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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정원] 일본의 명원9
모모야마 시대의 정원
개요
무로마치 막부가 막을 내린 텐쇼天正 원년(1573)1부터 오사카성 전투에서 도요토미 씨가 멸망한 케이쵸慶長 20년(1615)까지의 시간적 범위를 모모야마 시대라고 한다. 모모야마 시대는 무로마치 막부가 몰락하면서 고대적·중세적인 요소가 사라지고 새로운 시대로의 체제 전환이 이루어지는 과도기적인 성격을 가진다. 모모야마라는 명칭은 교토 남쪽에 후시미조伏見城를 쌓고 천하를 호령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1537~1598)를 격파한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1543~1616)가 성을 파괴하고, 그 자리에 복숭아나무를 심은 데서 유래한 말이다. 모모야마 시대는 무로마치 시대에 비해서 불교적 색채가 옅어지고 현세 긍정의 세속적 성격이 농후해지는 특징이 있다. 이것은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1534~1582)가 펼쳤던 불교 세력의 탄압과 현세주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사회적 분위기였다. 노부나가는 중세적인 권위, 가치, 질서의 파괴를 자신의 역사적 사명이라고 믿었으며, 이를 현실 정치에서 그대로 실천했다(구태훈,2011). 그 결과 일본인들은 중세를 지배하던 내세주의 인생관을 버리고 현실의 삶을 적극적으로 긍정하는 현세주의 인생관을 신봉하게 되는 커다란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시대적 특징은 유럽이나 동남아시아와 교역하던 무역상들의 풍부한 부와 세력을 잡은 무사들의 기풍이 반영되면서 웅대하고 호화로운 문화를 생성하게 된다.2 한편으로는 각지의 도시를 거점으로 하는 지역 문화가 확산되고 민중화가 한층 더진행되는 현상도 나타나는데, 이러한 현상은 각 지역마다 정체성이 뚜렷한 문화를 형성하는 계기가 된다.
오랜 세월 지속된 전국 시대의 혼란스러웠던 사회는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상황을 평정하면서 안정된다. 이러한 사회적 안정은 대규모 토목 공사로 연결되는데, 그중에서도 성곽의 축조는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진 역사役事였다. 성곽은 주로 영지의 중심이 되는 평지에 축조되었으며, 그것은 절대적인 군사력과 풍부한 경제력을 과시하는 수단이었고 평화와 번영을 보장하는 권력의 상징이었다. 성곽의 축조와 더불어 주라쿠 다이聚落第라고 부르는 대저택의 건축도 유행하게 되며, 성곽이나 저택에 부속된 정원의 조성도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당시에 조성된 대표적인 정원을 보면,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후원하여 조성한 다이고지醍醐寺 산호인三寶院 정원과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교토에 머물 때의 거관居館인 니조조二条城의 니노마루二の丸에 부속된 정원이 있다. 이 두 정원은 모두 당시 일본을 통치하던 대 권력자가 주도했고, 모모야마 시대 최고의 정원예술가가 조영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다이고지 산호인의 정원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정원의 경계를 설정하고, 설계도를 직접 검토할 정도로 애착을 가졌던 정원이다. 그러나 이 정원은 안타깝게도 히데요시가 살아있을 때 완성되지 못하고, 그가 죽은 다음인 겐나元和 10년(1624) 당시 다이고지의 주지로 있던 기엔 쥬고義演准后에 의해서 완성된다. 니조조 니노마루 정원은 케이쵸慶長 8년
(1603)경에 조성되었으며, 칸에이寬永 3년(1626) 고미즈노오後水尾 천황을 영접하게 되면서 고보리 엔슈小堀遠州에 의해서 개조된 정원이다.
이 두 정원에서는 패자覇者의 독특한 특징을 작풍으로 살필 수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형태의 정원석을 많이 사용하여 특이하게 꾸며 놓았다는 것과 여러 가지 수목과 이국적인 식물을 심고 연못, 폭포, 돌다리 등 모든 것을 과장되게 구성·표현했다는 점이다. 특히 산호인의 수호석인 등호석藤戶石은 지난날 오다 노부나가가 아시카가 요시아키足利義昭의 니조二条 고쇼 정원에 세웠던 것이나 이것을 히데요시가 자신의 집으로 가져다 놓았고 또 다시 산호인으로 옮겨 놓은 것으로 권력을 상징하는 명석名石 중의 명석이었다. 니조조 니노마루 정원 역시 호화로운 건축에 부수되어 조영되었다. 이 정원 역시 산호인과 마찬가지로 많은 명석을 배치했으며, 이러한 명석들을 조합한 석조石組를 통해서 작정자들이 발휘한 고차원적인 미의식을 살필 수 있다. 그밖에도 나고야 성의 니노마루 정원, 큐도쿠시마舊德島 성의 오모테고텐表御殿정원, 와카야마죠和歌山城 니시노마루西の丸 정원 역시 모모야마 시대의 정원 양식을 살필 수 있는 훌륭한 정원들이다. 이러한 모모야마 시대의 정원 양식은 겐나元和·칸에 이寬永 시대까지 지속되어 나타난다. 한편, 고카와데라粉河寺 정원이나 타이상지太山寺정원 등과 같은 사찰 정원에서는 당시의 정원 양식과는 또 다른 특별함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독특한 작풍은 정원을 만든 작정자들의 특별하고 신선한 창작 의지가 있었기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사항은 다이고지 산호인 정원과 온조지 고조인園城寺 光淨院 정원에서 모모야마 시대의 호방·웅대한 특색과 대조되는 건물의 의장과 정원의 중심이 되는 못 주변에서 신덴즈쿠리寢殿造 풍의 양식이 나타난 다는 것이다. 이것은 헤이안平安 시대로의 복고 정신을 보여주는 것이다. 더불어 쇼인즈쿠리書院造 양식이 완성된 것도 이 무렵이고 대규모 저택이나 거성이 조영된 시기도 역시 이때다(西桂, 2005).
