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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역사정원 보전에 대한 개요 및 출발점
The Conservation of Historic Gardens in U.K.(1)영국은 광활한 풍경식 정원에서부터 조그만 별장식 정원인 커티지 정원에 이르기까지, 향기를 뿜는 장미원이나 약초원부터 용의주도하게 만들어 놓은 토피어리 정원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운 정원을 많이 가진 나라이다. 영국 정원의 질적인 깊이와 선택의 다양성 때문에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은 오로지 정원을 보기 위한 목적으로 영국을 찾고 있다. 유럽의 다른 나라보다 영국이 특히 정원의 나라로 불리며 세계적으로도 정원이 많은 나라로 유명해진 것은, 현재에도 많은 영국 국민들에게 정원가꾸기가 딱히 취미라고 일컬을 필요도 없이 일상 속에 녹아들어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이다. 또한 내셔널 트러스트, 왕립원예협회나 잉글리시 헤리티지와 같은 단체가 여러 세대동안 많은 역사정원을 소유, 관리하며 전승하여 정원문화에 관한 사회적 시스템이 공고히 자리 잡고 있는 것 역시 간과하지 못할 이유 중의 하나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역사정원을 보호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영국의 정원문화를 단지 계승할 뿐 아니라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이에 본 코너에서는 격월로 영국의 정원보전에 관한 사항을 역사적 흐름에 따라 3단계로 나누어 살펴보고 시스템 및 관련 단체에 대해서 사례와 함께 알아보고자 한다.
영국에서 본격적인 정원보전의 역사는 정원의 역사만큼 오래 되지는 않았다. 영국의 정원복원은 19세기에서부터 그 본격적인 활동을 살펴볼 수 있으며 시간적으로 크게 세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9세기부터 2차 세계대전까지, 그 이후로 1980년대까지 그리고 현재에 이르는 크게 3개의 기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시대인 2차 세계대전까지는 정원의 보전 및 복원이 정원별 혹은 개인별로 이루어지던 시기로 소유자들이 이끌어가던 시대였다. 이러한 흐름의 발단은 역설적으로 18세기에 영국 전역의 많은 정원을 풍경식 정원으로 개조한 캐퍼빌러티 브라운에 대한 반대 작용에서 출발하였다. 19세기에 접어들면서 18세기 이전에 조성된 많은 정원이 풍경식 정원으로 바뀐 것에 대한 비판과 18세기 이전 시대의 정원에 대한 재해석에서 출발한 리바이벌리즘(revivalism)이라는 부흥주의가 정원을 이전의 상태로 돌려놓는 복원운동을 이끌었다. 이에 따라 1810년대부터 여러 정원들이 소유주들에 의해서, 일반적으로 이탈리안, 프렌치 그리고 더치 스타일로 불리는 정형식 정원으로 복원되었다. 대표적으로 레벤스 홀, 팩우드 하우스, 펜스허스트 플레이스, 커비 홀 등이 이 시기에 복원되었다.
다음 시대는 내셔널 트러스트가 많은 역사정원을 증여받으면서 정원보전을 이끌어가던 시대이다. 영국의 내셔널 트러스트가 비록 1895년에 설립되었지만 제2차 세계대전 전까지는 역사정원이 그들이 보전해야하는 유산이라는 사실에 대해서 깨닫지 못하였다. 전쟁 이후 1947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왕립원예협회와 공동으로 정원위원회를 조직하였다. 이로서 이전에 취득한 귀족의 저택에 딸린 정원에 대한 재조명과 함께 전쟁이 끝난 후 많은 정원의 소유자들이 주로 세금에 대한 막대한 부담으로 인하여 그들이 가진 정원을 내셔널 트러스트에 양도함에 따라 역사정원에 대한 보전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이에 따라 내셔널 트러스트는 정원보전에 대한 그들의 원칙을 수립하게 된다. 내셔널 트러스트가 세운 정원관리에 대한 일반적인 원칙은 바로 창조자의 목적에 일치하는 디자인 혹은 정원이 꾸며진 기간의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하에 내셔널 트러스트는 현재 영국 내 200개가 넘는 역사정원을 소유하고 관리하며 일반인에게 개방하고 있다.
그 이후 역사정원 보전에 대한 바통을 넘겨받은 것은 바로 국가의 보전 시스템이다. 내셔널 트러스트의 활약 이후 역사정원의 복원과 보전의 방향은 국가의 정책과 시스템에 의해서 설정되고 이루어지고 있다. 이것은 1983년 문화유산법이 제정되면서 전기를 맞이하게 된 결과이다. 이 법에 의하여 역사정원과 공원은 ‘영국 내 특별한 역사적 중요성을 가진 정원과 공원의 등록' 시스템에 따라 등록문화재로 관리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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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조경인 _ 학술분야 - 김학범(한경대 조경학과 교수)
“조경학회장을 하면서 사람들한테 상을 줄 기회가 많이 있었는데, 그땐 과연 내가 누군가에게 상을 줄만한 자격이 되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이젠 상을 받는다고 하니까 조금 쑥스럽고 창피하다는 생각도 드네요.” 김학범 교수는 올해 상복이 많다. 지난 10월 한국조경학회에서 선정한 <제6회 자랑스런 조경인상>을 수상하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본지의 <제12회 올해의 조경인> 학술분야 수상자에도 선정이 되면서 조경분야에서 최고로 권위있는 상을 한꺼번에 거머쥐는 행운의 주인공이 되었다. 남들의 부러운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소감은 매우 소박했는데, 수상 소식을 처음 접한 그의 첫마디는“왠지 쑥스럽다”는 말이었다. 선정 과정에서 많은 업적이 거론되었지만, 자연문화재분야의 학술적인 성과가 가장인정을 받았다. 그는 1997년부터 2002년까지 약 6년간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에서 전문위원 활동을 하고, 2003년부터 지금까지 그 상급위원인 문화재위원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처음 그가 문화재청에서 활동을 하게 된 것은 1994년 발간된『마을숲-韓國傳統部落의 堂숲과 水口막이』라는 책자가 계기가 되었다. 문화재를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으로 나누어 보았을 때, 당시 자연유산 부문은 주로 노거수라든가 새와 같은 동·식물 대상의 천연기념물 위주로만 지정되는 것이 현실이었다.
