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과 인간의 공생
동식물과 인간이 함께하는 정원을 꿈꾸며, 자연의 횡단면을 통해 미시 세계를 볼 수 있는 정원을 조성했다. 지그재그 경사로를 따라 놓은 다섯 개의 서식지 섬은 한국의 식생 커뮤니티를 보여준다. 서식지 섬에 설치된 유리벽은 토양의 단면, 그 속에 담긴 식물의 뿌리와 곤충의 삶을 드러낸다.
한국의 경관 특성을 담다
완만하게 경사진 대상지의 고저차를 증폭시켜 더욱 가파른 지형과 흥미로운 옹벽을 만들었다. 공간의 큰 골격은 한반도를 형상화한 것이다. 정원에는 코르텐스틸로 만든 다섯 개의 서식지 섬을 배치했다. 각 섬에 양치식물, 철쭉, 돼지풀, 구절초 등의 초본 식물, 형형색색의 꽃을 피우는 식물을 심고 고목 등을 배치함으로써 산골짜기, 꽃이 핀 초원, 숲이 우거진 황무지 같은 한국의 대표적 경관을 담았다.
자연을 학습하는 정원
정원의 교육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코르텐스틸 옹벽사이에 유리벽을 끼워 넣어 토양의 단면, 식물 뿌리의 성장, 토양 속 곤충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딱정벌레 유충의 서식지를 만들기 위해 버려진 고목들을 모았는데, 유리벽을 통해 죽은 나무가 토양으로 변하는 전 과정을 관찰할 수 있다. 또한 작은 포유류와 땅속에 사는 동물도 볼 수 있다. 한국에는 코뿔소 딱정벌레, 사슴벌레, 꽃벌레 등과 같은 많은 종류의 딱정벌레가 있는데, 성충들이 참나무 수액을 먹으면서 반半인공적인 환경에서 전체 생명주기를 완성하는 모습은 흥미로운 관찰 거리가 되어준다. 또한 식물 뿌리의 성장도 볼 수 있다.
벽 사이를 통과하는 지하 터널에 들어가면 유리돔으로 고개를 내밀어 정원을 색다른 시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유리를 통해 보이는 풍경은 아름답거나 화려하지는 않다. 땅 속을 기어 다니는 벌레들의 모습이 누군가에겐 보고 싶은 모습이 아닐 수 있고, 땅 속으로 뻗쳐 성장하는 뿌리의 역동적인 모습 역시 궁금한 풍경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자연의 못생긴 모습까지 보아야 자연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유리 단면은 실제 자연의 회복력을 보여주고, 나비만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애벌레의 존재도 드러냄으로써 ‘못생긴 시’라는 새로운 미학적 패러다임으로 방문자를 안내한다.
이 정원은 사람만이 아닌 나비, 딱정벌레, 새와 같은 토종 동물들의 상호 작용이 일어나며 이를 통해 성장한다.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정원은 물론, 곤충을 비롯한 다양한 생명체의 서식지로 자리 잡아 갈 것이다.
설계 He Yang, Chen Hongliang
기술 자문 Xia Yiping, Wu Xiaocheng
시공 마이조경
목재 딱정벌레 설치 Zhang Tong
허양(He Yang)은 중국예술아카데미 조경 및 건축 디자인 연구소에서 조경 프로젝트 매니저 겸 수석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조경과 건축을 모두 공부했으며 주로 파라메트릭 디자인, 곤충학, 재야생화 조경을 연구한다. 도시 개발과 서식지 보존에 관심을 갖고 있다.
천훙량(Chen Hongliang)은 중국예술아카데미 조경학과를 졸업했다. 자연을 주창하고 조경을 사랑하며 조경설계의 다양한 가능성을 탐구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