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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러 나라의 ‘다른 마을 이야기’를 만났던 축제는 끝나고
    지난 8월 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 코엑스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등에서 열린 ‘제8회 환태평양 커뮤니티디자인 네트워크 국제컨퍼런스’에서 여러 나라의 ‘다른 마을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마을의 관점에서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제시하는 ‘환태평양 커뮤니티디자인 네트워크 국제컨퍼런스’는 1998년에 시작해 2~3년 간격으로 개최되어왔고 올해는 서울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올해의 주제는 ‘그린 커뮤니티디자인’이었습니다. 커뮤니티디자인과 관련된 분야에서 공부하고 일하시는 70여 분이 다양한 사례를 들려주셨고, 500여 분 정도가 참여해 주시는 등 행사는 많은 관심을 받았고, 잘 끝났습니다. 커뮤니티디자인이나, 그린커뮤니티디자인이나 그리 익숙하지 않은 단어일 텐데, 이렇게 많은 호응을 받았던 이유는 어떤 변화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첫날, 기조연설을 하셨던 조한혜정 교수님께서 진단하셨듯이 ‘우리는 지금 포스트 성장 시대, 포스트 개발 시대, 글로벌 경쟁 시대, 고용 없는 성장, 고실업 시대, 위험 사회risk society 등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탈근대적 위기 상황을 살아가고’ 있고, 또 이영범 교수님이 진단하셨듯이 ‘재개발과 재건축이 주도해 온 도시행정이 부동산시장의 붕괴로 인해 더 이상 기능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조한혜정 교수님은 ‘도시적 마을’을, 이영범 교수님은 ‘마을만들기’를 말씀하셨습니다. 두 분이 말씀하신 대안들은 이미 실천되고 있습니다. 서울시에서 진행하고 있는 ‘마을공동체’ 사업, 수원시에서 진행하고 있는 ‘마을 르네상스’라는 정책브랜드 등등이 그에 대한 예가 될 것입니다. 정책적 접근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실천의 현장에서도 그러한 변화를 체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커뮤니티디자인, 마을만들기 등에 예전부터 관심을 두어왔던 사람으로서, 마을을 도시 관리의 중심에 두는 이러한 변화가 좋기도 하지만 우려되는 바도 있습니다. 먼저 조한혜정 교수님께서도 지적하셨지만 토건 중심의 개발시대에 대한 대안으로 이야기되는 마을공동체, 마을만들기, 커뮤니티디자인 등의 접근들 또한 속도전으로, 성과 위주로 진행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진행해야 할 텐데 조바심을 갖는 건 아닌가 합니다. 소통과 과정, 관계를 키워드로 삼는 이러한 접근들은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더욱이 우리는 변화의 시기에 있기에 주체별로, 입장별로 새로운 접근을 받아들이는데 시간차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것에 대한 인정이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어떤 마을에서 행정이 주체가 되어 마을만들기와 관련된 사업을 진행하는데, 초기에는 주민들이 동의했다고 합니다. 공동체 공간물리적, 상징적을 만들고 함께 ‘어떤 마을일을, 어떻게’ 해나갈지를 계획하고 실천방향을 찾는 일은 좋은 일일 뿐만 아니라 즐거우니까요. 그런데 계속 주민들에게 사업의 내용을 알리고 의견을 묻는 과정에서 동의에서 반대로 돌아서는 분들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예전 같으면 그냥 할 일을 이제는 물으니, 그것도 너무 자주 물으니, 무언가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닌가? 다른 속셈이 있는 건 아닌가? 의심하는 것이죠. 그리고 다른 사례는 어느 지역에서 물리적 공간계획을 진행하면서 주민들한테 공간에 대한 비전과 조성 방향에 대해 여쭈어보는데, 몇몇 주민들은 “이미 너희가 안을 갖고 있으면서 뭘 물어보느냐”, 그리고 “우리가 이야기해봤자 들어주지도 않을 것이면서”하는 회의적 반응을 보이셨습니다. 소위 ‘서랍에 넣어둔 너희의 계획안을 드러내라’는 거죠. 이제까지 블랙박스 같던 의사결정 과정을 열었는데 주민들한테는 익숙하지 않은 것이며, 그래서 ‘여는 이유’를 오히려 궁금해들 하십니다. ‘소통과 민주적 과정이 중요하니까요’라는 기본 원칙이 그들에게 낯설기 때문이겠지요. 그렇기에 같은 출발선에 서기까지도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또 그런 시간은 사람들을 지치게 하기도 합니다. 시간 속에서 서로 간의 입장과 의견을 조율하는 방식을 배우고 다양한 경험으로 실천방식을 정교화 해야 하는데 초기의 어긋남으로 의욕을 상실하기도 하고 ‘우리나라는 아직 멀었어, 의식 수준이 아직 낮아’라고 쉽게 낙담하기도 합니다. 이 또한 우려되는 바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역의 쓰레기 문제같이 작은 아주 일상적인 것부터 민주주의의 원리, 주민참여의 원리에 입각해 푸는 훈련을 하면서 작은 성과들을 누적하고, 그러다 보면 같은 출발선에 서게 될 뿐만 아니라 실천성도 높아지고 실천의 범위도 넓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축제는 잘 끝났지만 숙제는 많아진 듯합니다. 하지만 ‘잘 되겠지’라고 낙관도 하게 됩니다. 축제는 해답의 실마리도 주었기 때문입니다. 둘째 날23일에는 국내·외 70여 명의 전문가들이 8개 세션으로 나누어 ‘커뮤니티디자인을 둘러싼 8가지 이슈’라는 주제로 발표를 해주셨습니다. 