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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성의 『원야』로 본 중국 정원의 가치 정원학의 오래된 미래
    들어가며 오늘날 우리가 중국 현지에서 접할 수 있는 중국의 사가 원림은 대체로 근세 후기, 즉 명·청조에 조성된 것이고 1960~1970년대 문화대혁명 때 파괴되었던 것을 1980년대부터 대거 복원한 결과들이다. 시대의 한정, 가치의 변질, 원형 복원의 문제 등 여러 논란거리가 있는 강남 사가 원림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심상에 중국 전근대 원림으로 새겨져 있는 이유는 여럿 있다. 하나는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유적이 있다는 점이며, 또 하나는 원림의 역사를 알 수 있는 다양한 기록물이 있다는 점이다. 많은 기록 가운데 특히 원림을 만드는 데 필요한 이론서는 원림의 가치를 재현하고 계승할 수 있게 하는 근거가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계성計成의 『원야園冶』는 중국 정원의 가치를 존재하게 하는 중요한 자료로, 앞으로도 중국 원림의 정형적 형태를 끊임없이 복제할 수 있게 하는 힘이 있는 자산이다. 『원야』가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것은 김성우·안대회가 번역본을 소개하면서부터다. 건축과 한학을 전공한 두 학자는 『원야』에 조원의 기술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이념적이거나 미학적인 내용도 광범위하게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1 이후 『원야』는 황기원, 이유직 등에 의해 조경학계에서 연구되었다. 이들은 조경계획과 설계의 입장에서 『원야』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피상적으로 이해되어 온 중국 원림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했다.2 『원야』의 주요 조원 기술인 차경 이론을 바탕으로 우리 전통 조경을 연구한 성과도 있다.3 그밖에 미학계와 미술학계도 『원야』를 종종 연구의 대상으로 다루었다.4 조경학계 외의 다양한 분야가 『원야』를 주목하는 것은 이 책이 다루는 내용이 폭넓기도 하거니와 그만큼 중국 원림이 다양한 분야와 함께 발전해 온 융합적 대상임을 말해준다. 이론과 실천의 상호 작용이라는 관점에서 『원야』를 통해 읽을 수 있는 중국 원림의 쟁점은 두 가지다. 첫째, 자연 재현의 문제다. 계성은 원림 설계의 궁극적 목표를 자연에 두었다. 다음에서는 자연을 원림에 재현함에 있어 중요하게 생각한 바를 알아본다. 둘째, 차경借景으로 본 시정화의詩情畵意의 문제다. 다음에서는 계성이 경관을 다루는 이면에 있는 문학과 회화의 유사성을 살핀다. 자연의 근본을 이해하고 그 요소를 원림에 적절하게 구성하라 『원야』는 크게 ‘원림 조성의 시작 말[興造論]’과 ‘원림에 대한 견해[園說]’로 구성되어 있다. ‘원설’은 다시 ‘터 살피기’부터 ‘터 조성’, ‘옥우’, ‘장절’, ‘난간’, ‘문창’, ‘담장’, ‘포장’, ‘가산 쌓기’, ‘돌 고르기’, ‘차경’까지 모두 11항목으로 나뉜다. 그리고 이에 대한 모든 지침을 따르는 자는 주자主者, 즉 원림을 계획하고 설계하는 자이다. 계성은 글의 서론격인 ‘흥조론’에서, 원림을 조성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인因과 차借에 뛰어나야 하고 체體와 의宜가 정교해야 한다”고 했다.5 이는 곧 대지의 환경 조건에 원림을 부합할 수 있는 기술[因]과 경관을 빌리는 기술[借]에 뛰어나고 대상의 본질을 다루는 것[體]과 이들을 구성하는 바의 적절함[宜]이 정교해야 한다는 말이다. 원림에서 인, 차, 체, 의 네 가지는 서로 연관되어 있다. 경관을 빌리는 것은 환경 조건에 의지하여 이루어지고 외경의 본질은 경관을 빌리는 차경을 통해 얻어진다.6 그리고 외경의 본질들이 원림 안에서 적절히 이루어지는 것이다. 여기서 계성은 인의 궁극적 상태를 ‘정교하게 어울려 딱 들어맞는 것[精而合宜]’이라 하고 차의 궁극적인 상태를 ‘교묘하게 체를 얻는 것[巧而得體]’이라 하였으니, 결국 원림 조성의 정수는 ‘체’와 ‘의’로 얘기할 수 있다. ‘체’에는 여러 사전적 의미가 있지만 여기서 부합하는 뜻은 감상의 대상이 되는 사물의 본성, 혹은 본질이다. 계성의 말을 다시 정리하면, 원림의 주자는 사물의 본성을 정교하게 다뤄야 하고 차경으로부터 체를 얻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정작 『원야』에서는 ‘체’ 자체에 대한 내용은 자세히 다루지 않았다. 그렇다면 체는 무엇인가? 계성의 체는 당말 오대 화가였던 형호가 말하는 회화의 ‘참됨[眞]’으로부터 비롯된다. 박희성은 서울대학교에서 ‘당·송대 산수원림’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원림, 경계 없는 자연』이 있으며, 전근대 동아시아 도성과 원림, 근대기 동아시아 각국 조경의 영향 관계를 관심 있게 살피고 있다. 현재는 서울시립대학교 서울학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하면서 동아시아의 수도를 연구하고 있다. 서울 한양도성 세계유산 등재 신청서 작업에도 참여 중이다.
