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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정희의 식물이야기(10): 사람과 같이한 식물의 긴 역사 3
    사과나무 정원의 불가능성에 대하여얼마 전 중국 산둥반도의 위해시(威海市)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위해시는 지리적으로 한국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어 기후조건이 한국 서해지방과 거의 같다고 한다. 한국에서 눈이 내릴 때 거기도 눈이 내렸다.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기까지 차로 한 시간 남짓 달리는 동안 무심히 내다본 창밖에 뜻밖에도 눈 덮인 사과나무 밭이 끝없이 펼쳐지고 있었다. 궁금해서 안내인에게 물어보니 위해시는 중국의 대표적 사과산지라고 한다. 중국 사과의 80퍼센트가 이곳에서 생산된다고 하니 대단한 양이다.사과나무 팬으로서 이처럼 반가운 일이 또 있을까. (중략) 사과나무를 귀히 여기는 영국의 오랜 전통과 함께 위해시가 사과의 도시라는 우연의 일치가 내게는 행운으로 여겨졌다. 드디어 사과나무를 정원의 주인공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온 듯 했다. 그런데 한 가지 걱정되는 바가 있었다. 이 도시의 사람들은 사과나무를 잘 알고 있다고 믿을 것이 틀림없었다. 그들이 알고 있는 사과나무는 열매 생산을 위해 여러 세대에 걸쳐 과수원에서 길들여진 것들이다. 해마다 크고 붉은 열매를 맺게 하기위해 투여하는 비료와 농약에 익숙해진 나무들이다. 그런 나무는 농약과 비료가 없으면 살아갈 수가 없다. 마치 마약중독자와 같다. 그렇기 때문에 정원에 심기가 어렵다. 정원의 나무를 과수원과 같은 방법으로 약을 투여해가며 관리할 수는 없는 일이다. 과수원처럼 일년에 십여 차례씩 약을 뿌리게 된다면 그곳은 이미 정원이라고 할 수 없겠다. 야생종 사과나무 혹은 정원용으로 재배하는 사과나무를 구할 수 있다면 모를까. 정원용 사과나무라면 대부분 꽃사과일 것이다. 결국 또 막다른 골목에 도달할 것이 염려되었다. (중략) 그러나 사과나무가 본래부터 병충해에 약하고 까다로운 나무는 아니었다. 사과뿐 아니라 이 세상 어디에도 본래부터 병충해에 약하고 까다로운 식물은 존재하지 않았었다. 이는 인류가 꾸려온 오랜 농경생활의 결과일 뿐이다. 최대의 수확을 얻기 위해 약을 뿌려 벌레를 제거해 주고 비료를 주어 쉽고 편하게 양분을 취하게 했다. 그 결과 사과나무는 땅 속 깊이 뿌리내려 양분을 찾아 나설 필요도 없고 귀찮게 하는 벌레로부터 자신을 지켜나가는 능력, 즉 스스로 생명을 유지하고 지키는 능력을 모두 잃어버리고 말았다. 환경으로부터 격리되어 홀로 서게 된 사과나무는 지금껏 공생을 누려왔던 생태계의 보호 없이 인간의 관리와 통제 하에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인간들의 작품이다. 열매를 맺는 도구가 되어 인간의 식탁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본래의 자연성을 잃고 기형이 된 것뿐이다. 그러나 과연 우리의 식탁이 진정 풍요로워진 걸까? 풍요로운 식탁으로 해서 우리의 삶도 풍요로워진 것일까?
