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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남귤북지, 서울역 고가
    2014년 10월 12일. 서울역 고가는 무척 부산했습니다. 1970년 준공 이후 무려 44년 만에 처음으로 보행자에게 고가 도로를 개방했기 때문이었지요. 저도 이런 기회를 놓치기 싫어서 사진기 가방을 메고 서울역 고가로 향했습니다. 자동차가 주인이던 도로를 걷고 있자니 왠지 모를 ‘통쾌함’ 같은 것도 느껴졌습니다. 걷다보니 자동차 안에서 스쳐보기만 했던 주변의 건물들이 하나하나 자세히 눈에 들어오더군요. 역시 도시는 걸으면서 느껴야 하는 것 같았습니다. 조금 더 걸어 나가니 예전 서울역사건물이 시원스럽게 ‘내려다’ 보였습니다. 이런 건물을 내려볼 수 있는 기회라니! 옆으로는 길게 뻗은 한강대로의 모습도 보이고. 고개를 조금 더 옆으로 돌리니 세종대로 옆 고층 건물들 사이로 남대문도 볼 수 있었습니다. 자동차에게 내준 17m 높이의 고가 도로에는 다른 곳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아주 멋진 경관이 숨어 있었던 것이지요. 서울을, 그것도 서울의 가장 중심을 새롭게 느낄 수 있는 좋은 전망 장소로 충분한 가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달 다시 고가 개방 행사를 진행할 때에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이 프로젝트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긍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가장 크게 반대하는 분들은 주변의 상인들입니다. 특히 남대문 시장을 중심으로 중림동과 회현동 일대의 상인들은 고가 도로를 공원화할 경우 차량 유입이 중단되면서 상권이 위축될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지요. 고가 도로 인근의 12,000여 개의 상가에서 일하고 있는 약 4만여 명의 생계가 이 프로젝트와 직결되어 있는 만큼 당장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올해 1월에 개최하려고 했던 고가 도로 활용에 관한 전문가 토론회는 주변상인들이 대체 도로 우선 논의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여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여러 이해당사자가 관여된 프로젝트에서는 항상의견 조율이 가장 어려운 일입니다. 프로젝트의 진행을 통해 이익이 생기는 그룹과 손해를 보는 그룹간의 갈등은 매우 당연한 일이겠지요. 이러한 갈등해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는 충분한 논의 과정이라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이에 대해서는 『환경과조경』 2014년 11월호를 참조). 그리고 논의 과정에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조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프로젝트의 방향을 잡는 초기 과정에서 주변 상인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이 반대 의견을 낳은 큰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당사자를 제외시켰다는 것에 대한 허탈감 같은 것이 반대 의견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무엇을’보다 ‘어떻게’가 이런 프로젝트에서는 훨씬 더 중요한 일이 아닐까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제부터라도 좀 더 여러사람의 의견을 충분히 담아야 합니다. ‘서울의 하이라인’ 혹은 ‘한국판 하이라인’은 서울역 고가 공원화 프로젝트를 소개할 때 흔히 붙이는 제목입니다. 도심의 고가 도로(하이라인의 경우 고가 철도 였지만)를 공원처럼 만들겠다는 공통점 때문에 나타나는 자연스런 비유인 셈이지요. 게다가 서울시가 당당히 하이라인을 ‘벤치마킹’했음을 내세우고 있고 박원순 시장이 미국 방문 때 이르면 2016년까지 뉴욕 하이라인과 같은 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히면서 두 프로젝트의 연관성은 더 확고해졌습니다. 그러나 정말 서울역 고가 도로가 서울의 하이라인이 될 수 있을까요? 아니, 되어야 할까요? 우선 하이라인과 서울역 고가 도로는 상당히 다른 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합니다. 뉴욕 하이라인의 경우는 고가 철도와 밀접한 관계를 가졌던 주변 공업용 건물의 구조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어서 현재의 하이라인도 주변 건축물들과 물리적으로 잘 엮일 수 있는 구조입니다. 태생적으로 하이라인 철도는 주변 건물과 일체화하기 유리한 조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서울역 고가 도로의 경우는 차량 통행을 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주변 건축물들과 분리해야 하는 구조였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주변 건물과의 관계를 새로 맺는다는 게 현재로서는 상당히 불리한 상태입니다. 이런 차이로 인해 뉴욕의 하이라인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시민의 일상적인 이용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서울역 고가도로 위를 많은 사람이 걷기를 희망한다면 하이라인과는 전혀 다른 이유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운 조건에 맞는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과거 ‘서울숲’을 조성할 때에도 ‘서울의 센트럴 파크’를 지향했던 적이 있었지요. ‘서울숲’ 이전의 많은 신도시에도 ‘중앙공원’이 양산됐습니다. 브랜드를 빌려오면서 얻게 되는 이득이 분명히 있습니다. 일반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는 데에는 이만한 방법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런 브랜드를 수입해야 할까요? 이제 우리도 우리 브랜드를 자신있게 내 놓을 수 있어야 하지않을까요? 지난 5월 13일 서울시는 ‘서울역 고가 기본계획 국제지명 현상설계’의 당선작으로 MVRDV의 비니마스Winy Maas의 제안을 선정했습니다. ‘서울수목원The Seoul Arboretum’. 서울역 고가도로 전체를 나무에 비유하여 인근 지역으로 뻗어가는 유기적인 디자인을 취하고 있습니다. 고가 위에는 국내의 다양한 나무를 가나다순으로 심어 수목원을 만들고, 사업에 반대하고 있는 지역 상권과 연계하여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네요. 우선은서울의 하이라인을 꿈꾸고 있지 않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남귤북지南橘北枳’는 귤이 강을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고사성어입니다. 강남에 심었던 귤을 강북에 옮겨 심으면 서로 다른 기후와 풍토 때문에 탱자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지요. 즉, 주위 환경에 따라서 같은 인재라도 달라질 수 있다는 말입니다. 제아무리 하이라인이라고 한들 태평양을 건너왔는 데 뉴욕의 하이라인이 서울에서도 같을 수는 없지않을까요? ‘프롬나드 플랑테’가 대서양을 건너 새로운 ‘하이라인’으로 성공한 것처럼, 태평양 건너 새로운 ‘서울역 고가’로 거듭나길 기대해 봅니다.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 동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와박사 학위를 받았다. 토문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 도시건축 소도 등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분야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으며, 신구대학 환경조경과 초빙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3년부터 2014년까지는 오하이오 주립대학교(Ohio State University)에서 방문교수로 지냈다. 주로 조경 계획 및 경관 계획 분야에 학문적 관심을 가지고 있다.
