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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을 이야기하다 ; 스케이프_시나리오
용산부지의 귀환용산미군기지 약 80만평이 공원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온다. 비상금 숨겨놓는다고 책 사이에 껴놓고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나서 몇 년 뒤에 우연히 펼쳐든 책에서 찾게된 몇 만원!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가? 내 돈 내가 찾았는데도 하루 종일 기분이 좋다. 하물며 우리가 오랜 시간 우리의 사고가 닿지 않던 매우 큰 땅을 돌려받는 것, 그것도 공원의 형태로 돌려받는 상황은 적어도 몇 년 동안은 기분좋아야할 사건이다. 그러므로 이 공원을 조성하는 과정 자체도 기쁘고 축제분위기에서 이뤄져야 함은 당연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축제적인 공원조성의 과정이 너무 경직되거나 공원의 성격을 너무 과하게 규정해서 혹시 있을지 모를 다른 논의나 가능성들을 가로막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용산미군기지의 공원화 관련 주제를 살펴보면 역사, 문화, 생태, 시민 등 크게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이 네 단어들이 용산공원에 용해되어야 할 것임에 대해서는 크게 반대할만한 여지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주제들만이 절대적인 가치로 용산공원에 적용되어야 하는지는 더 두고 볼 여지가 있다.
용산부지의 현황과 가치필자는 용산미군기지에 방문해본 적이 없다. 아마도 서울시민들 중 용산미군기지의 현황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반포로나 이태원로에서 보이는 투박한 담장과 철조망이 아니면 아마 용산미군기지의 존재에 대해서 모르고 지나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참고할 수 있는 여러 사진들을 통해서 본 용산미군기지 내부의 분위기는 말 그대로 군부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미국의 그저 그런 중소도시의 교외에서 볼 수 있는 경관을 가진 것으로 판단된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이전에는 필자 스스로 용산미군기지를 비무장지대 비슷한 것이라고 착각하고 굉장한 자연환경을 가졌을 것이라고 오해하면서 지냈었다. 이전만 된다면 당장이라도 남산과 한강이 녹색으로 연결되리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미군기지 현재의 모습은 말 그대로 군부대이지 동남부 일부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단한 환경적 가치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용산미군기지의 공원으로서 땅의 가치는 어디서 찾아야 하는 것일까? 필자는 3가지 키워드에 주목하고자 한다.
첫 번째 키워드는 ‘대규모, bigness’이다(그림1). 80만평이 넘는 대규모 유용지가 서울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이를 설레게 하고도 남음이다. 개발론자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돈덩이 터전으로 보일 것이고, 환경론자의 입장에서는 서울의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새로운 허파로 볼 것이다. 정치적 도구로도 이용될 가능성도 십분 있으며, 올해 있을 대선 공약의 대상으로 거론될 확률이 매우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다양한 관심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이 땅이 이러한 큰 이슈들을 담을만한 넉넉한 규모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땅이 넓기 때문에 포용할 수 있는 담론의 크기도 드넓을 것으로 기대한다.두 번째 키워드는 ‘입지, location’이다(그림2). 이 거대한 땅이 서울의 중심인 사대문과 바로 근접하고 있다. 남산과 한강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의 입지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같은 규모의 땅이 서울외곽에 입지하는 것과의 가치와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규모와 입지 두가지 면모를 가지고도 용산미군기지는 서울의 도시구조와 이미지를 변화시킬 막강한 파워를 가지고 있다.이 두가지 키워드 외에 미군기지 자체의 가치라고 할 수는 없지만 대상지가 인접하고 있는 다양한 ‘컨텍스트, context’가 세 번째 키워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그림3). 남산과 한강등 의 자연 환경을 비롯해서, 서울역, 용산역을 포함한 경부선 등의 교통인프라, 용산전자상가, 얼마 전에 신문에 개발소식이 들려온 국제업무단지 예정지, 전쟁기념관, 국립중앙박물관과 이태원특구 등 다양한 상업, 문화시설들이 산재해 있다. 용산공원의 등장으로 이러한 컨텍스트가 미군기지 주변에 산재하고 있다는 개념에서 용산공원을 중심으로 연계되어 있다는 개념으로의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현대 도시공원의 이해 용산공원의 가능성을 논하기 앞서 현대 도시공원에 대한 이해를 선행할 필요를 느낀다. 도시공원은 비교적 근대적인 도시현상이다. 그 모양새가 자연을 닮았지만 엄밀히 얘기하면 공원의 고향은 도시이다. 지난 150여 년 동안 조성된 대규모 도시공원은 크게 세 가지의 조성 목적을 지니고 있었다. 그 첫 번째는 개인과 공공에게 삶의 질에 대한 만족감 및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상적인 도시구조에 일조하는 것이고, 세 번째는 자연과 문화를 연결하는 예술적인 작품으로서 존재하는 것이었다. 