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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가 최윤석
    종합관계기술 _ 최윤석 여섯 가지 빌드업 _ 최윤석 공간과 개개인의 삶을 빚는 조경가 _ 김모아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_ 조혜령 편견 없는 공간의 무한함 _ 유청오 “최정상의 조경가보다 보통의 조경가가 되고 싶었다.” 담백하지만 가볍지 않은 수상 소감에 진중한 분위기를 잘 못 견딘다는 최윤석의 말이 떠올라 웃음이 났다. 최윤석의 작품을 보면 어쩐지 느긋하게 머물고 싶어지고, 어떤 형상을 만드는 디자인 철학보다 설계를 어떤 마음으로 대하고 있는지 그 태도가 궁금해진다. 그의 디자인은 세심하지만, 이는 도면 속선과 수치로 기록되는 것이 아니다. 다정함을 닮은 최윤석의 세심함은 사람들을 관찰하는 시선, 나무를 향해 관심을 보이는 이에게 건네는 말, 사람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오랜 고민에서 드러난다. 그의 세심함은 현장에서 끈질긴 인내심으로 탈바꿈한다. 예상치 못한 변수를 통제하기보다 그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한다. 과정에는 늘 현장의 사람들이 있다. 때로는 시공 반장과 전문 작업자가 자신의 설계안보다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 주었다고 웃는다. 세상의 만물은 서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하는 최윤석은 조경이 사람들에게 공간을 넘어 콘텐츠와 이야깃거리로 가닿기를 바란다. 정원과 공원에서 출발한 그의 작업이 전시 기획, 동화책, 가드닝 프로그램까지 스펙트럼을 넓히게 된 이유다. 조경가이자 아버지로서의 일상을 담은 글, 다채로운 작업물, 오랜 시간 함께해온 동료들이 바라본 그의 모습과 인터뷰를 통해 조경가 최윤석의 면면을 살펴보자. 진행 김모아, 금민수, 이수민 디자인 팽선민 자료제공 최윤석
  • 종합관계기술
    “그림은 거들 뿐”(『환경과조경』 2021년 7월호, ‘그들이 설계하는 법’)이란 글로 당돌한 나의 설계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내며 졸필임을 만천하에 드러냈는데 또다시 설계 철학을 이야기하자니 벌써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26년 전 조경학과에 입학한 후 들은 첫 전공 과목은 조경학개론이었다. 첫 수업에서 교수가 사람 인人 자를 칠판에 쓰고는 조경이란 무엇인지 인자한 미소로 설명했지만 자세한 내용은 가물가물하다. 아침 9시 수업인 데다가 전날의 음주 여파로 제정신이 아닌 신입생이었기 때문이다. 『조경학개론』 첫 장에 쓰인 ‘종합과학예술’이란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지금까지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여전히 이 일에 종사하고 있다. 종합과학예술에서 ‘종합’이 모든 것을 포괄한다는 접두어라는 건 알겠는데, ‘조경은 과학이 맞나, 예술이 맞나’ 한 번쯤 깊게 고민하기보다 그저 그렇대 하고 지나치기 일쑤였다. 하지만 조경 설계 실무를 해오면서 머릿속을 채운 여러 설계 철학 키워드 중 가장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과학’보다는 ‘관계’다. 융복합 시대에서 상황, 대상 등 서로 다른 성질의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고 서로 관계를 맺고 있다. 발견의 시작 일의 특성상 대상지는 선택 대상이라기보다는 주어지는 편이다. 모든 아이디어나 콘셉트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주어진 대상지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기를 기대하면서 유심히 살펴보고 관찰함으로써 설계가 시작된다. 그런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떤 상황, 그 시기의 이슈를 발견해 대상지와의 관계에 대입해보면서 일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 물론 담당자와의 대화에서도 발견하기도 한다. 그러한 발견은 디자인의 이유가 된다. 순수 예술은 어떨지 몰라도 조경 디자인에는 늘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평면이든, 입면이든, 재료든 세세한 부분엔 늘 이유가 있다. 그런 것들은 모두 어떤 관계성에서 나온다. 쉽고 명쾌함 지하실에서 무모하게 그람디자인을 출발했던 2008년은 나의 부족한 역량을 직접 마주하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하다. 대형 설계 회사들이 주요 프로젝트로 아파트, 대형 공원 설계를 다룰 때 우리의 일거리는 녹지 정비 사업이나 어린이 공원 리모델링 등 작은 규모의 설계 용역이 대부분이었다. 이전 회사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에서는 디자인 이념이나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이 필수였다. 하지만 주민 참여 예산 제도로 열리는 사업 등 소규모 사업 설계를 대하면서 이런 것이 필수인가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동사무소에서 열리는 공원 리모델링 주민설명회에 필요한 건 계획안을 쉽고 명쾌한 내용으로 풀어 주민들을 이해시키고 실사용자인 주민들과 교감을 나누는 일이다. 그러던 중 ‘한글글자마당 조성 아이디어 현상공모’(2011)에 당선된 게고무적이었다. 한글로 조합 가능한 11,172자를 어떻게 체계적으로 나열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쉽고 명쾌한 아이디어가 중요하다고 보는 나의 가치관과 잘 맞아떨어졌다. 한글 자체는 과학적 체계를 갖추고 있다. 한글의 창제 원리와 첫소리, 가운뎃소리, 끝소리로 구성된 조합 원리를 살펴보니 누구나 이해하기 쉽다는 점이 새삼 놀랍게 다가왔다. 글자를 구성하는 조합 원리와 규칙을 모든 글자를 나열하는 방법으로 풀어낼 수 있었다. 심사위원 모두 잘 아는 한글에 대한 시각적 조형성에 염두를 둔 배치보다 쉽고 명쾌한 방식을 제안한 우리의 배치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자연과의 관계 ‘슈필라움(spielraum)’은 ‘놀이(spiel)’와 ‘공간(raum)’을 합친 단어로, 한국어로하면 ‘놀이방’이다. 그냥 노는 공간이 아니다. 내가 행위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공간, 자신의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 새로운 것을 생각할수 있고 생산할 수 있는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공간을 의미한다. 그곳에서 지친 심신을 충전하고 자신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 정원 현장이나 농장이 나에겐 그런 곳이다. 몇 해 전부터 친구와 이것저것 해보는 농장을 꾸리고 있다. 일주일의 과도한 스트레스를 스스로 덜어내고자 매주 주말이면 늘 농장을 찾게된다. 울창한 숲과 풍부한 자연이 있는 곳이 아닌 허허벌판의 농장이지만 누구 하나 간섭하는 이 없고 오롯이 내가 하고 싶은 정원 활동을 하는 시간이다. 여러 가지 공구를 써보기도 하고 딱딱해진 땅을 파내기도 하고 단단히 뿌리 박힌 잡초를 뽑아내는 등 땀과 근력을 필요로 하는 작업들을 한다. 친구와 같은 작업을 함께 하기도 하고 작업 배분이나 계획 없이 각자 하고자 하는 일을 흩어져 하기도 한다. 정식 계약을 하고 근무 시간이 정해진 노동이라고 생각하지 않기에 지루한 시간이 빨리 흘러갔으면 하는 마음은 없다. 흔히 말하는 노동요나 라디오를 틀어 놓지도 않는다. 길가를 지나는 적당한 인기척과 차량 소음만 있을 뿐이다. 오늘은 이걸 해볼까 하다가 싫증이 나면 저걸 해보기도 하고, 그러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정원 식물을 가꾸거나 아무 상관없는 무언가를 괜히 열심히 하기도 한다. 한 번의 사계절을 겪으면서 나무와 풀을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천천히 변화하는 날씨와 그에 따른 흙의 변화감과 촉감들을 느끼는 순간들이 위안을 준다. 근본적으로 이곳은 정원용 식물을 키우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본격적으로 삽목이나 채종(파종)을 통해 증식 시켜 보고픈 식물들, 현장을 꽉 채우고도 남아서 온 식물들, 보식과 교체로 뽑혀온 식물들, 정원 유지·관리를 하다가 꽃이 진 모습을 못 견뎌하는 클라이언트에게 버려질 위기에서 구출된 식물들이 있다. 