8개의 세션 주제는 ‘세션1 커뮤니티디자인의 새로운 지평, 세션2 가드닝에서 도시농업까지, 세션3 공동체리더십과 거버넌스, 세션4 녹색디자인과 지속가능공동체, 세션5 커뮤니티디자인과 장소만들기, 세션6 공동체 활성화와 마을계획, 세션7 커뮤니티 정치와 민주주의, 세션8 커뮤니티 비즈니스와 사회적기업’이었습니다. 주제 자체 또한 커뮤니티디자인의 흐름을 읽고 특징을 파악하는데 좋은 이정표이지 싶습니다. 여하튼 발표들은 흥미로웠고, 여러 나라에서 일어나는 여러 ‘마을 일’을 한 자리에서 만난다는 것, 그 자체로도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국외 사례보다는 국내 사례가 흥미로웠습니다. 변화의 시기에 있는 만큼 과정은 역동적이었고 담고 있는 이야기도 풍부했습니다. 그리고 지역에서의 예술을 꿈꾸며 한 마을에 들어갔다가 만난 여러 가지 어려움이나, 주민들과 ‘으싸으싸’ 열었던 사회적기업이 겪은 고초 등의 사례들을 통해 항상 성공적이지는 않다는 사실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패라고 말할 수는 없을 듯합니다. 오히려 시행착오에서 더 많이 배우게 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현장에서 일해 오셨던 분들이 남긴 발자국과 그분들이 보여주신 열정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우리가 겪고 있는 변화가 낯설고 우려되는 바도 많지만 잘 되리라는 기대를 하게 됩니다. Starting on August 22nd, “The 8th International Conference of the Pacic Rim Community Design Network International Conference” was held at COEX and Seoul National University Graduate School of Environmental Studies for 3 days, where I could listen to the different stories of villages from all around the globe. Evaluating the current situation and proposing the direction for the future, the conference has taken place every 2 or 3 years since 1998. The main subject of this year’s gathering was ‘Green Community Design’. While the concept of community design or green community design is little known to public, the conference could be successful since, I believe, there has been some sort of change. As Professor Cho Hae Joang pointed out in her keynote speech on the rst day, ‘we are now confronted with the critical period of postmodern era, which is called such diverse names as post-growth era, post-development era, era of global competition, job-loss recovery, era of high unemployment, risk society, and so forth’, and as Professor Lee Young Bum suggested, ‘the urban administration that has been driven by redevelopment and rebuilding projects has lost its dynamics due to the collapse of real estate market’. As an alternative approach, Prof. Cho mentioned ‘urban village’, and Prof. Lee referred to ‘village building’. The strategies proposed by the two scholars have already been accepted and employed. Among the examples are ‘Village Community’ project carried out by the Seoul Metropolitan Government and ‘Village Renaissance’, the title of the long-term policy adopted by Suwon City Government. Thanks to the change in the policy and its implementation, you might feel the difference on various sites where actions are taking place. However, as I have long been interested in community design and village building, I have mixed feelings about the situation where for urban maintenance, more and more emphasis is put on villages and their management. First, as Prof. Cho Hae Joang, there is a growing concern that village community, village building, or community design, which have recently attracted much attention as alternatives to the development process driven mainly by civil engineering and construction, could be centered around so called speed battles or performance oriented strategies. This