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관리
폴더명
스크랩
  • [IFLA 2022] 라운드 테이블
    밀레니얼 연구자 라운드 테이블 유엘씨프레스(ULC Press)는 9월 1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김대중컨벤션센터 컨퍼런스룸 206호에서 밀레니얼 연구자 라운드 테이블을 열었다. 행사의 공식 명칭은 ‘글로벌 도시 공감: 밀레니얼 연구자 네트워킹(Global Urban Thinker: Roundtable Discussion and Networking for Millennial Researchers)’이다. 6월 말부터 구글 폼으로 참가자를 모집했고 세계조경가대회 및 유엘씨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홍보했다. 배정받은 컨퍼런스룸은 50명 이상을 수용할 만큼 넉넉했다. 밝고 훤한 느낌의 복도에서 문으로 들어오면, 조도를 낮춘 사이 공간을 지나 은은하게 밝힌 ‘ㅁ’ 형태의 테이블을 만날 수 있도록 자리를 배치했다. 해외 참가자는 그웬돌린 쿠스터즈(Gwendolyn Kusters, 독일), 틸 니골라(Teele Nigola, 에스토니아), 미칼 자르제키(Michal Zarzeki, 폴란드/영국), 앙헬로 파올로 모굴(Angelo Paulo Mogul, 필리핀), 메이–이 테어(Mei-Yee Teoh, 말레이시아)였다. 모두 실무 경험이 상당한 설계·연구 경력자였다. 한국에서는 손은신(건축공간연구원), 서정완(본시구도), 제갈갑성(IFLA 2022 학생 서포터즈)과 박영석·신명진·임한솔(유엘씨프레스)이 참석했다. 이 밖에도 열 명 내외의 사람들이 뒤편에 마련된 일반 관객석을 오가며 라운드 테이블을 자유롭게 감상했다. 신명진이 한국어와 영어, 두 언어의 동시통역을 맡았다. ...(중략)... 글: 박영석, 신명진, 임한솔(ULC Press) 교육자 라운드 테이블 교육자 라운드 테이블은 조경 교육의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로 다양한 국가의 교육자와 학생들이 참여했다. 이재호(서울시립대학교 교수), 김유진(강릉원주대학교 교수), 하이리예 에슈바흐 툰차이(이스탄불 공과대학 교수)가 좌장을 맡았으며 여러 교육자들의 경험이 공유됐다. 특히 팬데믹 시대의 교육 방식으로 자리 잡은 비대면 수업의 장단점, 조경의 영역 및 확장성과 관련해 스페셜리스트 혹은 제너럴리스트로서 조경가의 역할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한 심도 있는 토론이 이루어졌다. 김태경(강릉원주대학교 교수)은 환영사에서 우리는 이전보다 더 큰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으며 지난 50여 년간 시행 속에서 겪은 착오를 통해 교육 과정의 수정과 보완해 나가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아연(서울시립대학교 교수)은 학생들에 대한 비판적 시각보다는 교육 과정의 개선점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며, 학생들은 특히 평가에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평가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략)... 글: 김유진 학생 라운드 테이블 전 세계 조경학과 학생들이 모여 서로의 꿈과 생각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학생 라운드 테이블은 한국 16개 대학교 조경학과 학생회장들이 모여 만든 한국조경학생연합(Korea Landscape Architecture Students Association)이 주최했다. 한국뿐 아니라 오스트레일리아, 중국, 필리핀, 터키 등 다양한 국적의 학생 30명이 참여했다. 참여의 벽 프로그램을 통해 자유롭게 조경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몸으로 말해요 등 다양한 레크리에이션을 통해 서로 더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은 서로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계정을 공유하고 앞으로의 지속적인 네트워킹을 기대하면서 행사를 마무리했다. ...(중략)... *환경과조경414호(2022년 10월호)수록본 일부
    • 금민수
  • [IFLA 2022] 스페셜 세션
    건축공간연구원 스페셜 세션 첫날 오후 2시 이영범 원장(건축공간연구원)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전문가 주제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세션 주제는 ‘기후변화와 팬데믹 이후의 도시공원과 공공 공간’이었다. 전 지구적 위기라고 할 만큼 기후변화가 극심해진 가운데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을 겪으면서 대대적인 사회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전 세계 약 70%의 인구가 도시에 거주하는 가운데, 코로나 이후 도시에서 공원의 존재감이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도시의 새로운 핵심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도시공원 및 공공 공간에 대한 사례와 미래의 도시공원을 위한 발전 방향과 전략을 살펴보고, 지속가능한 공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첫 번째 강연자 제프 호(워싱턴 대학교 교수)는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도시공원 아젠다’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건강, 커뮤니티, 정책 등 도시공원을 둘러싼 여러 가지 주제와 뉴욕의 도미노 공원 등 관련 사례를 소개하며 팬데믹 이후 도시공원의 가치에 대해 설명했다. 두 번째 강연자 박소현(코네티컷 대학교 교수)은 ‘미래 도시공원을 위한 혁신적 사고’를 주제로 발표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도시공원의 필요성과 더불어 조경과 조경가의 역할을 강조했다. 세 번째 강연자 이은석(건축공간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후위기 시대 도시의 회복 탄력성 제고를 위한 그린 인프라 활용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GIS 로직을 이용한 그린 인프라 설계 기법을 소개하며, 도시의 회복 탄력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그린 인프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은석은 “그린 인프라는 기술적 영역과 개념적 영역을 포괄하는 의미를 갖고 있어, 정책부터 기술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기후변화 적응에 활용이 용이한 해법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브루노 마르케스(웰링턴 빅토리아 대학교 교수)가 토론의 좌장을 맡았고, 다양한 전문가들이 주제에 대한 팬데믹이 조경에 미친 영향과, 앞으로 조경가의 역할, 현시대의 도시공원 환경 등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중략)... 