홍광표는 동국대학교 조경학과,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를 거쳐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조경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경기도 문화재위원,경상북도 문화재위원을 지냈으며,사찰 조경에 심취하여 다양한 연구와 설계를 진행해 왔다.현재는 한국전통 정원의 해외 조성에 뜻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저서로『한국의 전통조경』,『한국의 전통수경관』,『정원답사수첩』등을 펴냈고, “한국 사찰에 현현된 극락정토”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다.또 한국조경학회 부회장 및 편집위원장,한국전통조경학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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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기법] 고산식물을 위한 암석원 조성 기법(3)
토양 기반 조성 및 용토 포설
암거 작업
암석원의 환경 기반을 조성할 때 가장 고려해야 할 점은 여름철 고온다습한 기후를 대비하는 것과 토양 내 물 빠짐을 원활하게 하는 일이다. 만약 조성 부지 내 기존 토양이 배수가 불량한 점질토이거나 혹은 물이 모일 수 있는 함몰 지형일 경우 암거 작업은 필수적이다. 다만 자연 암반 지역을 활용해 암석원을 조성하는 경우 기존 암반 지대가 훼손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암거는 암석원 토양 기반의 가장 아래쪽에 위치하며 일반적으로 배수층 밑에 조성된다. 부지 여건에 따라 대략 깊이 1~2m 아래로 설치한다. 완벽한 배수를 위해서는 경사진 Y자형으로 설치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배수 여건에 따라 설치 간격은 달라지나 먼 거리의 폭이 약 20~30m 내외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간격이 넓어지면 지선을 내어 연결한다.
배수층 작업
암거 작업이 끝나면 배수층을 조성한다. 배수층은 조성 기술에서 언급한 바 있는 풍혈지 원리를 이용해 조성한다. 풍혈지 원리는 용토층 하부로 땅을 깊게 파서 자갈을 메워 물 빠짐을 좋게 하고, 지하의 시원한 공기층 영향으로 지상과 가까운 표토층의 온도를 내려가게하는 방법이다. 배수층은 암거 작업 이후 식재층 하부로 약 1m 가량 조성한다. 연못과 계류 등의 수경 시설을 제외한 암석원 부지 전반에 걸쳐 시행한다.
배수층은 밑에서부터 굵은 자갈층(ø50~100mm, T300mm)→ 중간 자갈층(ø25mm, T200mm) → 가는 자갈층(ø10~15mm, T200mm) → 굵은 마사층(ø5~10mm, T200mm) →가는 마사층(ø1-5mm, T100mm)의 단계로 조성한다. 이때 자갈 대신 유사한 규격의 쇄석을 이용해도 좋다. 단, 자갈과 마사토는 체로 치고 물로 씻어내 진흙 등의 토양 미립자를 제거한 정제된 것을 사용한다. 마사 가루 등이 공극을 메우면 배수가 불량해지고 토양 온도가내려가는 것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배수층은 현장 여건에 따라 일부 층을 생략하거나 추가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 500mm 이상의 배수층이 확보되어야 하며, 가는 자갈층과 마사층은 반드시 조성해야 한다. 개인 정원이나 소규모 암석원의 경우는 자갈층 대신 토기 화분 조각 등을 이용하거나, 마사토 대신 송이나 펄라이트 혹은 강모래 등을 활용할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 구입이 용이한 자재를 이용하되 물 빠짐이 원활하도록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 펄라이트의 경우 배수의 기능은 좋지만 재질이 워낙 가벼워 비가 오거나 관수를 할 때 용토층 위로 올라와 미관을 해치고, 다른 곳으로 유입되거나 배수층 아래로 빠져나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암석 배치
배수층이 마무리 되어가는 시점에서 암석을 배치한다. 거석의 경우 자갈층이 마무리되면 배치를 시작한다. 암석은 암석 식물의 생존 기반을 만들어주는 중요한 구조적 역할을 수행한다. 또 상대적으로 작은 암석 식물의 크기로 인해 전체 원園의 중요한 경관을 이루는구성 요소가 된다. 때문에 암석 배치는 계획 단계부터 신중을 기해야 하며, 암석원의 개념을 충분히 이해하고 다양한 현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노련한 기술자가 시행해야 한다.
김봉찬은 1965년 태어나, 제주대학교에서 식물생태학을 전공하였다. 제주여미지식물원 식물 과장을 거쳐 평강식물원 연구소장으로 일하면서 식물원 기획, 설계, 시공 및 유지관리와 관련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2007년 조경 업체인 주식회사 더가든을 설립하였다. 생태학을 바탕으로 한 암석원과 고층습원 조성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 이사, 제주도 문화재 전문위원, 제주여미지식물원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주요 조성 사례는 평강식물원 암석원 및 습지원(2003), 제주도 비오토피아 생태공원(2006), 상남수목원 암석원(2009), 국립수목원 희귀·특산식물원(2010),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암석원(2012) 및 고층습원(201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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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정보] 도로 및 환경유형별 가로수 조성·관리 모델 개발(3)
우리나라 가로수 조성·관리 현황 및 문제점
우리나라의 가로수
우리나라의 가로수 식재에 대한 기록은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 후기 고종 32년(1895) 내무아문內務衙門에서 각 도의 도로 좌우에 수목을 식재하도록 시달한 기록이 있어(이정자, 1989) 우리나라 가로수 식재 역사는 100년이 넘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근대화와 도시화를 거치며 도로에 가로수를 식재하는 것은 법적 규정에 의한 의무가 되어 도시 어디에든 가로수가 식재되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나라 가로수의 위상은 도로에 포함되는 부속물로 인식되고 있으며, 최근 도로법 개정으로 타공작물他工作物1 취급을 받고 있다. 가로수는 도시를 구성하고 경관을 창출하는 녹색 요소로서 매우 중요하다. 또한 공학적 기능뿐만 아니라 미기후 개선 및 생물이동통로로서의 생태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고, 도시에 부족한 녹색 공간을 제공하고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살아있는 생명체로서 시간의 흐름과 계절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주변 환경의 영향을 지속적으로 받기 때문에 가로수의 기능과 생명체로서의 기능을 극대 화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로수를 대하는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고, 치밀한 계획을 통한 조성·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나라 가로수 조성·관리 현황
1) 주요 도시 및 지역별 현황
한반도의 면적은 약 22만km2이며 이 중 남한 면적은 약 10만km2로 추산된다. 인접한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협소한 면적이지만,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위도와 지형적 차이로 인해 다양한 기후대가 분포하고 있어 지역별로 생육 가능한 수종의 차이가 있다. 또한 곳곳에 형성된 도시의 규모나 문화, 기능적 차이도 다양하다. 이러한 차이는 녹지 공간이 형성하는 경관적 차별성으로 연결될 수 있다.