kind of approach takes a lot of time since communication, process, and relationship are extremely important as the key elements. Furthermore, we should understand that as we are living in a transition period, there often is a gap among people evaluating and adopting this new strategy. For example, when a local government started to play a leading role in conducting a project of village building, most of the villagers agreed to the idea. Surely, it is not only desirable but also enjoyable to build public space for community together, both physical and symbolic, and discuss and determine ‘what work should be done and how it should be carried out.’ However, as the administration continued to inform people of the content of the project and ask for their own opinions, some began to disagree and face away. They might have worried that there could be some hidden agenda or secret design when asked the same questions again and again. There is another example. When asked about the vision and direction for the design of the physical space, several villagers responded rather skeptically saying, They just wanted to know what the plan was like. They were not familiar with the open decision-making process and curious about the reason why they had to participate. The principle of ‘communication and democratic process’ is not much persuasive in this context. Thus it takes time to stand at the same starting point together. If fact, as time passes, people often get exhausted. Yes, it takes time, a lot of time to learn how to coordinate different perspectives and ideas and sophisticate detailed action plans through trial and error, but we become demotivated, faced with difculties at the initial stage, and conclude that we are still far behind. This is why we should pay attention to the problems in our daily life such as waste disposal at a local level. Trying to gure out solutions to these problems, we will slowly learn the basics of democracy and community involvement, and nally stand at the same starting line, broadening the range of work we can do together. The conference is over, but we have many things to do. Sometimes I think that at the end of the day, everything’s going to be okay. Why? I guess I’ve found a clue. These will serve as guidance by which to appreciate community design and its characteristics. The presentations themselves were quite interesting, and the stories of ‘village affairs’ in different countries around the world were inspirational. I was more interested in the Korean cases than foreign practices. They were dynamic and full of exciting stories. I also realized that we could not succeed all the time. There is either disappointment or frustration, but we never call it failure. We learn far more from trial and error. We can follow the footsteps of our predecessors who in spite of many obstacles have worked hard and showed their passion. I hope and believe that it will work out in the end.
  • 2012 광주폴리 현상설계 공모
