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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주, 아시아 국가 간의 공유와 연대의 가능성을 지닌 땅 2018 호주 경관 컨퍼런스, 5월 5일 시드니에서 개최
    호주의 조경 전문지 『LAA Landscape Architecture Australia 』가 주최한 ‘2018 호주 경관 컨퍼런스Landscape Australia Conference’가 5월 5일 시드니 공과대학UTS(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에서 열렸다. 『LAA』는 2018년 4월호에서 조경의 중심축이 아시아로 이동 하고 있음을 선언하고 아시아를 주제로 다양한 기사를 다루었다. 이 컨퍼런스는 그 연장선상의 기획으로, 『LAA』에 소개된 한국의 오피스박김과 홍콩의 루럴 어반 프레임워크Rural Urban Framework를 비롯하여 싱가포르, 태국, 인도, 뉴질랜드에서 활동 중인 조경가를 초청해 현시대의 쟁점과 작업을 공유하고 연대를 형성 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유럽 정착민에 의해 형성되었고 공식적으로 아직 영국 연방에 속하는 호주는 아시아 국가와 같은 시간대, 태평양을 공유하는 시공간적 입지로 인해 아시아와의 경계가 모호하다. 영어를 사용하는 백인 호주인에게 아시아인으로서 동질감을 느끼기 어렵지만, 월드컵 본선 진출을 놓고 호주와 경기를 벌일 때는 아시아 태평양 그룹에 속한 호주가 크게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호주인도 이러한 ‘주변부적’ 입지를 인지하고 있다.1세계 여러 나라, 특히나 아시아로부터의 유학생과 이민자의 급증을 경험하고 있는 호주는 대학 프로그램과 전문 영역에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으며, 아시아 국가 간에 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연대를 형성 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할 잠재력을 지녔다. 컨퍼런스는 2015년 철도 부지에서 공원으로 탈바꿈한 굿즈 라인The Goods Line(『환경과조경』 2016년 3월호, pp.12~25 참조)과 연결된 닥터 차우착윙 빌딩Dr. Chau Chak Wing Building에서 열렸다. 시드니를 포함한 호주의 여러 도시 그리고 뉴질랜드의 조경 및 건축 관련 전문가가 회의에 참여했으며, 아시아 각국에서 초청된 여섯 팀의 강연, 진행자와의 토론, 휴게 시간 등 세 세션이 진행 되었다. 태국의 도시 인프라 문제와 대안 방콕에SHMA 조경설계사무소를 설립하고 활동 중인 요사폰 분섬Yossapon Boonsum과 프로판 나파웡디Propan Napawongdee는 태국의 많은 도시가 부실한 배수 시설, 원활하지 않은 교통 체계 등 열악한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고 진단하고, 어떻게 이를 개선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한다. 그들은 방콕에서 조깅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 방콕 북쪽 대중교통의 종점인 차우투착Chatuchak으로부터 남쪽 강변까지 이어지는 녹지축을 제안한다.10km에 달하는 이 구간은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강력한 축으로 기능하며, 도처에 단절되고 버려진 공간을 연결하는 동시에 출퇴근 보행 루트가 된다. 또한 ‘BKK 10KM’라 명명된 이 프로젝트의 마스터플랜을 제안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시민의 관심과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한다. 동영상을 통해 10km 구간을 시민들과 함께 뛰면서 프로젝트가 도시에 불러올 긍정적 변화를 이야기하고,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버려진 다리 밑과 강변, 그리고 육교 등이 어떻게 탈바꿈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러한 시도에서 시민의 눈높이에 맞추어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그들의 고민을 느낄 수 있다. ...(중략)... *환경과조경364호(2018년 8월호)수록본 일부 이홍인은 호주 공인 조경가(RLA)다. 서울대학교에서 조경학과를 졸업 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하셀(Hassell)의 멜버른 오피스에서 BIM 모델링, 컴퓨테이셔널 디자인, 가상 현실 등의 신기술을 조경 실무에 응용하는 직책을 맡고 있다.