물론 마을숲도 겉으로 보기에는 나무로 이루어진 숲일 뿐이지만, 그 안에는 역사적 문화적인 가치가 깊이 깃들어 있는 자연유산으로서, 당시 문화재청에서도 그런 소중한 유산을 발굴하여 문화재로 지정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공감을 하고는 있었는데, 이와 관련된 연구가 전무한 상황이어서 손도 대지도 못하고 있었던 터였다. 그런데 마침 발간되었던 책자와 논문들을 보고 그를 전문위원으로 위촉하게 되었고, 마을숲을 통해 문화재청이 조경분야의 역할에 대해 눈을 뜨게 된것이다.
문화재분야에 조경의 지평을 넓히다
문화재위원으로서 많은 일을 해 왔지만, 특히 주목할 만한 분야는 “명승”이다. 우리나라는 1970년에 처음으로 명승이 지정된 이래 2003년까지 단 7건 밖에는 명승이 지정되지 않았다. 북한은 320건, 일본은 355건이 지정된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명승에 대한 연구가 얼마나 뒤쳐져 있는지를 쉽게 실감할 수 있다.
김학범 교수는 그간 명승을 발굴하고 지정하는데 큰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2003년부터 지금까지 6년 동안 50개의 명승이 추가 되면서 현재 국내에는 57개의 명승이 지정되어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명승에 대한 개념 자체를 새롭게 정립하기 위한 전통조경학자들과의 작업이었는데, 특히 고정원에 대한 연구는 문화재분야에서 조경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함을 확인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실제 일본의 경우 350개의 명승 중 200개 가까이가 고정원이다.
“명승은 전공분야로 보면 당연히 조경이 제일 가까운 분야입니다. 내용으로 보면 고정원이나 공원들이 포함되고요. 우리나라에도 파고다공원이나 인천자유공원처럼 조성된지 100년이 넘는 공원들이 생겼는데, 공원도 오래된 것은 명승으로 지정되어야 합니다.”
산관학 협력, 환경조경발전재단 조직적 기반 마련
그는 서울시립대학교 원예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을 나와 한국종합조경(주)과 효자종합건설(주)에서 약 10여년간 실무에 종사하기도 했다. 1991년부터 연암축산원예대학 조교수로 근무하다가, 1995년에 한경대학교에 조경학과가 설립되면서 자리를 옮겼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는 (사)한국조경학회 학회장과 (재)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을 역임하면서 조경분야 산·관·학의 협력과 발전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특히, 조경분야의 대표 6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환경조경발전재단을 중심으로 그 위상에 맞는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하면서 조직적 기반을 닦는데 공을 들였다. 재단 설립 이후 처음으로 사무국을 개설하였으며, 평소 소신이었던 조경법 제정을 위해서 조경법·제도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그 산하에 조경법추진소위원회, 조경직제홍보소위원회, 건설산업법개선소위원회를 두어 각각의 사업들을 진행하였다. 조경법추진소위원회는 한국조경백서인『한국조경의 도입과 발전 그리고 비전(2008 문화관광부 우수도서 선정)』을 제작하고, 국토환경보전·도시개발과 조경정책 등을 주제로 5차례 전략세미나를 개최하였으며, 조경직제홍보소위원회에서는 조경직제에 대한 다양한 홍보를 진행하여 실제 지방직을 중심으로 조경직제가 확대되는 성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건설산업법개선소위원회에서는 건산법 시행령 개정과 관련하여 조경공사업과 전문건설업이 최초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그 내용을 국토해양부에 전달하여 많은 부분이 시행령 개정(안)에 반영되도록 하였다.
특히 임기 내에 조경기본법 시안을 마련한 것은 빼놓을 수 없는 성과이다, “조경을 지켜줄 조경기본법이 없어서 다른 분야의 법이 생길 때 마다 조경의 업역이 타격을 받는 양상”이라며, 일찍이 업계에 있을 때부터 “조경법의필요성에 대해 절감” 해왔기 때문에 취임하면서부터 줄곧 관심을 가진 문제였다.
조경, 희망과 도전으로 빛나라
그는 조경학과가 생기기 이전 세대였지만, “만약 나중에라도 조경학과가 생기지 않았다면 지금쯤 은행원이나 공무원 등 다른 일을 했을 것”이라며, 학부시절부터 전공보다는 조경설계에 대한 매력에 푹 빠져 있었단다. 그래서, 당시 조경학과 강의를 일부러 찾아 듣기도 했고, 학생 신분에도 선배가 운영하던 조경설계사무실에 나가 일을 돕기도 했다. 처음엔 그렇게 설계가의 꿈을 키우며 조경에 첫발을 들여놓았다. 그러나, 한국종합조경 재직시절, 한국의 유명한 고정원 100개를 선정해서 서울올림픽 때 사용할 홍보 책자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는데, 이를 위해 전국에 있는 고정원을 찾아다니다 보니, 자연문화재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생겼고, 지금은 이를 연구하는 학자가 되었다.“지금 하고 있는 소임을 다 하겠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더 열심히 해서 조경분야의 저변을 넓히는데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김학범 교수는 현재의 우리들에 대해 희망적으로 전망한다. 또한 우리 모두가 각자의 소임을 다할 때 더욱 빛나는 희망이 피어날 것을 믿고 있다. 그의 긍정적인 힘 못지않게 올해의 조경인상도 또 하나의 빛나는 인연을 맺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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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조경인 _ 산업분야 - 김활현(남우산업개발(주) 대표이사)
최근 2~3년 사이 조경건설분야를 둘러싼 제도와 환경은 급속한 변화를 겪어왔다. 그중에서도 특히 건설산업기본법(이하 건산법) 개정과 산림자원의조성및관리에관한법률(이하 산자법) 개정 등은 자칫 조경의 업역 축소 및 침해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으로 조경건설업의 입장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신속하고도 신중한 대응방안 모색이 절실했었다. 이런 외적인 위기 앞에서 업계와 학계, 조경관련단체들과 더불어 조경업 전반의 공동이익 창출은 물론 조경건설업역의 확대를 위해 앞장서왔으며, 관련단체간의 상생을 통한 조경분야의 화합 및 발전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온 이가 있으니, 그가 바로 대한전문건설협회 조경식재공사업협의회 제7대, 제8대 회장을 역임한 김활현 대표이다.