공원조성 당시 패러다임이 공원에 반영되는 것이라고 가정하면, 100년 전과 지금은 너무나도 다른 상황과 조건(자동차, 대량운송, 일일생활권, 관광의 광역화, 쇼핑몰, 고속도로, 텔레비전, 핸드폰, 인터넷 등등)에서 우리는 생활하고 있으며, 100년 전의 공원조성 개념과 현재의 것이 동일한 공원의 스테레오타입을 도출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점점 다양하게 진화된 공원의 형태, 기능과 프로그램은 도시의 변화에 대응하여 새로운 상상의 대상으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공원의 새로운 개념이나 형태는 라빌렛공원이 조성된 시점인 1980년대 이후 약 20여년의 기간동안 몇몇 실험적 설계경기 및 작품을 통해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공원을 묻는 질문에 90%이상의 대답을 점유할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 맨하탄에 위치한 센트럴파크이다. 조경가라는 직업의 시조 격 되는 옴스테드의 역작이며 공원의 대명사인 센트럴파크는 공원의 범주 그 자체이며, 타 공원평가의 판단기준이 된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용산공원도 센트럴파크처럼 조성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것이다. 센트럴파크가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된 데에는 당시 상황의 요구가 있었다. 혹시 ‘갱오브뉴욕’이라는 영화를 기억하는가? 184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영화적 픽션을 내포하고 있기는 하지만 센트럴파크가 조성되기 시작한 1850년대의 사회상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지금이야 고급주택가를 배경으로 목가적인 풍경을 자랑하고 있기는 하지만 당시의 맨하탄은 그렇게 정돈된 이미지는 아니었다. 옴스테드 역시 센트럴파크의 당위성을 도시와의 대조에서 찾고 있었다. 도시는 악이고, 그 반대되는 선의 이미지는 자연의 모습을 담은 공원이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센트럴파크는 주중에 험란한 도시생활에 지친 노동자 계층들이 주말의 충전을 기약하는 교회당과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조성 당시의 설계안이 150여년이 지난 지금도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센트럴파크의 위상 앞에서 공원의 형태에 대한 새로운 시도는 무의미해보이기까지 하다. 그야말로 공원설계의 매뉴얼이 되어버린 신화와 같은 공원. 센트럴파크는 지금도 뉴요커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 공원이지만 센트럴파크의 성공이 그 조성방식과 외형적인 면에서도 모든 공원에 적용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지원해 해주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즉 비슷하게 따라 한다고 해서 모든 공원이 센트럴파크가 될 수는 없는 법이니까 말이다. 센트럴파크의 성공은 시대가 요구하는 사항을 파악하고 주도적으로 이끌어내었던 옴스테드라는 조경가의 탁월한 안목과 공원을 품고 있는 도시와의 상승작용이 그 배경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옴스테드식의 공원철학(도시와 공원의 이분법)이 우리 시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판단 하에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공원은 어떠한 의미와 형태를 가질 수 있을까?
시민의 욕구와 공원개념의 확장필자는 어떠한 공간이 공원으로 불리기 위한 조건으로 1. 열린 접근성 (불특정 다수의 접근이 허용되는 오픈스페이스) 2. 프로그램적 공공성 (내재된 프로그램이 공익을 위한 것일 것) 3. 비영리성 (혹시 이 공간을 통해서 발생하는 수익이 있다면 비영리적으로만 사용될 것) 4. 생태적 건강성 등을 생각한다. 여가시간을 할애하는 장소로 이마트, 백화점, 코엑스몰, 대형서점 등의 쇼핑몰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공간들이 상업기능 본래의 역할에 첨부하여 많은 어메니티 시설을 도입하여 과거 공원이 했던 역할을 대신 해내는 듯한 인상을 갖게끔 한다. 아무나 공짜로 들어갈 수 있고, 구매행위 외에도 많은 공공적인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지만, 오픈스페이스와 비영리성이라는 항목에서 공원의 범주에 포함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주목할 점은 과거에 공원에서 해소되었던 휴게와 레크리에이션의 기능이 많은 부분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으로 이전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과장되게 표현하면 굳이 공원을 찾지 않아도 공원욕구를 충족시키는 데에 큰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이도 하다. 공원기능의 독점을 민간상업기능에게 나눠주고 있는 현대 도시공원의 생존을 위한 돌파구는 무엇인가? 이러한 점에서 용산미군기지를 배경으로 한 공원의 개념의 확장, 특히 프로그램적 확장에 대해서 논의해볼만하다.
정욱주 Jeong, Wook Ju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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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에레누마 공원