  • 우리 시대의 정원 정원학의 오래된 미래
    우리 시대의 정원 요즘 ‘정원 시대’가 다시 돌아온 것 같다는 말들을 한다. 시대가 다시 정원을 원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최근에 읽은 어느 정원 책에서 그런 취지로 쓴 듯이 보이는 부분을 인용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할까 한다. “언제부터인가 다시 정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정원을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공공의 장소에 정원의 성장과정을 적용한 개념이 등장하게 된 것은 어쩌면 잃어버린 정체성에 대한 고민의 결과일 것이다. 정원을 가꾸는 즐거움이 가득했던 정원의 시대에서 공공성이 강조된 조경의 시대로 넘어오면서 우리는 직접 가꾸는 즐거움, 즉 정원의 정체성을 잊고 살았다. 18세기 이후 역사의 주인공이 지배층에서 시민계급으로 점차 바뀌게 되면서 사적인 정원에 대한 관심은 공적인 공간을 다루는 공원으로 옮겨갔고, 공공의 선을 추구하는 제도와 공공공간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가장 사적인 공간이었던 정원이 공원으로 탈바꿈한 것도, 조경을 태동시켰던 정원이 점차 주변부로 내몰리게 되었던 것도 그 즈음부터였을 것이다.”1 정원이 화두가 되고 있는 이즈음 너도나도 ‘정원’을 이야기하고 있다. 진정 정원을 필요로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래서 이제 정원의 논의에서 제일 먼저 챙겨봐야 할 것은 그간의 정원 관련 연구와 실무를 종합적으로 점검해 보는 일이다. 시각에 따라서 많은 성과가 있었다고 판단할 수도 있고 혹은 성과가 미미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전자라면 지금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정원의 시대를 맞으면 되겠지만, 후자의 경우로 지난 세월 동안 정원의 성과가 별반 없었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간 정원 관련 업적을 손에 꼽히는 대로 요약해보면 해외에 조성된 한국 정원들, 간간이 잡지에 소개된 정원들, 그리고 학회지에 실린 정원 관련 연구 논문들이 있을 것이다. 여기에 학회를 중심으로 진행된 해외 단체 답사에서 이루어졌던 정원 답사까지 포함하더라도 정원 관련 일 거의 모두가 전통 정원의 범주에 들고 현대 정원에 관한 실적은 거의 전무하다 싶을 만큼 미미했다. 따라서 정원학의 새로운 지평을 논의하는 일이 전통정원 연구를 보다 지속적으로 전개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정원학의 가능성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새삼스러운 일일 수 있다. 혹은 그간 못해온 현대정원을 시작하자는 취지의 암중모색이라고 한다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어느 경우든 정원학의 가능성 논의에는 현재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정원에 관한 관심사가 그 중심에 놓여있다. 만일 그 의견에 공감한다면 우리에게는 현재 사회적으로 널리 일기시작한 ‘정원’에 관한 담론이 필요하다. 과연 그 정원은 어떤 정원일까? 전통 정원과 현대 정원 세계의 정원, 역사적 개관 고대부터 전개되어 온 정원의 역사를 짚어보면 세계의 정원이 언제 어떻게 꽃피웠고 어떤 사회적 인식과 함께 전개되어갔는지 그 내력을 한 눈에 들여다 볼 수 있다. 앞서 잠시 인용했던 글은 정원의 역사를 일괄하며 사회적으로 정원이 가지고 있던 가치와 기능의 부침을 이야기한 것이지만 동시에 조경학의 태동 배경을 이야기한 것이기도 하다. 즉 역사적 흐름 속에서 보자면 정원과 공원(조경)은 사적인 공간과 공적인 공간에 관한 사회적 경향에 따라 서로 상반된 관계에서 전개되었다. 고대 정원 이래로 어느 시대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정원은 사회적 요인에 따라 전개되었다. 1970년대, 우리 사회에 조경학이 태동한 것도 어떤 필연적인 사회적 요인을 계기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정원학을 사회적 요인과의 관계에서 논의해봐야 할지 모른다. 세계 정원의 역사는 몇 단계의 전개 과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원초적으로 보자면 정원은 외부의 거친환경에 대응해 내부(생활 공간)에 순치된 환경을 만들어 온 결과물이었다. 특히 고대 사회의 정원이 그랬을 것이다. 이 단계를 나쁜 자연 가운데 좋은 자연을 만들어 간 단계, 간략히 줄여서 ‘좋은 자연’의 단계라고 해보자. 이후 중세 사회로 접어들면서 문화적 특징에 의해 종교적 색채가 더해진 이슬람, 기독교, 동아시아의 각 문화권별 정원이 형성되었던 때는 ‘상징 공간화’의 단계라고 명명해 볼 수 있다. 이슬람 정원, 동아시아 정원들은 최근까지 그들의 특성을 그대로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 그들과는 달리 기독교 문화권의 유럽에서는 근대 이래로 다변화된 사회 구조의 부침에 따라 정원이 여러 양식으로 변화무쌍하게 전개되어 왔다. 상징적 공간화에 더해진 다른 결정 요인이 결부된 양상일 텐데, 르네상스-절대왕권 시대-시민사회 시대등 정치 체제나 사회 구조의 변화에 따른 특징에 주목하여 이를 ‘사회적 요인’의 단계라고 명명해 보면 어떨까 싶다. 정기호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공업교육학과에서 건축을 전공했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조경학 석사 학위를, 독일 하노버 대학교에서 건축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한국정원 답사수첩』(공저, 2008), 『유럽, 정원을 거닐다』(공저, 2013), 『경관, 공간에 남은 삶의 흔적』(2014) 등이 있고, 최근에는 유럽의 유명 문인과 예술가들의 개인정원을 다루는 글을 구상하고 있다.