발전을 위한 상생이 곧 조경건설업 전체의 이익
일반건설업(현 종합공사업)과 전문건설업(현 전문공사업)의 겸업제한 폐지를 주요 골자로 한 건산법 개정안은 전문건설업 입장에서는 일반건설업의 시장잠식이 우려되고 일반건설업으로의 진출마저 높은 진입장벽이 예상되는 등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 일반건설업과 전문건설업 사이의 대립이 불가피했었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김대표는 당장의 전문건설업의 입장만을 고수하지 않고 조경건설업 전체의 발전을 먼저 생각하여 조경건설분야 공동의 상생발전방안을 마련하는데 일조하였다. 이를 통해 탄생한 것이 바로 조경분야 최초의 공동의 합의안인 ‘조경건설업선진화 방안’이다. “일반건설업이 사라지면 전문건설업의 일거리가 늘어나고 위상이 높아질 것으로 생각되지만 저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조경분야의 목소리를 더 내기 위해서는 일반건설업이 반드시 건재해야 합니다.” 말인즉 궁극적으로 조경건설업이 든든히 서기 위해서는 일반이든 전문이든 서로간의 상생을 통한 발전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조경업역 보호 및 확장을 위한 실천
조경식재공사업협의회 회장으로서 그의 행적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우선 지난 2007년 환경부에 의해 자연환경복원사업을 별도의 업종으로 신설하는 내용의 자연환경보전법 개정안이 제출되었을 당시, 그는 공청회는 물론 국회를 직접 방문하면서 ‘자연환경복원사업은 건산법에 의한 건설공사로서 건설업자가 시공하여도 충분하므로 별도 업종신설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제출하여 업무의 비효율과 중복을 지양하도록 하였다. 그 결과 자연환경복원업종 신설을 유보하고 건설교통부와 환경부가 추후 재논의하게 하는 성과를 얻어냈다.
또한 지난해 핫이슈였던 산림사업법인(도시림등조성)을 별도의 법인으로 신설하려는 내용의 산자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과 관련해서도 조경건설업과의 상충 문제를 제시하여, ‘건산법 시행령 <별표1>에 따른 건설업 중 조경공사업과 조경식재공사업으로 시행하는 사업은 제외한다’라는 단서조항을 마련하였고, ‘학교숲’을 삭제시킴으로써 업역 침해를 최소화하였다. 또한 “도시림 및 가로수 조성 시행자의 범위와 관련한 정부유권해석”을 통해 산림사업(도시림 등 조성)에조경식재공사업자도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였다.
이밖에도 건산법 개정에 따른 전문건설업 회원사의 업역확대 방안 모색을 위하여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및 발주기관에 3억원 미만의 소규모복합공사가 전문건설업체로 발주될 수 있도록 건의해 왔으며, 건설교통부에서 주택공사의 세부공사(조경식재공사 및 잔디심기)에 대한 하자책임기간을 현행보다 1년 연장하는 주택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할 당시에도 전문건설업계의 경영난 완화를 위해 기존대로 존치시킨 점은 소소해 보이지만 그동안 그가 조경분야의 이익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뛰어왔는지를 보여주는 큰 증거들이다.
조경을 향한 애정, 분야 내 화합을 위한 밑거름
“나의 가는 길은 조경, 여기에 참여를 많이 하고 내가 맡은 책무를 열심히 하고 싶었다!” 김활현 대표는 조경분야 내 거의 모든 회의나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기로 유명하다. 어느 자리이건 간에 그곳에 가면 그를 만날 수 있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 분야 내 주요 행사에 번번이 초청을 받는다는 건 그동안 그가 조경분야에 꼭 필요한 오피니언 리더의 역할을 해왔다는 방증일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추천서에는 ‘조경관련단체 특성을 이해하고 상호간 유대강화를 통해 모든 조경인들의 애로 및 고충을 함께 느끼고 공유하게 함으로써 조경분야의 화합에 기여’했다고 적혀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난 그저 말을 잘 안했을 뿐인데…”라며 웃으면서도 “가만히 말을 듣고 있다가 열세에 있는 단체의 힘을 보태주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늘 각 단체간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해관계가 다른 각 단체가 골고루 발전하려면 균등하게 힘이 분산되어야 하며 그것이 곧 조경분야 전체가 발전하는 길이라는 말에 그는 정말로 조경을 사랑하는 천생 조경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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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조경인 _ 정책분야 - 안상수(인천광역시 시장)
올해 조경계 최대의 이슈는 단연 “2009 인천 IFLA APR 총회”였다. 전세계적인 경제 위기와 신종플루 확산 등의 악재가 있었음에도, 10여개국에서 1,500여명이 참여해 성황리에 개최된 이번 총회는, 사실상 작년 8월 11일 인천시청에서 개최된 (사)한국조경학회와 인천광역시의 “2009 인천 IFLA APR 총회 개최를 위한 협약식”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준비되기 시작했다. 특히나 ‘80일간의 미래도시 이야기’라는 컨셉으로 개최된 ‘인천 세계도시전’의 일환으로 총회가 개최되어, 참가자들에게 더욱 의미 있는 행사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인천시와의 적극적인 협조 체계 덕분에 성공적으로 총회를 개최할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또한 세계일류 명품도시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인천광역시는 공업도시라는 과거의 오명을 벗고 ‘친환경 생태도시 조성’에도 역점을 두고 있어, 다양한 공원녹지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가고 있다. 올해의 조경인 정책분야 수상자로 선정된 인천광역시의 안상수 시장을 만나, 이와 관련된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하는 친환경 생태도시 조성
인천광역시는 국가경제발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던 1960, 70년대에 중추적인 공업도시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급속한 산업화, 도시화의 여파로 공해도시라는 오명을 안기도 했었다. 