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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티문화공원 Hongti Culture Park
    홍티둔벙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며 ‘도시공원 예술로 부산 홍티둔벙 프로젝트’라는 다소긴 이름을 가지고 있는 이 공공예술 프로젝트는 공원이라는 장소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예술가들의 작품을 체험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대지는 부산광역시 사하구의 장림공단 내에 있다. 장림공단은 서부산 지역의 최대 공단인 사상공단과 사하공단에 걸쳐 있는 한 부분이다. 이 공단 내에 공원 부지가 공터로 남겨져 있었다. 앞으로는 낙동강 하구의 홍티포구와 인접해 있고, 뒤쪽으로는 아미산이 배경으로 펼쳐져 있다. 아미산에 올라가면 강과 바다가 만나는 낙동강 하구의 퇴적된 모래톱과 철새, 낙조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다.공주, 함양, 계룡에서 진행되었던 ‘도시공원 예술로’ 프로젝트가 기존의 공원에서 예술 행위를 기획하고 작품들을 전시했다면, 부산의 경우는 달랐다. 공원 부지는 체육공원으로 인가만 나 있었을 뿐, 실상 인근 공장들의 화물 적치장으로 방치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 이전에는 부재했던 장소의 정체성을 만드는 것이 프로젝트의 주요 목표가 되었다. 공단 근로자들이 쉬고 체육 활동을 할 수 있는 일반적인 공원이라기보다는, 당시 공사 중이던 홍티아트센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 예술활동을 펼칠 수 있는 예술 플랫폼을 제안했다. 프로젝트의 제목은 ‘사구둔벙’이라는 간단한 이름이었는데, 낙동강 하구의 아름다운 모래톱의 이미지를 어떻게 사람들이 땅의 예술을 통해 경험하게 할 수 있을 까 하는 상상에서 출발한 것이다. ‘사구’란 모래언덕을 뜻하고, 둔벙은 예전에 농사를 짓기 위해 물을 가두어두었던 물웅덩이를 지칭한다. 여기서는 모래언덕을 가두고 있는 사각형의 공간이 된다. 그리고 그 사각형의 공간들 사이에 ‘두렁길’을 두어 사람들이 모래 공간을 여기저기 누빌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공원을 조성하는 것이 본래 의도였던 부산시 및 사하구와 몇 번에 걸친 협의 끝에 사구둔벙의 개념은 잔디와 나무에 둘러싸인 공원의 모습으로 점차 변화되었다. 기획자와 부산시가 프로젝트의 본래 취지나 행정 사항, 실행 방법을 두고 사사건건 대립하다 보니, 실행과정에서 정작 현재 주민의 삶을 찬찬히 관찰하고 그것들을 공공예술의 영역으로 흡수하려는 노력이 많이 미흡했다. 올 봄에 프로젝트를 보러 부산에 내려간 평론가들의 일침도 기껏 예쁘게 만든 장소에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계절이 바뀌면서 다행히 공원 곳곳에 녹음이 우거지고, 근처의 노동자들이 일과 중 휴식을 취하기 위해 두렁길을 어슬렁거리기도 한다. 손몽주 작가의 ‘바람의 드로잉’에는 공단 근로자들과 워크숍을 한 결과물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지난 늦가을에는 인근 다대포에 거주하는 작가들이 부산문화재단과 함께 ‘SAHA 沙下’전을 시작했다. 크지는 않지만 작은 움직임들이 좀 더 활발하게 홍티둔벙을 채우고 있다. 고립된 입지이기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리겠지만, 홍티아트센터가 홍티둔벙을 앞마당처럼 잘 사용하여, 이 프로젝트의 결과는 성공적일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다. 건축가의 시각을 가진 기획자의 장점은 땅의 가능성을 잘 살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 기획자로서 이리저리 이끌려 다니며 부대끼면서 초기의 의도가 변경된다 하더라도, 건축가라는 ‘종’은 일말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다(건축가가 뛰어난 ‘종’이라서가 아니라, 건축 프로젝트가 건축가를 단련시킨다). 여기서의 가능성은 낙동강 하구의 자연생태계, 아미산 전망대와 이어지는 산책로, 이전에 이 일대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아트팩토리인 다대포의 작가들 그리고 홍티아트센터다. 이 프로젝트는 부산 ‘홍티문화공원’의 공사가 끝나서 완성된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기획 장영철·전숙희(와이즈 건축) 조경설계 윤성융(서호엔지니어링) 자문 강영조(동아대학교 조경학과) 시공 대덕조경 예산지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부산광역시 위치 부산광역시 사하구 다대동 1608번지 대지면적 6,787.1m2 건축면적 754.84m2 작품설치면적 5,700m2 완공 2014 장영철은 홍익대학교를 졸업하고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에서 수학했다. 이로재, 스티븐 홀 아키텍츠(Steven Holl Architects), 라파엘 비뇰리 아키텍츠(Rafael Vinoly Architects)에서 실무를 하고, 현재는 전숙희와 함께 와이즈 건축을 운영하고 있다. 파주 출판단지 마스터플랜 디자인 가이드라인 매뉴얼 작성, 링크드 하이브리드(LinkedHybrid in Beijing), 브루클린 어린이 박물관(Brooklyn Chidren’sMuseum in New York) 등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전숙희는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프린스턴 대학교(Princeton University)에서 수학했다. 이로재, 과스메이 시겔 앤 어소시에이츠 아키텍츠(GwathmeySiegel & Associates Architects)에서 실무를 하고, 현재는 장영철과 함께 와이즈 건축을 운영하고 있다. 웰콤사옥, 3 Trees House, 에반스 레지던스(Evans Residence), 마이애미 현대미술관(Museum ofContemporary Art in Miami) 등에 참여했다. 윤성융은 1975년생으로, 동아대학교에서 조경을 공부하고 우대기술단조경사업부에서 실무를 시작했다. 중국 베이징 공업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에서 건축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디알에이디자인그룹 베이징사무소를 시작으로 설계사무소를 설립해 현재는 서호엔지니어링의 대표로 베이징, 서울, 부산에 사무실을 열고 활동하고 있다. 이후 동아대학교에서조경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동 대학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중국 탕산테마파크, 충칭 선녀산 테마파크, 베이징 삼성타워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한국을 비롯한 해외 각지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조경을 통한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 장영철·전숙희, 윤성융 / 와이즈 건축 + 서호엔지니어링
  • 포 하버 루프 파크 Four Harbour Roof Park
    포 하버 루프 파크는 로테르담 시내 중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포 하버Four Harbours’라 불리는 길쭉한 띠 형태의 완충 지대를 개발한 공원이다. 이 프로젝트에서 주어진 임무는 85,000m2의 면적 내에서 오피스, 상업, 교육 시설을 시민 공원 및 제방과 통합하여 개발하는 것이었다. 이 개발은 로테르담의 가장 중요한 도로 중 하나인 ‘파크 레인Park Lane’을 따라 새로운 랜드마크를 만들고 항구가 도시로 변화하는 데 촉매제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게다가 주변에 위치한 보스폴더Bospolder 근린주구는 녹지가 부족했던 터라 공원이 조성되어 환경의 질이 향상되었다. 옥상 공원은 복합적인 지형을 이용해 다양한 용도의 공간을 집중적으로 형성한 사례다. 고도 제한, 안전 문제, 좁은 형태의 지형, 기후 조건, 공사 관련 요구 사항 등 많은 제약 조건을 극복하면서도 접근이 자유로운 녹색 공원을 만드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였다. 포 하버 루프 파크는 주변 환경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옥상 공원은 아래쪽에 자리한 제방과 상업 시설로 인해 완만한 계단식의 흥미로운 지형을 가지고 있다. 공원의 동쪽과 서쪽 부근은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공원의 동쪽 면은 지상 8m 높이로 상업 시설 위에 위치하며, 반대쪽은 두 단으로 나뉘어 인근 주거 지역과 연결된다. 상업 시설의 위에 위치한 동쪽 구역은 도시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반면, 반대쪽은 키가 큰 나무를 식재해 자연적인 분위기를 형성했다. 공원의 정문은 보스폴더 주거 지역의 가로 체계와 연계되며 지상 레벨의 가로에서부터 높이 올라간 공원의 가장자리 부근까지 연결하는 길을 형성한다. 공원의 머리와 꼬리 부분에 형성된 계단은 파크 레인과 연결되어 항구 지역을 새롭게 바꾸고 있다. 선형의 길과경사지는 주변 지역에서 옥상 공원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며, 공원의 높은 곳에서부터 낮은 곳까지 계속 이어지는 중심축은 다양한 공원 요소를 연결시키는 역할을 한다. Landscape Architect Buro Sant en Co Architect Butzelaar CS Client Municipality of Rotterdam Location Rotterdam, Netherlands Area 85,000m2 Completion 2014 Photographs Buro Sant en Co, Stijn Brakkee 뷰로 상트 앤 코(Buro Sant en Co)는 1990년 모니크 데 베테(Moniquede Vette)와 에드윈 산타젠스(Edwin Santhagens)가 설립한 조경설계사무소다. 도시 경관 프로젝트를 전문 영역으로 삼고 다양한 유형의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뷰로 상트 앤 코는 프로젝트가 갖고 있는 각각의 문제에 대해 물리적·사회적 맥락과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고려해 고유의 설계 해법을 제공한다.
