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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inning Prop: Anacostia Crossing 11TH STREET BRIDGE PARK DESIGN COMPETITION
    애너코스티아 크로싱Anacostia Crossing은 강 위에 떠있는 소통의 장소다. 애너코스티아 크로싱 공원은 오랜 세월 동안 이질적이었던 양쪽 강변을 여러 야외 체험 공간으로 연결한다. 이를 통해 공원은 서로 다른 두커뮤니티가 융화되는 교차점이 될 것이다. 애너코스티아 크로싱은 근린공원, 인근 직장인들의 여가 공간, 주민들의 휴식 공간, 관광 명소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프로그램을 제시한다. X자 형태의 다리 양쪽 강변에서 뻗어 나오는 길들은 구름판springboard 역할을 할 것이다. 즉, 어느 방향에서 공원으로 진입하더라도 공원을 최대한 잘 바라볼 수 있도록 방문객을 들어 올리는 경사로가 된다. 동쪽 강변(애너코스티아 고속도로 쪽)에서 진입하는 두 갈래의 길은 하나의 고리를 형성함으로써 서쪽(캐피톨 힐 쪽) 강변으로 난 길을 아우르고 반대편 강둑으로 연결한다. 그 결과로 만들어지 는 다리의 형태는 접점을 상징하는 X자 형태를 이룬다. 즉각적으로 인지되는 X자 형태는 강에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할 것이다. 또한 이 길들은 애너코스티아 강의 풍경과 다리 위에서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 워싱턴 D.C.와 애너코스티아 내의 유명한 랜드마크 등을 내려다 볼 수 있도록 5% 경사의 단을 형성한다. 이단은 남서 방향에는 카페에 필요한 그늘과 지붕을 만들고, 북서 방향에는 공연 공간과 해먹 숲을 제공한다. 양 끝단에는 폭포가 조성되어 애너코스티아 강으로 물이 떨어진다. 동쪽 폭포는 정화 시설과 연결되어 교각근처에 새로 조성되는 습지와 함께 강을 지속적으로 정화한다. 다양한 활동의 허브, 애너코스티아 크로싱 애너코스티아의 성격과 본질은 지역 공동체가 함께 향유할 수 있는 강변 조경 계획에서 비롯된다. 이 다리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지역의 고유한 문화적, 자연적 역사를 보여줄 것이다. 방문객과 지역 커뮤니티를 위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편의시설(휴게소와 음식점), 무덥고 추운 날씨를 피할 수 있는 공간(그늘과 양지), 계절별 프로그램이 가능한 공간 등이 다리를 따라 조성될 것이다. 양 강변에서 오는 두 길의 교차점은 다리의 중앙에 만남의 장소를 형성한다. 이곳은 개방된 광장으로서 시장과 축제, 연극 공연이 일년 내내 열릴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 될 것이다. 이 광장의 틀을 만드는 길들은 놀이와 휴식, 교육, 모임을 위한 일련의 영역을제공해 이 다리를 다양한 활동의 허브로 부상시킬 것이다. 인근 커뮤니티들은 애너코스티아 크로싱에서 여러 행사를 계획하고 개최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방문객은 애너코스티아 크로싱을 통해 강 아래로 내려가 물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다리의 몸체를 이루는 공연 공간과 카페는 열린 공간으로서 아래쪽의 강을 감상할 수 있다. 이러한 공간을 통해 방문객들은 풍경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지점에서 강을 즐기거나 보트를 타고 휴식을 취할 수 있다. OMA / OLIN Lead Architect OMA Lead Landscape Architect OLIN Structural and MEP/FP Engineer Arup Open Space Programming and Maintenance and Operations ETM Associates Hydrology and Marine Engineering Tetra Tech Lighting Designer L’Observatoire International Public Art Advisor Cecilia Alemani Community Outreach Advisor ARCH Development Corporation Acoustics Consultant Threshold Acoustics Theater Acoustic Fisher Dachs Associates Civil Engineer MKA Engineering Surveyor Wiles Mensch Cost Consultant Dharam Consulting Code Consultant Rolf Jensen Associates Transportation Planning Gorove/Slade Irrigation Consultant Lynch & Associates Ecologist Habitat by Design Sustainability and LEED Atelier Ten
    • OMA / OLIN
  • 11TH STREET BRIDGE PARK DESIGN COMPETITION
    미 국회의사당을 중심으로 시가지, 거리, 주거지 등이 격자 모양으로 잘 정돈된 워싱턴 D.C.는 미국의 민주주의 이념을 도시계획을 통해 구현한 도시로 유명하다. 백악관, 펜타곤, 연방 의사당 등 미국의 주요 정부 기관은 물론이고 수많은 국가 기념물과 박물관, 미술관 등이 모여 있는 워싱턴 D.C.는 미국 상류 계층이 이끄는 고급 문화의 중심지이지만 이 격조 높은 도시에도 명암은 있다. 중·상류층 백인이 인구의 큰 비중을 차지하던 과거와는 달리 오늘날 시민의 과반수는 인종차별이 없는 연방정부 기관에서 일하기 위해 수도로 몰려온 흑인들이 차지하고 있으며 히스패닉계 이주자의 수도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호화 주택이 늘어선 조지타운 부근의 서부 지역과 북서부 외곽 지역에는 중·상류층 백인이 많이 거주하고 있지만 애너코스티아 강 남동쪽 지역Anacostia과 시의 북동부 지역에는 히스패닉과 흑인이 주로 거주하고 있어 한 도시 안에서도 구역 간에 인종과 계층의 구별이 뚜렷하다. 포토맥 강과 애너코스티아 강이 합류하는 지역에 자리한 이스트 포토맥 공원 단지 인근은 원래 흑인 빈민가 구역이었지만 도시 정비 사업에 의해 중·상류층 아파트와 연립주택이 들어서며 백인 거주 지역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에 따라 원래 이 지역에 거주하던 흑인 주민들은 시의 북동부 지역과 애너코스티아로 밀려나게 되었다. 11번가 브리지 파크11th Street Bridge Park가 들어서게 될 지역은 애너코스티아 강을 사이에 두고 북서 강변으로는 국회의사당이 있는 캐피톨 힐Capitol Hill과 남동강변으로는 저소득층의 흑인이 주로 거주하고 있는 애너코스티아와 접한다. 단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을 뿐이지만 두 지역 간의 문화적·계층적 이질감은 뚜렷하다. 미국 주요 정부 기관과 미술관, 박물관 등이 몰려 있는 캐피톨 힐은 깨끗하고 선진적인 분위기가 느껴지지만 애너코스티아 지역은 워싱턴 D.C.에서 가장 범죄가 많고 더러운 지역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지역 주민이 직접 구상한 설계 원칙과 프로그램 요소 11번가 브리지 파크 프로젝트는 바로 이 두 지역의 교류와 상호 발전을 위해 구상되었다. 오래된 11번가 브리지 옆에 새로운 다리가 놓이면서 기존의 다리는 교각만 남기고 철거되었다. 11번가 브리지 파크는 이 기존 교각 위에 지어진다. 총 길이는 900피트로 미식축구 경기장 3개를 이어놓은 길이와 맞먹는다. 현재 교각만 남아 있는 이 미래의 공원에 지역 주민들이 거는 기대는 크다. 총 2,500만 달러로 추산하는 총공사비용 중 1,450만 달러는 시에서 지원하고 나머지 비용은 시민들의 모금 캠페인을 통해 마련할 예정이다. 