  • [에디토리얼] 열린 디자인
    당위성, 목적, 효과 모든 면에서 논란을 가득 안은 채 강행된 서울역 고가 프로젝트가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지난 5월 13일 서울시는 ‘서울역 고가 기본계획 국제지명 현상설계’ 결과를 발표했다. 4월 29일의 심사 다음 날 당선작을 공개한다고 예고한 일정과 달리 선정 결과 발표에 2주의 긴 시간이 흘러서 『환경과조경』 편집부에는 때 아닌 비상이 걸렸다. 이미 세 달 전에 서울역 고가를 이번 호 특집으로 정하고 60쪽에 가까운 지면을 할애해 놓았으니월간지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비공식 채널로 제출작들의 패널과 설계 설명서를 구해 발표 전에 미리 편집을 해놓는 무리수를 두느냐, 발표 때까지 인내한 후 사나흘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느냐로 고심을 거듭하다 대책 회의 장소를 근처의 치킨집으로 옮겼다. 공모전 출품작을 지면에 담는 일에는 생각보다 많은 공이 들어간다. 우선 에디터가 작품을 충분히 해석한 후 잡지에 실을 다이어그램, 도면, 이미지, 텍스트를 선별한다. 동시에 내부에서 직접 번역을 하거나 외주를 맡긴다. 이런 1차 작업이 끝난 원고가 디자이너에게 넘어가 편집 디자인된 초고가 나오고, 수정과 교정 작업이 세 차례 정도 이어진다. 그래서 공모전을 잡지에 싣는 달이면 (출품자들의 수고에야 못 미치겠지만) 편집부 모두 의욕 과잉과 심신 탈진을 동시에 경험하곤 한다. 특히 이번에는 예외적으로 세 편의 비평을 붙이기로 했던 편집 계획이 문제였다. 오래 전에 섭외한 비평자들이 단 사흘안에 작품을 읽고 평문을 쓰기란 사실 불가능했다. 대책 회의의 소품이었던 맥주잔이 점차 쌓여가자 마침내 단순 명쾌한 해법이 나왔다. 한 달 연기! 역시 계획은 유연하게 열려 있어야 한다. 『환경과조경』은 서울역 고가 프로젝트의 당선작을 비롯한 모든 출품작을 7월호에서 보다 섬세하고 정교하게 다룰 것을 약속드린다. 다음 달에 실릴 출품작과 비평을 안주 삼아 많은 토론 생산하시길. 당선작으로 발표된 비니 마스Winy Maas(MVRDV)의 ‘서울수목원The Seoul Arboretum’을 두고 페이스북을 비롯한 여러 SNS 매체에서는 이미 다양한 견해가 쏟아지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처음 구상된 작년 후반기와 다를 바 없이, 사업 자체의 당위성에 대한 의구심, 정치적 목적에 대한 의혹, 주변 상인들의 반대와 서울시의 소통 부족, 설계공모의 과정과지명 초청 방식 등에 대한 의견과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당선작 발표 후에는 비니 마스의 안에 대한 촌평도 꼬리를 물고 계속되고 있다. 대부분은 적절한 논증이 없는 단순한 취향 고백이거나 인상 비평이지만 몇 가지 흥미로운 관점도 눈에 띈다. 언제 바뀔지 모르는 불투명한 설계 환경에 대처한 전략적 작품, 일견 유치한 키치kitsch로 보이지만 서울의 도시 환경을 단도직입적으로 비판한 작업, 콘크리트 환경에 가장 쉽게 대응할 수 있는 기술적 제안이라는 반응도 있고, 여러 각도의 혹평도넘쳐난다. 한 지인은 청계천 복원 프로젝트를 두고 “세상에서 가장 큰 어항”이라고 비판했던 어느 외국 전문가의 말을 패러디해서 이번 당선작을 “세상에서 가장 긴 화분”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 조경가는 여러 일간지에 실린 분홍빛 식물로 가득한 당선작의 이미지 컷을 두고 “어느 기독교 이단 종파의 선교 책자 표지 같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다음 달 『환경과조경』에서는 당선작과 여러 출품작은 물론 공모 지침과 과정을 아우르는 보다 심층적인 분석을 만나실 수 있을 것이다. 작품 자체의 비전과 실천성에 대한 평가는 다음 달로 미루지만, 이 지면에서 간단하게나마 먼저 짚어 보고자 하는 쟁점은 앞으로의 ‘과정’이다. 당선작 ‘서울수목원’은 공중 보행로를 수목원으로 조성한다는 개념을 바탕으로 서울역 고가를 하나의 큰 나무로 설정한 후 퇴계로에서 중림동까지의 고가 구간에 ‘가나다’ 순으로 국내 수목을 심는다는 구상이다. 심사위원회는 ‘서울수목원’을 당선작으로 선정한 이유를 “서울역 일대를 녹색 공간화하는 확장 가능성을 제시한 점”과 “다양한 시민 및 주체가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프로세스를 중시한 점”이라고 밝혔다. ‘녹색’과 ‘확장’은 다른 제출작에서도 거의 공통적이므로 결국 당선작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시민 및 주체가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프로세스”인 셈이다. 그런데 과연 그 프로세스라는 건 무엇인가? 다음의 세 가지 단서를 통해 애써 짐작해 볼 수 있다. 비니 마스는 공식 인터뷰에서 “여러 시민이 참여하는 연합 프로젝트로 진행할 것”이며 “서울에서 자생하는 식물을 선택하고 관리하는 과정에 시민이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심사위원을 겸했던 승효상 서울시 총괄건축가는 “이번 당선작이 지니는 가치와 장점을 구현하기 위해선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거버넌스가 운영되어야 하며, 특히 당선작이 지향하는 ‘열린 디자인’의 정신이 프로젝트 전개 과정에서 잘 구현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서울시의 보도 자료를 보면 “이번 당선작은 확정된 설계안이 아니기 때문에 지역 주민설명회, 분야별 전문가 소통을 통해 설계를 구체화할 것”이라고 한다. 함께 만드는 프로세스, 열린 디자인, 참여, 거버넌스 등은 명확한 의미로 쓰였다기보다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겠다는 일종의 다짐으로 읽힌다. 그러나 서울시가 이번 프로젝트를 과정 중심적으로 끌어갈 것이라고 신뢰하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도 이번 설계공모 과정이 열린 과정보다는 닫힌 결과를 위한 하나의 절차였기 때문이다. 전문가 그룹조차도 침묵하고 지나갔지만, 이번 지명 공모전은 통상적인 지명 방식인 RFQRequest for Qualification(자격 심사)나 RFPRequest for Proposal(제안서 심사)도 생략한 채 기형적으로 진행되었다. 마치 재벌오너가 사옥을 지을 때 자신의 목적과 취향에 맞는 건축가들을 초청해 경쟁시키는 방식과 다를 바 없다. 이러한 경우, 과정은 빠른 결정과 진행의 거추장스러운 장애물이다. 만일 비니 마스의 당선작이 과정 중심적인 ‘열린 디자인’을 지향하고 있고 서울시가 열린 디자인을 수용할 의사가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그 과정을 다시 디자인해야 한다. 몇 차례 주민 설명회와 전문가 자문 회의를 거친다고 해서, 홍보 이벤트를 몇 번 더 연다고 해서 참여와 소통과 과정을 존중하는 열린 디자인이 완성될 리 없다. 공모전 당선작 발표를 일주일 앞두고 주변 상인들의 반대에 대한 대응책으로 대체 고가도로 건설 계획을 내놓은 게 지금 서울시가 생각하는 ‘과정’의 단면이다. 서울역 고가 프로젝트에 열린openended디자인이 필요하다면, 서울시의 계획과 일정 자체가 열려 있어야 한다. 토건시대를 연상시키는 속도전을 통해 박원순 시장의 임기 내에 완공하는 게 목표라면 열린 디자인은 적합한 방식이 아니다.