    • Buro Sant en Co / Buro Sant en Co
  • 하르디네스 델 로스피탈 엔 발렌시아 Jardines del Hospital en Valencia
    한때는 병원 단지였지만 현재 발렌시아의 주요 도서관으로 이용되고 있는 ‘발렌시아 공공 도서관Public Library of Valencia’의 기존 정원을 재정비하는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목표는 정원 전체 구역을 통합적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이 정원은 무려 15세기 초에 세워진스페인의 주요 종합 병원 단지 중 한 곳이었던 오스피탈 데 로스 포브레스 이노센테스Hospital de los Pobres Inocentes가 1974년 철거된 자리에 조성되었다. 병원단지가 철거된 자리에는 병원 건물의 익랑transept(현재는 공공 도서관으로 이용), 병원 경내 예배당Capitulet, 15세기 초 병원에 연결되어 있던 16~18세기의 작은 산타루치아 성당Chapel of Santa Lucia만이 남아 있었다. 기존 정원은 보행로보다 약간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철거되지 않은 병원 건물의 판석과 맞닿아있었다. 정원에 식재된 서로 다른 종의 나무와 곳곳에 산재한 고고학적 유산이 장소의 개성을 보여주고 기하학적 형태의 흙길이 외부와 정원의 경계를 표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정원의 보존 상태가 악화되고 정원 주변에 일러스트 박물관Museum of Illustration이 세워짐에 따라 정원에 전반적인 개선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정원의 개선 작업 과정에서는 크게 두 가지 사항이 강조되었는데, 먼저 정원을 포함한이 오픈스페이스가 오래된 병원 건물이 철거된 장소라는 점과 현재 남아있는 건물들도 철거된 병원 건물의 일부분이라는 점이다. 먼저 한 가지 재료를 사용하여 바닥을 그리드 형태로 조직하면서 정원 개선 작업을 시작했다. 작은 현무암 조각으로 만든 바닥 포장재가 일종의 태피스트리tapestry처럼 기하학 형태로 배치되었으며 정원의 중심축을 구성한다. 정원의 선큰 구역 역시 바닥을 잔디 등으로 덮지 않고 태피스트리 카펫으로 포장했다. 이곳은 오렌지나무 광장으로 꾸며지며 정원 전체에 산재해있던 고고학적 유산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안전한 구역으로 이용된다. Architect Guillermo Vázquez Consuegra(documentation &direction of works) Technical Architect Marcos Vázquez Consuegra, Javier Estelles Collaborator Romeck Kruszewski, Gabriel Verd, Pedro Lara yAlberto Altini, Kristian Solaun y Elena Vilches(documentation)Juan José Baena, Teresa Galí(direction of works) Structure Eduardo Martínez Moya(Edartec Consultores) Service Insur-JG, S.L. Contractor Midascon(1st phase), Comsa-Elecnor(2nd phase) Client Diputación de Valencia(1st phase), Conselleria d’obresPubliques, Urbanisme i Transports -Generalitat Valenciana(2ndphase) Location Valencia, Spain Area 26,320 m2(1st phase: 8,720m2, 2nd phase: 17,600m2) Total Cost 4,857,131€ Documentation 1999(1st Phase), 2006(2nd Phase) Construction 2001(1st Phase), 2009~2013(2nd Phase) Photographs Alfonso Legaz, David Frutos, David Zarzoso, Guillermo Vázquez Consuegra arquitecto 길레르모 바스케스 콘수에그라(Guillermo Vázquez Consuegra)는1972년 세비아 대학교 건축대학(School of Architecture of Seville)을졸업하고 길레르모 바스케스 콘수에그라 아키텍토를 운영하면서 동 대학교에서 1987년까지 교수로 재직했다. 2005년에는 세비아 대학교의명예교수로 추대되었다. 베니스 비엔날레(1980, 2004), 밀라노 트리엔날레(1988) 등의 국제 행사에 참가했으며 퐁피두 센터(1990), 시카고 미술관(1992), MoMA(2006) 등에서 작품을 전시했다. 2014년 미국건축가협회(The American Institute of Architects, AIA) 명예펠로(honoraryfellow)로 추대되었다.
    • Guillermo Vázquez Consuegra arquitecto / Guillermo Vázquez Consuegra arquitecto
  • [칼럼] 잡지를 만드는 어떤 방식
    아는 사람은 아는, 『연필 깎기의 정석』이라는 책이있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만화가이면서 연필 깎기의 장인을 자처하는 데이비드 리스가 쓴 책이다. 내용은 제목 그대로다. 어떻게 연필을 ‘날카롭게’잘 깎을 것인가! 주머니 칼, 외날 휴대용 연필깎이, 다구형 휴대용 연필깎이, 이중날 회전식 연필깎이 등 다양한 도구를 이용해 연필 깎는 방법을 소개하는데, 완독은 달랑 2시간이면 충분하다. 작가는 “닳아서 뭉툭해진 연필 촉을 깎는 것은 그만의 독특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쉽게 비유하자면 보석을 닦아서 더 반질반질 윤이 나고 원래의 완벽한 형태가더 잘 드러나도록 하는 일과 비슷하다”며 연필 깎는 행위에 콧기름을 바른다. “인간이 만든 이 단순한 물건(연필)은 개인의 권능을 배가시킨다”고 어느 공학 칼럼니스트가 말했다지만, 그래봤자 하찮은 연필 깎기 따위가 뭐라고. 하지만 천성이 ‘호갱’과라 책을 읽은 뒤 한동안 연필 깎는 재미에 빠졌다. 솔직히 말하면 다양한 형태의 연필깎이 모으는 재미를 누린 거지만. 얼마 전 우연히 인사를 나눈 한 건축가가 이런 질문을 던졌다. “어떤 잡지를 만들고 싶으세요” 우물쭈물하다 던진 엉성하고 짧은 답이 이랬다. “혹시 『연필 깎기의 정석』이란 책 보셨나요? 어떤 잡지를 만들고 싶다기보다, 그런 방법으로 잡지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 덜 떨어진 이상주의. 절지류 더듬이만큼 감각을 가동해도 생존할까 말까인 게 흔히 말하는 상업 잡지의 숙명인데, 한가롭게 연필심이나 다듬는 스탠스를 입에 올리다니. 맞다. 한 달단위의 상업 매거진을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꾸미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실시간으로 전개되는 엔터테인먼트 소식을 부모님 안부 묻듯 챙겨야 하고, 유명 해외 도시 통신원을 써서라도 인구 서베이하듯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확인해야 하고, 브랜드들의 제품 프레젠테이션 행사에 쉼 없이 출석 도장을 찍어야 하고, 시즌마다 열리는 패션 컬렉션에 기자를 보내 두 계절 앞선 스타일 동향을 곳간에 쌓아둬야 안심이 될까 말까다. 노출 빈도가 빈번해진 배우 차승원과 최지우가 같은 소속사에 몸담고 있다는 디테일은 기본, 요즘 트렌드의 최고봉인 ‘먹방’ 프로그램에 등장한 셰프 몇몇과 안면 정도는 트고 있어야 기자들과의 기획회의에서 말발이 선다. 직접 라임을 타진 못해도, ‘언프리티 랩스타’ 파이널 라운드에 치타와 제시와 육지담이 올랐고 최종 우승은 치타의 차지였다는 걸 줄줄 꿰고 있으면 반 발자국 앞선 안도를 누릴 수 있다. 정리하면, 상업 잡지의 최전선에서 승리하려면 링 위에 오른 복서처럼 전신의 감각이 팽팽하게 살아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것도 당대의 복서 매니 파퀴아오처럼. 흥미로운 건 이 ‘어마무시’한 각축장에도 역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전문지가 아닌 종합지의 독자는 말 그대로 이동 타깃이다. 연령대와 성별 정도만 거칠게 가를 뿐 나머진 복불복이다. 전문지가 해당 분야의 선도적 담론 앵글에 전력 투구를 한다면, 종합지는 다양한 길 앞에서 서성거리는 운명을 타고 난 셈이다. 매 호마다 빠지지 않는 고명 같은 기사 소스가 연예인인 건 그 때문이다. 아무리 둘러봐도 이만한 만인의 관심사는 없으니까. 