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景
조경, 건축 그리고 미술의 경계에 서서김준현, 박미예, 이유미 작가의 작품전시회
지난 10월 30일부터 11월 5일까지 서울대학교 우석홀에서 조금 특별한 전시회가 개최되었다. 바로 김준현, 박미예, 이유미 작가의 작품전시회 ‘3景’이다. 오래 전, 단지 경관으로부터 작품의 영감을 얻었을 미술 작가를 꿈꾸었던 이들은 이제 직접 경관을 만들고 평하는 사람이 되었다. 미술과 조소의 울타리를 넘어 조경, 건축과 같은 큰 스케일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은 그들이지만 문득 작업실에서 수많은 재료들과 씨름하며 작품을 탄생시켰던 그때 그 시절의 감정이 되살아났다고. 그러면서 도면으로 대중을 만나는 것도 좋지만 갖고 있는 감수성과 예술성으로 표현의 경계를 확장하고, 그 작품으로 전시장에서 대중을 만나는 가능성을 찾게 되었다고도 덧붙인다. 이제는 그때 이루지 못했던 부분마저도 또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게 되었고, 분야의 벽을 넘나들며 각자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들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경치는 과연 어떤 것일까? 그 풍경 속으로 들어가 보자.
건축도시기행展
사진을 통해 들여다본 우리 삶의 궤적
아카이브 구축을 위한 ‘건축사진가’들의 행보 헤이리 아트밸리에 위치한 Gallery MOA(관장 이양호)에서 지난 10월 26일부터 11월 21일까지 ‘건축도시기행’ 사진전이 열렸다. 와이드AR에서 후원한 이번 전시회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건축사진가 17인이 건축과 도시라는 각각의 테마를 해석한 작품들을 건축 테마전(10.26~11.9)과 도시 테마전(11.9~11.21)으로 나누어 2회에 걸쳐 전시했다. 전시회에 참여한 작가는 김태오, 김재윤, 남궁선, 윤재혁, 유현민, 이재성, 최충욱, 신경남, 진효숙, 이인미, 윤준환, 박영채, 박재영, 조명환, 김철현, 김재경, 염승훈 등으로, 건축, 도시 그리고 사진과의 인연을 통해 자생적으로 ‘건축사진’분야를 일군 이들이다.
‘건축도시기행展’은 건축사진아카이브 구축을 목표로 기획되어, 전시회를 겸해 ‘건축사진’과 이를 전문으로 하는 작가들을 정리하여 단행본으로 제작하기도 하였다. 전시회 참여 작가이자 전시회를 기획한 김재경 작가(김재경 스튜디오)는 “‘건축사진’은 자생적으로 생겨난 40여 명의 사람들에서 출발했는데, 절반정도는 현장에서 만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 그들의 작품을 모음으로써 자료가 될 수 있는 책으로 펴내게 되었다.”고 제작 경위를 설명했다. 그리고 “하나의 건물을 찍는다는 것은 그 건물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캔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한 사람이 약 30여 장의 사진을 한 세트로 구성하게 되는데, 세대를 거치면서 방대한 양의 사진이 쌓이게 되며 이는 활용할 수 있는 방대한 자료가 되는 것”이라며, “세대를 넘어가면서 사람이 바뀌어도 누가 활동했었는지 정리를 하면 보다 쉽게 자료를 찾을 수 있는 루트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도시농사와 암트랙의 교훈
미국국영철도회사 암트랙(Amtrack). 철도사업을 목적으로 19세기 중반에 설립되었으며 때마침 불어닥친 서부개척 붐으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20세기 초에 세계최대 철도왕국이 되었다. 2차대전 무렵까지 발전을 거듭했다. 그러나 2차대전은 전투기와 연관된 항공산업을 급성장시켰고, 곧 비행기는 버스와 함께 기차의 경쟁자가 되었다. 암트랙은 점차 경쟁에서 뒤쳐져 20세기 후반에는 적자만 연간 10억 달러에 이르게 된다. 그 때까지도 암트랙의 사명은 오로지 철도사업이었다. 암트랙의 쇠락은 오늘날 마케팅 근시안의 대표사례로 꼽힌다. 만일 철도업으로 한정하지 않고 운송업으로 사업범위를 넓게 규정하여, 고객지향적으로 대응했다면 어떠하였을까? 아마 혁신의 기회는 더 많았을 것이다. 암트랙은 도산이 다가오자 뒤늦게 ‘인간화된 여행’을 내세워 여행 서비스에 초점을 맞췄다. 비로소 넓은 관점에서 다양한 사업전략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이미 넘어간 시장을 돌이키기엔 많이 늦은 시점이었다.