아직 모금 캠페인이 시작되기 전이지만 목표액의 약 15분의 1에 해당하는 백만 달러가 이미 개인과 단체의 후원을 통해 모였다. 또한 11번가 브리지 파크는 이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도시재생 움직임과 맥락을 같이 한다. 워싱턴 D.C. 정부와 함께 이 공모전을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주최한 비영리단체 ‘Building Bridges Across the River at THEARC’는 애너코스티아 워드8 지역에 있는 타운 홀 에듀케이션 캠퍼스Town Hall Education Arts Recreation Campus(THARC)를 운영하며 낙후된 애너코스티아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는 교육·문화·복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Building Bridges Across the River at THEARC는 인근 지역의 종교 지도자, 사업가, 교사, 단체장 등의 지역 주민과 함께 200회에 가까운 회의를 통해 공원의 설계 원칙과 필수 프로그램, 추구 가치 등을 구상했다. 이들이 직접 작성한 설계 원칙과 필수 프로그램은 공모전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도시를 하나로 묶을 것Stitch together the city’, ‘강을 주민들의 삶에 끌어들일 것Engage the river’, ‘시민의 건강 수준을 높일 것Elevate public health’ 등 13개 조항으로 구성된 설계 원칙과 공연장, 환경 교육 센터, 21세기형 놀이 공간, 공공 예술공간, 카약·카누·외륜선 선착장, 카페·레스토랑, 오픈 스페이스 등 7개 필수 시설은 심사의 중요한 평가기준이 되었다. 당선작, 애너코스티아 크로싱 지난 3월 20일 공식적으로 발표된 공모전에 80여개의 회사로 이루어진 41개 팀이 참가 신청했고 심사위원은 이중 조경가와 건축가로 이루어진 6팀을 선발했다. 심사위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중 네 팀Balmori Associates/Cooper, Robertson & Partners, OLIN/OMA, Stoss Landscape Urbanism/Höweler + Yoon Architecture, Wallace Roberts & Todd/NEXT Architects이 2단계에 진출했다. 2단계에 진출한 네 팀은 4개월간 최종 디자인 작업을 거쳤고 지난 9월 29일과 30일, 이틀에 걸쳐 대중에게 결과물을 발표했다. 발표에 참석하지 못한 시민들도 약 2주간 진행된 결선 진출 팀의 패널 전시회를 통해 결과물을 확인하고 시민 투표에 참여할 수 있었다. 지난 7개월간 진행된 공모전을 통해 10월 16일, OMA와 OLIN의 ‘애너코스티아 크로싱Anacostia Crossing’이 당선작으로 발표되었다. 애너코스티아 크로싱은 직설적이지만 강한 상징성을 띄는 ‘X’자 형태의 공원이다. OMA와 OLIN은 공원의 각 구역에 어울리는 프로그램을 촘촘히 배치해 X자의 형태를 기능적으로도 완결성 있게 제시했다. 애너코스티아 크로싱은 심사위원들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다. 11번가 브리지 파크프로젝트의 디렉터 스콧 크라츠Scott Kratz는 “OMA와 OLIN의 디자인 콘셉트는 양 강변 인근의 주민들과 도시 전역의 시민들이 요청한 아이디어를 단순하고도 명쾌하게 풀어냈다”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애너코스티아 크로싱에 대해 “수도의 상징적인 구조물에 새로운 형태를 부여하고 인근 커뮤니티를 새로운 공간으로 초대해 역사적으로 분절되어 있던 두 지역을 연결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워싱턴 D.C.는 미국 국회의사당을 중심으로 구역이 방사형으로 잘 정돈된 계획도시다. 백악관이나 연방대법원이 아닌 국회의사당을 그 중심에 두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정신을 담아낸 도시로 평가받기도 하지만 국회의사당을 ‘정점’으로 도시 내의 주요 기관과 시설이 편재되었다는 점에서 구역 간의 수직적인 구조가 강력하게 나타난 도시이기도하다. 이후 개정되기는 했지만 1899년 어느 건물도 의사당보다 높게 짓지 못하도록 규정한 건물 고도 제한법Heights of Building Act으로 인해 오늘날 워싱턴 시의 스카이라인은 의사당을 중심으로 낮고 넓게 퍼진 형태다.1 애너코스티아 크로싱은 이 경직된 분위기의 도시에 들어서는 첫 번째 ‘고가 공원’이다. 구름판 형태의 공원은 시민들을 높이 들어 올려 서쪽으로는 국회 의사당을, 동쪽으로는 흑인 노예 해방 운동가 프레더릭더글라스의 생가가 있는 애너코스티아 지역을 바라보게 한다. 시민들은 11번가 브리지 파크를 통해 애너코스티아 강 만큼이나 깊은 인종과 계층의 강을 건널 것이다. WinnigProposal Anacostia Crossing OMA / OLIN Finalist Bridge Park Balmori Associates / Cooper, Robertson & Partners Finalist The Crossing Stoss Landscape Urbanism / Höweler + Yoon Architecture Finalist Anacostia Landing Wallace Roberts & Todd / NEXT Architects
    • 조한결
  • 하이라인을 꿈꾸는 서울역 고가
    “지상에서 가장 긴 공중가로정원을 생각했었다. 느릿느릿 흐르다보면 … 나지막한 건물과 산이 둘러싸고 그 길 아래로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는 꿈을 꿨다. … 지구상에서 가장 활동적인 공간을 관조할 수 있는 길이었다. 그러다가 계단을 내려가면 나도 거기 한 사람임을 확인할 수도 있었다.”1 하이라인 특집을 준비하다가, 불현듯 10년 전 청계천 특집에 실렸던 이 글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내 궁금해 졌다. 공중가로정원을 꿈꿨던 그는 서울역 고가 공원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지가. 그래서 그와의 짧은 인터뷰로 글을 시작한다. 남기준 거의 10년 전 이야기다. 청계천 특집 때 청계 고가를 허물지 말고 ‘지상에서 가장 긴 공중가로정원’을 만들자는 제안을 했다. 당시는 하이라인이 지금처럼 크게 부각되었던 때도 아니었다. 이수학(아뜰리에나무 소장) 운전대를 잡고 청계 고가를 통과한 적도 많지만, 고가를 따라 하릴 없이 거닐어본 적도 꽤 된다. 특히, 철거 직전 차량 통행이 ‘금지된 고가’ 위를 거닐 때 받은 느낌은 신선했다. 고가의 높이 때문에 주변 건물들이 모두 나지막해 보였다. 어렸을때의 서울 풍경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광경이 바로 거기에 있었다. 고가와 주변 건물 사이는 허공인데, 그 틈이 마치 바람이 졸졸졸 흘러가는 개천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고가의 양 옆만 허물고 중앙 부분을 그대로 남겨서, 좁고 긴 공중가로정원을 만들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바로 그 고가 위에서 떠올랐다. 남 지금 생각해보니, 서울역 고가보다 청계 고가가 하이라인과 주변 조건이 더 유사해 보인다. 서울역 고가는 도로 사이에서 섬처럼 고립된 감이 강한데, 청계 고가는 주변 건물과의 관계가 더 밀접해 보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 때로부터 꼭 10년이 흐른 지금, 철거가 예정되었던 서울역 고가의 공원화 논의가 활발하다.