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은 살아서 움직이며 끊임없이 변화하여야 한다. 따라서 살아 있는 정원, 사람의 행위와 관념이 투영되는 정원은 변화해 간다. 정원에 있는 공간과 이에 대한 개념은 발전되거나 새로이 정원 속에 첨가된다. 이러한 변화의 좋은 예로 그룸브릿지 플레이스가 있다. 17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고전적인 대저택 중의 하나인 그룸브릿지 플레이스는 건축가 크리스토퍼 렌(1632-1723)의 친구인 필립 팩커의 작품이다. 팩커가 1640년대 유럽여행을 한 이후 이탈리아의 영향을 받아 디자인 한 것으로 주랑과 정원에 있는 정형적인 수로가 이탈리아의 영향을 증명해 주고 있다. 저택은 완공 직후 훼손되었다가 곧바로 1660년대에 찰스2세에 의해서 복원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는데 정원은 이후에 필요에 따라 많은 곳이 첨가되고 확장되었다.
전체적인 정원은 저택을 둘러싸고 있는 정형식 정원과 인근의 숲에 새로이 조성된 곳으로 나눌 수 있다. 이중 19세기에 만들어진 드렁큰 가든은 셜록 홈즈 소설의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이 가장 좋아 했던 곳으로 소설의 무대이기도 하였다. 정형식 정원을 나와 래버린스를 지나 포도밭을 가로 질러 언덕위로 올라가면 저택으로부터 불과 수백미터 떨어진 곳에 아이반 힉스의 인첸티드 포레스트로 들어가는 낡은 문이 나온다. 이 문을 통과하면 바로 힉스의 익살스러우며 매력적인 정원이 시작된다.
인첸티드 포레스트는 길고 어두운 숲길을 지나오면 골짜기에 물길을 따라 여러 주제 정원이 조성되어 있는 정원이다. 봄이면 블루벨이 만발한 숲길을 빠져나오면 골짜기의 상단부에 고대부터 내려온 아주 오래된 숲을 표현하기 위하여 호주로부터 나무고사리를 들여와 골짜기를 만들었는데 이는 원생적이며 이국적인 느낌을 발산하면서 사람들의 발걸음을 골짜기 아래로 이끈다.
골짜기의 양 옆으로 조성된 여러 정원은 인디안의 천막, 집시들의 마차 등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진 정원과 신화나 신비스러운 이야기를 담은 일련의 정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신화에 관한 정원은 로마 신화에 나오는 해신인 넵튠의 조각이 있는 블루 풀부터 시작된다. 골짜기의 물길을 따라 내려오면 힉스의 판타지 정원인 서펜츠 래어를 만나게 된다. 신성한 연못과 신성한 뱀의 이야기를 담은 전설을 표현한 정원으로 아이들의 흥미와 초현실적인 정원예술을 매력적으로 구성해 놓은 정원이다. 이곳의 뒤쪽 숲 속으로는 더블 스피럴이 조성되어 있다. 두 개의 나선형으로 디자인된 이곳은 삶과 자연이라는 상호 교차적인 의미를 표현하고 있다. 이 정원을 뒤로 하고 조금 더 골짜기를 내려오면 켈틱의 나무에 관한 신화를 바탕으로 조성된 미스틱 풀이 있다. 물위로 돌출된 동물의 해골과 옹이가 있는 여러 개의 나무뿌리줄기는 우주의 질서에 관한 인식을 표현하고 있으며 검은 물위에 걸린 버드나무가지로 만든 고리와 연못위에 걸린 반짝이는 유리조각들은 미풍에 흔들리며 햇빛을 반사하여 마치 춤을 추는 듯한 효과를 나타낸다. 힉스는 이곳에서 본인의 정원을 보며 방문객이 인생의 의미를 숙고해 볼 수 있도록 의도하였다. 골짜기의 하단부 저수지를 지나면 힉스의 익살이 반영된 거대한 공룡알이 있는 공룡 둥지를 만나게 된다. 윌로우 나무가지로 엮은 서양공룡과 산책로 주변의 벤치를 공룡의 뼈 모양으로 만들어 놓아 아이들의 상상력을 이끌어내는 공간을 조성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