그럼 조경의 사명은 무엇인가? ASLA(미국조경가협회)는 20세기 초에 ‘조경은 인간의 이용과 즐거움을 위하여 토지를 다루는 기술’이라 정의했다. 21세기에 와서는 ‘조경가는 하늘 아래 대부분을 디자인 한다.’고 선언했다. 이것은 조경 대상의 무제한적 확장이다. 최근 갈수록 인접분야와 경계가 희미해지는 상황에서 나온 ASLA의 새 정의는 조경의 외연을 향한 전면전 선포였다. 그런데 과연 조경인들은 그에 걸맞게 공세적인가?
2012년 대한민국 수도권 신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 만들어진 주민텃밭은 놀랄 만큼 인기가 좋다. 희망자가 많아 결국 추첨으로 매년 경작자를 정한다. 그 여파로 최근 설계 중인 신도시와 보금자리 주택설계에는 텃밭이 많이 들어가고 있다. 이렇게 수요자의 욕구는 빠르게 커가고 다른 분야에선 신속히 반응한다. 광역지자체의 농업지원센터에서 대부분 도시농부학교를 열고 있다. 특히 아그로 시티(Agro-city)까지 언급하는 서울시가 제일 재빠르다. 결핍은 욕망을 부르기에 가장 도시화된 곳에서 외려 경작의 욕구가 커졌는지 모른다. 지난 10월에 건축조례를 고쳐 텃밭을 조경시설에 넣었고 11월에는 자투리땅과 유휴 건물옥상, 공·사유지 등을 텃밭으로 활용하는 도시농업육성 및 지원 조례를 공포했다. 이러한 정책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조경계 안에서 적지 않다. 식물과 시설물 같은 조경 재료가 거의 들어가지 않기에 더 그런지 모른다.
그러나 황정임의 연구(2010)를 보면, 이미 전국 도시 지역에 거주하는 20살 이상의 성인 가운데 도시농사를 경험한 경우가 20%에 육박한다. 도시농사를 단순히 농촌향수나 식량자급 정도로 보는 것은 표피적이다. 오히려 일정한 도시화 단계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런 현상이지 않을까? 충분한 여가시간이 있어야 가능할 뿐 아니라 고령화 사회와도 맞닿아있음에 주목하자. 아렌트(Hannah Arendt)식으로 본다면 도시농사는 생존의 목적이 아니기에 노동(labor)일 수 없고 작업(work)에 더 가깝다. 사유지가 아닌 공적 공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새로운 도시를 위한 시작의 가능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행위(action)로까지 격상시켜 볼 수도 있다. 이때의 행위는 르페브르)Henri Lefebvre)가 말한 도시민의 ‘도시에 대한 권리’ 주장으로서, 도시 공간을 충분히 ‘전유할 권리’로 봐야 한다. 소비 중심의 여가활동에서 벗어나 위험사회를 살아가는 대중의 현명한 선택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도시농사는 조경의 외연을 넓히는 길목에 서 있다. 물론 조경인 중에서도 각자의 세부영역에 따라 일시적으로는 이해관계가 엇갈릴 것이다. 그러나 길게 보면 조경 분야의 확장으로 연결될 수 있고 새로운 이익이 창출될 수 있다. 도시농사 인구가 늘면 결국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서울시의 도시농업 관할부서 결정에서 시의회가 공원녹지국 대신 타 부서를 선정했음을 잊지 말자. 누구를 탓하랴. 조경 분야에서 도시농사에 대한 충분한 이론개발과 기술축적을 못했기에 가져온 결과일 것이다.
이러한 아픔을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조경과 도시농사의 굳건한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일반인들에게 조경과의 연관성을 인정받아야 하고 인접분야와의 논리싸움에서도 져선 안 된다. 이를 위해선 조경계 각 분야에서 공통된 노력이 있어야겠지만, 아예 대학 교과목에 도시농사 관련 과목을 못 박아 둘 것을 제안하고 싶다. 그렇게 되면 누가 조경과의 연관성을 부인할 수 있겠는가? 아울러 자연스럽게 학계의 관련 연구도 촉발시킬 것이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거쳐 배출된 조경인력은 한결 적극적으로 도시농사를 조경의 영역으로 영토화 할 것이다. 문명의 참된 기준은 그 나라가 어떤 인간을 양성해 내느냐에 달려있기에(Ralph Waldo Emerson), 조경의 미래를 위해선 어떤 인력을 배출하느냐가 항상 중요하다.
