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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동부산점
LOTTE Premium Outlets Dongbusan Store
  • CA조경기술사사무소
  • 환경과조경 2025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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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대화

“쇼핑몰은 공원의 새로운 경쟁자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두 공간의 성격은 분명 다르지만, 현대 도시민의 다양한 욕망을 충족시키려 한다는 데에 공통점이 있으니까요.”

 

부산역으로 향하는 택시 안,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동부산점 외부 공간 리노베이션을 위한 현장 점검을 마친 뒤 프로젝트 담당자인 권정삼 책임과 나눈 대화다. 우리는 설계부터 현장 감리까지 10개월이란 긴 시간을 함께했다. 공식적인 회의를 넘어 때로는 현장에서, 때로는 이동 중에 자연스럽게 의견을 나누었다. 프로젝트와 관련된 논의가 끝나도 대화는 멈추지 않았다. 조경을 둘러싼 고민과 아이디어는 끝없이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생각이 조금씩 확장되기도 했다.

 

쇼핑몰과 공공 조경이라는 상반된 개념을 두고 각기 다른 시각을 공유하며 그 차이를 음미했다. 쇼핑몰은 소비와 유희를 중심으로 형성된 공간이고 공원과 광장은 휴식과 공존을 위한 장소지만, 두 공간 모두 현대인의 욕구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될 수 있었다. 프로젝트 방향성에 대해서는 의견을 맞춰가며 조율했지만 이외 논의에서는 차이 속에서 새로운 시각을 발견하는 과정이 더욱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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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스트리트

 

 

몰링(mailling)의 흐름이 만드는 동선

북측 광장은 중앙의 비상 차로로 인해 녹지대가 네 갈래로 나뉘어 있었다. 이로 인해 방문객들은 매장 앞길 대신 중앙 길을 따라 이동하게 됐고 매장 입구와의 연결성이 약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에 녹지대를 만들어 동선을 조정했다. 방문객들을 자연스럽게 매장 입구 방향으로 유도했고, 시선 역시 자연스럽게 매장을 향하도록 했다.

 

아울렛 내 모든 동선은 쇼핑 경험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특히 550m 길이의 타원형 입체 동선은 두 개 층의 상업 공간을 순환하며 주요 광장과 내부 공간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구조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진입 동선과 만나는 지점에는 세 개의 라운지형 휴식 공간과 엘리베이터 중심을 둘러싼 여섯 개의 플랜터형 정원을 배치해 쇼핑 동선 속에서도 휴식을 고려한 공간을 조성했다.

 

아홉 개 주요 공간의 전체적 톤은 일관성을 유지했다. 화강석 플랜터, 목재 벤치, 다층 구조 식재를 기본 요소로 삼아 쇼핑 공간에 꼭 필요한 최소한의 구성만으로 정제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공간은 단순한 휴식처를 넘어 쇼핑객들이 둘러본 제품 중 어떤 걸 선택할지 고민할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하는 장소로 기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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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형 휴식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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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라운지형 휴식 공간과 엘리베이터 중심을 둘러싼 여섯 개의 플랜터형 정원을 배치해 휴식 공간을 조성했다.

 

VMD을 위한 적절한 비움

아울렛은 1년 내내 계절과 이벤트에 맞춘 테마형 공간을 제공한다. 비주얼 머천다이징VMD은 단순히 매장 내 전시에 국한되지 않고, 공간을 활용한 이벤트를 통해 고객 경험을 풍부하게 하고 브랜드와 매장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남측 광장, 북측 광장, 이를 잇는 중앙 보행몰은 아울렛을 대표하는 공간으로 세련된 분위기와 함께 이벤트, 전시, 마켓 등을 수용할 수 있도록 계획됐다. 양측 광장은 중앙 보행몰에서 초점 경관을 연출하는데, 북측에는 명품 매장이, 남측에는 실내형 쇼핑몰 입구가 자리하고 있다. 이를 고려해 축선상에 빈 포장 공간과 눈높이보다 낮은 녹지와 시설물을 배치해 개방감을 확보했다.


남측 광장 중앙에 휴식과 팝업, 전시와 공연이 가능한 복합 활용 공간을 마련했다. 공간 중심에는 450㎜ 높이의 팔각형 플랫폼(스테이지)을 조성했다. 이는 에비뉴엘 잠실점의 팝업 공간 ‘더크라운The Crown’을 변용한 디자인이다. 특히 해안가에 입지한 대상지의 특수성을 고려해 스테이지 둘레에 3cm 높이의 미러폰드를 적용했고, 공간을 활용할 때 전기선이 노출되지 않도록 페데스탈 포장 하부에 전기 인입을 가능하게 했다. 중앙 보행몰에 다섯 개의 녹지대를 설치했는데, 사이 공간에 시즌형 마켓 가판대와 키오스크, 전시물을 설치할 수 있도록 녹지대를 적절한 간격으로 배치했다.


