야 한다. 복원된 생태계와 부지의 장소성 산업화와 개발에도 불구하고 모든 부지는 다르다. 모든 혁신은 기후, 바람, 빛, 그늘 등 그곳만의 고유한 요소로부터 시작한다. 복원된 대지는 공간 구성과 설계 요소를 통해 정체성을 갖게 된다. 변화한 땅과 그 땅의 기억 산업화는 인간과 환경 사이에 장벽을 만들었다. 설계되지 않은 공간이든 설계된 공간이든 인공적인 것들로 가득하다. 우리는 자연 속에서 복잡성과 단순함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며 땅의 본질을 살핀다. 정제된 조경 요소를 통해 사람과 물, 햇빛, 식물의 관계를 다시 잇고자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조경 설계는 (1) 커뮤니티의 삶과 자연을 잇는 연결고리, (2) 지속가능성과 회복 탄력성에 관한 비전을 담은 그릇, (3) 다양성, 자존감, 정체성을 포괄하고 풍부하게 하는 촉매이자 엔진, (4) 자연의 본질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과정이다. 장둥(Zhang Dong) 1998~2000 Turenscape, 중국 2001~2003 EDSA Oriental, 중국 2005~2007 Stephen Stimsion Associate(SSA), 미국 2007~2008 Martha Schwartz(MSP), 미국 2009~ Z+T Studio, 중국 탕쯔잉(Tang Ziying) 1998~2000 Turenscape, 중국 2001~2003 EDAW, 중국 2005~2007 Stephen Stimsion Associate, 미국 2007~2008 Martha Schwartz, 미국 2009~ Z+T Studio, 중국
    • Z+T
  • [Z+T 스튜디오] 탕산 채석 공원 Tangshan Quarry Park
    과거 버려진 채석장이었던 탕산 채석 공원(Tangshan Quarry Park)은 실험적 조경 설계가 인간의 활동 목적을 어떻게 바꾸고 지역 커뮤니티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 40헥타르에 달하는 대상지는 난징(Nanjing)에서 한 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으며, 탕산국립관광단지 남측에 위치한다. 또한 이곳은 동남대학교(Southeast University)가 계획한 탕산온천타운의 새로운 휴양지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중국의 주택도시농촌개발부(Ministry of Housing and Urban-Rural Development)는 도시 개선 및 생태 복원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의 목적은 도시 문제를 관리하고 환경의 질을 개선해 도시 기능을 완성하는 것이었다. 버려진 채석장은 생태 복원과 도시 치유를 동시에 꾀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토다오 디자인(Totao Design)과 동남대학교, 클라이언트와 협업하며 현장을 수차례 방문하고 부지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논의했다. 기존 지형과 수계에 따라 땅을 정지해 네 개의 채석장과 초원, 놀이 공간, 세 구역으로 구성된 싼뎨 호수(Sandie Lake)를 비롯해 활기가 넘치는 공간을 마련했다. 독특한 지리적 특성을 고려해 각 채석장에 다른 기능을 부여했다. 깊고 은폐된 동쪽 채석장은 조용하고 편안하게 온천을 즐길 수 있는 호텔 내부 구역으로 탈바꿈됐다. 주변을 향해 열린 넓은 서쪽 채석장은 음악 축제와 캠핑을 즐기기에 완벽한 공간이다. 중앙에 위치한 채석장 두 곳은 시각적으로 돋보이는 공간으로 대중에게 새로운 관점으로 채석장을 바라보게 한다. 또한 안전, 비용, 유지·관리 및 생태적 영향, 다양한 경험을 고려한 하이킹 시스템을 구축했다. 안전 문제는 최우선으로 중요하게 다뤘다. 채석장이 무너지지 않도록 엔지니어, 사면 보호 전문가와 함께 침식 제어 장치를 고안했다. 기능 배치와 생태 관리뿐 아니라 공간의 스케일과 재료는 조경 설계를 통해 궁극적으로 도출해야 하는 결과물 중 하나다. 40헥타르의 부지에서 150m 높이의 산이 주는 느낌과 650m 연장의 오픈스페이스가 주는 경험을 이해해야 했다. 예를 들어, 초원은 길이가 150m에 달하고 내부의 레벨 차가 30m에 이른다. 하지만 지평선의 끝이 산과 닿아 있어 실제 규모보다 시각적으로 공간의 크기가 작게 느껴진다. 입구의 수 공간은 한때 양어장이었다. 널찍한 수면 위에 어떤 시각적 요소도 없기 때문에 실제보다 작아 보인다. 따라서 사람들이 연못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없도록 다양한 각도를 고려해 연못에 시각적 장벽을 더했다. 지속가능한 도시공원 도시공원은 지난 수십 년 동안 토지 가치를 높이고 부동산 개발을 촉진하는 역할을 했다. 단기 목적으로 진행된 개발에는 유지·관리의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난징의 탕산 채석 공원은 온천 호텔, 레스토랑, 뮤직 페스티벌, 가족과 이웃을 위한 놀이 공간 등 다양한 공간과 수익 시설을 갖추고 있어 관리가 용이하다. 이 공원은 중국 지역 사회를 위한 도시공원의 모델을 대표하게 될 것이다. 녹지와 흙으로 지오셀(Geo-cells)을 덮어 자연을 개선하는 방식은 많은 비용이 들 뿐 아니라 예측하지 못한 효과를 일으켜 늘 논란을 야기한다. 당장의 실수를 숨기는 일은 정교하지 못한 개발을 일으킬 뿐이다. 탕산 채석 공원은 사람들이 어떻게 환경 문제를 다루고 더 지속가능한 개발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교육 공간이 될 것이다. Landscape Architect Z+T Studio, Landscape Archictect Lead Designer Zhang Dong, Tang Ziying Designer Team Zhang Qing, Xu Min, Chen Yifan, Yuan Shuai, Yang Yupeng, Liu Xin, Bian Shaohao Installation Design Z+T Art Studio Designer Team Liu Hongchao, Zheng Jialin, Fan Yanjie, Sun Chuan Location Nanjing, China Area 40ha Completion 2019. 3. Photograph Zhang Hai
