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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실크벨리
  • 환경과조경 2004년 12월

아파트 단지에서 환경디자인의 역할은 매우 다양하다.
외부환경마감계획의 조언자이자 코디네이터이며, 건축과 조경계획을 연결해주는 중재인이기도 하다. 디자인 항목이 별도로 정해진 것도 아니어서 각 현장별 상황에 따라 필요한 부분을 발견하여 해결해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동출입구, 필로티, 부속동과 같은 건축공용부위의 마감이나 주차장 지붕 구조물과 같은 독립적 구조물 디자인, 사인이나 문주, 또는 미술장식품과 포장계획을 포함한 조경시설물 등이 여기에 속한다. 현장별 요구와 조건은 서로 다르나 많은 항목이 우리의 몫으로 맡겨질 때 더욱 행복하고 그 결과 역시 만족스럽기 마련이다.
신안 원당 실크벨리는 인천 원당 대규모 아파트지구 초입에 위치하고 있고, 비슷한 시기에 준공되는 타 건설사의 현장과 인접해 있기 때문에 차별화된 외부환경계획이 필요한 실정이었다. 또한 중소건설사 대부분이 그러하듯 기본적인 골조계획과 식재계획이 있을 뿐 그다지 특징적이지 않은 외부환경에 무엇인가 생명을 불어넣어야 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건설사의 적극적 태도 덕분에 많은 항목에 관여할 수 있어 일관성있는 마감이 가능하였기에 주제가 있는 단지로 조성할 수 있었다.

DESIGN CONCEPT
이곳의 컨셉은 “꽃피는 사과나무”이다.
일반적으로 컨셉을 정할 때 건설사의 성격과 주변 환경 분석을 통하여 적합한 이미지를 찾아 적용하지만 본 현장의 경우 신안 실크벨리만의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여야했기 때문에 외부조건을 배제하였다.
그러던 중 몬드리안의 나무시리즈 작품 제목에서 모티브를 얻은 “꽃피는 사과나무”는 과감한 곡선형태와 정형성을 동시에 지녔기에 실크벨리의 새로운 이미지로서 적합하다고 판단하였다. 즉, 나무가 뜻하는 자연친화성과 함께 정돈된 선에서 보여지는 합리성이 적절히 혼합되어 건축 및 조경계획을 연결해주는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무리가 없는 듯 했기 때문이다. 그림을 가득 채운 풍성한 나뭇가지와 나뭇잎을 단순화 하되 산만해질 우려가 있는 형태를 보완하기 위하여 직선형 모듈을 정하고 마감재를 통일하여 규칙성을 부여하고자 하였다.

식재계획을 지지해주는 시설물계획
인공적 부착물이라 할지라도 자연의 형태를 최대한 이용하고 적합한 배치와 가공방법으로 연출된다면 자연을 지지하고 강조하는 후원자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즉, 필로티 캐노피의 나뭇잎 부착물은 입구에 식재된 교목들과 오버랩되어 앙상한 가지를 보완해주며 포켓광장의 조형가벽은 느티나무를 위한 대형플랜터로서 역할을 한다. 동시에 직접적으로 꽃피는 사과나무를 심지는 못하더라도 벚나무류 같이 꽃과 수형이 아름다운 나무를 식재하도록 유도하여 인공물과 자연물이 조화를 이룰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가공방법에서의 환경친화성
언제나 목재와 같은 친환경적 재료를 이용하려 애쓰지만 내구성과 가공면에서 어려움이 따르는 것은 사실이다. 본 현장의 경우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고자 철재 위 브라운톤의 특수도장을 입히거나 석재를 부드럽게 음각조각하여 자연스러움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였다. 단지 출입부의 문주 및 열주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특히 문주는 미술장식품을 겸하였기에 가공면에서 자연의 형상을 완성도 있게 연출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갈색사암류, 스플릿블럭이나 브라운톤의 시트지, 점토벽돌 등이 외부 마감의 주요 구성원으로 이용되었다.

야간경관을 배려한 조명계획
공동주택이라는 공간적 특성상 야간의 경관은 주간경관 못지않게 중요하다. 특히 적절한 위치에 조명을 이용하여 따뜻한 인상을 주는것은 주거공간이 지녀야 할 시각환경 중 필수요소인 것이다. 이를 위하여 단지 입구, 주동 측벽 등 주요 공간을 선정하여 효과적인 조명연출을 시도하였는데, 일반적으로 이용되는 간접조명을 비롯하여 철제구조물을 오려낸 후 조명을 삽입하여 그 자체가 대형 조명기구로서 역할을 하도록 응용하기도 하였다. 그 결과 세대내의 따뜻한 불빛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외부환경이 완성되었다.

물론, 환경디자인은 기능상으로 꼭 필요한 용역은 아니며, 클라이언트는 언제나 경제적이면서 효율적으로 예산을 쓰고자 한다. 그러나 견고함을 갖춘 다수의 공간들이 쾌적한 시각환경을 겸비하고자 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공공공간을 보다 아름답고 건강하게 보이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서 환경디자인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천 원당 신안실크벨리에서 그 역할을 수행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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