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이곳은 상당히 적은 면적에도 불구하고, 건물과 외부공간과의 조화가 돋보이는 곳이다. 건물 전면부를 도로에서 후퇴시킴으로써 확보된 20여평 남짓한 공간이 조경면적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데, 이곳에 수형이 비교적 잘 잡힌 5그루의 소나무와 대나무, 자연석을 효과적으로 배치, 높은 효과를 얻고 있다. 건물 지붕과 거의 비슷한 키를 자랑하는(?) 소나무를 중심으로, 좌우에 각각 2그루씩의 소나무가 심겨있고, 대형 소나무 아래로는 대나무가 촘촘히 - 마치 울타리처럼 - 식재되어 있는데, 이 정도만으로도 주변 주택들에 비해 확연히 구분되고 있다(유행처럼 둘러져 있는 흰색 목재 울타리에 비해 얼마나 특색있는 울타리인가). 이웃 주택들이 지나치게 건물 위주로 조성되어 있기 때문인데, 이외에도 정원 안쪽에 식재되어 있는 120년된 백일홍과 150년된 모과나무가 보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자연석과 조화롭게 배식되어 있는 관목류 역시 마찬가지.
● 위치 :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마두동
● 대지 : 86평
● 조경면적 : 25평
● 설계 : 건축가 김춘제
● 시공 : 미우
● 조경관리 : 지방분재 연구소
설계가인 김춘제 대표(美宇)에 따르면, 정원면적에 비해 지나치게 큰,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돋보이는 소나무는 무려 4개월여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며, 찾아냈다고 한다. 면적이 적기 때문에, 나무 한 그루 한 그루에 상당히 신경을 썼다는 뜻이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춥고 눈이 많았던 지난 겨울 피해를 입은 대나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나무들이 비교적 좋은 수형을 뽐내고 있다.
또한, 이 주택(전체적인 건물의 형태는 종이가 돌돌 말려있는 형상)은 건물 벽면과 다른 질감·색깔로 꾸며진 지붕 때문에 유난히 수직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그 수직의 정점인 원뿔형태의 지붕과 비슷한 높이의 소나무를 식재, 보는 이에 따라 수직성을 더욱 돋보이게도, 또 완화시켜주기도 한다. 정형적인 건축의 선을 비정형적인 소나무의 선이 강화시키기도, 완화시켜주기도 하는 것이다. 건물의 벽면이 미색으로 처리 되어 있어, 소나무의 수피를 도드라져 보이게 하는 것도 매력(배경치고는 너무 화려하지만).
정원의 면적만으로 정원의 좋고 나쁨을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정원의 좋고 나쁨을 말하는 것 자체가 가능한가 묻는다면, 궁색한 답변을 찾는라 이리저리 궁리를 해보아야겠지만, 어쨌든 면적의 대소를 덮고도 남음이 있는 질의 차이는 분명 있을 터. "전체와의 조화를 이루었을 때만 피어나는 꽃이 바로 조경"이라는 설계가의 말은, 분명 많은 점을 생각케한다.
(이 원고는 요약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