  • 기록을 통해 옛 동네의 기억을 이어가다 ‘두 동네의 기록과 기억’ 전, 돈의문 박물관마을 돈의문전시관
    아무리 반짝거리는 새 도시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낡기 마련이다. 버려야 할 부분을 덜어내고 필요한 기능을 얹어 고쳐 쓰면 좋으련만, 대부분의 도시는 그대로 방치되어 슬럼화되거나 허물어져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재개발되기 일쑤다. 육중한 건설 장비에 스러져 가는 낡은 도시의 풍경을 보고 있으면 함께 사라질 오랜 정취와 추억이 아쉬워진다. 지난 4월 16일 돈의문 일대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돈의문전시관이 문을 열었다. 2003년 돈의문 일대(새문안 동네와 교남동 일대)가 ‘돈의문 뉴타운’으로 지정되자 서울 역사박물관뿐만 아니라 민간 연구 그룹이 자발적으로 모여 돈의문 일대의 모습을 기록하고 조사했는데, 이 작업을 모형, 영상, 패널 등으로 전시해 돈의문마을을 기억하고자 했다. 돈의문 박물관마을 내에 위치한 전시관은 전시실 세 동과 교육관 한 동으로 구성된다. 기존의 동네 식당을 복원하고 활용한 것이 특징인데, 이탈리아 레스토랑이었던 ‘아지오AGIO’와 한정식집 ‘한정韓井’의 구조를 그대로 살리고, 두 건물을 연결해 전시실로 사용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옛 돈의문마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중략)... * 환경과조경 364호(2018년 8월호) 수록본 일부
  • [편집자의 서재] 여름엔 북극에 갑니다
    과거의 기억은 미화되기 마련이지만 이번만큼은 아니다. 두 번의 여름을 몹시 더운 곳에서 보냈다. 한 번은 필리핀, 또 한 번은 습기로 가득한 고온의 온실이었다. 하지만 올여름은 내가 겪은 그 어떤 여름보다도 견디기 어렵다. 연이은 폭염 속에서 ‘차라리 거기가 나았어’라고 중얼거리면서 하루하루 발갛게 익어가고 있다. 영화 ‘클릭’처럼 시간을 조종하는 리모컨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빨리 감기’ 버튼을 눌러 이 지독한 날들을 후루룩 넘겨버리고 싶지만, 1년 중 가장 활발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북극을 생각하면 버튼을 선뜻 누르지 못할 것 같다. 많은 사람이 북극하면 온통 흰 눈으로 뒤덮인 풍경을 상상하지만 북극에도 여름이 있다. 한국에서 여름인 7월이 되면 북극도 여름을 맞이한다. 낮 기온이 영상 10도까지 오르고 온종일 태양이 떠 있는 이 시기는 극한의 추위를 피해 있던 각종 동식물이 움츠렸던 몸을 한껏 펴는 시간이다. 꽁꽁 얼어 있던 땅이 녹으면서 각종 현화 식물과 지의류, 선태류가 넓은 땅을 가득 덮고, 그 속에서 곤충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북극토끼는 마음껏 풀을 뜯어 먹으며 통통하게 살이 오르고 산란기를 맞은 새들은 갓 태어난 새끼들을 보듬기에 여념이 없다. 아쉽지만 북극의 여름은 길어봤자 한 달 남짓, 기나긴 겨울 속 잠깐의 따뜻한 시간이다. 8월이 지나면 또다시 찬바람이 불어와 길고 긴 겨울이 시작된다. 펄펄 끓는 올여름이 지나고 한국에 가을이 오면 북극의 동물들은 잠자듯 살테고, 꼬까도요와 세가락도요는 그린란드부터 유럽과 아프리카 해안까지, 남반구에서 북반구 끝을 오가는 긴 여행을 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쯤 막 알에서 나와 솜털을 휘날리며 북극 위를 앙증맞게 돌아다니고 있을 작은 새들을 생각하니 이 지긋지긋한 여름이 조금은 더디게 흘러도 괜찮을 것 같다. 극지에서 동물을 연구하는 이원영은 북극의 동식물만큼이나 북극의 여름을 기다린다. 극지 연구소 연구원, 동물행동학자, 생태학자 등 그를 수식하는 단어가 여럿 있지만 풀어서 말하면, 동물에 대한 애정이 흘러넘쳐 해마다 여름과 겨울이면 극지로 향하는 사람이다. 그는 매년 남극에서 펭귄을 연구했지만 가슴 한편에 북극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지냈다.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꽁꽁 언 동토의 벌판 위에 눈을 맞으며 홀로 서 있는 사향소의 모습’을 본 후부터였다. 북극이나 남극이나 어차피 온통 얼음으로 뒤덮인 건 마찬가진데 다른 게 있을까 싶지만, 같은 극지라도 북극에는 펭귄이 없다. 