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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데자뷰
    30년 전, 내가 대학 2학년이 된 1987년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날이었다. 박종철 열사가 남영동 치안본부의 차디찬 대공분실에서 갖은 폭행과 전기고문, 물고문을 당해 숨졌다는 비보가 날아들었다. 당시는 서슬 퍼런 전두환 군사 정권의 말기로 캠퍼스에 사복 경찰들이 잠복하며 학생들을 감시하고 억압했지만, 우리는 하루가 멀다 하고 수업 거부, 시험 거부를 해가며 ‘독재 타도’를 소리 높이 외치며 싸웠다. 6월에는 민주화의 열망과 군부 독재의 종식을 바라는 민중의 함성이 들불처럼 일어났고, 노태우의 6.29 항복 선언으로 비로소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할 수 있었다. 이후 문민정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성장의 길로 접어들었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나도 가을 낙엽 구르는 소리에 가슴 한 구석이 시려오는 반백의 중년이 되었다. 하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권으로 넘어 오면서 시계는 30년 전으로 거꾸로 돌아갔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민주주의는 퇴보했고, 급기야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는 국민들을 차가운 겨울 광장으로 불러내고야 말았다. 살길을 찾아 제각각 생업의 전선에서 열심히 일해오던 친구들도 다시 광장의 동지가 되어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고 만났다. 일종의 채무감이랄까. 우리세대에서 완성하지 못한 민주화, 해소하지 못한 불평등한 세상과 권위주의적 사회를 내 자식, 내 손자에게 대물림해서는 안 되겠다는 신념 때문일 것이다. 광장에서 외치는 함성 소리에서 30년 전 그날의 기억이 생생히 되살아난다. 대학 3학년, 학생회장이 된 나는 당시 전국의 조경학과 학생들을 하나로 모아 구심체를 만들고자 전국조경학과학생연합회를 조직했다. 그해 겨울, 국회에 입법 예고된 ‘산림조합법 개정안’ 철회 투쟁을 위해 전국의 조경학도들과 함께 분연히 들고 일어섰다. 산림조합법 개정안은 ‘건설업법’에 명시된 조경공사업의 전문성을 무시하고 산림조합이 동등한 자격으로 독점적 특혜를 받으며 조경 공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으로, 기존 조경 업체의 몰락을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학생과 교수 그리고 조경회사 임직원들이 모두 하나로 뭉쳐 개정안 철회 운동을 펼쳐 나갔다. 연일 국회와 관련 국회의원의 지구당사에서 시위를 하며 우리의 생존권 사수를 위해 싸웠고 마침내 개정안은 보류되었다. 조경인들은 승리를 쟁취했다. 그로부터 30년, 광화문광장에는 함성이 다시 울려 퍼지고 있다. 얄궂게도 우리 조경업은 여전히 산림청을 비롯한 여러 인근 분야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산림청이 추진하고 있는 ‘정원전문가 교육기관 지정기준 및 지정표시안’은 조경전문가와 시민정원사 등을 배제해 논란이 되고 있다. 모든 산림 현장에 산림기술자 1명 이상을 배치하도록 해 산림기술자의 영역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산림기술 진흥에 관한 법률안’은 조경계와 상생을약속하며 우호적으로 개선되어가던 산림청과의 밀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두 차례 발의했다가 회기 만료로 폐기됐던 ‘도시숲법안’도 언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지 모르는 상황이다. 우리가 그래도 친정이라고 믿고 있었던 국토교통부는 규제 개혁의 일환으로 ‘건설기술진흥법’상 조경의 직무 범위를 조경기술자를 포함해 산림기술자, 원예 및 종자기술자 등으로 확대했다. 산림기술자도 조경 공사에서 조경기술사와 똑같이 기술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조경학과 학생들이 조경기사를 아예 포기하고 산림기사나 식물보호 기사시험을 보게 만든 것이다. 통계청의 한국표준교육분류 영역 부문 제정 조정안은 조경을 원예의 한 직업군으로 종속되도록 했다. 한국연구재단의 학문평가분야에서도 조경학이 산림과 통폐합되면서 조경이 산림에 종속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렇게 가다가는 과연 조경이라는 학문과 전문 분야가 독자성을 가지고 지속될 수 있을지 심히 걱정된다. 조경인들이 승리를 쟁취했던 30년 전, 조경학과 교수, 학생, 조경회사 임직원 모두가 일치단결해 국회의사당 앞으로 달려 나가 우리의 주장을 목 놓아 외치며 싸웠다. 지금은 훨씬 많은 수의 조경학과 교수와 학생, 조경 관련 단체와 학회가 있지만, 제각기 흩어져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새해에는 저마다의 이해관계에 얽매어 사분오열 갈라지지 말고 조경의 앞날을 위해 하나가 되어야 한다. 조경의 미래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함께 목청 높여 외치는 함성은 한겨울 광장의 차디찬 삭풍을 녹인다.