    • 배정한[email protected] / 편집주간,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 [CODA] 에디터의 설계공모 도전기
    미리 양해를 구한다. 인용이 제법 길다. 하지만 그만큼 흥미진진하다. “월요일 아침마다 하는 오피스 전체 미팅이 끝나고 회의실을 나가려는 사장님을 불러 세운다. MAC 공모전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하지 않느냐고. MAC? 표정을 보아하니 맥도날드 빅맥을 생각하는 눈치다. 이메일로 온 공모전 초청에 대해서 설명하니 그제야 알아듣는다. … 전화할 곳이 있어 일어나야겠다는 사장님에게 회사 차원에서 공모전을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면 개인적으로라도 참가하겠다고 말한다. 업무 외 시간과 주말을 이용하여 작업을 할 테니 회사 일에는 지장을 주지않겠다. 그러니 양해해 달라. 바빠서 일어나야 한다는 사장님이 가만히 있는다. 이 자식, 따로 공모전을 한다면 회사 일에는 소홀해질 게 뻔한데, 그렇다고 개인 시간에 한다는 공모전을 못하게 할 명분도 없고. 말투를 들어보니 목숨 걸고 할 기세인데, 혹시라도 좋은 결과가 있으면 공식적으로는 내가 프로젝트 매니저이니, 결과가 좋으면 나쁘지는 않을 것 같기도 한데…. 표정을 보고 짧은 순간에 대강 이런 생각이 스쳐갔으리라고 짐작해 본다. 매우 심사숙고를 한 듯한 표정으로 사장님이 입을 연다. 너의 열정을 알겠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의 의미도 잘 알겠다. 그렇다면 SWA의 이름을 걸고 한번 나가보자. 대신 알다시피 다른 회사 프로젝트들도 바쁘고 큰 공모전을 치른 지도 얼마 되지 않아 지원은 거의 못해준다. 너를 믿을 테니 이 공모전을 함께 치뤄보자. 아 참, 그리고 참가 등록할 때 내 이름으로 등록해야 하는 거 알지? … 말은 그럴싸하지만 너 혼자 잘해보라는 의미다. 물론업무 외 시간을 주로 이용해서. 시작은 미약하지만, 일단 회사 이름을 걸고 참가한다는 것은 큰 성과다.” 『조·경·관』(임승빈 외 17인 공저, 나무도시, 2013)이란 책에 실린 김영민 교수(서울시립대학교조경학과)의 ‘조경 경연 이야기 - 행정중심복합도시 국제 설계공모 참가하기’의 한 대목이다. 이렇게 시작된 설계공모 참가기는 팀 구성, 작품 제출, 결과 발표(낙선), 그 이후의 에피소드까지 공모전의 전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재구성해 놓았다. 교정을 보면서 몇몇 대목에서 웃음을 참지 못했다. 예를 들어 이런 대목이다. “문제는 팀원이다. 그래픽 작업은 물론이고 디자인 개념을 만드는 단계에서도 한명 보다는 두 명이 낫다. 저녁 때 오피스 전체에 이메일을 보내본다. 디자이너로서의 역량과 아이디어를 시험해 볼 도전적인 공모전이 떴다. 한국에 센트럴 파크를 능가하는 규모의, 어쩌면 조경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도 있는 공원이 만들어진다. 그러니 우리 함께 하얗게 밤을 불살라보자꾸나. 다음날, 답 메일은 한 통도 오지 않았다. 내 그럴 줄 알았다. 일단은 나 혼자 해야겠다.” 그러다가 가끔은 이런 식으로 잡지에 공모전 이야기를 풀어내면 어떨까 하는 궁리를, 아주 잠깐 해보았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그 맹랑한 상상을 발칙한 공상으로 발전시키게 된 건 카톡방이 발단이 되었다.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도시재생 구상 국제공모’가 막 발표된 때 였다. 9월 4일에 당선작이 발표되니 10월호에 지면을 잡아 놓아야겠다는 둥, 이런 공모는 제대로 된 그림보다 강력한 아이디어 한 방이 필요하다는 둥의 뻔한 이야기부터, 서울시에서 공모가 쏟아지는 배경에 대한 정치적 분석까지 흘러갔다가, 코엑스와 한전 부지를 중심으로 한 잠실 일대의 잠재력에 대한 난상토론을 거쳐, ‘설마 잠실야구장에서 프로야구를 못 보는 불상사가 발생하는 건 아니겠지’ 같은 난데없는 취미 생활에 대한 걱정까지, 그야말로 두서없는 대화가 오고갔다. 그러다 누군가 ‘의외로 제출도서가 많지 않다’는 점에 집중했다. 그러자 ‘공개 국제 아이디어 공모’란 공모 방식에서 ‘공개’와 ‘아이디어’란 두 단어가 유독 눈에 도드라졌다. 지나가는 농담으로 흘러가버릴 수 있었던 ‘한 번 해볼까’란 멘트가 본격적으로 구체화되기 시작한 건, 앞서 인용한 김영민 교수의 글이 떠오른 순간이었다. ‘에디터의 자전거 출근기’의 뒤를 잇는 후속 기획으로 ‘에디터의 설계공모 도전기’를 한 번 해봐? 그래도 기본은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조경을 전공하고 지금은 부동산학과 교수가 된 A와 다수의 공모전에서 수상 경력이 있는 이른바 ‘공모의 여왕’ B를 섭외하는 것으로 팀 구성을 완료했다. 일단 김영민 교수보다는 훨씬 나은 상황이 세팅된 것 이다. 물론 그 전에 단체 카톡방부터 만들었다. 카톡방 이름은 ‘Project C’로 정했다. 컴피티션Competition의 약자이기도 하지만, 챌린지Challenge의 의미도 담았다. 킥오프 미팅 날짜도 정하고, 각자의 미션도 느슨하게 나누기로 했다. 내가 맡은 건, 공모와는 하등 상관없는 잡지에서 어떤 점을 부각시킬 것인가였다. 그래서 우선 계약서를 먼저 작성하자고 했다. 파주출판도시의 건축주와 건축가들이 맺었던 ‘위대한 계약서’를 카피하여 ‘상징적인 계약서’라는 타이틀부터 뽑았다. 설계공모에서 컨소시엄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지만, 막상 제대로 계약을 맺고 작업을 하는 사례가 거의 없는 상황이어서, 이에 대한 문제점을 에둘러 짚어보고자 한 것이다. 계약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1/n’을 바탕으로 하되, 합리적으로 기여도를 반영하는 것으로 삼았다. 비용 역시 ‘1/n’의 원칙에 따라 부담하기로 했다. 만약 실제로 참가 등록을 하고 아이디어 공모안을 준비했다면, 이 글은 10월호에 수록되었을 것이다. 결과는? 과연 참가에 의의를 두는 수준을 벗어났을까? 지금도 가장 궁금한 대목이다. 결국 참가 등록 마지막 날까지 (정말로 진지하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던 우리는 ‘Project C’를 없던 일로 되돌렸다. 만약 진행했다면, 에디터들에게 적지 않은 공부가 되었을 것이고, 설계공모의 프로세스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며 한두 가지 유의미한 이슈를 도출해내지 않았을까 싶지만, 설계공모 도전은 자전거 출근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인 만큼 보다 신중하게 접근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10월호에 한 꼭지가 펑크 났으니, 이제 정신 차리고 그걸 때울 생각이나 해야겠다. 상금을 받아서 북유럽으로 다 같이 답사를 가자던 어느 기자의 마음도 달래주고.
  • [편집자의 서재] 메이즈 러너
    미로에 얽힌 설화는 그리스 신화가 유명하다. 크레타의 미노스 왕은 미노타우로스라는 괴물을 가두기 위해 미궁을 만들었다. 매년 7인의 소년 소녀가 제물로 바쳐졌는데, 그 안에 들어간 사람은 길을 헤매다 괴물에게 먹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는 이 미궁에 들어가 괴물을 처치하고 아리아드네의 실에 의지해 빠져나온다. 미로의 폐쇄적인 물리 구조는 공간 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 지각 능력을 차단함으로써 공포감을 일으키는 데, 이러한 미로의 속성을 바탕으로 한 가장 잘 알려진 이야기가 위의 미궁 이야기다. 하지만 이와 같은 특성은 때로는 기대감을 안겨주고 다양한 공간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르네상스 시대에귀족들은 정원에 미로를 설치하고 밀회를 즐기는 용도로 사용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여가를 위한 공간으로 미로가 조성된다. 소설은 현실의 축소판이다. 더욱 극적인 표현을 위해 비현실의 세계를 끌어온다. 현실 세계에 대한 저자의 문제의식이 은유적으로 표현되는데, 독자들은 이를 통해 스토리에 공감하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몰입한다. 우연한 탐방의 여정을 미로의 개념으로 차용하거나, 탐사와 미로의 경계에 있는 상황, 미궁을 상징하는 미로의 형식이 두루 활용된다. 『메이즈 러너』는 기억이 삭제된 채 거대한 미로에 둘러싸인 낯선 공간에서 펼쳐지는 소년들의 생존기를 그린 소설이다. 지난해 개봉한 동명 영화의 원작이다. 누군가에 의해 매달 한 명의 소년이 ‘박스’를 통해 미로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그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단순한 탈출기가 아니다. 이 작품 속 미로에는 자연이 형성되어 있다. 기존의 미로 이야기와 다른 구조로 전개될 수 있는 단서가 ‘숲’에 있다. 미로 속이 순환하는 구조가 아니었다면 신체에 대한 구속력과 심리적 압박감은 더욱 커졌을 것이다. 『메이즈 러너』에서는 숲을 두어 그 감정을 완화하도록 했다. 생존의 여지를 둔 것이다. 인간의 욕구를 채워주는 숲이 있고 물과 나무, 열매가 식욕과 잠, 안전의 욕구를 어느 정도 채워준다. 