자료제공: 건축공간연구원, 이은석 문화재청 스페셜 세션 둘째 날 오후에는 문화재청이 주관하는 스페셜 세션이 열렸다. 최근 문화재 보전에 대한 이슈가 다원화되고 특히 조경 분야와 관련성이 높은 정원 유산에 대한 관심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세션에서는 국제적인 보전 동향과 영국, 일본 등의 현장에서 보전 관리에 대한 실천 사례가 공유됐다. 행사는 최원일(문화재청 문화재정책국 국장)의 개회사로 시작했으며, 사회는 박정섭(문화재청 운영지원과 과장)이 맡았다. 이상협(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 과장)은 “이번 국제학술대회 개최를 통해 문화재청이 주도적으로 전통 조경 관련 국제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한국 전통 조경의 독창성과 우수함을 널리 알릴 수 있는 발판이 되길 바란다. 또한 후대에 물려줄 국가유산으로서 전통 조경 자원을 발굴하고 이를 보존 관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역사적 정원과 문화 경관 _ 엘리자베스 브라벡(매사추세츠 대학교 교수)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nternational Council on Monuments and Sites, ICOMOS)를 중심으로 한 역사적 정원 및 문화 경관에 대한 지금까지의 활동을 정리하며 역사적 정원과 문화 경관에 대한 보전의 동향을 설명했다. 최근 발표된 보고서인 ‘우리의 과거를 위한 미래’(ICOMOS CCWG 2019)의 내용을 소개하며 문화 경관이 가지는 보편적 가치와 더불어 오랫동안 존재하고 번성한 문화 경관에 담긴 자연에 대한 적응 기술에 대한 연구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략)... 글: 손용훈 *환경과조경414호(2022년 10월호)수록본 일부
    • 금민수
  • [IFLA 2022]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 돌아보기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의 성과와 유산 _ 서영애(IFLA 2022 조직위원회 홍보위원장, 기술사사무소 이수 소장) 2020년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열릴 계획이었던 제57차 세계조경가대회는 코로나19로 인해 2021년으로 연기되어 전면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폐막식에서 광주에서 열릴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 홍보 영상이 상영되고 대회기가 이양됐다. 2021년 초, IFLA 2022 조직위원회와 사무국이 구성되어 주제 선정, 로고 제작, 홈페이지 등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2022년 여름, 홍수와 태풍을 피해 무사히 개최되기까지 수많은 도움과 노력이 있었다. 몇 가지 키워드로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를 돌아본다. 팬데믹과 불확실성 가장 큰 난제는 불확실성이었다. 준비 기간 내내 코로나19 거리두기 방침이 시시각각 변하고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하는 등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참가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과 일본의 폐쇄적인 여행 방침으로 참가자 규모와 예산을 파악하기 어려운 점도 걸림돌이었다. 대회 개최를 앞둔 여름, 한국은 엄청난 폭우 피해를 입었으며, 유럽도 홍수와 폭염 등의 기후 재난을 겪었다. 거리두기가 완화되어 일상 회복의 희망이 보이던 시점에 다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증가하면서 대회가 열릴 8월 말에 정점이 될 것이라는 뉴스가 보도되기도 했다. 결국 투어 코스를 축소하는 등 프로그램 조정이 불가피했으며, 중국 조경가의 기조 강연이 취소되었다. 그럼에도 국내 학계와 업계의 노력과 참여로 등록자 수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결국 40개국에서 약 1,500여 명의 조경가가 참석해 무사히 대회를 개회할 수 있었다. 글로벌 아젠다와 조경가의 역할 세계조경가협회 이사회 회의에서 제임스 헤이터 회장(IFLA)은 기후변화, 식량 안보, 건강과 웰빙, 토착 문화 보존을 강조하며 조경이 실질적인 처방을 제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조 강연자 앙리바바(아장스 테르 대표)는 조경이 이끄는 도시계획의 사례를 설명했고, 크레이그 포콕(베카 디자인 스튜디오 대표)과 김정윤(오피스박김 대표, 하버드 GSD 교수)은 조경 분야에서 탄소량을 줄이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구체적인 설계 전략과 사례를 제시했다. 그 외 강연에서도 팬데믹 이후 도시공원의 역할, 평등한 접근을 통한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가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제프리 젤리코 상을 수상한 아드리안 회저(West 8 대표)는 강연과 인터뷰를 통해 조경 설계를 통해 기후변화, 토양, 수질, 적용, 생태계 자생 능력과 같은 엔지니어로서의 소양을 바탕으로 자연과 문화를 융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측 불가능한 기후위기의 시대, 지구 환경을 존중하고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전문가로서 조경가의 역할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략)... 미래 세대 조경가의 역할 _ 장수지(IFLA 2022 학생 서포터즈,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조경학과) 8월 29일, 세계조경가협회 이사회 회의의 회의록 작성을 위해 광주로 내려갔다. 회의 내용을 정리하며 설렘과 긴장감이 팽팽히 힘겨루기를 하는 시간을 보냈다. 