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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미방, 바인플랜
    Yoon, Mi Bang․VINEPLAN 공간의 ‘멋’을 좌우하는 미묘한 차이, 디테일 윤미방 소장은 인터뷰 내내 “디테일”과 “멋” 그리고 “배우고 있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되뇌었다. “조감의 시선에서 보기 좋은 공간 보다, 실제 이용자의 눈높이에서 좋은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디테일”이 살아야 “멋”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가능하다고도 했다. 그런가하면 삼성아파트를 소개하기 위해 찾아갔을 때는 이런 말을 들려주기도 했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장소에 어울리는 그럴듯한 이름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또한 이제는 희미해져버린 이곳의 장소성을 굳이 캐내고 억지로 만들어내는 작업이 아니라, 오늘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가장 유용한 이용행태를 유발시킬 수 있는 이용자를 위한 공간을 꾸미는 것이 아닌가?” 남기준_누구나 다 디테일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유난히 디테일에 대한 강조, 뭐랄까 고집스러움이랄까, 애착 같은 것이 느껴진다. 디테일을 그렇게 특별히 강조하는 이유는? 윤미방_사람들은 200:1이나 500:1의 마스터플랜 속을 걷는 것이 아니다. 너무도 당연하게 1:1의 실제 이용 공간이 중요하다. 조감도상에서는 볼게 없더라도 직접 걸으면서 접하게 되는 눈높이에서의 디테일이 결국 공간감을 좌우한다. 마스터플랜에서 예쁘게 보이는 건, 그림으로 남을 뿐이다. 건물을 예로 들면, 사람들이 실제로 이용하는 책상이나 소파도 멋있고 보기에 좋고 이용하기에 편해야 좋은 공간이지, 건물 외면만 보기 좋다고 멋있는 공간이 되는 건 아니다. 핫셀에서 일할 때 놀란 점 중의 하나는 시니어 디자이너들이 기본계획을 발전시켜나가는 단계에서 소소한 펜스 디자인의 디테일까지 직접 챙기고 중요시 여긴다는 점이었다. 디테일의 정말 미묘한 차이가 공간의 질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디테일이 그야말로 디테일하게 설계된 공간은, 그곳이 비록 좁은 곳일지라도 그 공간만의 멋이 살아나게 마련이다. 이용하는 사람들도 그 작은 차이를 분명 느끼고들 있다. 남기준_“공간의 멋”을 이야기했는데, 디자인을 하면서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바로 그것인가? 또 멋이라는 건 사람마다 취향에 따라 꽤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윤미방_기본적으로 그 공간이 요구하는 기능도 충족시켜야 하고, 주변과 어울리는 환경도 만들어야 하겠지만, 다들 멋있는 공간을 추구하지 않나 싶다. 표현은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말이다. 다만 나이가 들면서 ‘멋’의 내용과 뉘앙스가 조금 달라졌다. 전에는 시설물도 기성품을 사용하지 않고 모두 직접 디자인했다. 서초 가든 스위트(이하 가든 스위트)가 대표적인데, 가벽, 수로, 포장 등에 사용된 석재를 투톤 컬러를 기본으로 통일시키고, 벤치도 같은 석재로 직접 디자인해서 수작업으로 시공했다. 또 자연스러운 녹지공간을 만들고자 애초 계획보다 식재지역의 토심을 전체적으로 1m 정도 높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서, 그 레벨차를 이용자들이 지극히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단의 높이가 낮은 계단을 조성하고 챌판에 해당되는 부분을 둥글게 가공한 후 바닥에서 약간 띄워 마치 계단이 아니라 여러 겹의 석재가 겹쳐져있는 것처럼 보이게 디자인하기도 했다. 