이는 작품 말미에 드러나는 인류의 질병 치료를 위한 실험이라는 설정에서 비롯된다. 단순한 감금이 아니라 어떤 상황 속에서 변화하는 정신상태를 분석해 인류의 생존 열쇠를 찾는 것이 작품 속 미로의 목적이다. 숲이 없었다면 이 작품은 ‘큐브’ 혹은 ‘빠삐용’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지리학자 이-푸 투안은 사람이 스스로를 중심으로 공간을 분할하고 삶과 죽음, 빛과 어둠, 하늘과 땅 등의 양극으로 정리하는 경향을 찾아냈다. 생존과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는 타자에게 기대기도 한다. 『메이즈 러너』의 핵심 배경은 미로와 숲이라는 두 개의 대립 공간이다. 숲은 삶과 빛에 해당하고 미로는 죽음과 어둠이다.이 양극화된 공간에서 두려움에 맞서 소년들은 숲에 속하는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간다. 미로에 가장 먼저 들어온 알비는 무리를 이끌기 위해 세 가지 규칙을 정했다. 토머스가 등장했을 때 규칙을 알려주는데, 미로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가 가장 강하다. “룰이 세 개 있어. 첫째, 맡은 임무를 다할 것… 둘째, 다른 친구들을 해치지 말 것… 무엇보다 중요한 건절대 저 벽을 넘어가지 마!” 푸코의 눈으로 본다면 규율은 ‘순종하는’ 신체를 만들어낸다. 미로는 감시와 통제의 장치다. 그 안에서 또 다시 규율을 만듦으로써 이중의 감금 장치가 채워지며 공간의 지배력은 더욱 강해진다. 자연은 사람이 쉽게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이러한 환경을 외경의 마음으로 대하게 되는데, 자신의 인지 능력이나 지식의 범위 밖에 있을 때 더욱 그렇다. 소년들은 그들을 둘러싼 숲과 미로를 상반되게 인식한다. 숲은 통제되는 즐거운 공간이지만 미로는 파악할수 없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소년들이 미로를 대하는 태도는 인간사 초기에 산을 대하는 태도와 비슷하다. 과거 사람들은 산을 하늘과 땅이 만나는 장소라고 생각하고, 숭앙의 대상이자 위험한 미지의 장소로 바라보았다. 소년들은 벗어나려고 갖은 시도를 했지만 벽에 부딪쳤고, 미로를 파헤치려 하면 괴물들이 징벌을 가한다. 이겨낼 수 없는 미로에 굴복하고 결국 숲에 적응하는 방법을 택했다. 미로는 올림포스와 같은 영산靈山이 되고 숲은 세속이 되는격이다. 환경에 대한 태도는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외경의 대상이었던 자연의 원리를 알게 되자 위험 대처법도 찾아내었고, 자연스레 산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메이즈 러너』에서는 토머스가 그 실마리를 던져준다. 처음부터 남다르게 미로에 관심을 가진 그는 부상당한 러너를 구하기 위해 미로 속으로 뛰어들기도 하면서 활로를 찾았다. 토머스는 ‘매트릭스’의 네오처럼 실재의 세계로 소년들을 이끄는 역할을 한다. 미로의 전모를 알게 되었을 때, 치열했던 사투의 공간은 의외로 초라했다. 인간이 자유의지로 움직이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공간이, 규율이 행동을 지배할 수 있다. 『메이즈 러너』는 미로라는 장치를 이용해 이를 잘 보여준다. 갇힌 소년들은 벽을 경계로 안에서는 자유롭다. 미로에 저항하지 않고 숲을 즐기면 안전이 보장된다. 그러나 진정한 자유도 없다. 미로는 현대 사회의 과잉 노동의 현장으로 볼 수도 있는데, 저자는 생산과 소비의 굴레에 갇혀 벗어나지 못하는 현대인을 은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미로는 피로사회로 불리는 우리 사회의 감추어진 모습일 수 있고, 숲 또한 자본이 던져주는 ‘힐링’이라는 이름의 마취제일 수 있다. 『메이즈 러너』는 미로 속의 자유를 안주하는 현대 사회의 인간 군상으로 비유된다.
  • 반 알랜 인스티튜트 설계공모 서베이 The Design Competition Survey
    지난 4월, 반 알랜 인스티튜트Van Alen Institute(VAI)1와 『아키텍처럴 레코드Architectural Record』는 그레이엄 재단Graham Foundation의 지원을 통해 진행한 ‘설계공모 서베이The Design Competition Survey’의 결과를 공개했다. 설문 내용은 크게 ‘공모전에 참여하게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디자이너들이 현재와 같은 방식의 공모전에 대해 긍정적으로 또는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바는 무엇인가’, 그리고 ‘현재와 같이 진행되는 공모전을 어떻게 하면 더 좋게 만들 수 있는가’ 등으로 구성되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지난 4월 23일, 24일 양일간 하버드 대학교 디자인 대학원Graduate School of Design(GSD)에서 진행된 ‘설계공모 컨퍼런스Design Competition Conference’의 자료로 활용되기도 했다. 이번 설문 조사에는 전 세계 65개국의 건축·조경·도시 분야 디자이너 1,414명이 참여했으며, 그중 건축가의 비율이 79%에 달했다. 전체 응답자 중 절반이 넘는 56%가 25~44세에 속했으며(평균 38세), 그 중 25~34세에 속하는 응답자가 전체 표본의 3분의 1을 넘었다. 조사 기관에서는 이를 젊은 디자이너들이 실무에 앞서 여러 공모전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하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인종 구성 비율은 백인이 69%, 아시아인과 아시아계 미국인이 8%, 히스패닉 및 라틴계가 5%, 흑인 및 아프리카계 미국인이2%, 그리고 기타 및 응답 거부가 16%였다. 남녀 성비는 약 2대 1이었으며(66% : 34%), 평균 응답 시간은 55분이었다. 디자이너들은 왜 공모전에 참여하는 걸까? 응답자의 57%는 일반적인 설계 실무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실험의 기회’를 가장 큰 이유로 제시했다(이하 복수 응답 허용). 이어서 54.9%는 흥미로운 ‘공모 주제’를, 39%는 ‘매스컴의 주목을 받을 기회’를 꼽았다. 즉, 공모전에 참여함으로써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새로운 주제(대상지)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전형적인 결과물에서 벗어난 독창적인 설계안을 도출할 기회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VAI는 흔히 말하는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공모전에 참가하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점에 주목하기도 했다. 참가에 대한 보상은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을까? 응답자의 78.6%는 공모전 준비 과정에 투여되는 시간과 비용에 대한 보상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으로 인해 공모전 참가 결정을 쉽게 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답했다. ‘낮은 수상의 가능성(29.4%)’과 ‘향후 설계안구현의 불확실성(28.6%)’이 그 뒤를 이었다. 또한 응답자 중 67%가 공모전이 끝나더라도 일정 수준의 수익이나 새로운 비즈니스의 창출로 이어지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고 응답한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대부분이 디자인 회사 경영 방법의 하나로 공모전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거나 그럴 만한 재정적 구조가 아니라고 밝혔으며, 실제 응답자의 90% 이상이 공모전에서 얻는 수익은 전체 (회사) 수익의 5% 이하라고 덧붙였다. 디자이너들은 설계공모에 얼마나 많은 투자를 할까? 대다수의 응답자가 공모전을 진행하기에 앞서 언제 얼마만큼의 시간과 재원을 어떤 방식으로 쓸지를 사전에 상당 부분 계획한다고 밝혔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참가 등록비부터 시작해 공모전에 어느 정도의 자금을 투자할 수 있는가―당선될 경우를 가정할 때―를 사전에 계획한다는 것이다. 응답자의 61%는 공모전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전에 이런 계산을 모두 끝낸다고 했다. 눈에 띄는 점은 공모전에 투여하는 시간이 총 업무 시간의 10% 미만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69.4%에 달한다는 점이다. 응답자의 59%는 주로 우승 상금이 2만 달러 이하인 공모전에 참여해왔다고 답했으며, 공모 준비 과정에 2만 달러 이상 지출하지 않는다고 밝힌 응답자도 48.1%에 달했다. 