우리나라 기후대를 크게 온대 중부, 온대 남부, 난대로 구분해 해당하는 지역의 가로수 분포 현황을 살펴보면 지역적 특색을 반영한 가로수 식재 특성이 나타난다.온대 중부 지역에 속하는 경기 지역에는 은행나무가 22%로 가장 많이 식재되어 있고 벚나무 23%, 느티나무 11%의 식재 비율을 보인다. 온대 남부에 속하는 전남과 경남 지역에서는 벚나무가 24%로 가장 많고, 온대 중부이남 지역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배롱나무가 10%를 차지하고 있다. 난대 지역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제주의 경우 구실잣밤나무, 후박나무, 담팔수 등 상록활엽수가 다양하게 식재되어 있어 상록활엽수를 포함한 기타 수종의 비율이 65%에 달하고 벚나무가 22% 식재되어 있으나 우리나라 대표 가로수 중 하나인 은행나무는 식재 비율이 2%에 불과하다. 제주도를 제외하면 경기 지역과 전남·경남 지역은 은행나무, 벚나무, 느티나무 등의 가로수 편중 현상이 다소 높게 나타나지만 대체적으로 기후대에 따라 주요 수종의 차이가 있다.
그러나 대도시에서는 이러한 지역별 특성에 따른 가로수보다는 도시 환경에 적응성이 높은 수종이 주로 식재되어 있다. 서울시의 경우 은행나무 41%, 양버즘나무 36%로 가로수종의 편중 현상이 심각한 것은 잘 알려져 있고, 해안과 인접한 인천의 경우 은행나무 30%,느티나무 17%, 벚나무 14%로 다소 차이는 있으나 은행나무의 식재 비율이 높고 해안 지역의 특색을 반영한 가로수종이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나라 내륙에서 대표적으로 온도가 높은 지역인 대구시의 경우도 은행나무 24%, 양버즘나무 23%, 느티나무 19%로 일반적인 가로수종의 편중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후대별로 차별화된 가로수를 식재해 다양한 경관 연출의 잠재성을 보이고 있으나, 실제 국민의 대부분이 거주하고 있는 도시 지역에서는 지역별·도시별 특색보다는 대표적으로 식재해온 은행나무, 양버즘나무, 느티나무의 편중 현상이 두드러진다.
한봉호는 1968년 태어나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조경학을 전공하였고, 동 대학원에서 환경 생태학 및 환경 생태 계획학으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경기술사사무소 LET 부설 환경생태연구센터 센터장으로 재직하면서, 다양한 건설 사업에 환경 생태적 특화 방안을 제안하는 등 새로운 방향 모색을 시도하였다. 2003년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로 임용된 이후에도 독일의 Landschaftplanung(조경계획)을 국내 여건에 맞게 새롭게 정립한 환경 생태 계획 기법을 바탕으로 도시, 산림, 하천 등 다양한 분야의 계획 전문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공저로 『환경생태학』, 『환경생태계획』 등이 있다.
곽정인은 1978년생으로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조경학을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환경 생태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도시생태학연구센터 HUNECO의 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도시림, 가로수, 도시 하천 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현재 환경생태연구재단의 사외 이사, 환경생태연구센터 센터장,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겸임 교수로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공저로 『환경생태학』, 『환경생태계획』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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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녹화] 일본 옥상녹화 단상
1. 세계 제1의녹화 주차장 1
오키나와 츄라우미 수족관
이전에 이 주차장의 보도교 녹화를 소개한 적이 있다. 그때 옥상녹화도 계획 중이므로 완공 후에 다시 소개하겠다고 밝혔다. 당시에는 비교적 단기간 내에 소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공사가 생각보다 꽤 늦어져 2010년 2월 말에 겨우 완성되었다. 이 사진만보면 지상에 만든 광대한 녹화 주차장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3층과 4층 건물의 옥상이다. 철강 구조의 거대한 주차장으로 옥상 면적만 약 9,000m2이다. 이 정도의 거대한 면적이 녹화되어 있다는 것도 굉장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주차장으로 사용한다는 점이 아닐 수 없다. 지하 주차장 상부의 인공지반을 녹화한 사례는 꽤 많다. 면적이 9,000m2을 넘는 것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파트나 주상복합건물 등의 인공지반이 아닌 단독 주차장으로, 이 정도의 넓은 면적을 녹화하고 그것도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아마도 세상에서 이곳 하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만약 이보다 큰 사례가 존재한다면, 이 글의 제목을 고쳐 써야 할 테니 혹시아시는 분은 연락해 주셨으면 한다. 우선은, 필자의 판단으로 세계 제1의 녹화 주차장이라고 선언해 두겠다. 세계 제1이라고 말하고 싶은 또 하나의 이유는 대규모 벽면녹화 때문이기도 한데, 이에 관해서도 소개하도록 하겠다.