  • [에디토리얼] 한결같이
    낭만의 가을을 앗아간 청와대 발 황당 뉴스가 겨울의 평화마저 집어삼키고 있다. 덕분에 올 한해의 소중한 기억이 다 날아갔다. 명색이 편집주간인데 바로 지난 호의 내용조차 생각나지 않는 지경이다. 애써 과월호 열한 권을 다시 꺼내 읽으며 금년의 흔적 몇 곳에 ‘오방색’ 포스트잇을 붙여 본다. 2016년 1월호,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용산공원 설계의 쟁점을 다룬 ‘용산공원의 현재를 묻다’를 특집으로 올렸다. 비생산적인 정치적 논쟁을 넘어 설계 자체에 대한 토론을 이끌고자 한 기획이었다. 여름을 거치며 용산공원이 모처럼 사회적 이슈로 일간지 지면을 타기 시작했는데, 그 중심에 놓인 것은 엉뚱하게도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간의 철 지난 기 싸움이었다. 다섯 개의 다리를 모아 특집으로 꾸린 2월호의 ‘다리, 연결 그 이상’에는 기대 이상의 피드백이 있었다. 특히 보행자와 자전거의 천국 코펜하겐에 새로 들어선 시르켈브로엔Cirkelbroen에 여러 독자들이 관심을 보였는데, 마침 이 다리를 디자인한 아이슬란드 태생 아티스트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의 전시회 ‘세상의 모든 가능성’이 지금 리움에서 열리고 있다. 사회학자, 지리학자, 건축가, 아티스트 등이 참여한 3월호의 기획물 ‘젠트리피케이션, 몇 가지 시선’에는 표피적 도시재생의 이면을 진단하고자 하는 의도를 담았다. 같은 호에 실은 최근작 굿즈 라인Goods Line은 19세기에 들어선 철로를 재사용해 시드니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프로젝트인데, 올해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여러 디자인 어워드를 휩쓸기도 했다. 4월호에는 오방색 포스트잇을 아티스트 문경원 인터뷰와 그의 ‘프라미스 파크’ 작업에 붙이고 싶다. 그의 미래 공원에 대한 실험은 공원이라는 소우주의 향(냄새) 탐구로 이어지기도 했다(7월호 ‘뷰’). 개인적으로는 4월호 에디토리얼 지면을 빌려‘조경은 랜드스케이프 아키텍처인가?’라는 질문을 던져 보았고, 그 연장선상에서 6월호에는 ‘조경이라는 이름’에 문제를 제기해 보았다. 많은 독자들로부터 피드백이 돌아와 내심 놀랐는데, 조금 더 공식적인 방향으로 이 주제를 이어나가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 올해 독자들의 시선을 가장 많이 사로잡은 특집은 아마 5월호의 ‘설계사무소를 시작한다는 것’이 아닐까. 편집부는 이 기획을 창업 특집이라 부르며 꽤 오랫동안 공을 들였는데, 경기 탓, 제도 탓에 지친 독자들은 이 지면에서 다룬 신생 사무소들, 젊은 조경가들의 도전기에 큰 호응을 보내주셨다. 계약, 공모, 자격, 설계비 등 설계 현장의 쟁점을 다룬 6월호의 ‘설계환경을 진단하다’에도 적지 않은 반향이 돌아왔다. 6월호의 근작 바랑가루Barangaroo Reserve는 아마 올해 선택한 작품 중 아이디어, 규모, 작업 방식 모든 면에서 가장 주목할 만하지 않을까. 7월호에는 2016년 세계 조경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퍼싱 스퀘어Pershing Square 설계공모를 담았다. 1866년 이후 150년 동안 무려 일곱 차례나 옷을갈아입은 기구한 광장, 아장스 테르Agence Ter의 당선작이 이곳의 운명을 어떻게 돌려놓을지 주목된다. 마침 이 즈음에 11월호의 아장스 테르 특집 기획을 시작했던 터라, 편집부는 일면식도 없는 그들의 당선에 환호를 터뜨리기도 했다. 8월호에는 경의선숲길 3단계 구간을 실었다. 서울의 대표적인 선형 공원으로 진화해가고 있는 경의선숲길에서 우리는 도시와 공원의 역동적 만남을 목격하고 있는 중이다. 유례없는 무더위를 견디며 만들었던 9월호에는 모처럼 국내 조경가의 작품만을 담을 수 있었다. 지난 10년간 특유의 설계 문법을 실험하고 구축해 온 오피스박김과 이화원의 근작들에 독자들의 시선이 오래 머물렀으리라. 10월호는 지자체가 주도한 신도시이자 공원과 호수로 도시의 골격을 짠 녹색 도시인 광교에 주목했다. 특집 ‘광교신도시의 교훈’을 통해 광교의 조성 과정을 되짚어보고 신도시 개발의 새로운 모델로서 의의를 살펴보고자 했다. 10월호를 편집하던 기간은 『환경과조경』이 주관한 제2회 서울정원박람회 준비와 겹쳐 전쟁 상황을 방불케 했다. 11월호는 조경가 특집에 할애됐는데, 올해의주인공은 파리 기반의 조경설계사무소 아장스 테르였다. 이번 12월호에는 여러 연재물의 마지막 원고가 실린다. 3년 전의 리뉴얼 이후 36회를 완주한 ‘공간 공감’이 이번 호로 막을 내린다. 