이틀간 진행된 회의의 첫날, 코로나19로 인해 그동안 화면으로만 만났던 각국 대표가 서로를 반갑게 맞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회장단 대표의 인사로 회의가 시작됐다. PPP(Professional Practice & Policy, 전문실무와 정책), CER(Communication External Relations, 대외업무)에 대한 보고와 5개 지부 대표가 바라본 현재 조경가의 입지와 조경 교육 시스템 발표가 진행됐다. 다음 세대 조경가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일, 조경가가 가져야 할 태도에 관한 생각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조경이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숭고한 고민과 연구라고 느껴지게 만든 열정적인 회의였다. 회의가 끝난 뒤 본격적으로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가 시작됐다. 조경학을 전공하는 30명의 학생 서포터즈가 행사장인 김대중컨벤션센터 1층과 2층에 배치됐다. 대다수가 처음 만났지만, 모두 조경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있어서인지 약간의 서먹함은 첫인사 후 말끔히 사라졌다. 행사 시작 30분 전, 각자의 자리에서 내방객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수많은 외국인과 내국인이 낯선 행사장에 조심히 발을 내딛고 들어와 학생 서포터즈의 안내를 받았다. 두리 번거리는 그들의 얼굴에서 잘 도착했다는 안도감과 설렘이 느껴져 좀 더 정성을 다해 안내해야겠다는 마음이 일었다. 모든 서포터즈가 각자의 자리에서 행사가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한국 경관의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짜인 프로그램이 곳곳에서 진행됐다. 한국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공연도 펼쳐졌다. 서정적 선율에 빠르게 몰입한 이들은 흥겨운 북소리와 함께 허공으로 뻗어나가는 공연자의 손짓을 따라 하기도 했다. ...(중략)... *환경과조경414호(2022년 10월호)수록본 일부
    • 서영애, 장수지
  • 타이난 스프링 Tainan Spring
    도심의 호수 타이난 스프링은 타이난 도심의 주요 상업 공간이었던 차이나타운 몰과 그 일대에 조성된 녹음이 짙은 공원과 호수다. 주변 공간을 둘러싼 어린 식물들이 가까운 미래에 울창한 정글이 되도록 조성했고, 궁극적으로 기존의 쇼핑몰을 자연과 수공간을 연결하는 도심의 호수로 탈바꿈시키고자 했다. 타이난 시정부의 요청으로 타이난 수로 동쪽의 T자형 축을 부활시켜 기존 차이나타운 몰 부지와 1km에 달하는 하이안로Haian Road를 연결하는 새로운 경관 전략을 세웠다. 전략에 따라 자생 식물을 심었으며, 광장과 공공 물놀이장을 새로 조성했다. 또한 공공 보행로를 개선해 교통 체증을 완화했다. 차이나타운 몰 타이난의 수로는 17세기부터 해양업과 어업의 기반 시설이었으나, 1980년대에 들어서 도시는 이러한 역사적 도시 구성 방식과 궤를 달리하기 시작했다. 1983년 차이나타운 몰은 타이난 운하 옆 옛 항구 위에 세워졌다. 시간이 지나 대규모의 상업 공간이 더 이상 그 목적을 수행하지 못하면서 타이난 도심의 활력에 지장이 됐다. 타이난 스프링은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 쇼핑이 대체하고 있는 현시대에 더 이상 이용하지 않는 쇼핑몰의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다. 철거 자재를 세심하게 재활용한 덕분에 순환형 경제의 혁신적인 사례로 손꼽히기도 한다. 쇼핑몰의 지하 주차장은 도심 물놀이장과 우거진 자생종 식물이 어우러지고 그늘진 아케이드로 둘러싸인 선큰 광장으로 탈바꿈됐다. 물놀이장은 사계절 내내 만남의 장소가 되도록 만들었다. 수면 높이는 우기와 건기에 맞춰 조절되며, 더운 날씨에는 안개를 분사하여 지역 온도를 낮추는 동시에 방문객을 환영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여름날 에어컨 사용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놀이터, 만남의 공간, 공연을 위한 무대 등이 복합적으로 모여 있으며 해체된 건물의 콘크리트 틀을 조형적으로 아름답게 보존해 이후 상점과 안내데스크 등 어메니티 공간으로 전환될 여지가 있는 폴리(folly)들을 남겼다. 현대판 포로 로마노 지하 2층의 구조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유리 바닥재를 깔아 사람들에게 장소가 지닌 역사와 기존 쇼핑몰이 타이난의 역사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알게 했다.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새로운 방식은 부지를 완전히 정리하고 재생시키는 타불라 라사(Tabula Rasa)와 같은 접근 방법이 아니다. 쇼핑몰 건물을 지탱하던 기둥을 그대로 활용해 현대판 포로 로마노(Roman Forum)처럼 보이게 만들었고, 이는 옛 항구를 폐쇄하고 쇼핑몰을 짓게된 역사를 보여주는 일종의 시각적 지표다. 도시의 녹지 설계의 중요한 열쇠는 도시에 녹지를 가져오는 것이었다. 공공 광장과 하이안로에 대규모 식재가 진행됐다. 교목, 관목과 그라스류 등 여러 켜의 초목이 펼쳐진 타이난 동쪽 자연 경관에서 영감을 받아 다양한 자생종을 복합적으로 활용했다. 식물 군집의 밀도는 도로 인근 매장의 주변 환경과 필요에 따라 시민들이 다닐 수 있는 공간을 더 만들거나 더 많은 식물을 심는 식으로 조절했다. 어린 식물들이 자라 우거진 정원을 형성하려면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 주민들은 쇼핑몰의 흔적 위에 자란 식물들 사이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어린이들에게는 과거의 폐허 사이에서 수영하는 흔치 않은 경험을 선사한다. MVRDV의 비니 마스Winy Maas는 “도시의 역사와 함께 기존의 정글과 수공간이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 됐다”고 말했다. 타이난은 회색이 많은 도시다. 가능한 한 모든 장소에 정글을 다시 등장시킴으로써 도시는 주변 경관과 재통합된다. 이러한 녹지의 재도입은 마스터플랜에서 중요한 요소이며 하이안로의 식재 설계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이안로 리노베이션 이 프로젝트는 하이안로 리노베이션의 일환으로서 진행되어, 타이난의 가장 활력 넘치는 도로에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었다. 교통 체증이 줄어들어 자동차는 이제 단지 양쪽으로 한 차선만을 사용하게 됐다. 지난 수년간 계획 없이 다양한 형태로 포장되어 누더기가 된 도로를 통일된 콘크리트 타일로 포장하고, 식재 전략은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럽게 울창한 경관을 만드는 방법을 택했다. 지하에서 공공 공간으로 튀어나와 미관을 해치는 대형 환기구는 사회 기반 시설이라 제거는 불가능했다. 