이 녹화 주차장은 두 종류의 식재 기반으로 구성되어있다. 주행로 부분은 벽돌 형태의 블록을 보조재로 깔아서 답압 방지 효과를 노리는 유형이다. 주차 부분은 엉성한 입자의 자갈과 세세한 입자의 토양을 적당한 비율로 혼합하고, 자갈과 토양의 노면 항력으로 답압에 견디는 유형이다. 전자는 보기에도 잔디를 보호하고 있는 느낌이 들고 누구나가 납득하는 공법이지만, 후자는 ‘과연 이것으로 괜찮을까’라고 누구나가 염려하는 공법이다. 효고켄兵庫県이 시공한 시험구에도 이 후자와 같은 유형이 설치되어 있어, 시공 직후에 코베神戸 대학교의 M교수와 “정말로 괜찮을까요”라고 작은 소리로 서로 이야기한 것이 생각났다.
야마다 히로유키는 치바대학교 환경녹지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원예학연구과와 자연과학연구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도시녹화기술개발기구 연구원, 와카야마대학교 시스템공학부 부교수를 거쳐 현재 오사카부립대학교 대학원 생명환경과학연구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토교통성의 선도적 도시 형성 촉진 사업과 관련한 자문위원, 효고현 켄민마을 경관 수준 녹화사업 검토위원회 위원장, 사카이시 건설국 지정 관리자 후보자 선정위원을 역임했다. 일본조경학회 학회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도시 녹화의 최신 기술과 동향』, 『도시환경과 녹지-도시 녹화 연구 노트 2012』 등을 비롯해 다수의 공저가 있다.
한규희는 1967년생으로, 치바대학교 대학원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4년부터 일본의 에디(EDY)조경설계사무소, 그락크(CLAC) 등에서 실무 경험을 익혔고, 일본 국토교통성 관할 연구기관인 도시녹화 기구의 연구원으로서 정책 업무 등에 참여해 10여 년간 근무해 오고 있다. 특히 도시의 공원녹지 5개년 계획의 3차, 4차를 담당했다. 일본 도쿄도 코토구 ‘장기계획 책정회’ 위원, 서울시 10만 녹색지붕 추진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연구 논문과 업무 경험을 쌓았다. 현재 한국에서는 어번닉스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 중이다. 여러 권의 단행본을 함께 감수하고 집필하면서 기술 보급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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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문화·생태복원] 빙하시대의 유산, 철새들의 낙원 스웨덴 혼볼가 습지
혼볼가 습지
스웨덴 남서부에 위치한 호수형 습지인 혼볼가Hornborgasjön는 북유럽 최대의 조류 서식처로서 검은목 두루미, 큰고니 등 50여 종의 조류가 서식하고 있으며 철새들의 중요 기착지이다. 1974년 람사르습지로 지정되었고 1997년에는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다.
33km2의 습지를 포함한 41.24km2에 이르는 보호지역은 한때 농업용 배수 프로젝트에 의해 매립되면서 심각하게 훼손되었던 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제는 대대적인 복원 사업을 통해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습지로 재탄생하였다. 이번 글에서는 혼볼가 습지의 생태적 중요성과 훼손과정, 그리고 복원 노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혼볼가 습지의 생태문화적 의미
혼볼가 습지는 마지막 빙하시대인 1만 년 전 무렵에 형성되었다. 빙하시대가 끝날 무렵 혼볼가는 북해 바다로 연결되는 강어귀였으나 1천 년 후 지반이 융기하면서 낮은 지역에 물이 모여 호수로 남았다. 이후 빙산과 고지대의 눈과 얼음이 녹으면서 반복해서 범람하여광범위한 습지를 이루었다.
혼볼가 습지 방문객센터에는 1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 호수의 역사와 생태계, 복원 등에 대한 이야기를 전시하고 있다. 호수면 및 범람원으로 넓게 발달한 습지와 습초지, 그리고 일부 농업 경관이 어우러진 혼볼가 습지는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해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으며, 자연 경관은 물론 일부 문화 경관도 중요하다. 혼볼가 호수에는 석기시대 초기부터 사람들이 흩어져 살았던 흔적이 남아 있다. 그들은 대체로 7개 부락으로 나뉘며, 부싯돌과 함께 가축화된 개의 흔적이 발견되 었는데 사람이 개를 이용했던 흔적으로는 북유럽에서가장 오래된 기록이다. 그 외에도 엘크, 들소, 비버, 야생멧돼지, 사슴, 는개, 곰 등의 뼈가 발견되어 사냥을 했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호수를 기반으로 어로 행위가 가장 중요한 삶의 흔적으로 나타났다.
혼볼가 호수 일대를 개간하기 시작한 것은 신석기 시대인 약 6천 년 전으로서 도자기 사용 흔적이 나타나고 있다. 약 2천 년 전 무렵, 당시에는 호수가 2개 이상의 작은 호수로 흩어져 있었고 그 주변으로 습초지가 넓게 발달해 있었다. 일찍 이곳에 거주하던 사람들은 숲을 개간하여 밭과 초원을 조성하였고, 철기문명이 도입되어 견고한 집을 짓기 시작하면서 부락이 생겨났다. 일찌감치 찾아오는 북유럽의 추운 날씨로 인해 사람들은 겨울철을 대비하여 가축의 사료를 저장하였고 생산성이 높은 홍수기 범람원을 중심으로 거주가 확대되었다. 이후 혼볼가 습지는 이 지역의 주민들에게 삶의 터전으로 중요함은 물론 야생동식물의 천국으로서생명 부양력이 높은 생태계를 유지하였다.