상업지의 꽃이라 불리는 여성 패션지 발행일 직전의 포털사이트에는 각각의 매체가 진행한 연예인 화보가 경쟁하든 디지털 가판에 늘어선다. 아쉬운 건, 한때 ‘기사의 꽃’이라 불렸던 스타 화보의 감도를 좀체 찾을 길 없다는 점이다. 사진에 찍힌 워터 마크를 지우면 이게 어느 매체의 결과물인지 알 방법도 없다. 상업적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전방 공격수로 연예인을 내세웠지만, 골 결정력은 계량되지 않는다. 다른 어느 장르보다 트렌드에 민감해야하는 상업지의 요즘은, (주관을 잔뜩 묻혀 전하면) 그래서 더 재미없다. 회고조로 읊자면, 그래도 얼마 전까지는 매체 각각의 개성이 묻어나던 시절이었다. 필드 위에서 기사 소스를 묻고 찾던 시절이었다. 물론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요즘 기사 소스의 베이스 캠프는 포털과 케이블 TV와 SNS인 게 현실이다. 트렌드를 좇는다고 천지 사방을 누볐지만 그게 사실은 모니터 속 포털 화면이거나 리모컨으로 핸들링한 케이블 TV이거나 엄지로 재단한 SNS 세계인것. 역설은 여기서 생겨난다. 누굴 찍어도 흔하고 뻔한 화보로 귀결되듯, 차별적 경쟁을 위해 진행한 기사의 결과 역시 도긴개긴인 것. 그 와중에 세 개의 베이스 캠프에서 조성된 트렌드에선 인공 감미료 맛이 풍긴다. 복기하면 그 획일적 맛을 매체가 각자 취향을 앞세워 따로 느낀다고 생각할 뿐, 아예 트렌드는 존재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 물론 시장에서의 생존을 위해 연예인과 트렌드라는 두 축을 다루지 않을 도리는 없다. 월간 『인터스텔라』가 아닌 다음에야, 우리 모두는 지구라는 행성에 발붙이고 종이 잡지와 운명을 같이 하는 중이니까. 단지 바람이 있다면 잡지 볼륨의 한 귀퉁이에라도, 연필을 어떻게 깎아야 잘 깎는 것인지 말할 수 있으면 하는 것이다. 두툼한 트렌드 기사와 셀레브리티 화보를 앞세워 많이 팔리는 잡지도 필요하지만, 어디에도 없는 생각을 전하는 한 페이지짜리 기사가 ‘앙꼬’처럼 곳곳에 숨어있는 잡지도 필요한 거 아닐까. 오로지 흥미본위뿐인, 팔리기 위해서라면 도핑도 불사할 것 같은 요즘 상업지 시장에서 딱 낙오될 소리라는 걸 모르는 게 아니다. 잽을 잘 치는 복서가 훅 한 방에 승부를 거는 복서보다 유능하고 매력적이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지 않은가. 문일완은 남성지로 입문해 여성 패션지, 종합지, 현재의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에 이르기까지 20년 넘게 잡지를 만들고 있다. 경력의 대부분을 남성 라이프스타일을 다루는 일로 채웠지만, 정작 남자들의 본능적 로망으로 불리는 시계, 자동차, 패션 등엔 별 관심이 없다. 김성근 야구와 혼자 영화보기, 그래픽 노블과 르포물을 사들이는 게 최근의 낙이다.
  • [에디토리얼] 조경비평 봄
    ‘조경비평 봄’이 열 번째 봄을 맞았다. 유난히도 추웠던 2005년 이른 봄에 첫 모임을 가졌고, “아, 어서 봄이 왔으면!”이라는 누군가의 탄성에서 모임이름을 땄다. 초창기 문서에 활자로 남아 있는 ‘조경비평 봄’의 지향점은 “조경 비평의 실천 환경 구축, 조경 담론의 생산 기지 조성, 조경 이론과 실천의 연결, 조경과 사회의 상호 개입을 위한 네트워크 조직, 조경 비평의 유통과 저장을 위한 매체 실험”이다. 네 명으로 단출하게 출발했지만, 열 번의 봄을 거치며 이십대 후반부터 오십대 중반에 이르는 여러 세대 스물두 명의 모임으로 성장했다. 고민과 토론의 성과를 모아 『봄, 조경 사회 디자인』(도서출판 조경, 2006), 『봄, 디자인 경쟁시대의 조경』(도서출판 조경, 2008), 『공원을 읽다: 도시 공원을 바라보는 열두 가지 시선들』(나무도시, 2010), 『용산공원: 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 출품작 비평』(나무도시, 2013), 네 권의 책을 펴냈다. 우리 조경계에서 비평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은 비평의 역할을 다룬 몇 편의 글과 논문이 발표된 1990년대 초반에 시작됐다. 그러나 공론장을 통해 초보적이나마 비평이 실험된 것은 1998년의 『Locus』 창간호가 처음이다. “작품의 빈곤, 이론과 비평의 부재 속에서 허덕여 온 한국 조경의 문제를 비평의 장을 통해 해소하며, 현실과 대화하는 조경 비평의 실천 환경을 구축한다”는 선언과 함께 “조경의 대안적 담론 공간”을 자임하며 출간된 『Locus』는 “조경과 비평”이라는 부제를 단 2호(2000년) 이후 아쉽게도 명맥을 이어가지 못했다. 『Locus』가 마주했던 가장 큰 난관은 비평 전문 독립 저널로 자립하기 힘든 여건과 구조였다.『Locus』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조경비평 봄’은 지속가능한 비평 환경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았다. 첫 번째 전략은 저널이 아닌 단행본 출판이었다. 비평의 생산을 위한 독립 지면을 확보하여 보다 안정적으로 독자와 소통할 수 있는 방향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그 결과 ‘조경비평 봄’의 이름을 단 네 권의 단행본을 대략 2년 간격으로 선보일 수 있었다. 두 번째 전략은 잠재 인력의 발굴과 신진 인재의 양성을 통해 비평가 풀을 넓히는 것이었다. 초창기 구성원의 추천으로 몇몇 조경 이론·역사학자, 조경가, 언론인이 모임에 동참했고, (때로는 『환경과조경』의 주최와 후원으로, 몇 차례는 자체적으로) 매년 ‘조경비평상’을 열어 젊은 필진을 키우고자 했다. 이 상을 통해 ‘조경비평 봄’에 동승한 신진 비평가가 아홉 명에 이른다. 얼어붙은 출판 시장에 도전하며 네 권의 책을 내는 가시적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2015년 봄의 ‘조경비평 봄’은 소강 상태를 겪고 있다. 지속가능한 비평활동의 가장 큰 동력이라 할 수 있는 피드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대상 작가와 독자의 반응은 비평을 성립하게 하는 토대다. 원론적인 이야기이지만, 비평은 ‘창작→작업·작품→경험·감상→비평→창작’이 순환되는 소통의 구조 안에서 작동할 때 의미를 보장받는다. 이 순환 고리의 각 부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비평은 외마디 외침처럼 공허할 뿐이다. 한국 조경의 현실이 아직 비평을 요청하지 않는 수준에 머물고 있거나 비평을 잉여의 사치 정도로 받아들이기 때문일까. “작가도 없고 작품도 없고 사회적 인정도 없는데 도대체 비평이 어떻게 성립할 수 있고, 그것이 무슨 의미를 지니는가” 비평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한국 조경 비평의 역사가 20년을 훌쩍 넘어선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무반응의 원인을 조경계와 독자의 무관심에서만 찾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 지난 10년간 ‘조경비평 봄’이 주력했던 단행본 중심의 활동이 도리어 비평가와 작가, 비평가와 독자, 비평가와 대중 사이의 활발한 쌍방향 소통을 어렵게 했을 가능성이 크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공모전과 프로젝트를 해내기에 급급하던 물량주의 조경에 반성을 촉구하고자 했던 『봄, 디자인 경쟁시대의 조경』, 보다 대중적인 시선으로 조경과 사회적 가치의 접촉면을 넓히고자 했던 『공원을 읽다』, 다층적 역사와 의미가 복잡하게 뒤엉킨 한 프로젝트를 심층 조명함으로써 조경의 사회적·정치적 개입을 꾀했던 『용산공원』은 완전히 다른 의도로 기획된 책이었다. 그러나 피드백의 공백, 반응의 진공 상태는 마찬가지였다. ‘조경비평 봄’의 매체 전략에 교정이 필요함을 반증한다. 지난 4월 초에 열린 본지 편집위원 회의에서는 저널리즘과 비평을 주제로 다양한 의견이 오고갔다(이번 호 뒷부분에 짧게 줄여 싣는다). 편집위원들은 비평 대상의 다층화와 비평 형식의 다각화라는 이슈를 놓고 차수를 바꿔가며 새벽까지 논의를 이어갔다. 한 달 내내 『환경과조경』과 ‘비평(가)의 자리’라는 숙제가 머릿속을 떠다닌다. 2014년의 리뉴얼 이후 『환경과조경』은 게재 작품이나 공모전에 대해 적어도 한 달에 한 편 이상의 비평을 싣는 편집 원칙을 지키고 있다. 되도록 외부(의 신진) 필자에게 비평을 청탁하고 있지만 본지 기자가 작품을 읽거나 인터뷰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고 동료 조경가가 평문을 쓰거나 대담을 진행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형식을 실험하고 있다. 그러나 ‘조경비평 봄’의 경우와 크게 다를 바 없이 『환경과조경』의 비평에도 작가나 독자의 후속 반응이나 토론이 이어지는 경우는 매우드물다. 비평의 생산뿐만 아니라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플랫폼이 필요함을 절감한다. 이 쉽지 않은 숙제를 함께 풀어갈 신인을 초대한다. 이번 봄에도 『환경과조경』은 ‘조경비평상’을 연다. ‘조경’을 주어로 고민 중인 예비 비평가들에게 조경을 묻고자 한다.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갈 ‘조경비평 여름’을 기다리며 ‘조경비평 봄’이 심사를 맡는다. 마감은 7월 1일이다.