또한 서울로 모든 것이 집중된 구도 속에서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송도․영종․청라지구가 국내에서 최초로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인천을 바라보는 시각이 새로워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인천시는 올해 대전 엑스포 이후 가장 많은 관람객이 방문한 인천 세계도시축전을 성공적으로 개최한데 이어, 2014년 아시아경기대회 유치에도 성공해, 세계적인 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안상수 시장은 인천을 세계적인 도시로 발전시켜나가기 위해 “복지도시, 문화도시, 환경도시, 지식도시, 국제도시 건설”이란 시정 목표를 세우고 시민 삶의 품격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해나가고 있는데, 특히 인천의 도시 이미지를 새롭게 바꾸기 위해서는 세계의 어떤 도시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환경도시, 녹색도시로의 탈바꿈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자연과 인간이 함께하는 친환경 생태도시 조성, 자연과 함께하는 쾌적한 환경 만들기’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안상수 시장은 2002년부터 2006년까지는 ‘Green 인천 300만 그루 나무심기’ 사업을 추진, 애초에 계획했던 300만 그루의 두 배가 훨씬 넘는 757만 그루의 나무를 식재, 공해도시라는 기존 이미지를 개선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사업 추진 이후 절대적인 녹지양은 증가했으나 시민들이 체감하는 도심 속 녹지는 부족하다는 판단 하에 ‘도심 속 생명의 숲 1천만㎡ 늘리기’ 사업을 연이어 추진하여 10월말 현재 1천2백4십만㎡를 조성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300만 그루 나무 심기는 265만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각자 1그루씩 나무를 심자는 취지에서 구상되었고, 생명의 숲 1천만㎡ 늘리기는 시민 1인당 1평에 해당하는 3.3㎡의 숲을 갖자는 시민참여 운동으로 기획하였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일상생활 공간 내에서 늘 푸르름을 접할 수 있도록 생활권 녹지를 늘리는데 주력하였습니다. 그래서 봉화로 같은 경우에는 교통분야의 반대가 있었지만, 도로의 폭원을 줄이고 중앙분리대에 녹지공간을 확보했고, 도심내의 유휴지와 자투리공간을 최대한 녹지공간으로 조성하고자 했습니다. 또한 주택단지와 가까운 곳에 있다는 점에 착안해 학교숲 조성에도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처음엔 관리 문제 등으로 난색을 표하던 학교들을 설득해 어렵게 추진해갔는데, 지금은 반응이 워낙 좋아서 대상지를 선별해서 순차적으로 해나갈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외에도 안상수 시장은 단순한 녹지 조성에서 한 걸음 나아가, 인천이 말뿐이 아닌 진정한 생태도시가 될 수 있도록 도심 S자 녹지축 보전 계획을 수립, 올해 8월에는 계양산 징매이 고개 생태통로 연결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하였고, 원적산 생태통로 연결 사업을 시작하는 등 계양산에서 봉재산까지 녹지축을 연결하는 도심 생태계 복원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또한 도심 생태계 복원과 생물서식처 조성을 위해, 산지 내 계곡, 옹달샘, 약수터의 버려지는 물을 활용하여 습지(물 웅덩이) 139개소를 조성하는 등 자연의 건전성을 높이는 비오톱 조성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더불어 인공적으로 바닷물을 끌어들여 만든 송도 센트럴파크, 도심을 가로지르는 녹지축 중앙공원, 해양생태지원을 주제로 한 소래해양습지생태공원 조성 등을 통해 거점 녹지공간 확보에도 노력하였다. 특히 중앙공원은 예산 문제 때문에 원래 10년에 걸쳐 조금씩 조성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안상수 시장이 취임 이후 도심 속 녹지의 중요성을 절감하여 기부채납방식을 도입, 조성기간을 절반 이상 단축시키기도 했다.
인천 IFLA APR 공동 개최와 조경에 대한 애정
2009 조경계 10대 뉴스에도 선정된 “2009 인천 IFLA APR 총회”는 1992년 서울과 경주에서 개최된 세계대회 총회와 1999년 양양에서 열린 동부지역 회의에 이어 국내 조경계가 세 번째로 개최한 세계조경가협회의 국제 행사였다. 서두에서도 이야기한 바와 같이 예상을 뛰어넘는 많은 인원이 참석, 21세기 새로운 조경의 비전 모색을 위한 논의의 장이 펼쳐졌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어, 성공적인 총회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80일 동안 ‘내일을 밝히다(Lightening Tomorrow)’라는 주제로 개최된 인천 세계도시축전의 일환으로 이번 IFLA APR 총회가 개최될 수 있도록 크고 작은 지원을 아끼지 않은 안상수 시장은 도리어 “여러 나라의 조경전문가들에게 인천의 달라진 모습을 알리고 또 인천의 공원녹지 정책에 유익한 학술적 연구 성과들과 정보를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었던 좋은 자리였다”며 공동개최자인 한국조경학회에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또한 적은 인원으로 정말 많은 공원녹지사업들을 추진해나가고 있는 직원들에게 공을 돌리기도 했는데, 이례적으로 공원녹지 담당 공무원을 격려하기 위해 보통 고시출신이나 타 부서에서 맡곤하던 부이사관급 자리에 9급으로 출발한 공원녹지 직원을 임용하는 파격 승진을 단행하기도 했다. 그리고 인천시는 조경의 전문성과 중요성을 감안해 2007년부터 꾸준히 조경직 공무원을 임용하고 있는데, 2007년 24명에 이어, 2008년에도 13명이나 임용하였고, 2009년에도 조경직 7명, 산림자원직 4명을 임용하였다.
“시민들이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건강한 녹색도시를 만들고 가꾸는 조경에 대한 투자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아도 가장 훌륭한 투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가 창출해내는 유익한 가치는 산술적으로 따질 수 없을 정도로 정말 막대합니다. 또 도시 이미지에 미치는 효과 역시 지대합니다.”
질 높은 삶의 공간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요즘, 안상수 시장의 조경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자연과 인간이 행복하게 공존하는 친환경 생태도시 구현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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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조경인 _ 특별상 - 이창환(상지영서대 조경과 교수)
올해 조경계 10대 뉴스 중 하나로 꼽힌 ‘유네스코, 조선왕릉 40기 세계문화유산 지정(환경과조경 2009년 8월호 참고)’소식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우리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긍지와 자부심을 느꼈던 뉴스였다. 조선왕릉의 조영적 특성과 문화적 우수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정과 찬사는 우리로 하여금 우리 조상, 우리 역사 더 나아가 우리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더불어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현재 우리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듯 소중한 역사적 업적을 이룩하는데 있어, 깊이있는 연구를 통해 적극적으로 등재과정을 지휘한 상지영서대 이창환 교수는 “진정한 세계화는 우리의 것을 올바르게 안 후에, 그것을 바탕으로 다른 것들을 알아 진정한 우리만의 아이덴티티를 갖는 것”이라고 말하며, 조경인들에게 조경적 영역에서 전통과 현대가 어떻게 어우러져 부가적 가치를 생산할 것인지에 대한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역사는 기록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거짓말을 못한다
이창환 교수는 2009년을 되새기며“공부한 사람 입장에서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정도의기쁨과 보람을 느꼈던 한 해”라고 말했다. 스스로를 “공부하는사람”이라고 표현한 그의 말 속에서 학문적 정진을 통한 깊이있는 연구에 대해 가치있게 여기는 그의 생각을 단편적으로 읽을 수 있다.