하나의 공모전을 위해 10만 달러에서 25만 달러를 투자한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6.5%에 불과했으며, 4.4%의 응답자만이 단일 공모전에 25만 달러 이상을 지출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일반적인 실무에 비해 공모전의 매력은 인정하지만, 사업적인 측면에서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사업 경영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협업을 (해야) 한다면 누구와 할 것인가? 많은 디자이너들이 유사 디자인 분야 간 협업보다는 다른 분야와의 협업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했다. VAI의 설계공모 디렉터 제롬 추Jerome Chou는 “무려 47%에 달하는 디자이너들이 예술가와 공동 작업을 진행해보고자 한다는 점이 놀라웠다. 아마 그들 모두 자신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나 싶다”며 비슷한 스타일과 성향을 가진 디자이너보다는 전혀 다른 분야의 새로운 시각을 갖고 있는 전문가와의 작업을 훨씬 편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유사) 분야 간 협업을 진행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분의 1가량이 디자인 분야 전문가와는 절대 협업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며, 6.5%는 웬만해선 다른 전문 디자이너와 공동 작업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공동 작업에 참여한다면 어떤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는 예술(47.3%)에 이어 구조 및 엔지니어링(33.6%), 환경 과학(30.7) 분야가 그 뒤를 이었다. 실무를 하지 않는 학생들의 19% 정도가 디자인 분야 밖의 전문가와의 협업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디자인 회사의 대표급 인사들 중 9%만이 그와 비슷한 의견을 공유했다. 흥미로운 조사 결과는 26%에 해당하는 응답자가 동종 업계 디자이너와의 협업을‘자주’ 혹은 ‘매우 자주’ 진행해왔다고 응답한 것이다. 실제 다른 분야 전문가와의 협업은 디자이너들의 바람만큼 성사되기 쉽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합당한 보상이 우선되어야 한다! 설문 조사 참여자들은 더 나은 공모전을 위해서는, 디자이너들이 공모전에 쏟는 시간과 노력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보상은 단순히 금전적 보상이 아니라 수상 여부에 상관없이 각 설계안에 대한 피드백을 마땅히 제공해야 함을 의미했다. 이와 더불어 최종 결과물만큼 그들의 노력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노력에 대한 조명을 통해 공모전 자체의 가치를 높일 수 있으며, 이는 곧 더 나은 설계안의 제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VAI 상임 이사 데이빗 반 데 레이르David van der Leer는 “불가능한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주최자, 클라이언트, 디자이너가 생각을 모으면 모두 가능하고 가능해야만 하는 제안들이다”라며 서베이를 통해 도출된 ‘더 나은 공모전을 위한 열 가지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①좋은 디자인의 가치를 보여주어라Show the value of good design ②당선만이 문제가 아니다It’ not just about winning ③심사자가 이야기하게 하라Let the jury speak! ④디자이너가 디자인 공모전을 디자인하게 하라Let designers design competitions ⑤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서야 한다Go beyond beautiful objects ⑥클라이언트와의 관계를 고려하라Show clients the way ⑦협업을 통한 작업이 중시되어야 한다No more lonely nights ⑧공모전 과정 전체를 공론화해야 한다Make it public ⑨젊은 디자이너가 원하는 것을 제공하라Give young designers what they want ⑩크게 생각하라Think BIG.이번 조사 결과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VAI 공식 홈페이지(https://vanalen.org/projects/architecturalrecord-van-alen-institte- ompetition-survey/)에서 확인할 수 있다. VAI는 이번 설문 결과와 ‘하버드 GSD 설계공모 컨퍼런스’에서 논의된 바를 기반으로 내년에도 설계공모 서베이를 이어갈 예정이다.
    • 양다빈
  • 신의 정원에서 조선의 500년을 엿보다 본지 주최, 독자 40여 명과 함께 한 조선왕릉 답사
    ‘각 왕릉별 순례 형식으로 서술하여 현장감을 더해주고 있다.’ 『세계문화유산, 신의 정원 조선왕릉』의 추천사다. 그러나 공간을 배경으로 두고 저자의 목소리와 손짓·발짓을 통해 직접적인 해설을 듣는 것만큼 현장감이 있을까. 책에는 서술하지 못한 연구와 저술 과정의 뒷이야기와 흥미로운 조선 왕들의 사랑과 야망을 담은 ‘야사’는 답사에 딸려오는 덤이다. 지난 5월 30일, ‘환경과조경’은 『테마가 있는 정원 식물』의 저자들이 몸담고 있는 춘천의 제이드 가든으로 정원 산책(2014.10.25)을 진행한 데 이어, 두 번째 ‘저자와 함께 떠나는 문화 산책’을 떠났다. 이번 저자와의 산책은 『세계문화유산, 신의 정원 조선왕릉』의 저자 이창환 교수(상지영서대학교)와 독자 40여 명이 함께했다. 『세계문화유산, 신의 정원 조선왕릉』은 환경과조경의 출판 브랜드인 ‘한숲’에서 펴낸 단행본으로 27대에 걸쳐 만들어진 조선시대 40기 능원의 조영적 특성과 역사적 배경을 집대성한 책이다. 이번 ‘저자와 함께 떠나는 문화 산책’은 이미 출간일로부터 1년 정도 흐른 시점이었음에도, 조선왕릉의 역사적 중요성과 더불어 지난 가을 진행된 제1회 저자와의 산책 이후 꾸준하게 이어진 독자들의 요청에 힘입어 추진되었다. 조선시대로의 시간 여행 이번 답사는 ‘조선의 시작부터 끝까지’라는 테마로 ‘동구릉(경기도 구리시)’, ‘사릉(경기도 남양주시)’, ‘홍·유릉(경기도 남양주시)’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왕릉이라는 상징적 공간을 통해 조선시대의 처음(건원릉)부터 끝(유릉)까지 돌아볼 수 있는 탐방 코스를 정했다”는 이창환 교수의 말처럼 짧은 일정 속에서도 왕릉의 시기별 변화를 살펴볼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이날 동구릉 답사는 추존황제 문조와 신정왕후의 합장릉인 ‘수릉’에서 시작되어, 문종(제5대)과 현덕왕후의 ‘현릉’, 동구릉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 선조(제14대)와 의인왕후, 계비 인목왕후의 ‘목릉’, 현종(제18대)과 원비 명성왕후의 ‘숭릉’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동구릉에서 자리를 옮겨 홍유릉에서 그리 멀지 않은 단종비 정순왕후의 ‘사릉’을 거쳐, 고종황제(제26대)와 명성황후의 ‘홍릉’, 그리고 조선 제27대 마지막 임금이자 대한제국의 2대 황제인 순종황제와 순명효황후, 순정효황후의 ‘유릉’까지 이어지며 마무리되었다. 비하인드 스토리와 왕실 제례 체험 이날 이창환 교수는 조선왕릉이 갖는 조영적 특성이나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와 같은 전문적 내용은 물론 책에는 담지 못했거나 담을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전해주기도 했다. 2009년 조선왕릉 세계문화유산 등재 잠정목록 신청 당시의 급박한 상황(광해군의 폐위로 인한 왕릉과 왕의 수 불일치가 문서 오류로 오해됨),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한·중·일 역사 전문가들의 눈치 싸움, 세계문화유산 등재에서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유럽 국가 간의 ‘물밑 작업’ 등의 경험담을 통해 세계문화유산등재의 이슈와 조선왕릉이 갖는 중요성을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창환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는 국가적 영향력과도 관계된 매우 중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분야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충분하지 못하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이날 답사에서는 이러한 숨겨진 이야기와 더불어 조선왕릉에서 이루어졌던 왕실 제례도 체험할 수 있었다. 2009년 6월 세계유산위원회WHC는 조선왕릉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면서 조선왕릉이 갖는 건축과 조경의 독특한 가치와 더불어 지금까지 600여 년을 이어온 제례 문화를 높이 평가한 바 있다. 