MOERENUMA PARK 모에레누마 공원은 삿포로시를 둘러싸고 있는 그린벨트 중, 북부녹지의 핵이 되는 도시공원으로 당초 쓰레기 매립장으로 이용되었으나, 1982년 공원조성이 결정되었고, 1988년 조각가인 이사무 노구치Isamu Noguchi 이사무 노구치Isamu Noguchi_ 일본의 유명한 조각가로 1904년 미국에서 출생하였다. 아버지는 유명한 영문학자이며 시인인 野口米次?와 미국인 작가 레오니 길모아의 사이에서 출생. 유소년기를 일본에서 지낸 후, 20세인 1924년 레오나르도 다빈치 스쿨에 입학하여 조각 수업을 받았다. 1930부터 1960년대 사이에 파리, 멕시코, 미국 등지에서 활동하였으며, 1970년대 일본에서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였다. 1987년 레이건대통령으로부터 예술가훈장을 수여받기도 하였으며, 1988년 뉴욕에서 사망하였다. 특히, 그의 작품 중, 어린이놀이시설을 직접 설계한 것으로 유명하다. 가 참가하면서 공원의 기본계획이 확정되었다. 노구치는 공원전체를 하나의 조각으로 보고, 다양한 구상에 의하여 조성하였다. 모에레누마 공원은 2002년 Good Design상을 수상하였으며, 2005년 7월 1일에 개장하였다(2003년 11월호 해외정보 참고). 모에레누마 공원은 5월에 벚나무 숲의 만발한 벚꽃이 장관이고, 6월부터 9월까지는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모에레 해변이 개방된다. 그 밖에도 이사무 노구치가 디자인한 120기 이상의 놀이기구가 있는 7개소의 놀이터와 석수石狩평야를 둘러싼 산맥을 조망할 수 있는 높이 50m의 모에레산, 30m의 Gray Mountain이 있다. 또한 스포츠 시설로서 15면의 테니스코트와 야구장, 육상경기장을 갖추고 있으며, 이벤트시설로서는 야외무대와 음악당이 있다. 겨울에는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스노우보드, 썰매놀이가 중심이 되므로, 일년 내내 놀이를 제공할 수 있는 공원이다. 유리 피라밋 HIDAMARI- 유리로 만들어진 피라밋 HIDAMARI는 모에레누마 공원의 가장 중앙에 위치하는 시설로서 2002년 가을에 명칭 공모를 통하여 2천여개의 건중에서 부르기 쉬운 이름으로 책정된 것이다. HIDAMARI는 모에레누마 공원의 상징이 되는 건물로서 투명한 면의 집합체로 경쾌한 외형을 추구하였다. 내부에는 휴게소가 되는 아트리움, 이사무 노구치 갤러리와 문화활동을 위한 공간, 레스토랑, 가게와 같은 서비스 시설, 관리사무소가 있어 공원의 이용과 운영의 거점이 되는 복합시설이다.벚나무 숲Forest of Cherry Trees - 원로로 연결된 7개 놀이지구인 A-G를 포함한 녹음이 풍부한 구역. 놀이기구는 모두 이사무 노구치가 디자인한 것으로 아름다우며 즐거운 조각이라고 불리울 만하다. 어린이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지만 숲 속에는 또 다른 놀이기구가 있어 그쪽으로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행태를 이사무 노구치는 이미 머리속에 그리고 있었던 듯 하다.모에레 해변 Moere Beach - 유보도로 둘러싸인 완만한 부지 중앙부에는 이사무 노구치의 조형에 의한 얕은 연못이 만들어져 있다. 아름다운 해변을 이미지한 모에레 해변은 산호로 포장되어 있으며, 연못 중앙의 분출구로부터 분출된 물은 파도를 일으키며 자연스레 사라져간다. (안홍규·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자원연구부 선임연구원)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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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을 이야기하다 ; 세상에서 가장 거친 숲으로 들어가는 길고 긴 여정
‘그 용이 「증보 문헌 비고」에 따르면 백제 기루왕 때에 오늘의 용산구의 앞 한강에 나타나 하늘로 올랐고, 「동국 여지 승람」에는 양화 나루 동쪽 언덕 곧 오늘에는 행정 구역으로 마포구에 속하는 절두산이 용두봉 곧 용머리 산으로 나와 있다. 인왕산의 한 줄기가 남쪽으로 뻗으면서 만리동의 만리 고개를 거쳐 원효로까지 내려와 서쪽으로 고개를 홱 비튼 것이 용처럼 생겼다고 보았던 것이다. 그러니까 오늘의 용산구는 우리 조상들의 민간 신안의 대상이 되기도 했던 용을 데려다 그의 허리와 목덜미에 마을을 일군 셈이다.’ 한국의 발견 서울, ‘군사시설을 가슴에 안은 땅 - 용산구’, 뿌리깊은 나무, 여덟째판 둘째쇄 1992, 194쪽.
신화의 땅을 꿈꾸다하늘과 땅과 바다가 하나의 기운으로 순환하던 그 때, 용은 하늘에서 인왕산 자락으로 내려와 만초천을 따라 한강으로 들어갔다가 멀리 서해까지 다녀왔을 것이다. 그 때 용산의 낮은 구릉과 넓고 황량한 벌판은 용을 품어 안은 대지의 형상이었으리라. 그러나 지난 백여 년의 시간 동안 용산에는 총과 칼과 대포가 똬리를 틀고 앉아 있었다. 이제 우리의 기억 속에 용은 없다.
식민 의식이 만들어 낸 백여 년의 점령지를 둘러싼 철조망이 그러했고, 자본의 논리에 따른 개발의 광풍 어디에도 용의 거처를 마련해 줄 신화가 숨 쉬는 땅은 없었다. 그 땅이 다시 돌아온다. 형체를 알 수 없는 지형과 적의敵意를 숨긴 막사 건물로 뒤덮인 얼룩진 땅으로 돌아온다. 하늘을 수직으로 자르는 빗돌에 둘러싸여, 초지와 모래벌, 숲으로 가득했던 기억도 없이, 고립무원의 섬처럼 돌아온다. 그리고 기억의 잔해를 지우려는 반 고고학자들과 강성한 공화국주의자들, 개발론자를 등에 엎은 식민주의자들과 만나고 있다. 권력이 그들의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서울에 대한 꿈의 전부인가.
서울시 전체를 놓고 용산을 보다80만평의 크기와 그 범위 안의 것이 아니라 서울시 전체에 대한 ‘입장’과 ‘미래’ 속에 용산을 놓는다. 아직도 떨쳐버리지 못한 개발의 망령은 미사여구 속에 녹아 ‘뉴타운’과 ‘섬처럼 고립된 공원’ 그리고 그 면적에 상응하는 높이의 상승 속에서 흔적과 기억을 말소한 채 누군가의 전시회 제목처럼 ‘카달로그’ 도시를 꿈꾼다. 하여 용산 미군기지의 진정한 문제는 부지 내부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부지 외부의 조건에 대한 이해와 해결 그리고 우리의 의식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푸른 심장이란 아메바605.4㎢의 서울에 2.6㎢의 푸른 심장의 아메바_거친 숲을 놓기로 한다.남북을 가로지르는 푸른 숲을 잇다이 아메바는 북으로 남산을 타고 인왕산을 거쳐 북악산과 북한산까지 닿고, 남으로는 동작대교를 건너 국립묘지의 뒷산을 지나 관악산으로 이어진다. 나무가 자라는 긴 시간, 나무만큼의 높이가 주는 스카이라인, 관악산에서 북한산까지 산을 넘고, 강을 건너 이어지는 푸른 숲 길. 그것은 끝없는 개발 욕망뿐 아니라 지금의 서울이 지향하는 모든 가치를 전복시키는 반명제(anti-thesis)이면서 새로운 서울의 전범이 된다. 거기에는 숲 이외에 아무 것도 없다.