북측 광장은 두 개의 2단 플랜터가 중앙의 빈 공간을 감싸는 형태로 구성했다. 이 세 공간은 고흥석 잔다듬 마감의 포장재로 연결되어 단일 톤의 정제된 분위기를 띤다. 특별한 VMD 시설이 없을 때는 매장의 정체성이 강조되며 이벤트와 전시가 들어서면 풍성하고 활기찬 쇼핑몰 풍경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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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가에 입지한 대상지의 특수성을 고려해 만든 미러폰드

 

특별함을 위한 도어매트 포장

도어매트 포장은 쇼핑몰의 매장 입구를 따라 배치되는 특별한 포장 방식으로, 공간의 전이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며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마치 문 앞에 놓는 러그처럼 실내와 실외를 부드럽게 연결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폭 1.6m, 길이 0.8m인 쇼핑몰 내부 보행 공간보다 더 넓은 영역에는 포천석 계열의 밝은 화강석을 사용해 입구 주변을 시각적으로 강조했다. 쇼핑몰이 두 개 층이라 자연광이 충분히 들어오지 못하고, 중앙 명품 스트리트가 상대적으로 어두운 점을 고려한 디자인적 접근이다. 밝은 석재가 매장 내부 조명을 반사하면서 공간 전체를 더 환하고 개방적인 분위기로 조성한다.


보행로에는 회색 계열의 고흥석을 사용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매장 입구를 따라 이어지는 두꺼우면서 밝은 회색 선과 보행 공간을 구성하는 넓고 좀 더 어두운 회색 면이 대비를 이루며 쇼핑몰의 공간 구조를 정돈한다. 이런 디자인 요소들은 단순한 포장 디테일을 넘어 쇼핑몰 내부의 빛과 동선, 분위기를 조화롭게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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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측 광장

 

행운의 가시나무

식재 설계 과정에서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었다. 몰링하는 방문객들에게 풍부한 녹음을 제공하기 위해 서로 다른 높이의 지엽이 풍성한 수목들을 다층 구조로 식재하고, 하부에는 1~3㎡ 규모의 패턴 식재를 적용했다. 최근 트렌드인 자연형 식재 방식이다. 하지만 이런 식재가 브랜드 간판을 가리고 유지·관리가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설계사에게 유지·관리가 당연히 필요하고 쇼핑객이 이동하면서 시점이 바뀌면 간판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고 설득했지만, 돌이켜보면 이는 설계자의 논리일 뿐이었다. 클라이언트 요구를 다시금 고려해 식재 설계를 보완했다. 적절한 밀도의 잎을 가진 수목을 선정하고 중층의 아교목과 대관목을 최소화했다. 하부 식재는 플랜터 크기에 맞춰 매스 식재와 패턴 식재를 혼용했다.


가장 고민스러웠던 부분은 상록활엽수의 비율과 수종 선택이었다. 당시 남부 지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상록 활엽수는 녹나무, 후박나무, 감탕나무, 참식나무, 동백나무 정도였다. 대부분 잎이 두껍고 짙은 녹색이며 지엽이 촘촘했다. 보다 밝고 가벼운 느낌의 공간을 연출하기 위해 옅은 녹색의 하늘하늘한 수목이 필요했지만, 겨울철을 고려해 70% 이상을 상록교목으로 구성해야 했다. 이에 녹나무와 후박나무를 전정해 유사한 분위기를 내기로 하고 적합한 수목을 찾아 나섰다. 운 좋게도 후박나무를 보러 간 현장에서 가시나무를 발견했다. 농장에서 발주처를 설득한 끝에 마음에 드는 나무들을 붉은 노끈으로 표시했고, 끈을 묶는 순간 마치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다시 조정해야 했던 식재 설계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끝나지 않은 대화

대형 쇼핑몰은 공간 구조와 동선이 도시공원과 유사하며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성격을 지닌다. 다양한 활동과 공동의 감각을 형성하는 공간으로 기능하면서 최근 어느 비평문(『환경과조경』 2025년 2월호)의 주장처럼 ‘유사공원(類似共園)’, 즉 공공성과 사적 소유 경계를 넘어선 공동 경험의 공간으로 해석될 수 있다. 렘 콜하스Rem Koolhaas가 말해 온 “쇼핑은 인류 공공 활동의 마지막 남은 형식일 것”이라는 주장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오늘날 도시 환경에서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프로젝트가 마무리되고 몇 개월 후, 사무실 근처 중국집에서 고량주 한 잔을 기울이며 우리는 다시금 쇼핑공간과 공공 공간의 경계에 대해 이야기했다. 마치 쇼핑몰을 거닐 듯, 대화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며 또 다른 주제로 이어졌다.


글 CA조경기술사사무소

 

조경설계 총괄 CA조경기술사사무소(조용준)

조경설계 CA조경기술사사무소(조용준, 서유진, 신원재, 허지선)

조경 디자인 감리 CA조경기술사사무소(조용준, 서유진, 신원재, 허지선)

조경 시공 공간시공 에이원

발주 롯데백화점

위치 부산시 기장군 기장읍 기장해안로 147

면적 4,600㎡

완공 2024. 8.

사진 안상순

 

2004년 설립된 CA조경기술사사무소는 작은 공간의 설계부터 도시 스케일의 계획에 이르는 국내외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창의적인 생각으로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며, 공공을 위한 의미 있는 장소를 만들고자 한다. www.cadesig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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