    세계적인 건축가들과 함께 2012 광주폴리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될 광주폴리 현상설계 공모의 주인공이 가려졌다.(재)광주비엔날레는 지난 6월 20일부터 27일까지 폴리의 장식적 역할을 아우르며 도시의 활력을 이바지할 수 있고, 광주시민의 생활과 도심 활성화에 기여하며 공공성을 띠고, 광주를 잘 표현하고 상징할 수 있는 폴리 공모를 시행하였다. 지난 7월 30일 그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고홍성, 김미희(경기도 고양시)의 ‘Memorial Box of the Citizen...’이 50여 개의 응모작을 제치고 최우수작에 선정되었다. ‘Memorial Box of the Citizen...’은 시민들 각자의 기억을 담아 추억의 장소에 기억의 박스를 쌓아두는 것을 컨셉으로 잡았다.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결과물보다는 보이지 않는 과정, 즉 시민의 행위를 디자인하고자 해 모든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매력적인 작품으로 평가되었다. _ 편집자주 최우수작Memorial Box of the citizen, by the citizen, for the citizen응모자 _ 고홍성, 김미희(경기도 고양시) 우수작Locusta helios 태양곤충의 도시응모자 _ 최이규(부산광역시 남구) 우수작Shrine Tree 성황나무응모자 _ 배상훈, 박문성(서울특별시 서초구)
  • 2012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실험정원 공모전
    (재)경기농림진흥재단이 개최했던 ‘2012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실험정원 공모전’의 당선작이 지난 7월 24일 발표되었다. 이번 공모전은 2012 경기정원문화박람회장 내 정원을 직접 조성·운영함으로써 도시의 브랜드가치를 높이고, 생활 속의 정원문화 정착과 대중화 도모를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그런 만큼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면서도 녹색문화의 확산에 기여할 수 있는 ‘모델 제시’가 중요한 평가사항으로 다루어졌으며, 최종 5개의 작품이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 이번 공모의 당선작은 실제 정원으로 조성되어 오는 10월 9일에 현장심사가 이루어지며, 10월 12일 경기정원문화박람회 개막식과 동시에 시상식이 진행될 예정이다. _ 편집자주 그레이 가든, 황홀한 황혼온형근(수원농생명과학고등학교) 순환(循環)과 공생박민선(경기농림진흥재단 조경가든대학) 정원문화가 자라나는 커뮤니티 시장 가든 Gardener’s Market김경아, 김복동, 권아림(스쿨플라워가든학원) The Farm Gallery류주리, 배혜림, 정소영(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 Herbal Doctor’s Garden(부제: 허준의 정원)송가림, 기경석, 안형주, 박은혜(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양민아(서울시립대학교 원예학과)
  • 2012 뉴욕 국제도시공원 컨퍼런스
    나는 Park Enthusiast, 공원열렬애호가국제도시공원 컨퍼런스 참석을 위해 뉴욕으로 출발하기 전부터 내내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던 질문이 있었다. 왜 도시공원컨퍼런스를...? 새롭게 떠오르는 21세기 도시공원의 비전, 특히 공원조성과 운영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해하는 것은 허울 좋은 목표일 것이다. 그보다 5년 전 시민단체의 일원으로 센트럴파크 컨서번시 벤치마킹을 위해 방문했던 때와는 다른 소속과 업무에 따라 다른 시각으로 다가올 뉴욕이 보고 싶기도 하고, 그래서 공원에 관련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싶은 것이 더 적절한 이유였을지도 모른다.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건설경기가 내리막길이니 조경시장이 위축되어 간다고 다들 걱정이다. 후학을 가르치는 대학에서도, 대형프로젝트를 기대하는 설계사나 시공사도, 우리 같은 시설물업체도 오늘보다 내일이 더 불안한 건 사실이다. 그래도 경제위기는 우리나라만이 겪는 상황은 아닐 터이니 뉴욕이란 도시에서 미국 내 전역, 그리고 세계 각지에서 공원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21세기 도시공원이란 아젠다를 가지고 신나게 토론한다니 그 축제가 당연히 보고 싶은 것이 가장 솔직한 이유일 거다. 왜? 나는 공원을 사랑하는 Park Enthusiast니까…….
  • 남양주 궁집
    Namyangju Gungjip 궁집은 경기도 남양주시 평내동 426-1번지 일원에 위치하며 면적은 25,357㎡로, 18세기 중반 영조의 숙의 문씨 소생 화길옹주가 부마 구민화에게 시집을 가자, 국가에서 목수와 목재를 보내어 지어준 집이다. 이곳은 조선후기 궁집의 대표적인 곳으로 현재 안채, 사랑채, 문간채 등이 자연과 인공이 화합하는 순응의 미학을 공간적, 지형적으로 연계시키고 있다. 1984년 1월 14일 중요민속문화재 제130호로 지정되었다. Gungjip which is located in 426-1, Pyeongnae-dong, Namyangju-si, Gyeonggi-do is 25,357m2 area. It is the representative Gungjip that was constructed of wood in 18C that was given by the King Yeongjo when his daughter, the princess Hwagilongju(1754~1772), married Gu Minhaw. The aesthetics of adaptation is connected spatially, topographically and functionally with Anchae, Sarangchae and Munganchae. It was appointed as a Important Traditional Cultural Assets No.130 in 14th, January, 1984.