동작대교를 인도교로 바꾸다서울시 전체 지도를 놓고 산과 강을 그리고 다리를 잇는다. 녹지축의 상징적 연결을 넘어 푸른 숲과 더불어 살아가는 도시와 만나고 자연과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지금까지 진행된 개발의 속도와 차량 중심의 개발에 대한 전복적인 대안으로 동작대교를 인도교로 바꾼다. 북한산에서 관악산까지 푸른 길을 걸어서 가는 이 느리고 긴 산책 속에서 드러나는 서울의 모습을 보며 시간과 공간에 대한 현재 우리의 시선을 바꾸리라.
하늘과 땅이 비로소 만나다기존의 건물과 지형을 그대로 놓아둔 채 모든 포장을 걷어낸다. 모든 구조물을 그대로 둔다. 전쟁을 위해서만 존재했던 점령지의 오랜 생채기가 그대로 드러난다. 땅의 모든 것이 회복되는 일정한 시간, 하늘과 땅이 바로 만나 씨앗이 날아들고, 물이 고이고, 바람이 휩쓸도록 내버려 둔다.
모든 길을 띄우다부지를 가로지르는 모든 길을 지상에서 띄운다. 사람길과 찻길은 높이를 달리한다. 인간의 체취는 담지 않기로 한다. 옛길의 자취는 조금씩 풀숲에 가려지고 허물어진 벽은 부지불식간에 우리를 막아선다. 이 지상에서 떨어진 거리만큼 객관적인 시선으로 용산을 바라본다. 길은 외부로 뻗어 나간다.
나무를 심다그리고 조금씩 지워나간다. 나무를 심는다. 나무가 자라듯, 안쪽부터 바깥으로 아주 천천히 제거한다. 제거된 자리에 다시 나무를 심는다. 공간의 느린 흐름 속에 기억은 천천히 순화된다. 더불어 오염된 땅과 그 속도 조금씩 정화되고, 어느 시점에서 그 기억은 각인되리라. 지워지지 않으리라. 그 지점과 시점에 구조체를 그대로 놓아둔다. 환기(喚起)한다. 무장된 땅에 대한 정신적 무장해제의 긴 시간, 그것은 평화와 통일을 상징한다. 모든 전쟁에 대한 반대와 우리 안의 호전주의에 대한 경각심을 동시에 담는다.
새로운 도시를 시작하다거친 숲으로 들어가는 이 길고 긴 여정, 차와 구조물을 위한 도시가 아니라 사람과 나무를 위한 도시, 하늘을 가린 욕망이 아니라 땅으로 스며들어 하늘을 우러르는 자연과 인간의 축적을 가진 도시, 무기체를 뒤덮은 스모그의 뿌연 대기가 아니라 푸른 빛을 머금은 신화를 다시 꿈꿀 수 있는 도시를 바로 여기서 시작한다. 혹시 모른다. 천둥이 심한 어느 날 빗 속을 유영하는 푸른 비늘의 그를 보게 될지도.
이수학 Lee, Soo Hag아뜰리에 나무 소장(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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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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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및 싱가폴의 신주거단지
건설사 조경협의회는 지난해 12월 홍콩과 싱가폴의 주거단지 및 관공서 등 우수조경사례를 답사하고 돌아왔다. 현지의 관계자로부터 설계 및 시공 과정, 현지의 법규와 생활, 문화의 차이점 등에 대해 설명을 듣고, 외부 및 옥상 조경, 실내 공동시설, Model House, Sample House 등 신도시주거단지의 조경 및 공용 공간의 형태, 배치, 구조 및 실제 쓰임새와 입주자의 사용 현황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에 본 고에서는 홍콩 및 싱가폴 주거단지 조경의 사례를 현지 문화의 차이점과 함께 몇 가지로 분류하여 정리해보았다. 좁은 땅의 효율적 이용 / 주민공동시설, 옥상조경의 다양한 활용 - 홍콩에서는 아파트(현지에서는 콘도미니엄이라 불린다)를 구입해도 주차장이 제공되지 않는다. 땅에 대한 소유권이 정부에 있어 땅값이 비싸기 때문이며, 50년 장기 임대로 토지를 구입해 아파트를 건설한다. 따라서 입주자라 해도 아파트의 주차시설을 이용할 경우에는 별도의 임대료를 지불해야 한다. 입주 세대 당 평균 0.2~0.3대의 주차 공간이 조성되어 있는데, 비용의 문제도 있고 층고에 대한 제약이 없어 지하 주차장을 파지 않고 저층부를 주차장으로 조성한다. 그래서 실 입주 세대는 적게는 6~7층, 높게는 10층 이상부터 시작되는데, 이런 이유에서인지 주민 공동시설과 옥상조경이 상당히 발달해 있다. 국내 아파트 옥상 조경은 건축 슬라브 위에 평면적인 구성이 대부분이고, 주민 공동시설도 주동 구조에 맞춰 실별 다양성을 갖추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홍콩에서는 공용 저층부와 주거용 고층부에 대한 구조를 별도로 설계하여(구조 전이 시스템) 공용부 용도에 맞는 자유로운 평면구성을 가능하게 하고 있으며, 구조 전이 층을 이용해 옥상 조경의 레벨 변화에 따른 독립된 조경공간을 실현하고 있다. 실례로 홍콩 Long Beach Condominium의 경우 조경 계획에 따라 옥상조경을 3개층의 별도 슬라브 구조로 계획해 다양하고 입체적인 공간 연출은 물론 각 지역에서 바다로의 조망을 가능토록 설계했으며, 다양한 레벨을 수경시설로 연결하여 전체적인 통일감을 유지하였다. 다양한 재료 및 공간의 계획 / 기후 및 법규로부터의 자유, 상품으로서의 조경 - 싱가폴은 한겨울 날씨가 우리나라 초가을 정도여서 주택에 난방배관을 설치하지 않는다. 외부공간에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과감한 수경시설을 도입하여 리조트와 같은 규모의 수영장과 물놀이시설이 주를 이루고 있고, 우리나라와 같은 장마 및 집중호우가 없어 잔디 및 지피식물로만 경사면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동선의 이동에 있어서도 경사로의 제약에서 벗어나 단정한 계단과 녹지 마운딩으로 경관성을 향상시키고 있다. 재료에 있어서는 옥외공간에도 패브릭 소재를 사용하여 자유로운 디자인과 이용의 편리성을 추구하고 있다. 이런 기후적 장점을 바탕으로 조성한 수영장 및 잔디는 유지관리비용이 더욱 많이 요구되고, 옥외공간에 적용한 패브릭 소재는 영구시설로는 불가능한 단점이 있지만,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상품으로서의 조경의 가치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우리나라와는 다른 점이었다. 관리를 요하는 Public Garden으로서의 공동주택 조경이 구현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1층 전용정원의 위법성 여부가 대두되고 있는 국내와는 달리, 싱가폴에서는 1층세대 분양면적에 전용정원을 포함하여 법적 분쟁 없이 적극적인 1층 세대용 정원을 조성하기도 한다. (박준호·현대건설㈜ 조경부 과장)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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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을 이야기하다 ; 용산공원 개발과 관련한 엇갈린 시선들
