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 반달 모양이라서 이름 지어진 월령리는 선인장 군락지로 유명하다. 월령리 마을 안 좁은 골목길 끝에 월령지헌이 자리 잡고 있다. 오래전부터 이곳을 지켜온 고목이 입구에서부터 반겨준다. 옛 돌집을 밝은 색감으로 마감하고 개조한 스테이 내부는 고재와 빈티지 가구로 가득 차 있다. 스테이 내부처럼 외부 공간도 옛것과 새것이 어우러지도록 꾸렸다. 기존의 큰 나무와 선인장이 가득한 옛 모습을 보존하고, 새로운 수종인 호주아카시아와 유칼립투스, 그라스를 심어 항상 푸르고 따뜻한 분위기의 정원을 조성했다.
긴 골목을 따라 펼쳐지는 제주 경관을 감상하며 스테이의 대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여느 제주 풍경이 아닌 이국적 경관이 펼쳐지도록 제주도에서 흔히 쓰지 않는 수종을 선택했다. 올리브나무, 호주아카시아, 유칼립투스 등 채도가 낮은 수종을 심어 무겁지 않으면서 밝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나무들은 상록수지만 국내에서 많이 쓰는 수종과는 색감과 톤이 다르기 때문에 정원을 처음 마주보는 사람들에게 낯선 느낌을 주기에 좋다. 하부에는 그라스와 허브를 식재해 이국적 이미지를 극대화했으며, 선인장이 가득했던 후면 담장에는 유카를 심어 제주의 경관을 적절히 섞어주었다.
스테이 외부 공간을 조성할 때 유념하는 것 중 하나는 머무는 동안 다양한 경관을 보고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독채 스테이의 경우, 대부분의 시간을 스테이에서만 보내기 때문에 외부 공간에서 여러 가지를 경험하며 답답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데 고민을 많이 한다. 월령지헌의 경우 제주 마을의 골목을 지나 대문을 열고 들어오면 제주다움과 다른 이국적 정원을 마주할 수 있도록 했고, 중정의 잔디를 지나면 제주 돌담과 선인장 등 제주의 경관을 볼 수 있도록 연출했다.
두 개의 정원을 이어주는 건 중간에 위치한 잔디와 전체를 아우르는 그라스들이다. 평편한 잔디는 두 경관을 부드럽게 연결하는 경관이 되며, 하층에 심긴 그라스는 서로 다른 두 경관을 하나로 묶어준다.
* 환경과조경 423호(2023년 7월호) 수록본 일부
글 송이슬 듀송플레이스 소장
조경 설계 듀송플레이스
조경 시공 듀송플레이스
건축 설계 탠크리에이티브
건축 시공 탠크리에이티브
위치 제주도 제주시 한림읍 월령1길 13-5
면적 575.88m2
완공 2021
사진 최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