  • 빌라 에스떼
    Villa d’Este 위치 _ Tivoli, Lazio, Italy의뢰인 _ Ippolito d’EsteⅡ조경가 _ Pirro Ligorio면적 _ 약 4ha조성 시기 _ 1550년농경 생활에서 정원 가꾸기로 강의 범람은 세계 4대 고대문명이 탄생할 수 있었을 만큼 농사에 커다란 축복을 가져다주었다. 이 기름진 땅을 전에 소유했던 면적만큼 동일하게 나누기 위해 농업에서도 기하학을 필요로 했고, 그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는 성과를 가져왔다. 이들이 새로이 그어 낸 토지 분할은 자연에선 찾아볼 수 없는 전형적인 인간의 지적 형태이며, 고대 로마인들은 ‘첸투리아티오(Centuriatio)’라는 바둑판 모양의 규칙적인 농지를 약 700x700m로 나누며 그들이 지나간 흔적을 남겼다. 원래 있었던 참나무 숲은 그 자취를 감추었고 드넓은 농경지만 보이게 된 이탈리아 북부 파다나(Padana) 평원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경작지는 경사진 땅을 만나면 건축적인 성격을 두드러지게 나타낸다. 밭갈이 때 찾은 돌들을 담처럼 쌓아가며 경사를 하나하나 잠재워 나간다. 농사의 주인공인 농작물과 경작방법은 원래 농부들만의 전유물이었는데 간신히 그 흉내를 내기 시작한 것이 바로 ‘조경가’이고, 그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정원’이다. R. Assunto는 그의 저서 『Ontologia e teleologia del giardino(정원의 존재론과 목적론)』에서 ‘정원은 자연이 인간에게 정신을 불어넣으면서 농업의 여러 기술, 건축, 열정이 넘치는 조각 등을 이용하여 자연환경 속에 집결한 삶과 명상의 장소’라고 정의하고 있다.미美에 대한 견해는 분분하지만, 정원은 처음부터 아름답기 위해 태어났다. 이 아름다움은 어쩌면 절실했을지도 모른다. 물이 부족하고 더위를 피할 나무도 없는 척박한 곳에서는 더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모진 환경 속의 낙원, 메소포타미아나 이집트 문명에서의 정원은 그 누구에게보다도 커다란 축복이자 특권이었을 것이다. 이 지역에서 기하학의 아름다움이나 풍족함은 신의 축복이었으며 이것은 곧 낙원을 상징하는 정원을 의미하였다. 이들의 정원에는 레몬, 포도, 장미 외 여러 종류의 꽃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더위를 식혀주는 분수가 있었다.
  • 템플대학교 앰블러 수목원
    Ambler Arboretum of Temple University 펜실베이니아 여성원예학교에서 시작된 조경·원예 교육의 메카 템플대학교 앰블러 수목원은 필라델피아에 있는 템플대학교 본교에서 40분가량 떨어진 앰블러에 위치하고 있다. 원예와 조경디자인에서 아주 오랜 역사를 지닌 템플대학교 앰블러 캠퍼스는 1910년 펜실베이니아 여성원예학교(Pennsylvania School of Horticulture for Women)로 처음 설립되었고, 1958년 템플대학교의 일부가 되었다. 그 후 1988년에는 조경설계 및 원예학부가 마련되었으며, 2000년에 공식적으로 수목원으로 지정되었다. 현재 템플대학교 앰블러 수목원은 75만 제곱미터에 이르는 면적에 자연 지역과 조경디자인 지역이 함께 공존하고 있으며, 공공 정원으로서 대학교와 지역 공동체를 위한 영감의 원천이자 살아있는 교육을 위한 옥외실험실로서 기능하고 있다. 앰블러 수목원의 미션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과 정원의 건강한 이익들, 원예, 농업, 그리고 디자인에 있어 여성의 역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캠퍼스 자체가 곧 수목원인 이곳에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정원들은 다른 여느 식물원 못지않은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며, 캠퍼스 부지의 짜임새 있는 공간 분할을 통해 다양한 분위기의 정원들을 색다른 느낌으로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 원예와 조경디자인에 있어서 여성의 역사제인 보웬 헤인즈(Jane Bowne haines)와 브린 마(Bryn Mawr)에 의해 설립된 펜실베이니아 여성원예학교의 첫 번째 학생들이 이곳 앰블러 지역에 모인 것은 1911년 2월이었다. 