어려운 환경속에서 다른 이들보다 늦게 대학에 입학한 이교수는 아직 보편적인 조경학문의 토대가 세워지지 않았던 1976년, 강원대학교 원예(조경)학과에 입문하면서 조경학과 인연을 맺는다.“ 역사는 기록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거짓말을 못한다”는 이창환 교수의 말처럼, 그 어떤 것보다 기록(고문서)에 대한 해석이 중요한 역사연구에서 이교수의 연구에 실제로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은 어릴때부터 부친에 의해 익혀온‘한문’과‘서예’였다. 한문에 대한 소양을 바탕으로 한 고문서 해석 연구는 자연스레 전통공간에 대한 연구로 이어졌고, 그중에서도 평소 무궁무진한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고, 이루어져야 하는 공간이라는 생각을 가져왔던 조선왕릉의 연구로 이어지게 되었다.
“신의 정원”, 우리만의 것에서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조선왕릉 연구의 초창기에는 사이트가 너무 광범위하고 접근 또한 쉽지 않아 많은 고비를 맞았다고 한다. 특히 등재신청서 작성의 큰 틀을 제공한 실측도면과 분석도면은 이교수가 수년간에 걸쳐 작성한 것으로, 장비와 기술의 부족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어려움을 겪은 그의 땀과 눈물이 그대로 스며있는 결과물이다.
이교수는 그의 논문에서 조선왕릉의 입지적 특성과 공간구성·경관·식생의특성 등을 밝혀내는 연구 업적을 이루었다. 능역공간을 능역과 능원으로 구분하고, 능원을 제례행위의 패턴에 따라 진입공간 - 제향공간 - 능침공간으로 나누었다. 진입공간은 산 자의 공간인 속세의 공간이고, 제향공간은 산 자와 사자(死者)의 만남의 공간이며 성과 속의 공간으로, 능침공간은 절대적 선왕의 공간인 성의 공간으로 구분하는 조선왕릉의 조영철학을 밝혀냈다. 또한 능침공간이 정자각 등에 의해 차폐되고 능침은 시야가 열리는 경관적 특성과 능역의 축이 능침과 안산으로 이어지는 직선축으로 위요성과 중첩성이 있음을 통해 이 배경에는 자연친화적 한국인의 자연관이 있음을 밝혔다. 특히 자연속에 왕의 무덤이 살짝 내려앉은 조선왕릉의 숭고하고도 성스러운 모습을 표현한 ‘신의 정원’이라는 말은, 도심내 역사경관적 가치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교수는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2000년 국가간 한ㆍ중 과학기술교류 학자로 선발되어 중국 북경임업대학에서 원림건축(궁능관련)으로 박사후 연구과정을 마쳤다. 특히 중국 명ㆍ청 등 각 시대의 왕릉을 직접 답사·연구하여 조선왕릉과 조영적 차이가 있음을 고찰하였다. 이는 세계문화유산 등재신청서 작성의 근간이 되었다.
이교수는 이번 조선왕릉 세계문화유산 등재시 잠정등록 등재를 위한 기초연구(2005), 국내외 각종 학술대회에서 조선왕릉의 문화적 특성 등에 대한 발표(2006~2008), 조선왕릉 세계유산 등재 추진 종합 학술연구(2006~2007), 조선왕릉 세계유산 등재신청서 작성(2008)의 주도적 역할을 하였으며, 2008년 예비실사 및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실사시 조선왕릉의 문화적 특성에 대한 브리핑 및 수행자로 참여하여 조선왕릉의 특성을 설명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다. 또한 조선왕릉 세계유산등재를 전후해 각종 방송매체를 통한 조선왕릉의 세계문화유산적 가치와 우수성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활동과 각종 강연과 집필 등을 통해 조선왕릉을 소개하는 전령사로서의 역할을 했다.
조선왕릉이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이어가는데 조경인들의 적극적인 역할 필요
유네스코는 조선왕릉40기에 대해 세계유산등재와 함께 발전적 보존을 위해 일부 훼손된 능역의 원형보존과 개발압력에 따른 완충구역의 적절한 보존지침 마련ㆍ시행, 종합적인 관광계획과 안내해설체계 마련 등을 함께 권고하였다.
이창환 교수는 조선왕릉을 비롯한 전통공간에 대한 가치가 올바르게 평가되고 인정받기 위해서는 우리부터 그 공간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고 다른 이들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 한 예로 중국의 경우 외국에서 귀빈이 방문하게 되면 중국의 전통원림인 ‘조어대’라는 곳에서 숙박을하게함으로써 그들에게 자국의 역사와 문화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깊은 인상을 주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현대식 건물인 시내 일류 호텔에서 대접을 하고 우리가 그토록 자랑하는 반만년 역사의 산물인 궁궐 등은 한 번 눈으로 훑어보는 정도에 그쳐 우리것에 대해 제대로 인식시켜 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관점에서 “특히 조선왕릉의 경우 조상을잔디속에 모신 것은 세계 어느 역사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것으로, 오늘날 대다수의 왕릉이 도심지 내에 위치해 있는데 그 면적 또한 넓어 활용가치가 매우 높다”며,“ 조선왕릉이 세계유산으로서의 소중한 가치를 이어가는데 조경인들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말했다.