북극흰갈매기, 회색늑대, 사향소는 북극 인근 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한 동물들이다. 『여름엔 북극에 갑니다』는 바라고 바라던 북극 땅에 닿게 된 그가 두 차례에 걸쳐 그곳에서 여름을 맞이한 기록이다. 동물을 연구하는 사람은 ‘기약 없는 기다림’에 익숙해져야 한다. 사람이 살지 않는 야생의 땅에서는 더욱 그렇다. 예민한 북극토끼를 관찰하기 위해 오전 내내 토 끼 무리 옆에 가만히 무릎을 꿇고 앉아 기다리기도 하고, 광활한 대지에서 작은 새 둥지를 찾기 위해 몇 시간을 돌아다니는 것쯤은 가벼운 산책 정도로 여겨야 한다. 하지만 기다린 만큼 보람도 있는 곳이다. 식사 도중 ‘얼음 위에 홀연히 나타났다 사라지는 마법의 새’라 불리는 북극흰갈매기가 모습을 드러내는가 하면, 일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사향소와 대뜸 마주친다. 무엇보다 호기심 많은 생태학자에게 산에 굴러다니는 배설물만큼 반가운 손님도 없다. 산 정상에서 말로만 듣던 회색늑대의 분변을 찾았을 때, 그는 손으로 집어 들어 냄새를 맡아보고, 손톱으로 한쪽 끝을 부서뜨려보면서 세상 진지한 태도로 분석한다. “연한 회색빛에 길이는 10센티미터, 두께는 3센티미터는 족히 되는 듯하다. 이 정도라면 작은 동물의 것이 아니다. … 레밍의 것으로 추측되는 뼈와 털잔해가 뒤섞여 나온다. 이 정도 크기의 배설물을 만들어내는 포식자라면 … 생각하다가 나도 모르게 ‘회색늑대다!’하고 외쳤다.”1 가방에서 지퍼백을 꺼내 조심스럽게 분변을 담고, 동료들에게 보여줄 생각으로 가벼운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과장하지 않은 담백한 이야기가 좋다. 북극곰과 마주해 극적으로 살아 돌아온다던지, 새와 친구가 된다는 드라마틱한 내용은 없다. 아무 수확 없이 허탕 치는 날도 있고, 여전히 동물들은 그를 경계한다. 하지만 종종 걸음으로 새를 쫓아다니고, 들판에 핀 꽃의 이름을 찾아보는 이가 매일 밤 써내려간 일기에는 옆에서 듣는 듯 친근한 어투와 순수한 호기심이 가득 들어 있다. 덕분에 읽는 사람은 그의 여정에 쉽게 몰입할 수 있다. 책 속 북극의 풍경을 더듬더듬 그리다 보면 그곳의 서늘한 바람이 한차례 지나가는 듯하다. 더위에 많이 시달린 탓일까. 다음 문장은 여름 내내 가지고 다닐 것 같다. “바다에 떠 있는 빙산 중 하나가 뭍 가까이에 있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 다. 나는 빙산에서 손바닥 크기의 조각을 떼어내 지퍼백에 담아 캠프로 가져갔다. … 우리는 얼음을 잘게 쪼개어 컵에 넣고 위스키를 조금 따랐다. 컵에 귀를 갖다 댔더니 얼음이 녹으면서 ‘톡 톡 톡’ 하는 경쾌한 음이 들렸다. 수만 년 전 빙하가 생길 때 그 안에 갇힌 공기가 빠져나오는 소리다. … ‘역사의 맛이야.’”2가 본 적 없는 그곳의 풍경이 그리워진다. 1.이원영, 『여름엔 북극에 갑니다』, 글항아리, 2017, pp.120~121. 2.위의 책, p.259.
  • [CODA] 새로운 공간, 독자와의 만남
    7월 12일, 손 없는 날은 그 주에서 둘째로 더운 날이었다. 가장 더운 날은 짐 싸기에 이어 본격적으로 짐을 나르기 시작한, 이사 이틀째 되는 날이었다. 악귀는 없었는지 몰라도, 우리는 귀신보다 더 끔찍한 폭염과 함께 장장 3일간 사우나에서 헤매는 듯한 기분으로 짐을 정리해야 했다. 유월부터 호들갑을 떤 것 치곤, 이사 완료 소식이 늦었다. 예고한 바와 같이 『환경과조경』은 내방역 인근 평지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틀었다. 역에서부터 도보로 3 분도 채 안 되는 거리, 초역세권이다! 게다가 2층이다. 지각할까 염려하며 북적이는 엘리베이터를 몇 번이고 놓치는 대신, 계단을 몇 번 겅중겅중 오르기만 하면 가벼이 사무실에 도착할 수 있다. 이사가 끝난 뒤에도 자잘한 정리 작업 때문에 일주일 정도 정신이 없었지만, 이제 제법 새로운 사무실에 적응한 직원들은 점심 시간마다 새로운 맛집 찾기에 여념이 없다. 이사를 마치자, 두 가지 인상적인 장면이 남았다. 먼저(구)사무실에 세워졌던 붉은 벽. 베를린 장벽처럼 사무실 중앙을 가르는 이삿짐 바구니가 높게 쌓였는데, 그 안에 든 건 창고와 책꽂이를 채우고 있던 잡지와 단행본들이었다. 옮겨도 옮겨도 끝이 없는 책 꾸리기 작업을 계속하며, 지금껏 소리 내 본 적 없는(마음속으로는 몇 번 한 적이 있다)“잡지를 잘 만들고 잘 팔아서 절대 재고를 만들지 않겠다”는 다짐을 몇 번이나 중얼거렸는지 모른다. 