  • [CODA] 잃어버린 낙원, 원명원
    낙원paradise은 ‘여기here’가 아닌 ‘또 다른 세계another world’를 의미한다. 지금 내가 발붙인 곳이 아닌 어딘가 다른 곳을 의미하는 낙원이란 말에는 이미 상실의 정서가 내포되어 있다. 그러니 잃어버린 낙원이란, 우리의 상실감을 자극해 ‘낙원’에 대한 그리움을 한층 애틋하게 만든다. 원명원은 중국의 원림 예술이 이미 무르익었던 명·청 원림의 성과를 집대성한 제왕의 궁원이다. 강희제가 ‘최초 원명원’을 옹정제에게 내려준 이래로, 청나라의 전성기인 소위 ‘강건성세’(강희, 옹정, 건륭 134년에 걸친 시기)를 지나 중국이 서구 열강과 충돌하는 도광제, 함풍제 재위기에 이르기까지 원명원은 끊임없이 조영되었다. 청조의 다섯 황제는 500에이커(약 61만 평)가 넘는 땅 위에 100여 개의 전당과 정자가 이루는 ‘낙원’의 풍경을 창조했다. 그러나 원명원은 1860년 영국-프랑스 연합군에 의해 약탈당하고 불살라졌으며, 동치제가 그 일부를 복구했으나 다시 8개국 연합군에 의해 훼손되었다. 중화민국 이래로는 도시화와 현대화에 따른 파괴가 이어졌다. 원명원 약탈은 1970년대 원명원 복원의 움직임이 시작되고서야 비로소 멈추게 된다. 『잃어버린 낙원, 원명원』(도서출판 한숲, 2015)은 지금은 폐허로 남은 원명원을 중국의 원림사와 문화사, 근현대 정치사를 넘나들며 글로 복원하는 흥미로운 책이다. 저자인 왕롱주는 중국에서 태어나 타이완과 미국에서 공부하고 가르치는 역사학자다. 이 책의 초판은 미국에서 영어로 먼저 출간되었고, 이후 타이페이와 중국에서 중국어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애초에 저자가 영어로 책을 썼다는 것은 다분히 서구의 독자들을 겨냥한 저술 의도가 있었다고 추측하게 한다. 이 책에는 서구 제국주의에 휘말린 원명원의 운명에 슬픔과 분노를 느끼면서도 동시에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를 객관적이고 담담하게 제시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물론 역사적 사실의 선택과 배치에서 우리는 저자의 메시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예를들어 화친이 맺어진 날에도 방화가 여전히 계속되었음을 논증한다거나, 영국-프랑스 연합군이 원명원을 약탈한 것을 정의의 이름으로 비판했던 빅토르 위고가 원명원의 ‘약탈품’을 소장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기술하는 장면에서는 서구의 패권주의와 이중적 태도에 대한 냉소를 느낄 수 있다. 서태후(자희 태후)에 대한 기술도 흥미롭다. 함풍제와 서태후의 유명한 로맨스도 원명원에서 시작된다. 청나라를 40년간 지배했던 그녀는 아편전쟁 이후 파괴된 원명원을 재건하려는 욕망을 억누를 수 없었다. 서태후는 군함을 구매하기 위한 자금을 가로채 청의원 보수를 위한 경비로 충당했다. 물론 그녀가 세계사의 거대한 조류 속에서 중국의 운명을 홀로 바꾸기는 어려웠겠지만, 자신의 향락과 원명원에 대한 애정으로 중국을 더 큰 위험에 빠뜨렸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사의 아이러니는 현재 중국의 대표적인 정원으로 이화원을 남겼다. “크게 보면 이화원은 청의원을 보수한 것이지만, 청의원 본래의 설계를 개선하여 모든 건물과 풍경을 극도로 세밀하게 일치시켜 전체적인 공간의 완전성을 추구했다. 정원의 바위는 예술적으로 쌓아올렸고, 그림 같이 자연스런 배경과 시적 상상력을 자아내는 인공 건축은 정교하게 안배했다. 그것이 지금의 이화원이다.” 원명원을 둘러싼 여러 인물들의 욕망과 일상에 대한 묘사는 지금은 없는 이 낙원에 생생한 숨결을 불어넣는다. 원명원이란 문화 유적을 둘러싼 중국 학계의 논쟁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80년대 한껏 고양된 애국심은 원명원의 대대적인 복원에 관한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과연 복원을 해야 하는지부터 복원에 들어가는 천문학적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까지 많은 논란이 있었고 합의를 끌어내기 어려웠다. 그때 왕즈리란 인물이 “원명원의 건축 역사에서 설계의 변동은 늘 있었던 일”이라고 일깨우며, 전체 포국은 유지하면서 “낡은 건축을 현재의 필요에 알맞게 리모델링하는 것을 원칙으로 제시”했다. 시대와 생활에 맞게 설계 변동이 있었던 역사 유적이 비단 원명원뿐은 아니리라. 우리도 파괴되고 훼손된 전통 건축을 복원하는 것이 좋은지, 복원한다면 어떤 시점을 원형으로 삼아 복원하는 것이 좋은지, 또 한 시점의 복원을 위해서라면 이후의 역사적 흔적은 없애는 것이 옳은지 늘 논쟁거리다. 원명원의 복원뿐만 아니라 재현의 문제도 떠올랐다. 중국 저장성에 이번 달 실물크기의 복제 원명원, ‘원명신원圓明新園’이 문을 열 예정이라고 한다. 이 원명신원이 처음 계획될 당시부터 반대했다는 실제 원명원 측은 “원명원은 문화유산 자원으로 유일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복제가 불가능하다”면서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한다.1 원명원을 재현(복제)하려는 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7년 홍콩부근의 도시 주하이는 서양루, 구주청안, 방호승경을 모방하여 원명신원을 지었다. 그리고 이 원명신원의 첫해 수입은 1.6억 위안이 넘었다. 이러한 상업적 성공은 새로운 논쟁에 불을 붙였다. “이 제왕 궁원을 완전하게 복원할 수 있는가? 아니면 불가능한가” 복원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역사가나 건축가 할 것 없이 모두현대화 속에서 어떻게 본래 유적을 보호할 수 있을지 의문을 표했다. 『잃어버린 낙원, 원명원』의 저자 왕롱주는 강한 목소리로 말한다. “전통 건축과 원림 공예의 최고 수준의 기술은 이미 알 수 없게 되었다. 비록 자금이 충분하면 언제라도 잃어버린 궁원을 다시 세울 수 있지만, 잃어버린 기예는 다시 되찾을 수 없다.” 저자는 원명원 유적 공원이든 복제 원명원이든 상업주의의 위협에 맞서 완전하게 예술적 품위를 재현할 수 없다면 차라리 지금 상태를 온전히 보존할 것을 주장한다. 그것이 역사가인 저자가 제시하는 역사와 대면하는 진정한 방식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도서출판 한숲에서 직접 편집한 첫 번째 단행본이란 의미가 있다. 편집자는 책의 첫 번째 독자다. 지난 몇 달간 원명원이라는 커다란 세계에 한 걸음씩 다가가는 즐거움이 있었다. 반면 끝도 없이 이어지는 건축물과 사람들의 이름에 편집의 속도를 내지 못하기도 하다가, 원명원이 중국의 근현대사와 맞물리는 부분에서는 원명원의 운명 속으로 빠져들면서 서구의 침탈에 함께 분노하기도 했다. 때로는 중국식 한자의 벽 앞에서 좌절(!)을 느끼기도 했지만, 우리에게도 익숙한 문화의 원형을 발견했을 때의 즐거움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책 한 권을 오래도록(?) 붙잡고 있는 느린 편집자를 진득하게 기다려준 디자이너와 편집장님, 번역자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지금은 한동안 함께 했던 원고를 인쇄소에 보내놓고, 새로운 독자 품으로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마치 잠시 맡아 기르며 정붙인 아이를 입양 보내는 심정이랄까. 부디 두루 사랑받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편집자의 서재] 경관의 미래 도구, 디바이스, 그리고 건축적 발명들