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이 서울 시내의 주요 고가가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아현 고가, 약수 고가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도시 미관을 해치고, 교통 흐름에 큰 도움이 되지 않거나, 유지관리비가 크기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고가 도로를 하나의 근대 문화 유산으로 바라보는 관점도 필요해 보인다. 고가 도로가 건설되던 당시에는 분명 우리 사회가 고가를 필요로 했었다. 서울 시내의 허공을 가로지르고 세로지르던 고가 도로가, 최소한 특정 시기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는 공간적 켜로서는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이야기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지금 당장 필요한 것들로만 이루어진 도시가 아니라, 도시의 변천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요소들이 물리적으로도 남아 있는 도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물론 고가 도로가 근대 유산으로서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이견이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허물어버린다면 논의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없애는 것은 언제든 할 수 있다. 한번 만들어진 것을 없애는 결정을 내릴 때, 보다 신중했으면 한다. 그렇다고 꼭 공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공원화 할 것이냐 말 것이냐 보다 고가를 철거해야 하느냐 마느냐의 논의가 먼저 진중하게 검토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서울시의 방향이 이미 고가 도로 철거에서 공원화로 확정된 것으로 보여, 철거냐 아니냐의 논의가 무의미해진 것일 수도 있지만, 고가 도로와 같은 구조물도 근대 문화 유산으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더 논의가 이어질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하이라인과의 관련성도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있는데, 이는 지양되어야 하지않을까 싶다. 서울에 어울리는, 서울만의 고가 활용법이 충분히 모색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서울만의 활용법을 제대로 구상하기 위해서는 보다 긴 시간이 필요하다. 우선은 고가 도로를 철거하지 말고 그대로 둔 상태에서 안전과 관련된 문제만 꼼꼼히 해결한 후, 상당 시간을 보행자와 자전거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다가, 긴 안목에서 최선의 활용 방안을 모색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갑작스레 던진 질문에, 그는 머뭇거리며 조심스럽게그러나 명확히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어떤 대목에서는 약간의 떨림이 느껴지기도 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는 2002년 5월부터 2003년 10월까지 만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열린 프로젝트 02 - 청계천’2이란 타이틀 아래 청계 고가와 그 아래 잠들어 있던 청계천을 살피고 그 쓰임을 고민했다. 어디까지나 자발적으로. 그가 청계 고가와 청계천 일대를 찬찬히 바라보고 살펴보고 상상했던 것처럼, 우리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서울역 고가를 바라보고 고민하고, 그 미래를 상상하고 있는 것일까? 이 글에서는 이러한 과정상의 문제점을 비롯, 서울역 고가 공원화를 둘러싼 몇 가지논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 파리의 공중 산책로, 프롬나드 플랑테
    파리의 프롬나드 플랑테Promenade Plantée는 여타 조경 작품들과는 다른 계기로 우리에게 알려졌다. 프롬나드 플랑테의 조성 과정에는 프랑스 현대 조경을 전 세계에 알리게 된 화려한 국제공모전도, 거대한 규모와 난해한 설계 언어로 무장한 설계안도 없었다. 조성당시에는 라빌레트 공원Parc de La Villette이나 앙드레시트로엥 공원Parc André Citroën, 베르시 공원Parc de Bercy 같은 미테랑 대통령의 그랑 프로제Grands Projets에 가려 큰 이목을 끌지도 못했다. 조성된 지 10여 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영화 ‘비포 선셋Before Sunset’(2004) 덕분이었다. 9년 만에 재회한 연인이 서로의 기억을 더듬으며 감정을 재확인하는 장면의 배경이 되면서, 프롬나드 플랑테는 주민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즐기는 파리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도시재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뉴욕의 하이라인이 유명해지면서 고가 폐선부지를 활용한 공원의 원조라 할 수 있는 프롬나드 플랑테와 그 아래의 비아뒥 데자르Viaduc des Arts도 함께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산업혁명의 유물이지만, 처치 곤란한 골칫거리가 되어 버린 도심 내 고가 폐선부지를 철거하지 않고, 그 위에 공원을 조성한 것은 당시로서는 매우 참신하고 획기적인 방안이었다. 근대 대도시와 철도 19세기 서유럽을 중심으로 일어난 산업혁명과 도시화의 증거 중, 여전히 그 자취를 깊게 남기고 있는 것으로는 철도를 들 수 있다. 전에 없던 규모와 속도로 물류와 사람이 이동할 수 있는 철도는 진보의 상징이었다. 오스만화로 더 잘 알려진 제2 제정기 프랑스에서도 철도는 국가의 자부심이었고, 철도역은 도시를 대표하는 근대의 대성당이었다. 효율성이 우선시 되었기에, 도심 한복판을 철로가 가로지르는 것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1845년 ‘작은 벨트’라는 뜻의 도시철도Petite Ceinture가 최초로 파리에 등장했고, 도심 내외를 연결했다. 1859년 운행을 시작한 바스티유 선은 바스티유와 뱅센느 숲Bois de Vincennes 사이를 왕복했고, 파리 동쪽의 12구를 직선으로 관통했다. 1969년 RERRéseau Express Régional(지역고속전철망)이 도입되면서, 도시철도는 운행을 중단했다. 이후 남겨진 고가 폐선부지는 도시의 진보와 근대화의 상징이었던 시기를 뒤로 한 채, 철거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는 도심 내 흉물로 전락했다. 이는 근대 산업 유산의 공통적인 문제였고, 이 난제에 대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방안은 미테랑 대통령 시기의 프랑스에서 등장했다. 프롬나드 플랑테는 독자적인 공원 조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그랑 프로제에 포함된 바스티유 국립 오페라 극장의 형성에 수반된 주변 환경 정비의 일환으로 조성되었다. 새로운 오페라 극장을 위한 국제공모전의 지침에서 파리 시 당국은 광장까지 이어지는 연속된 산책로가 철로의 플랫폼과 동일한 높이로 조성되어야 함을 명시했다.1 1979년에 APURAtelier parisien d’urbanisme(파리 도시설계연구원)이 연구에 착수했고, 파리의회의 프로그램 승인(1987), DUPDéclaration d’utilité publique(공익사업인정)를 통한 고가 철로 인근 사업 구역 조성(1990)이 진행되었다. 