옛말에 옛 것을 알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 것을 안다는 뜻의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라는 말이 있다. 그 정신을 몸소 실천하고 보여주는 이창환 교수의 말처럼 조선왕릉의 세계문화유산 지정은 이제 작은 시작일 뿐이다. 전통과 역사를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는 그의 힘찬 발걸음에 올해의 조경인 수상이 힘을 북돋우는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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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조경계 10대 뉴스
The 10 Biggest Events in Korean Landscape Architecture 2009
본지는 올 한해를 정리하면서, 송년특별기획으로 조경 관련 단체장 및 본지 자문위원, 편집위원들과 함께 국내 조경계 안팎에서 있었던 주요 조경계 뉴스들을 선정해 보았습니다. 20여개 가까운 10대 뉴스 후보들 중에서 논의과정을 거쳐, 최종 10대 뉴스에 선정된 이슈는 ‘2009 인천 IFLA APR 총회 개최’, ‘4대강 사업 본격 추진’, ‘광화문광장 준공’을 비롯 아래와 같으며, 이 뉴스들 이외에 ‘경관학회 창립’, ‘상상어린이공원 개장’,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관리 강화’, '한국어린이공원시설협동조합 출범' 등이 비중있는 이슈로 검토되었습니다. 특히 논의 과정에서,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 시행으로 향후 어린이놀이시설과 관련된 프로젝트가 다수 진행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이에 대한 조경계의 관심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하였습니다. 참고로 한국조경사회에서는 이와 관련해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체계 개선방향’ 연구용역을 진행한데 이어, 어린이놀이시설 검사대행기관 선정을 위해 관련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09년 조경계 10대 뉴스의 주요 내용과 월별 주요 뉴스 일지를 통해 한 해를 되돌아보고, 2010년을 새로운 마음으로 준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그리고 지면을 빌어 조경계 10대 뉴스 선정에 참여해주신 선정위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2009년 조경계 10대 뉴스(숫자 및 가나다순)
1. 2009 인천 IFLA APR 총회 개최2. 4대강 사업 본격 추진3. 광화문광장 준공4. 순천시, 2013 국제정원박람회 유치 확정5. '용산공원종합정비계획' 조경학회 추진6. 조경정보지(랜드스케이프 리뷰) 창간7. 조경포털 사이트 라펜트 정식 오픈8. 조선왕릉 40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9. 한강 르네상스 특화사업 1단계 완료10. 한국토지주택공사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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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아이디어 공모
국토해양부(장관 정종환)가 주최한 용산공원 아이디어 공모에서 1등 작품 없이 2등 3작품, 3등 3작품, 가작 4작품, 입선 20작품 등 총 30개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수상작들에 대해서 주최측은 향후 종합기본계획 등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공원형태를 결정하기 위한 기초적인 아이디어 자료로 활용할 예정으로, 용산공원 조성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및 설계 등 각종 준비절차들은 미군 이전 등 주변 상황에 맞게 효율적이고 탄력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본지에서는 전체 수상작 중 2등작 3점, 3등작 3점, 가작 4점을 소개한다. _ 편집자주
위치 _ 서울특별시 용산구 용산동 1~6가 및 서빙고동 일원면적 _ 약 2,458,000㎡(북쪽 부지는 약 714,000㎡, 남쪽 부지는‘주한미군 잔류시설 지역(약 84,000㎡)’을 제외한 약 1,744,000㎡) 향후 측량 등에 따라 다소 증감이 있을 수 있음. 대상면적에 포함되지 않는 남쪽과 북쪽 부지 사이의 도로(이태원로)는 도시계획도로로서의 기능을 유지함주변현황 _ ‘주한미군 잔류시설 지역’은 12층 건물이 소재하고 있으며, 일반인 통행이 제한되는 지역임
2nd Prize Winner
EVOLVING HISTORY윤희연(James Corner Field Operations), 최혜영(AECOM design+planning), 신용주(BTARCH), 기효순(Hargreaves Associates)
인프라 포리스트 파크Infra-Forest Park윤웅원ㆍ김정주ㆍ박주현ㆍ류하나ㆍ문지웅((주)제공건축사사무소)
내재된 풍경inherent landscape최종훈ㆍ양기욱ㆍ권니아(건축사사무소 NIA)
3rd Prize WinnerA PERFORMATIVE PARK FOR A LANDSCAPE CITY용산 공원 조성을 위한 전략과 비전 유걸((주)아이아크건축사사무소), 고주석ㆍ고아네모네(오이코스디자인), 박인수((주)아이아아크건축사사무소)
DHZDE-HUMANIZED ZONE유현준(유현준 디자인 연구소), 김연희ㆍ노래원ㆍ김인기(홍익대학교 대학원)
自然 .자연_꾸미지 않는 아름다움홍근표(고려대학교 대학원), 서태경ㆍ강수연ㆍ신유희ㆍ김민선(고려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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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춘선 폐선부지 공원조성 기본계획(안) 현상공모
서울특별시는 경춘선 복선화사업에 따라 폐선되는 일부구간을 시민들을 위한 선형의 테마공원으로 조성하기로 하고 창조적이며 우수한 설계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6월 현상공모를 공고하였다. 총 9점의 작품이 출품된 가운데 지난 10월 16일 심사를 거쳐, 20일 (주)채움조경기술사사무소(대표 김병채)와 (주)건축사사무소 어반엑스(대표 오섬훈), (주)선진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대표 유상천 외 2인)가 제출한 “흙길을 걸어서 만나는 도시 숲 갤러리”를 당선작으로 발표하였다.
당선작 _ 흙길을 걸어서 만나는 도시 숲 갤러리
(주)채움조경기술사사무소+(주)건축사사무소 어반엑스+(주)선진엔지니어링+김아연 교수+(주)EDI환경디자인+(주)크리룩스
설계참여자 _ (주)채움조경기술사사무소(김병채 소장, 조양숙, 이덕희, 정경호, 정동희, 김상우, 최진아, 김은미, 성가은, 신민경, 최민경, 박항기, 원광연)+(주)건축사사무소 어반엑스(오섬훈 소장, 김기웅, 김양미, 이상수, 석영, 김선화, 김태완)+(주)선진엔지니어링(함인선 대표, 서은실, 김대환, 채진철)+서울시립대 김아연 교수(신준호, 양영균, 신미숙, 고재웅, 임정진, 김상윤)+(주)EDI환경디자인(엄성렬 소장, 이창주)+(주)크리룩스(고경주 소장)
빠르게 진화하며 복잡해지는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두 시간을 넘게 걸을 수 있는 아주 긴 숲이 있으면 어떨까 상상한다. 아스팔트와 보도블럭이 아닌 부드러운 흙을 밟을 수 있는 곳이 도시 한가운데에 있으면 어떨까 상상한다. 춘천 가는 길로 기억될 낡은 철길에 새로운 일상과 축제, 문화와 놀이의 켜가 차곡차곡 덧대어지면 어떨까 상상한다.
이렇게 소박하지만 가슴 뛰는 상상과 바람들은 바로 다름 아닌 우리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 이야기들에 귀 기울이는 배려와 작은 이야기들이 갖는 큰 힘에 대한 믿음이 도시 숲 갤러리에 놓여 있다. 우리 스스로가 아끼고 사랑할 수 있는 도시 숲 갤러리는 자랑하고 싶은 서울의 대표공원이 될 것이다.