오래전 새로 산 아이패드를 자랑하던 친구의 말도 떠올랐다. 그는 온갖 잡동사니와 두꺼운 책으로 부푼 내 가방을 보며 그랬다. “미련하게 무거운 거 바리바리 싸 들고 다니지 말고, 수시로 가지고 다닐 책은 이북e-book으로 봐.” 한 손에 든 아이패드를 종잇장처럼 가볍다는 듯이 흔들어 보이던 친구의 샐쭉한 미소가 얄밉기만 했는데, 이제 와 그의 말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손끝에 닿는 종이의 질감과 책장을 넘길 때 들리는 바스락거리는 소리 등 종이 책만이 지닌 낭만이 있지만, 나날이 집안 한구석에서 몸집을 키우는 책 더미가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다음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몇 번이고 바뀌었던 가구 배치안이다. 궁금해 하실 것 같아 알려드리자면, 단체 카톡방에 공유된 가구 배치 아이디어(『환경과조경』 2018 년 6월호 코다 참조)는 모두 반려됐다. 사실 도면부터 다시 그려야 했다. 이놈의 건물 벽이 몰래 줄어들었다 늘어나기라도 하는 건지, 치수를 재러 갈 때마다 조금씩 달라졌다. 몇 번의 수고 끝에 정확한 도면을 만들고, 배치안까지 완성했는데 뜻밖에도 이삿날 문제가 발생했다. 일렬로 책장을 늘어놓으려 했던 자리에 형광등 스위치가 있었다. 가구 배치를 진두지휘하던 나창호 기자는 당황했다. 가구는 계속해서 밀려들어 오고, 인부들은 끊임없이 “이 가구는 어디에 놓냐”며 대답을 재촉했다. “도면은 근삿값 수준의 스케일로 작성하고, 최종 스케일은 현장에서 결정”1한다던 최재혁 작가의 글이 생각났지만, 이 노하우가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미완의 악보를 작성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이를 최종 단계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완성시키려는 노력”2 은 어느 정도의 감각과 경험을 갖춘 조경 가에게 통용될 말일 테니까. 새로운 사무실은 전과 달리 세 면이 통유리다. 이제 고개를 틀면, 액자처럼 전깃줄과 느티나무 가지를 보여주던 작은 창 대신 대로변의 풍경을 볼 수 있다. 창 때문에 전처럼 책꽂이를 많이 놓을 수는 없지만, 탁 트인 풍경이 야근의 피로를 잊게 해주길 바라본다. 또 하나 큰 변화는 독자와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점이다. 같은 사옥의 6층은 두 개 층을 합쳐 높은 천장을 확보한 공간으로, 복층을 두어 위층을 사무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아래층과 위층을 연결하는 목재 스탠드는 각종 행사에서 훌륭한 객석이나 연단으로 기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대망의 첫 행사로 『100장면으로 읽는 조경의 역사』 북토크 “여자 둘, 남자 둘의 수다스런 책 읽기”가 열렸다. 처음이기에 서투를 수도 있겠지만, 꽤 많은 독자가 찾아와 저자, 패널 그리고 다른 독자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북토크는 독서 인구 감소에 대항하려는 출판사의 생존 전략 중 하나지만, 독자가 자신과 비슷한 관심사를 지닌 사람과 만날 수 있는 소통의 장이기도 하다. 이 같은 행사가 『환경과조경』의 독자층을 풍부하게 만들 뿐 아니라, 새로운 커뮤니티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걱정거리 하나를 덧붙이자면, 새로운 사무실은 전과 달리 중앙냉난방 시스템으로 사무실 온도를 조절한다. 이번 마감 내내 아홉 시 무렵이면 어김없이 관리인분이 찾아와, 언제 퇴근할 것인지(언제 에어컨을 끌 수 있는지)를 물었다. 어쩌면 앞으로 야근의 고통을 불볕더위와 함께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코다를 쓰느라 야근하며 관리인분을 귀찮게 하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다가, 그래도 마감이 임박했을 때 쓴 코다가 현장을 더 생생하게 전달하지 않나 하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아 본다. 1.이번 호, p. 95. 2.위의 책, p. 95.