거의 아사 직전의 식물이 몇 개월 후 회복하는 모습, 일 년 만에 키와 덩치를 불리는 모습을 보는 것이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것 못지않게 재미있다. 그래서인지 책상으로 돌아와 설계에 임하면 완벽함, 완성도에 대한 조급함이나 압박감이 덜해진다. 자연이 스스로 회복하는 시간, 사람이 자연 현상을 인지하고 관계하는 활동 시간의 중요함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연과의 관계성에 대한 고민은 자연 현상에 관한 생각으로 구체화 된다.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정영선 선생이 한 강의에서 한 말이 자연을 대하는 관점에 대한 좋은 지침이 되어주기도 했다. “한 포기의 연꽃을 심는 것도 연꽃을 보는 것이 아니라 연잎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듣기 위해서 한다. 대나무를 심는다면 대나무에 스치는 바람 소리를 듣기 위함이다. 소나무를 심는 것은 소나무에 비치는 달 그림자를 보기 위함이다.” 사람과 사람 그래도 이 일은 다 사람이 하는 일이고, 사람과 관계하는 작업물이다. 설계 내용에서도 그렇고 과정에서도 사람이라는 키워드가 유독 중요하게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다. 사람들이 애용할 장소를 만드는 관점이 우선 자리한다. 언제부터인가 답사를 가면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관찰한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공간에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소임을 충분히 해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름다움보다 더 나음을 생각하다보면 사람에 대한 관심이 빠질 수 없다. 나를 조경가로 성장케 해준 것도 귀한 인연들이다. 상사부터 선배, 친구, 동생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주었다. 옆에서 지켜본 그들의 일하는 자세, 술자리 잡담에서 튀어나온 말 모두가 나의 관점에 좋은 영향을 주었다. 지금까지 진행해 온 모든 프로젝트는 혼자만의 생각과 행동으로 만든 결과물이 아니다. 그람디자인과 정원사친구들뿐 아니라 그 외 프로젝트에도 늘 누군가와 함께 하고 있었고, 경우에 따라서 조력자의 역할만으로도 보람찬 성취감을 맛본 경험도 많다. 늘 많은 이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내가 사람 간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해서 늘 착한(?) 사람은 아니다. 이상한 갑질과 불합리함에 흥분하는 불같은 성격과 자존심이 장착되어 있다. 하지만 벤치 클리어링 상황일 때 먼저 뛰쳐나가는 걸 말리는 역할을 해줄 사람들도 항상 곁에 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조경학개론 수업의 사람 인 자는 아마도 지금의 생각을 형성해준 암시의 단어가 된 것 같아 소름이 돋는다. 최윤석은 경희대학교에서 환경조경디자인을 전공했다. 선진엔지니어링 종합건축사사무소 조경레저부에서 실무를 익히고 2008년 그람디자인을 설립했다. 아이디어와 디자인에서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명쾌함을 추구한다. 2012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정원사친구들(gardening friends)은 정원 문화와 관련한 다양한 작업을 통해 창의적이고 감성적인 장소 만들기를 추구하는 집단이다. 조경 설계도 하고 정원 시공도 하며, 조경가로서 어떤 장소나 소재의 가치를 발견해서 돋보이게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다.
    • 최윤석
  • 여섯 가지 빌드업
    01. 디자인 빌드 종종 오해 아닌 오해를 받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는 설계한 것을 시공도 하는 것일 뿐 시공에 잔뼈가 굵은 전문가가 아니다. 우리의 주력은 디자인이다. 관여하는 모든 프로젝트의 시공에 참여할 수는 없지만 디자인 빌드를 추구하는 이유가 있다. 결국 설계는 공간의 현실화가 목적인데 도면이나 시방서 등 의사 전달 수단을 치밀하고 세밀하게 만드는 데 한계를 느낄 때가 많다. 새로운 무엇인가를 구현하고자 할 때 도면의 표현에 지나치게 고민하느니 핵심만 표현하고 실제 현장에서 직접 보고 조치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본다. 모든 일에는 변수가 존재하고, 이에 대한 대응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디자인 빌드를 하면 설계자와 시공자가 양방향의 소통을 신속하고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고, 두 실무자가 현장에서 만나서 고민할 때 좋은 응용력이 발휘되기도 한다. 땅을 비롯해 조경의 소재들은 자연물이라 페이퍼 워크가 아무리 철저해도 예상을 빗나가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비용의 문제다. 새로운 아이디어의 구현에 있어 외주 견적을 받아보면 항상 예상 범위를 넘어선다. 그렇게 비싸다고? 그럴 바에 직접 해보겠다는 반발심이 고생길로 인도한다. 물론 경우에 따라 외주가 훨씬 경제적인 상황도 분명 존재하기에 이를 조절하는 과정까지 아우르는 것이 디자인 빌드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어떤 빈틈을 채워내지 못하는 부족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모든 것이 불완전,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2022 생활밀착형 숲 실외정원 최근 생활밀착형 숲 실외정원 인천 송도지역 2개소를 완료했다. 사전에 측량하고 설계를 진행하였으나 시공에서 설계가 변경되는 일이 너무나도 많이 발생했다. 전반적으로 치밀하지 못한 설계가 주된 원인이겠지만, 시공 단계에서 더 나은 방안들이 나왔다. 겨울이 오기 전에 공사를 급하게 마무리해야 하는 탓도 있었지만, 설계 단계에서 자재의 수급 여부를 미리 검토하지 못한 점과 발주처, 지자체, 감리단(시어머니 3인방)의 지나친 걱정과 의견으로 인해 추가적인 일거리가 자꾸 생긴다. 이때부터는 설계 도면은 잠시 제쳐두고 예산에 변동이 생기느냐 혹은 설계 의도에 부합하냐만이 중요해진다. 디자인을 크게 흔들지 않는 범위에서의 실행 방식을 고민한다. 디자인 빌드의 장점은 이때부터 드러나기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실체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적지이기 때문이다 닻미술관 때로는 도면화 자체가 불가능한 디자인 빌드 작업도 존재한다. 작은 미술관 건물을 지으면서 발생한 거대한 암석들을 정원 요소로 재배치하는 임무를 맡았을 때 막연하게만 느껴졌다. 사실 어떤 그림이 될지 모르고 일단 시작했다. 어떻게든 이 수많은 돌을 잘 골라내서 이리저리 잘 굴려 최대한 자연스럽게 즉흥적으로 배치하는 과정에서 그 풍경이 점차 그려짐을 동시에 알게 됐다. 현장에 머물면서 땀 흘리는 육체적 경험은 설계자의 업무를 넘어 시공자와 관리자 그리고 이용자의 관점을 세세하게 고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현장은 계획 과정과 달리 순발력과 창의적 감각을 키울 기회를 제공한다. 02. 무너진 경계 디자인 빌드 방식의 의지는 성과물에 관한 책임감 때문이기도 하다. 설계에서 시공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이전에 경험하지 않은 생소한 업종의 일도 하게 된다. 우리뿐 아니라 대부분 조경가가 경험하고 있고, 업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이러한 양상은 가속화되는 듯하다. 이전에 설계만을 주된 업무로 생각할 때는 나의 업이 아님을 규정짓고 모른 척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체를 완성하기 위해 여러 가지 업무를 조율하면서부터는 ‘이런 것도 해야 해?’ 하는 반발심과 ‘이런 것도 하자!’라는 적극성이 공존한다. 학교나 실무에서 쌓고 배운 것들이 아닌 전혀 익숙하지 않은 작업들은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치밀하게 생각하는 근육을 만들어준다. 