용산 미군기지 이전부지 공원화 방안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24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앞 광장에서 개최된 ‘용산기지 공원화 선포식’에서 ‘정부주도’의 공원화 추진입장을 분명히 발표했고, 정작 용산공원 개발을 추진해야하는 주요 공동책임자이기도 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부의 방침에 반대의사를 밝히며 공식행사에 불참했다. 이후 언론은 정부와 서울시간의 첨예한 갈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일부 매각·개발’ vs. ‘전면 공원화’서울시는 용산기지 공원화 선포식 직후 “정부는 공원부지 일부를 주상복합아파트 등 주거 시설과 상업시설 등으로 용도변경·매각·개발할 여지를 두고 있는 조항이 포함된 특별법 제정을 강행하고 있다”며, 전면 공원화를 요구하는 서울시의 입장과 함께 불참사유를 발표했다.이렇게 언론에 가시화된 정부와 서울시간의 1차 논쟁은 일부 복합개발과 전면 공원화에 대한 각각의 입장차이 때문이다. 정부측에서는 막대한 이전비용 문제의 해결을 위해 부분 개발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고, 전면 공원화를 주장하는 서울시측은 정부가 다른 대안 모색을 꾀하지 않고, 가장 손쉬운 방법만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실제로 정부에서 그간 추진한 용역보고서에서도 심심찮게 주변부지 매각과 개발에 대한 제안이 수록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의견대립에 크게 작용하고 있는 이전을 포함한 공원조성비용에 대해 잠깐 언급하자면 알려진 바로 대략 추산해도 4조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며, 실제로는 더욱 많은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고 한다. 결국 해마다 복지ㆍ교육ㆍ국방 등 여러 분야의 예산 수요를 맞춰야 하는 정부로서는 미군기지 이전에 드는 추가 비용을 따로 마련하는 일이 어렵기 때문에 용산공원 주변의 산재부지라도 매각?개발해 이전비용을 충당해야 한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긴 힘든 실정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 서울시의 입장은 1조2천억원으로 추정되는 공원 조성의 비용 일부(약 6천억원)는 부담할 수 있지만 정작 미군기지 이전비용 자체는 부담하기 곤란하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쟁점, 지하 일부 개발공원부지의 개발 여부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던 정부와 서울시 간 갈등은 일단 정부가 서울시의 입장을 수용해 지상부의 공원 경계에 대해서 원칙적으로 반환부지 본체는 전면 공원화하는 방침으로 재고하기로 확정해 다소 소강상태를 보이며 정리되었다.하지만 최근 정부는 “용산공원을 국제적 명소로 만들기 위해 지상을 공원으로 조성하는 대신 지하 일부를 개발해 공원의 기능과 효율성을 증진하고 방문객들의 편의 및 시너지 효과를 높인다”는 취지로 지하에 일정 규모의 상업시설을 조성하겠다고 밝혀 새로운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이러한 정부의 발표에 대해 서울시는 “공원 지상을 일부를 개발하겠다던 정부가 지하개발로 돌아선 것이며, 이를 허용하면 공원의 지하공간이 대규모로 개발되는 것은 물론 지상개발로 이어질 게 뻔하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인근, 공원 주변 지하철역과 연계해 상가와 음식점, 휴식공간 등이 들어서는 지하 상업시설이 될 것”이라며 “규모 등 구체적 계획은 내년 이후부터 본격 논의될 전망이나 개발비용 등을 감안할 때 그다지 큰 규모는 아닐 것이며, 전면적인 상업 개발로 오해해서는 안된다”고 해명한 바 있다. 현재 지하 일부를 개발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용산공원 특별법지하 개발 논란과 더불어 기존에도 뜨거운 감자였던 ‘용산공원 특별법’ 논란도 여전하다. 개발에 대한 이견과 관련해 특별법에 담긴 용도변경 조항(14조)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인데, 정부는 “건교부 장관이 미군으로부터 반환되는 전체지역과 주변지역에 대해 용도변경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용산공원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정부가 현재 상황에서 아무리 용산기지 본체를 전면 공원화하겠다고 강조해도 차후 상황에 따라 용산공원의 상업적 개발이 가능하도록 여지를 남기는 규정이기에 특별법 14조를 삭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공원 조성의 취지에 부합되는 범위내에서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만든 조항일 뿐 상업시설 등으로 대규모 개발을 한다는 뜻이 절대 아니며, 지하공간 개발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계속적으로 대화를 해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2006년 말 현재 정부는 서울시의 일부 요구를 수용, 메인포스트(24만평)와 사우스포스트(57만평)를 뜻하는 `본체부지’를 공원화한다는 원칙을 특별법에 명문화하고 구체적인 경계표시를 시행령에 반영키로 했다. 