이 연재를 위해 김아연, 김용택, 박승진, 이홍선, 정욱주, 다섯 명의 조경가는 한 달도 거르지 않고 답사와 토론을 진행했다. 고정희 박사의 ‘100장면으로 재구성한 조경사’도 3년의 긴 항해를 마친다. 동시대의 생생한 장면에서 시작해 고대 이집트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다시 현재로 되돌아온 긴 여정, 말 그대로 조경사의 재구성이었다. 2015년 3월호부터 많은 실무 조경가들의 공감을 얻으며 연재된 이대영 소장의 ‘재료와 디테일’도 아쉬운 끝맺음을 한다. 전진형 교수의 ‘리질리언스 읽기’는 지난 11월호로 6개월간의 연재를 맺었다. 오랜만에 ‘고향 조경 땅’을 여행한 민성훈 교수, 그의 ‘조경의 경제학’도 이번 원고가 12회의 마지막 순서다. 많은 수의 독자를 지녔던 심소미 선생의 ‘떠도는 시선들, 큐레이터 뷰’는 내년 첫 호에 문을 닫는다. 리뉴얼 이후 세 달 마다 바통을 넘겨온 ‘그들이 설계하는 법’은 올해의 서예례 교수, 안세헌 소장, 진양교 교수, 박준서 소장 편에 이어 2017년에도 계속될 예정이며, 서영애 소장의 ‘시네마 스케이프’ 역시 내년에도 독자들을 만난다. 길고 어두운 동굴에 갇힌 것 못지않은 고통을 감내하며 원고를 보내주신 여러 연재 필자들의 인내와 노고에 고개 숙여 깊이 감사드린다. 짐작하시겠지만, 많은 꼭지의 문을 닫는 만큼 2017년의 『환경과조경』에는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신년호에서 자세히 소개해 드리기로 한다. 『환경과조경』의 자매지로 2003년 3월에 창간된 『에코스케이프』(『조경시공』, 『조경생태시공』이란 이름을 거쳐 왔다)가 통권 100호인 이번 12월호를 끝으로 휴간에 들어간다는 아쉬운 소식을 무거운 마음으로 알려드린다. 매체 환경의 변화에 대한 대응이자 지난 10월 문을 연 ‘e-환경과조경www.lak.co.kr’에 보다 힘을 기울이기 위한 선택임을 깊이 헤아려주시길 부탁드린다. 한결같이 반겨주시는 독자 여러분에게 깊이 감사드리며, 『환경과조경』은 2017년에도 한결같은 ‘조경문화 발전소’로 독자 여러분 곁에 다가갈 것을 약속 드린다. 이렇게 2016년을 마감한다. 아니 통과한다.
    • 배정한[email protected] / 편집주간,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 [CODA] 이폴리타를 추억하며
    오랜만에 만난 H가 이젠 바쁜 일이 끝났냐고 물었다. 그녀의 동그란 눈을 보니 가벼운 질문의 대답도 어렵다. 거의 한 달 만에 찾은 필라테스 스튜디오. 몇 가지를 체크해본 H는 계속 그렇게 나쁜 자세로 앉아서 일을 하면 디스크에 걸려도 이상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에디슨이 발명한 것이 전기가 아니라 야근이라고 주장한 한 카툰이 떠오른다!) 이게 다 프랑스의 긴 휴가 때문이라고 툴툴거려 본다. 환경과조경의 평화로운 루틴을 뒤흔들었던 서울정원박람회가 끝나니 11월호 마감이 코앞이다. 이번 달 『환경과조경』은 무려 100여 페이지를 할애한 해외 작가 특집으로 꾸몄다. 그 주인공은 프랑스 조경설계사무소인 아장스 테르Agence Ter다. 우리 편집부는 바쁜 10월을 대비하여 지난 6월 말부터 아장스 테르에게 작가 특집을 제의하는 주도면밀함(!)을 보였다. 그러니까 아장스 테르가 L.A. 퍼싱 스퀘어 공모전의 우승팀으로 선정되고, 그 결과가 『환경과조경』 7월호에 수록된 직후였다. 섭외는 곧바로 성사되었고, 아장스 테르와의 인터뷰는 프랑스 리포터인 박연미 씨가 흔쾌히 맡아주었다. 박연미 씨는 졸업 설계 작품을 앙리 바바Henri Bava에게 크리틱 받았던 인연을 전하며 반가워했다. 프랑스의 많은 조경학도들이 가고 싶어 하는 설계사무소가 아장스 테르라는 말도 덧붙였다. 7월 중순, 박연미 씨는 아장스 테르의 파리 오피스에서 세 명의 공동대표와 인터뷰를 순조롭게 마쳤다는 소식을 전했다. 모든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다. 잡지에 수록할 작품 리스트를 협의하고 자료만 받으면 정원박람회 행사 준비와 무난하게 병행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그런데 인터뷰 직후부터 담당인 조한결 기자가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휴가를 갔는지 담당자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럽의 휴가는 길다던데…, 찜찜했지만 길어야 한 달 정도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기다림이 9월까지 이어지자 우리의 우려는 불안과 초조로 변해갔다. 