덧붙여 매너리즘에 빠질 틈을 주지 않아서 소위 말하는 ‘탈조경’을 방지해주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서울식물원 기획전시 운영 서울식물원 개장 시점에 맞춰 작업한 기획전시(2018년 식물탐험대, 2019년 식물극장)는 기존 시설 공간에 부가되는 장식적 요소로서의 개입에서 더 나아가 소프트웨어라는 콘텐츠의 개입으로 설정했다. 물론 디테일한 전시 요소들을 설치하였지만 테마에 따른 스토리를 개발하거나 가이드북 발간, 투어 프로그램 진행 등 이전에 조경 업무로 인식하지 않는 부분까지 업무의 범위가 확장 됐다. 2021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식물극장’ 짧은 준비 시간이 주어지는 전시 연출은 생소하지만, 도전 정신을 갖게 하는 경험이다. 202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조경진 교수(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의 협업 요청으로 참가했다. 전시는 4차 산업혁명, 융합, 신기술 속에 존재하는 인간의 본성을 들여다보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조명하는 취지로 진행됐으며, 우리는 ‘식물극장’으로 참여했다. 코로나19, 기후변화, 경제 위기 등 휘몰아치며 불확실하게 다가오는 미래를 대비하며 오랜 세월 정원과 식물이 사회에서 맡았던 역할과 기능을 통해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들려주고자 했다. 우리가 경계 없이 진행한 작업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일단 원거리에 있는 오프라인의 정원 식재는 기본이었고, 그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 전시장에 영상을 투사했다. 촬영감독을 섭외하고 영상 장비를 구매해 영상 연출도 시도했다. 식물극장이라는 글자도 미래적인 분위기를 낼 수 있도록 폰트 디자이너에게 의뢰해 디자인했다. 일상에서 식물을 직접 키워 먹는 생태 소비의 생활 방식을 이야기하는 식물공장은 첨단 장비가 아닌 로우테크 기술로 구현해 스팀펑크 스타일의 분위기가 나도록 연출했다. 공대 출신의 친구와 함께 농장에서 이것저것을 주워 정말 로우테크 기술로 구현했다. 조성부터 철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마무리하고 나서는 이런 이벤트도 우리가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앞으로 더욱더 문화는 뒤섞이고 통합되는 무경계의 시대가 될 것이라 느꼈다. 새로운 도전이 계속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고, 이러한 새로운 도전의 경험 덕분에 이후 프로젝트에서 동화 창작을 시도할 수 있었다. 03. 스토리텔링 공간에 이야기를 부여하는 것. 모두가 중요하다고 말해왔고 우리도 여러 가지 시도를 했었다. 하지만 그간 스토리텔링은 계획안을 그럴싸하게 만드는 요소이자 형식적인 표현으로 받아들여졌던 것 같다. 계획 단계에서 흥미를 못 끌었는지 정작 실시설계 단계에서는 무시되기 일쑤였다. 그러던 중 어린이정원을 맡으면서 스토리텔링에 대해 좀 더 깊은 고민을 시작하게 됐다. 최근 5년간 디자인하고 조성까지 마친 어린이정원 시리즈는 정원이라는 대상을 하드웨어에 한정 짓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를 더하는 것의 중요함을 일깨워 주었다. 2018년 서울숲 어린이정원에서는 캐릭터와 상상의 공간이라는 설정과 힌트의 요소만 부여했다면 그 이후의 광릉과 서울식물원 어린이정원에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더했다. 첫 접근으로 그 지역이 가진 전설이나 유래 등을 살펴보았지만 시대 정서와 안 맞는 경우가 있었고, 슬픈 내용이거나 심지어 아이들이 이해하기엔 무서운 내용들도 있었다. 결정적으로 일단 재미가 없었다. 급기야 아이들을 위한 뭔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지어내기로 결심했다. 일단 아이들에겐 재밌으면 그만이니까. 도깨비와 요정들의 숲정원 처음 이곳을 마주했을 때 확실하게 느낀 것은 교목을 따로 심을 필요가 없어 보인다는 점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만들어진 숲의 모습이 바로 광릉의 정체성이다. 이러한 숲의 특징을 여실히 드러 내고 강조하는 공간을 구현하고자 하였다. 숲 내부가 아이들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따라 탐험할 수 있는 장소로 거듭나기를 바랐다. 이를 위해 동화를 창작했다. 동화에는 독갑이 아저씨(사실은 도깨비)와 광이와 릉이라는 인물이 등장하며, 의인화된 숲의 요정들도 있다. 숲이 시원한 이유가 궁금했던 주인공 광이와 릉이가 도깨비 부채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창작된 동화(소프트웨어)와 조성된 정원(하드웨어)의 싱크로율을 높이기 위해 두 작업을 동시에 병행했다. 이야기를 구상하다 필요한 요소가 있으면 설계에 반영하고 설계상 드러내고 싶은 요소가 있으면 이야기에 담았다. 일러스트 작가를 섭외해 창작된 동화와 현장을 보여주고 그려냄으로써 아이들에게 좀 더 친근한 콘텐츠가 되도록 만들었다. 동화책의 설정에 따른 공간 구현으로 아이들에게 흥미로움을 제공하는 장소 특정형 스토리텔링을 시도했다. 제작된 동화책과 정원에서 즐길 거리가 되는 워크북을 어린이날 방문한 아이들에게 배포해 특별한 장소로 인식하게 했다. 오래된 숲 안의 거대한 나무들에 둘러싸여 있어서 도심과는 다른 신비로운 공간처럼 느껴진다는 점이 나무들을 의인화한 도깨비가 살고 있다는 설정을 가능케 했다. 대상지 내에는 이식될 기약이 없이 가식된 소나무들이 공간을 가로 막고 있었다. 국립수목원 내부의 더 깊숙한 곳에 있는 전나무처럼 거대한 크기가 아니라 못내 아쉬웠지만, 이 정도 크기의 나무를 의인화했을 때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 좋고, 신비의 숲으로 들어가기 위한 좁은 길을 만들어주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혼자서 정신승리(?)를 했다. 광릉숲을 둘러보다가 간벌되거나 태풍 피해로 쓰러진 통나무에 주목하게 됐다. 그대로의 숲의 자연을 표현하기에 최적인 오브제이자 시설물이 될 가능성이 엿보였다. 기존 놀이 시설물은 공산품이지만 통나무는 자연의 놀이 시설물이자 허점투성이를 고스란히 노출해 자연적인 속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나이테가 보이고 옹이도 있고, 개미가 파먹은 부분도 있고, 그늘이 드리워지는 부분은 이끼가 잔뜩 끼기도 하고, 부러진 부분은 흰 속살이 드러나기도 한다. 통나무를 옮기다 굴착기가 낸 흠집을 호랑이나 곰이 할퀸 자국으로 묘사하며 아이들에게 설명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통나무가 숲을 탐험하는 길(로그 트레일)이 되어주는 것이 이 디자인의 핵심이었다. 작은 식물원 마을 그리고 꼬마 식물탐험대 식물이 자리한 정원이 동화적 이야기를 만나 자연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과 애정을 느끼게 해주는 방식은 다음 해에도 이어진다. 코로나19로 개장이 늦어지면서 2년여 가까이 공을 들였고, 덕분에 광릉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편이었다. 속편에 대한 기대감과 부담감도 점점 커졌다. 프로젝트를 함께 준비하는 서울그린트러스트로부터 2022년도는 어린이날 100주년이라 오픈 행사를 성대하게 치를 것이란 이야기까지 듣게 된다. 이번 대상지는 서울식물원이었다. 서울식물원에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많이 마련되었지만,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식물원 본연의 목적인 다양한 식물들을 관찰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보기에는 아쉬움이 좀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을 위한 작은 식물원을 구상했다. 미니어처 형태의 요정 마을에는 원래 작은 식물과 이제 갓 뿌리를 내리고 성장을 시작한 묘목들을 배치했다. 아이들이 식물탐험대가 되어 마을 곳곳의 식물들을 살펴보게 하는 것이 설계의 목표였다. 광릉 프로젝트처럼 정원의 평면적 계획과 함께 이야기를 동시에 구상하기 시작하였다. 