  • [PRODUCT] 효율적인 잔디 관리를 위한 키그린의 잔디보호매트 잔디 훼손을 근본적으로 방지해 관리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
    키그린 keygreen 의 잔디보호매트는 보행자 통행으로 인한 잔디 손상을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제품이다. 매트 하부 공간을 아치형으로 설계해 통해 잔디 러너runner(줄기)가 활착할 공간을 확보하고 답압으로부터 잔디의 생장점을 보호한다. 2012년, 2017년 정부조달우수제품으로 지정된 바 있으며, 서울 시청을 비롯한 전국 관공서 및 공원은 물론 해외로까지 수출되는 제품이다. 잔디 유지를 위해 미관을 해치는 출입 금지 표지판이나 경계줄을 설치하지 않아도 되고, 보식 횟수도 줄어 잔디 관리 예산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보도블록, 판석, 탄성 매트, 데크 등의 인공 구조물도 잔디밭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도심 내 녹지 공간 확보 및 보존, 도시 열섬 효과 저감, 친환경 녹지 공간 및 휴식 공간 조성에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TEL. 031-798-0112 WEB. www.key-green.com
  • 건축에 가려진 세계 '건축에 반하여', 6월 8일부터 6월 24일까지 서울혁신파크 SeMA 창고에서 개최
    사전적으로 ‘집이나 다리 등의 구조물을 목적에 따라 설계해 쌓아 만드는 일’을 의미하는 ‘건축’은 단순히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을 넘어 시대의 이데올로기와 사고관을 반영한다. 도시, 가족, 경제, 성장, 정치, 권력, 역사, 제도, 문명 등은 건축으로부터 구축되는 또 다른 이름들이다. 지난 6월 8일부터 6월 24일까지 개최된 ‘건축에 반하여(Against Architecture)’는 이러한 건축을 하나의 은유로 파악하여, ‘오늘날 우리의 세계가 어떻게 조직되어 있는가?’라는 물음에 접근하는 전시다. 국내외 작가 8개 팀이 신체, 도시, 무의식, 페미니즘, 가상, 죽음 등을 주제로 오늘날 건축과 관련한 문제를 건축 주변에서부터 검토했다. 『환경과조경』에 “떠도는 시선들, 큐레이터 뷰”(2016년 1월 호~2017년 1월호)를 연재한 바 있는 전시 기획자 심소미 큐레이터는 “결론적으로 이 전시에 건축은 없다”고 설명 한다. “대신 건축으로부터 주변화된 존재와 파생된 사태를 또 다른 구축적 조건으로 제시하여, 견고한 건축에 가려진 세계의 허와 실에 다가가고”, “이를 통해 건축의 위기를 초래하는 인간의 의지를 되묻고, 오늘날 건축을 다른 방식으로 사용하는 가능성을 열고자 한다.”...(중략)... * 환경과조경 363호(2018년 7월호) 수록본 일부
  • 서울 지하공간 미래비전 돈의문 박물관마을 도시건축센터, 5월 15일부터 6월 20일까지
    미래 서울의 지하 공간은 어떤 모습일까. 서울시가 여러 건축가와 함께 서울 도심 내 지하 공간을 활용하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지난 5월 15일부터 6월 20 일까지 서울 돈의문 박물관마을 내 도시건축센터에서 열린 ‘서울 지하공간 미래비전’은 도시 건축적 상상력을 지하 공간까지 확장하는 전시다. 전시는 서울광장, 을지로, 회현 지하상가 등 단편적으로 만들어진 지하 공간을 체계적으로 다듬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비롯됐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건축가는 서울시의 주요 공모전 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는 국내외 아홉 팀으로, 스튜디오 케이웍스(studio Kworks)의 김광수, 터미널 7(Terminal 7)의 조경찬, 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SoA), 이스케이프(Escape)건축사사무소,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 비니 마스(Winy Maas), 키 크리스티안제(Kees Christiaanse), 청보글(Cheungvol), 모도 스튜디오(Modostudio)다. 각 팀은 당선된 공모전 대상지와 관련 있는 지하 공간을 맡아 가상의 설계안을 만들어 전시했다. 각 안은 단순히 지하에 새로운 공간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지상과의 연계를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김광수의 ‘정독 도서 플랫폼’은 높은 옹벽으로 둘러싸여 접근이 어려운 정독 도서관의 전면 부지를 다채로운 옥상 정원이 있는 독서 플랫폼으로 제안했다. 전면 부지의 지하에는 여러 층의 실내 공간을 조성하고, 옹벽을 걷어내 개방적인 공간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탁 트인 주변 경관을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3호(2018년 7월호) 수록본 일부
  • 아파트 정원, 공공의 가치를 열다 구리갈매 푸르지오, 동탄행복마을 푸르지오 작가정원