혼볼가 호수는 규모면에서는 스웨덴 내 다른 호수에 비해 매우 작은 편이지만 두루미와 철새들의 서식처로서 매우 중요하다고 인정되어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인 람사르습지로 지정되었다. 혼볼가 습지는 스웨덴에서 대표적인 중요 습지로서 길이 10km 이상, 폭2~3km, 넓이 35km2에 이르는 넓은 습지다. 그러나 평균 최대 수심은 1.5m 내외에 이르며, 연중 일부 기간에는 약 2m 깊이에 이른다.
혼볼가 습지에는 이 지역의 텃새 50여 종을 포함하여 270여 종의 조류를 관찰할 수 있으며 특히 두루미 서식처로도 유명하다. 두루미는 수백 년 동안 이곳을 무대로 살아왔고 스웨덴의 대표적인 영화감독이자 작가이며 배우로도 활동했던 아니 석스도르프Arne Sucksdorff(1917~2001)가 영화로 제작한 이래 중요한 관광자원으로 이용되고 있다.
구본학은1959년 대전 생으로, 서울대학교 조경학과 졸업 후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한국수자원공사에서 계획, 설계, 시공, 관리, 기술 개발 등 다양한 경험을 축적하였고, 혜천대학을 거쳐 현재는 상명대학교 환경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환경생태, 생태복원 분야에서 설계·시공과 관련된 공학적 이론을 접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국제 규모의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생태문화포럼’을 주관하고 있다. 습지와 생태 문화를 사랑하는 동료들과 함께 해외 중요 생태 문화 자원을 다수 탐방하였으며,『습지생태학』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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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생태복원] 도시 내 멸종위기종 서식처 복원(1)
도시 지역에 멸종위기종은 존재하는가
들어가며
지난 글에서는 도시에서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할 수 있는 도시 습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이번에는 그러한 습지를 포함하여 산림이나 다른 서식처 유형에서 ‘과연 멸종위기종은 살 수 없을까’하는 고민을 함께 나눠보고자 한다.
필자는 지난해부터 ‘도시 지역의 생태계 건전성 확보를 위한 멸종위기종 서식처 복원 기술 개발’에 관한 환경부 R&D 사업을 생태학자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제는 말 그대로 도시 지역에서 멸종위기종의 서식처를 조성하기 위한 기술 개발을 추진하는 것인데, 우선은 대상 분류군을 양서류와 파충류로 정하였다. 더 구체적인 복원 목표종은 남생이와 맹꽁이다. 이와 관련된 상세한 연구 내용은 다음 호에 소개하기로 하고, 이번 호에서는 왜 이러한 연구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왜 멸종위기종인가?
필자가 이 주제를 가지고 강의를 하거나 발표를 할 때 자주 나오는 이야기 중의 하나는 ‘왜 도시 지역에서 멸종위기종을 목표로 하느냐’는 것이다. 일반화된 생물종을 목표로 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뜻으로 해석된다. 아마도 도시라는 환경이 단순화되어 있기 때문에 서식하는 생물종도 대부분은 일반적인 종general species 또는 common species이 우점하고 있기 때문에 그러하리라. 물론 잘못된 이야기는 아니다. 특히 도시 지역에서 목표종으로서 멸종위기종을 설정하는 것은 부담이 크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서식 환경이 특수하고 다양한조건을 갖추어야 서식할 수 있기 때문에 멸종위기종의 범주에 포함되었다고 보는 견해다.
조동길은1974년생으로, 순천대학교에서 조경을 공부했고 이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생태복원 및 환경계획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의 대표이사로서 생태복원, 조경, 환경디자인, 경관 등 다분야를 통합시키는 데 관심이 있다. 생태계보전협력금 반환사업, 자연마당 조성 등 생태복원 사업과 남생이, 맹꽁이 등의 멸종위기종 복원 관련 R&D 사업을 이끌고 있다. 고려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서 생태복원 분야에 대해 강의하고 있으며, 저서로는『생태복원 계획 설계론』(2011),『자연환경 생태복원학 원론』(2004) 등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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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인프라·저영향개발] 그린인프라, 조경의 새로운 미래
독일연방조경가협회, 그린인프라를 중점 사업으로 지정
조경은 산, 하천, 습지, 초지 등의 자연 공간과 생물종다양성을 포함하는 모든 자연 생태계의 효율적인 보전, 관리 그리고 복원을 추구하여 왔으며, 공원과 녹지, 오픈스페이스와 정원, 비오톱과 도시 생태계 그리고 도시·문화·역사 경관을 계획, 설계, 시공하는 것을 고유한 과업으로 영위하여 왔다.
오늘날 이러한 조경의 모든 대상은, 생태적 서비스 기능을 갖는 그린 인프라Green Infrastructure로 널리 인식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바탕으로 독일연방조경가협회BDLA는 ‘그린 인프라’를 협회의 중점 사업으로 지정, 추진하고 있다.
아래의 내용은 독일연방조경가협회 홈페이지(http://www.bdla.de/aktuell/top-themen/1236-gruene-infrastruktur)에 수록된 기사 전문을 번역한 것으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한 우리나라 조경 분야가 현실을 이겨내고 미래를 대비하는 데 유용한 시사점을 주기에, ‘그린인프라·저영향개발’ 코너의 첫 회에 소개한다. 앞으로 이 코너를 통해, 그린인프라와 저영향개발 관련 정보를 지속적으로 다룰예정이다.
독일연방조경가협회가 주목한 그린 인프라
새로 구성된 독일연방조경가협회의 회장단은 지난 2014년 7월 16일 베를린에서 현안 사항에 대한 첫 번째 회의를 소집하였고, 협회의 중점 사업으로 ‘그린 인프라’를 설정하였다. 이 주제에 대한 토론을 통해, 조경·경관이 다양한 사회적 이슈의 중심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선언하였다.