이어 공모전에서 당선된 건축가 필리프 마티유Philippe Mathieux와 조경가 자크베르즐리Jacques Vergely의 안을 토대로 단계별로 공원이 조성되어 1993년에 완공되었다. 이와 별도로 진행된 하단부 개조 공사에서는 건축가 파트릭 베르제Patrick Berger의 안이 당선되었다. ‘예술의 고가 다리Viaduc des Art’라는 이름이 붙은 길이 약 1.5km의 이 구역은 프롬나드 플랑테가 시작되는 아브뉘 도메닐Avenue Daumesnil의 1번지에서 129번지에 해당하고, 고가 하단부의 아케이드를 상점가로 개조했다. 기존 철로의 아치 구조를 최대한 유지했고, 일관된 유리 진열창의 배열을 통해 연속성을 강조했다. 총 64개의 볼트 중 56개가 수공예 장인들의 아틀리에와 매장, 갤러리, 카페와 레스토랑으로 조성되었고, 나머지 8개는 통로 기능을 하여 도시 조직의 지속성을 재창조한다. 설계적 특징 프롬나드 플랑테는 파리 12구에 위치한 공원으로서, 길이 약 4.5km, 총 면적 약 65헥타르이며, 세계 최초로 9m 높이의 폐선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한 사례다. 하지만 이런 물리적 요건의 기술로는 프롬나드 플랑테라는 장소의 특징을 온전히 전달할 수 없다. 대상지는 과거 철로였던 곳이고, 거대한 식재나 수경 시설을 도입하기 어렵다. 철로 구조를 유지했기에 상단 플랫폼은 폭 9m 정도로 협소했고, 설계자들은 단순함을 추구할 수밖에 없었다. 도시를 둘러싼 도성 윗길에 조성된 17세기의 공공 산책로에서 영감을 받은 설계는 중앙의 폭 2.5m의 보행로를 따라 대칭을 이루는 정형식 양식을 기본으로 한다. 하단 볼트의 기둥에 해당하는 부분마다 보리수나무를 식재하여 리듬감을 주었는데, 이곳의 토심을 2m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기술적 난제였다. 작은 테마 정원을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하여, 선형의 공간을 걷는 동안의 단조로움을 피하게 했다. 식물로 만들어진 정형식 문으로 구분된 각 정원은 토피어리나 화이트 가든, 트렐리스, 퍼골라, 파빌리온, 장미나 대나무 정원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되었다.2 황주영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불문학과 영문학을 공부하고, 미술사학과에서 풍경화와 정원에 대한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서울대학교 협동과정 조경학전공에서 19세기 후반 도시 공원의 모더니티에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술과 조경의 경계 사이를 넘나들며문화사적 관점에서 정원과 공원을 보는 일에 관심이 많고, 관련된 책몇 권을 함께 쓰고 옮겼다.
  • 하이라인 효과
    하이라인의 전 구간이 완성되었다. 9월 21일 3구역의 개장으로 10여 년에 걸친 설계와 공사 과정은 작은 부분1만을 제외하고는 모두 마무리되었고, 이 세월 동안 하이라인은 도시의 ‘명물’에서 더 나아가 뉴욕 시민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자산’으로 그 위상을 공고히 하게 되었다. 도시사학자들은 뉴욕을 시험장testing ground이라고 말한다. 산업화, 탈산업화, 세계화의 중심으로서, 그에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도시 문제를 앞서 경험하였고, 문제 해결을 위한 수많은 정책들을 쏟아내며 성공과 실패의 선례를 만들어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하이라인은 가장 뉴욕적인 공원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물론 버려진 산업 기반 시설을 재활용하거나, 시민의 힘으로 공원을 만드는 아이디어가 뉴욕에서 처음 시도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원의 관리와 조성에 시민 단체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틈이 마련되고, 또한 이를 위한 비영리 단체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제 개체로 자리매김하게 되고, 공원이라는 매체로써 낙후된 도시를 재생시키고, 그곳의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만들어내는 보기 드문 현상은 뉴욕이라는 특수한 배경 하에서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지역적 배경 하이라인이 속해 있는 웨스트 첼시West Chelsea와 미트패킹 지구Meatpacking District는 산업 철로였던 하이라인,2 화물 수송을 담당했던 첼시 항구Chelsea Piers 등이 복합적으로 연결된 공업 단지였다. 또한 19세기 철근 가공업을 시작으로 건설, 의복, 인쇄 등 여러 공업들이 거쳐 간 역사를 지닌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후 급격히 성장한 자동차 산업과 미국의 고속도로 건설 붐에 철도 산업은 사양길을 걷기 시작하였으며, 하이라인을 운행하던 기차는 건설 50여 년이 지난 1980년 잠정 휴업에 들어가게 된다. 하이라인의 운행 중단 후에도 근근이 공업 단지의 명맥을 이어가던 업종은 정육업과 자동차 수리업이었고, 그 외의 빈자리는 다양한 종류의 비즈니스와 사람들로 메워지게 된다. 현재는 아트 갤러리 산업과 고가의 패션 부티크, 레스토랑 등이 이 지역을 대변하고 있지만, 1980~90년대의 이곳은 외설물이나 성인 용품을 취급하는 상점부터 동성애자의 아지트가 되던 술집과 식당, 사진작가, 화가, 건축가, 각종 식료품 도매 업체까지 다양한 업종이 혼재되어 있는 곳이었다.3 공업 지역으로 용도가 지정되어 있고, 그에 맞는 건물 구조가 다른 용도로 이용되기 부적합했던 탓에, 이 지역은 주거단지나 상업 단지로 탈바꿈하기 어려웠다. 이런 모호한 설정 속에서 살아남거나 혹은 이를 찾아오는 산업의 집합이란 하나의 특색으로 정의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심각한 주택 문제에 늘 허덕이는 뉴욕 시에서 이 지역 또한 개발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특히 많은 주거 인구를 수용하고 있던 이스트 첼시East Chelsea4의 주택 가격 상승과, 인기 있는 주거 단지인 그리니치 빌리지Greenwich Village, 허드슨 리버Hudson River 워터프런트와의 인접 등 여러 가지 위치적 조건들로, 이 지역은 이미 고밀도 주거 단지로 개발될 막연한 기대를 받고 있었으며,5 부동산업자들에게도 주목받고 있었다. 정치적 배경 하이라인 철거를 위한 공청회에서 하이라인 친구들Friends of the High Line의 설립자인 로버트 해먼드Roberts Hammond와 조슈아 데이비드Joshua David가 만난 것은 1999년이었다. 둘 다 평소 지역 사회의 대소사에 관심을 가지는 성격은 아니었다고 하나6 하이라인의 철거를 막는 데는 의기투합했다. 시민운동의 경험이 전무했던 그들이었으나, 그들의 행동은 매우 전략적이고 효과적이었다.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찾아가 주민의 뜻을 전달하고, 실현 가능성있는 대안과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정책적인 도구7를 찾아보고, 또한 자신들의 의지에 반하는 시 결정의 허점8을 찾아내 당시 뉴욕 시장이었던 루돌프 줄리아니Rudolph Giuliani를 고소하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하였다. 윤희연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Pennsylvania)에서 조경 및 지역 계획학 석사를 마치고, WRT(Wallace Roberts & Todd)와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에서 실무 경력을 쌓았으며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에 조경사로 등록되어 있다.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 근무 중 하이라인 2구역의 리드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개념설계부터 실시 설계까지를 담당했다. 이후 하버드 대학교에서 도시계획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조경학 전공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 Joshua David “ 지역과 주민이 가진 에너지를 발견하라”