  • 디지털 카메라와 경관
    베스트 출사지 선유도가 말해주는 경관의 진화옛날 사진첩을 뒤적거리다보면 언젠가 소풍을 갔다가 우르르 단체로 찍은 사진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가장 랜드마크가 될 만한 장소를 배경으로 자리한 우리들, 그 속에 손톱보다 더 작은 나를 찾아보는 일은 참 재미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사진첩의 시간이 멈추어 버렸다.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화 되면서 한 장 한 장 넘겨보던 얼굴들은 이제 컴퓨터 화면 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정된 필름의 양으로 많은 정보를 담아야 했던 예전의 방식과는 다르게 원하는 만큼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면서 제한된 그 모든 것들도 해제되었다. 이제 우리는 손톱만한 얼굴을 찾아야 하는 단체사진 대신 자신의 얼굴로 프레임을 가득 채우는 셀카를 찍는다. 단체사진이 사라졌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실이다. 사진을 찍을 때 포착하는 피사체가 변화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는 데에 횟수의 제한이 없어지면서 사람들은 카메라의 프레임에 우리들의 “경험에 대한 기록 남기기”가 아닌 그 이외의 것들을 담기 시작했다. “경관”과 같은 공간적 피사체가 바로 그 중 하나이다. 사람들이 공간적 피사체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어쩌면 본능과도 같다. 우리들에게는 공간에 소속되고 소유하고도 싶은 본능이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아름다움과 감동을 일으키는 경관에 대한 소유욕은 그것을 피사체로 담는 창조적 행위를 통해 오래전부터 유연하게 표출되고 있었다. 영국의 한 백작이 아름다운 풍경화를 벽에 걸어두며 보기를 즐기다가 창 밖에 실제로 그 풍경이 들어설 수 있도록 정원을 구성하였던 것이나, 한국의 한 선비가 감동을 주는 자연 산세에 반해 먹을 갈고 정자를 세우는 것 등이 그런 욕구 표출의 행위라고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과거 풍경화의 발달이 풍경식정원의 형태를 창조해냈듯, 숭고한 풍광 속에 살고 싶어 차경의 기법을 창조해 냈듯, 디지털 카메라 기술의 힘으로 경관을 찍기 시작한 사람들의 행위도 우리네 경관에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더욱이 이러한 사진문화 속의 경관 포착의 행위는 가상공간 상 블로그, 미니홈피, 트위터 등의 소셜네트워크 인프라를 통해 한층 진화한다. 이미지가 되고, 의사소통의 도구가 된 이들 경관이 인프라 속에서 많은 사람들에 의해 공유되고, 다양한 표현방식을 통해 재형성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피사체인 경관을 개인 개인이 자신의 온갖 지식과 감상을 함축시켜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정보”의 형태로 만들기 때문이다.
  • 소통+장소, 조경(2) _ 관찰 ‘대상자’에서 함께 생각을 만들어나가는 ‘파트너’로
    “서로의 익명성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것뿐만 아니라 윤리적이고 주관적인 것까지를, 때로는 비판적으로 때로는 공감하면서 소통하자는 것이다. 그러면서, 체계라는 그 경직된 틀의 구멍 사이로 빠져나가는 일상의 많은 것들을 추슬러 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호에는 일상에의 밀착이라는 주제 속에서 ‘소통, 장소, 조경’이라는 키워드를 모은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번 호는 어떤 측면에서의 밀착인지에 대해서 이야기할까 한다. 글로 배운 장소에 대한 궁금함, 장소 속 사람에 대한 궁금함우리는 작품집에서 글로만, 사진으로만 보던 장소가 갖는 원본의 아우라를 직접 느끼고 싶어 답사를 한다. 그리고 궁금증. 대체 어떤 새로운 시도와 실험이 있었기에 책에 실리는지, 책에서 읽은 설명이 어떻게 공간적으로 구현되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다. 아니 뭐 솔직히 사진발은 아닌지, 책의 수사들이 수사에서만 끝나는 건 아닌지 흠을 잡고 싶은 못된 심보도 좀 있긴 하다. 로테르담의 쇼우베흐플레인(Schouwburgplein)도 그런 이유로 찾게 된 곳이다. 로테르담의 한 기차역에서 내려 맞은 편 길 안쪽으로 들어가니 눈에 익은 빨간색의 조형물이 나타났다. 길에서 유명한 연예인과 우연히 마주쳤을 때, 비록 그는 나를 모를지라도 나는 너무나 친숙하여 인사를 건네고픈 마음으로 광장에 들어섰다. 스케이트보더는 경쾌하게 광장을 가로지르고 있었고, 저 안쪽에서는 이민자들이 무리지어 낮 시간을 보내고 있었으며, 한 아주머니는 조금 떨어져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러나 한 겨울이라 그런지 이용자는 많지 않았다. 여러 방향에서 조형물과 의자를 찍고 다른 행태 유발을 위해 포장 재료를 달리했다는 책 내용을 기억해 포장면도 살폈다. 우리의 일반적 답사의 수순에 따라 할 일을 마쳤으니, 돌아서야했는데 아쉬운 마음이 일었다.