    여기 이상한 도구를 뒤집어쓰고 있는 우리의 꼬맹이가 있다. 꼬맹이는 지금 굉장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오른손에 설치된 카메라는 개미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을 촬영하고 있으며, 왼손의 카메라는 지면의 풀과 나뭇잎, 작은 모래알 등을 촬영한다. 이 모든 이미지가 한 화면으로 조합되고 꼬맹이의 머리를 덮고 있는 빨간 헬멧으로 전송된다. 조금 전 꼬맹이의 손은 1cm 남짓 움직였지만,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마치 10m를 이동한 것 같다. 굉장히 느린 걸까, 굉장히 빠른 걸까(그림1). 눈속임에 불과할지 모르는 이러한 ‘인지력 확장 기술’이 다음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할 수 있을까? “랜드스케이프…, 그게 도대체 뭐야”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1년 남짓 조경 잡지사에서 근무했다는 놈이 질문 수준하고는….’ 근데 솔직히 가슴에 손을 얹고 얘기해보자. “이거야!”라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 답은 많은 사람의 동의를 구할 수 있을까? 그나저나 이 랜드스케이프란 단어, 참 여기저기 잘 붙어 다닌다. 어떤 미드를 보니, (물론 맥락이 참 많이 다르다) 살인 현장을 설명할 때도 이 단어를 쓰더라. 『환경과조경』에서도 이 단어가 등장할 때, 나를 포함한 몇몇이 긴장하기도 한다. 과연 이 단어를 ‘경관’이라고 번역해도 되냐는 문제에 맞닥뜨리기 때문이다. 지금 이 책의 제목을 저렇게 번역해 놓아도 될까 싶다. 랜드스케이프든 경관이든 참… 애매~하다.조금 다른 얘기가 될 수 있겠지만, 조경학과를 졸업한 사람들이 “뭐하고 먹고 살지”라는 고민을 내뱉는 이유의 하나가 여기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 4년 (본인 역시 제대로 공부한 적도 없지만) 이 경관이란 것에 뚜렷한 실체가 없다는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으니, 해당 분야에 대한 접근 자체를 망설이게 된다고나 할까 그러던 중, 제프 마노Geoff Manaugh가 이런 질문을 던졌다. “다빈 씨, 혹시 아주 미묘하고 오묘한 방식으로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게 도와주는 렌즈나 필터, 디바이스, 혹은 중간 다리 격의 도구가 기존의 공간설계(경관 디자인 혹은 조경)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본적 있어요? 새로운 공간을 조성하지 않더라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시각적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말이죠.” 책 속의 여섯 가지 인터뷰에 공원이나 정원 같은 조경의 주요 대상지가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우리가 흔히 경관(조경)이라 부르는 눈앞의 공간이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어떤 ‘물리적 눈’을 가지고 세상을 볼 수 있느냐가 미래의 경관을 구성하는 요소이자 경관의 미래 자체가 될 수 있다. 인지의 방식을 변화시키는 ‘경이의 디바이스devices of wonder’ 자체가 ‘랜드스케이프’의 범위가 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우리 모두가 그런 시각적 능력의 변화를 최소 한두 번은 겪게 된다. 갓난아이는 세상을 흑백으로 본다(사실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나면 처음으로 색을 구별할 수 있게 된다. 의학 기술의 발달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안경 속 좁은 세상에서 벗어나 훨씬 넒은 화각으로 같은 세상을 전혀 다르게 볼 수 있다. 이젠 그것도 성에 차지 않는지, 새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싶어 여기저기서 드론을 통해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있다. 이 뿐이 아니다. 영화 ‘다크나이트The Dark Knight(2008)’에 나온 건물이나 도시 구조를 스캔하는 3D 소나sonar 기술은 ―사실 많이 과장되었지만― 도시 복원과 관련된 몇몇 설계 및 리서치 분야에서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조금 더 과장을 해보면, 오실로스코프, 굴절 매체, 지진계, 광학 간섭계 등의 디바이스로 분석된 도시의 모습이 네트워크화 되어 시각적 정보로 재구성되는 가상의 도시 또한 가능하다. 왜 그래야 하냐고 묻기에 앞서, 이러한 도시에서는 모든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을 볼 수 있는가에 앞서 ‘얼마나 볼 수 있느냐’에 그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네덜란드의 텐케이트TenCate 사에서 개발한 지오디텍트GeoDetect 기술은 공간 설계가의 눈이 아닌 ‘경관의 눈’으로 작동하는 ‘생각하는 경관’을 꿈꾸게 한다. 환경에 대한 자발적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이 인텔리전트-지오텍스타일intelligent-geotextile 기술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주변 환경에 따라 최적의 공간 및 지형 구조로 자기 자신을 변형시키는 AI 그라운드 플로어의 개발을 예측하게 한다. 내 집 앞 공원이 자체적으로 수북이 쌓인 눈을 털어내고, 폭우에 대처해 최적의 배수로를 구성했다가 다시 당신의 아이가 뛰어 놀 수 있는 잔디 광장으로 되돌아간다는 이야기다. 언젠가 아키텍트를 대신해 AI 경관의 보수를 담당하는 공간 땜장이spatial tinkerer라는 직업이 생겨날지도 모를 일이다. 무엇을 보느냐, 얼마나 볼 수 있느냐를 넘어 최적의 공간만을 보게 되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 놀라운 사실은 이 모든 내용이 실제 연구되고 있는 분야이고, 여기 소개된 내용은 아주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주어진 경관에 대한 이해의 차이, 그리고 그 차이를 가져오는 기술과 도구, 디바이스, 건축적 발명들이 가득한 세상. 당신의 눈이 경관의 미래, 나아가 미래의 경관 그 자체인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도시재생 아이디어 공모전 ‘국제교류 복합지구’ 마스터플랜 오는 10월 확정 예정
    고가산책단은 지난 4월 용산구에 위치한 카페고가에서 두 번의 고가포럼을 열었다. 첫 번째 포럼은 ‘고가를_묻다’란 제목으로 4월 7일부터 9일까지 72시간 연속특별기획으로 치러졌다. 서울역 고가와 관련해 논란이 되는 ‘고가와 노숙인’, ‘고가와 관광’, ‘고가와 교통’, ‘고가와 시민주도 운영 방안’, ‘고가와 사회적 경제’, ‘고가와 남대문, 봉제 산업’이라는 6개 주제로 현실과 대책을 진단하고 지향점을 그려보는 시간을 가졌다. 4월 28일 진행된 두 번째 포럼은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에 대해 다루었다. 이날은 다양한 분야에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응하고 연구해온 이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재개발 지역이 새로 형성된 고소득 계층에 의해 대체되고 원래의 거주민들이 비자발적으로 이주하는 현상을 말한다. 서울역 고가를 보행로로 전환하고 북부역세권 개발이 계획됨에 따라 서울역 일대의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발생할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또한 높다. 공익형 알박기 프로젝트 조경민 대표(고가산책단, 조반장)는 고가산책단이 조사한 지역의 현황을 먼저 소개했다. 서울역 고가 도로와 인접한 중림동은 개발에 대한 욕구를 키워왔다. 특히 2005년 이전에는 부동산 가격이 평당 300~500만 원이었는데, 북부역세권 개발에 대한 소문이 돌면서 이후 부동산 가격이 10배 이상 뛰었다. 하지만 개발 사업은 시행되지 않았고, 금융위기 이후 건설사가 이 지역에서 대거 빠져나갔다. 더 이상 수익률을 기대할 수 없게 되면서 대규모 개발에 대한 욕구가 사라졌다. 