반면 건교부 장관의 용도변경 권한은 포함시키는 것으로 확정했는데, 그 동안 서울시가 건교부 장관의 용도개발 권한 삭제를 요구해온 만큼 권한 사용범위를 ‘지하 개발’, ‘공원의 효율적 증진 및 기존 시설의 합리적 이용’ 등으로 제한해 명시할 방침이다. 또한 용산공원 조성 및 관리 비용을 서울시가 분담하도록 하는 조항을 최근 특별법에 추가, 결국 양측 갈등은 다시 세분화된 상태다. 참고로 현행법상 지상을 공원화하더라도 지하에 상업시설이 들어가려면 용도 변경이 필요하다.지난 11월 28일 용산생태공원화시민연대의 성명서에 논란이 되는 특별법의 규정들에 대한 시민단체의 입장이 상세히 정리되어 있는데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실제로 용산 본기지는 ‘자연녹지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공원조성에 법률적인 장애가 없으며 관련 철도법이나 ‘도시공원 및 녹지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역사와 공원내에 다양한 부대시설이나 문화시설을 둘 수가 있다. 따라서 정부가 공원과 어울리는 문화시설 및 여가시설을 만들고 싶다면 현행법에 의거해서 진행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현재 자연녹지지역으로 지정된 본 기지 일부를 용도지역을 변경하면서까지 상업개발을 하려고 하고 있다. 이는 곧 문화시설 및 여가시설이라는 미명아래 용산 공원을 상업적인 개발지로 악용하는 것이다. …중략…
또한 정부는 용산공원 특별법을 입법예고하면서 제14조 도시관리계획 의제를 통해 건설교통부 장관이 약식으로 용도지역 변경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독소조항을 삽입하였다. 정부가 용도지역 변경 권한을 약식으로 행사하려는 것은 용산 본기지의 상업개발과 주변부지의 용도 변경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용산공원 특별법 수정안에도 제14조 ⑤항 공원조성지구내에서의 ‘제한적 용도지역 변경’과 제25조 복합개발지구계획의 작성 ⑤항을 통해 건설교통부 장관이 임의대로 용도지역 변경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이는 해당 부지의 용도를 상향 변경하여 주상복합아파트 등 상업개발을 통해 그 비용으로 주한미군재배치 비용을 마련하겠다는 기존 용역보고서의 구상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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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서 국민임대주택단지 A블럭 아파트 및 부대복리시설 설계
e-매거진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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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자연계 캠퍼스와 하나스퀘어
고려대학교는 개교 100주년(2005년)을 기점으로 대대적인 캠퍼스 보완 프로젝트를 수행하여 왔다. 그 기본 골자는 차가 없는 보행자 중심의 캠퍼스를 만들어 가는 것이었고, 이미 본교 캠퍼스의 대운동장을 없애고 주차장을 지하로 넣고 그 지상 부분을 광장으로 개발하는 과정을 통해 국내 대학교 캠퍼스 환경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본교 캠퍼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변화의 속도가 느렸던 자연계 캠퍼스의 변화 또한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과학도서관의 전면 녹지 부분을 지하 주차장화하고 지하 1층에 각종 편의 및 필요 시설들을 두고 그 지상은 모두 오픈스페이스로 만들고자 한 것이다.자연계 캠퍼스는 우후죽순으로 건설된 각 건물들이 가상의 남북개발 축을 중심으로 동서방향 및 남북방향으로 늘어서 있고, 그 건물들의 앞뒤는 모두 주차장으로 개발되어 주차장으로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차량동선이 나머지 공간을 차지하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이러한 구성으로 인해 캠퍼스에서 가장 활발히 이용하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하는 학생들이 빈번히 통행하는 차량을 피해 캠퍼스의 한쪽 구석으로 밀려나 있었다. 그리고 외부공간은 오로지 이동통로로서의 기능만 허용되는 상황이었다. 캠퍼스 안에 남은 유일한 녹지인 애기능이 학생들의 휴식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던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Neo Nature CampusHana Square의 등장으로 캠퍼스의 질서가 바뀌게 되는 것이므로 캠퍼스의 전체 질서를 다시 잡는 것이 자연계 캠퍼스 조경계획의 기본 골자였다. 우리는 우선 캠퍼스의 가장 중요한 보행 동선이 어디인가를 알아보았다. 학생들을 관찰하고 설문을 통해 자신의 통로를 기록하고 이를 분석한 결과 지금의 ‘진리로’라고 불리는 공간이 가장 이용의 빈도가 높고 중요한 길임을 알게 되었다. 이로써 캠퍼스의 중앙이 아닌 동쪽으로 치우친 진리로를 중추 보행 동선으로 하고 여기서 동서 방향으로 여러 가지가 뻗어나가는 다양한 축선을 만드는 것이 자연계 캠퍼스의 새로운 질서가 되도록 하였다.