  • 구조로 보는 조경이야기(7): 형태 생성의 내재율
    프로세스 조경디자인에서의 열린 설계(Open-ended design in processed landscape)부유하고 있는 여러 가지 조경이론의 단편들을 양식적 패러다임에 따라 재편하여 크게 아우르자면 그것들은 아마도 picturesque landscape, produced landscape, processed landscape 이 세 가지가 될 것이다. 익히 알고 있는 자연풍경식 조경(picturesque landscape), 그리고 그에 대한 시대적 반성과 근대 디자인의 영향으로 나타나기 시작하여 꽃피운 1980~1990년대 대가들의 시대와 경향을 produced design이라 여기고, 그에 상대한 개념으로 시간과 자연의 현상을 이용하는 processed design(프로세스로 하는 디자인)이 그것이다. 프로세스 디자인(processed design), 이것은 분명히 랜드스케이프 어버니즘의 진영에서 다이어그램 설계와 더불어 대안적 설계를 위한 또 다른 특징 중의 하나이다. 필자의 견해로도 이것들이 구호뿐인 개념의 홍수 속에서 실천적 디자인을 위한 유효한 틀이 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Duisburg-Nord Landscape Park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는 대안적 경관을 만드는 새로운 방법이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선유도공원에서 성공적으로 벤치마킹된 바 있다. 프로세스 디자인에서는 디자인의 최종 결과를 디자이너가 규정하지 않고, 대신에 자연에서 벌어지는 규칙과 힘을 이용하여 열린 설계로 끝나는 것(open-ended ?design)을 지향한다. 헌데 우리가 그 이면에서 놓치지 말고 보아야 하는 것이 있다. 열린 설계가 진정으로 현실 세계에서 가능하려면, 역설적으로 디자이너는 그 결과를 미리 가늠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계(system)의 준비, 다시 말해 현재에 판을 짠다고 하는 것은 저 너머 미래에 있을 우리의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동시에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므로, 환경을 만든다는 우리 직업의 본질적인 행위로서 의도한 것을 발현하는 최종적 행위가 개입되지 않으면, 다시 말해 디자인(design)에 구체적인 디자이어(desire)가 없다면, 이것은 그냥 방치해버리고 마는 것과 하등의 다른 점이 없기에 그러하다(물론 최소한의 개입의 정도가 어느 범위냐는 데에는 다소간의 논란이 있겠다). 이미 본 연재의 2회에서 소개된 바 있는 선유도공원의 녹색기둥의 정원을 상기해보자. 아무리 과거 구조물인 기둥과 그것을 붙잡고 자라는 풀의 생명력을 주인공으로 하는 것이 설계의 테마였다 할지라도, 그 누구도 기둥 밑에 풀만 자라게 하는 것에서 디자인을 멈출 리 없다. 오히려 욕심 있는 디자이너라면, 이 테마를 부각하기 위해 바닥의 윤곽, 동선의 방향과 폭, 기둥의 모양, 크기, 방향, 질감 등을 적극적으로 함께 고려하고자 할 것이다. 그 구성의 과정에서 어느 한 부위의 수정이 가져오는 결과는 적어도 6방향, 상·하·좌·우·전·후에의 수정을 동시에 가져오지만,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을 감안하여 조정하는 결과, 설계의 테마인 자연과 인공의 조화가 비로소 ‘바로 그 자리에서 바로 그러한 모양으로’ 클라이맥스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프로세스 디자인에서 정작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역설적으로 프로듀스드 디자인에서 단단하게 익힌 디자인의 기본기, 즉 구성의 단계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 송산그린시티 개발사업 철새서식지 설계공모
    한국수자원공사는 시화호에 인접하여 개발되는 송산그린시티를 물과 육지가 만나는 갯벌 생태계 복원을 통하여 시화호에 서식하는 철새들과 인간이 공존하는 생태도시로 조성하기로 하고, 철새서식지 조성과 관련한 창의적이고 우수한 설계안을 확보하기 위해 ‘송산그린시티 개발사업 철새서식지 설계공모’를 시행하였다. 이에 1등 당선작인 선진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의 ‘송산새터’를 소개한다. _ 편집자주 1등작 _ 송산 새터(주)선진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주)신우엔지니어링+(주)동해종합기술공사+한국생태환경연구소+그룹한 어소시에이트 설계참여자 _ 유상천, 양동민, 허은, 서은실, 이정언((주)선진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황성주, 이맹룡, 이영호(신우엔지니어링)+소보영, 송유진, 고원화((주)동해종합기술공사)+이한수, 송민정(한국생태환경연구소)+박명권, 조우현, 홍석형, 이인학(그룹한 어소시에이트) Bird’s Habitat Value-Up송산그린시티의 철새서식지 대상지역은 염수, 기수, 담수생태계가 만나고 해안과 산림이 접하는 시화호의 생태추이대 지역이면서 도시와 해안의 완충지역이다.