그 긴긴 여름이 다 가도록 감감무소식인 아장스 테르 덕택에 조 기자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갔고, 기다림에 지친 편집부는 11월호의 대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이 물러가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무렵, 새로운 담당자인 에밀리에게서 연락이 왔다. 길고 길었던 프랑스의 여름휴가가 끝이 난 모양이었다. 에밀리는 열정적인 직원이었다. 일단 연락이 재개되자 메일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그간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신이 난 조 기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에밀리와 대화를 이어갔다. 아장스 테르는 네 가지의 아주 구체적인 디자인 전략에 따른 카테고리를 보내왔고, 이에 맞춰 11개의 작품을 수록할 수 있었다. 이 작품들은 3헥타르에서 3천 헥타르까지 그 규모도 다양했다. 수록 작품의 리스트를 만들면서 편집부는 한정된 지면 안에서 몇몇 작업을 자세하게 보여줄 것인지, 아니면 좀 더 많은 작품을 소개할 것인지 사이에서 갈등했다. 결론은 한 설계사무소의 작품 세계를 살펴보는 특집인 만큼 다양한 작품을 수록하는 쪽으로 났다. 사실 몇 백, 몇 천 헥타르에 달하는 도시적 스케일의 작업을 잡지 몇 페이지에서 속속들이 소개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조 기자는 3천 헥타르의 가론 대공원 프로젝트를 편집하면서 책 한 권도 모자라다며 아쉬워했다. 비록 한정된 지면 안에서 작품을 접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스케일과 문화권을 넘나드는 아장스 테르의 작업은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물을 과감하게 이용하는 전략이나 도시권 규모의 계획 프로젝트는 유난히 리서치나 콘텍스트 분석을 강조하는 그들의 디자인 철학이 과장이나 수사가 아니라고 수긍하게 한다. 작품뿐만 아니라 설계사무소의 운영 방식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세 공동대표가 나란히 앉아 있는 프로필 사진을 보면서 아마 이 가운데 누군가는 운영에 집중하고, 누군가는 설계에 주력하는 등의 역할 분담이 있을 거라고 지레짐작했다. 그러나 인터뷰 원고를 받고 보니, 지난 30년간 여러 대륙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기본적인 콘셉트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언제나 그 셋이 함께 했단다. 처음에는 대외용 멘트가 아닌가도 싶었다. 그런데, 인터뷰는 세 명과 했는데 답변이 하나다. 이를 이상하게 여겨 박연미 씨에게 물으니 “셋이 서로의 이야기를 이어받아 덧붙이는 식으로 대화를 풀어내 답변을 분리할 필요를 못 느꼈어요. 마치 한 사람이 말하듯이 이야기를 해서 좀 놀라울 정도였답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인터뷰 전 박연미 씨는 아장스 테르는 도제식 성향이 강한 프랑스 조경계에서도 시스템에 의한 설계를 지향하고 있는 독특한 아틀리에라고 귀띔해 그 운영 방식에 대한 궁금함이 컸다. 인터뷰 원고를 보니 앙리 바바를 비롯한 세 명의 공동대표는 프로젝트의 핵심 콘셉트를 함께 만들고, 그 구현은 팀원들에게 맡긴다. 이들이 공유하는 것은 대표 디자이너의 스타일이 아니라 프로젝트를 풀어가는 방법론이라는 것이다. 왕성하게 영역을 넓혀가는 아장스 테르의 저력이 바로 그 시스템을 유지한 데서 나온 것이 아닌가 싶다. “한 조경가 집단이 보여주는 작업의 진화와 그 다양한 스펙트럼을 살펴보고, 또 그 개념에 몰입하는 과정을 거치다보니, 바로 이 지점에 종이 매체의 역할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공고해졌다. … 정보의 홍수 시대에, 종이 매체는 그 존재의 이유를 고민하게 된다. … 이번 특집이, 그간 지면의 한계 때문에 부족함을 느꼈을 독자들에게 갈증을 해소해줄 수 있는 특별한 편집으로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토포텍 1을 작가 특집으로 다뤘던 작년 2월호의 코다에 썼던 문장이다. 다시 보니 낯간지럽게 편집 의도가 거창했다. 당시 토포텍 1의 특집은 지금은 설계를 하겠다며 훌훌 떠나버린 양다빈 기자가 맡았었다. 그땐 토포텍 1의 담당자였던 이폴리타와 양 기자가 100여 통의 메일을 주고받으며 특집을 꾸렸다. 두 사람 모두 잘 있는지 궁금해진다.