  • 정원학의 오래된 미래
    작년 4월, 본지는 ‘다시, 정원을 말하다’라는 제목의 특집을 내보냈다. 가히 정원 열풍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정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거웠던 때였다. 당시 특집은 그러한 사회 각 분야의 정원을 향한 애정에 대해 “이러한 들썩임은 정원 문화의 부활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런데 우리에게 서양에서 태동한 ‘정원’ 문화라는 것이 있기는 했던 것일까? 아니면, 또 다른 버전의 ‘자연’ 상품화일까?” 그리고 “트렌드라는 미명 하에 별다른 반성 없이 소비되기 시작하고 있는 동시대의 정원과 그 문화를 다시 독해할 필요가 있다. 정원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가치는 무엇인가? 우리가 정원을 요청하고 있는 현상의 이면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정원의 귀환’을 몇 가지 시선으로 바라보고, 정원의 정체성을 다시 새겨보고, 인접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정원에 관한 단상을 묻고, 그간 출간되었던 정원 관련 서적들을 순례했다. 이번 특집 역시 이러한 화두의 연장선상에서 준비되었다. 2014년 12월 5일 한국조경학회(회장 김한배) 산하 정원학연구센터(센터장 조경진)는 ‘정원학의 새로운 지평’이란 제목으로 제2회 정원학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심포지엄에서는 정원을 단순히 ‘현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학술적 관점에서 국내 정원 이론 연구의 현재를 살펴볼 수 있는 여러 발제가 있었다. 이번 호 특집은 심포지엄의 여러 원고 중 특히 ‘이론’에 초점을 맞춘 내용을 독자들과 공유해 보고자 마련했다. 동서양의 고전적 정원 이론의 비교를 통해 우리 정원학 연구의 좌표를 가늠해보고 그 폭과 깊이를 넓히고 두텁게 하는 데 기여하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1. 우리 시대의 정원 _ 정기호 2. 계성의 『원야』로 본 중국 정원의 가치 _ 박희성 3. 동아시아 정원 문화와 『작정기』 _ 김승윤 4. 고산 윤선도의 『금쇄동기』와 걷기의 정원 _ 성종상 5. 광기의 시대, 지혜의 정원: 베르나르 팔리시의 『르세트 베리타블』 _ 황주영 6. 미국 덤바턴 오크스의 정원 연구 지원 활동과 성과 _ 이유직
    • 김정은, 조한결
  • [공간 공감] 환경과조경 파주 사옥
    첫 만남이 이별이었다. 지난 호에 기고한 파주출판단지의 웅진씽크빅 옥상 정원을 둘러보고 나서 근방에 있는 『환경과조경』의 사옥에 들렸었다. 원래는 이번 호에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이하 미메시스)에 대한 원고를 쓰기로 하고 답사까지 잘 마쳤고, 알바로 시자의 기 센건축과 대치 중인 나이브한 조경에 대해서 끼적이고 있던 참에 환경과조경이 서울로 이전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파주 시대’를 마감하는 사건이라서 특별히 환경과조경의 파주 사옥으로 주제를 선회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다. 미메시스를 답사하고 나서 오픈스페이스의 공간감에 대해 들었던 아쉬움의 이유를 환경과조경 사옥(이하 환경과조경)을 돌아보며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해서, 미메시스를 조연으로 돌리고 환경과조경을 이 글의 주인공으로 전격 발탁했다. 이 두 장소의 유사점이나 연계점은 그리 많지 않다. 한곳은 업무 공간이고 다른 곳은 문화 공간이다. 건축의 형태나 재질감도 전혀 다르고, 미메시스가 대지를 훨씬 넉넉하게 쓰고 있다는 점도 쉽게 드러나는 차이점이다. 미메시스는 초정밀 모던 건축과 대비되는 판에 박힌 외부 공간이 일차적으로 인지되는 장소다. 세련된 물체가 거친 배경을 만나 서로 보완되는 이미지를 구축할 때도 많지만 이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조경 잡지에서 건축 칭찬, 조경 핀잔을 한다고 언짢게 생각하지 마시길. 객관적으로 체급에서부터 밀리는 게임이라는 결론이다. 결과는 그렇다 치더라도 의도 역시 형편없었다고 치부할 수는 없을 듯하다. 추측이지만, 이 극도의 기하적인 미술관은 잔디를 사이에 두고 숲과 대치를 이루는 형국을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건물의 형태를 온전히 드러내기 위해 나무의 접근을 막았을 수도 있겠지만, 숲과 건축이 긴장감 있게 마주 대하는 외부 공간 콘셉트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축과 마주한 숲이 매우 선명한 이미지를 드러내는 것이어야 했다. 간결하고도 강한 군집의 이미지를 갖는 숲이나 야생미 흠씬 풍기는 거친 이미지의 숲도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아쉽게도 결론은 이도저도 아닌, 판에 박힌 매너리즘 식재였다. 