대신 시각적 존재감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주변과 어우러지는 색으로 통일했다. 이후 타이난 시에서 여러 지역 예술가를 초청해 이 구조물을 아름답게 꾸몄다. Architect MVRDV Principal in Charge Winy Maas Partner Wenchian Shi, Jeroen Zuidgeest Project Coordinator Hui-Hsin Liao Design Team Hui-Hsin Liao, Angel Sanchez Navarro, Stephan Boon, Xiaoting Chen, Andrea Anselmo, Yi Chien Liao, Zuliandi Azli, Olivier Sobels, Dong Min Lee, Chi Yi Liao Visualization Antonio Luca Coco, Costanza Cuccato, Davide Calabro, Paolo Mossa Idra Copyright Winy Maas, Jacob van Rijs, Nathalie de Vries Partners Local Architects: LLJ Architects Sustainability/Landscape and Urban Designers: The Urbanists Collaborative Structural Engineers Consultant: Evergreat Associates, S.E. Transport Planners: THI Consultants Lighting Designer: LHLD Lighting Design MEP Engineers: Frontier Tech Institute General Contractor: Yong-Ji Construction Client Tainan City Government Location Tainan, Taiwan Area 54,600m2 Completion 2020 Photograph Daria Scagliola MVRDV는 1993년 비니 마스(Winy Maas), 야코프 판레이스(Jacob van Rijs), 나탈리 더프리스(Nathalie de Vries)가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설립한 회사다. 전 세계를 무대로 다양한 작업을 통해 도시, 건축, 인테리어, 조경 관련 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로테르담, 파리, 상하이에 지사를 두고 이해관계자, 다양한 전문가와 함께 리서치를 바탕으로 한 협업을 주로 하고 있다. 대표작으로 2000년 하노버 엑스포의 네덜란드 기념관, 암스테르담의 플래그십 매장 크리스탈 하우스와 로이드 호텔, 상하이의 홍차오 오피스 캠퍼스, 로테르담의 디든 빌리지(Didden Village) 옥상 증축, 스페이 케니서(Spijkenisse)의 북마운틴 공공 도서관, 서울 강남구의 청하빌딩 등이 있다.
    • MVRDV
  • 페이즈 시프트 공원 Phase Shifts Park
    페이지 시프트 공원(Phase Shifts Park)은 환경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의 역동적인 상호 작용을 일으킨다. 공원 시설은 주민들의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인지시키고 나아가 일상생활에서 그 가치를 향유하게 한다. 이곳에 적용한 디자인 언어는 다양한 차원에서 일상의 문제를 돌아볼 수 있는 보편적 접근 방식을 만들어낸다. 공원에는 공항을 도시 경관으로 변화시킨 지리학적 차원, 거대한 공공 지형에 고유의 문화 시설을 통합시킨 도시적 차원, 레크리에이션 시설을 공유함으로써 여러 도시 간의 투과성을 만든 도시 내부적 차원 등이 공존한다. 이 다양한 차원의 연계는 독특한 성공 사례를 만들어냈다. 공원의 다양한 지형 공원을 통해 거대하고 굽이치는 땅을 가로지르는 물, 바람, 사람과 사람이 아닌 모든 것을 탈바꿈하고자 했다. 언덕은 드넓은 지평선의 시각적 틀을 구축하고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어진다. 그 앞에 서면 친밀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북쪽 라운지, 동쪽 나선형 도로, 중앙 잔디밭, 동쪽 스카이돔, 중앙 마당은 비바람을 피하고 문화 행사와 공연을 열기에 적당하다. 다양한 지형은 주민들이 일상에서 조금 멀어져 끊임없이 바뀌는 살아있는 환경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3km의 구불구불한 길은 차량과 보행자를 보호하고 사람과 동물이 오갈 수 있는 생태 통로 역할을 한다. 녹색 허파 지표면의 주름은 일상에 편의를 제공해주는 것을 넘어 투과성의 변화에 따른 파라미터(parameter)를 드러내는 기술적 도구이기도 하다. 바닥의 투수성은 집수 능력을 결정하고 그에 따라 생태계를 진작시킨다. 바닥의 작은 구멍은 물을 흡수하고, 이 물은 산소와 함께 씨앗을 발아시키며, 발아된 식물은 새로운 경관을 만들어낸다. 지표수의 층위는 형성된 식물층과 연관되며 빗물 유출수와 공기질에 대한 장기적 지표를 제공한다. 이렇게 모인 데이터는 공원 곳곳에 배치된 간이 시설에서 분석되어 지역 활동에 따른 환경의 변화를 보여준다. 공원을 수놓은 식재는 대만의 식물 군계가 지닌 다양성을 활용해 가장 덜 더운 지역부터 가장 덜 오염된 지역, 가장 습도가 낮은 지역을 보여준다. 식재 유형과 시설은 공원 내 정원을 구분한다. 공원은 도시에 거대한 ‘녹색 허파’를 제공해주고, 공원의 주요 흐름을 간간히 끊는 ‘만남의 구역’은 사람들이 길을 걷다 멈춰서 공공 공간을 이용하도록 유도한다. 해변, 정원 등 여러 공간에는 루돌프 슈타이너(Rudolf Steiner)의 감각 원리에 기초한 12가지(언어 감각, 미각, 청각, 평행 감각, 사고, 시각, 움직임, 자아, 촉각, 따뜻함, 후각, 삶) 요소를 놓아 감각을 자극하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 *환경과조경414호(2022년 10월호)수록본 일부 Design Team mosbach paysagistes(team head), Philippe Rahm architectes, Ricky Liu & Associates Architects and Planners Commissions By New Construction Office, Taichung City Government Location Taichung, Taiwan Area 67.4ha Design 2011~2013 Construction 2014~2020 Photograph Catherine Mosbach, Victor Chohao Wu 캐서린 모스바흐(Catherine Mosbach)가 이끄는 모스바흐 페이자지스트(mosbach paysagistes)는 역사·환경적 가치가 높은 도시 경관 설계, 대규모 프로젝트 등 과학, 역사, 문명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 실험적 작업을 선보인다. 대표작으로 보르도 식물원(Botanical Garden of Bordeaux), 솔뤼트르 고고학 공원(Solutre Archaeological Park), 루브르 렌즈 박물관 공원(Louvre Lens Museum Park)이 있다.