팀원들과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검토해보다가 결국 찾아낸 것은 작은 수목원 마을에 어울리는 독특한 세계관(유니버스)의 설정이다. 마을의 각 구역은 뿌리, 줄기, 잎, 꽃, 열매 등 식물의 구성 요소의 특징을 보여주고, 각 구역에는 활동하는 요정들이 있다. 이 모든 구역을 하나의 얼개가 있는 이야기처럼 구성하고자 했다. 동화 같은 식물 세상의 이야기가 어우러진 정원은 아이들에게 단순한 식물의 관찰을 넘어 식물의 유기적 관계성에 관심을 가지게 하고 가꿈의 정성과 시간의 중요성을 알게 해주는 내용으로 마무리된다. 일러스트 작가가 그린 동화책을 제작하고 정원의 전체 지도를 담은 1인용 돗자리로도 만들어 어린이날 다양한 이벤트에 참여하는 시민과 아이들에게 정원과 더불어 또 하나의 선물로 선사했다. 평면적으로 구역을 나눌 때 어떤 구성 요소로 아이들의 동선 흐름을 이어가게 만들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접근했다. 스케치에서 보이는 형태적 표현보다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시간이 더 중요했다. 작은 공간이라도 생각할 거리, 이야깃거리를 던져주는 흥미로운 장소가 되기를 바랐다. 마을의 특색에 따라 그 집에 살고 있는 요정들도 각각의 직업이 있다. 그 직업들을 상상하며 모든 집에 간판을 달았다. 짜임새가 있는 진짜 마을의 모습처럼 인식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지만, 우리가 타깃으로 보는 유치원생 정도의 어린이들은 한창 한글을 읽어내려 하는 때이기 때문이다. *환경과조경417호(2023년 1월호)수록본 일부
  •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최윤석은 스스로 변방의 설계가라 소개한다. 20년 남짓 경력의 조경설계사무소 대표에게 으레 연상되는 이미지를 기대하긴 무리다. 그의 운동화에는 늘 진흙이 묻어 있고 1톤 트럭에는 세탁한 티셔츠 여분이 준비되어 있다. 현장에서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미팅 시간 목전에 윗옷만 갈아입고 워커 차림으로 회의 장소로 이동하기 일쑤다. 이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라며 SNS에 이따금 피로를 호소한다. 현장과 사무실 업무가 동시에 벅차게 굴러갈 때가 많지만 치밀한 계획가 타입인 그의 성격 덕분에 오늘도 구멍은 나지 않았다. 처음 만난 건 2012년이다. 영국에서 갓 돌아와 조용철(디자인스튜디오 이레)과 함께 찾은 부천의 작은 사무실은 마치 개척교회 같았다. 최윤석은 창업한 지 5년이 되었다며 회사를 소개했다. 중소형 공원 리모델링이나 녹지 정비 설계를 주로 하지만 정원 분야에도 관심이 많다며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는 의심과 호기심이 섞인 복잡한 표정으로 함께 정원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우리의 파트너십은 시작됐고 10년간 다양한 정원 활동을 함께 해왔다. 지금은 사무실 리모델링으로 없어졌지만, 그때 필자의 눈에 들어온 현판이 아직도 뇌리를 스친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그는 그렇게 10년 후 젊은 조경가가 되었다. 우리는 ‘정원사친구들’(『환경과조경』 2018년 5월호 특집 ‘따로 또 같이’)이라는 형태로 협업했다. 2013년 순천을 시작으로 전국에 부는 정원박람회 정원 공모와 사업은 우리의 먹거리(?)가 됐다. 최윤석은 당시 ‘디자인 빌드 그룹’이라는 새로운 플랫폼 형태를 기안하고 실천한 초창기 조경가였다. 이러한 작업 형태는 그의 디자인 방식에서 필연적으로 발현된 것이다. “그림은 거들 뿐”(『환경과조경』 2021년 7월호 ‘그들이 설계하는 법’)을 읽어보면 알 수 있듯이 그가 콘셉트와 아이디어를 풀어내는 방식은 매우 서사적인 동시에 페이퍼와 현장을 넘나든다. 조성 이전의 현장에서 최대한의 가능성을 읽어내고 다양한 장면의 상상을 즐긴다. 실제로 최윤석이 구 상한 제안의 최초 버전 파일을 열어보면 영화나 드라마의 시놉시스처럼 공간 안에 펼쳐질 장면이 그려진다. 그는 틈틈이 텍스트로 기록하며 아이디어를 빌드업하는 편인데, 이동하는 차 안 등의 잉여 시간이나 업무이외의 시간에도 스위치를 끄지 않고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들의 파편을 공유한다. 전문가의 독선적(?) 드로잉을 통해 공간이 개선될 수 있다고 믿지 않으며 주변의 다양한 인적·물리적 자원을 사업 과정 속에 수시로 침투시킨다. 마스터플랜, 삽도와 같은 정태적인 이미지보다 사업을 통해 기대하는 장소 경험의 힘을 믿고 이용자와의 공감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공감은 장소의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하며, 운영·관리 단계에서 더욱 창발적인 아이디어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서울그린트러스트와의 어린이정원, 인덱스 정원 시리즈 사업은 그의 공간 내러티브를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프로젝트다. *환경과조경417호(2023년 1월호)수록본 일부 조혜령은 정원이 갖는 문화적·사회적 가치를 믿으며 이론과 실무의 경계를 탐색하는 조경가다.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정원사친구들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최윤석과 함께 하며 2021년 제11회 대한민국 조경대상 한국조경학회장상, 2022년 조경의날 산림청장상을 수상했다. 2021 IFLA 아태지역 조경상(ASIA-PAC Landscape Architecture Awards)에서 e편한세상 갤러리 드포엠 가든으로 가작을 수상했다.
  • 편견 없는 공간의 무한함
    최윤석과는 작품 때문에 처음 만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인을 통한 촬영 의뢰가 다반사라 현장을 서성이다 서로 어색하게 인사를 했던 게 첫 만남이었다. 깊고 진한 계절이 스치고 지날 때라 그런가, 낯설었다. 변하는 풍경 사이에 선 검고 큰 덩치가 인상에 남았다. 첫 기억은 선입견을 남겼다. 몰랐다. 그렇게 섬세한 사람이라는 것을. 에세이 필자로 추천 받았을 때 한참을 고민하다 그의 작품을 이야기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이 글은 어쩌면 그의 작품 감상기일지도 모르겠다. 가끔 아주 먼 옛 일이 떠올라 잠시 생각에 잠길 때가 있다. 최윤석의 최근 작품은 어린이정원이 많은데, 그의 정원에 가면 문득 추억들이 떠오른다. 오밀조밀한 공간에서는 크고 작은 이야기들이 곳곳에서 튀어오른다. 보물찾기하듯 조심스레 둘러보면 작은 시선(키 작은 초화와 작은 정원 요소들, 때로는 어린아이)이 어딘가로 향하고 있다. 무심코 눈짓이 가리키는 곳을 함께 바라보면 또 다른 시선을 발견하게 된다. 검고 큰 덩치에서 나왔을 것이라고 짐작하기 힘든 곳곳의 아기자기함에 감탄하다가 사람의 외적 요소만 보고 함부로 판단하지 말라는 어른들의 충고가 떠올라 도리질한다. 생각의 가장자리에서 줄타기를 하는 것이 조경 설계라면, 울타리를 벗어나 세상 밖으로 탄생시키는 몸짓이 현장의 풍경이 아닐까. 그래픽으로 짐작할 수 없는 여러 일들이 현장에서 펼쳐진다. 그는 말보다 실행을 선호하고, 추상보다 현장을 좋아한다. 그래서일까 최윤석은 사무실보다 현장에서 더 눈에 띈다. 굳이 약속을 잡지 않아도 현장에 가면 한 구석에서 웅크리고 무언가를 뚝딱이며 집중하고 있다. 그의 주변은 시간이 멈춘 듯 보인다. 시간은 변화무쌍하다. 형태를 지닌 것 마냥 흐릿했다가 또렷했다가 멀미가 날 정도다. 그람디자인의 작품들과 함께한 기간이 수년 흘렸다. 시간은 기억과 닮아서 선택적으로 다가온다. 한편 조경 공간에서 시간은 재빠르게 지나가기도, 한없이 느리게 지나가기도 한다. 나도 그와 친구들(정원사친구들)이 만들어낸 공간 안에서 기억을 공유해왔다. 새겨진 기억은 수없는 갈래로 나뉘고 알 수 없는 간극으로 남아 회상하게 한다. 이끼부터 휘어진 버들가지까지 무성해지면 공간은 한 편의 이야기가 된다. 시간이 형태를 잘게 쪼개져 포개어진 듯 놓여, 같지만 또 다른 공간을 만들어낸다. 공간이 만들어낸 기억도 하나의 장소가 되어 어른이 된 자신을 거울처럼 비춘다. 그와 정원사친구들이 만들어낸 작품 안에는 이야기가 있다. 이는 억지로 짜낸 구성이 아니라 사람을 고려하면서 만들어낸 구성이다. 누가 무엇을 볼 것인지 생각할 뿐 아니라 무엇을 경험할지를 고민하는 것 같다. *환경과조경417호(2023년 1월호)수록본 일부 유청오는 경관과 사람을 카메라에 담는 데 힘쓰고 있는 본지 전속 사진작가다. 2014년 7월호부터 『환경과조경』에 ‘유청오의 이 한컷’을 연재해오고 있다.