이창환 교수는 “책을 열 번 읽는 것보다 오늘 한 번 체험하는 게 훨씬 기억에 잘 남을 것”이라며 대표적 제례인 기신제 체험시간을 준비한 이유를 밝혔다. 조선왕릉의 제향 공간은 홍전문부터 정자각 우(서북)측 뒷편의 예감까지 이어지는 공간을 의미하는데, 이 공간에는 제례를 위한 홍살문, 판위, 정자각, 향어로, 수복청, 수라청 등이 배치되어 있다. 참가자들은 이 교수의 말에 따라, 판위에서 두 번 선절을 하고 향어로의 오른쪽(진입 방향)의 길인 어도御道를 따라 걸어 정자각에 도착했다. 그리고 오른발을 시작으로 어계御階를 올라정전을 마주했다. 이렇게 제례 체험이 제향 공간으로의 진입 방향 및 이동시 자세, 선절의 횟수 등 간소화되어 진행되었지만, 참가자들은 “제례 체험을 통해 조선시대의 왕실 문화를 한결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었다. ‘왕의 시점’에서 바라본 조선왕릉 조선왕릉의 능역에는 봉분과 능원, 정자각, 홍살문, 지당 등 다양한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이 중 봉분과 능원이 제향 공간 너머의 능침 공간을 구성한다. 몇몇 왕릉에서는 이 모든 공간 요소를 눈앞에서 볼 수 있지만, 대부분 훼손을 막기 위해 봉분과 능원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 이날 답사를 진행한 동구릉과 홍·유릉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날 답사에 참여한 독자들은 이들 왕릉의 능역 전체를 둘러볼 기회를 가졌으며, ‘왕의 시점’에서 안산과 능역 전체를 내려다 보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는 봉분과 안산, 그리고 능역 전체의 구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로 이어져 글과 도면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번 행사에는 조경 실무자나 조경학과 학생은 물론 건축가, 토목엔지니어,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조경에 관심 있는 40여 명의 독자가 참여했다. 이들은 환경과 조경 블로그와 SNS를 통해 참가 신청을 했다. 이날 ‘왕릉답사’를 마치면서 한 건축가는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할 수 있는 하루였다”며 “내년에는 1박 2일 일정으로 진행되어 더욱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이창환 교수는 “조선왕릉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음에도 관련 전문가들의 역량 부족, 소홀한 관리 체계, 서비스 시설 부족 등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지만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의 관심을 키워나갈 수 있다면 모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 김휘림
  • 하버드 GSD 설계공모 컨퍼런스 The Design Competition Conference
    설계공모, 누구를 위한 경쟁인가 지난 4월 23~24일 하버드 대학교 디자인 대학원GSD(이하 GSD)에서는 ‘설계공모Design Competition’를 주제로 한 컨퍼런스가 열렸다. 공모전은 과연 건축과 조경의 창조성과 디자인의 우수성을 향상시킬까? 공모전이 정말 디자인 기술을 진보시키는가? 대중이 그 과정에 참여해 이익을 얻을 수 있을까? 공모전이 더 나은 경제적 이윤과 좋은 공간을 창출해내는가? 공모전을 통해 디자인한 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기는 일련의 과정이 과연 윤리적인 방법일까? 공모전을 통해 과연 새로운 건축가나 조경가를 발굴할 수 있을까? 일련의 질문에 대해 건축가와 조경가의 공모전 참가 경험, 사례 연구 및 토론을 통해 답하는 방식이었다. 기회이자 선물이었던 과거의 공모전 컨퍼런스의 시작은 과거의 공모전 사례와 이를 직접 경험했던 건축가들의 이야기, 그리고 현재 GSD의 학장이자 건축 이론가인 모스헨 모스타파비Moshen Mostafavi의 기조 발표로 진행되었다. 노르웨이의 건축설계사무소인 스노헤타SNØHETTA의 창립자 크라이그 뒤세르Craig Dyker는 회사 창립 초기에 600여 개 출품작의 경쟁을 뚫고 당선된 노르웨이 오페라 하우스Norway Opera House와 1,300여 개의 출품작 사이에서 당선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Alexandria Library 공모전 출품 패널과 실제 지어진 건물의 모습을 비교하며 건축가로서 공모전에 임했던 자세 그리고 당선을 위해 고뇌했던 일화를 풀어냈다. 공모전에 출품된 안이 실제 구현되기까지 수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중요한 아이디어는 끝까지 남아 있었다며, 공모전에 작품을 제출하는 것이 디자인의 끝이 아니라 좋은 디자인을 만들기 위한 시작 단계였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건축가는 공모에 참여함으로써 자신만의 건축적·철학적 실험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디자인에는 만병통치약이 없으며 건축가는 항상 다른 프로젝트에 다른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하며, 공모전은 이러한 해결 방안을 모색해내는 디자인 실험의 기회라는 것이다. 또한 건축가는 공모전이든 일반적인 프로젝트이든 건축적 실험을 해야 하며, 또 그에 따른 위험 역시 얼마든지 감수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모스헨 모스타파비에 따르면 공모전은 디자이너에게 주어지는 선물과도 같은 제도다. 디자인은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따라 맞춰가는 작업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공모전은 건축가나 조경가가 클라이언트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자신의 아이디어와 주장을 발전시킬 수 있는 특별한 실험의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요른 웃존Jørn Utzon의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나 렌조 피아노Renzo Piano와 리차드 로저스Richard Rogers의 퐁피두 센터와 같은 걸작들은 모두 공모전을 통해 탄생했다. 라빌레트 파크 공모전은 현대 조경에 있어 도시 공원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기 시작했고, 그 이후 있었던 많은 공모전―다운스뷰 파크, 하이라인 공모전 등― 역시 오늘날 조경 분야의 급진적인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Frederick Law Olmsted와 칼버트 복스Calvert Vaux의 뉴욕 센트럴 파크 또한 공모전 당선 안이었음을 떠올린다면 시대별로 이루어졌던 공모전의 유산들이 동시대 조경 분야의 발전을 이끌어 왔다고 볼 수 있다. 과도한 경쟁과 변화 양상 그러나 오늘날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공모전의 폐해 또한 만만치 않다. 건축가 마샬 브라운Marshal Brown은 시카고 네이비 피어Chicago Navy Pier 공모전 이후 아키텍츠 뉴스페이퍼Architects’Newspaper라는 블로그를 통해 설계공모가 디자인이나 프로젝트를 발전시키지 못하고 건축가를 지적으로 소모시켜 시간과 재정 낭비를 이끄는 제도라 비판했던 편지를 낭송했다. 공모전을 통해 다수의 팀이 경쟁을 하지만 오직 한 팀만이 금전적으로나 대중의 관심으로 보상 받는 것이다. 반면 나머지 참가자들이 쏟아낸 지적 성과물은 그저 시간의 소모와 금전적 피해로 변하게 되며 이는 젊은 건축가나 인턴들을 공모전에 이용, 착취하게 되는 폐해를 가져온다는 주장이다. 또한 그 실험적인 의미도 많이 퇴색하여 여러 가지 프로젝트에 적용했던 아이디어나 디자인을 의미 없이 대상지만 바꾸어 제출하게 되는 상태에 이르고, 당선을 위해 수단과 목적을 가리지 않는 건축가들이 난무하게 된 현 시대의 공모전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개발자들이나 기관들은 공모전이라는 광적인 경연을 통해 훌륭한 공공적 이득을 상대적으로 값싸게 가져간다. 과연 현재의 공모전은 무의미한 아이디어와 인력 착취의 표상이 되고 있는 것일까? 박태형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한 후 하버드 GSD에서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오피스박김과 West 8에서 다수의 국제 공모전과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2014년 뉴욕의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에 입사하여 현재 맨해튼 웨스트센트럴 플라자(Manhattan West Central Plaza)의 설계를 맡고 있다.