권경호는 서울대학교에서 조경학을 배우고, 독일 베를린 공과대학교에서 응용수문학·도시물관리 분야 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관심 분야는 저영향개발(LID)과 그린인프라(GI), 저개발국 기초식수공급, 독일 통일 전·후의 도시 인프라 계획 등이다. (재)한국먹는물안전연구원 내의 도시물순환연구센터에서 분산형 빗물관리의 도시홍수 방재,물순환,비점오염 저감 효과 측정 및 수문모델링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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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정원] 일본의 명원10
모모야마 시대의 정원(2)
규 도쿠시마조 표어전 정원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가신인 하치스카 이에마사蜂須賀家政(1558~1639)1는 히데요시의 시고쿠四國 정벌 때, 삼일족森一族이 보유한 우수한 수군의 원조를 받아 시고쿠의 패자 조소카베 모토치카長宗我部元親(1539~1599)2를 물리치고 시코쿠 정벌을 완수한다. 이에마사는 이에 대한 공을 인정받아 도요토미 히데요시로부터 아와阿波 국3을 하사받는데, 그는 당시 자리를 잡고 있던 하리마播磨 국 류노龍野4를 떠나 아와 국에 입국하였고, 이치노미야一宮 성에 거취를 정한다. 시코쿠를 차지한 히데요시는 아와 국을 제대로 다스리기 위해서는 해변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이에마사에게 요시노吉野 강 하구의 땅 이잔渭山에 새로운 성을 쌓으라는 명령을 하였다. 이잔은 요시노 강의 삼각주로 이주渭津라는 명칭으로 불리던 곳이었으며, 그곳에는 이미 남북조 시대에 축조된 이잔 성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에마사는 히데요시의 명에 따라 급히 축성을 시작하여 아와 국을 하사받은 이듬해인 텐쇼天正 14년(1586) 5월에 공사를 마치고 입성한다. 그때부터 이에마사가 축성한 성은 도쿠시마德島라는 명칭을 갖게 된다.
케이쵸慶長 3년(1598)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고 난 이듬해, 이에마사는 당시 14세된 아들 요시시게至鎭(1586~1620)의 정실부인으로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1543~1616)의 양녀를 맞이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이에마사는 이에야스와 가까워지게 되며, 도요토미 가家와는 일정한 거리를 둔다. 이에마사는 케이쵸 5년에 히데요시의 적자인 도요토미 히데요리豊臣秀賴가 자신의 진영에 합류하라는 부름을 거절하였으며, 9월에는 아와 국을 히데요리에게 반환한 후 ‘호우안蓬庵’이라는 호를 가지고 코야高野 산에 칩거한다. 이에마사는 바로 그 달에 벌어진 세키가하라 전투関が原の戦에 아들인 요시시게를 동군에 합류시켜 전공을 세우게 하는 등 이에야스에게 절대적으로 협조한다. 이에 이에마사는 도쿠가와 이에야스로부터 다시 아와 국을 돌려받게 되었고 아와 국은 도쿠시마 번德島藩이 된다.
규 도쿠시마조旧德島城 표어전表御殿 정원은 이에마사가 도쿠시마 성을 쌓을 당시에 작정되었다는 설이 있기는 하지만, 도쿠시마 성의 축성 기간은 불과 1년밖에 되지않았고, 당시가 전국 시대라는 어려운 시대 상황 속에 있었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때, 그 당시에 작정이 이루어졌다고 보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西桂, 2005). 그것보다는 정원의 조영이 케이쵸 6년부터 이루어진 도쿠시마 성의 곡륜曲輪 때였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정원을 작정한 이는 하치스카 이에마사로부터 부름을 받았던 우에다 소코上田宗箇(1563~1650)로 보는 견해가 많다. 그는 도쿠시마 성에 3년간 체류하였는데, 대체로 이즈음에 정원이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하지만, 확실한 증거는 없다(西桂, 2005).
표어전 정원은 작정할 때부터 니노마루二の丸 표어전 북동쪽에 조성한 지천 정원과 표서원表書院의 동쪽에 조성한 고산수식 정원이 동시에 만들어진다. 정원의 전체 면적은 약 5,015m2로 비교적 넓은 편이며, 표어전, 표서원表書院, 상탕전上湯殿에 공유될 수 있도록 공간을 배치하였다. 이 정원처럼 지천 정원과 고산수식 정원을 동시에 조성한 경우는 일본 정원사에서도 흔치 않은데,5 더구나 전혀 다른 두 개의 정원 양식을 상호 조화롭게 배치한 것은 특별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두 정원의 의장을 일견하면, 지천 정원은 초서체의 심心자 형으로 만든 ‘심자지心字池’를 중심으로 조성되어 있으며, 못의 수원은 대체로 용출수를 사용한다. 이 못은 지하통로를 통해 내부 해자와 물길을 연결하여 바닷물의 간만에 따라 수위가 조절되도록 한석입식汐入式이라는 독특한 기법을 차용하였는데, 번주藩主는 거처에서 조수간만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었다고 한다.6 지천 정원의 또 다른 의장으로 주목되는 것은 여러 겹으로 조성된 호안 석조다. 이것 역시 다른 정원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의장으로 석조의 다양한 전개를 통해 작정가의 상상력을 충분히 발휘하였음을 볼 수 있다. 한편, 고산수식 정원에는 학도, 구도, 봉래산과 음양이라는 주제를 축산과 석조를 통해 연출함으로써 신선계의 상징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축산으로 이루어진 섬들을 세 개의 다리로 연결하는 삼교식三橋式7 의장이 적용된 것도 이 고산수식 정원에서 찾을 수 있는 독특한 의장이 아닐 수 없다.