인공적인 느낌의 수로가 있는 공간과 자연적인 느낌의 느티나무길(산책로)이 만나는 곳에는 일부러 폭이 좁은 수로를 가로질러 놓여있는 석재 브릿지를 몇 미터 정도 느티나무길로 연장시켜서 이질적인 공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했다. 석재 브릿지는 몇 미터 정도 느티나무길로 연장되다가 끊기도록 하고, 브릿지 바로 옆에 나란히 일직선으로 산책로 동선을 만들었는데, 반대로 산책로는 몇 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시작되도록 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 몇 미터가 바로 공간의 멋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런 식으로 예전에는 시설물의 형태나 어떤 패턴, 그러니까 정형적이고 모던한 멋을 많이 추구했었는데, 요즘에는 자연스러운 멋이 좋아 보인다. 지난 겨울인가 한적한 교외로 여행을 가서 논두렁을 걷게 되었는데, 다른 곳은 전날 내린 눈이 다 녹아버렸는데 논두렁 바로 옆에는 눈이 녹지 않고 논두렁을 따라 길게 남아 있었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근사해 보일 수가 없는거다. 자연의 섭리와 질서를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자연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느낄 수 있는 디테일을 한번 추구해보고 싶다. 보슬비가 내릴 때, 폭우가 쏟아질 때, 함박눈이 내릴 때, 바람이 불 때, 각기 다른 느낌을 공간에서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멋있겠는가. 참, 얼마전에 근사한 디테일을 하나 보았는데, 빗물이 고였다가 떨어져 내리는 곳에 단지 호박돌 몇 개만 놓았을 뿐인데, 비가 내릴 때 그 호박돌 위로 빗물이 튀기면서 흘러내리는 광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보다 더 멋있는 수경시설이 어디 있겠나, 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남기준_지금까지 들려준 디테일 혹은 공간의 멋과 관련하여 좋아하는 작품이나 조경가가 있을 것 같다. 윤미방_캐서린 구스타프슨을 좋아한다. 그가 디자인한 공간은 한마디로 멋이 살아있고, 특히 디테일이 충만하다. 형태가 단순해 보이는 작품도 자세히 눈여겨 보면 디테일은 절대 단순하지 않다. 영국의 다이애나 기념 분수 같은 경우, 직접 가서 보기 전에 국제설계공모 당선작을 얼핏 보고는 왜 이렇게 단조로운 작품을 뽑았을까 의아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그곳에 가보니 경외감이 들 정도였다. 타원형 석조수반에는 너무나 다양한 디테일이 담겨 있어서, 어떤 지점에서는 숲 속의 계곡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고, 어떤 곳은 이곳이 연못인가 싶었다. 물 흐르는 속도도 틀리고, 폭도 다르고, 고여 있는 정도도 상이하고, 석조 수반의 무늬도 같지 않다. Arup 엔지니어들과의 성공적인 협력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진흙 모형 제작과 고무 주형, 디지털 스캔, 3D 입체 모형 등 다양한 방식으로 디테일을 치밀하게 설계했기에 그런 공간이 탄생하지 않았나 싶다. 이렇게 단순한 형태에 그렇게 다양한 느낌을 담아낼 수 있는 건, 결국 디테일의 힘이 아닌가 싶다. 하루 종일 거기 머물러도 전혀 지루하지 않은, 보는 공간이 아니라, 이용하는 공간이란 생각이 들었고, 물을 어떻게 이렇게 흘릴 수 있을까 싶어서 존경스러웠다. 그 작품 이외에도 다른 작품들도 좋아하는데, 작품마다 변화가 있으면서도 일관된 조형미가 느껴진다.