어쨌든 미메시스가 의도했거나 어쩌다 보니 도달한 공간의 콘셉트는 ‘얼짱각’ 스타일이다. 외부 공간은 건축을 여러 각도에서 감상하는 포토 존 역할을 한다. 따라서 미메시스의 외부 공간을 유영하고 있으면 공간의 경험이나 시퀀스가 크게 중요하지 않게 된다. 건축이 멋지게 보이는 자리, 나무를 액자삼아 건축을 돋보이게 하는 촬영 지점이 방문객들에게는 보다 의미 있는 곳이 된다. 따라서 건축과 외부 공간이 쉽게 분리되어 인지될 수 있다. 반드시 외부 공간이 건축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외부 공간이 포용할 수 있는 가치를 극대화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정욱주는 이 연재를 위해 작은 모임을 구성했다. 글쓴이 외에 factory L의 이홍선 소장, KnL 환경디자인 스튜디오의 김용택 소장, 디자인 스튜디오 loci의 박승진 소장 그리고 서울시립대학교의 김아연 교수 등 다섯 명의 조경가가 의기투합했고, 새로운 대상지 선정을 위해 무심코 지나치던 작은 공간들을 세밀한 렌즈로 다시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다.
  • 최우수작: 봄·봄 春川을 보다 제1회 LH 젊은조경가 조경설계공모(춘천우두지구)
    춘천은 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산과 강이 많아 ‘봄내’라 불리기도 한다. 문학과 예술, 레포츠와 볼거리 그리고 먹거리가 풍부한 지역인 우두는 소양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비옥한 땅을 자랑한다. 우리는 이러한 춘천우두지구에 물길의 켜와 지감地感 자원을 고스란히 담고 기존의 사람들과 새로 모이는 사람들을 서로 엮을 수 있는 공원을 만들고자 한다. 본 계획은 근린공원과 어린이 공원, 두 개의 공원으로 구성되며 크게 세 가지 전략을 제시한다. 전략 1. 대지를 보다 우두벌을 둘러싸고 있는 소양강과 북한강 물줄기는 지난 260여 년간, 옛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아낸 물길이었다. 우리는 이 시간의 흔적을 공원에 담아 여러 갈래의 길을 만들고, 지금은 볼 수 없는 나루터를 현대적인 관점에서 담아내고자 했다. 우선 우두벌을 둘러싼 현재의 소양강과 북한강의 물길을 중첩시켜 공원의 골격을 도출해냈다. 큰 골격을 따라 과거 강이 형성 및 변형되는 과정을 투영시켜 세 가지 순환 동선을 계획했다. ‘여울길’은 언덕을 오르내리며 가벼운 운동을 할 수 있는 길이다. ‘개울길’은 레인 가든을 따라 걸으며아름다운 전원 풍경을 느낄 수 있는 길로 계획한다. 마지막으로 ‘봄내길’은 다양한 공원 이용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도록 조성한다. 전략 2. 사람을 보다 다양한 층위의 입자가 쌓여 단단하고 비옥한 우두의 대지를 형성했듯이, 다양한 크기의 공간이 여러 갈래의 길을 통해 유기적으로 얽혀 건강한 공원을 만들어 낸다. 충적평야 퇴적층의 입자가 구성된 구조를 형상화해 다양한 스케일의 외부 공간을 조성한다. 이 공간을 따라 우두지구 주민의 세대별 요구를 모두 충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배치한다. 각 프로그램이 공간과 유기적으로 연계되도록 하여 다양한 세대가 한데 어우러지는 커뮤니티를 만든다. 위치 강원도 춘천시 우두동, 사농동 일원 사업면적 426,049m2 조경면적 63,091m2 공모금액 207,000,000원 이하 추정공사비 약 7,900,000,000원 설계기간 2014.11.~2015.11.(13개월) 공모방식 설계공모(지정초청공모) 상금 최우수작(1점) 조경기본설계 및 실시설계권 우수작(1점) 1,000만원(부가세 포함) 장려작(3점) 각 500만원(부가세 포함) 심사위원 김동엽(성균관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안상욱·강찬수·임재철·김호겸(LH 조경) 배웅규(중앙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한효덕(LH 도시계획) 최찬희(LH 토목설계) 지난 2014년 12월 9일, 제1회 LH 젊은조경가 조경설계공모(춘천우두지구)의 당선작이 발표되었다. 본 공모는 조경 설계 산업의 동반 성장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젊은 조경가에게 참여 기회를 제공하여 역량 있는 조경가를 발굴 및 육성하려는 목적을 갖는다. 이번 공모는 춘천우두지구 내에 그린네트워크의 구축을 통해 쾌적한 주거 환경을 조성하고, 이 과정에서 더 나은 도시 조경 설계 모델을 제시할 수 있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수용하고자 했다. 최우수작으로는 조경사무소 사람과나무(대표 오화식)의 ‘봄·봄 春川을 보다’가 선정되었다. 조경그룹 이작(대표 양태진)의 ‘세 겹의 공원’이 우수작으로 선정되었으며, 장려상은 우리엔디자인펌(대표 강연주)이 제출한 ‘우두常春島’, 조경설계 이화원(대표 김이식)이 제출한 ‘바리 ’, 그리고 서호엔지니어링(대표 윤성융)이 제출한 ‘낭만봄내’가 수상했다. 심사위원들은‘봄·봄 春川을 보다’가 대상지의 역사성을 공간 개념으로 활용하여 다양한 테마를 창출한 점이 우수했고, 세대별 요구에 따른 맞춤형 프로그램을 공간과 유기적으로 잘 연계했다고 평가했다. _ 편집자 주