이로 인해 최근까지 부동산 매매가 거의 없는 상황이었으나 서울역 고가란 이슈를 통해 외부에서부터 부동산 시장이움직이고 있다. 고가산책단은 서울역 고가에 관심 있는 시민들의 활동 플랫폼으로서 ‘서울역 7017 프로젝트’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 서울역 근처인 용산구 서계동에 거점(카페고가)을 마련했는데, 조 대표는 “학술적 연구가 아닌 지역 문제의 실제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곳에 터를 잡았다고 밝혔다. 고가산책단은 서울역 인근 주민이 되어 젠트리피케이션을 극복하는 ‘공익형 알박기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곳에서 서울역 고가 공원화로 우려되는 주변 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에 대응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겠다는 것. 이어 젠트리피케이션은 개별 대응으로 풀리지 않는 숙제다. 서울역 고가라는 이슈를 시작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의 해법을 마련하고 담론이 형성되길 기대한다”며 포럼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홍대, 그 많던 예술가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박태원 교수(광운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는 ‘젠트리피케이션에 관한 문제 인식’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젠트리피케이션은 지역 불균형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슬럼화된 노후 주택 지역이 활성화되면서 중산층이 유입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나지자체는 정책적 수단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을 이용하기도 한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인구 유입을 위한 대책이라는 것인데, 그 수혜자는 과연 누구일까? 젠트리피케이션의 사례로 홍대가 많이 언급된다. 과거 홍대 인근은 예술인들로 넘쳐났다. 예술인들을 찾는 문객이 늘어나면서 상권이 활성화되었는데, 상권이 살아나자 임대료가 인상되어 예술인들은 홍대를 떠나게 되었다. 여러 지역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사람이 유기체처럼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으면 다른 장소와의 경합에서 승리하고 그 곳은 명소가 된다. 홍대의 경우 예술인들이 만든 문화가 지역을 명소로 만들었다. 사람들은 그 문화적 산물을 즐기고자 명소를 찾지만, 명소가 되면 그 주역들은 자신들이 가꾼 터전에서 밀려난다. 박 교수는 “그렇다면 오른 땅값은 전부 땅주인의 몫인 걸까”란 물음을 던지며 “고래가 살기 위해서는 플랑크톤이 필요”하듯 어느 한쪽만의 독식으로는 지속가능한 생존이 어렵다고 경계했다. 지난 4월 30일, 서울시가 ‘잠실운동장 도시재생 구상국제공모’를 공고했다. 이번 공모전은 코엑스에서 잠실종합운동장까지 이어지는 지역 일대를 ‘국제교류 복합지구’로 개발하는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대상지는 한강과 탄천을 포함한 잠실종합운동장 주변으로 총 95만m2 규모다. 공모 대상지인 잠실종합운동장은 1984년 완공 이후,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연달아 개최하는 등 대한민국 스포츠사와 서울의 도시 개발사에 있어 상징성과 역사적 의미가 큰 장소다. 한강과 탄천으로 둘러싸인 잠실종합운동장 일대는 도심 속 수변 공간으로서 잠재력이 큰 장소이며, 공항 접근성(김포공항 30분대 직결)이 좋고 철도 교통 요충지(KTX 동북부 연장, GTX 타당성 검사 진행, 신분당선 등)로 점쳐지는 등 교통 인프라 중심지로서의 가능성이 높은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잠실종합운동장은 시설이 노후화되어매년 100억 원 규모의 유지·관리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또한 올림픽대로와 탄천 동·서로가 대상지 내외를 단절시켜 시민들이 수변 공간으로 접근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고립된 공간은 대부분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서울시는 2013년 9월 ‘2030서울플랜’을 발표하고, 역사·문화 도심인 한양 도성, 국제금융 도심인 여의도·영등포와 더불어 삼성역과 잠실종합운동장 일대를 포함한 강남을 국제업무 도심으로 설정했다. 2014년 4월에는 이를 구체화하는 ‘서울 경제비전 2030’의 일환으로 수립된 ‘코엑스~잠실종합운동장 일대 종합발전계획’을 통해 이 일대를 네 가지 핵심 산업(국제업무, MICE1, 스포츠, 문화 및 엔터테인먼트)이 융합된 ‘국제교류 복합지구’로 조성할 계획을 밝혔다. 서울시는 이번 공모를 통해 잠실종합운동장 일대의 가치와 잠재력을 재조명하고 새로운 도시 미래상을 위한 아이디어를 얻어, 이를 향후 ‘국제교류 복합지구’ 조성에 활용할 것이라 밝혔다. 5월 6일 확정·공고된 ‘잠실운동장 도시재생 구상 국제공모’의 가이드라인은 다음과 같다. 도시·건축·조경·부동산 개발·경영·관광·문화 등에 관련된 전 세계의 모든 개인이나 법인이 단독 또는 공동으로 참가할 수 있다(최대 5인). 공모의 공간적 범위는 한강, 탄천을 포함한 잠실종합운동장 일대로 필요 시 범위를 확대하고 주변 지역과의 연계 방안을 제안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올림픽대로 및 탄천 동·서로 지하화, 동부간선도로 램프와 주차장 이전, 보행 브리지 연결 등을 전제하고 있다. 이번 구상은 잠실종합운동장을 중심으로 코엑스, 탄천, 한강 지역과 적극적인 연계를 유도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시설별 계획(안)은 주경기장을 제외한 운동장 시설을 재배치하고 그에 따라 발생하는 여유 공간을 MICE 복합기능 집적지로 사용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주경기장은 그 역사성을 고려해 리모델링을 통한 경관 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그 외의 시설은 가이드라인에 포함된 필수 기능과 그에 따른 각 시설의 최소 규모(야구장: 25,000석 내외, 전시·컨벤션 시설: 전용면적 15,000m2 이상, 수영장: 관중석을 제외한 1급 공인수영장 기능 수행 등)에 따라 새로운 위치로 재배치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단, 조성 기간 동안 야구, 수영 등의 체육 기능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계획한다. 서울시는 올림픽도로 지하화에 따라 야구장과 같은 주요 체육 시설이 한강 지역과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안은 탄천과 한강을 연결하는 공중 보행로의 도입과 현 야구장과 학생 체육관 부지를 코엑스 일대와 연계한 MICE 복합 기능 집적지로 개발하겠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현 예시안의 시설별 위치와 규모 등은 향후 국제공모의 결과와 마스터플랜 수립 과정에서 조정될 예정이다. 참가 등록은 6월 2일까지이며(http://www.jamsil-idea.org), 작품 접수는 8월 11일~12일 양일간 진행된다. 시는 9월 1일~2일 양일간의 작품 심사를 통해 9월 4일 당선작을 발표할 예정이다. 심사위원단은 구자훈 교수(한양대학교), 닐 커크우드Niall G. Kirkwood 교수(하버드 대학교), 김영준 대표(김영준도시건축), 알레한드로 자에라 폴로Alehandro Zaera-Polo 대표(AZPML), 김남춘 교수(단국대학교), 오동훈 교수(서울시립대학교), 롤랑 빌링어RolandVillinger 대표(McKinsey & Company), 김갑성 교수(연세대학교, 예비 심사 위원)로 구성되었다. 서울시는 우수작 3팀(각 1억 원), 가작 5팀(각 3,000만 원)을 선정할 것이라 밝혔으며, 수상 팀이 향후 진행될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리모델링 설계공모’를 추진할 경우 지명초청권을 부여할 계획이다. 