    지금의 하이라인은 시민 단체인 ‘하이라인 친구들’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10월 15일 최이규 뉴욕지소장이하이라인 친구들의 공동창립자인 조슈아 데이비드를 만났다. 9월 21일 하이라인 3구역 개장 이후, 특히 많은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그였기에 어렵게 성사된 인터뷰였다. 조슈아는 1999년부터 시작된 하이라인과의 인연부터 지금까지 15년여의 경험을 들려주었는데, 하이라인의 재원 마련 과정, 디자인과 관리의 관계, 시 정부와의 파트너십 등의 경험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_ 편집자 주 하이라인의 발견 Q. 당신이 ‘하이라인 친구들Friends of the High Line’을 처음 시작했을 때, 그 의도는 우선 구조물에 대한 보존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도시의 과거에 대한 보존 운동에서 첫걸음은 무엇보다, 그 가치와 아름다움을 느끼는 과정일 것이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하이라인이 단순한 흉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반면, 당신은 왜 하이라인을 옹호하고 지키려 했나? A. 하이라인의 철거 논의가 불거져 나왔을 때, 나는 이미 15년 정도 근처에서 살고 있었다. 매일 하이라인을 지나다녔지만, 그 오랜 시간 동안 하이라인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 아마 하이라인의 대부분이 건물 뒤에 가려있어, 전체적인 모습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거리의 이곳저곳에서 파편적으로 흉한 모습을 볼 수 있을 뿐이었다. 당시, 나는 잡지사에 기고하는 저술가였다. 때마침 내가 살던 동네에 관한 기사를 청탁받고, 첼시 지역의 동향에 대해 조사하고 있었다. 소호에 있던 갤러리들이 첼시로 몰려드는 시기였고, 그 파급 효과에 관심이 있었다. 동네를 돌아다니며 거리의 구석구석을 다 뒤지고 나니, 비로소 하이라인이 눈에 들어왔다. 그제야 22개 블록에 걸친 하이라인의 진면목과 규모를 어슴푸레 알아채기 시작한 거다. 그리고 이미 그 일부분이 철거되어 주택이나 오피스 건물로 바뀌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공동창립자인 로버트 해먼드Robert Hammond와 마찬가지로, 하이라인 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당시 조슈아는 반지하방에 살고 있었다. - 역주). 그것이 나와 하이라인의 개인적인 첫 만남이라고 할 수 있겠다. Q. 하이라인의 건축적 가치, 즉 아르데코Art Deco 디테일이나 반복적인 볼트의 패턴 등, 구조물 자체의 미적인 부분이 당신의 보존 운동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가? A. 당시 사람들이 하이라인을 보면서, 못생기고 흉물스럽고 당장 철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여기저기 녹이 슬어 있었고, 비둘기가 둥지를 틀었다. 그때만 해도 비교적 최근의 산업 시대 유산에 대한 건축계나 일반인들의 인식이 미미할때였다. 상식적인 시각에서 하이라인은 아름다운 건축과 상당히 거리가 멀었다. 주거 건물 같이 의도적으로 아름답게 설계한 건축물과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새로운 아름다움에 눈을 뜨는 데 때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하이라인의 아름다움은 강고함으로 요약된다. 그렇다. 나는 하이라인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특히 아르데코 난간의 모습이 그랬다. 한편으로는 하이라인하부 공간 자체가 뿜어내는 공간적 개성에 매료됐다. 어두운 곳이었지만, 때로 서너 개 블록 길이로 뻗어있는 연속적인 기둥과 높이 들려진 천장은 마치 중세 시대 성당에서 느낄 수 있는 장엄함을 담고 있었다. Q. 하이라인 운동에 필요한 모든 문서를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아는데, 글 쓰는 작가, 기자로서의 경력이 하이라인 운동에 도움을 많이 준 것 같다. A. 글의 중요성은 지나칠 수 없다. 어떤 조직을 시작하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명확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단지 비전을 늘어놓기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란, 글을 쓰는 것뿐만 아니라,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 그리고 카메라 앞에서 능숙하게 말하는 것, 여러 사람 앞에서 연설하는 능력 등을 모두 포함하는데, 프로젝트를 현실화시키는 데 필수적이다. 글쓰기에 익숙했던 나의 경력이 크게 도움이 되었다고 확신한다. 재정적 자립 Q. 하이라인 운동의 주머니 사정이 열악했던 초기에, 가장 큰 투자는 경제적 타당성 분석economic feasibility study 보고서였다. 경제성 분석은 왜 중요했으며, 꼭 이루어져야 했는가? A. 1999년 하이라인에 뛰어들었을 때, 뉴욕 시는 호황이었다. 그러나 9·11 사태 이후로 뉴욕 시의 자금줄은 사실상 말라버렸다. 정책적 투자는 매우 신중해 졌으며, 꼭 필요한 지출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한, 예산 편성에서 제외되었다. 그리고 모든 분위기가 뉴욕의 경제적 기반을 회복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마이클 블룸버그Michael Bloomberg 시장이 취임하고,우리가 하이라인의 보존 필요성을 설득하려 하자, 당연히 답해야 할 질문이 ‘하이라인이 경제적으로 뉴욕시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였다. 첫 번째 면담에서 우리는 그에 대한 답을 갖고 있지 않았다. 뉴욕 시 핵심 관료들과 회의를 진행하면서 우리가 절실하게 배운 것은, 하이라인 보존에 뉴욕 시가 참여하게 하기 위해서는 하이라인의 건축적, 문화적 가치보다는 경제적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는 깨달음이었다. 우리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모금 운동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공적 자금의 지원은 너무나 불가피했고, 절실했다. 시민의 세금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하이라인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충분한 정당성을 분석해 숫자로 제시해야 했다.