시화호의 생태복원과 보호, 철새서식지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하여 생태추이대 복원화 과정을 통해 형도와 우음도에 생물다양성과 조류다양성 증진을 위한 새로운 철새의 터전을 조성하고자 한다. 송산 새터가 조성되면 철새탐방과 시화호 지역의 생태관광네트워크의 중요한 거점으로서 송산그린시티의 도시마케팅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새로이 조성되는 철새서식지의 복원모델로서의 위상을 갖게 될 것이다.자연 스스로의 변화과정을 겪으며 전이생태계(Ecotone Nature)가 지속적으로 치유되고 회복되어가는 과정에 주목하며, 자연을 사랑하는 주민과 계절이 되면 찾아오는 철새들이 함께 상생하는 생태공원(Eco-Park)으로 조성하여 이곳을 찾는 모든 사람에게 새 관찰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지속가능한 철새서식지로서의 송산 새터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 Disturbance Ecology: 메사추세츠 군사보호지역 생태계획
    본 프로젝트는 지난해 하버드 대학교 디자인대학원 조경학과에서 진행된 스튜디오 프로젝트 “Mat Ecology”의 하나로 재생적인 생태, 사회경제적 프로세스를 구축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2008년 Chris Reed 교수의 지도로 진행된 이 스튜디오는 Mat Ecology를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부분들로 구성된 조직적인 들판으로 이는 광범위한 영역에 분산되어 정형적 혹은 논리적인 작동들에 의해 규제되며, 내부적 기저나 외부적 영향에 따라 변형된다”고 정의하고 있다. 스튜디오의 진행방식은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2차원, 3차원적 Mat 패턴과 Mat 모델연구들을 검토한 후, 경관시스템과 생태, 대도시화, 그리고 재생기술과 관련한 다양한 방식의 Mat 적용과 적응 방법들을 연구했다. 이번 스튜디오는 특히, Mat Ecology의 관점에서 군사활동으로 인해 오염된 메트로폴리탄 지역의 생태계와 회복을 이해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본지는 Chris Reed 교수로부터 추천을 받은 Geneva Wirth의 프로젝트를 소개하고자 한다.
  • 네 갈래의 시선으로 본 예술과 일상의 원형지(原型地) 경관들
    한 겨울날의 이 ‘세계’는 고요히 꿈틀거린다. 쉼 없는 생장을 이어온 풀과 나무들이 잠시 멈추는 것과도 같이 고된 일을 마친 이들에게는 휴식과 충전의 시기인가 하면, 봄이 되어 분주해질 일들을 위해 이 겨울, 명징한 밤의 냉기를 빌어 열심히 노동하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난히도 추운 날씨만큼이나 올 겨울은 한산하기만 하다. 모두들 어디로 간 것일까? 온 나라가 ‘걷기’와 ‘파기’ 열풍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명소만을 고집하지 않으며, 둘레길, 올레길과 같은 이름으로 저마다의 다양한 방식으로 두루 체험하고자 한다. 또 다른 곳에서는 우리네 도시와 강이 너무나도 빠른 속도로 파헤쳐지고 과감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전자가 목적지 위주의 ‘도장찍기’식 여행과 ‘정상탈환’형의 등반에서 벗어난 여행과 체험의 새로운 발견이라면, 후자는 정치와 자본의 공생 속에서 개발행위를 통한 업역과 물량의 확대·재생산 행위에 다름 아닐지도 모른다.잠시, 봇물처럼 터져 나올 듯한 조경행위와 수요에 설레기도 하지만 이내 두려움이 앞선다. 여전히 밥그릇 싸움이 될 수도, 또는 제 살을 깎아 환부를 땜질하듯 치장하고 미화하는 일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걷기를 통한 과정중심형의 체험 열풍은 여전히 식지 않고, 눈여겨 볼 곳들을 제외한 우리의 일상과 주변은 이미 황폐하고 빈곤해져 버렸다. 그럼에도, 또다시 특정한 지점의 ‘공간과 장소’를 말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전적으로 이 글을 싣는 매체의 한계일 것이다. 마치 카메라가 들이대는 부분만을 전달받는 뉴스나 영화처럼 시각매체의 속성이자 표현수단의 한계인 셈이다. 또한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고유한 체험적 내용들을 말글과 한정된 시각이미지로 설명하려 든다는 것도 자칫 위험한 일일 수 있다. 일찍이 Kevin Lynch는 ‘좋은 사진이 꼭 좋은 환경은 아니다’라고도 한 바가 있다. 여기 허물거나 파내지 않으며, 당신이 원한다면 계획된, 또는 의도된 루트를 따라 걸을 수도 있는 장소들을 만나보자. 대상지의 ‘원형 틀(archetype)’을 가급적 유지하며 시간성에 의한 체험 또한, 유의에 두며 형성된 4개 유형의 공간들이다. 그것은 곧 예술을 담는 경관이자, 예술적일 수도 있는 일상의 경관이다. 그곳들을 만나는 데에는 오늘날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이고도 대표성을 지니는 방식들을 취하였다. 장소와 공간을 체험하는 다양한 방식을 비교해보며 그 본질을 느껴보기 위함이다. 그것들은 각각 #01 직접 체험을 통한 ‘보고, 느끼고, 말하기’, #02 가본 적 없는 곳의 글과 사진을 통한 ‘장소의 간접경험’, #03 설계 등의 방법으로 조성에 직접 관여하는 ‘만들어 보기의 공간’, #04 동일 장소에 대한 고정 시점의 ‘비연속적(non-continuous) 반복의 풍경’이다.