  • 언더라인 The Underline
    브릭켈 백야드(Brickell Backyard)는 마이애미에서 밀집도가 가장 높은 지역에 위치한 고가 철로 하부 공간을 활용한 선형 공원이다. 언더라인(The Underline)의 첫 번째 설계 구간인 브릭켈 백야드는 자생 식물 정원, 보행자 및 자전거도로, 공공 예술 공간,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앞으로 언더라인이 어떤 분위기의 공간으로 변해갈지 예고한다. 지역 사회의 참여 초기 프레임워크 계획의 일환으로, JCFO(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와 언더라인 친구들(Friends of The Underline)은 마이애미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프로젝트 목표를 도출했다. 토론, 커뮤니티 게시판, 설문조사, 지도 그리기 등을 통해 언더라인의 테마, 용도, 비전을 모색했다. 일관성이 있으면서도 역동적 경험을 제공하는 특징적인 구역을 만들어 지역 사회의 필요에 부응하고자 했다. 이 같은 참여 과정을 거쳐 리버(River) 방, 체육 공간, 산책로, 오얼라이트(Oolite) 방 등 일련의 ‘방’을 구성했다. 이를 통해 휴식, 커뮤니티, 피트니스, 공연, 예술, 통근을 위한 장소를 제공하고자 했다. 브릭켈 백야드의 방 모두를 위한 포용적인 공공 공간으로 설계된 언더라인은 휴식과 레크리에이션 사이의 균형을 꾀하며, 레크리에이션을 위한 활기찬 공간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구분된다. 버스 및 트롤리(Trolley) 정류장과 통근자를 위한 자전거 주차장이 있는 산책로는 커뮤니티 중심 장소로 설계됐다. 무대, 광장, 운동 기구를 갖추고 있으며, 언더라인 친구들이 주최하는 요가 수업, 뮤지컬, 댄스 공연, 가족 참여 프로그램 등 문화 행사가 펼쳐진다. 산책로 북쪽에는 야외 피트니스 수업과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체육 공간이 있다. 농구장이나 축구장이 아닌 다기능 운동 공간을 만들어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도록 했다. 언더라인 친구들은 이 공간에서 일 년 내내 건강과 웰빙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한다. 북쪽에 자리한 리버 방은 마이애미 강을 조망하고 오얼라이트 산호석에 앉아 휴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지역 주민과 애완동물을 위한 장소다. 오얼라이트 방에는 정원이 줄지어 있고 기존 오얼라이트 지형 내부에 보행 및 자전거도로를 만들었다. 토양과 기후에 부합하는 식재 전략을 세웠다. 가뭄에 대한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고 나비에게 서식지를 제공할 수 있는 플로리다 남부 지방의 토종 및 자생 식물 식재에 초점을 두었다. 플로리다 소철, 플로리다 블러드베리 등 브릭켈 백야드에 식재된 식물들의 번성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남부 플로리다 고유종인 아탈라(Atala) 나비를 비롯한 다양한 나비들이 목격되고 있다. 마이애미의 열대 기후에 맞춰 세부 요소를 세심하게 설계했다. 모든 하드스케이프(hardscape)에 밝은 색상의 자재를 사용했는데, 특히 자전거도로를 포장한 아스팔트를 밝은 색상의 마감재로 코팅해 열 흡수를 감소시켰다. 큰 규모의 식재 공간과 고가 철로로 만들어진 그늘 덕에 더운 날에도 쾌적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효과적인 우수 관리를 위해 지표수가 식재 구역으로 흐를 수 있도록 정밀하게 지형의 높낮이를 조절했다. 안전하고 복합적인 통로 조성 대상지는 미국 전역에서 자전거 타기와 걸어 다니기에 위험한 지역 중 하나인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Miami-Dade County)에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신호등, 횡단보도가 갖춰진 안전한 교차로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용 통로를 마련하고 다양한 이동 속도에 대응할 수 있는 계획 수립을 병행해야 한다. 별도의 보행자 도로와 자전거도로를 갖춰야 하는 만큼 다양한 교통수단 간의충돌이 최소화되도록 설계했다. 철로 기둥 사이에 자전거도로를 배치해 공원에 있는 버스 및 트롤리 정류장과 자전거가 부딪히지 않도록 했다. 통로의 기하학적 구조를 통해 시야를 확보하고 교차로와 수직으로 만나도록 했다. 언더라인은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의 교통 시스템과 연결되는 보행자 및 자전거도로를 통해 마이애미 도심지와 인접 지역을 연결한다. 항상 자동차 중심이었던 도시에서 이런 변화는 새로운 전환을 의미한다. 지역을 대표하는 선도적 사례인 이 프로젝트는 마이애미 전역으로 이동성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네트워크를 확산시킬 기반이 되었다. 영향 2021년 2월에 개장한 언더라인은 대체 교통수단과 지역의 주요 시민 활동의 중추로 자리 잡았다. 지역 주민들의 공동체를 육성하고 연결성을 향상시켜 더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북돋는 공간으로 발전했다. 2021년에는 2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언더라인을 방문했고, 50건 이상의 무료 행사가 진행됐다. 적극적인 자원 봉사와 홍보 프로그램으로 지역 사회의 지원을 받은 언더라인은 번영과 확장을 꾀할 수 있었다. 이런 노력은 마이애미 시내 여러 지역에 공공 보건, 레크리에이션, 도시 숲 조성 등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번역 안호균 진행 이수민 디자인 팽선민 글 JCFO Project Lead, Landscape Architecture, Urban Design, MasterPlanning JCFO Civil & Traffic Engineering Kimley-Horn Lighting Design HLB Lighting Identity & Wayfinding Order Horticultural Soils James Urban Structural Engineering Optimus Structural Design, LLC Electrical Engineering H. Vidal & Associates Cost Estimating CMS, Inc. Horticultural Advisor Fairchild Tropical Botanic Garden Miami-Dade County Contractor Central Pedrail Location Miami, Florida, United States Area 16.9km Completion 2021 Photograph JCFO, Robin Hill, S am O berter, G esi S chilling for MONOCLE, Miami-Dade County, Here And Now Agency, Friends of The Underline, the Miami Heat, Miami-Dade County JCFO(James Corner Field Operations)는 뉴욕에 기반을 둔 도시 및 조경 설계 전문 디자인 오피스다. 대규모 도시설계나 포스트 인더스트리얼 프로젝트부터 작지만 섬세한 디테일을 요구하는 디자인까지 다양한 규모의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모든 프로젝트에 있어서 사람과 자연의 생태를 연구하고, 생기 넘치고 역동적인 공공 영역 디자인을 구현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기후변화, 생태계 파괴, 급속한 도시화의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고자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 JCFO
  • 원 그린 마일 One Green Mile
    MVRDV는 스튜디오POD의 건축가들과 협업해 세나파티 바팟 마르흐(Senapati Bapat Marg) 고가도로 아래 버려진 공간을 새롭게 변모시켜 원 그린 마일(One Green Mile)을 완성했다. 콘크리트 기반 시설을 지역 사회를 위한 공공 공간으로 변화시키고자 편의 시설과 녹지 공간을 추가하고 접근성을 개선했으며 지역 사회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이미지를 창출해냈다. 원 그린 마일은 지속가능한 도시 개발을 위한 접근 방식과 고밀도의 대도시 내 활용도가 낮은 공공 공간을 이용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고가도로의 변신 세나파티 바팟 마르흐 고가도로는 뭄바이 중심부를 관통하는 주요 도로다. 길이가 11km에 달하는 이 도로는 상당한 소음과 공해를 유발하고 인접 지역 간의 교류를 방해하는 장벽이다. 뉴클리어스 오피스 파크(Nucleus Office Parks)는 세나파티 바팟 마르흐를 따라 흐르는 1.8km의 거리 경관과 교통 시스템을 개선하고자 했다. 대상지인 뭄바이에 기반을 둔 스튜디오POD가 도시 설계와 마스터플랜을 맡았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파럴 바우흐(Parel Baug) 고가도로 아래 200m의 공간이다. 스튜디오POD는 이곳의 부족한 녹지와 체육 공간 문제를 해결하고, 고가도로의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하는 커뮤니티를 구축하기 위해 MVRDV에게 협업을 요청했다. 스튜디오POD는 초기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이후 MVRDV는 구불구불한 파란색 줄무늬를 이용해 공간 내 모든 요소를 활용하면서 이 지역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설계안을 완성했다. 이로써 즐거우면서도 포괄적인 공간 경험을 제공하는 원 그린 마일의 기본 개념을 정립했다. *환경과조경417호(2023년 1월호)수록본 일부 글 MVRDV Architect MVRDV Founding Partner in Charge Jacob van Rijs Partner Stefan de Koning Design Team Ronald Hoogeveen, Valentina Chiappa Nuñez, JoseManuel Garcia Garcia, Prajakta Gawde Strategy and Development Sruti Thakrar Copyright MVRDV (Winy Maas, Jacob van Rijs, Nathalie de Vries) Partners Masterplan & Urban Design: StudioPOD Co-architect: StudioPOD Lighting Design: Lighting Concepts Public Art: St+Art Landscape Design: Enviroscape, AMS consultants MEP: Arkk Consulting Client Nucleus Office Park Location Mumbai, India Area 1.8km Completion 2022 Photograph Suleiman Merchant MVRDV는 1993년 비니 마스(Winy Maas), 야코프 판레이스(Jacob vanRijs), 나탈리 더프리스(Nathalie de Vries)가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설립한회사다. 전 세계를 무대로 다양한 작업을 통해 도시, 건축, 인테리어, 조경관련 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로테르담, 파리, 상하이에 지사를두고 이해관계자, 다양한 전문가와 함께 리서치를 바탕으로 한 협업을 주로하고 있다. 대표작으로 2000년 하노버 엑스포의 네덜란드 기념관, 암스테르담의 플래그십 매장 크리스탈 하우스와 로이드 호텔, 상하이의 홍차오 오피스 캠퍼스, 로테르담의 디든 빌리지(Didden Village) 옥상 증축, 스페이케니서(Spijkenisse)의 북마운틴 공공 도서관, 서울 강남구의 청하빌딩 등이 있다.