    • 사람과나무 / 사람과나무
  • 최우수작: 전통과 문화를 산책하는 건강 도시 화성 봉담2 공공주택지구 조경(공원·녹지 등) 기본 및 실시설계
    도시의 다양한 커뮤니티를 수용하고 토지 이용에 따른 기능을 반영하는, 도시와 공유하는 공원을 조성한다. 도시로부터 독립된 공원을 지양하고, 도시의 사회적·물리적 기반으로 작동 가능하며 다양한 이용 계층과 규모를 수용할 수 있는 통합된 오픈스페이스를 제시하고자 한다. 도시와 공원이 공유하는 공간을 덧대는 패치 전략과 이러한 패치들을 꿰매어 잇는 스티치 전략을 통해 도시, 공원, 이용자 간에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된다. 두 가지 전략은 봉담이 가진 아름다운 자연 환경과 결합해 도시와 공원, 도시와 기존 지역의 경계를 부드럽게 함으로써 교류하고 소통하는 건강한 봉담2지구를 기대할 수 있게 한다. 봉담의 숲, 들, 물 그리고 길 화성 봉담 2지구는 오랜 시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있던 곳이다. 일부 토지 이용이 교란된 상태지만 숲과 들, 물과 길이 결합된 전형적인 생산 공간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광역적으로는 대상지 좌측에 위치한 삼봉산, 태행산의 흐름이 대상지 내부로 유입되고, 우측으로는 들판이 펼쳐지면서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다. 숲과 들은 봉담의 환경적 요소와 기능적 부문을 담당하는 중요한 우세 경관 요소이며, 물과 길은 이 두 가지 경관에 환경, 문화 인자를 공급함으로써 봉담 2지구의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한다. 이에 새롭게 구획된 봉담 2지구의 땅이 숲, 들, 물, 길이 유기적으로 엮여있던 본래 땅의 환경적·문화적·역사적 맥락을 계승할 수 있는 설계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비전 공유하는 공원: 봉담의 공원은 산과 들로 이루어진 기존 자연 환경과 결합해 건강한 도시 환경을 조성한다. 동시에 토지를 다양하게 이용하고, 유기적인 대응을 통해 도시의 새로운 요구를 공유하는 공원을 실현하고자 한다. 건강한 보행 도시: 분산되어 있는 봉담 지구의 거점 녹지를 선형으로 연계해 지구 전체를 엮는 봉담 순환 건강길과 빗물 순환 체계를 구축한다. 이를 통해 문화와 생태가 공존하는 건강한 주거 단지를 구현하고자 한다. 패치patch 공유하는 공원: 숲과 들의 패치는 지역의 생태와 문화를 생산해 왔다. 도시가 필요로 하는 커뮤니티 공간과 오랜 시간 대상지를 점유해온 숲과 들의 패치를 결합해 도시와 공원을 공유하고자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대상지는 주변과 조화로운 경관을 형성하며 장소적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공유를 위한 도시와 공원 경계 허물기: 봉담의 공원녹지는 경계 허물기를 통해 ‘도시와의 공유’라는 가치를 실현하고 다양한 기능을 공유하는 공원을 조성한다. 이러한 도시와 공원의 결합은 도시의 새로운 요구뿐만 아니라 다양한 계층과 규모의 커뮤니티를 수용한다. 이는 주민참여를 유도해 지역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킬 것이다. 발주 LH 위치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상리, 수영리, 동화리 일원 사업면적 1,438,710m2 조경면적 326,308m2 공사비 26,200,000,000원 추정설계용역비 532,000,000원 상금 최우수작_ 조경(공원·녹지 등) 기본 및 실시설계권(1작품) 우수작_ 2,000만원(1작품) 장려작_ 1,000만원(1작품) 심사위원 김동엽(성균관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강찬수·이원재·임재철·김호겸(LH 조경) 배웅규(중앙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최찬희(LH 토목설계) LH가 주최한 ‘화성 봉담2 공공주택지구 조경(공원·녹지 등) 기본 및 실시설계’ 공모전의 결과가 지난 2014년 10월 17일 발표되었다. 최우수작으로는 그룹한 어소시에이트가 제출한 ‘공유와 이음’이 선정되었다. 우수작에는 채움조경기술사사무소(대표 김병채)가 제출한 ‘봉담원행’이 선정되었으며, 씨엔케이(대표 최경환)가 제출한‘삼봉삼담’이 장려작으로 뽑혔다. 이번 공모전은 화성봉담2 공공주택지구 내에 그린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양호한 자연 경관을 유지하고, 환경 친화적인 주거환경을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공유와 이음’은 도시와 공원이 공유하는 공간들을 덧대는 패치patch 전략과 이러한 패치들을 연결하는 스티치stitch 전략을 통해 도시와 공원을 유기적으로 연결했다.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이 화성시의 상위계획을 충실히 반영하고, 봉담의 숲, 들, 물, 길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접근한 점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_ 편집자 주