  • 마음사랑병원(Maeumsarang Hospital)
    마음사랑병원은 1994년 개원한 병원으로 각종 심신질환 및 노인 관련 치료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치료센터로는 원클리닉, 심신치료센터, 알콜치료센터, 은빛건강센터가 있고 정신의학연구소와 마음클리닉, 사랑클리닉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심부에 위치한 문화센터와 옥상정원 및 사랑드림(노인병원)정원, 신축된 개방병동의 정원에서는 각종 치료프로그램 등이 기획되고 운영되고 있다. 오래된 병원시설을 새롭게 리노베이션하면서 인테리어 및 조경공간을 새로운 개념을 가진 공간으로 조성하였다.다양하게 조성되었던 기존 공간을 더욱 짜임새 있게 정돈하면서 새로운 프로그램 등이 수용 가능한 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이 과제였다. 옥상정원옥상정원은 치료센터로 이용되던 건물 옥상에 엘리베이터를 연결하여 환자들이 직접 이용할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출입이 통제되는 병원이지만 옥상정원은 비교적 자유롭게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기에 휠체어를 탄 환자들도 자유롭게 공간을 이동하며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되기를 원했다. 그러면서도 안전이 필수적인 그런 공간으로 설계되어야 했다. 통행의 자유로움 속에서 하늘과 자연을 느낄 수 있고 또한 조형적인 독특함이 요구되는 공간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끊김없는 길과 어디서건 머물 수 있는 공간, 그리고 다소 높은 담장 너머 하늘과 주변 풍광을 마음껏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 했다.그리고 일상적이지 않은 밝음과 화사함, 독특한 질감과 조형성이 느껴지도록 했다. 사다리꼴 모양의 부지에는 건물 증축을 위해 건축 기둥의 구조물이 위로 1m 정도 솟아 올라와 있었다. 구조상 철거도 힘들거니와 일정한 모듈로 배치되어 동선처리도 힘든 구조물을 정원의 요소로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도 과제였다. 또한 단체로 모여 활동이 가능한 넓은 공간과 그늘이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가벼운 곡선의 데크로 하기로 했다. 60cm 정도 높이의 데크는 1m 높이의 기둥구조물의 높이를 낮추어 정원에서 자연스럽게 이용 가능한 높이가 되도록 했고 벤치구조물로 플랜트 박스에 매입하여 전체적으로 부담 없는 구조물로 조정되었다. 엘리베이터에서 이동에 부담을 주지 않을 정도로 완만한 경사로를 계획하여 정원 이용시 진출입에 자유로움을 주도록 했다. 데크 구조물의 곡선 처리가 어려웠지만 데크의 직선적 형태와 곡선이 대비되어 자유로우면서도 강한 조형성을 획득할 수 있었다. 밝은 상록수와 잔디, 풀, 그리고 열매와 꽃들이 피는 색감이 풍부한 식물이 심겨지고 프로그램 분수를 설치하여 생동감 있는 연못을 연출했다. 안전을 위해 필요한 구조물들은 시각적 부담이 없는 조형적인 디테일로 처리하여 자연스러운 통제가 이루어지도록 했다. 설계/공사 _ KnL환경디자인스튜디오식재/기반공사 _ 유정농원데크 및 파고라 _ 새즈믄막구조 _ 진성엔지니어링수경 _ 서일워터테크방수공사 _ 현덕그라우팅위치 _ 전북 완주군 소양면 해월리 인산의료재단 마음사랑병원대지면적 _ 13,545.55㎡조경면적 _ 3,877㎡ Rooftop garden at Maeumsarang Hospital was primitively designed as a free-area to make a feeling of nature and to access disabled people with wheelchair freely.Moreover, the safety is essentially needed and secured. So free-access and feeling nature with sky are needed to be designed and required formative distinctiveness, endless road, areas for taking rest anywhere, watching surroundings under the clear sky beyond high walls, and spaces with the emotional feeling of brightness, glamorous, unique texture and formativeness. For the extension of the building, there are some structures about 1 meter height. For its regular arrangement, the greatest difficulty is how to make convenient movement lines. Light-weighed and curved decks are possible to create wide spaces with some shaded spots. Internal structures are followed by slight formativeness as a silhouette for seeking sky. For its light and simple details, most structures are planned as transparent materials such as fabric or cloth and treated as