캠퍼스의 전체 구성에서 본다면 Hana Square가 녹지보다 광장으로서 기능하는 것이 바람직하게 생각되었지만 전체 캠퍼스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많은 양의 녹지이기도 하였다. 게다가 이곳은 남북 방향의 단일 축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권위적 개발방향과는 완전히 틀린 동서 방향으로 긴 공간이었다. 이것들을 일시에 해결하는 방법은, 장방형의 공간을 더 길게 만들고 긴 방향에 녹지와 광장을 중첩해서 두는 것, 그리고 이참에 캠퍼스의 개발 방향의 축을 뒤흔들어 ‘권위’의 힘을 빼고 보다 실질적인 캠퍼스의 개발 방향을 새로이 설정하는 것이라 생각되었다.이를 기본 골자로 자연계 캠퍼스의 새로운 공간질서를 잡고 여기에 보다 풍성한 ‘숲’을 끌어 들여 캠퍼스의 곳곳을 이어 붙이며, 다양한 캐릭터의 정원을 만들어 넣었다. 이로써 전체 캠퍼스가 Neo Nature Campus가 되도록 하고자 하였다.자연에 대한 해석의 구현‘자연계’ 캠퍼스에는 매우 다양한 대학들과 전공학과들이 모여 이루어져 있다. 생명대학, 공과대학, 이과대학 등. 이들 학과들이 모여 있는 이곳은 ‘자연’이라는 대상에 대해 ‘과학’이라는 방법으로 연구하고 공부하는 곳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계 캠퍼스에 녹지의 총량을 높였을 뿐 아니라 숲을 만드는 방식을 다르게 접근했다. 자연의 숲은 여러 종의 나무들이 매우 부정형적인 패턴으로 모여 형성된 숲이지만 이곳에 만들어지는 숲은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모여 숲을 만들되 이를 정형적인-소위 말하는 디지털적인 조합 방식으로 조성한 것이다.
앉음, 다양한 행태유발의 시작점기존의 캠퍼스에서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행태는 ‘이동’ 뿐이었다. 즉, 강의실과 강의실 사이를 목적에 의해 이동하기 위해 걷고, 뛰는 사람들뿐이었다. 이곳은 혈기왕성하고 다재다능한 그리고 매우 여러 가지 종류의 학생들이 생활하는 곳이다. 이들이 오로지 할 수 있는 것이 ‘이동’뿐이라는 것은 매우 불행하지 않을지.그래서 이들의 다양함을 그만큼의 다양한 행태로 표출시키기 위해서 우리가 취한 방식은 ‘앉게’ 하는 방법이었다. ‘앉음’을 통해서 ‘이동’함으로 제한되었던 여러 행태들이 유발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따라서 앉음의 여러 방식들을 끌어 내도록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앉는 도구들을 개발하였다. 하지만 다양한 모양 보다는 다양한 높이의 앉는 도구들을 만들어 내고 이를 통해 여러 활동들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하였다.
고려대학교 자연계 캠퍼스는 조성 전, 후를 비교해 보았을 때 그 변화의 차이가 많다. 하지만 그 차이가 긍정적인 차이를 나타내는 것인지, 혹은 부정적인 차이를 나타내는 것인지 스스로 평가하기에 아직은 주관적 만족이 너무 커 어려울 것 같다. 그 차이가 긍정적 차이로 분명하게 드러나려면 공간의 주인이 되는 학생들의 긍정적 반응이 따라야 할 것이며, 아직은 심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몸살을 앓고 있는 나무들이 뿌리를 잘 내리고 풍성히 자라고, 공간 내에 설치된 앉음벽들과 돌바닥들에 시간의 흔적이 묻어나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이 공간들 하나하나에서 다양하게 사용된 학생들의 흔적도 묻어나고, 그러면서 학생들의 아낌을 받는 공간이 되어가기를 바란다. 천천히 그리고 급하지 않게….
*고려대학교 자연계 캠퍼스 조경계획은 2003년 애기능광장 설계로부터 시작되었으나 2006년에 자연계 캠퍼스 전체의 조경계획을 되짚어 실시하게 되었다. 애기능광장의 변경설계를 포함하여 공학관 정원과 진리로의 실시설계를 추가로 시행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애기능광장의 명칭은 ‘Hana Square’로 정해졌다. 지난 2005년부터 Hana Square부터 시작된 고려대 자연계 캠퍼스의 변화는 2006년 공학관 정원과 진리로까지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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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을 이야기하다 ; 용산기지 공원화와 시민
1. ‘의사결정자’로서의 시민‘시민 참여로 용산을 바꾸자’ 시민단체들이 발족한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를 소개하는 신문기사 헤드라인이다. 용산기지 공원화에 대한 담론이 가시화되면서 ‘시민’, ‘시민참여’ 또한 중요한 키워드로 제시되고 있다. 용산기지의 성격상 더욱 그러하겠지만, 대표적 공공공간(public space)인 공원, 광장 조성과 관련해서 시민참여가 생태, 전통과 같이 피할 수 없는 가치로 다뤄지는 징후들은 이미 있어왔다. 월드컵 경기 응원이 광장화의 시발점이 되었던 “서울광장” 조성 당시 서울시 웹페이지에는 별도의 토론방이 개설되었었다. “서울숲”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나무를 심었고, “청계천”에서는 시민들의 글과 그림이 벽화로 남겨졌다. 공원의 미래상과 이름에 대한 시민 아이디어 공모는 이제 의례적인 것이 되어서 용산기지 공원화에서도 이미 진행되었다.