    • Z+T
  • [Z+T 스튜디오] 아란야 공원 Aranya Park
    아란야 공원(Aranya Park)은 중국 북동부 대규모 해안 도시의 중심인 친황다오(Qinhuangdao) 시에 자리 잡고 있다. 훼손된 자연을 복원하고 지역 유산인 녹지를 공공 자산으로 전환하여 조성한 공원이다. 중국에서 생태 관광은 흔히 경제 성장을 위한 동력으로 이용되지만, 이 공원은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개발 전략을 수립하는 실험이자 사례다. 지속가능한 생태계 중국 북동부의 해안 경관은 혹독한 기후와 염분 및 모래로 구성된 토양으로 인해 신중하게 다뤄져왔다. 50여 년 전 친황다오 시는 해안 재조림을 위한 환경 복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토지 복구를 위해 사구에 식재된 아까시나무는 오랜 시간에 걸쳐 독특하지만 매우약한 해안 산림 생태계를 만들었다. 50년 전 복원 프로젝트의 사명은 단순했고 설계 시 인간의 활동을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고 경제가 발전하면서 근처 대도시의 관광객과 휴양객이 친황다오 해안으로 몰려들었다. 큰 변화 속에서 기존 생태계를 유지하며 새로운 현실에 대응해 지속가능한 환경을 구축하는 일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전략 아란야 공원에는 아까시나무 숲이 있다. 지난 수년간 지반은 토양 염분화로 악화되었고 불충분한 생태 복원과 유지·관리로 인해 방풍림 역할도 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여가 활동이 지역 사회의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훼손된 해안 산림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일련의 전략을 세우고 실행했다. 숲 보호: 사구 방향 진입로에서 숲으로 바로 들어오는 동선이 생태계를 손상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도보 통행을 허용하되 숲 내 토양에 직접 접촉하는 것을 제한하는 통행 체계를 제안했다. 두 길의 교차점에 라이팅 링(Lighting Ring)이라는 360도로 산림지를 전망할 수 있는 원형 보행교를 설치했다. 이 구간은 반투명 아크릴 기둥 스크린으로 둘러싸여 있다. 아크릴 기둥은 고요한 안뜰 같은 공간감을 형성하고, 반투명 스크린은 바람의 미묘한 소리와 더불어 빛과 그림자를 포착한다. 보행자에게 숲에서의 극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토양 정화: 체계적 복원을 위해서 방풍 기능을 보존하고 자생종인 아까시나무를 추가 식재했으며, 생화학적 방식의 토양 개량과 척박한 토양 복원을 위한 관개와 배수 개선을 진행했다. 무너져가던 숲의 토양이 안정됐고 환경이 크게 개선됐다. 저영향 설계: 저영향 설계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부지의 잠재력이 제공하는 기회를 발굴하는 것이다. 개발을 위해 모래와 흙을 채취하면서 사구 내 숲과 도로 사이에 폭이 좁은 틈이 생겼다. 지형이 갖는 이점을 활용해 미끄럼틀, 모래밭, 습지 정원, 물 놀이터 등 여가 공간을 구성하고 틈을 안정화하기 위한 공학적 조치를 했다. 환경 교육:도시에서 오는 방문객을 고려해 다양한 연령대가 작물을 직접 보고 농사를 체험할 수 있는 소규모 텃밭을 조성했다. 해양 생물에서 영감을 받아 조성한 불가사리 농장, 물고기 뼈 파빌리온, 파도 운하가 공간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자연과 인공 요소의 결합은 독특한 경관에 대한 친밀한 경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생태계 형성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아란야 공원을 특별하고 기억에 남을 공공 공간으로 만든다. Lead Designer Zhang Dong, Tang Ziying Designer Team Zhang Qing, Chen Yifan, Gu Xinjun, Xi Qi, Yang Yupeng, Wang Qi Installation Design Z+T Art Studio Designer Team Liu Hongchao, Sun Chuan, Zheng Jialin, Fan Yanjie, Hu Yihao Location Qinhuangdao, China Area 7.4ha Completion 2018. 6. Photograph Zhang H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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