서울 도시 숲 갤러리는 누구나, 언제나, 쉽게 갈 수 있다. 천천히 느린 템포로, 이슬냄새가 배어있는 흙길을 걸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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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101, 설계를 묻다(11) 프로세스: 시간축의 공간화
프로세스에 대한 논의의 세 갈래 길
두 달 전 리빙시스템을 마무리하면서 동태적 미학의 고찰을 보충해야겠다는 멘트를 달아놓았다. 뿐만 아니라 생명과 관련된 재료를 다루는 조경분야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프로세스에 관련된 담론들을 정리해봐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차였다. 프로세스라는 키워드에 대한 글과 자료를 수집하고 살펴보는 와중에 뭔가 뚜렷해지고 정리되어 수렴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발산되고 산만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이는 프로세스라는 키워드의 다의성에 기인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세스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과정, 공정, 절차, 순서, 진행, 경과, 변화 등의 단어와 함께 쓰이고 있음을 알게 된다. 모두 유사한 뜻이긴 하지만 굳이 분류를 하자면 발달과정, 즉 순리대로 자라나는 현상에 관한 것과 진행과정, 즉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나아지게 하거나 주도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의 두 가지 뉘앙스를 구별할 수 있다. 이 글은 주제 키워드와 조경설계 간의 연관에 기반을 두어야 하므로, 프로세스로 서술할 수 있는 모든 방향들 중 공간 또는 공간화와 결부되는 것에만 집중할 것이다. 이에 따라 프로세스를 시간축과 연관된 공간현상 및 공간구성행위라고 좁게 정의하고, 설계행위의 대상인 공간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프로세스에 대해서 서술할 예정이다. 다의적 의미의 프로세스를 공간이라는 각도로 좁혀서 규정한다 하더라도 크게 세 가지 방향의 논의의 갈림길이 드러나게 된다. 첫 번째는 거시적 입장에서 도시와 생태계의 인식에 관련된 것이다. 두 번째는 미시적 입장에서 생물재료와 연관된 조경분야의 설계고려사항에 관한 이야기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설계의 주체인 인간의 사고방식과 설계과정과의 연관성에 관한 것이다. 이 세 갈래의 담론은 결론에서도 서로 만나거나 통합적으로 논의되지 않을 수 있다. 선택의 기로에서 세 방향중 하나를 선택하여 깊이 파헤쳐보는 것도 고려하였으나 연재의 목적상 포괄적인 접근을 펼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하였다. 프로세스는 큰 틀에서는 고정화될 수 없는 현상과 그 흐름을 다루는 방식에 관한 것으로서 시간과 결부된 공간적 특징을 가시적으로 드러냄으로써 공간을 다루는 타 분야와 차별될 수 있는 조경분야의 중요한 키워드라고 인식된다.
인식의 틀로서의 프로세스 - 거시적인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시도
세 갈래의 논의 중 첫 번째는 프로세스에 대한 인문학적 인식에 관한 것이다. 시간의 차원과 행위자의 문제에 주목하는 현대의 문화인류학자들은 하나의 집단 내에도 여러 다양한 관점과 주제, 가치와 규범들이 존재하며 이러한 것들이 서로 경쟁, 갈등, 모순 관계에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문화는 하나의 잘 통합된 구조(structure)라기보다는 여러 다양한 힘들이 끊임없이 작용하며 변화하는 과정(process)으로 파악된다. 문화를 인간의 정주환경으로 치환하는 데에 무리가 없다면 도시를 구조보다는 과정으로 파악하는 관점이 유효하게 된다. 문화인류학자들의 이러한 관점은 근간에 조경분야에서 논의되고 있는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의 방향과도 유사성을 보이는데 제임스 코너는 테라 플럭서스(terra fluxus)라는 에세이를 통해서 도시를 시간에 따른 과정과 교환의 살아있는 장으로 보아야만 하며, 동시에 새로운 힘과 그 관계가 새로운 형태와 주거의 양상을 위한 토대를 형성하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계라는 의미의 테라 플럭서스는 문화인류학자가 인식하는 프로세스로 봐야할 것이며 테라 퍼마(terra firma), 즉 변하지 않는 고정과 유한의 개념은 스트럭처로 부드럽게 치환될 수 있다. 코너는 또한 보다 유기적이고 유연한 어바니즘을 개념화하는 데에 있어서 현상이 작동하는 과정을 이해하는 학문인 생태학이 어떻게 지구상의 전 생명체가 동태적 관계로 서로 깊이 연관되어 있는 지를 보여주는 데에 유용한 틀이 된다고 하였다.
도시를 프로세스로 인식하는 관점과 조경설계와의 연관성은 다양한 방식을 통해서 시도되고 있다. 과거 도시를 고정된 구조나 대상으로 인식하고 ‘마스터플랜’의 정신으로 공간을 다루었던 접근 방식과 최근 들어 도시를 과정이나 현상으로 인식하고, 도시 형태와 동태적인 환경 프로세스 사이의 관계를 디자인하기 위해 ‘프레임워크 플랜(framework plan)’이나 ‘전략적 플랜(strategy plan)'이 중용되는 방식은 확실히 대비된다. 하지만 필자는 전략적 플랜이 마스터플랜을 무력하게 만들고 폐기시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정태적 형태에만 초점이 맞춰진 설계사고방식을 견제하고 동태적 미학에 대한 담론과 실험을 유도하는 보완적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양한 담론과 설계의 결과로 동태적 미학을 구현하는 프로세스적 설계가 설계스튜디오나 공모전의 한 구석을 차지하게 된 것은 이제 일반적인 현상이 되었지만, 본래의 의미를 구현하지 못하고 피상적으로 공모전의 장식재처럼 쓰이는 경우도 눈에 많이 띄고 있으며, 이에 대한 비평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예쁜 다이어그램으로만 포장된 공허한 프로세스의 제시는 동태적 현상을 디자인과 접목시키겠다는 노력에 무임승차하려는 무책임한 행위이다. 배정한의 지적대로 프로세스적 설계 자체가 새로운 대안이나 강점으로 인정받는 시대가 지났으므로 얼마나 정교하게, 탄력적으로, 전략적으로 프로세스를 디자인할 수 있으며 디자인을 통해 프로세스를 조율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런 능력을 취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누구도 자신 있게 주장하지 못할 것이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효과적인 연습으로는 동적 평형을 이루고 있는 도시현상을 인문적, 경제적, 생태적으로 나누어 분석적으로 이해해보는 것을 들 수 있다. 이해가 선행되어야지 활용이 가능한 법이다. 어려운 점은 변화의 규모가 너무 크거나, 속도가 너무 느리거나, 비물리적인 변화가 많아서 인지하거나 관찰하기 용이하지 않다는 데에 있다. 인비저블 프로세스(invisible process)로 칭할 수 있는 본 갈래는 구체적인 공간설계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조경 분야에 의해 활발한 담론의 소재가 되어야 할 것으로 주장한다. 그 이유는 공간설계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를 제공할 배경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며, 조경분야가 도시의 계획과 설계에 동태적, 생태적 논리를 부여함으로써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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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로 보는 조경이야기(2): 요소 분해와 연계성
구조주의의 본질은 ‘체계적으로 잘 짜여진 일련의 구조체’로 대상을 보는 관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그동안 언어학이나 인류학 등과 같은 타분야에서는 해석이 쉽지 않은 추상적 대상을 객관적 언어로 읽어내는데 적지 않은 성취를 이루어 왔다. 비슷한 사례를 유독 우리 디자인 동네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데,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필자는 1960년대 네덜란드 구조건축주의자들의 과오가 가장 크다고 본다. ‘구조주의건축’이라는 그들의 주장은 장래 사용자들의 예측 불가능한 필요에 지장 받지 않는 최소한의 구조-infrastructure로서의 공간-를 기반으로 하는 형태를 만들자는 논리였다. 이들이 말하는 ‘구조주의’는 실상은 당시의 시대정신-Precise Science-에 기초한 구조주의적 인식론을 반영한 것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그들이 생성해낼 ‘형태’를 수식하는 용어였을 뿐이다. 그 이후로도 구조언어학을 기반으로 하여 디자인 과정의 알고리즘을 확립하려는 시도들이 있어왔으나, 여전히 같은 오류-해석의 도구로 생성의 매커니즘을 만들려는-를 반복해 온 것에 불과하다. 구조주의, 구조언어학 등에서 말하는 구조 개념은 본질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위한 도구라기보다는 무언가를 알기 쉽게 이해하기 위한 해석의 도구이다. 대상을 하나의 논리적 구조로 보고 그 구조를 이루는 요소와 체계들을 객관적으로 읽어보자는 것이다. 추상의 세계를 구상의 언어로 설명하려는 시도이다.