아와청석阿波靑石8을 주재료로 활용한 정원의 의장은 호화롭고 현란하여 일본 정원 가운데서도 굴지의 명작으로 평가된다. 그만큼 이 정원의 석조를 통한 조형미는 일본 정원 가운데서도 수준급이라고 할 수 있는데, 특히 호안 석조를 이중 삼중으로 처리한 것이나 그러한 호안 석조를 통해 동굴을 표현한 것과 같은 작정 기법은 이 정원을 호화롭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신비한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이 정원의 특징으로 꼽을 수 있는 것 가운데에는 돌로 된 다리가 많다는 것도 간과 할 수 없다. 정원에는 못에 4개의 석교, 고산수 부분에 3개의 석교가 가설되어 있는데, 특히 계곡에 높게 다리를 놓은 듯 보이게 하는 옥간식玉㵎式은 우에다 소코가 작정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기법이라고 한다(大橋治三․齊藤忠一, 1998). 이 정원에서 옥간식을 볼 수 있는 곳은 마른 폭포에서 연결되어 마치 물이 흐르는 듯 보이는 마른개울枯流의 협곡에 높이 걸린 듯 상상하게 만드는 석교다.
홍광표는 동국대학교 조경학과,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를 거쳐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조경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경기도 문화재위원,경상북도 문화재위원을 지냈으며,사찰 조경에 심취하여 다양한 연구와 설계를 진행해 왔다.현재는 한국전통 정원의 해외 조성에 뜻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저서로『한국의 전통조경』,『한국의 전통수경관』,『정원답사수첩』등을 펴냈고, “한국 사찰에 현현된 극락정토”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다.또 한국조경학회 부회장 및 편집위원장,한국전통조경학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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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기법] 고산식물을 위한 암석원 조성 기법(4)
식재 및 조성 후 관리
식재
식재 기반이 마무리되면 식물을 심는다. 새롭게 조성된 암석원은 암석 사이에 용토가 안정적으로 고정되어 있지 않을 수 있으므로 식재 전에 충분히 관수를 하거나 비가 오고 난 후 시행하는 것이 좋다. 또 식물을 심을 때는 토양에 어느 정도의 수분이 필요한데,만져보았을 때 물기는 있지만 뭉치지 않고 살살 부서지는 정도가 적당하다. 식물은 강한 햇빛과 바람에 노출되지 않도록 유의하고 식물의 분이 깨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다룬다. 식재 거리는 식물이 성장한 후의 크기를 고려해 배치하고 식재 후에는 물을 충분히 주도록 한다.
고산지대를 모델로 한 자연형 암석원을 조성할 때 식재는 되도록 자연스러운 느낌이 들고 편안한 경관이 연출되도록 계획한다. 식물은 종에 따라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갖춘 그룹으로 배식하고 각 그룹의 형태와 면적은 가급적 부정형으로 배치한다. 여러 가지 종류의 식물을 소량씩 섞어 심거나 똑같은 패턴으로 반복적으로 심지 않도록 주의한다. 카펫 형으로 낮게 자라는 식물들은 다른 키 큰 식물에 비해 넓은 면적으로 받쳐주듯 배치한다. 주름잎속Mazus , 백리향속Thymes, 포복성 프록스속Phloxes 등이 대표적인데, 이러한 식물들은 다른 몇 가지 종류의 식물 군락을 받쳐주면서 각각의 식물 특성을 부각시켜주고 대비되는 산만함을 조율해주는 역할을 한다. 식물을 배식할 때 중요한 것은 식물 종에 따라 식재환경이 다르다는 점이다. 패랭이속Dianthus 은 볕이 잘드는 양지에, 앵초속Primula 은 반음지에, 라몬다속Ramonda 은 수직으로 갈라진 바위틈에 심는다. 토양산도에 민감한 식물은 pH를 맞춰준다.
식재 환경과 토양 조건이 갖추어지면 식물의 형태와 잎의 모양, 꽃의 개화 시기, 색깔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배식한다. 배식은 식물 종이 다양하고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아 오랜 경험과 숙련된 감각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우선 각 식물 종이 자연에서 서식하는 생태적 조합의 특징을 연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디자인에 응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중요한것은 다양한 식물을 심을 때 처음부터 모든 식물의 특징을 완벽히 파악하여 계획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므로 실수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시간을 두고 잘못된 것은 하나씩 수정해 나가면 된다. 정원은 한 번에 완성되는 결과물이 아니라 오랫동안 식물과 함께 만들어나가는 과정임을 인지해야 한다.
수목은 암석원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암석원 외곽으로는 일반적인 교목이나 침엽수를 부분적으로 심어 겨울철 북서풍을 차단하고 이질적인 주변 경관을 차폐하기도 한다. 그러나 원 내부에는 고산식물의 식재 여건과 스케일을 고려하여 큰 나무를 심지 않는 것이 좋다. 대신 전나무속Abies , 향나무속Junipers , 소나무속Pinus , 만병초속Rhododendron 등의 왜성관목이나 왜성침엽수를 이용해 정원의 골격을 잡아준다.