    • mosbach paysagistes
  • 여주역 금호어울림 베르티스 Yeoju Station Kumho Oullim Vertice
    여주역 금호어울림 베르티스는 여주역세권 도시개발사업의 일환으로 교동2지구에 조성된 7개동 605세대 규모의 단지다. 조경 면적이 전체 면적의 39%에 달하며, 아파트 내 테마 공간이 조성될 만한 곳에 선호도가 높은 조경 요소를 적용하고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부가 좋아하는 트렌드를 반영해 인근 아파트 단지와의 차별화를 꾀했다. 설명을 곁들여야 하는 과도한 공간 이름을 짓기보다 물리적인 형태나 질감, 분위기로 공간의 의미를 전달하고자 했다. 입주민들이 공간을 즐기면서 정서적인 위안과 교감을 얻도록 하는 데 설계 목표를 두었다. 주출입구 출입구 회전 교차로에는 수고가 높고 수형이 아름다운 대형 소나무를 심어 단지를 상징하는 인상을 주고자 했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분홍 꽃을 피우고 매끄러운 수피를 가진 아름드리 배롱나무를 소나무 사이에 심어 거칠게 갈라진 소나무 수피와의 대비 효과를 꾀했다. 삼각형의 띠녹지에는 시선을 끌 수 있는 조형 소나무를 단독으로 식재했고, 시선의 차단이 필요한 곳에는 소나무를 군식해 입구 공간을 완성했다. 주출입구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계단을 올라 고개를 들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둔 소나무를 만날 수 있는데, 이 경관이 중앙광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에 기대감을 더한다. 정원을 품은 커뮤니티 공간 단지의 중심 공간에 단지를 상징하는 입주민 커뮤니티 장소를 계획했다. 개방적인 공간 구성, 요소 간의 연계와 균형감 있는 연출에 많은 공을 들였으며 적절한 여백을 두어 유연한 공간의 힘을 보여주고자 했다. 명쾌한 동선의 축을 중심으로 석가산과 생태연못, 팽나무 쉼터, 커뮤니티 하우스, 피크닉 테라스 등이 잔디마당 주변으로 펼쳐져 여유로움과 풍성함 사이에서 걷는 즐거움과 머무는 행복을 느끼게 해준다. 시선이 가장 먼저 머무는 석가산은 보행 동선의 이동 방향을 고려해 배치되어 주변 요소들과 어우러져 청량한 풍경을 선사한다. 소나무가 석가산을 병풍처럼 감싸 안아 시선이 닿는 곳마다 보이도록 했다. 수형이 아름다운 소나무는 방향과 간격에 따라 홀로 돋보이기도, 서로 조화를 이루기도 하여 아늑한 공간감을 구현해낸다. *환경과조경414호(2022년 10월호)수록본 일부 글 조재운 와이에스개발 대표 사진 유청오, 조재운 조경 기본설계 스케이프뷰 조경 특화설계 와이에스개발 시행 하일건설 건설 금호건설 시공 와이에스개발 시설물 미담, 플레이잼, 아우라이앤에이, 토인디자인 위치 경기도 여주시 교동 114 대지 면적 38,631m2 조경 면적 15,229m2 완공 2022. 8.