  • 우연한 풍경은 없다(5) 면목동 동원골목시장, 그들만의 합리 그리고 우리의 활기
    시장에는 마케팅 전략이, 있다 vs 없다 ‘마케팅 전략’ 모든 상행위에는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상품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백화점에는 창문이 없다. 화장실은 꼭꼭 숨겨두어서 백화점 안을 더 둘러보고 찾을 수 있게 한다. 같은 이유로 엘리베이터는 구석에 두고 에스컬레이터는 잘 보이는 곳에 둔다. 또 식품매장은 지하에 있고 전문 식당가는 맨 위층에 둔다. 판매를 촉진시키기 위한 전략인데, 고객이 식사만 한 후 백화점을 나오지 않고 쇼핑까지 하게 되는 습성을 이용한 것이다. 재래시장의 상인들도 물론 전략은 있다. 시장의 음식점들은 간판에 ‘원조’, ‘할머니’라는 단어를 넣어 역사가 있는 곳임을, ‘장충동 족발’, ‘명동 분식’, ‘전주 비빔밥’ 같은 상호로 ‘파스타는 이태리가 최고’ 같이 정통성이 있는 곳임을 내세운다. 어디가 더 합리적일까? 마트 vs 시장 고객을 더 이상 빼앗기고 싶지 않아 시장도 마트가 되고 싶어 한다. 비나 눈 같은 기후 변화에서 벗어나 언제나 상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뜨거운 햇빛을 가려 쾌적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소위 아케이드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지붕을 씌운다. 그리고 마트에서처럼 카트를 끌고 다닐 수 있도록 바닥을 고르기도 하고 상인들은 옆 가게와 줄을 맞추어 물건을 진열한다. 물리적인 것만 바꾸는 것은 아니다. 쿠폰도 발행한다. 마트가 지향하는‘깔끔’, ‘편리’, ‘효율’, ‘쿠폰을 통한 사행심 조장’을 시장도 실현하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시장도 마트가 될 수 있을까? 면목동의 동원골목시장을 보자. 여기도 ‘현대화’사업을 했다. 지붕이 덮여졌고 쿠폰을 발행한다. 진열된 물건도 간판도 줄 맞추어 있다. 바닥에 물도 고여 있지 않다. 쾌적하다. 그런데 문구점 앞의 저 장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알록달록한 장난감 옆에 젓갈병이 당당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어디 마트에서는 가능한 일일까? 젓갈을 장난감 옆에 둔다면 바로 항의가 들어갈 것이다. “물건 찾기가 힘들잖아요, 위생적이지도 않구요.” ‘같은 품목은 같은 곳’이라는 기준을 갖고서는 말이 안 되지만, 또 꼭 말이 안 된다고 할 수는 없다. 시장에서는 말이 될 수도 있다. 우연하게도 문구점 주인은 젓갈에도 조예가 깊고 좋은 젓갈 구입처를 안다. 그래서 기꺼이 장난감 사이에 젓갈을 두었다. 고객들도 안다. 이 집 젓갈은 싸고 맛있다는 것을. 그래서 기꺼이 젓갈을 사기 위해 문구점을 찾는다. 어떤가? 말이 되지 않는가? 하버마스인가? 말을 통해서 서로간의 합리성이 형성되는 생활세계에 대해 말한 이가. 우리는 시장에서처럼 서로 ‘말’을 통해서 서로의 기준을 만들고 살아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 말이 필요 없어졌다. ‘합리화’라는 명분은 굳이 말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안내판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원하는 상품이 있고, 거기 쓰인 가격대로 계산대에서 돈을 지불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다행히도 시장에서는 여전히 ‘말’이 필요하다. 합리성, 그 이상의 기준과 가치로 운용되는 곳이 시장인 것이다. 또 모두 드러내놓고 말을 하는 곳이니 이미지로 사람을 현혹하기도 힘들다. 시장을 거니는 일은 즐겁다. 좀 진부한 표현이지만‘, 생동감’이 있다. 브랜드의 유명세가 아니라‘골라! 골라!’같은 호객행위가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끌고 그 자체가 시장의 배경음악이 된다. 또 ‘욕망’이 아니라 ‘정서’를 자극한다. “마수걸이인데 깎지 말아요” “떨이라 배추가 시들시들한데 싸게 팔아요." 또 시장에는 정확한 가격표가 없기에, 있어도 그리 절대적이지 않기에 흥정과 실랑이가 필연적이다. “좀 깎아줘! 한 개 더 줘!” “이거 팔아서 남는 거 없어, 다른 데 가봐, 이만한 가격에 살 수 있나.” 그 과정에서 덤이 오가기도 하고, 그러면서 시장은 생동감을 갖는다. 기계적 합리성의 빈틈은 대화로 채워지고, ‘활력’이라는 매력적 부산물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 지역활성화센터 오형은대표