    • 그룹한
  • 3rd Prize: eMotions: Energy Motions and Art Emotions Antonio Maccà, Flavio Masi
    이모션eMotions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예술 작품이다. 덴마크의 자연을 상징하는 오브제로서 자연 환경으로부터 에너지를 얻어 코펜하겐에서 사용할 전기로 전환시킨다―코펜하겐은 2014 유럽 녹색 수도로 선정된 바 있다. 이모션은 재료, 에너지 기술, 규모, 질감 등을 다양하게 사용하여 덴마크의 생태계를 예술적으로 표현해냄으로써 덴마크의 생물다양성을 보여주고 도시의 서로 다른 공동체를 이상적으로 연계한다. 원통 볼륨cylindrical volume들은 재생 에너지의 생산원이다. 섬으로 이루어진 덴마크의 지형을 떠올릴 수 있도록 배치된 각각의 볼륨은 생태계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고유한 활동과 정체성을 전달함으로써 자연을 예술적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재현한다. 이모션의 구성 요소 리버River: 강을 상징하는 리버는 적층 세라믹 액추에이터stacked ceramic multilayer actuators(SCMA)로 만들어진 압전piezoelectric, 壓電층으로 된 연결 도로다. 리버는 그 위를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전기로 전환한다. 리버의 고가 도로는 방문객들이 코펜하겐 항구의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독특한 조망점을 제공한다. 비치Beach: 비치는 목조 원형 극장이 있는 항구 수영장이다.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물놀이를 할 수 있다. 원통형 프레임에 있는 다양한 크기의 원에는 수평축 풍력 발전 장치horizontal axis wind turbine(HAWT)를 설치한다. 마린Marine: 마린에는 파란색 노선(코펜하겐 수상 버스 노선)의 새 정거장이 들어서며 이곳에서는 수영, 스쿠버 다이빙, 카약 등을 즐길 수 있다. 원통형 프레임에는 수직축 풍력 발전 장치vertical axis turbine(VAWT)가 설치된다. 샌드 듄Sand Dune: 샌드 듄 내부 정원의 둥근 판석은 덴마크 국경 지대의 모래 알갱이를 상징하며 풍화 작용에 의한 사구의 생성을 연상시킨다. 샌드 듄의 파사드는 반투명의 얇은 태양 전지판과 수평축 풍력 발전장치로 구성된다. Artist Location Padova, Italy Energy Technologies photovoltaic panels, micro-scale vertical axis wind turbines(VAWT) and horizontal axis windturbines(HAWT), stacked ceramic multilayer actuators, piezoelectric wind energy systems Annual Capacity 2,000MWh
    • 조한결
  • 2nd Prize: Quiver 2nd Prize Mateusz Góra, Agata Gryszkiewicz
    퀴버Quiver는 크게 정원과 타워로 구성된다. 험딩어Humdinger사의 윈드벨트Windbelt 기술을 이용한 타워형태의 랜드마크와 에너지 작물 정원을 연결하여 새로운 공공 공간을 창조한다. 유연하게 잘린 억새Miscanthus 초지가 에너지 작물 정원을 이룬다. 억새는 최대 4m까지 자라고 일 년에 두 번 수확할 수 있다. 억새 풀밭은 방문객과 시민들을 위해 다양한 기능을 하는 공간을 조성해낼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벤트 공간, 놀이공원, 갤러리, 시장, 미로 혹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옥외 광고로 활용할 수도 있다. 억새는 지반이 얕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난다. 이러한 특징은 대상지에서 중요한 사항이다. 대상지가 위치한 레프스하뢰엔Refshaleøen은 원래는 코펜하겐의 작은 섬이었지만 간척 사업으로 면적을 크게 확대해 아마게르 섬Amager과 연결하고 공업 지역을 조성했다. 따라서 대상지의 토양은 매우 척박하고 건조하다. 억새는 해안가와 같이 소금기가 있는 토양에서도 잘버티며 물도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다. 