  • [편집자의 서재] 검색, 사전을 삼키다
    이전 직장에서 ‘검색’은 공적인 하루 업무 중 하나였다. 언론인의 꿈을 안고 들어간 모 통신사의 이슈팀에서 인턴 기자로 일을 시작한 첫 날, 각 부서의 부장이 차례로 회의실에 들어와 부서를 소개하고 앞으로 신입 인턴들의 활약을 기대한다는 덕담 한 마디씩 남기며 퇴장할 때만 해도 나는 펜을 무기 삼아 현장을 누비는 미래를 상상하고 있었다. 부장들의 장황한 소개가 끝나고 마지막으로 팀장이 들어와 회사의 띄어쓰기, 표기법, 맞춤법 규칙 등을 정리한 스타일 북한 부와 기사 작성 매뉴얼 한 부를 나눠줬다. 서너 쪽으로 정리된 얄팍한 기사 작성 매뉴얼을 손에 들고 나서야 내가 해야 하는 일이 어떤 일인지 알게 됐다. 우리의 취재처는 정부 기관이나 대기업의 기자실이 아니라 네이버, 다음, 디시인사이드, 네이트판과 같은 포털 사이트 메인 페이지나 오유(오늘의 유머), 인스티즈, 엽혹진(엽기 혹은 진실), 디젤매니아, 파우더룸, 아이러브싸커 등의 커뮤니티 게시판이었다. 말하자면, 회사가 우리에게 기대한 것은 현장 취재가 아니라 ‘검색어 대응’과 ‘어뷰징’이었다.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를 1위부터 10위까지 팀원끼리 분배해 “누리꾼들은 이에 대해 ~라는 반응을 보였다”와 같은 문장으로 끝나는 스트레이트 기사를 붕어빵 틀로 찍어내듯 생산하는 일이었다. 한동안 이슈팀 인턴 기자라는 이력은 그다지 밝히고 싶지 않은, 자랑스럽지 않은 경력이었다. 다행히 영상 취재 팀에 소속되어 하루 종일 검색어 기사에 매달리는 다른 팀원보다는 나았지만 주말 당직을 서야 하는 날이면 하루 종일 검색어 대응과 어뷰징에 시달려야 했다. 인턴 마지막 날, 모 부장이 격려하며 한 마디 했다. “때로는 회의가 들 때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어떤 기사를 클릭하고, 어떤 이슈에 반응하는지 감이 생기지 않았어?” 그 해 하반기, 그 매체에서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기사는 일명 ‘거제 마티즈 사건’ 기사였다. 불륜 커플이 도심 한복판 차 안에서 성행위를 벌이다 블랙박스에 찍혀 SNS를 통해 신상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는 선정적인 내용이었다. 압도적인 조회수를 기록한 기사였지만 기사를 쓴 인턴 동기는 누가 자신의 이름으로 인터넷에 검색했을 때 그 기사가 뜰까봐 부끄럽다고 했다. 검색 엔진은 단 몇 번의 클릭과 입력만으로도 넘쳐나는 정보를 제공하지만 정보의 질까지 알려주지는 않는다.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으려면 어떻게든 남들보다 더 선정적이고 선동적인 내용의 기사를 써야 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언론 매체에 대한 실망과 회의를 잔뜩 품고 잡지의 세계로 도망치듯 뛰어들게 되었지만, 경쟁 상대는 바뀌지 않았다. 검색과의 싸움에서 늘 고전을 면치 못하는 잡지 편집자인 내게 지난 5월 출간된 『검색, 사전을 삼키다』는 벼락같은 일갈과 진정성 있는 격려를 동시에 안겨주었다. ‘출판의 꽃이자 자존심’인 사전이 검색에 삼켜져 버린 시대라니. 나처럼 종이 책을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마치 사형 선고나 지옥의 묵시록처럼 들릴 법한 책의 제목이다. 하지만 이 책의 진정한 메시지는 ‘검색이 좋아지기 위해서라도 좋은 사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후의 사전 편찬자’를 자처 하는 저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사전의 몰락 원인으로 꼽히는 검색 회사에서 웹 사전을 기획하고 있다. 저자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무료로 콘텐츠를 쉽게 찾아 볼 수 있게 되면서 사전이 위기를 맞게 된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검색과 사전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검색 서비스는 대부분 첫 번째 검색 결과로 출판사로부터 저작권을 사들인 사전을 내놓는다. 사전은 ‘최소한의 검색’이자 ‘검색 결과의 뼈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색이 좋아지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각과 관점을 가진 전문 사전이 많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딱지와 우표 수집에서 시작해 음반 수집을 거쳐 수집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어휘 수집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자신의 수집 역사와 정리벽을 이야기하며 사전에 대한 애정을 담백하고 유쾌하게 드러낸다. 사전이 얼마나 고상하고 우아한 물건인지를 예찬하는 그의 맛깔난 애정 고백을 읽다보면 이제는 한물 간 것으로 보였던, 지루하고 고루하게만 느껴지던 사전이 새롭게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실상 사전은 위기 수준을 넘어 멸종 위기에 놓인 상태다. 유명한 출판 브랜드의 백과사전 한 질이 중산층의 기준으로 여겨지던 과거의 전성기가 무색하게 올해 종이 사전은 45년 만에 소비생활 대표 종목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사전의 월평균 소비지출액이 231원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러한 사전의 몰락을 무조건 검색의 탓으로만 돌리지 않는다. 