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근대 건축가와 조경가들은 이전 시대의 정원 디자인과 조각에 대해서 다소 단순한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조각이 정원 안에서 중요한 구성요소이지만 주로 정원의 일부로서 조연의 역할을 하며 정원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는 견해가 그것이다. 하지만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바로크 시대의 정형식 정원들은 방문객들에게 소유자의 힘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 여겼다. 특히 조각적인 특성이 중심 기능을 형성한 도상학적 계획에 의해서 증진된 결과였다. 또한 영국의 풍경식 정원은 휘그당의 권위에 대한 상징으로 여겨졌다. 조각은 정원 내에서 상징적인 의미로 권위에 대한 상징을 강화하여 보여 주었다. 이렇듯 정원은 단순히 부분을 장식하는 것이 아닌 역사적으로도 집과 정원에서 귀족과 중산층의 지위를 상징하여 왔다.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일반인들의 조각품 공개를 원하는 요구의 증대 등으로 인하여 정원(공원)에서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정원에서 조각이 주제적인 면 혹은 형태적인 면에서 그 중심에 놓이게 된 것이다. 특히 야외미술관이라는 개념의 등장으로 인하여 네덜란드의 크뢸러-뮐러와 덴마크의 루이지애나 미술관과 같은 조각정원이 등장하게 되었고 조각을 전시하기 위한, 미술관에 딸린 정원 혹은 공원을 조성하는 사례가 늘어갔다.
또한 개인적으로 조성한 조각 정원도 등장하게 되는데 그 중에 완성도 높은 대표적인 것이 스코틀랜드의 시인이자 조각가인 이안 해밀턴 핀레이가 스코틀랜드의 야생적인 자연 속에 조성한 리틀 스파르타(본지 2005년 5월호)와 미술상이자 큐레이터인 해나 페셔(Hannah Peschar)의 조각정원이다. 이 정원들은 단순한 조각공원에 머물지 않는 정원 디자인 및 조각 전시에 있어 우수성을 지니고 있다.
런던 인근의 서리주(Surrey)에 위치한 해나 페셔의 조각정원은 1915년에서 1920년 사이에 대저택의 일부분으로 조성된 정원이었다. 건축문화재의 3단계인 그레이드 투(Grade II)로 지정된 15세기 커티지와 수경원과 암석원을 포함한 약 4만㎡ 크기의 정원은 소유주가 바뀌면서 빠르게 쇠락의 길을 걸었다. 결국 이곳은 분할되어 팔려 나갔다. 현재의 정원은 영국의 신진 조각들의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 조각 정원으로 재탄생된 공간으로 지난 30년 동안 뉴질랜드 출신의 조경 디자이너 앤서니 폴(Anthony Paul)에 의해서 재조성되었고 조각 작품은 그의 아내이자 큐레이터인 해나 페셔에 의해서 선별되었다.
정원 디자인과 조각 작품에 대한 전문가들의 완벽한 팀워크로 인해서 블랙 앤드 화이트 커티지는 영국 전역에서 가장 아름다운 조각 정원으로 바뀌어 새롭게 태어났다. 앤서니 폴은 그의 아내가 선별한 조각 작품들을 전시하기 위한 보다 완벽한 공간을 꾸미고자 고심하였다. 모든 조각품들은 주의 깊게 고려하여 배치시켰다. 또한 정원내의 다른 작품들과의 의미 있는 관계성을 고려하였다. 그는 시각적으로 방대한 면적을 줄이면서 조각 전시를 위한 위요된 공간들을 만들었다. 또한 그는 정원 내에서 꽃이 피는 많은 수종들을 줄였다. 왜냐하면 조각 전시에 상충되어 조각품 감상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가 이곳 조각 정원에서 선호하는 식물은 초본류와 관목 특히, 잎이 큰 수종 등 잎의 외형구조를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바로 조각 작품의 배경 혹은 전경으로서 작품을 보다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이다. 계산되고 위요된 공간 사이의 대조, 영국 풍경식 정원의 전통을 도입 그리고 물의 활용은 이곳 정원 디자인의 핵심적인 요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