  • 물이 흐르는 남산만들기(Restoration of streams in Namsan)
    지난 2010년 봄 남산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인 물이 흐르는 남산만들기 사업이 준공되었다. “과거 물이 흐르던 남산의 본 모습을 복원하고, 생명이 살아 숨 쉬는 남산을 만들자”, “회복된 물길을 통해 자연과 다시 만나고 시민과 소통하는 새로운 남산으로 다시 태어나자”라는 모토로 남산 일대의 산책로와 공원을 재조성하여 시민들에게 개방하였다.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우리는 남산의 옛 모습을 찾는 데에 주력하였다. 산바위 밑의 그윽한 꽃, 고갯마루의 큰 소나무, 중양적인 등산놀이, 계곡물에 갓끈 빨기, 한강에 물이 넘치는 것(水漲南江)등 동국여지승람에 기록된 남산의 8경으로 유추해 보면 과거의 남산 일대는 풍부한 녹음과 수경관을 간직한 장소였고, 근대기까지도 어느 정도 그 모습은 유지되고 있었다. 하지만 대규모 터널공사와 주변지역의 개발로 인하여 지하수위는 낮아졌고 직강화된 콘크리트 배수로에 의하여 옛 남산의 모습을 점점 잃어가고 있었다. 남산 내 산책로 재정비 계획남산산책로를 따라 기존 석축으로 조성된 콘크리트 배수로를 걷어내고 계곡수와 담아놓은 빗물을 활용하여 자연형 실개천 및 소류지를 조성하였다. 한옥마을지구를 시작으로 장충지구로 이어지는 총연장 3km에 이르는 산책로 구간은 자칫 단조로워질 수 있는 실개천의 경관 향상 및 수질 개선을 위해 대지 레벨에 따른 유속을 감안하여 사행천, 곡행천, 각석 계단형 등 7가지 타입의 실개천으로 만들고, 각 타입별 실개천의 주변 환경을 고려하여 남산의 자생화 및 야생화 식재로 남산의 옛 경관을 복원하는데 중점을 두었다.실개천의 평균 폭은 1.5~2m로 계획되었으며, 각 실개천의 거점에는 소류지를 중심으로 조성된 휴게공간과 옛 남산의 수계를 고려한 자연형 폭포를 조성하여 시민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도록 배려하였다. 조경설계 _ Gouphan Associates(박명권, 송영탁, 주세훈)설계총괄 _ (주)삼안조경시공 _ (주)그린유토피아위치 _ 서울시 중구, 용산구 남산공원 일원사업범위 _ 한옥마을~북측산책로 1.3Km 실개천 조성 장충지구~북측산책로 2.0Km 실개천 조성 한옥마을 구간 실개천 종점부 신약수매점 범바위계곡 친수시설 조성우수침투형 수로 및 저류연못 조성 28개소시행처 _ 서울시 물관리국 In the spring of 2010, the project to construct Namsan as one of a Namsan renaissance was successfully completed. Two mottos: ‘Restore real shape and make living and breathing Namsan.’ ‘Reborn Namsan to meet a waterway in natural environment and to communicate with citizens.’ were based on the project to be opened for public. There are natural streamlines utilized by rainwater and valley water after the removal of existing concrete drainages. The 3km length of trail started from Namsangol Traditional Village to Jangchoong district is seriously considered levels of grounds for improving landscape view, water quality for constructing 7 types of streamlines and for restoring natural and wild flowers which is mainly focused on old view of Namsan. Former Jangchungdan Park was a natural park surrounded by clean water lines. However, it had maintained a barren park due to deterioration of facilities and measurement difficulties. The direction of the reorganization changed to make a plan for the restoration of waterfront space with good vitality and to construct easy-access from Jangchungdan-road to park.