    • 최이규
  • James Corner “ 하이라인은 친밀함과 광대함이 합류하는 장소”
    지난 10월 7일 뉴욕에서, 하이라인 디자인팀을 이끌고 있는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의 수장 제임스 코너를 인터뷰했다.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느라 정신없이 바쁜 그였지만, 하이라인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확인하고는 기꺼이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그에게서 하이라인 전반의 디자인 철학부터 3구역의 특징, 하이라인 친구들 및디자이너들과의 협업 과정,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전임시장에 대한 생각 등 다양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있었다. _ 편집자 주 하이라인의 디자인 철학 Q. 이번에 개장한 3구역은 지난 1, 2구역과 비교할 때, 어떤 디자인 목표를 가지고 있나? A. 하이라인의 성공에 크게 기여한 요인을 꼽으라면, 무엇보다 하이라인 자체의 본래적 성질에 대한 사려 깊은 존중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동안 버려져 황폐화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은 하이라인을 흉측하고 어두운 곳이라 생각해, 어떻게든 철거하려 했다. 하지만 우리 생각엔, 구조물 자체를 깨끗이 단장하고 밝은 공간으로 바꾸어 새로운 식재와 보행로 등의 시설을 도입하기만 한다면, 하이라인의 특징이 정반대로 큰 매력이 될 것이라 여겼다. 그러므로 전체를 아우르는 디자인 철학이란, 상황을 매우 세심하게 관찰하고, 하이라인 본래의 장소적 진정성을 회복하는 것, 그리고 이두 가지를 더욱 증폭해 드러내는 것이었다. 포장 계획은 그러한 방향성을 나타내는 대표적 사례이고, 매우 복잡하고 정교하게 야생화와 다년생식물이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펼치는 식재 계획 또한 그의 일환이다. 1구역은 미트패킹 지구Meatpacking District를 구불구불하게 흘러간다. 낡은 창고와 투박한 공장 건물들이 지배적인 경관을 형성하고 있으며, 하이라인은 매우 거칠고 도시적이고 산업적인 특징을 보인다. 규모와 디테일, 그리고 하나의 공간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에 대한 집중적인 관찰의 결과가 현재 보는 1구역이다. 남쪽 끝단인 갠스부르트 스트리트Gansevoort Street의 진입부에 큰 규모의 숲을 두고, 일련의 연속적인 수목터널형 보행로가 이어지며, 강을 향한 일광 욕 데크가 나타나고, 10번가10th Avenue와 만나는 곳에는 작은 광장을 배치했다. 이러한 공간은 걸으면서 느낄 수 있는 연속된 사건episode이며, 특정한 환경condition과, 특정한 블록block, 특정한 시점moment을 십분 활용한 결과물이다. 2구역은 1구역과 매우 다른 성격을 보이는데, 갑자기 폭이 좁아지면서 주택 위주의 건물들이 구조물에 가까이 접촉하며, 직선적인 형태를 보인다. 전형적인 첼시의 경관이라 할 수 있는데, 벽돌 벽과 로프트 건물이 만들어내는 공간의 규모와 촉감은 1구역과는 판이하며, 각 공간은 좀 더 단순하며 부드럽다. 2구역은 잡목숲thicket으로부터 시작해서, 탁 트인 잔디밭으로 연결되는데, 여기는 높은 건물이 없어 언제나 햇빛이 밝게 비치는 곳이며, 곧 건물들이 높아지면서 숲 위를 지나는 공중 보행로catwalk가 나타난 후에는 초지로 이어진다. 비교적 단순한 공간이지만, 평화로움을 만끽할 수 있고, 주변 환경에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곳이다. 3구역에서도 급격한 변화가 일어난다. 남북으로 달리던 하이라인은 90도로 꺾여 동서방향으로 놓여, 허드슨 리버를 향해 나아간다. 구조물은 30번가30th Street와 평행되어, 한쪽에는 거리가, 다른 한쪽에는 철도차량 부지Rail Yards 위에 미래 도시가 들어서게 된다. 이러한 진행 방향의 변경, 거리와 인접한 환경, 새로운 개발이라는 세 가지 요인이 3구역을 다르게 만드는 요인이다. 포장과 휴게 시설, 식재는 동일하다. 그러나 이용자가 달라진 공간적 스케일을 느낄 수 있는 장치들이 마련되었다. 강에 근접할수록 광대하게 넓게 열린 공간을 마주하게 되기 때문에, 디자인 또한 여기에 화답한다. Q. 지금에 와서 돌아볼 때, 공모전에서 제안한 안과 달라진 점을 들자면? A. 당선안에는 크게 두 가지 주제가 있었다. 첫째, 하이라인을 매우 통일되고unified 일관된consistent 설계 언어로 디자인 하는 것이다. 즉 포장, 야생식물 식재, 시설, 조명, 난간 등을 전 구간에서 동일하게 적용했다. 우리는 하이라인을 각 구역별로 나누어 각기 다른 모습을 가진 곳으로 만드는 데 반대했다. 그런 점에서 하이라인 디자인은 애초 철로를 설계했던 엔지니어의 방식과 동일하다. 널plank을 까는 시스템을 일관되게 적용한 것도 그렇다. 각 블록별로 디자인을 고민할 것이 아니라, 널빤지라는 언어를 전체에 일관되게 적용하는 것이 중요했다. 또 하나는, 하이라인을 따라 벌어지는 특별한 장소places와 특별한 상황incidents을고안한 것이다. 공모전에서는 공중 습지와 공중 무대등과 같은 드라마틱한 디자인 아이디어가 있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아무 것도 실현되지 못했다. 짐작하겠지만, 예산 문제와 장기적인 관리 문제가 그 이유다. 실용성, 경제성 등의 기준에 의해 제외되었지만, 10번가 광장10th Avenue Square과 같이 구조물을 파고든 테라스와 거리를 내려다보는 큰 창이 있는 곳으로 변형되었으므로 나름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공중 습지는 일광욕 데크 주변으로 얕은 물이 흐르는 수 공간으로 수정되었다. 공모전에서 제시된 철학과 이상, 디자인의 언어는 대부분 큰 역할을 했다. 투시도vignette대로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그에 대한 재해석을 통해 실용성을 가미해 조성했다. 공모전에서는 디자인 의도를 시각적으로 제시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이후 이러한 의도를 실현하기 위한 기술적 방법을 개발하는 데 약 2년이라는 무척 긴 시간을 보냈다. 널 시스템을 개발하여 조립하고, 지하부 설계, 토양의 개발, 식재의 세부사항, 난간과 조명등을 기술적으로 고민하는 데 투자했다. Q. 콘크리트 널planking 시스템의 디자인에 영향을 준 것들은? A. 우리는 보행로path라는 개념을 재정의하고 싶었다. 철로와 보행로, 식재 구역과 보행로가 따로 구분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통합된 표면 시스템single surface system을 만들고자 했다. 이 표면은 때에 따라식물이 자라는 곳이 되기도 하고, 좀 더 경화되면 걸을 수도 있는 점진적graded이고 경계가 불분명한 상태를 추구했다. 그리고 그것은 하이라인 자체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원래의 하이라인은 자갈 바닥ballast과 철로만으로 이루어졌지만, 점차 식물이 그곳에 자리를 틀기 시작했다. 자갈 위를 걸을 수도 있지만, 그 자체가 식물이 자라는 토대가 되는 하나의 표면이다. 때로는 좀 더 통행로에 가깝고, 때로는 좀 더 화단에 가까울 따름이다. 정원과 보행로가 나뉜 딱 부러진 경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하이라인에서 식물이 콘크리트 구조물의 틈 사이를 비집고 자라는 모습에 경탄했다. 널 시스템은 그러한 관찰을 추상적으로 해석해낸 결과다. 셋째, 널 시스템은 엔지니어의 사고방식에서 영감을 받았다. 철도공학자는 널 방식을 개발함으로써, 철로라는 상당히 까다로운 문제를 매우 체계적으로 해결했다. 효율적으로 건설이 가능하고, 교체나 수정, 추가가 용이하다. 쉽게 경로를 바꿀 수도 있어, 어떤 공간을 에둘러 갈 수 있는 유연한 시스템이다. 마지막으로, 널 시스템은 시각적으로 강렬한 인상을 줄 수있다. 그 외관은 호기심을 자극하고 기억을 불러일으키며 공간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데 독자적인 역할을 한다. 도시와 하이라인 Q. 하이라인 주변의 건물들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개장 초기에 볼 수 있었던, 녹슨 건물의 입면이나, 낡은 벽돌 벽 등은 사라지고, 반짝이는 유리와 금속 소재의 고층 건물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본래 하이라인의 풍경과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쳤던 주변 건축물 경관이 변하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하이라인의 원천적 강렬함은 그것이 주변 환경에 지극히 무심하다는 것이다. 철로라는 구조물은 주위의 어떠한 요소에도 존중을 표시하지 않고, 무시할 뿐이다. 이는 엔지니어의 논리이며, 순수하게 그 자체로 자족적이다. 다른 한편으로, 하이라인을 따라 늘어선 건물들 또한 철저하게 하이라인을 외면했다. 철로 쪽으로는 그저 빈 벽을 내밀었을 뿐이다. 이것은 콜라주collage와 같다. 하나의 시스템이 또 하나의 시스템을 찢고 들어와 이질적인 성질을 그대로 보존한다. 하이라인을 디자인함에 있어서, 우리는 이러한 장소의 특질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었다. 각 블록의 환경에 일일이 대응하려 하지 않았으며, 그저 하이라인 자체가 햇빛과 그늘, 습도와 건조함, 전망과 비스타 등에 반응하는 변화에 따라 각 공간을 계획했다. 결코, 하이라인위에 주변 도시 환경을 반영하려는 시도는 없었다. 하이라인의 오래된 난간을 철저히 고수하려는 이유 또한 거기에 있다. 철로에 부속된 난간을 자르거나 변형해서 인접 건물로의 접근로를 구축하는 것을 반대했다. 한두 군데, 계단이나 엘리베이터, 화장실을 연결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난간을 철거한 곳이 있긴 하지만, 우리의 기본적인 방침은 하이라인과 주변의 거리를 유지하고 격리시키는 것이다.