지난 6월, 그가 한 인터뷰에서 ‘종이 사전의 몰락과 원인은 인터넷 검색에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내놓은 대답은 나를 숙연하게 했다. 종이 사전의 쇠퇴에는 일본이나 영미권 사전을 생각 없이 번역하거나 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고 개성 없는 사전을 펴내던 종이 사전 편집자의 태만과 무능 탓도 있다는 것. 편집자로서의 근본적인 자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곱씹어볼 만한 대답이다. 잡지의 세계로 뛰어들었지만 어쩌면 지금의 작업도 인턴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해외 작품을 소개하는 경우, 인터넷 검색을 통해 회사와 작품에 대한 정보를 탐색하는 과정이 필수적으로 수반된다. 약 100쪽에 달하는 분량의 이번 아장스 테르 특집도 마찬가지로 구글 검색과 함께 했다. 검색과 종이 매체는 경쟁 관계가 아니라 떼려야 뗄 수 없는 공생 관계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분야를 가로지르는 접근을 통해 전문 영역의 한계와 가능성을 실험한다는 아장스 테르의 디자인 철학이 새삼 새롭게 읽힌다. * 환경과조경 343호(2016년 11월호) 수록본 일부
  • 베를린 시티 랩 ZK/U 시티 프로젝트
    베를린 서북부의 모아비트Moabit는 제조 산업을 담당한 공장과 발전소 등이 있던 외곽 도시로, 베를린 제조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다. 모아비트의 서북 경계선에 위치한 ‘ZK/UZentrum für Kunst und Urbanistik, 보통 제트 코우라고 발음한다’는 기차역을 아트 스튜디오로 개조한 예술 공간이다. 디렉터 마티아스 아인호프Matthias Einhoff, 필리프 호르스트Philip Horst, 하리 작스Harry Sachs가 설립했으며 베를린 시에서 무려 40년 동안 공간을 장기 임대받아 활용하고 있다. “40년이라고요?”라고 경외심을 담아 묻자, “이웃 도시 암스테르담은 이런 경우 99년간 장기 임대를 해준다. 40년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지극히 유럽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비영리 단체인 ZK/U는 베를린의 수많은 예술 공간 중에서도 ‘도시’에 집중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아트 스튜디오다. 찬찬히 스튜디오를 살펴보니 과거 기차역이 지닌 공간의 특성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특별한 기운이 느껴진다. 게이트를 열고 들어서면 펼쳐지는 너른 마당은 역 앞 광장, 건물이 들어선 곳은 기차의 선로, 인터뷰를 진행한 테이블이 놓인 공간은 플랫폼이다. 플랫폼 안에는 주전부리를 팔던 매점도 천연덕스럽게 그대로 놓여 있다. 유휴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도시 베를린의 예술 공간답다. 베를린의 예술 유휴 공간 유휴 공간을 활용해 예술 공간을 탄생시키는 것은 이미 전 세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토리가 되어버렸지만, 베를린은 그중에서도 원조 격 도시라고 부를 만하다. “왜 건물을 신축하거나 리모델링하지 않나요?”라는 질문에 모두가 납득할 만한 대답이 돌아왔다. “돈이 없었으니까.” 서독과 동독의 통일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난 뒤, 독일은 거의 경제적 파산 상태가 되었다. 독일의 수도는 베를린이지만 GDP나 도시의 물가는 뮌헨이나 뒤셀도르프, 함부르크가 훨씬 높다. 오히려 베를린은 독일에서 가장 높은 실업률(11%)을 기록하고 있는 가난한 도시다. 하지만 예술가에게 우호적인 도시 환경을 지녔고, 저렴한 물가로 전 세계 젊은 예술가를 모이게 만드는 젊은 예술 도시이기도 하다. 가난하지만 섹시한 도시poor but sexy라는 베를린의 닉네임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베를린의 특성은 무엇이든 그대로 남겨둔다는 것이다. 폭격을 맞은 상태 그대로 내버려 둔 성당, 기차역이나 우체국 등 공공건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아트 스튜디오 등이 너무나 많다. 예술 공간뿐 아니라 카페, 바, 클럽 등 일상에서 쉽게 만나는 건물도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과거에 어떤 공간으로 사용되었는지 유추할 수 있을 정도다. 이런 독특한 건물 재사용 문화가베를린의 정경—어딘가 모르게 음습하지만 섹시하고 흥미로운—을 형성하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 환경과조경 343호(2016년 11월호) 수록본 일부 조숙현은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영상 커뮤니케이션 석사 학위를 받았다. 영화 전문지 『Film 2.0』과 미술 전문지 『퍼블릭아트』에서 기자로 일했으며, 저서로는 『내 인생에 한 번, 예술가로 살아보기』(스타일북스, 2015)와 『서울 인디 예술 공간』(스타일북스, 2016)이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으며, 서울이 예술가와 생활인이 공존할 수 있는 도시가 되기를 꿈꾼다. 현재 베를린에서 표류 중이며, 미래 도시의 희망을 베를린에서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썼다.