또한 코펜하겐에서는 해마다 비가 오고 타워 지하에도 빗물을 저장하기 위한 보조 물탱크가 있기 때문에 억새 풀밭 조성소 흡수율이 매우 높으며 뿌리 조직에 오염물질을 축적하므로 공업화로 인해 오염된 토양을 정화할 수 있다. 억새의 또 다른 이점은 기존 발전소에서 혼소掍燒(2종류 이상의 연료를 연소시키는 것) 물질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27,000m2에 이르는 면적에서 생산된 작물은 223MWh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넓은 면적의 억새 정원은 새나 그 외의 작은 동물들에게 좋은 서식처가 된다. 이 프로젝트에서 제시된 풍력 기술은 동물들에게도 전적으로 안전하다. Artist Location Warsaw, Poland Energy Technologies biofuel, aeroelastic flutter(WindbeltTM) Annual Capacity 550MWh(223MWh bio, 327MWh WindbeltTM)
    • 조한결
  • 1st Prize: The Solar Hourglass Santiago Muros Cortés
    솔라 아워글라스The Solar Hourglass는 말 그대로 태양의 모래시계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시간을 측정하는 대신에 태양열을 모아 에너지를 생산하고 흡수기에 그 열을 집적시킨다. 이 친환경적이며 지속가능한 태양열발전기는 모래시계의 형상과 유사할 뿐만 아니라 작동하는 방식도 비슷하다. 단지 흘러내리는 물질이 모래가 아니라 태양광일 뿐이다. 밤이 되어 빔이 발사되면 설치물을 뒤덮은 가느다란 유기 발광 다이오드OLED 층이 위아래의 구체 표면을 밝혀 주기 때문에, 모래시계가 우아한 한 쌍의 곡면으로 변형되어 레프스하뢰엔Refshaleøen 섬의 경계 부분을 밝힌다. 솔라 아워글라스는 에너지가 시간만큼이나 소중하고 순간적인 것이기에 소중히 다루고 절약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대지에 세워진 모래시계는 밝고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희망의 빛줄기를 선사한다. 솔라 아워글라스는 작은 평면거울로 이루어진 집광식 태양열 시스템으로 작동한다. 이 거울은 태양 에너지를 반사해 전열매체heating medium가 내장된 탱크에 집적시킨다. 태양열 발전 분야의 세계적 선두주자인 아벤고아 솔라Abengoa Solar사에서 제조한 ‘일광 반사 장치heliostat’로 알려진 이 거울은 모래시계 상부 구체 위에 포물선 모양으로 배열되어 원뿔 모양의 좀 더 작은거울에 태양열을 반사시킨다. 이 거울은 반사열을 응축시켜 설치 오브제의 목 부분으로 쏘아내려 보낸다. 축열된 태양광은 흡수기나 집열기 구성체로 보내진다. 이 구성체는 흡수기 내에 장착된 열전달 유체로 태양열이 최대한 잘 전도될 수 있도록 표면이 특수한 흡수재로 마감된다. 용융염(용해된 소금)으로 구성된 이 열전달 유체heat transfer fluid(HTF)는 600°C 이상까지 가열된다. Artist Location Buenos Aires, Argentina Energy Technologies concentrated solar power (thermal beam-down tower with heliostats) Annual Capacity 7,500MWh
    • 조한결
  • Land Art Generator Initiative 2014
    아름다운 미래형 발전소, 랜드 아트 제너레이터 이니셔티브 재생 에너지는 아름다울 수 있다 “재생 에너지는 아름다울 수 있다Renewable energy can be beautiful.” 재생 에너지 발전소를 하나의 공공예술 작품으로 구상하는 아이디어 공모전인 ‘랜드 아트 제너레이터Land Art Generator Initiative(이하 LAGI)’의 표어다. 발전소는 생활에 꼭 필요한 시설이지만 그동안 대표적인 기피 시설로 인식되어 왔다. 지구 온난화, 대기 오염, 폐기물 처리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 화력·원자력 발전뿐만 아니라 댐 건설로 생태계 파괴 문제를 야기하는 수력 발전, 자연 경관을 해친다는 논란이 계속 불거지고 있는 풍력 발전, 거대한 면적을 차지해 경제성과 효율성 면에서 단점이 있는 태양광 발전 등 재생 에너지를 이용한 발전 방식 또한 기술적·미적·환경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다. 그동안 발전소가 ‘숨겨야 할 흉한 시설’로 인식되어 왔다면 LAGI가 제시하는 발전소는 주민들의 삶에 생기를 불어넣고 환경의 소중함을 환기하는 ‘예술 작품’이다. 재생 에너지 발전소를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예술 작품’으로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건축, 조경, 엔지니어링, 응용과학, 산업 디자인, 도시계획, 환경공학, 교육학 등 다양한 분야의 최신 기술과 지식이 요구된다. LAGI 2014의 수상작들은 최신 에너지 발전 기술을 디자인에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1등작 솔라 아워글라스Solar Hourglass는 스페인의 태양열 발전 분야 선두 업체인 아벤고아 솔라Abengoa Solar사의 ‘일광 반사 장치heliostat’를 이용한 집광식 태양열 발전 시스템을 응용해 디자인에 적용했다. 