시는 공모 결과를 반영해 오는 10월까지 ‘국제교류 복합지구’ 마스터플랜을 확정할 예정이다. 한편, 서울시는 이번 사업과 관련해 기존 ‘종합무역센터주변지구 제1종지구단위계획구역(2009)’을 ‘국제교류복합지구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변경·확대를 확정했다. 또한 사업 대상지 내 민간 영역 개발 방안으로 도시계획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민간에서 진행하는 사업 내용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택했으며, 관련된 세부 사항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코엑스 부지 등 민간 부지 사업 추진에 대한 사전 협상이진행 중에 있으며, 지난 13일에는 제7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어 옛 한전 부지를 이번 사업에 포함시키는 내용을 확정지었다. 사전 협상에 따른 ‘공공 기여’ 방안과 관련해서는 ‘도시관리계획변경(용도 지역 상향 등)으로 인한 토지가치 상승분 이내’, ‘증가되는 용적률의 6/10에 해당하는 토지면적(제3종일반주거를 일반상업지역으로 변경 시 40% 내외)’ 등의 공공 기여량에 대한 기준이 정해졌으며, 그 제공 범위, 방법, 제공 시기 등은 아직 조율 중에 있다. ‘국제교류복합지구’의 총 사업 규모는 2조~3조 원 사이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양다빈
  • 젠트리피케이션은 서울역 고가를 넘어올까? 고가산책단의 두 번째 고가포럼
    악순환의 고리, 문화백화현상 김남균 회장(맘편히장사하고픈 상인모임)은 ‘문화백화현상’을 소개하며 “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은 결국 공멸을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문화백화현상은 김회장이 제안한 개념으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어떤 공간에 예술가들이 이주해 터를 잡는다. 이후 예술인들과 교류하는 사람들이 유입되는데, 유동 인구가 늘어나면 자본이 투입되기 시작한다. 이후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합세하면서 임대료가 올라가며 집값에도 영향을 미쳐 감당하기 어려운 예술가들은 다른 곳으로 이주하게 된다. 프랜차이즈가 상가를 점령하면서 문화의 다양성과 소비의 매력이 떨어져 30대 이상의 구매력 있는 연령층의 이탈이 발생한다. 포화 상태에 이른 상점들은 팔아도 이윤이 남지 않게 되며 프랜차이즈는 철수하고 유동인구는 감소한다. 빈 점포가 늘어나 건물주들의 부도로 이어진다.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는 상황에 이른다. 김 회장은 법 제도를 보완함으로써 이러한 현상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법은 젠트리피케이션을 가속화하는 측면이 있다. 예를 들면 일정한 수준의 임대료는 보호되지만 오히려 임대료가 높은 세입자는 보호되지 않는다. 건물주가 바뀔 때 기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서는 환산보증금액(보증금+월세×100)이 일정 수준 이하(서울은 4억 원, 수도권과밀억제권역은 3억 원, 광역시는 2억 3천만 원)인 임차인에게만 5년 계약 갱신 요구권을 인정해주었다.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높은 임대료를 거둬들이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를 개선하는 안을 담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5월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었다. 개정안은 건물주가 바뀌더라도 최초 임차 시기부터 5년간 영업 기간을 보장하는 조항을 넣었다. 또한 임대인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지 못하게 손해배상 규정도 추가했다.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요구·수수하는 행위’,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으로 하여금 권리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한 경우’,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에게 현저히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한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과 계약 체결을 거부한 경우’를 방해 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어길 시 임차인은 임대차 종료 후 3년 이내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임차인이 방해 행위를 입증하고, 감정평가액 산정과 변호사 선임 비용도 부담하도록 규정해 실제로 권리를 보호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임차인이 다음 임차인을 고를 수 있고, 계약이 끝난 후 2개월간 유예기간을 두는 내용도 담겨 있다. 하지만 보호 기간이 5년으로 규정되어 있다는 것과 재건축의 보상 범위가 없다는 맹점이 있다. 김 회장은 이를 두고“최소 법으로 10년은 보호해야 실효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진 이사(동림피앤디)는 “어떤 규제도 완벽하지 않다”며 규제에 앞서 의식 변화를 위한 캠페인을 제안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여러 도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에 대해 김남균 회장은 “의식의 변화도 필요하지만 법이 의식을 만들기도 한다”며 법 제도를 정비하고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악순환이 반복되고, 건물주도 앞에서 언급한 문화백화현상의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게 김 회장의 주장이다. 공동체는 있는가 남기범 교수(서울시립대학교 도시사회학과)는 “도시의 변화 관점에서 볼 때, 자본주의를 포기하지 않는 한 젠트리피케이션의 현상을 일부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도시재생 전략의 하나로 다양한 마을공동체사업이 시행되고 있는데, 사업의 주역으로 나선 공동체가 부동산 임대료 상승으로 내몰리는 일이 적지 않다. 그런데 남 교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대상이 진짜 지역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가” 하는 물음을 던졌다. 그에 따르면 폐쇄적이지만 중산층이 오히려 공동체의 형태를 잘 형성하고 있다. 문화를 통한 도시재생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의 대항력을 키우자는 주장들이 제기되지만, 지역 공동체가 그들만의 문화를 도시 전체에 적용하는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게 남 교수의 생각이다. “나만 주장하는 문화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 문화를 통한 도시의 경쟁력이 시각적으로나 외부인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인정받을 수 있는 형태냐를 따져볼 일이다.” 설재우(서촌지역활동가)는 “지역의 변화가 단순하게 경제적 논리로 변하는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사실 “상인들이 지역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기 때문에 쫓겨나는 것”이라며 변화의 맥을 달리 봤다. 