    • 최이규
  • 하이라인 3구역 The 3rd Section of the High Line at the Rail Yards
    하이라인은 맨해튼의 웨스트사이드West Side에 건설된고가 폐선 철로 위에 조성된 공원이다. 1999년 설립된 비영리 단체 하이라인 친구들Friends of the High Line은 현재 뉴욕 공원관리국New York City Department of Parks & Recreation은 물론 지역 주민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보다 나은 하이라인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노력이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의 설계안으로 이어졌고 지난 9월 21일 하이라인 3구역을 시민에게 개장하면서 최종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기 시작했다. 하이라인의 설계 전략 한때 도시의 중추적 기능을 담당했던 도시 기반 시설의 일부가 자연 발생적으로 자라난 야생 식물로 뒤덮였다. 산업 유산을 도시 휴양 공간으로 탈바꿈하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하이라인의 설계 전략은 방치되었던 공간에서 (예상치 못하게) ‘발견된’ 아름다움에서 착안된다. 식생과 보행자들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과정을 나타내는, 이른바 ‘agri-tecture’의 전략은 생물과 건축 재료를 결합하여 야생wild과 경작된 자연cultivated, 친밀하면서도intimate 사회적인social 공간이 공존하는 장소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하이라인의 단일한 선형 공간은 느리면서도 오락적인, 그리고 주변과는 다른 비현실적인 모습을 담고 있으며 같은 지역의 허드슨 리버 파크Hudson River Park가 만들어내는 속도감 있는 경관과는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하이라인은 기존 여타 공원에 비해 낯설고 거친 야생의 모습을 그대로 경험하도록 유도하지만 그런 방식의 경험이 새롭게 조성된 공공 공간의 의도된 디자인 요소나 대중적인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는다. 하이라인의 설계안은 이 폐선부지만의 고유한 특성을 존중한다. 하이라인만의 특이성과 선형성, 직설적 실용주의pragmatism, 초지와 잡목 숲, 덩굴 식물, 이끼류, 그리고 야생화에서 볼 수 있는 식물의 창발적인emergent 특성이 철로와 자갈 바닥ballast, 콘크리트와 같은 인공적 소재와 섞여있는 모습을 보존 및 특화하는 전략을 내세우는 것이다. 이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구성된다. Design James Corner Field Operations(ProjectLead), Diller Scofidio + Renfro and Piet Oudolf Design Consultants Buro Happold, RobertSilman Associates, L’Observatoire International,Pentagram Design, Inc., Site Masters Inc.,Northern Designs, Roux Associates, Inc., PhilipHabib & Associates, Inc., MKJ Communications Construction Manager Sciame(LandscapeDesign), Liro(Site Preparation) Construction Subconsultants BPDL, CAC, ConcreteIndustries One, Steven Dubner Landscaping,Egg, L&L Painting, Sunny Border, Venture, FMB,Sawkill Lumber, Site Works, ATTA Inc., LandscapeStructures, Sturio dell’Arte, Optical MechanicsInc., VGS Client The City of New York, Friends of the HighLine Location West Side of Manhattan, New York, NY,USA Section 1_Gansevoort Street to 20th Street Section 2_20th Street to 30th Street Section 3_West Side Rail Yards: 30th to 34th Street Planning 2006~present Completion In Progress (3rd section opened on2014. 9. 21.) Photographs Iwan Baan, James Corner FieldOperations and Diller Scofidio + Renfro, courtesyof the City of New York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James Corner Field Operations)는 뉴욕에 기반을 둔 도시설계와 조경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디자인 오피스다. 대규모 도시설계 프로젝트나 포스트 인더스트리얼 사이트부터 작지만 섬세한 디테일을 요구하는 디자인까지 다양한 규모의 작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주요 작품으로 뉴욕 시의 하이라인과 프레시 킬스, 라스베이거스의 시티 센터, 중국 칭하이 지역의 도시설계 마스터플랜, 시애틀 워터프런트의 마스터플랜, 필라델피아의 레이스 스트리트 피어, 산타 모니카의 통바 파크, 런던의 퀸 엘리자베스 올림픽 파크, 홍콩의 침사추이 워터프런트 등이 있다. 모든 설계 실천에 있어서 사람과 자연의 생태를 연구하고, 생기 넘치고 역동적인 공공 영역 디자인을 구현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 James Corner Field Operations / James Corner Field Operations
  • 하이라인의 교훈 Learning from the High Line
    지난 9월 뉴욕 하이라인의 마지막 구간인 3구역이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이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하이라인 친구들Friends of the High Line’이 창립된 지 15년 만의 성과이고, 2004년 국제설계공모를 통해 제임스 코너의 마스터플랜이 당선된 지 10년 만의 결과다. 2009년 1구역, 2011년 2구역이 개장하면서 하이라인은 뉴욕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되었고, 전 세계적으로 성공적인 도시재생의 롤 모델로 부상했다. 뉴욕 시에서 하이라인의 의미는 비단 버려진 고가 철도를 재활용해 새로운 풍경의 공원으로 재탄생시켰다는 데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15년 동안 하이라인의 공원화를 주도했던 ‘하이라인 친구들’은, 시민들의 합의를 끌어내 공원을 만들고, 이후 공원의 운영과 관리에 참여하는 시민과 거버넌스의 역할에 대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또한 하이라인 공원화 과정은 독립된 공원을 조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원의 존재가 지역 발전의 촉매제로 역할하면서 주변 지역계획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도시계획 및 개발 차원에서 조경(가)의 역할을 고민하게 한다. 이번 호는 최근 공개된 하이라인 3구역을 소개하고, 그간의 과정과 도시적 의미를 되짚어보고자 한다. 이러한 하이라인의 사례는 최근 서울시가 추진 중인 ‘서울역 고가’ 재활용(공원화)을 비롯하여 ‘재활용’과 ‘재생’이 일종의 도그마, 규범이 되고 있는 시대적 트렌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1. 하이라인 3구역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 2. 인터뷰: “하이라인은 친밀함과 광대함이 합류하는 장소” 제임스 코너×최이규 3. 인터뷰: “지역과 주민이 가진 에너지를 발견하라” 조슈아 데이비드×최이규 4. 하이라인 효과 윤희연 5. 파리의 공중 산책로, 프롬나드 플랑테 황주영 6. 하이라인을 꿈꾸는 서울역 고가 남기준