  • 시몬느 사옥 정원 리모델링(Remodeling Garden at Simone Building)
    1987년 설립, 2003년 신사옥으로 입주한 이 회사는 전 세계 20여 개의 명품 브랜드 핸드백을 제조자개발생산방식으로 100% 수출하고 있는 명품 핸드백 제조회사이다. 입주 당시 대한민국 건축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클라이언트가 건축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이 많았으며 외부공간에 대한 직원의 배려도 많았다. 대지면적 약 2,700평에 건축면적이 약 1,000평으로 넉넉한 외부공간 속에 건축이 자리하고 있는데, 중앙을 통해 시원하게 진입을 유도하고 두 개로 동을 나누어 기능을 분할하였으며, 압축성형시멘트판과 적삼목, 내후성 강판의 소재를 사용한 세련되고 모던한 건물이었다. 주 진입로는 베이스판넬 포장과 벽체로 진입감을 주었다. 벽체 뒤쪽으로는 임원 주차장이 배치되어 있는 곳인데, 당초 주진입로에는 선주목 7주가 가지런히 식재되어 있었다. 모던하게 조성된 건축에는 식재도 모던하게 맞추어야 할까? 첫 번째 의문이었다. 반대로 식물들이 더욱 자연성이 강하게 식재되면 어떨까, 무언가 꿈틀대면 좋을텐데.1.5미터 폭의 좁은 녹지공간에 꿈틀대는 느낌, 원시적 숲의 느낌을 줄 수 있을까? 생각 속의 분위기에 맞는 수목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상상한 수형을 수급할 수 있는 수목시장은 존재하지도 않아 경관 구현을 위한 적합한 수목을 찾느라 전국 오지를 누볐다. 결국 다간형 단풍나무를 구하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후정 산책로는 기본적으로 몇 주의 소나무, 과수, 벚나무와 철쭉이 심겨지고, 잔디밭에 디딤목 산책로로 만들어져 있던 곳이었다. 점심시간이 긴 이 회사의 특성상 직원들에게 배려된 편안하게 산책하는 공간이었으나 남은 점심시간을 이용하기엔 정말 심심한 공간이었다. 소나무를 보강해 숲을 만들어 진입로에서 노출되는 건너편의 공장 건물들을 차폐하고 아늑한 숲 속 휴게공간을 만들었다.키가 다른 다양한 관목과 지피류 연출로 ‘꽃 이야기 길’을 만들어 꽃이름과 특성, 꽃말과 전설 그리고, 꽃이 주제가 되는 시를 꽃 사이에 배치하였다. 계절마다 변하는 꽃과 낙엽, 열매가 시와 더불어 이 장소를 더욱 풍성하고 재밌게 만들어준다. 조경설계·시공 _ 조경디자인 린(주)(이재연, 윤영조, 정윤호, 김은선, 이완재, 남현경, 엄미정, 이유경, 박인근)발주 _ (주)시몬느위치 _ 경기도 의왕시 고천동 317-1대지면적 _ 8,938㎡건축면적 _ 3,063.64㎡연면적 _ 8,250.25㎡ The main entrance of the garden at Simone Building is made of base panel pavement and dry-wall. Parking lots for board members at the rear side of dry-wall gives ambiguous thing whether to be built modernistic or not. The first time that designers considered to plant more natural plants but hard to find suitable species for a long time. A back yard provides a good shelter and rest area which is mostly constructed with pine trees to make a forest for employees at dinner time. Different height of various species makes ‘tory Road in Flowers’ Poems, features, languages and legendaries are arranged among flowers. Therefore, this garden is much more interesting with flowers, fallen leaves, fruits and poems in seasonal changes. Laurel trees on foothill give perpendicular extension, and ground-cover plants such as moss grow naturally between garden roc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