이는 원예와 농업에 있어서 새로운 경력을 갖추고 직업에 대한 기회를 넓히길 원했던 젊은 여성들에 대한 교육을 목표로 한 선구적인 아이디어였다. 특히 이 학교는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을 하기보다 직업을 갖고 활동적으로 일하기를 원하는 여성들에게 크게 부각되었다. 우리의 비전은 신실한 여성들이 살며 꿈꿀 수 있는 곳, 다시 말해 여성들이 가사를 하도록 기대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모든 시간을 유능한 스승들 밑에서 배우는 데 바쳐 유능한 직업인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_ 제인 보웬 헤인즈(Jane Bowne Haines), 1910 제인은 학생들이 단지 교실에서만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지식을 학교 정원과 농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학생들은 캠퍼스에 살며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는데, 여기에는 꽃과 과일, 관상용 식물, 관엽, 채소류의 생산과 이용에 대한 수업뿐 아니라 양봉, 통조림 제조, 목공, 농장 경영, 토양학, 가축사육, 그리고 1차 세계대전 후에는 경영학과 조경설계까지 포함되었다. 작은 규모와 제한된 기금으로 인해 이 여성학교를 졸업한 여성들은 수백 명에 불과했지만 그 영향력과 파급력은 실로 대단했다. 1914년에는 가든 클럽의 여성들을 중심으로 전미여성농장가든협회(Woman’s National Farm & Garden Association)를 설립하기에 이르렀고, 1920년대에는 교수와 학생들이 『파머스 다이제스트(Farmer’s Digest)』라는 월간 저널을 창간하기도 하였다. 펜실베이니아 여성원예학교는 전 미 지역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에까지 영향을 미쳤는데, 1929년에는 도쿄의 외곽지역에 이 여성학교를 모델로 한 케이시엔(Keisien) 학교가 설립되기도 하였다. 미국에서 여성들의 활동적인 역사와 영향력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템플대학교 앰블러 캠퍼스에는 오늘날 조경설계 및 원예학부를 비롯한 다양한 학위과정이 개설되어 있으며 3,500여 명의 학생들이 재학 중이다. 앰블러 캠퍼스 내에는 영국풍의 숙근초원이 있는가 하면, 자생식물을 이용한 정원, 허브원, 지피식물원, 우드랜드, 습지원 등이 있다. 또한 침엽수원을 비롯한 캠퍼스 곳곳의 다양한 수목류는 흔치 않은 컬렉션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오래된 나지막한 건물들 역시 너무나 자연스럽게 캠퍼스의 조경과 잘 어우러지고 있다. 100년이 넘는 역사에 걸맞은 고즈넉함이 있고, 이름 높은 조경디자이너들이 정원의 설계에 참여하였으며, 거기에 조경설계 및 원예학부 학생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지속가능하고 현대적인 정원디자인으로 수목원의 전시에 큰 몫을 하고 있다. 특히 조경설계의 생태학적인 접근은 지속가능한 공동체센터(Center for Sustainable Communities)를 중심으로 꾸준히 관심이 늘어가고 있는데, 앰블러 수목원의 정원들은 현대적인 생태학 원리에 근거한 전통적인 조경설계 디자인의 예시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 한국조경의 오늘을 진단하다(2)-지상좌담: 조경의 위기와 비전
    전문분야나 조직에서 가장 활발하게 일을 할 수 있고, 하고 있는 30~40대는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미래의 모습까지 가늠하게 해준다. 그들 집담회의 결과를 가감 없이 실어놓은 ‘3040, 우리 시대의 난제를 이야기하다’를 읽으며 수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공감한 것은, ‘조경’이라는 배를 타고 시간을 흘러오면서 조경에 대해 내가 갖게 된 안타까움과 고민, 사랑이 그들의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설계를 하고 공사현장을 누비며 활발하게 일했던 30~40대를 지나 이제 사무실에서 설계 결과를 보고받고 현장에서의 실정보고에 결재를 하는, 달라진 위치에서 다시 조경을 바라본다. 