    • MVRDV
  • [어떤 디자인 오피스] 바이런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더 건강하고 아름답게 하는 디자인 그룹
    오피스 철학 좋은 디자인보다 좋은 디자인 오피스 설계만 열심히 하다가 설계를 못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십여 년 전 조경설계사무소를 함께 다녔던 수많은 젊은 조경가 중 지금 현업에 남아있는 숫자가 절반이 안 된다. 당시 조경설계사무소는 밤낮없이 돌아갔다. 야근과 주말 출근이 일상이었지만 조경 설계에 대한 열정과 의욕이 넘치던 시기였고, 나름의 낭만도 있었다. 야근 후 술자리에서도 조경에 대한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3년, 6년마다 찾아오는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건강 상 이유로, 또는 10년 후에도 야근하고 있을 내 모습이 떠올라서, 안정적인 직장을 찾아서 탈조경설계를 결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조경 설계는 꼭 애증의 대상이어야 할까. 조경 설계로 진로를 정할 때 학생들에게 상당한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면서 재미있게 다닐 수 있는 조경설계사무소를 만들어 보자고 결심했다. 좋은 디자인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믿음과 함께. 일보다 일상, 사람보다 사이 조경가의 일상이 재미있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주로 설계하는 대상이 일상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특히 휴식하고, 운동하고, 놀고, 체험하는 공간을 설계하기 때문에 조경가의 일상도 같은 선상에 있어야 그런 경험을 잘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무실은 재미난 일들이 벌어질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할 것이고, 함께 생활하는 동료들과도 업무 외의 다른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바이런 사무실의 절반은 놀고 쉬고 먹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넓은 소파와 안락의자, 그리고 탁구대는 사무실을 구상할 때 최우선 순위에 있었고, 실제로도 책상보다 탁구대를 먼저 들여놓았다. 점심시간은 수다스럽고 소란스럽다. 이제는 함성과 비명이 자연스럽기도 하다. 졸리면 참지 말고 잠깐이라도 허리 펴고 누워서 잠을 청할 수도 있다. 한 달의 휴식과 건강한 열한 달 10년 동안 설계사무소를 다니면서 이런저런 기회로 한 달 이상의 휴직을 3번 경험했다. 다른 동료들에게 피해가 가는 상황이었지만 쉬느냐 그만 두느냐의 갈림길에서 그만두지 않고 잠시 쉬어갈 수 있게 배려해준 같은 팀 동료들 덕분이었다. 신기하게도 한 달 동안 딴짓을 하고 돌아오면 조경 설계와의 권태기를 극복하고 다시 달달한 관계를 회복했다. 그 덕분에 첫 직장에서 10년 넘게 생활할 수 있던 것 같다. 개업하고 직원들이 하나둘 늘어갈 때 정말 감사했다. 보잘 것 없는 스타트업에 흔쾌히 지원해주고 열심히 작업하는 동료들을 위해 소장으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하던 중에 문득 한 달 휴가를 떠올리게 됐다. 그때의 좋았던 기억들이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명장면이 되었고, 기회를 준 회사에 너무나도 감사했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도 그런 보상을 제공하면 오래 함께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상당히 파격적인 실험이라서 실현 가능성을 걱정했지만, 현재까지는 아무 문제 없이 제도가 유지되고 있다. 한 달의 휴식이 건강한 열한 달을 만들고, 내년을 기대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함께하는 작업의 힘 협업의 힘을 믿는 편이다. 한 명의 유능한 디자이너가 단독 작업을 하는 것보다 여러 명의 유능한 디자이너가 협업하면 훨씬 좋은 결과를 만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몇 차례의 경험을 통해 확신을 갖게 되었는데, 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이하 동심원조경)에서 경험했던 경의선숲길 프로젝트가 가장 결정적 계기였다. 연트럴파크로 알려진 경의선숲길 연남동 구간의 경우 안계동 대표(동심원조경)의 기본 골격을 바탕으로, 정욱주 교수(서울대학교)가 특화 설계안을 구상해, 동심원조경 실무진이 실시설계로 정리하는 방식의 협업으로 만들어졌다. 바이런을 시작하면서 순차적으로 만들어진 강아람, 이남진, 김영찬, 그리고 김영민의 긴밀한 파트너십은 우리가 가진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며, 네 명의 리더가 만드는 강력한 시너지는 바이런이 성장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회사 간의 협업도 적극적으로 진행한다. 최근 설계공모 당선작은 협업을 통해 만들어졌다. 2021년에 당선된 양천구 목마, 신트리공원 리모델링 설계공모는 스튜디오이공일(이상수 소장)과 공동 출품했고, 2022년의 서남권 보라매공원 테마놀이터 설계공모는 지엘에이디자인(김황순 소장)과 엠엠엠스튜디오(박성준 소장)가 함께 당선작을 만들었다. 사무실은 바이런과 지엘에이디자인, 엠엠엠스튜디오가 함께 사용하고 있는데, 공간 공유를 넘어서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함께 지속적으로 성장하고자 한다. 보라매공원 테마놀이터 작업은 세 회사의 모든 직원이 참여했다. 각자가 아이디어 스케치를 제시하고 각각의 안에 대한 장단점을 분석하여 한 가지 대안으로 발전시켰는데 결과를 넘어서 과정이 매우 흡족했던 작업이었다. 올라운드 플레이어 연구, 기획, 설계공모, 전시, 기본 구상, 기본계획, 기본 및 실시설계, 감리. 바이런이 지난 1년간 수행한 프로젝트의 단계를 나열한 것이다. 현장과 매우 밀접하게 진행되는 감리 업무와 실시설계는 굉장히 괴로운 작업이지만 조경가로서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기본 소양을 갖추는 과정이기 때문에 반드시 수행할 필요가 있다. 재료와 디테일을 고민하면서 현장감을 쌓아나가고 있다. 또한 잘 만들어진 작품은 우리 아이디어의 설득력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결정적 수단이다. 1년에 최소 한 개 작품을 완공 프로젝트로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기본 구상, 기본계획 등의 작업은 평소에 갖고 있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자유로운 상상을 더해서 기존에 없던 발전적인 디자인을 이끌어내는 즐거운 작업이다. 도시설계 수준의 분석과 전략 설정을 통해 이슈를 도출하고 전략적 계획안을 만드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도시와 조경의 상관관계를 깊게 고민하는 좋은 기회가 된다. 심층적인 이론적 고찰을 통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연구와 기획 프로젝트도 우리를 성장하게 한다. 우리가 다루는 설계 대상지의 규모나 성격도 다양하다. 전통정원, 마을마당, 옥상정원, 베이커리 카페, 아파트 단지, 근린공원, 문화재 보호구역, 놀이터, 야영장, 자연휴양림, 상징 가로, 교량, 대규모 신도시 택지, 탐방로 등이 우리가 소화하는 장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모드 전환이 필요하지만 편식보다는 잡식이 우리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단계와 분야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은 갓 입사한 사원급 직원들에게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고, 회사 입장에서는 효율이 떨어지는 무모한 시도일 수 있다. 하지만 굉장히 복잡하고 다양한 이해관계를 풀어나가고 공공성과 안전, 경관적 가치, 건강, 경제성 등 여러 가지 이슈를 복합적으로 다루는 조경 설계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다소 느리고 힘들더라도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방식이다. 우리의 프로젝트 구 서울역사 옥상정원 바이런의 첫 작품이다. 여러모로 감사한 프로젝트다. 동심원조경 안계동 대표의 적극적인 추천과 품질 보장을 통해 첫 계약을 할 수 있었고, 발주처인 서울시 중구청도 디자인을 구현해주는 데 힘을 실어줬다. 모듈형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플랜터를 적용했고, 색상 대비가 강한 벽돌을 사용하여 원형과 평행 패턴이 교차하는 포장 패턴을 구현했다. 