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북촌
대학로 이런 길 저런 길을 걷고, 생각하고, 느끼고 하는 것이 도시민들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걸어서 도시를 음미하는 사람에게 대학로처럼 다양한 삶의 무대가 펼쳐지는 길보다 더 매력적인 것은 없을 것이다. 대학로는 서울의 삶의 결을 더욱 더 따뜻하게 해주고 있다. 대학로의 역사는 192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은 이 때 동숭동과 연건동에 경성제국대학을 짓고, 이화동, 동숭동, 연건동에 일본인 교수들의 사택 촌을 만든다. 서울에 최초로 조그만 대학마을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던 것이 해방이후 서울대의 문리대, 법대, 의대, 미대 캠퍼스가 동숭동 주변으로 포진하면서 현대식 대학가로서의 외관을 갖추어 나간다. 지금 말하는 캠퍼스 타운인 셈이다. 서울대가 관악으로 이전하기 전 까지 문리대 캠퍼스는 토론, 비판, 항거, 낭만이 숨쉬는 공간이었다. 서울 문리대라는 문화적 요소가 동숭동이란 공간을 만들어 낸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대학로는 동숭동이라는 테두리 속에서 태생된 것이다.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대학로와 같은 거리에 대한 애착이 강할 수밖에 없다. 1980년대에 들어와 대학로는 커다란 탈바꿈을 강요받는다. 계획적인 설계에 의해 시민들의 다양한 활동을 담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시정부의 노력이라고나 할까. 대학로는 도시설계가인 양윤재 교수의 도시설계 철학과 의지가 농축된 작품이다. 튀는 젊음과 일반시민들의 문화적 욕구에 대한 공간적 수용, 그리고 전통건물과의 조화 등의 설계요소를 적절히 반영시킨 설계이다. 도시와 건축학도들이 성지순례 하듯이 반듯이 들리는 곳이 되었다. 대학로가 어색하지 않고 친근히 다가오는 것은 아마 설계자의 글로벌 스탠다드에 가까운 안목일 것이다. 오늘의 대학로가 애당초에 도시설계자가 구상했던 대학로의 모습인가? 많은 거리감이 있을 것 같다. 이렇게 까지 천박한 자본이 밀려들어올지는 아마 설계자도 예상 못했을 것이다. 길을 걸으며 내 스스로 말한다. “참을 수 없이 가벼운 도시의 정신”,“아 안타깝다”, “전통은 죽어 가는데 이 곳에는 천한 상업주의만 홀로 살아남았나?”. 그러면서도 “다양한 문화를 아우르는 대학로의 넓이와 폭에 푹 빠져 버렸다”. 북촌 잿빛 기와지붕 위에 시커먼 먹구름이 무겁게 가라앉는다. 서울 600년 역사의 고유한 정취가 북촌을 껴안으면서 한옥보존 동네와 맞닥뜨리는데, 아! 하는 탄성이 나오기 마련이다. 개화사상의 산실인 박규수의 집터, 근대산업의 터전인 풍년상회, 김옥균, 손병희의 집터, 그리고 윤보선의 옛집 등을 만나면서 파란만장한 근대사와 그 속의 인물들과 조우한다. 여기서는 실제 사람의 체취가 밴 고택들과 숨결을 같이 할 수 있다. 근세가 남기고 간 힘으로 버티는 동네, 북촌. 북촌은 예로부터 경복궁과 창덕궁, 종묘 사이에 있는 전통 주거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경복궁과 창경궁은 도선성리학 사상에 의해 설계된 궁궐로서 도선왕조의 자연관과 세계관이 설계에 녹아들어가 있다. 이 두 궁궐 사이에 끼어있는 공간에 귀족들의 주거를 위한 주거지역이 형성된 것이다. 한옥은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이 한옥마을을 가꾸기 위한 시민적 공감대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루어져 왔다. 1977년 이 지구를 최고 고도지구로 정하여 한옥보다 높은 건축물이 들어서지 못하게 하였으며, 1983년에는 집단 4종미관지구로 지정하여 관리를 해왔다. 개보수 금지와 건축규제 일변도의 한옥보존정책은 거주민들의 생활환경을 악화시키기에 이르렀다. 90년대에 들어서자 일부 한옥거주자들의 반발이 있었다. 지원과 혜택이 없이 규제위주의 시 행정에 대해 반기를 든 것이다. 1991년 서울시의 규제완화를 계기로 한옥이 헐리고 다세대와 다가구 주택이 들어서면서 한옥의 숫자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동안 눌려왔던 개발에 대한 욕구가 봇물 터지듯 솟아 난 것이다. 2003년 현재 19만 5천 평의 북촌지구에 약 2천2백 여동의 건축물 중 40%인 860 여동의 한옥이 남아있다. 도시에서의 전통주거지는 이방인에게는 등대이기도 하다. 그 도시의 전통을 보면 현재의 도시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서울시의 끈질긴 설득과 대화로 한옥마을을 보존하기 위한 시도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한옥마을이 아직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지난 2000년부터는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주도로 북촌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주민 스스로 북촌마을 보존에 앞장서도록 유도하고 있다. 북촌프로젝트의 핵심은 전통주거문화를 계승하기 위한 시 정부의 지원책들이다. 예컨데, 한옥 등록제, 소공원조성에 대한 보조금지원, 주차장 건설, 등록된 한옥의 개보수 비용에 대한 부분 보조, 한옥 신축 시 비용의 일부 지원 등 다양하다. 북촌사업을 추진하면서 문제가 여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원 제 무 Won, Jaimu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교수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