    “농촌마을에는 어떤 자원들이 있는가” “그 자원들 중 무엇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 과거 전문가들의 전통적인 영역이 여기까지였다면, 현재 농촌계획은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지역의 주민들과 밀착된 활동을 통해, 지역 주민 스스로가 자원을 발굴·계획하고, 실행하고, 또한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드웨어적인 계획만이 아닌 소프트웨어적인 사업을 지원하는 주민참여형 계획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지역활성화센터”는 2001년 개인회사로 시작했던 “공동체네트워크”가 주식회사로 바뀌면서 2003년에 설립된 회사이다. 지역활성화센터의 오형은 대표는 “조경가들이 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가 지역(농촌)에서 기다리고 있다”며, 새롭게 확장되고 있는 이 분야는 그 누구보다도“사람”과 “공공”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키워온 조경가들이 매우 잘 할 수 있는 분야라고 말한다. 항상 “공공성”에 대해 공부를 해왔으면서도, 실제 현장에서는 세상과 소통하는데 인색해왔던 조경가들이, “잘 할 수 있고, 또한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이므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진출해주길 소망했다. 과연 지역활성화 사업은 조경 분야의 블루오션이 될 수 있을까.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합니까 주로“농촌마을 계획”을 합니다. 최근에 농촌관광이나 농촌체험들이 많이 이루어지는데, 농촌마을을 농촌관광하는 마을로 계획해 주는 그런 일들을 하죠. 그간의 계획들은 계획가들이 만들어 주는 것으로 끝이 났잖아요. 계획가들이 계획을 세우면 그 다음은 행정이 하거나, 아니면 행정이 공공적인 차원에서 뭔가 만들어 주는 것으로 끝이 났는데, 최근에는 지역주민이 기초가 되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단순히 그냥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닌, 지역주민 스스로가 만들고, 만든 것을 직접 운영하고, 운영 방식이나 홍보 및 마케팅도 같이 논의하는 등,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5년 10년 후에 우리 마을을 어떻게 변화시켜갈 것인가를 스스로 결정하는 방향으로 사업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간에는 전문가가 들어가서 자원을 발굴하고, 지형도 놓고 지리적 특성 찾고 그랬는데, 이제는 그런 방식과 더불어 지역민들 스스로가 지역의 자원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워크숍을 개최하여, 자기들이 알고 있는 자원들을 찾아서 발표도 하면서 우리 마을에는 어떤 자원이 있는지 서로 공유도 합니다. 지역주민들이 찾아내는 것이 있고, 전문가 나름 찾는 것도 있는 거죠. 자기 지역의 자원에 대해 서로 토론하면서 주민 스스로의 학습이 동시적으로 일어나기도 해요. 이렇게 자원을 찾아 분석을 하고, 그걸 가지고 비전과 방향을 만들고, 마을사람들이 연차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들을 발굴하고, 그 사업을 실행하기 위한 조직을 만들고, 조직운영을 위해 정관 및 조례들을 만들고, 이를 위해 주민들과 워크숍을 하고, 그걸로 부족하면 교육도 하는, 그런 일들을 합니다. 예를 들어, 강원도 한 마을에서 “폐교를 사서 농촌체험학습을 하고, 환경 농업을 통해 마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회원을 통해 직거래를 하겠다”고 사업을 결정했어요. 이를 위해서는 폐교를 사고, 리모델링을 하고, 이곳을 찾는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이것을 좀더 많이 알리기 위해 축제도 하겠죠. 그럼 저희가 하는 일은 마을의 장기적인 발전 계획을 세우고, 계절별로 어떤 프로그램들이 진행되면 좋은지 주민들과 토론해서 프로그램 계획도 만들고, 주민들과 함께 시범운영하면서 스스로 기획한 대로 실행해 보는 교육형의 프로그램도 진행합니다. 축제도 마찬가지로 주민들이 언제 어떤 축제를 해보고 싶다는 제안을 하면, 구체적인 실행을 위해 계획도 세우고, 팜플렛과 플랭카드도 만들고, 그날 줄 선물도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만들기도 합니다. 또한 학교를 운영하면서 손님이 찾아오게 되는데, 오시는 분 중에는 외국인도 있고, 식사의 단가를 좀 더 높여 달라는 주문도 들어오고 하니까, 주민들이 그에 맞는 식단도 만들어야 되잖아요. 그러면, 우리가 생산하고 있는 농산물이 뭐가 있는지 찾고, 식단을 짜서 그걸 직접 만들어 보고, 품평회도 하고, 가격을 결정해서 손님들에게 제공하는 것까지 일련의 과정들을 주민들과 함께 하는 거죠.
    • / 2009년06월 / 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