기성품 사용을 지양하고, 계단, 포장, 플랜터 등의 기본적인 구조물의 디테일을 중요하게 여기는 바이런의 태도를 처음으로 반영한 공간이다. 서울로7017~서울역사 연결통로 정원 김영민 교수가 바이런에 합류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된 작품이다. 오래된 폐쇄램프 공간을 활용해 서울로7017과 서울역사 옥상정원을 잇는 정원을 조성했다. 본 사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파일럿 프로젝트 성격으로 진행된 사업이었기 때문에, 다소 실험적이더라도 시각적으로 쉽게 인지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했고, 그리드 형태의 대형 구조물을 설치하고 인공 식물을 사용해 공중정원을 조성하는 대안을 채택했다. 실시설계 이후에도 현장에 지속적으로 관여하며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고, 만족할 만한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국민대학교 명원박물관 전통정원 명원박물관은 국민대학교 후문에 위치한 전통 공간이다. 기존의 전통 공간 주변으로 박물관과 티가든을 신축하면서 방치됐던 녹지 공간을 활용해 품격 있는 전통정원을 조성했다. 제한된 일정과 문화재 심의 등으로 인해 순탄치 않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지난 여름 공사를 시작했고, 2023년 봄이면 완성된 모습을 볼 수 있다. 기존의 오래된 한옥과 새로 지어진 박물관 사이의 시간적 간극을 연결해주는 요소로서 전통정원의 모습이 기대된다. 공간시공 에이원(안기수 소장)과 스튜디오 천변만화(이양희 대표)와의 협업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반포대교 하부 그린아트길(반하길) 바이런의 일원이었다가 엠엠엠스튜디오라는 이름으로 독립한 박성준 소장과의 첫 협업 작품으로, 용산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반포대교 고가 하부에 조성한 특색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다. 기존의 고가 하부 공간 활용 사업들이 건축적 접근을 통해 채워졌다면, 이번 사업은 조경을 통한 저비용 고효율의 공간 개선 사례를 만드는 일이었다. 조경만으로 고가 하부 공간 활용의 모범 사례를 만들고자 했고, 경사가 있는 현장 특성을 살려 200m 떨어진 이촌 한강공원에서부터 반하길의 모습이 보이도록 했다. 무단횡단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고, 점토 벽돌로 마감한 아트 폼과 파란 원형 벤치로 조형미를 더했다. 반하길은 도심 내 자투리 땅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보라매공원 테마놀이터 설계공모 2022년을 대표하는 이미지 한 장을 뽑는다면, 보라매공원 테마놀이터 설계공모 패널에 사용한 놀이 활동 유형 다이어그램을 선정하고 싶다. 바이런의 실무진들은 소장의 거칠고 허술한 아이디어를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 만들어주는 신기한 능력을 갖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였던 작업이었다. 놀이터에 필요한 것은 미끄럼틀, 시소, 그네와 같은 고정된 시설이 아니라 어린이들의 다양한 놀이 활동을 위한 유연한 공간이라는 생각을 전달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으로 잘 활용되고 있다. 우리는 디자인을 고민하는 것 이상으로 디자인을 설명하기 위한 방식에 대해서 깊게 고민한다. 이러한 자세를 이미지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파리공원 아카이빙 전시 2022년 상반기를 뜨겁게 달구었던 파리공원 작업의 클라이맥스가 되었던 작업이다. 파리공원의 새로운 커뮤니티 공간으로 ‘살롱드파리’가 세워졌고, 파리공원 아카이빙을 주제로 개관 행사의 전시를 준비했다. 역시나 한정된 예산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끌어내야 했기 때문에 바이런의 직원들과 서울시립대학교 대학원생들이 기획부터 시공까지 원스톱으로 진행한 프로젝트였다. 모형 제작, 리플릿 디자인, 실내 정원 설치 등 모든 작업을 직접 해야 했기에 힘들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이 되었고 직원들 간의 끈끈한 동료애가 만들어진 계기가 됐다. [email protected] 조경기술사사무소 바이런(VIRON)은 강아람, 이남진, 김영찬, 그리고 김영민이 이끌고 있다. 좋은 설계는 좋은 회사에서 나온다는 생각으로 설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성장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www.viron.kr
  • [제도가 만든 도시] 제도의 한계: 제도는 정당한가?
    연재를 시작하며: 제도는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필자는 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대형 건축사사무소가 아닌 이른바 아틀리에 사무실에서 건축 실무를 했다. 서른을 훌쩍 넘겨 도시로 전공을 확장해 공부를 다시 시작하기 전까지, 설득력 있으면서 독창적인 안을 제시하는 것이 십여 년 해왔던 일에서 가장 우선되는 가치였다. 그것은 달리 말해 ‘특수해’를 만드는 것이다. 건축 프로젝트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었다. 역사 지구나 신도시 중심지를 위한 설계, 쇠퇴한 구도심의 도시재생 계획 같은 도시 스케일의 작업에서도 기본적으로 같은 태도를 취했다. 대상 공간의 특수성과 소유자 또는 이용자의 차별적인 요구를 읽어내고 그것을 부각해 디자인의 근거로 삼거나, 혹은 공간을 구성하고 재료를 적용하는 일반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대담한 형태와 새로운 기능 관계를 취하는 등의 접근 방식이다. 그러나 특수해에 해당하는 개별 공간은 도시계획과 각종 법규, 지침이라는 ‘일반해’의 틀 안에서 만들어진다. 어떠한 개별적이고 임의적인 선택이 이루어지더라도 우리 사회가 합의한 도시 공간의 요소들이 갖춰야 할 기능과 미덕을 확보하기 위해 일반해는 필요하다. 더욱이 도시의 모든 건축물과 공간 환경이 소위 ‘디자인’을 통해 특수해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며, 그럴 필요도 없다. 시민 다수가 거주하고 이용하는,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필요를 담는, 비슷하고 반복되는 공간 요소들이 도시의 대부분을 차지하기에 최소한의 기준인 일반해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렇다 면 우리의 도시 공간이 만족스럽지 못한 현실은 이 일반해에 그 원인도, 해법도 있는 것 아닐까? 근대 이후 도시계획과 각종 공간의 형태 규제에 대한 비판적 고찰은 스티븐 마셜(Stephen Marshall)이 엮은 『도시 규제와 계획(Urban Coding and Planning)』(2011)1과 에런 벤-조셉(Eran Ben-Joseph)이 쓴 『도시의 규정(The Code of City)』(2005)2을 비롯해 많은 연구자의 이론적 접근과 여러 나라의 방대한 사례를 되짚는 노력으로 발전해왔다. 한국에서도 2010년대 좋은 도시 공간을 만들기 위한 다수의 제도 개선 연구가 수행되었으며, 그 결과는 관련 법 개정과 정책 수립으로 이어지기도 했다.3 격월로 연재할 글을 통해 필자가 이러한 성과에 견줄 개선 방향과 해법을 내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러한 연구를 우리 도시의 현실을 사례로 뒷받침하고자 한다. 이 연재는 일반해가 우리 도시의 보편적인 모습―공간적 형태와 그에 결부된 현상―에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그 과정에서 도시의 모습을 구성하는 여러 ‘차원’을 따라 살펴보되 다양한 형식과 위계의 도시 제도와 결부시켜 설명하고자 한다. 여기서 도시계획, 건축 법규처럼 범위가 확정적인 용어를 채택하지 않는 것은 이 연재의 목적이 관련 법제들을 개론적으로 전달하려는 데 있지 않으며,4 몇 가지 법제로 도시의 모습을 설명하는 접근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도시 공간을 만드는 질서는 우리가 (모두 동의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합의한 ‘사회적 규약’으로서 ‘제도’여야 하기 때문이다. 제도가 만든 도시의 모습 도시를 정의하는 다양한 관점과 표현이 있지만, 도시는 인류가 만든 가장 복잡하고도 복합적이며 수많은 사람이 물리적으로나 비물리적으로 밀도 높게 개입한 공간적 장치라고 한다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달리 말해 도시는 지극히 인위적인 공간 현상이다. 건축역사학자 스피로 코스토프(Spiro Kostof)가 이의를 제기한 것처럼,5 비정형적 도시 조직을 가진 옛 도시들을 으레 ‘자연발생적’이라는 말로 설명하고 심지어 도시 형태적 우월성의 근거로 삼는 것은 도시의 본질과 어긋난다. 