    • 김정은, 양다빈
  • [칼럼] 서울역 고가 공원, 그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하며
    바쁜 일상에 쫓기며 살다보면 놓치고 지나가는 풍경이 너무 많다. 늘 자동차로 지나던 거리를 산책할 때 마주하게 되는 새로운 풍경, 회색빛 건물 사이로 드러나는 푸른 산자락과 하늘, 그리고 옥상에서 바라본 도시의 색다른 얼굴. 늘 다니던 길과 반복되는 시선을 조금만 벗어나도 우리는 그간 전혀 보지 못했던 도시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되지만, 슬프게도 우리가 만든 획일화된 도시의 구조는 도시가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표정과 상상력을 심각하게 차단하고 있다. 우리는 분명 과거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이는 우리가 만든 도시 공간의 물리적 구조에 상당 부분 기인하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인간은 경제적으로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이는 토지와 자연, 그리고 공동체적 생활 방식에 크게 의존해오던 인간의 삶이 도시라는 새로운 틀을 통해 새롭게 변하는 계기가 되었다. 황토색 땅, 그리고 산과 하늘을 바라보던 우리의 삶은 자동차와 도로, 간판, 좁고 번잡한 보행로에 익숙해졌으며, 휴가철이라도 되면 도시는 ‘떠나야 할’ 숨막히는 치열한 삶의 전쟁터로 여겨지곤 한다. 이러한 도시에 대한 비판과 반성은 많은 도시계획가와 조경가의 오랜 화두였다. 도시를 종횡으로가르는 비인간적 스케일의 빌딩과 도로 등 르 코르뷔지에식 도시 건설에 반기를 들며 도시를 인간이 중심이 되는 ‘무대’로 만들자는 미국의 도시사상가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 자동차 중심의 무차별적 도시 확산에 반대하며 고밀도 복합개발과 보행로 활성화 등을 주장하며 도시 공간의 새로운 재편을 주도하는 뉴어바니즘New Urbanism, 산업사회의 한계를 아우르는 그린 인프라스트럭처의 구축과 공원 디자인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Landscape Urbanism 등은 경제성과 효율성에 매몰되어가는 우리 삶의 터전에대한 진지한 반성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다양한 도시에 대한 비판과 대안은 미국 등 도시 문제에 높은 관심을 가진 선진국을 중심으로 여전히 실험 중에 있다. 지금도 많은 도시계획가나 건축가, 조경가가 일그러진 도시의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 사회를 담을 수 있는 건강한 도시 공간의 재편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최근 서울에 미국의 하이라인High Line을 벤치마킹한 서울역 고가 공원을 만들겠다는 서울시의 야심찬 발표에 학계는 물론 업계와 대중매체가 연일술렁이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9월 뉴욕의 하이라인을 시찰한 뒤, 길이 938m의 서울역고가를 녹지 공원으로 재생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를 위해 관련 전문가와 일반 시민의 참여를 적극 독려하고 나섰다. 뉴욕의 하이라인은 지난 2006년부터 높이 9m, 길이 2.5km의 고가 폐선 철로 위에 조성된 선형 공원으로 해마다 5백만 명의 관광객이 몰리는 세계적 명소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1993년 고가 폐선 철로를 공중 정원으로 조성한 파리의 프롬나드 플랑테Promenade Plantée를 모티브로 한 하이라인은 버려진 도시의 인프라스트럭처가 새롭게 활용될 수 있는 디자인의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 서울시는 고가가 서울역과 연접해 있으며 4층 높이에서 한 눈에 서울도심을 조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경관을 제공하는 관광 명소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건설 산업의 침체로 고전하고 있는 관련분야가 도시재생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고무적이다. 물론 서울역 고가 공원에 대한 비판도 없지는 않다. 교통 문제와 상권 붕괴를 우려하는 주변 상인들의 반대 의견도 적극 제기되고 있다. 공사 기간만 8년이 넘게 걸린 하이라인과 달리 2년 여만에 국제 설계공모부터 준공까지 모두 마무리하겠다는 서울시의 무리한 일정도 결국 시장의 임기 내치적 쌓기가 아니냐는 비판도 들려온다. 무엇보다 흉물로 남은 산업사회의 부산물을 새로운 용도로 재활용하는 것, 혹은 철거를 통해 도시 공간의 새로운 구조 개혁을 주도하는 것이 서울 도시의 미래 비전과 어떻게 부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부족한 것이 아쉽다. 프롬나드 플랑테와 하이라인이 반드시 서울역 고가의 운명이어야 할 이유는 없지만, 과거 자동차와 함께 도시를 점령했던 높고 육중한 구조물이 시민에게 새로운 형태의 발길과 눈길을 열어준다는 것은 도시에 새로운 경험과 상상을 부여하는 의미 있는 시도로 보인다. 먼 옛날 그 땅에 발을 딛고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자연과의 융화속에서 저마다의 형태를 갖고, 또 그 형태는 지금 그리고 앞으로 그곳에서 살아갈 사람들의 발걸음과 일상의 경험들을 좌우한다. 서울역 고가 공원의 의미는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하이라인의 겉모습이 아니라, 고가를 철거하지 않았을 때보다더욱 ‘가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 때, 그 진가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 ‘가치’는 지도자나 전문가의 철학이 아니라 도시 서울이 가진역사와 문화, 그리고 미래 비전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이번 계획은 성급한 모방이나 몇몇 전문가에 대한 의존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과거 역사와의 소통을 통해 지금의 장소와 모습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역할과 의미를 이해하고,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될 지역 주민과 상인들과의 적극적 소통을 통해 그들의 삶과 이야기를 담아야할 것이다. 언젠가 서울역 앞 하이라인을 걸으며 그동안 잊고 살았던 서울의 얼굴과 그곳에 담긴 이야기와 흔적, 그리고 역동적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진오는 1995년부터 2000년까지 월간 『환경과조경』에서 기자로 활동했으며 편집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후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교(Arizona State University)에서 환경계획학 석사 학위를, 텍사스 대학교(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도시계획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미네소타 대학교(University ofMinnesota) 환경계획연구소 연구원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부연구위원을 지냈으며, 현재는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