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수지 5차아파트는 삼성전자 임직원을 비롯해서, 계열사 직원들의 임대아파트로 계획되었는데, 어느정도 동 배치가 마무리되었을 때 단지 특화전략이 대두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뒤늦게 조경가가 참여하게 되었는데, 설계사인 바인플랜은 평소 업무협조가 이루어지고 있던 홍콩의 하셀사와 공동으로 기본계획에 참여해, 몇가지 원칙 아래 조경설계안을 제안했다고 한다.
주변의 기존 야산과 연계될 수 있도록 원형보전녹지를 비롯한 단지 주변을 일주하는 산책로는 최대한 자연친화적 공간으로 조성하고, 중앙광장을 비롯한 곳곳의 조경공간을 최대한 이용자 위주의 공간으로 꾸미며, 공간별 위계를 두어 중앙광장에 최대한 디자인 전략을 반영하겠다는 것이 대원칙이었는데, 앞서 언급한 조감도상의 설계를 택하기보다, 설계안은 단순할지라도 실제 이용자들이 고층 아파트 단지에서 느끼기 쉬운 답답함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도록 여유있는 공간을 조성해보고자 한 것이다. 요란한 볼거리를 주기 보다, 거주공간임을 감안, 오래도록 편안한 공간이 되도록 한 것이다.
또한, 주변의 훌륭한 자연환경과 연계되어 풍성한 녹음 속의 주거단지가 될 수 있도록, 기존 숲의 자생수종을 풍성히 도입해, 마치 주변의 산이 단지로 흘러들어와 유입되는 분위기가 형성되도록 설계안을 구상하기도 했다.
<중앙광장>
위치 : 경기도 용인시 풍덕천리 215-8
면적 : 128,915㎡
세대수 : 1,828세대
발주 : (주)삼성전자, (주)삼성생명, (주)삼성물산
시공사 : (주)삼성물산 주택부문 조경팀(임삼춘 차장, 노성구 대리)
조경 기본계획 : 바인플랜 + 홍콩 하셀(HASSELL)
조경 기본 및 실시설계 : 바인플랜(소장 윤미방)
조경식재 : 두성조경(함영기 대표, 이종민 부장), 고은조경(이주호 대표, 이일종 부장)
조경시설물 : 청우개발(이재홍 대표, 정관우 차장), 두성조경
조형물 : 정보원(조각가)
색채계획 : 유희준 교수(한양대)
공사기간 : 2000년 9월 ∼ 2001년 7월
먼저, 과감하게(?) 진입부 설명을 생략하고 중앙광장으로 들어가보면, 전체적으로 직사각형 형태인 중앙광장에는 직사각의 오른쪽 장축을 따라 역시 직사각형 형태의 정형적인 계류가 연이어 배치되어 있고, 왼쪽의 장축을 따라서는 교목이 열식되어 있어, 방향성이 강조되어 있는 느낌을 준다. 계류는 광장의 중간쯤에서 동과 동 사이에 꾸며져 있는 포켓 공간의 벽천으로 연결된 후 마무리되어 있고, 그 아래쪽에는 야생초화원이 역시 직사각형 틀 내에 곡선형 배식패턴으로 꾸며져 있으며, 그 왼편에는 양철 느낌을 강하게 전해주는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크게, 계류, 교목 열식, 야생초화원, 조형물로 꾸며져 있는 것인데, 바닥 포장이 야생초화원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화강석으로 처리되어 있어, 매우 심플한 분위기가 배어난다. 더욱이, 조형물과 같은 질감으로 제작·설치한 벤치는 화강석 바닥포장과 어울려 한껏 모던한 느낌을 고조시키고 있다. 일명 조감도상의 설계(적합한 용어는 아니나 우선 사용키로 한다)가 흔히 차용하곤 하는 바닥포장패턴의 대비를 통한 디자인을 배제한 대신, 얼핏 부조화를 이룰 것처럼 보이는 식물의 녹색과 은회색 톤(조형물, 벤치, 화강석 포장)의 대비를 통해 이곳을 지나가거나, 휴식을 취하는 이에게 색다른 느낌을 전해주는 것이다.
<중앙광장내의 계류>
한편, 계류 및 야생초화원(초화원 내부에도 직사각형이 반복적으로 차용되어 있다)에서 강조되고 있는 직사각형을 안그래도 직사각 형태인 중앙광장에 도입한 것은 사실, 아파트 단지가 직사각(성냥갑이니 닭장이니 하는 부정적 표현을 떠올려보자) 투성이인 점을 감안하면, 모험이라고 할 수도 있다. 상식적으로는 직사각의 정형성을 완화시켜줄 수 있는 곡선의 도입을 생각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하지만, 제 아무리 키 큰 나무를 심는다고 한들 아파트의 수직성을 감당해내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다는 점에 공감한다면, 수직의 직사각을 평면에 눕히고, 주변의 교목과 대비되는 키작은 단풍나무를 열식한 후 다시, 그 보다 낮은 물기둥이 솟는 아기자기한 분수를 설치하고, 또 그 보다 낮은 지피류를 식재한 패턴은 분명 역설적으로 수직의 직사각형이 주는 부정적 느낌을 상쇄시켜주는 것으로 보인다. 낮은 물줄기, 키 작은 나무들, 아이들도 내려다 볼 수 있는 야생화원이, 아파트라는 배경에 위요되어 오히려 아늑한 느낌마저 전해준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설계자는 모던과 미니멀이라는 키워드로 설계 컨셉을 요약했는데, 3면이 고층아파트(나머지 1면도 어린이집이 들어서있어, 실제로는 갇혀있는 곳이다)에 둘러싸여 있어 답답한 느낌이 드는 장방형 대지에, 최대한 개방감을 주어 열려 있으면서도 여유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이런 컨셉을 도입했다고 한다.
어쨌든, 녹색과 은회색의 대비, 직사각의 구상과 식물의 선이 만들어내는 추상의 대비는 비교적 세련된 느낌을 이용자들에게 전해준다. 또한, 직선과의 완충을 기대한 듯, 곳곳에 다채로운 곡선의 변화가 돋보이는 물줄기를 내뿜는 분수를 배치한 점 역시 의도된 설계전략이라면, 제대로 맞아들어간 듯 싶다.
단지 전체를 감싸고 있는 산책로는 원형 보전 녹지 부분에는 기존의 흙길을 그대로 활용하고, 기타 부분에는 판석, 침목 등 다양한 포장패턴을 활용하되, 지나치게 인공적인 느낌이 나는 것을 배제하는데 주안점을 두어 조성했으며, 산책로와 연계된 휴게공간 및 간단한 운동시설을 마련함으로써, 균등하게 녹지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는 중앙광장 인근 입주자 뿐만 아니라, 외곽 동의 입주자들에게도 균등한 녹지 이용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간단한 수경시설이 중앙광장 이외에 3곳에 각기 설치되었고, 단지의 외곽부에는 큰 규모의 벽천이 설치되기도 했으며, 어린이 놀이시설 및 운동시설, 휴게공간 등이 조성되었다.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남기준 Nam, Kee Jun
본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