그동안 어려운 여건에서도 묵묵히 맡은 일을 해내는 후배들에 대한 믿음과 사랑은 더 깊어졌으며 더불어 책임감도 차곡차곡 쌓였다.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자칫 놓치기 쉬운 방향성을 다시 짚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 <환경과조경>에 감사드리며, 30~40대의 문제 제기에 대한 기성세대의 생각을 얘기하는 자리에 초대되어 영광이다. 집담회 내용을 읽은 후, 그들이 조경분야의 위기가 크다고 느낌에도 불구하고 위기의 원인과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 해결방안을 도출하고 시행하는 것 또한 열정과 노력으로 가능하다고 믿기에, 조경의 미래가 그들 덕분에 밝아지리라는 기대를 갖게 되었다. 나는 집담회 내용과 관련해 위기와 비전으로 나누어 얘기하고자 한다. 위기와 비전의 카테고리는 그동안 조경업에 몸담고 일하면서 갖게 된 생각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사항들이고, 그 중 먼저 엉킨 생각들을 헤치고 나온 것은 후배들에게 거는 미래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조경의 위기’였다.
  • 한국조경의 오늘을 진단하다(2)-지상좌담: 탈 토건시대의 조경
    조경의 봄날은 가고 있는가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조경의 총 수주물량이 전성기의 반토막 이하로 줄고, 실제 군소업체의 체감물량은 이의 또한 반 이하로 줄어들어 가고 있다. 앞으로의 전망 역시 단기간 내의 만회를 기대하기 어려운 현시점에서 조경교육의 일선을 담당하고 있는 우리 교육자들의 대부분은 재학생, 졸업생, 동료조경인 모두에게 연대책임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와중에 인접분야로부터 영역침범의 파도는 점점 전방위적으로 밀려들어 오고 있다. 조경분야가 이 땅에 성립된 이래 반세기에 육박하는 현시점에서 타 분야로부터 사실 이런 강도의 구애(求愛)는 받아본 적이 없었다. 우리 입장에서 볼 때는 상당 부분 명백한 침략적 행위일 수 있고 이에 대한 상시적인 경계와 사안별 방어도 필요하지만 이를 역설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즉, 그들의 이런 행보는 우리가 못 보는 조경의 미래산업적 가치를 그들의 눈으로 포착하고 평가한 것으로 볼 수도 있으며 그만큼 우리 분야의 잠재력이 높다는 것을 방증해주는 것으로 이런 차원에서 우리 분야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위기를 기회로 역지사지(易地思之)해 새로운 확장적 전략을 모색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거시적 여건을 보더라도, 우리가 하루하루 체감하는 기후급변과 환경재앙에 따르는 녹색환경 요구도의 증가, 보편적 복지 증진요구에 따르는 공공공간의 확장 가능성, 하드사이언스 위주의 산업구조에서 소프트한 문화 위주 산업구조로의 전환 추세 등 시대적 흐름의 큰 방향을 볼 때도, 녹색환경과 인문환경을 강화해 나갈 수 있는 조경의 역할을 장기적으로 거스를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 한국조경의 오늘을 진단하다(2)-지상좌담: 조경의 미래
    지난번 3040 집담회를 즐겁게 읽었습니다. 토론에 참가한 사람 모두 조경에 대한 사랑이 절절하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들보다 좀 더 나이가 많은 위 세대로서 이런 상황이 초래된 것에 대해 책임이 있는 까닭에 매우 부끄럽기도 하고 또 반성도 되었습니다. 대부분 3040 토론자들의 의견에 동조하는 바이고, 동료의 한 사람으로서 그들과 걱정을 같이 하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왕에 지상 토론의 기회가 주어졌으니 지난번 3040 집담회의 내용에 몇 가지 동의하는 사항에는 덧붙일 말씀을 드리고 싶고, 동의하지 않는 사항에 대해서는 좀 다른 의견을 말해보고자 합니다. 지면에 담기는 제 의견들이 조경의 미래를 걱정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나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