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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자연계 캠퍼스와 하나스퀘어
  • 환경과조경 2007년 1월

고려대학교는 개교 100주년(2005년)을 기점으로 대대적인 캠퍼스 보완 프로젝트를 수행하여 왔다. 그 기본 골자는 차가 없는 보행자 중심의 캠퍼스를 만들어 가는 것이었고, 이미 본교 캠퍼스의 대운동장을 없애고 주차장을 지하로 넣고 그 지상 부분을 광장으로 개발하는 과정을 통해 국내 대학교 캠퍼스 환경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본교 캠퍼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변화의 속도가 느렸던 자연계 캠퍼스의 변화 또한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과학도서관의 전면 녹지 부분을 지하 주차장화하고 지하 1층에 각종 편의 및 필요 시설들을 두고 그 지상은 모두 오픈스페이스로 만들고자 한 것이다.
자연계 캠퍼스는 우후죽순으로 건설된 각 건물들이 가상의 남북개발 축을 중심으로 동서방향 및 남북방향으로 늘어서 있고, 그 건물들의 앞뒤는 모두 주차장으로 개발되어 주차장으로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차량동선이 나머지 공간을 차지하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이러한 구성으로 인해 캠퍼스에서 가장 활발히 이용하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하는 학생들이 빈번히 통행하는 차량을 피해 캠퍼스의 한쪽 구석으로 밀려나 있었다. 그리고 외부공간은 오로지 이동통로로서의 기능만 허용되는 상황이었다. 캠퍼스 안에 남은 유일한 녹지인 애기능이 학생들의 휴식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던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Neo Nature Campus
Hana Square의 등장으로 캠퍼스의 질서가 바뀌게 되는 것이므로 캠퍼스의 전체 질서를 다시 잡는 것이 자연계 캠퍼스 조경계획의 기본 골자였다. 우리는 우선 캠퍼스의 가장 중요한 보행 동선이 어디인가를 알아보았다. 학생들을 관찰하고 설문을 통해 자신의 통로를 기록하고 이를 분석한 결과 지금의 ‘진리로’라고 불리는 공간이 가장 이용의 빈도가 높고 중요한 길임을 알게 되었다. 이로써 캠퍼스의 중앙이 아닌 동쪽으로 치우친 진리로를 중추 보행 동선으로 하고 여기서 동서 방향으로 여러 가지가 뻗어나가는 다양한 축선을 만드는 것이 자연계 캠퍼스의 새로운 질서가 되도록 하였다.

캠퍼스의 전체 구성에서 본다면 Hana Square가 녹지보다 광장으로서 기능하는 것이 바람직하게 생각되었지만 전체 캠퍼스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많은 양의 녹지이기도 하였다. 게다가 이곳은 남북 방향의 단일 축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권위적 개발방향과는 완전히 틀린 동서 방향으로 긴 공간이었다. 이것들을 일시에 해결하는 방법은,  장방형의 공간을 더 길게 만들고 긴 방향에 녹지와 광장을 중첩해서 두는 것, 그리고 이참에 캠퍼스의 개발 방향의 축을 뒤흔들어 ‘권위’의 힘을 빼고 보다 실질적인 캠퍼스의 개발 방향을 새로이 설정하는 것이라 생각되었다.
이를 기본 골자로 자연계 캠퍼스의 새로운 공간질서를 잡고 여기에 보다 풍성한 ‘숲’을 끌어 들여 캠퍼스의 곳곳을 이어 붙이며, 다양한 캐릭터의 정원을 만들어 넣었다. 이로써 전체 캠퍼스가 Neo Nature Campus가 되도록 하고자 하였다.


자연에 대한 해석의 구현
‘자연계’ 캠퍼스에는 매우 다양한 대학들과 전공학과들이 모여 이루어져 있다. 생명대학, 공과대학, 이과대학 등. 이들 학과들이 모여 있는 이곳은 ‘자연’이라는 대상에 대해 ‘과학’이라는 방법으로 연구하고 공부하는 곳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계 캠퍼스에 녹지의 총량을 높였을 뿐 아니라 숲을 만드는 방식을 다르게 접근했다. 자연의 숲은 여러 종의 나무들이 매우 부정형적인 패턴으로 모여 형성된 숲이지만 이곳에 만들어지는 숲은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모여 숲을 만들되 이를 정형적인-소위 말하는 디지털적인 조합 방식으로 조성한 것이다.

앉음, 다양한 행태유발의 시작점
기존의 캠퍼스에서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행태는 ‘이동’ 뿐이었다. 즉, 강의실과 강의실 사이를 목적에 의해 이동하기 위해 걷고, 뛰는 사람들뿐이었다. 이곳은 혈기왕성하고 다재다능한 그리고 매우 여러 가지 종류의 학생들이 생활하는 곳이다. 이들이 오로지 할 수 있는 것이 ‘이동’뿐이라는 것은 매우 불행하지 않을지.
그래서 이들의 다양함을 그만큼의 다양한 행태로 표출시키기 위해서 우리가 취한 방식은 ‘앉게’ 하는 방법이었다. ‘앉음’을 통해서 ‘이동’함으로 제한되었던 여러 행태들이 유발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따라서 앉음의 여러 방식들을 끌어 내도록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앉는 도구들을 개발하였다. 하지만 다양한 모양 보다는 다양한 높이의 앉는 도구들을 만들어 내고 이를 통해 여러 활동들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하였다.

고려대학교 자연계 캠퍼스는 조성 전, 후를 비교해 보았을 때 그 변화의 차이가 많다. 하지만 그 차이가 긍정적인 차이를 나타내는 것인지, 혹은 부정적인 차이를 나타내는 것인지 스스로 평가하기에 아직은 주관적 만족이 너무 커 어려울 것 같다. 그 차이가 긍정적 차이로 분명하게 드러나려면 공간의 주인이 되는 학생들의 긍정적 반응이 따라야 할 것이며, 아직은 심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몸살을 앓고 있는 나무들이 뿌리를 잘 내리고 풍성히 자라고, 공간 내에 설치된 앉음벽들과 돌바닥들에 시간의 흔적이 묻어나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 공간들 하나하나에서 다양하게 사용된 학생들의 흔적도 묻어나고, 그러면서 학생들의 아낌을 받는 공간이 되어가기를 바란다. 천천히 그리고 급하지 않게….

*고려대학교 자연계 캠퍼스 조경계획은 2003년 애기능광장 설계로부터 시작되었으나 2006년에 자연계 캠퍼스 전체의 조경계획을 되짚어 실시하게 되었다. 애기능광장의 변경설계를 포함하여 공학관 정원과 진리로의 실시설계를 추가로 시행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애기능광장의 명칭은 ‘Hana Square’로 정해졌다. 지난 2005년부터 Hana Square부터 시작된 고려대 자연계 캠퍼스의 변화는 2006년 공학관 정원과 진리로까지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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