    “정원은 가꾸는 공간이다.”처음부터 정원을 잘 조성해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사람에 의해서,자연에 의해서,주변 환경에 의해서,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고“가꾸어 지는 것”또한 정원의 숙명이 아닐까.요즘 아파트 단지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가정원 조성이 붐이다.특히 대우 푸르지오는 단지마다 수준 높은 정원을 조성하기 위해‘콤페’를 통해 작가를 선정하고 있다.최근에는 단순히 정원을 조성하는 것을 넘어 정원의 유지·관리를 위한 주민 참여 프로그램까지 관심을 확대 해가고 있다.아직은 시도 단계이지만 정원을 중심으로 주민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데 성공한 현장도 나타나고 있다.최근 푸르지오에 작가정원을 조성하고 주민 참여 프로젝트의 좋은 사례를 만들고 있는 김승민 대표(유안C&D)를 만나 작가정원 두 곳을 방문했다. 구리갈매 푸르지오“이야기 꽃이 피어나는 도란도란 가든” 구리갈매 푸르지오의 작가정원 공모 명칭은“플라워 가든”으로,약650㎡규모의 크지 않은 면적에 공공 주택 단지의 특성을 반영하면서도 독창적인 정원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였다.김승민 대표는“외국식 정원을 따라 하지 않은 한국식 정원”에 대해 평소 고민을 많이 해 왔다.현대 도시의 아파트는 주변의 자연을 그대로 차경하는 방식의 한국 전통 정원을 고집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장소이고 인위적 조성이 불가피하다.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한국 정원의 가치를 접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정원은 다른 단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매력적인 차경 요소를 가지고 있다.대상지를 기준으로 남쪽은 건축물에 가려져 있으나 동쪽으로는 멀리 산등성이와 소나무가 보이는 트인 경관이 있다.게다가 동쪽은 해와 달이 뜨는 곳이다.따라서 시각적으로 방해가 되는 키 큰 나무를 과감히 들어내,멀리 보이는 소나무를 차경 요소로 활용했다.다행히 대우건설도 나무를 제거하는 제안을 받아들였다.정원의 중심에 데크와 의자를 놓아 쉼터를 조성했고,그 결과 아침 해와 저녁 달을 맞이하는 멋스러운 공간이 탄생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3호(2018년 7월호) 수록본 일부
  • [편집자의 서재] 밤의 여행자들
    이번 7월호에는 다가올 재난에 미리 대비하는 ‘리질리언트 바이 디자인’을 특집 격으로 다뤘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관한 설계라니, 생소한 주제에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 복잡한 프로젝트라 내용을 파악하는 일만도 쉽지 않았다. 마감을 무사히 치르고 나서야 드는 생각이지만, 눈앞에 쌓인 방대한 자료를 단기간에 정리하는 일이야말로 내게 닥친 작은 재난이었다. 해수면 상승과 침수된 도시를 연일 보고 있던 탓에 머릿속에 서도 ‘재난’이라는 단어가 부유하는 느낌이다. 더는 생각하기도 싫어 저절로 고개가 저어지지만, ‘재난’, 이상하게 곱씹을수록 익숙하다 못해 친숙하다. 되짚어 보니 재난 영화는 잘도 찾아보곤 했다. 꽁꽁 얼어버린 뉴욕(투모로우), 부산을 덮치는 거대한 파도(해운대), 알 수 없는 바이러스의 발현으로 인한 전 세계적 좀비 사태(월드워 Z)등 당장 잡히는 기억만 복기해도 인상적인 장면들이 속속 떠오른다. 게다가 크게 흥행한 영화 들이다. 재난을 다루는 영화에 끌리는 이유는 뭘까. 실감나는 CG, 주인공의 탁월한 위기 대처 능력(혹은 엄청난 행운 몰아주기), 생사의 갈림길에서도 빛나는 사랑과 희생 정신도 하나의 요인이겠지만 무엇보다 ‘적당히 즐길만한 정도의 긴장감’을 빼놓을 수 없다. 영화 ‘트루먼쇼’의 시청자처럼 일생의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숨죽이며 바라보지만, 그럼에도 내 세계는 안전하니까 언제든지 발을 뺄 수 있다는 안도감으로 누그러진 긴장 상태 말이다. 윤고은의 소설 『밤의 여행자들』은 영화로 만족하지 못하고 직접 재난을 찾아 나선 다는, ‘재난 여행’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설정을 무심한 듯 독자 앞에 툭 던진다. 재난 여행의 관광지는 화산, 지진, 전쟁, 가뭄, 태풍, 쓰나미 등으로 폐허가 된 지역 이다. 크고 무시무시한 재난일수록 인기 여행지가 된다. 주인공 고요나는 재난 여행사의 수석 프로그래머다. 요나의 일은 언제 어디서 재난이 일어나는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재난 현장을 사람들의 흥미를 끌 만한 여행지로 개발하는 것이다. 소설 속 세계에서 재난은 보통 생각하는 것과 조금 다르다. 기를 쓰고 극복해야 할 대상도, 그런 일이 있겠냐며 가볍게 코웃음 칠 대상도 아니다. ‘재난=상품’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가상의 섬 ‘무이’는 오래전 사막에 생긴 싱크홀로 재난의 혜택(?)을 받는 관광지다. 요나는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무이를 계속 여행 상품으로 판매 할지 말지를 결정하기 위해 이곳으로 출장을 떠난다. 직접 본 무이는 재난 여행지라기엔 지나치게 평온하다. 거대한 싱크홀은 오랜 시간이 지나 호수로 변했다. 잔뜩 기대하고 왔던 사람들은 호수 속 아득한 구멍을 각자의 상상에 맡길 뿐이다. 화산 폭발이 일어났다던 곳은 평화롭기 그지없는 동네 약수터 같고, 현지 주민들도 순전히 먹고 살기 위해 관광객을 위한 어색한 연기를 펼칠 뿐이다. 