    • 박태형
  • 모듈 박스로 남북 보행축 연결한다 ‘세운상가 활성화를 위한 공공공간 설계 국제공모’ 당선작 발표
    지난 6월 16일 ‘세운상가 활성화를 위한 공공공간 설계 국제공모’의 당선작이 발표됐다. 서울시는 지난 2월 ‘세운상가 활성화(재생)종합계획’을 발표하고 2월 24일부터 5월 17일까지 국제 설계공모를 실시했다. 공모전에는 국외 44개 작품과 국내 38개 작품을 포함해 총 82개 작품이 제출되어 높은 관심도를 엿볼 수 있었다. 최종 심사 결과 당선작으로는 이_스케이프 건축사사무소(대표 김택빈) 외 2인의 ‘현대적 토속Modern Vernacular’이 선정됐다. 2등작으로는 건축사사무소 메타(대표 우의정) 외 1인이 제출한 ‘누워있는 거인의 저속 촬영Time-lapse of Lying Enormous’이 선정되었으며, 이소우 건축사사무소(대표 김현수) 외 4인의 ‘도시의 필터Urban Filter’가 3등작으로 뽑혔다. 가작으로는 ‘플랫폼크레프팅Platform Crafting’(김주현 건축사사무소(대표 김주현) 외 1인), ‘세운상가의 영혼Spirit of Seunsangga’(lokaldesign(대표 신혜원) 외 3인), ‘골목길 너머 오솔길Golmokgil Ner-mer Osolgil’(건축사사무소 M.A.R.U.(대표 정일교) 외 4인), ‘숲 산책Forest Walk’(건축사사무소 아크바디(대표 김성한) 외 3인), ‘낡음에서 만든 새로움New from Old’(오다건축사사무소(대표 김승욱) 외 1인)이 선정됐다. 심사에는 승효상(이로재 대표, 서울시 총괄건축가, 심사위원장), 김준성(건국대학교 교수), 온영태(경희대학교 교수), 로저 리붸Roger Riewe(그라츠 공과대학교 건축학부 학장), 아드리안 구즈Adriaan Geuze(West 8 대표), 임재용(O.C.A 대표) 등 국내·외 건축, 조경, 도시설계 분야 전문가 6명이 참여했다. 주변과 연계된 입체 보행 네트워크를 창의적으로 구축하는 것과 동서 방향으로 단절된 주변 도시 조직과의 관계를 활성화하는 데 심사의 주안점을 두었다. 당선작에는 기본 및 실시설계권이 주어지며, 2등과 3등팀에는 각각 상금 5,000만 원과 상금 2,000만 원이 수여된다. 가작을 수상한 5팀은 각각 상금 500만원을 받는다. 발표 이후 6월 22일부터 30일까지 8개 수상작이 신청사 1층 로비에 전시됐다. 세운상가의 끊어진 조직을 뜨개질하는 ‘플랫폼 셀’ 당선작은 세운상가가 들어서기 전에 골목길을 따라 자연스럽게 생긴 집들과 삶의 방식을 기존 도시 조직인 ‘토속’으로 정의했다. 이를 현대에 속하는 세운상가 데크와 내부로 자연스럽게 연결·확산시켜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현대적 토속’ 도시 구조로 재현했다. 이를 위해 종묘에서 남산으로 이어지는 남북으로는 끊어진 보행 데크의 축을 복원하고, 종로에서 동대문을 잇는 동서 방향은 역사적으로 지속해온 길을 찾아내 공간적·시각적으로 연결했다. 위·아래로는 중간 레벨의 데크를 추가해 데크 상하부를 입체적인 그물망처럼 연결하면서 기존 도시 조직과 세운상가 사이의 끊어진 조직을 뜨개질하듯이 연결해나가는 방식을 제안했다. 현재 남북을 잇는 보행 데 크는 높이가 너무 높아 한 번에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는데, 플랫폼 셀Platform Cell이라고 부르는 모듈화된 박스를 데크 위·아래에 끼워 넣어 지상층(기존 도시 조직)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했다. 이 플랫폼 셀 안에는 전시실 등의 공공 편의 시설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담을 수 있으며, 3층 보행 데크와 2층을 수직으로 오갈 수 있어 활용도면에서도 유연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세운초록띠공원은 종묘와 연결되는 횡단보도부터 세운상가 2층까지 완만한 경사로 이루어진 광범위한 광장으로 계획했다. 다양한 퍼포먼스를 수용할 수 있게 했으며, 앉아서 종묘 쪽을 바라볼 수 있게 설계했다. 세운초록띠공원은 약 960억 원 정도의 예산을 들여 조성되었는데, 이곳에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건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현재보행 네트워크 계획과 관련해 공간의 성격을 규정하고 용도를 정해나가는 과정이라 기존 예산 투입의 효과를 누릴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심사위원들은 당선작에 대해 조성 예정인 선형의 경관 녹지와 주변 도로가 늦게 조성되거나 조성되지 못하는 상황에도 자체적으로 작동 가능한 시스템을 가졌다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단계적인 개발이 가능하고 주어진 공기와 예산 안에서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2등작은 세운상가와 새로 개발될 주변 건물군 사이에 놓인 경관 녹지와 데크를 하나의 공간으로 보고 접근했다. 지상층에서 데크로 접근하는 수직 동선을 경관녹지 내에 조성해 주변과 데크의 관계를 잘 설정한 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종묘 앞 진입 광장이나 데크를 연결하는 전략은 간결하고 높은 완성도를 보였으나, 경관 녹지가 확보되지 않았을 때를 대비한 단계적 개발 전략이 부족한 점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수직 동선의 위치나 지상층의 계획이 세운상가 동서 방향에 조성 예정인 경관 녹지에 너무 의존하고 있어 자체적인기능을 하기 어렵다는 점이 당선안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인다. 3등작은 건축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으로 평가되었다. 세운상가 기존 데크 위로 신설 데크를 추가해 혼잡한 도심에 존재하기 힘든 넓은 수평 공간을 확보해 다양한 행위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주변과의 소통과 연결이 다소 부족한 것으로 지적되어 3등에 머물렀다. 한강부터 백두산까지 잇는 생태축의 거점 ‘세운상가 활성화를 위한 공공공간 설계 국제공모’는 이 일대 7개의 건물 총 1km 구간을 연결해 도심 문화·관광·산업 거점으로 역할을 하게 함으로써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세운상가군의 데크와 주변의 공공 공간을 재정비해 보행 환경을 개선하고, 주변 지역과 연계해 서울 역사 도심의 중심인 북악산~종묘~세운상가군~남산을 잇는남북 보행 중심축을 복원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세운상가는 1968년에 만들어진 거대 구조물로 건축가고 김수근이 설계했다. 승효상 총괄건축가에 따르면, 세운상가는 미완의 설계로 시공이 되어 설계의 본질이 잘 구현되지 못했음에도 당시 세계적으로 앞선 건축물이었다. 세운상가 건립 당시 전통적 도시에 거대구조물을 세우는 계획들이 발표되었는데, 세계에서 가장 낙후된 국가 중 하나였던 한국에 세운상가가 세워진 일은 세계 건축사에 남는 의미 있는 결과라는 것이다. 이후 강남 개발로 세운상가는 퇴락의 길로 접어들면서 철거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으나, 5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근대적 유산으로서 가치가 조명되면서 보존에 힘이 실리게 되었다. 승효상 총괄건축가는 세운상가 활성화 프로젝트가 서울의 역사적인 공간 조직을 되살린다는 측면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도로는 동서 방향으로 발달된 망을 구성하고 있는 반면, 남북으로 연결된 곳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세운상가의 보행 데크를 복원하면 남북으로 가장 강한 보행축을 형성해 남산에서 북악산까지 걸어서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 “북악산은 백두대간과 연결되고, 용산공원이 조성되면 남산과 한강이 연결되어, 백두산까지 생태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축을 세운상가가 잇는 셈이다.” 서울시는 세운상가가 복원되면 을지로 지하 공간과 청계천의 물길, 종로의 보행로와도 연결되어 한양도성 구도심의 공간 조직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행 친화 정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서울시는 ‘서울역 7017 프로젝트’를 통해 성 밖과 안을 잇고, 세운상가 활성화를 통해 남북 축을 이음으로써 도시의 중심 영역을 보행 공간으로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사업은 2단계로 구분해 추진된다. 1단계는 종로~세운상가~청계·대림상가 구간으로 기존의 노후화된 3층 높이 보행 데크를 보수·보강하고, 단절된 세운상가 가동~대림상가 구간의 공중 보행교를 복원해 입체 보행 네트워크를 조성하는 것이다. 2단계 구간인 삼풍상가~진양상가는 소유자와 주민 의견을 수렴한 이후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수립한다. 한편, 서울시는 이번 당선안을 바탕으로 지역 주민 대상 설명회 및 분야별 전문가와의 협의를 통해 설계를 구체화할 예정이며, 당선팀과 설계 범위에 대한 구체적인 협상을 진행한 후 6월 중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 The Hive 밀라노의 꿀벌과 생태적 상상력