Amtrak, the national railroad operator of the United States, was established in the mid 19th century. Shortly after its foundation, Amtrak witnessed the beginning of the westward movement, which helped a great deal in making it become the most successful railroad companies in the world by the early 20th century. It continued its growth until the outbreak of the World War II, which led to the rapid development of the aviation industry with the large-scale production of combat planes. Soon enough, planes emerged as the biggest competitor of trains, along with buses. Amtrak, slowly but steadily, fell behind the competition, which resulted in the annual deficit of up to 1 billion dollars in the last 20th century. Until then, the giant corporation had focused solely on operating a railroad. The decline of Amtrak is a classis example of a shortsighted marketing strategy. What if the company had extended its business range, developed into a freight service provider, and become more customer oriented? It would have had much more opportunities of innovation. It was on the verge of bankruptcy that the company shifted its focus to travel service with the slogan of ‘humanized journey.’ Finally a variety of business strategies were invented and implemented, but it was too late to turn the tables around. Then what is the purpose of landscape architecture? American Society of Landscape Architects(ASLA) stated “landscape architecture is a technique to manipulate land for human use and enjoyment” at sunrise of the 20th century. The organization also claimed, “landscape architects design almost everything under the sun” in this century. This means that the subjects of landscape architecture have become boundless. The new definition of landscape architecture implies that the industry is seeking to extend the scope of its operation when other related industries battle against each other to keep their boundaries. A very important question arises here: are landscape architects in Korea engaged actively enough? It is surprising that a vegetable garden at an apartment complex in one of Seoul’s new towns is so popular among residents that each tiller of the small portion of the land is chosen by lot every year. Reflecting this phenomenon, a vegetable garden is included in an increasing number of new apartment construction projects. The more rapidly the demand of consumers grows, the more quickly the industry reacts to it. Most of the agriculture support centers managed by local government run urban farming schools. In particular, the Seoul Metropolitan Government is leading the trend, calling itself ‘Agro-city.’ As scarcity results in desire, an appetite for agriculture may have become the greatest in the most urbanized region. In October, a construction ordinance was revised to include a vegetable garden in the landscape architectural facilities. In November, a
urban agriculture development and support ordinance was proclaimed to make use of small pieces of land, rooftops of unused buildings and public and private land as vegetable gardens. Among landscape architects, there is growing concern about the policy. According to the research conducted by Hwang Jeong-im in 2010, however, approximately 20% of the grown-ups living in the metro region of the nation have experienced urban agriculture. It would be off the point to conclude that the popularity of urban agriculture is based merely on the nostalgia for country life and the need for food self-support. Rather it seems to be a natural stage of development as urbanization continues to take place. It cannot be denied that the trend is closely connected with sufficient leisure time and an aging society. As Hannah Arendt points out, as it is not for survival, urban agriculture is not labor, but work. It can even be considered an ‘action’ as urban agriculture involves showing one’s identity in public space and discovering new possibilities for innovating urban landscape. The ‘action’ in this context refers to asserting ‘a citizen’s right to a city’ according to Henri Lefebvre. This can be a clever choice of the public eager to spend less and enjoy more, living in a high risk society. It seems likely that urban agriculture will extend the scope of landscape architecture. Of course, there can be conflicting interests among different landscape architects. In the long term, however, it will lead to the extension of the industry and new opportunities to make profits. As the number of urban farmers grows, a new market will be created. Please do not forget that the Seoul Metropolitan Council did not choose Parks and Forest Planning Bureau as a primary action agency for urban agriculture. The landscape architecture industry should have developed competitive theories and techniques. In order not to be faced with another sad experience, the industry needs to find a strong connection between landscape architecture and urban agriculture, and make people see that these two are closely related. Each section of the industry should work together to achieve this goal, and it will be much more effective if urban agriculture is included in a regular college education. Then no one would deny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industry and urban agriculture. In addition, it would encourage academic researches on the subject. Landscape architects educated in this atmosphere will be knowledgeable about urban agriculture and more active on broadening the horizon of the industry. As Ralph Waldo Emerson once said, the true quality of a civilization depends on what kind of men and women it fosters. In the same manner, the future of landscape architecture relies on what kind of landscape architects it crea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