본 연재 역시, 제목 그대로, 조경작품을 일련의 “구조”로 여기고 그를 해석해보고자 하는 시도에 다름 아니다. 이번에는 구조주의의 핵심개념인 요소분해와 연계성에 대해 자세하게 다루고자 한다. 이미 잘 알려진 선유도 공원을 대상으로 하여 전편의 연재에서 소개된 기본 원칙들을 구체적으로 적용해가는 방법을 취하도록 할 참이다. 대 전제는 “작품은 그 스스로 말한다”이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선유도 공원의 신화, 그 이면에 감추어져 있는 형태생성의 비밀을 발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시니피앙의 수수께끼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어야 다음의 여정을 계속할 수 있는 여행자처럼, 우리도 여기에서 재미있는 수수께끼를 하나 풀어보았으면 한다. “남자에게는 있고 여자에게는 없으며, 뱀에겐 있고 개구리에겐 없고, 삼촌에겐 있고 형에겐 없고, 아빠에겐 없고 엄마에게는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남자에겐 있고, 여자에겐 없다’에서 독자들은 쉽게 답을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개구리에겐 없고 뱀에겐 있는 것’이라고 했을 때부터 뭔가 조짐이 이상하다 싶더니 급기야 ‘엄마에겐 있고 아빠에겐 없는 것’이라는 마지막 대목에 와서는 혼란스러운 마음에 포기상태에 빠져버리게 된다. 분명 처음 시작은 남자에겐 있고 여자에겐 없다라고 했는데, 마지막에 와서는 ‘아빠에겐 없는데 엄마에겐 있다’고 하니, 첫 번째 문장의 일반론을 뒤집을만한 어떤 대단한 것이 엄마들에겐 있다는 말인가? 일부 독자들은 그것이 이미 ‘받침 미음’이라는 것을 알고 내심 웃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들이 웃을 수 있었던 것은, 그 말들이 가리키고 있는 개념(기의記意, 시니피에signifie)이 아니라 말 자체의 형식(기표記表, 시니피앙significant)속에서 그 있고 없고의 관계를 찾았기 때문이다. - 남자, 여자, 뱀, 개구리, 삼촌, 형, 아빠, 엄마는 모두가 기호이다. 다른 이들이 수수께끼를 풀지 못한 것은 이처럼 기호의 내적인 형식을 보지 않고, 그것이 나타내는 의미만을 찾아서 달려가려 하는 습관 때문이었을 것이다.
시인은 언어를 기호로 사용하여 의미를 만들고, 우리 디자이너는 형태를 기호로 사용하여 의미를 만든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다른 이의 작품을 공부할 때 ‘작품’이라는 기호를 넘어 다른 것을 보고 담론으로 소비한다. 문제는 대부분 이 작품이 내포하는 의미는 어떤 것인지를 파악하는데 그치는 데에 있다. 작품답사조차도 작가의 철학이나 관점 등을 답사를 통해 확인하는데 불과하다. ‘역시 대가야! 어떻게 그 시절에 이런 생각을!’ 감탄을 하기도 하겠지만 정작 본인의 디자인을 할 때는 ‘에이 대가도 아닌데 뭐’라며 꼬리를 내리기 십상이다. 우리의 공부는 덧없고 디자인은 어렵기만 하다.
오늘 다루고자 하는 선유도 공원의 경우가 바로 그러하다. 대부분 우리는, 기의(記意-시니피에, 기호의 의미작용)로서의 선유도 공원에 대하여서는 의문을 달지 않는다. 기존의 정수시설의 구조물을 그대로 사용하여 그 위에서 새롭게 자라나는 초록의 생명,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면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기표(記表)로서 선유도 공원의 구성, 그 내적 형식은 어떠한가?
녹색기둥의 정원을 예로 들어 살펴보자. 혹자는 과거 정수시설의 기둥을 초록색으로 덧입혔으니 “녹.색.기.둥.의.정.원”이 된 것 아니냐. 이것 이상 뭐가 있냐 라고 반문할 것이다. 나무 심으면 조경이니 다 된 거라고 생각하는 것과 매양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한가지만 질문을 해보자. 왜 녹색기둥들은 한 줄이 통째로 비워져 있을까? 과거 정수시설의 구조였던 기둥들을 활용하여 초록색 생명을 덧입히는 정원을 만든다고 하는 것이 개념이므로 녹색의 기둥으로 최대한 채워도 마땅치 않을 판에 그 자리에 뜬금없이 앉음벽이 자리하고 있다. 기의와 기표, 시니피에와 시니피앙의 충돌! - 디자인에서 항상 벌어지는 현상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