김봉찬은 1965년 태어나, 제주대학교에서 식물생태학을 전공하였다. 제주여미지식물원 식물 과장을 거쳐 평강식물원 연구소장으로 일하면서 식물원 기획, 설계, 시공 및 유지관리와 관련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2007년 조경 업체인 주식회사 더가든을 설립하였다. 생태학을 바탕으로 한 암석원과 고층습원 조성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 이사, 제주도 문화재 전문위원, 제주여미지식물원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주요 조성 사례는 평강식물원 암석원 및 습지원(2003), 제주도 비오토피아 생태공원(2006), 상남수목원 암석원(2009), 국립수목원 희귀·특산식물원(2010),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암석원(2012) 및 고층습원(201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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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정보] 도로 및 환경유형별 가로수 조성·관리 모델 개발(4)
가로수 기능 향상과 도시 이미지 창출을 위한 가로수 조성·관리 모델
우리나라의 가로수
다음 그림은 2013년 4월 19일자 「한겨레」에 실린 김한민 작가의 것이다. 이 한 컷의 그림은 우리나라 가로수의 현 주소를 정확히 알려준다. 아이들의 눈이라는 정직한 시선을 통해 바라본 가로수 풍경을 제시해 주고 있는데, 굵은 말뚝과 같은 형상으로 가지치기를 한 모습으로 봄 풍경이라는 주제와는 어울리지 않는 가로수 경관이다. 과장되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러한 극단적인 사례를 실제로 도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칼럼은 가로수의 강전정 실태를 비꼰 것이지만 우리나라 가로수의 전반적인 이미지가 일본이나 독일의 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로수가 갖고 있는 도심에서의 다양한 기능과 중요성은 앞선 원고를 통해 제시해 왔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가로수 조성·관리는 이러한 가로수의 기능과 중요성을 잘 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는 가로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수종 식재, 구조 단순화, 가로수 관리 체계의 한계 등이 중요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아름다운 도시 이미지 창출과 가로수의 기능 강화를 위해서는 가로수 조성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가로수 조성·관리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가로수 조성·관리 방향
우리나라 가로수 조성에 대한 문제를 종합하면 특성화된 가로수 종 부족과 가로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식재, 단순한 식재 구조라 할 수 있다. 관리 측면에서는 부적절한 전정으로 인한 불량 경관 형성, 불량한 식재 기반 및 병해충 관리 미흡으로 인한 가로수 생육 악화와 민원 발생 등 관리 체계 미비를 들 수 있다. 따라서 효과적인 가로수 조성을 위해서는 영향을미칠 수 있는 환경 요인을 유형화하고 가로 환경과 기능을 고려한 수종 및 식재 구조 다양화를 위한 모델이 필요하다. 또한 관리는 보다 종합적인 관점에서 DB 관리, 전정, 생육 기반, 병충해에 대한 관리 체계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 가로수 조성 모델은 가로 환경, 지역 특성, 가로 기능을 유형화한 모형과 샘플 구조를 모식화한 모델을 도출하고 이에 적합한 수종을 선택하는 종합적인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가로수 관리 모델은 전정, 생육, DB 관리와 함께 정책적인 부분에서 가로수 조성·관리에 적용되어야 하는 사항들의 통합적인 관리 지침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가로수 조성 모델
1) 가로수 조성을 위한 주요 환경 유형
통계 분석을 바탕으로 도출한 가로수 조성에 영향을 주는 가로 환경은 크게 토지 이용, 보도 폭, 도로 폭이다. 토지 이용의 경우 세부적인 유의성을 보이지는 않았으나 일반적으로 토지 이용에 따라 가로의 특성과 기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주민이 거주하는 근린주구 가로와 대규모 상업 및 업무지역과 연계된 가로, 공업지, 관광지, 공원 및 산림 등의녹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보도 폭은 가로수 하부녹지 구조의 조성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통계 분석에서도 가장 명확한 관계성을 보였다.
폭은 3m 미만, 3~6m, 6m 이상 등 기준에 따라 가로수의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체계적인 녹지 구조조성이 가능할 것으로 사료된다. 도로 폭은 적정한 수종 선정과 관계가 있다. 예를 들어 왕복 4차선에 보도 폭 3.5m의 가로의 경우 수관 체적이 작은 이팝나무가 가로 전체에 제공해 줄 수 있는 녹피율은 28.42%, 가로 면적 대비 녹의 체적을 나타내는 녹지용적계수는 1.37m3/m2이지만 수관 체적이 큰 양버즘나무가 식재된 가로는 녹피율이 4배, 녹지용적계수는 23배 증가한다. 반면 동일 수종에 가로의 규모가 다를 경우는 폭이 좁은 도로에서 높은 녹피율과 녹지 용적을 제공하게 되며, 단순 구조보다는 다층구조의 가로숲 조성, 도로 폭이 넓은 경우 중앙분리녹지를 조성하는 것이 가로 내에 보다 많은 녹량을 제공해 줄 수 있다. 하지만 보도 폭과 도로 폭이 좁은 가로 환경에서 많은 녹음을 제공하기 위해 수관 체적이 큰 가로수를 식재할 경우 강전정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도로 폭과 보도 폭, 즉 가로의 규모에 따라 식재 수종의 수관 체적을 고려한 수종 선정과 가로 녹지 구조의 차별화가 필요하다.
수종 선정과 녹지 구조 선정에 있어 중요한 환경 유형은 지역 특성과 가로 기능이 있다. 기후대, 지역의 역사·문화, 관광지나 도시의 주요 진출입부 등 입지에 따라 적절한 수종이 식재되어야 하며, 조성하는 가로 녹지 구조도 차별화되어야 한다. 특히 가로가 갖는 기능은 토지 이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이러한 기능이 적절하게 발휘될 수 있도록 수종과 구조를 선정해야 할 것이다.
한봉호는 1968년 태어나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조경학을 전공하였고, 동 대학원에서 환경 생태학 및 환경 생태 계획학으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경기술사사무소 LET 부설 환경생태연구센터 센터장으로 재직하면서, 다양한 건설 사업에 환경 생태적 특화 방안을 제안하는 등 새로운 방향 모색을 시도하였다. 2003년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로 임용된 이후에도 독일의 Landschaftplanung(조경계획)을 국내 여건에 맞게 새롭게 정립한 환경 생태 계획 기법을 바탕으로 도시, 산림, 하천 등 다양한 분야의 계획 전문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공저로 『환경생태학』, 『환경생태계획』 등이 있다.
곽정인은 1978년생으로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조경학을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환경 생태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도시생태학연구센터 HUNECO의 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도시림, 가로수, 도시 하천 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현재 환경생태연구재단의 사외 이사, 환경생태연구센터 센터장,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겸임 교수로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공저로 『환경생태학』, 『환경생태계획』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