    • 조재운(와이에스개발)
  • [어떤 디자인 오피스] 조경그룹 이작 장소와 시간의 힘을 믿는 창작 공동체
    이번 작업(this work)을 줄여서 말하면 이작이다. 말 그대로 이번 작업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스튜디오 이름을 지었다. 생생한 설계실 현장의 치열함과 진지함, 즐거움과 고단함. 이 모든 단어가 성남시 분당에 있는 우리의 구성원 이자커스(eejaacers)에게서 들리는 숨소리의 표정들이다. 늘 현재진행형이다. 2008년 탄천이 흐르는 작은 오피스에 둥지를 틀었다. 지치지 않고 열다섯 해를 천천히 산책하며 산에 올라가듯 지나왔다. 동네도 떠나지 않고 잘 지키고 있다. 함께하는 동행들도 서서히 늘어나서 그런지, 요즘은 산책 같은 작업이 더 재미있고 즐겁다. ‘이작’이라는 한자어의 말장난을 통해 우리를 설명해 본다. 아마도 보편적인 얘기로 끝날지 모르겠지만, 조경그룹 이작이 추구하는 지향점이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異作, 다를 이 모든 디자인 오피스가 그렇겠지만 개인적으로 다름에 대한 강박감이 있다. 태생적으로 디자인은 ‘다르게 하기’와 같은 뜻이라고 본다. 접근 방식이거나 태도이거나, 혹은 도구이거나 결과물이거나, 그중 하나라도 다르면 그때부터 안테나가 쫑긋 선다. 소위 안달이 난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다름의 오리지널리티는 결과일 수도 있지만 과정이기도 함을 늘 명심하려고 노력한다. 理作, 다스릴 이 질서에 대한 이야기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나아가 감각과 무감각의 영역에서 세상의 순리를 따르고 현상에 귀 기울인다. 우리가 하는 모든 작업이 자연과 문화의 순환 고리 안에서 잘 작동하기를 기대한다. 거스름이 없다. 시간과 진화에 열려 있다. 지속가능하다. 이런 문장들이 떠오른다. 창의적 발상이 자연의 이치와 손잡을 때 비로소 우리의 작업은 순전한 날개를 달게 된다. 利作, 이로울 이 윤리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과 자연에 해가 되지 않는 이로움을 지향한다. 대부분의 작업을 공공의 영역에서 진행하는 우리에겐 특히 중요한 문제다. 공간을 통해 공공에 전달될 ‘경험의 기회’는 곧 혜택과 복지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무엇이 이롭고 이롭지 않은가에 대한 판단의 문제는 삶의 질과 연결된다. 그 최전선에서 일하는 공급자 그룹의 어딘가에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때로는 두렵다. 以作, 써 이 이렇든 저렇든 결론은 결국 작업으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작업물로 세상과 연결된다는 사실이 좋다. ‘만든다’라는 범주는 도면에서부터 완성작까지 모두를 아우르며 우리가 추구하는 의미 영역 안에 있다. 페이퍼워크는 전문가 집단과, 완성작은 일반인들과 나눌 수 있으니 좋다. 작업물로써(以作) 전달하는 조경가의 언어가 비로소 세상에 낯을 내밀기까지, 너무도 고단한 프로세스가 있다. 그래서 설계는 과정의 마술이다. 육체적, 사회적으로 힘들다. 우리는 오늘도 짓고, 만들고, 작업한다. 지난 몇 년간 완공된 프로젝트들을 살펴보면서 고민했던 흔적과 남겨진 것들, 혹은 사라진 것들을 정리해본다. 군포송정 중앙공원 도시공원 설계공모 첫 당선작이다. 아파트 단지와 공원의 공적 관계를 사적 관계 영역으로 재해석한 작업이다. 뒤뜰만이 가지고 있는 정서와 기억을 공공의 공간에서 구현하고 탐색해보려 했다. 가끔 슬리퍼를 신고 뒷마당에 나온 것 같은 이웃들을 공원에서 만나게 된다. 절반 이상의 성공이라고 자평한다. 한국적 정서의 마당을 대표적인 도시 공간인 아파트로 옮겨 보려 했다. 공간의 서정성을 투박한 물성, 단정한 구획, 친근한 단차, 그리고 계절과 자연 현상을 감지하는 식물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다. 용산 고가 하부도로 정원 서울시 공공 프로젝트로 진행한 도시 인프라 개선 작업이었다. 고가 하부의 죽은 공간 살리기를 주제로 빗물과 수 순환, 습도와 식물의 기법과 적용, 공공 공간의 미적 기준 제고,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 등을 고민했다. 치장과 단장의 디자인 방향을 완전히 배제하고, 도시 구조물과 식물로만 밀도 있게 조직한 정원 구조체를 제안했다. 엔지니어링 기술과 조경의 협업이 마냥 쉽지만은 않았던 프로젝트로 기억한다. 아쉽게도 정원 구조체는 몇 년 후 철거되고 보도블록 포장과 오토바이 주차 금지 펜스만 있는 다리 밑 공지가 되어버렸다. 진도 쏠비치 리조트 예술의 섬 나오시마를 다녀온 뒤 한참 동안 우리 마음속에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그러던 차 잔잔한 바닷가, 전라남도 진도에 있는 리조트 설계를 맡게 됐다. ‘마음과 영혼에 접속하는 정원’을 주제로 해안가 산책로를 따라 정원을 배치하는 작업을 했다. 개개인의 작업물을 독려하고 비평하고 수정하고 도와가며 조성했다. 조형적 탐구, 관점과 차원의 전환, 낯설게 전달하기, 내적 움직임의 실체 등 깊숙이 들어가서 작업한 짧지 않은 시간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결과적으로 상업적 리조트와 충돌하는 상황이었지만 곳곳에 고민의 흔적들로서 소울 가든(Soul Garden)들이 자리하게 되었다. 개입한다는 것의 의미와 어떻게, 얼마나, 어디서 멈춰야 할지를 배웠다. 성남 은행동 소공원 옹기종기 모인 다가구 주택이 즐비한 산동네에 위치한 공원이었다. 경사가 가파른 지형을 생활 언덕으로 바꾸려고 했다. 가장 친근하고 알차게 사용할 수 있도록 멀리 보이는 산자락과 대조를 이루는 도시 언덕을 화강암으로 테트리스 쌓듯이 조성했다. 테트리스 언덕의 활용도는 기대 이상이었다. 치맥(치킨+맥주) 하기, 나물 말리기, 태양초 널기, 생활 품앗이, 낮잠 자기 등 동네 아주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 채우는 생활 언덕의 일상은 다채로웠다. 화강암 언덕은 도시의 산자락을 은유하는 동시에 경사지 구조체로도 요긴한 장치였다. 동탄 신리천 교각 하부 공공 디자인 동탄 신도시 신리천을 따라 다섯 개 다리 밑 공간을 공공 디자인하는 작업이었다. 하천을 따라 북측은 갤러리와 같은 공공 미술 벤치로, 남측은 친근한 마을 카페로 변신시켰다. 색깔과 틈, 빛과 장소 브랜딩을 탐구하며 황폐한 교각 하부를 ‘얌전한 화려함’이 살아나도록 하는 갤러리 벤치 공원으로 조성했다. 