  • [아장스 테르] 조경이 만드는 도시 앙리 바바, 미셸 오슬레, 올리비에 필립과의 대화
    지난 7월 18일 아장스 테르의 파리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프랑스 니스에서 테러가 있은 직후였다. 사뭇 긴장감이 도는 파리의 분위기와는 달리, 다양한 인종이 섞여 사는 동네의 옛 건물을 개조한 그들의 사무실에서 끊임없는 농담과 진지한 대화가 세 시간 넘게 이어졌다. 그날의 흥미로운 인터뷰를 옮긴다. 박연미(이하 P):아장스(회사) 이름이 특이하다. ‘ter’의 의미가 무엇인가? 아장스 테르(이하 T):첫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서류에 써 넣을 이름을 급하게 만들었다. 복잡하고 대단한 이름이 아니라 우리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이름을 찾았다. 공동 대표가 세 명이라 라틴어에서 숫자 3을 의미하는 ‘ter’라는 말을 땄다. P.발음으로는 ‘테르terre’라고도 읽을 수 있다. T.만들고 나니 그렇더라. 프랑스어로 ‘테르’는 땅, 흙을 의미한다. 경관을 다루는 일은 내가 딛고 있는 땅에서부터 시작한다. 또한 지구를 뜻하는 이 말은 프랑스를 넘어서 전 세계로, 정원에서 도시까지 스케일과 장르를 넘나들며 경계 없이 일하겠다는 우리 의도와 잘 맞아 떨어졌다. 무엇보다 이 단어로 많은 말장난을 할 수 있어 사람들이 쉽게 기억한다. 그 후 30년 동안 바꾸지 않고 쓰고 있다(웃음). P.셋이 만나 창립하게 된 배경은 어떻게 되는가? T.1970~1980년대에는 유럽 조경 사회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파리 외곽 도심지 재정비 사업인 라빌레트 공원이 탄생하면서 오랫동안 도시계획에서 소외되었던 조경이 인프라 중심의 현대 도시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제시되었다. 공원 이외에도 공공 영역에 대한 관심이 확장되면서 자크 시몽Jacques Simon(1929~2015)이나 미셸 코라주Michel Corajoud(1937~2014)와 같은 실험적이고 이론과 실천을 넘나드는 대가들이 기존의 베르사유 왕실원예학교를 현재의 베르사유 국립조경학교로 재탄생시켰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미셸과 앙리는 베르사유 국립조경학교 졸업 후 알렉상드르 셰메토프Alexandre Chemetoff 회사에서 팀장으로서 실무를 경험한 올리비에를 만났다. 1984년, 셋은 빠르게 합의를 보고 아장스를 차렸다. P. 셋은 프랑스인이고 프랑스 국가 공인 조경가 자격을 가지고 있다. 이력은 매우 닮아 있지만 그 전의 배경은 다양하다. T.우리 셋은 태생이 다양하다. 프랑코 이탈리아 튀니지 출신의 앙리, 독일계인 미셸, 인도에서 자란 올리비에. 조경가paysagiste 이전에 각자는 생물학, 미술, 세노그라피(무대장식), 여행 등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문화적으로 복합적인 아장스 DNA는 지금의 아장스 테르가 다양한 프로젝트를 할 수 있게 한 자산이다. * 환경과조경 343호(2016년 11월호) 수록본 일부
  • [아장스 테르] 카노피아 우르바나 Canòpia Urbana
    디아고날Diagonal에 위치한 토레 아그바르Torre Agbar는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한 타워로 바르셀로나의 랜드마크다. 타워 인근에는 교차로 ‘플라카 데 레스 글로리에스 카탈라네스Plaça de les Glòries Catalanes’가 자리 잡고 있는데, 바르셀로나 시는 이 교차로를 지하화하고 상부를 공공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고자 했다. 2013년 바르셀로나 시는 교차로를 도시의 새로운 구심점으로 만들기 위해 국제 지명 설계공모를 개최했다. 공모전에 초청받은 우리는 자연을 중심으로 새로운 경관을 형성하는 카노피아 우르바나Canòpia Urbana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2014년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카노피아 우르바나의 목표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 목표는 도시와 자연을 결합하는 도시 생태 시스템의 개발이다. 두 번째는 지하와 지상을 비롯해 도시의 경관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며, 마지막 목표는 도시 광장과 공원의 기능을 모두 담을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다. 대상지는 세르다Cerdà시의 중요한 축에 위치하고 있으며 15헥타르에 달해 우리의 목표를 모두 달성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공간이라 여겨졌다. * 환경과조경 343호(2016년 11월호) 수록본 일부 Landscape ArchitectAgence Ter CollaborationAna Coello de Llobet, Factors de Paisatge / Manuel Colominas, Estudi Xavier Mayor, JG Ingenieros, Frances Xairo Associats SL ClientCity of Barcelona, Barcelona d’Infraestructures Municipals SA LocationBarcelona, Spain Area15ha Competition2014 Completion2020 GraphicsAgence Ter & Ana Coello
    • 아장스 테르 / 아장스 테르
  • [아장스 테르] 라 바쉬 느와르 교차로 Carrefour de la Vache Noire