그에 따르면 본인의 장사나 활동에만 집중한 나머지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나 주변에 주는 피해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 주변 환경을 돌아보지 않는 상인이나, 친한 사람끼리만 모인 공동체가 그 지역의 주민들과 소통하지 않으면서 이해만을 바란다는 건 모순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젠트리피케이션의 대상이 되는 공동체 혹은 개인이 지역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지역과 정보를 공유하는 최소한의 노력은 하는가를 먼저 따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꽃(문래동 아티스트 런 스페이스 413)도 지역과의 관계 맺기가 중요하다는 의견에 힘을 보탰다. 건축가 홍윤주(진짜공간)는 문화예술인들이 마을 사람을 쫓아내기도 한다고 지적했는데, 삶터에 대한 배려가 없는 도시에서의 예술을 무조건 ‘선善’이라 규정하는 시각은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잡히지 않는 해법, 함께 풀어갈 숙제 이날 포럼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많은 이야기오갔는데, 화두를 던지는 정도로 일단 마무리 되었다. 시리즈로 계속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니 차후 더 많은 담론을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여러 관점을 들여다볼 수 있었고, 몇 가지 대안도 제시되었다. 법 제도의 정비와 캠페인을 통한 인식 제고, 세입자의 지역 사랑, 관계 맺기 등이 문제 해결의 단서가 되었다. 그런데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관이나 정부 관계자가 관조하는 입장이 아닌 주체가 되어야 실행 가능성이 보이는 일도 있고, 여러 이해당사자가 복잡한 관계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의 피해자는 특정되지 않는다. 연관된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서울역 고가를 매개로 논의를 진행했지만, 이는 고가만이 아니라 지역 전체의 문제다. 유기체로서 도시의 구성원이 함께 풀어갈 숙제다. 고가산책단이 제시할 새로운 모델도 기대된다.
  • 고가 위에서 즐기는 피크닉 서울역 고가 시민 개방 행사 ‘고가에서 봄’ 고가 아래에서는 고가 공원화 사업 반대 시위 열려
    서울의 중심부, 고층 빌딩 숲 사이로 노란 파라솔이 펼쳐지고, 차도와 철로 위 지상 17m 높이의 고가에 녹색인조 잔디가 길게 깔렸다. 시민들은 파라솔 아래에 삼삼오오 모여 도시락을 나눠 먹고 몇몇은 선베드에 누워 한낮의 오수를 즐기기도 했다. 잔디 위에서는 DJ가 틀어주는 흥겨운 비트의 음악이 울렸다. 영상 24도의 초여름 날씨에 고가 위에 설치된 커피 매대와 아이스크림 트럭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며 음료와 아이스크림을 사갔다. 축제와 같은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피크닉이 벌어졌다. 미리 체험하는 서울역 고가의 미래 지난 5월 10일 서울 중구 서울역 고가 도로에서 서울시가 주최한 서울역 고가 시민 개방 행사 ‘고가에서 봄’이 개최되었다. 이번 행사는 지난 2014년 10월, 44년 만에 보행자에게 개방되었던 첫 번째 시민 개방 행사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되었다. 이날 고가에는 폭 6m, 길이 400m의 인조 잔디밭이 조성되고 그늘막, 매트, 의자 등이 비치되어 앞으로 공원으로 조성될 고가의 모습을 시민들이 상상할 수 있도록 연출되었다. 다양한 부대 행사도 마련되었다. 남대문시장 쪽에서 진입하는 구간에는 서울역 주변 지역의 어제와 오늘을 주제로 한 사진전이 펼쳐져 서울역 고가에 얽힌 역사를 돌아볼 수 있게 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린 고가 중앙 구간에서는 인디밴드 12팀의 공연이 열려 오가는 사람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또한 전 구간에 총 4개의 ‘할말 부스’를 설치해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과 이날 행사에 대한 소감을 남길 수 있도록 했다. 시민들에게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프로그램도 마련되었다. 이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이동 도서관이 고가 위에 올라 왔다. 시민들은 1만 권의 도서를 비치한 이동 도서관에서 햇살을 즐기며 책을 읽는 여유를 만끽했다. 한편, 서울역 고가 아이디어 시민공모전에서 1위를 한 ‘도보환승센터’의 아이디어를 실제로 도입해 운영하기도 했다. 서울역 고가 주변을 관광 동선으로 만들어 안내자와 함께 걸으며 골목의 역사와 문화를 돌아보는 ‘산책버스’를 두 가지 코스(남산방향, 청파동 방향)로 선보였다. 만리동 초입과 연결되는 구간에서는 금호타이어에서 지원하는 가족 화분 만들기 체험이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체험에 참여한 시민들은 한 손에는 꽃 모종을 다른 손에는 삽을 쥐고 저마다 개성 있는 화분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서울역 고가의 전 구간은 행사를 즐기러 온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이날 행사에는 총 4만8천여 명(서울시 추산)의 시민들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1만3천여 명이 다녀간 지난 2014년 첫 개방 행사 때보다 약 3배 이상 많은 인원이다. 12시께 고가를 방문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역 고가는 도심 속 새로운 휴식 공간이될 것”이라며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의 긍정적 효과를 홍보했다. 고가 아래에선 ‘불통 시장’ 외쳐 한편 남대문 시장 쪽 고가 아래에서는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에 대한 대규모 반대 시위 집회가 열렸다. 서울 남대문시장 상인회와 중구 일대 주민 약 150여 명이 모여 공원화 사업 반대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소통 시장인 줄 알았더니 불통 시장”이라며 반대 구호를 외쳤다. 이날 반대 시위에 참석한 이충웅 대체도로건설 범시민대책위원장은 “우리의 입장은 제일 먼저 대체 도로를 확보하라는 것”이라며 “대체 도로가 확보되어야지만 지역 경제가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역고가 도로를 이용하는 차량은 하루에 약 4만6천여 대로 추산된다. 따라서 고가 도로가 보행자만 통행할 수 있는 공원으로 바뀌면 남대문 시장으로 유입되는 동서간선 차량이 우회할 수밖에 없어 교통체증이 유발되고 이에 따라 손님이 줄어 지역 경제가 침체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남대문 상인들의 우려에 대해 박원순 시장은 이날 “서울역 북부 역세권 개발을 빠르게 추진하겠다. 코레일 및 여러 민자 사업자들과 협의해서 대체 도로도 함께 만들겠다”며 새로운 경제 활력을 창출하고 교통 문제도 해결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에 반대하는 상인과 주민들은 박 시장이 등장하자 항의의 표시로 고가도로에서 행진을 하려다 경찰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가족과 함께 서울역 고가 행사에 참여한 동대문구 주민 최희금 씨는 “서울역 고가 위에 올라와서 보니 사방이 탁트여 있어서 아름다운 서울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서울의 중심지인데다가 주변에 역사 깊은 건물과 랜드마크와 연결되어 많은 관광객이 찾아 올 수 있는 도심 휴식처가 될 것 같아 이 사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았다”면서도 “옆에서 상인들이 시위하는 것을 보고 궁금한 마음도 들었다. 그들이 왜 이 사업에 대해 반대하는지, 사업이 시행되면 얼마만큼의 피해가 생기는지, 해결 방법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도 이 자리에서 들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행사에 참가한 소감을 말했다.
    • 조한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