    지난 5월 1일부터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지구 식량 공급, 생명의 에너지Feeding the Planet, Energy for Life’라는 주제로 ‘2015 밀라노 엑스포Milano Expo 2015’가 열리고 있다. 140여 개국이 참여한 이번 박람회는 건강한 삶을 보장하고, 안전한 음식을 모든 사람들에게 충분히 제공하며, 그와 동시에 보다 회복탄력적인 지구 환경을 만들 수 있는 방식을 찾고자 기획되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전 세계적 공통 담론을 형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박람회장 한 편에 이러한 주제와는 맞지 않아 보이는 공간이 하나 있다. 이 공간을 경험한 많은 사람들은 내부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와 예고 없이 꺼지고 켜지기를 반복하는 불빛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 이례적 공간은 지속가능성, 구체적으로는 식량과 자원을 주제로 한 이번 박람회와 어떤 관련이 있는 걸까? 벌통, 그 이상 이번 박람회에 참여한 국가 중 상당수가 기술적·공학적 연구 결과를 통해 지속가능한 식량 및 자원 공급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그에 반해, 영국 팀은 노팅험Nottingham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 볼프강 버트리스Wolfgang Buttress의 주도하에 ‘하이브The Hive’라 불리는 거대한 ‘벌통beehive’을 선보였다. 우리가 먹는 곡물과 과일의 3분의 1은 꿀벌의 수분에 의존한다.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만 보더라도 무려 71%가 꿀벌의 수분에 의존하고 있다. 그 중 사과, 딸기, 양파, 호박, 당근은 90%를 꿀벌의 수분에 의존하며, 아몬드의 꿀벌 수분률은 무려 100%에 달한다. 그린피스Greenpeace는 전 세계 꿀벌의 노동 가치를 373조 원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국내의 경우 꿀벌이 수분 작용에 기여하는 경제적 가치가 6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즉, 꿀벌이 사라진 세상에서는 우리 먹거리의 상당수가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중요성이 하이브의 모티브가 되었다. 생산자(식물)의 생산자(꿀벌)를 살려야 한다는 아주 간단한 계산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박람회장에서 이와 같은 수치적 내용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버트리스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꿀벌의 수에 대한 위기의식이 대두된 지는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러한 경험이 생태계의 상호 관계성과 꿀벌의 중요성을 인지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며 디자인 의도를 설명했다. 하이브에는 숫자와 관련된 내용은 전혀 없다. 단지 사람들이 꿀벌의 하루를 체험하도록 할 뿐이다. 꿀벌의 일상을 경험하다 벌통으로의 여행은 과수원에서 시작된다. 과일향이 가득한 과수원을 지나고 나면, 야생화로 가득한 초지를 만나게 된다. 사람들은 눈높이만큼 높게 자란 야생화가 가득한 길을 따라 걸으면, 마치 꽃 속에서 꿀을 채취하는 벌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직선 구역을 지나면 ‘벌들의 춤’ 구역이 나온다. 사람들은 직선으로 날지 않는 벌꿀처럼 잠시나마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지그재그로 이동하며 벌통(하이브)에 도달하게 된다. 32개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는 하이브에는 총 169,300개의 부품이 사용되었다. 대부분의 부품이 철골 구조를 만드는 데 사용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 철골 구조의 거대함에 이끌려 내부로 들어온다. 그러나 버트리스는 이런 물리적 요소보다 내부에서 들을 수 있는 청각 신호와 볼 수 있는 시각적 신호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였다고 밝혔다. 내부를 향해 소리와 진동을 전달하는 다수의 스피커는 노팅험의 한 벌통에 설치된 센서와 연결되어 있다. 실제 꿀벌들의 신호 체계에 대한 분석과 진동 정보가 혼합된 정보가 밀라노의 하이브 내부에 있는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변환되어 전달된다. 내부는 물론 외부를 밝히는 수천 개의 LED 전구 또한 노팅험의 벌통에서 꿀벌들이 만들어 내는 작은 진동에 반응한다. 전구 하나하나가 꿀벌 수백 마리의 움직임을 시시각각 전달하여 발광하는 것이다. 사실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는 것과는 전혀 다르기에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정말 꿀벌과 대화하는 것이냐”며 신기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귀가 간지럽다며 서둘러 빠져나가는 사람도 있다. 자꾸 깜빡거리는 전등을 보고 “고장난 것 아니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많다. 버트리스는 “이렇게 생물의 생명력을 과학과 예술을 통해 인간에게 전달하려는 시도가 잘 전달되지 않을 수도, 무의미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지금 저 멀리 수천 마일 떨어진 노팅험의 벌꿀이 모두 멸종된다면, 이곳 밀라노(의 하이브)에도 아무런 생명의 흔적이 없을 것”이라며 하이브가 꿀벌의 존재가 갖는 의미를 생각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지길 바랐다. 아인슈타인은 “지구상에서 꿀벌이 사라지면 4년 안에 인류도 멸종하게 될 것이다”라며 꿀벌이 전 지구적 환경과 인류를 존속시키기 위해 없어선 안 될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꿀벌의 수가 20~40% 감소하고 등 세계 도처에서 벌꿀의 밀도가 갑자기 감소하는 현상이 보고되고 있다. 관련분야의 과학자들은 해결책을 품종 개발 등의 기술 개발에서 찾고 있지만, 여러 환경 단체는 기후 변화, 농약 중독, 밀집 사육 등 꿀벌의 생장 및 활력에 영향을 주는 원인을 먼저 해결하지 않는 이상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기도 하다. 분명 원인은 복잡하고 해결책은 불분명하다. 영국 팀은 하이브를 통해 공기알만한 크기에 불과한 꿀벌이 전 지구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것처럼 6개월이 지난 시점에 하이브를 경험한 수많은 ‘인간 꿀벌’들의 크고 작은 생태적 상상력이 전 지구적인 변화로 이어지길 기대했던 것은 아닐까. 이번 박람회는 10월 31일까지 이어진다.
    • 양다빈
  • [시네마 스케이프] 말하는 건축 시티:홀 말하지 않는 경관
    9회 말 동점, 2루에 주자가 나가 있는 상황에서 안타 하나로 경기가 끝나면 누가 패배의 책임을 져야 할까? 끝내기 안타를 친 선수는 기사의 헤드라인을 장식하지만 마무리 투수는 패배의 원흉으로 비난을 받는다. 사실은 3시간이 넘는 경기의 고비 고비에 수많은 요인이 차곡차곡 쌓여 승부가 결정된 것인데도 말이다. 이처럼 한 경기의 승패에는 선수의 컨디션, 수많은 작전, 순간적인 판단, 크고 작은 실수가 숨어 있다. 준공된 지 2년이 넘은 서울시청사는 건립 과정부터 완공된 이후의 평가에 이르기까지 우호적인 시선을 찾아보기 어렵다. 사람 눈이 간사해서 이쯤 되면 익숙해질 법도 한데 측면의 사선 디자인은 여전히 거칠게 느껴지고 정면의 유리 곡면은 낯설기만 하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비슷한 프로젝트가 다시 추진된다면, 시간을 뒤로 돌릴 수 있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까? 최근 서울시는 굵직한 사업들을 연이어 계획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과거에 벌어진 일을 되짚어보면 무언가 얻는 것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서울시청사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2년 만에 다시 보았다. 서울시청사는 이명박 시장에 의해 현재의 부지에 건립이 결정되었고, 3천억 원의 공사비를 들여 2012년 10월에 준공되었다. ‘말하는 건축 시티:홀’은 시청사 준공을 1년 앞둔 시점부터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9회말 2아웃 상황에서 시작하는 영화는 당시 시공 현장에서 벌어진 리얼한 상황과 지난 7년간 서울시청사를 둘러싸고 일어났던 복잡다기한 이야기를 함께 담고 있다. 정재은 감독은 ‘고양이를 부탁해’(2001)에서 서울의 주변부이면서도 어디로든 출발할 수 있는 인천이라는 도시의 특성을 등장인물의 심리 상태에 탁월하게 투영한 바 있다. 영화 개봉 이후 도시와 건축에 관심 있는 이들은 영화 속 주요 공간인 월미도, 차이나타운, 여객터미널, 폐철도 등을 답사하고 연구하기도 했다. 서울시청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이전 작으로는 건축가 정기용의 삶의 마지막 1년을 담은 ‘말하는 건축가’(2011)도 있다. 서영애는 ‘영화 속 경관’을 주제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한겨레 영화 평론 전문 과정을 수료했다. 조경을 제목으로일하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으며 영화를 삶의 또 다른 챕터로 여긴다. 영화는 경관과 사람이 구체적으로 어떻게관계 맺는지 보여주며 인문학적 상상력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텍스트라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