집광식 태양열 발전 시스템은 태양광 전지를 사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것(태양광 발전)이 아니라 거울을 이용해 태양열을 한 곳에 집중시킨 후증기로 전환시켜 발전기를 작동하는 방식으로 태양광 발전보다 대규모 발전에 유리하다. 2등작 퀴버Quiver는 홍콩의 벤처기업 험딩어Humdinger사의 윈드벨트 기술을 응용했다. 윈드벨트는 팽팽하게 잡아당긴 얇은 막의 진동을 이용한 풍력 발전 기술로 바람개비를 이용한 일반적인 풍력 발전 방식보다 저렴하고 모듈화·소형화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3등작 이모션eMotions은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기술인 압전세라믹 엑추에이터를 이용한 보행로를 디자인했다. 운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는 압전성이 뛰어난 세라믹을 여러 겹 쌓는 적층 세라믹 기술은 나노미터급 정밀도를 요구하는 최신 기술이다. 레프스하뢰엔이 그리는 지속 가능한 미래 2010년부터 2년에 한 번씩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는 LAGI는 올해로 3회째를 맞이했다. 매회 공모전의 취지와 부합하는 대상지를 물색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LAGI는 2010년 두바이와 아부다비, 2012년 뉴욕의 프레시킬스를 대상지로 선정한 데 이어 2014년에는 코펜하겐의 레프스하뢰엔Refshaleøen을 공모전의 대상지로 선정했다. ‘2014 유럽 녹색 수도’로 선정되기도 한 코펜하겐은 2025년까지 세계 최초로 탄소 중립도시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코펜하겐 정부는 자전거 이용을 유도하고 건물의 단열 효과를 개선하며 태양 전지를 설치하는 등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프랑크 옌슨 코펜하겐 시장은 코펜하겐 시 곳곳에 총 100대의 풍력 터빈을 설치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1 코펜하겐은 이제 단순히 에너지를 생산하는 수준을 넘어서 미학적·사회적인 관점에서도 유익한 새로운 발전 방식을 모색하고 있는 시점이다. 코펜하겐의 레프스하뢰엔은 원래는 독립된 작은 섬이었으나 1870년대에 레프스하뢰엔 항구의 수로를 깊게 파내는 공사가 완공되면서 섬에 조선소가 들어섰고 덴마크의 대표적인 공업 지역으로 번창하게 되었다. 늘어나는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벌인 간척 사업으로 면적이 크게 확대되어 현재는 아마게르Amager 섬과 연결되어 있다. 1996년, 조선소의 파산으로 쇠락의 길을 걷던 레프스하뢰엔은 최근 도시재생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섬에 남겨진 폐건물에는 벤처 기업의 사무실, 소규모 공방, 벼룩시장 등이 들어섰으며 문화·예술 활동을 위한 공간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또한 레프스하뢰엔의 구항에는 덴마크 최초의 실내 요트 정박지가 세워져 해상 스포츠와 여가를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는 에너지 회사 SE 빅 블루SE Big Blue와 삼쇠Samsø 섬의 에너지 아카데미Energy Academy와 협력을 맺고 온실가스 감소 마을climatefriendly neighborhood을 계획하는 중이다. 이번 공모전에는 전 세계에서 수백 개의 팀이 지원해 탄소 중립 도시를 꿈꾸는 코펜하겐의 옛 공업 지역을 무대로 상상력을 펼쳤다. LAGI는 시공을 전제로 하지 않는 아이디어 공모전이기 때문에 제출된 작품 중에는 다소 현실성 없어 보이는 파격적인 아이디어도 종종눈에 띈다. 하지만 우리의 현재 또한 과거의 누군가가 꿈꾸었던 터무니없는 상상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LAGI가 그리는 아름다운 미래가 실현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LAGI는 수상식, 전시회, 출판 등을 통해 공모전이 추구하는 가치와 실현 가능성을 꾸준히 홍보하고 있다. 1st Prize The Solar Hourglass Santiago Muros Cortés 2nd Prize Quiver Mateusz Góra, Agata Gryszkiewicz 3rd Prize eMotions: Energy Motions and Art Emotions Antonio Maccà, Flavio Masi
    • 조한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