요나는 왜 이곳이 인기가 없는지 알겠다며 상품 목록에서 무이를 빼야겠다는 마음을 먹는다. 사실 요나의 처지는 무이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무이는 상품 목록에서, 요나는 회사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놓였으니 말이다. 한때는 인정받는 프로그래머였으나 10년 동안 헌신한 직장에서 헌신짝 취급을 받고 있음을 어느 순간 깨닫는다. 느닷없는 상사의 성추행에 모욕감보다는 ‘퇴물이나 곧 나갈 사람만 건드린다’는 소문이 기억나 ‘이제 나 퇴물이구나’라는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동료들이 쓰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전화기 아니면 복사기 앞을 지키는 등 자꾸 신입이나 해야 할 일을 떠맡고 있는 게 영 초조하다. 요나는 지금 자기 앞에 펼쳐진 상황이야말로 재난이라고 인식한다. 어쩌면 재난 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수많은 재난을 수치화하고 프로그램화하던 요나가 개인적인 어려움을 두고 이것이야말로 재난이라고 하는 상황은 씁쓸하고 모순적이다. 재난에 무뎌진 건 요나뿐만이 아니다. 한국으로 복귀 도중 홀로 무이에 낙오된 요나는 이곳을 둘러싼 음모를 듣는다. ‘재난 여행지’로서 무이가 별 볼 일 없어지니 섬 관계자들이 더큰 재난을 만들어 낼 준비를 하고 있던 것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놀라는 것도 잠시, 요나는 회사에서 애매한 입지를 굳힐 수 있겠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고 이 은밀한 계획에 조심스럽게 가담한다. ‘그날’을 위해 섭외된 주민은 연기자가 되어 재난 발생 후 증언할 대본을 외우고, 일면식 없는 남녀가 부부의 연을 맺는다. 1년 치 봉급을 훨씬 웃도는 돈을 준다고 하니 너나 할 것 없이 사람들이 달려든다. 무이 사람들에게 예고된 재난보다 더 큰 재난은 당장 눈앞에 닥친 먹고 사는 문제다. 『밤의 여행자들』은 나의 안위만 생각하는 자본주의의 풍조를 재난 여행이라는 독특한 상황에 빗대어 설득력있게 연출한다. 치밀하다 못해 읽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심리 묘사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집요한 인과 관계로 ‘어디에도 있지 않은 이야기’는 어느새 ‘어디선가 일어날 법한 이야기’로 들린다. 재난에 무뎌지다 못해 재난마저도 상품화하는 것과 아직 오지 않을 재난에 대비하는 것. 재난을 대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볼 때 리질리언트 바이 디자인과 『밤의 여행자들』은 뭐 하나 맞는 것 없는 상극 관계다. 달라도 한참 다른 『밤의 여행자들』과 리질리언트 바이 디자인이 공통으로 던지는 화두가 하나 있다. 재난 그 자체보다 재난을 강 건너 불구경하려는 자세를 먼저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마지막까지도 소설을 편하게 읽을 수 없는 이유였고, 리질리언트 바이 디자인을 정리하면서 각 팀의 복잡한 설계안보다 다가올 위험을 알리려는 지난한 시도와 소통 과정이 더 기억에 남았던 이유다. 그런 점을 지면의 한계로 일일이 전달할 수 없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을 뿐이다.
  • [CODA] 잡지의 시대
    거짓말처럼 긴 줄이었다. 한 시쯤 도착하면 여유롭게 전시를 둘러 볼 수 있을 줄알았는데,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출판계에는 몇십 년째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라는 말이 떠도는데 ‘2018 서울국제도서전’을 보러 온 사람이 이렇게 많다 니. 북적이는 인파에 정신없이 휩쓸려 다니면서도, 사람들의 손에 들린 쇼핑백에 어떤 책이 담겨 있는지 자꾸만 궁금해졌다. 사실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에는 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책 읽기’보다 ‘책 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아직 펴보지도 못한 책이 이미 책꽂이에 수두룩하기 때문이 다. 게다가 또 욕심은 어찌나 많은지, 마음에 드는 책을 사지 않고 지나칠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 결심은 서울국제도서전 홈페이지에 접속한 순간 와르르 무너졌다. “최근 몇 년간 잡지의 지형은 격렬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전문 에디터들이 만든 다양한 모습의 작고 가벼운 잡지들이 속속 출간되어 서점의 평대를 다채 롭게 채우며 분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잡지의 시대’는 다양한 영역의 새로운 잡지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획전입니다. 독특하고 멋진 잡지들의 부스와 서점 더 북 소사이어티가 큐레이션한 독립 잡지들로 다채롭게 꾸며질 예정입니다.” 하필 전시 기간이 마감을 코앞에 둔 금쪽같은 휴일(보통 기자들이 ‘코다’나 ‘편집자의 서재’ 등 마지막 기사를 갈무리하는 시간)과 맞물려 있었지만 시간을 내지 않을 수 없었다. 발 디딜 틈 없는 인기 출판사 부스 뒤편의 꼭 다른 세상같이 한적한 곳, 거기에 ‘잡지의 시대’가 펼쳐져 있었다. 