따뜻한 감성의 브리지 카페는 주민들에게 쉽고 친근하게 접근하려는 시도였다. 수변을 따라 매일 산책하는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활력을 불어넣는 장소가 되기를 기대한다. 의정부 고산지구 공원 지역성으로 시작해서 지역성으로 마무리한 작업이다. 신도시의 4개 공원과 녹지를 설계했다. 기억과 유산이 풍부한 산야의 공간을 도시 속에서 새롭게 정리해갔다. 산으로 깊숙이 파고드는 들판과 물줄기를 핵심 장치로 가장 지역성이 잘 드러나는 공원이 되기를 기대하며 작업했다. 도시를 뚝딱뚝딱 순식간에 만드는 한국의 조급한 방식 때문에 사라지는 것들이 많다. 남겨야 할 것, 기억해야 할 것, 지켜야 할 것, 알아야 할 것들은 지역 박물관에 가면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공원을 통해 온몸으로 공간을 느끼고 도시의 기억을 경험하고 읽는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다. 해당 지역 곳곳을 누비며 멍 때리기와 파헤치기를 한 덕분에 술술 풀어나갈 수 있었다. 지역성은 옛 풍경의 내적 질서를 발견하고 새롭게 정리해 만드는 공원의 중요한 주제어다. 대구 복현자이 공동주택 아파트 놀이터 공간의 주인공을 바꾸고 싶은 생각에서 시작했다. 공터에 이것저것 매달 조합 놀이대를 포기하고 중앙에 놀이마루를 제안했다. 원형 놀이마루에서는 자유로운 놀이가 생겨난다. 마을 사랑방으로 활용되고, 때로는 아이들이 뒹굴뒹굴 나뒹구는 툇마루로 변신한다. 벤치의 높이가 주는 심리적 친근함과 만만함을 동그란 잔디마루 위에 재구성했다. 놀이터의 주인공은 놀이 기구가 아니라 마루다. 놀이터의 핵심은 놀이가 아니라 모임이다. 원형마루에서 아이와 부모가 함께한다. 둘러앉고 마주앉고 드러눕고 나뒹군다. 별다른 놀이가 필요할까. 우리는 장소와 시간의 힘을 믿고 탐구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다. 공간을 통해 대화를 시도하는 도시의 화자(storyteller)들이 모여 즐겁게 작업한다. 주거 단지 정원부터 도시의 공공 공간까지 예민하고 깐깐한 조경가들이 참여한다. 트렌드에 얽매이기보다는 상상력이 이끄는 객관화된 낯선 공간의 실체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조경 공간으로 말하고 소통하면서 외롭지 않은 조경가가 되기 위해, 오늘도 의도적으로 외로워진다. 장소성과 브랜딩, 공공 디자인과 지역성에 관심이 많다. 최근에는 바우하우스 포스터를 수집해볼까 생각 중이다. [email protected] 조경그룹 이작(eejaac landscape architects)은 행복한 조경가를 꿈꾸는 이들의 창작 공동체다. 장소의 힘에 대한 믿음은 작업의 시작점이자 동력이다. 문제의식은 잠재력을 찾고, 잠재력은 상상을 이끌고, 상상은 사람을 생각한다. 넘치는 상상력과 논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사람을 위한 공간을 찾는 생각의 무한궤도, 그 어느 지점에서 오늘도 팽팽하게 산다.
  • [모던스케이프] 관광의 목적
    바야흐로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피서와 달리 여행에는 방문과 경험이라는 적극적인 행위가 따른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험과 도전이 수반되는 여행, 벅차오르는 감동도 있지만 때로는 예기치 못한 고통스러움을 마주해야 할 때도 있다. 여행에 해당하는 travel의 어원은 travail(고통, 고난) 아니던가. 그에 반해 눈으로 보고 안다는 뜻으로 새겨진 관광(觀光)은 주체의 시선이 더 강조되는 단어다. 눈으로 확인하고 참관하며 견학하는 의미가 담긴 관광을 이야기할 때 17~18세기 영국에서 크게 유행한 그랜드 투어(Grand Tour)를 빼놓을 수 없다. 외딴 섬 영국에서는 사회가 안정되자 상류층 자제들을 대륙으로 보내 세련된 취향과 외국어를 학습하게 했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견문을 넓히고 지식을 확장하는 목적을 가진 그랜드 투어는 근대적 의미의 관광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19세기 중반 영국인 토머스 쿡(Thomas Cook, 1808~1892)은 570명의 관광객을 모집하여 영국 레스터(Leicester)에서 러프버러(Loughborough)까지 이동하는 기차 여행을 시도했고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때부터 관광은 서서히 오늘날 통용되는 보편적 개념으로 자리 매김했고, 관광의 목적 또한 교양을 학습하는 것을 넘어 위락과 휴식, 기분 전환 등 즐거운 경험을 누리는 데까지 확장됐다. 새로운 경험을 통해 선진 취향을 학습하고자 했던 그랜드 투어가 계몽주의적 측면에서 근대적이라면, 토머스 쿡의 기차 여행은 자본주의 시대에 급부상한 시민 계층을 여행객으로 흡수하고 산업혁명의 상징인 기차를 여행의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근대적이다. 그런데 관광의 대중화에는 각종 매체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컸다. 쿡이 그 시절에 수백 명의 여행객을 모집할 수 있었던 것도 광고라는 방식을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때마침 급성장한 사진술과 인쇄술, 출판 기술 등 새로운 기술이 관광이라는 아이템과 엮이면서 엽서와 지도, 브로슈어 등 다양한 관광 안내물이 쏟아져 나왔고, 이러한 인쇄물은 다시금 관광의 대중화를 촉발하는 역할을 했다. 한반도에 근대 관광이 정착하게 된 양상은 표면적으로 서구와 닮았다. 개항 이후 왕족과 외교관 등의 관료들이 가장 먼저 해외 여행의 특권을 누렸고, 점차 선진 문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식인 계층을 중심으로 여행이 확산되었다. *환경과조경414호(2022년 10월호)수록본 일부 참고문헌 국사편찬위원회, 『여행과 관광으로 본 근대』, 두산동아 한국문화사 시리즈 22, 2008. 김선정, “관광 안내도로 본 근대 도시 경성: 1920~30년대 도해 이미지를 중심으로”, 『한국문화연구』 33, 2017, pp.33~62. 한경수, “한국의 근대 전환기 관광(1880~1940)”, 『관광학연구』 29(2), 2005, pp.443~464. 阪野祐介·김윤환, “식민지도시 부산을 그린 요시다 하츠사부로(吉田初三郞)의 조감도(鳥瞰圖)와 타소표상(他所表象)”, 『문화역사지리』 33(2), 2021, pp.49~68.