물론 이러한 것들이 전혀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내가 제시한 의견이나 흔적이 공원 어딘가에 남겨진다는 것은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2003년 옥수동 한평공원 사업을 진행할 때, 가난한 사람들한테 쌀이나 사주지 이런 데 돈을 쓰냐고 하시던 아주머니가 자신의 딸이 만든 그림타일이 공원 한쪽에 붙여지자 주변에 자랑도 하시고 혹시 타일이 깨지지 않을까 가끔 살피기도 하셨다. 공간에 대한 소속감과 애착심을 갖게 하는 이러한 장치는 분명 필요하다. 그리고 유명 정치인들의 이름을 공원 한쪽에 새기거나, 기념식수를 하는 것보다는 따뜻하고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장치들은 자못 대다수의 대중적 지지를 얻은 양 보이게 할 수도 있고, 해당 프로젝트에 얽힌 사회적 모순과 불평등을 가리는 장치로 쓰일 수도 있다. 서울시는 서울광장 조성 당시, 인터넷 토론방과 신문이라는 공론장에서 제기된 시민들의 다양한 타당성 요구(예: 설계공모 당선안의 LCD설치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한가? 왜 당선안으로 시공을 하지 않는가?)에 성심성의껏 응대하지 않은 채, 자의적으로 잔디 광장을 조성해버렸다. 그리고 이는 여전히 시민사회와의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다. 청계천을 따라 걸려있던 플랭카드 문구들(예: “준비되지 않은 청계천복원 10만 영세상인 다 죽인다”)에 있던 문제가 사회적으로 제대로 검토되었다고 할 수 없지 않은가?
시민참여란 의사결정과 관련된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시민은 ‘동원’되는 대상이 아닌 ‘의사결정자’로 대접 받아야 한다. 용산기지 공원화와 ‘시민’이라는 키워드를 엮는데 있어서도 이는 적용된다. 그런데 여기서 ‘시민’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답하기 어렵다. 선거철 자신들이 바로 서민이라고 주장하는 정치인들 중 누가 서민이냐는 질문만큼 복잡하다. 관(冠), 시장(市場)이 아닌 제3 부문(the third sector)인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크고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고 해서 시민참여가 제대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없다. 그들의 대표성이나 그들 주장의 타당성 또한 의심되어야 한다. 그러나 명백한 것은 정치적 활동이나 특정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목소리만이 의사결정에 강하게 작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며, 특정 목소리가 배제되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즉, 대표적 공공공간인 공원은 결과물뿐만 아니라 의사결정 과정부터 공공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공공성은 익명적 공공성인 아닌 절차적이며 구체적인 공공성이고 이를 위해서는 서로 다른 배경을 갖는 시민들이 대화하고 다양한 가치들이 서로 경합(競合)되는 공론장(public sphere)이 필요하고 활성화되어야 한다.1) ‘전면 공원화와 일부 복합개발’을 둘러싼 서울시와 중앙정부와의 갈등, ‘용산기지 주변 초고층 고밀도 개발’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민단체와의 갈등, 공원 성격에 대한 다양한 견해 등 의견차가 이미 드러나고 있는 용산기지 공원화의 경우 더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김영민의 비유처럼 텔레비전의 “명사와의 대담”같이 특정하게 통제되거나 조작된 대화 상황이 아니라 삶의 구체적 자리(sitz-im-leben) 속에서, 삶의 구체적 행위로 이루어지는 복잡다기한 대화는 우연성을 날실로 현장감 있는 순발력을 씨실로 해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2) 그래서 ‘어떻게 용산기지 공원화에 대한 대화를, 공론장을 이끌 것인가?’라는 질문 또한 어려운 질문이다. 다소 우회적인 대답으로 보일 수 있으나, ‘자신의 판단을 기꺼이 변경시킬 수 있는 성찰적(reflective)이고 개방적인 자세가 필요하고 이에 대한 믿음도 필요하다’고 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서로의 견해차를 확인하거나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대화3)가 아니라 상호이해와 새로운 의미 형성을 전제로 하는 대화여야 한다는 주장과 같은 맥락에 있다.4)
2. 행위자(agent)로서의 시민공론장에서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의미와 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견해는 시민을 자신의 생활을 능동적으로 구성하는 행위자(agent)로 상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용산기지 공원을 계획하고 설계하는데 있어, 잠재적 이용자인 시민을 어떻게 볼 것인 가와도 관련된다. 지난 30년간 많은 환경-행태연구(environment-behavior studies) 분야에서는 디자인 특성과 이용 행태와의 관계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정량적 정보를 설계가들에게 제공해왔다.5) 하지만 초콜릿 성분을 분석한다고 해서 초콜릿을 만들어낼 수는 없는 것처럼6), 그러한 연구 결과들이 이용자들의 욕구를 채우기 위한 충분조건이라고 할 수 없다. 또한, 놀이터에서 어린이들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공간을 상상하고 이용한다거나, 공원의 램프와 계단을 자신들의 방식대로 이용하는 스케이트보더 등 설계가의 의도가 빗나가는 경우는 흔하다.
(김연금·인터조경기술사사무소)(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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