작년에 구독을 시작하여 이제 조금 친숙해진 문예지, 특정 분야를 깊숙이 파고드는 전문지, 디자인지, 라이프스타일지 등 총 31종의 잡지를 선보였는데, 종 수는 많지 않지만 다루는 영역의 폭은 그 이상으로 넓었다.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그 다채로운 책들에서 살아남기 위한 분전의 흔적이 느껴졌다. 특히 단행본과 잡지의 경계를 모호하게 넘나드는 기획들이 눈에 띄었다. 지난 4월 ‘편집자의 서재’에서 소개한 『프리즘오브(PRISMOf)』 (『환경과조경』 2018년 4월호 p.142 참조) 처럼 한 권에 단 하나의 주제만을 다루는 잡지가 부쩍 늘었다. 『감 매거진(GARM Magazine)』은 콘크리트, 목재 등 건축의 가장 작은 물리적 단위인 건축 재료 하나를 선정해 ‘개인의 창조성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방법’을 논의하고, 『매거진 B(Magazine B)』는 아름다움, 실용성, 합리적인 가격, 브랜드 의식이 조화를 이룬 브랜드를 한 호에 하나씩 소개한다. 커다란 틀은 같지만 연속성을 갖지 않기 때문에 한 권 한 권이 하나의 단행본같이 완결성을 갖게 된다. 사진 잡지인 『보스토크(Vostok)』는 이러한 특성을 더 강하게 드러내는데, 일반적인 잡지가 같은 디자인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것과 달리 『보스토크』는 매달 다른 형식과 느낌의 표지를 선보인다. 같은 잡지가 맞는지 헷갈릴 정도다. 이에 대한 답은 ‘잡지의 시대’와 더불어 진행된 라운드테이블 ‘분전’에 참여한 박지수 편집장 (『보스토크』) 의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었다. “기존의 잡지는 광고주와 독자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던 ‘풍 요로운 시대의 잡지’다. 그런 잡지가 멋지고 근사한 것은 알지만, 더 이상 풍요로운 시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절감하며 『보스토크』가 태어났다. 『보스토크』는 매 호새로운 주제로 새로운 독자를 만나는 것을 꿈꾼다. 그래서 구성도 바꾸고 디자인도 바꾸고 콘셉트나 종이도 바꾸며, 언제나 조금씩 새로움을 모색하고 있다. 표지는 그러한 생각의 집약체다.” 몇몇 잡지의 목차에서는 좀 더 독자 가까이에서 호흡하려는 노력을 읽을 수 있었다. 잡지가 다루는 분야 내부의 이슈에만 주목하지 않고, 일반적인 사회 이슈를 함께 엮어 다룬 콘텐츠가 많았다. 이는 이 분야 역시 당신의 일상과 함께 흐르는 삶의 일부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강남역 살인 사건’ 1주기를 맞아 여성 혐오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던 2017년 9월 창간한 과학 비평 잡지 『에피 Epi』는 첫 번째 크리 틱으로 “과학 교과서의 젠더 편향성”을 소개했고, 지난 6월 문예지 『릿터 Littor』는 ‘선거’를 주제로 콘텐츠를 구성했다. 꼭 알아야 할 것을 소개할 뿐 아니라 분야 바깥의 사람도 흥미로워할 이야기를 선별하는 것이 잡지의 기본 덕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에피』 창간호의 펴내는 글 “과학비평을 위하여”는 인상 깊다. "『에피』는 하나의 실험입니다. 과학과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으려는 실험입니다. 『에피』라는 실험이 검증해보려는 가설은 더 많은 사람이 과학에 대해 더 많이 얘기할수록 과학이 더 넓고 풍부하고 탄탄해진다는 생각 입니다. 실험은 끝내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과학 이야기가 아주 많이 나오도록 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더 나은 실험을또 고안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내 눈을 사로잡은 건 매대 사이사이 심심치 않게 놓여 있던 ‘굿즈goods’들이다. 에코백이나 배지, 달력, 엽서 등 세련된 디자인의 굿즈가 구매욕을 부추기지만, 이들은 별도로 판매되지 않는, 잡지를 사야만 받을 수 있는 증정품이다. 그런데 이 굿즈가 지닌 또 다른 역할이 있다. 어떤 사람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 ◯◯ 잡지를 정기구독해 받은 에코백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에코백은 단순히 가방으로도 기능하지만, 에코백을 멘 사람이 ◯◯ 잡지를 구독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기도 한다. 이로써 그 사람은 ◯◯ 잡지가 다루는 감성과 지식을 향유하는 사람이 된다. 특정 굿즈를 가진 사람이 모여 일종의 연대감을 형성하기도 한다. 실제로 남기준 편집장과 김정은 『공간』 편집장은 『씨네21』을 정기 구독하면 받을 수 있는 시계를 작년 내내 열심히 차고 다녔다. 서로 모르는 사람도 같은 문화를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독특한 사물이다. 잡지 더미를 헤치고 다니다 슬슬 목이 말랐던 나는 다시 전시관의 입구로 향했다. 평소에 관심 있던 출판사의 책을 확인하려다 인산인해를 이룬 부스의 모습을 보고 뒤로 물러섰다. 비교적 한산했던 ‘잡지의 시대’의 풍경을 떠올리니 뙤약볕 아래서 한참을 걸은 것처럼 목이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