  • 자연 그대로의 자연, 네이처 갤러리 래미안 갤러리 리뉴얼
    지난 9월 16일,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래미안 하우스파티’를 열어 새롭게 리뉴얼한 래미안의 외부 공간 ‘네이처 갤러리’를 공개했다. 서울 송파구에 마련한 모델정원을 배경으로 공연을 열고,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해 예술·문화 활동과 공간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래미안 갤러리 리뉴얼 프로젝트는 2021년 시작됐다. 김아연(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스튜디오 테라 대표)이 이끄는 시대조경 팀(서울시립대학교 조경설계연구실+MDL+스튜디오 테라)이 컨설팅, 실시설계, 현장 감리를 맡았다. 모델정원 시공은 삼성물산 건설부문 조경그룹, 주원조경, 연수당이 진행했다. 리뉴얼 프로젝트는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경쟁 속에서 점점 관행적으로 변해가는 아파트 조경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좀 더 본질적인 차별화 전략을 찾기 위해 래미안 조경의 변화 과정과 현황, 국내외 트렌드, 소비자 성향을 분석해 래미안만의 조경 철학과 비전, 추진 전략을 제안하는 ‘조경 전문가 컨설팅’을 진행했다. 김아연은 주거와 일상의 근본적 가치를 다시 묻고 이론적 근거에 기반을 둔 전문적 해답을 찾고자 했다. 이를 위해 래미안 단지 20곳을 답사하고, 주거 문화의 지향점을 고민했다. 분석 결과, 네 가지 내부적 성찰점과 외부적 대응의 필요성을 도출할 수 있었다. 내부적 성찰점을 먼저 살펴보면, 첫째, 아파트 조경은 브랜드 간 경쟁 심화로 인해 시각적 효과의 특화에 치중하고 있다. 둘째, 살면서 더 좋아지는 경관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유행에 민감한 조경은 쉽게 질리는 조경으로 이어지고 있다. 셋째, 근본적 주거 가치 구현의 노력보다 주거 상품 아이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넷째, 큰 맥락보다는 소규모 공간과 시설물 특화 전략에 치중하고 있다. 외부적 대응의 필요성을 살펴보면, 첫째, 기후변화, 팬데믹 등 지구환경적 이슈와 주거 공간의 관계성이 대두되고 있다. 둘째, 문화와 여가 방식의 변화, 기술 변화에 따른 조경 공간의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셋째, 자연의 작동성과 진정성을 구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넷째,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전문적이고 구체적인 전략 개발이 필요하다. 도출한 결과를 바탕으로 래미안 조경의 방향성을 자연의 고유한 생태적, 경관적, 기능적 특성에 기반을 둔 ‘자연 그대로의 자연’으로 설정했다. 자연 그대로의 자연을 아파트 단지에 도입함으로써 원서식처의 고유성과 래미안 자연의 독창성으로 자연 본연의 진정성(original nature)을 전달하고자 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전략으로, 원경관의 회복, 사람 중심의 공간과 경관, 불필요한 장식과 시각적 복잡성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간결한 디자인을 제시했다. 이로써 입주민들은 아파트 조경을 통해 자연과의 관계성을 회복하며 일상 속 자연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관성적이고 관행적인 아파트 조경 설계 방법론을 극복할 수 있게 된다. *환경과조경414호(2022년 10월호)수록본 일부
  • 지하철 환풍구를 활용한 도심 속 무더위 쉼터 제3회 공공디자인 국민아이디어 공모전 대상
    지난 6월 17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제3회 공공디자인 국민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했다. 이 공모전은 국민들이 직접 일상 속 불편 요소를 찾아 해결 방안을 모색함으로써 공공디자인의가치와 중요성을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올해는 좀 더 많은 사람의 공감대를 끌어내기 위해 ‘무한 상상, ○○디자인’이라는 슬로건을 세우고 공공캠페인 분야를 신설했다. 참가 자격도 일반부와 학생부로 확대했다. 일반부 대상에는 박성민·조재민의 ‘지하철 환풍구를 활용한 도심 속 무더위 쉼터’가 선정됐다. 지하철 환풍구의 불쾌한 공기를 시원한 바람으로 바꿔 도시의 온도를 낮추고, 환풍구 주변 공간을 시민 쉼터로 활용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부정적으로 인식될 수 있는 공공시설을 공공디자인을 통해 개선하고, 도시 생활 환경 개선과 사용자 편의를 함께 꾀한 복합형 공공 시설물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중략)... *환경과조경414호(2022년 10월호)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