완만한 곡선을 이루는 길과 그에 이어지는 독특한 형태의 광장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중세 도시 시에나(Siena)도 실은 의도적으로 계획된 디자인을 엄격하게 강제한 결과다. 골목길이 미로처럼 얽혀 일견 혼돈 그 자체인 옛 이슬람 도시들조차도 특유의 종교와 문화에서 기인한 일관된 배치 원칙을 품고 있다.6 즉 도시를 식물의 자생 군락지처럼 지리적 특성이나 기후 조건의 필연적 결과라고 해석하는 것은 도시의 모습을 설명하거나 그 의미를 파악하는 데 충분치 않다. 결국 도시의 모습, 즉 도시 공간의 형태와 거기서 일어나는 공간적 현상은 사람에 의한 의식적 행위의 집합적 질서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2023년 현재, 서울을 비롯한 대한민국 대도시의 모습을 설명하는 질서는 무엇일까? 그것은 어떻게 작동해 왔을까? 한국전쟁 이후 도시 인구의 급격한 증가와 국가 주도의 경제 개발 등 사회경제적 틀이 가장 근본적인 질서를 구성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가지 이유라면 그 어떤 것도 용인되었다는 뜻이다. 부동산을 매개로 한 자본 축적의 욕망 또한 우리 도시의 강력한 주형(鑄型)으로서 우선순위를 차지해왔다. 물론 이를 공공의 이익에 반하지 않도록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이러한 상위의 가치 질서가 실제 도시 공간에 투영되어 구현되는 과정에는 다양한 위계의 법정, 비법정 계획과 수많은 법규와 지침 등으로 구성되는 실행 질서가 작동한다. 이 연재는 한국 도시의 모습을 만든 여러 위계의 질서 중 이 실행 질서에 초점을 맞추며, 이를 ‘제도’라는 용어로 표현하고자 한다. 근대 이후 도시를 만드는 제도는 그 지위 자체로 합리성과 공공성을 추구하는 것으로 가정되어 그 강제력을 인정받는다. 한국의 현대 도시제도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나 많은 학자와 실무자가 지속적으로 비판해왔고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다수가 느껴왔듯, 도시 제도는 완전하지도 의도한 대로 작동하지도 않으며 심지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만든다. 또한 본질적으로 도시 제도는 특수해가 아닌 일반해의 성격이 강하므로 현실의 다양한 상황에 획일적으로 적용될 때 오히려 불합리한 결과를 야기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공공의 이익과 특정 집단의 이익 사이를 중재하기보다 오락가락한다. 그 와중에 개개인은 수혜와 대가의 계산서에 일관성이 없다고 느낄 수 있다. 이 연재에서는 제도가 만든 도시의 모습에서 특히 이런 점들을 다각적 차원으로 들춰내고자 한다. 이번과 다음 회에서는 그에 앞서 제도에 대한 더 근본적인 질문, 즉 제도는 정당한지 그리고 효율적인지 다룬다.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이리저리 헤집는 방식으로. 각주 정리 1. Stephen Marshall ed., Urban Coding and Planning, London: Routledge, 2011. 2. Eran Ben-Joseph, The Code of the City: Standards and the Hidden Language of Place Making , Cambridge: The MIT Press, 2005. 3. 대표적으로 건축공간연구원이 수행한 ‘건축의 품격 향상을 위한 건축물 형태 규제 개선방안 연구’(2011), ‘근린생활환경 향상을 위한 건축물 규제 개선 기본방향 연구’(2012), ‘사람 중심 가로 조성을 위한 도시설계 연구’(2015), ‘장소기반 전략계획을 위한 도시계획체계 개선방안 연구’(2018) 등이 있다. 4. 한국어로 쓰였으나 전공자도 이해하기 어려운 법 조항을 옮기는 것은 최대한 피하려고 한다. 5. Spiro Kostof, The City Shaped: Urban Patterns and Meanings Through History , London: Thames & Hudson, 1991, pp.10, 70~71. 6. Marshall, 앞의 책, p.10. *환경과조경417호(2023년 1월호)수록본 일부 유영수는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로재와기오헌에서 건축 실무를 경험했다. 런던 정치경제대학교에서 도시디자인 및 사회과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돌아와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며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병행했다. 현재는인천대학교 도시건축학부에서 법, 제도, 현대 도시 설계 이론, 스튜디오를 가르치고 있다. 건축과 도시를 아우르는 스케일에서 개별적인 공간 현상과 법제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고, 계획과 디자인의 역할을 확장하기 위한 이론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 [모던스케이프] 주택 정원의 유행
    소설가 이효석(1907~1942)은 ‘낙엽을 태우면서’(1938)에서 낙엽을 타는 냄새가 갓 볶은 커피와 잘 익은 개암이 생각날 정도로 좋다고 했지만, 삼십여 평의 뜰에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가득 쌓이는 낙엽을 긁어모으는 게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닐 수 없다며 잔뜩 푸념을 늘어놓았다. 낙엽을 그대로 두었다가는 비에 젖거나 흙 속에 묻혀 지저분해지니 날아 떨어지는 족족 뒷시중 들 듯 치워내야 했으니, 정원 관리가 번거로워도 부지런히 챙겨야 하는 일임을 아는 이들에게는 충분히 공감할 만한 표현이다. 한편으로 벚나무, 능금나무, 단풍나무, 담쟁이의 초록빛이 사라지고 칙칙한 낙엽으로 뒤덮인 상황을 묘사한 글을 읽다 보면, 문득 작가의 정원이 궁금해진다. 교수이자 작가인 이효석이 몸소 가꾸던 정원일 것인데, 이 시절 지식인의 주택 정원은 과연 어땠을까 싶은 것이다. 수필이 발표된 1930년대는 일부 계층에서 주택에 정원을 두는 것이 유행이었다. 주택 정원에 관심을 두고 가꾸기에 열중한 이는 대체로 문학인, 음악인, 교수, 사업가 등이었는데, 이들 중 대부분은 해외 유학 경험이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효석과 함께 구인회(九人會) 동인이었던 소설가 이태준(1904~미상)은 도성 밖 성북동으로 이사하고 ‘나무와 꽃 속에 싸인 초옥草屋’을 꾸몄다. 지금은 수연산방이라는 전통 찻집으로 바뀌었지만, 이태준 생전에는 음악을 전공한 부인 이순옥과 함께 마당 곳곳에 다양한 수종을 심고 가꾸어서 대중 잡지에 정원이 소개될 정도였다. “샛노란 꽃이 산들거리고 파초와 석류나무가 있으며, 담장에는 한련과 봉선화, 다알리아, 씨 없는 개량종 해바라기를 식재했다. 나무를 집 울타리 삼아 뺑 둘렀고 그 아래에는 갓나무, 진달래, 채송화, 백일홍을 가득 심었다. 정원 한편에는 텃밭을 두어 채소를 심었다.” 특히, 부인 이순옥의 화초에 대한 설명은 매우 흥미롭다. “이 다알리아는 일본서 주문해왔는데 보통 다알리아는 꽃이 피면 무거워서 고개를 숙이는데 이것은 그대로 꼿꼿하게 서있다고 해서 사왔어요. 그리고 이 해바라기는 꽃 가운데 씨가 생기지 않고 가운데서부터 꽃잎이 족– 연달아 나와서 여간 이쁜 게 아니라고 합니다. 그래서 프랑스 어떤 유명한 미술가가 이 꽃을 보고 기가 막히게 감탄하고 칭찬을 했다고 해서 사다 심었어요.” 정원에 심기 적절한 원예 품종이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었다는 사실도 신선하지만, 정원에 해바라기를 심게 된 이유가 (어쩌면 반 고흐일지도 모르는) 어느 유명한 화가의 해바라기에 대한 감상평 때문이라는 것도 재미있다. 참고문헌 길지혜·박희성, “1920~30년대 한국 주택정원 인식과 정원가꾸기 양상”, 『한국조경학회지』 50(2), 2022, pp.138~148. “나무와 꽃 속에 싸인 초옥, 소설가 이태준씨 댁”, 『신가정』 1933년 6월호. “自然的으로 만든 庭園, 은행가 김연수씨 댁”, 위의 책. “장안의 국제결혼 스윝홈순례 류일한씨”, 『여성』 1937년 11월호. 이효석, ‘낙엽을 태우면서’, 1938. 사진 출처 그림 1. “조선말을 사랑한 선비 작가 이태준”, 「한겨레」 2015년 10월 1일. 그림 2. “나무와 꽃 속에 싸인 초옥, 소설가 이태준씨 댁”, 『신가정』 1933년 6월호, pp.127~129. 그림 3. 『신가정』 1933년 6월호. *환경과조경417호(2023년 1월호)수록본 일부 박희성은 대구가톨릭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한중 문인정원과 자연미의 관계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시립대학교 서울학연구소에서 건축과 도시, 역사 연구자들과 학제간 연구를 수행하면서 근현대 조경으로 연구의 범위를 확장했다. 대표 저서로 『원림, 경계없는 자연』이 있으며, 최근에는 도시 공원과 근대 정원 아카이빙, 세계유산 제도와 운영에 관한 일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