    라 바쉬 느와르 교차로Carrefour de la Vache Noire 프로젝트의 목표는 구도심에 부족한 공공 공간을 제공하고, 도시 조직과 인프라로 포화 상태인 도시에 상징적인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06년 SADEV 94Servir les Ambitions Économiques du Val-de-Marne 94(도시계획과)는 ‘바쉬 느와르 교차로 리노베이션 프로젝트’ 공모를 개최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많은 조경가가 독특한 구조물과 예상치 못한 장소에 공공 공간을 만드는 안을 제시했다. 우리는 공공을 위한 옥상 정원과 도시 광장으로 변형한 교차로를 조성하는 안을 제안했고, 프로젝트의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 ‘바쉬 느와르(검은 암소)’라는 독특한 명칭은 20세기 아르파조네Arpajonnais 철길 위에 소가 누워 기차 통행을 막은 뒤, 아르파조네의 철도 운행 자체가 중단된 일화에서 유래했다. 이후 철길은 없어졌으나 아르파조네는 주요 차도로 사용되었으며, 보행자의 통행이 어려운 교차로가 되었다. 프로젝트에서 해결해야 하는 사항은 세 가지였다. 첫 번째는 도시에 제대로 된 진입 광장을 만드는 것이고, 두 번째는 교차로를 보행자가 쉽게 오갈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 교통을 통제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장소에 얽혀있는 검은 암소에 대한 이야기와 역사를 드러내는 것이다. * 환경과조경 343호(2016년 11월호) 수록본 일부 Landscape ArchitectAgence Ter CollaborationBERIM, Coteba ClientConseil Général du Val de Marne, SADEV 94 LocationArcueil, France Area3ha Completion2012 PhotographsAgence Ter, Camilla Pongiglione, Yves Marchand & Romain Meffre
    • 아장스 테르 / 아장스 테르
  • [아장스 테르] 다르 에스살람 Dar Essalam Domain
    다르 에스살람Dar Essalam 공공 공간 정비의 핵심 아이디어는 ‘푸른 심장green heart’이다. 키가 큰 나무를 곳곳에 식재했고, 기존 과수원의 방풍림과 새로 식재되는 수목이 수직으로 만나도록 배치해 넓은 숲 속에 너른 녹지가 드러나도록 했다. 아장스 테르는 방풍림을 이루는 나무들을 보존해 장소의 기억과 과거 농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흔적으로 남기고자 했다. 방풍림과 직각으로 만나는 카수아리나casuarinas 나무와 사이프러스 울타리를 통해 도시의 구조를 엿볼 수 있으며, 이는 도로와 주거 공간을 형성하는 뼈대 역할을 한다. 또한 장소의 기억을 보존하기 위해 작은 녹지들을 중앙의 공원과 연결해 도시 경관의 토대를 이루도록 했다. 경관 정비를 위해 다르 에스살람 중앙의 4헥타르에 이르는 개발 녹지를 보존해 농업 기술을 전승하자는 안이 세워졌다. 이 녹지는 중앙 공원의 일부로 활용되는데, 공공을 위한 부분과 녹지의 용도를 구분하기 위해 적절한 경계가 설정된다. 제방을 따라 식재된 키가 큰 수목들은 멀리서도 보여 경관의 높은 층위를 이루며, 이는 새로운 지평선과 깊이를 형성하고 독특한 분위기를 창출한다. * 환경과조경 343호(2016년 11월호) 수록본 일부 Landscape ArchitectAgence Ter CollaborationReichen et Robert & Associés, MB ClientIMMOPTIMA LocationRabat, Morocco Area20ha Completion2013 PhotographsAgence Ter, Alain Bujak
    • 아장스 테르 / 아장스 테르
  • [아장스 테르] 코르마이에스 공원 Parc des Cormailles
    파리 외곽의 구 공업 지대에 위치한 코르마이에스 공원Parc des Cormailles은 철로를 따라 조성된 공원이다. 원경을 느낄 수 있는 공원, 도시적인 공원, 사적인 정원 등 다양한 스케일의 공간으로 구성된 공원은 기차역과 이브리 쉬르 센Ivry Sur Seine 중심부를 잇는 새로운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대상지의 서측에는 센Seine 강이 흐르는데, 강이 범람하면 강물로 인해 인간이 대지에 만들어놓은 구획이 일시적으로 사라지고 주변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바뀌게 된다. 우리는 이 같은 강의 특성과 맞물린 이른바 ‘수평 상태’의 공원을 조성하고자 했다. 수평적인 공원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커다란 잔디밭이며, 수평선을 뚫고 나타나는 요소로는 수로를 따라 들어선 건물과 돌무더기로 이루어진 둔덕 정도가 있다. 둔덕은 오래된 공장이 철거될 때 만들어진 일종의 전망대다. 도시의 스카이라인, 도로를 질주하는 차량, 철로 위를 다니는 기차 등을 바라볼 수 있어 포토존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둔덕에 설치된 나선형 램프를 통해 둔덕의 경사지에 조성된 어린이 놀이 공간으로 진입할 수 있다. * 환경과조경 343호(2016년 11월호) 수록본 일부 Landscape ArchitectAgence Ter CollaborationEPDC, BERIM ClientSADEV 94-Val de Marne Department LocationIvry Sur Seine, France Area9ha Completion 2006 Photographs Agence Ter, Yves Marchand & Romain Meffre
    • 아장스 테르 / 아장스 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