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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오프라야 스카이 파크
Chao Phraya Sky Park
  • Landprocess
  • 환경과조경 2023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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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dprocess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 성행하는 가운데 방콕 시정부는 차오프라야 스카이 파크(Chao Phraya Sky Park)(이하 CPSP)를 개장했다. 약 40년 동안 방치됐던 공간이 태국 최초로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에 조성된 선형 공원으로 탄생했다. 이 다리는 방콕에서 역사적으로 유서 깊은 지역에 위치하며, 오랜 역사를 지닌 도시의 마을과 현대적 스카이라인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장소다.

 

CPSP는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에 공공 녹지가 필요한 이유를 보여준다. 우리는 방치된 기존 도시기반 시설을 활용해 시민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건강한 도시 환경을 재구축하고자 했다. 방콕을 가로지르는 두 개의 평행한 도로와 다리 양쪽 끝에 있는 기존 공원들을 연결해 공공 녹지를 넓히고, 보행 편의성을 높였다. 버려진 기존 도시 기반 시설을 재활용해 공사 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줄였다. 도시에 새롭게 생긴 녹지 공간은 시민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도시 유휴 공간의 개선 가능성을 높이고, 미래 도시 공간 조성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다.

 

미완성의 꿈을 마무리하다

1984년 방콕 시민들은 동남아시아 최초로 스카이 트레인을 건설한 국가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가득 차 있었다. 라발린 스카이 트레인(Lavalin Skytrain) 철도는 차오프라야 강(Chao Phraya River)을 가로지르며 문화 유산 지구를 거쳐 통근자들을 실어 나를 예정이었다. 철도는 8.5m 간격을 두고 280m 길이로 건설된 프라포클라오 브리지(Phrapokklao Bridge)의 두 개 도로와 하중을 나눠 갖는 식이었다. 프라포클라오 브리지 구조물 완성 후 정치적 간섭으로 인해 프로젝트가 교착 상태에 빠졌고, 정부도 프로젝트를 방치하면서 결국 실현되지 못한 채 구조물만 남겨졌다.

 

40년 동안 완성되지 못한 거대 기반 시설은 방콕의 미완성 꿈이자 빛을 보지 못한 채 남겨진 상실을 의미한다. 대도시로 발전한 방콕에서 라발린 스카이 트레인의 구조물은 도시 경관 한복판에서 시민들에게 잊힌 건축물이 됐고, 불완전한 구조물인 데다가 접근할 수 없어서 ‘사판 두안(Saphan Duan)’ 또는 ‘절단된 다리’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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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오프라야 스카이 파크는 보행로의 역할을 하는 선형 공원이다. ©Landprocess / Panoramic Studio

 

2015년 방콕시 산하의 도시 계획 및 개발부, 쭐랄롱꼰 대학교(Chulalongkorn University)의 쭐라 유니서치(Chula Unisearch) 및 도시 디자인 개발 센터(Urban Design Development Center)는 방콕의 중심가 활성화를 위해 방콕 250 프로젝트를 출범했다. 의사 결정 과정에 대중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여러 차례의 공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과정에서 라발린 스카이 트레인의 구조물을 강 건너 학교에 등교하는 아이들을 위한 보행로로 만들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를 계기로 지역 주민들은 도보로 강을 건널 수 있는 권리를 요구했다. 지역 주민들은 새로운 공공 녹지 공간의 필요성과 미완성의 꿈으로 남은 라발린 스카이 트레인을 통해 도시를 연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결과적으로 이 다리는 도시의 선형 공원으로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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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얼 브리지의 곡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Landprocess / Panoramic Studio

 

과거와 현재를 잇다

도시의 중요한 역사 구역 한가운데 절단된 채 남겨진 구조물은 태국의 기념물 메모리얼 브리지(Memorial Bridge) 옆에 있었다. 이 브리지는 차오프라야 강을 가로지르는 최초의 차량용 교량으로 현 태국 왕조의 초대 국왕 라마 1세를 기리기 위해 세워졌으며 사판 푸트(Saphan Phut)로 불린다. 메모리얼 브리지의 여러 요소에서 모티프를 얻어 새 구조물 대신 기존의 구조물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설계를 진행했다. CPSP는 메모리얼 브리지의 곡선을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해 기존 구조물의 경사면과 방콕의 스카이라인을 조화롭게 만들었다.

 

한 세기 동안 메모리얼 브리지는 관광객과 시민들이 차오프라야 강이 흐르는 방콕의 전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 중 하나였다. CPSP에서 바라봤을 때 메모리얼 브리지가 시야의 한 부분에 걸리도록 경관을 조성했다. 보행자들은 메모리얼 브리지의 전경을 감상하며 아룬 사원(Wat Arun), 왓 포(Wat Po), 위차이 프라싯 요새(Wichai Prasit Fort) 등 방콕 기념 엽서에 등장하는 유명 랜드마크를 조망할 수 있다. 차오프라야 강 너머로 방콕의 360도 파노라마 전경을 감상할 수 있어 방콕이란 도시의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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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위에서 일출과 일몰은 물론 차오프라야 강 너머로 방콕 시내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Landproc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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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높이의 단과 동선의 교차를 통해 공간의 분할을 꾀했다. ©Landprocess / Panoramic Studio

 

입체적 보행 경험

CPSP는 다리 양쪽 끝의 공원을 서로 연결한다. 강을 가로지르는 두 도로 사이에 남겨진 8.5m 폭의 공간에 두 개의 엇갈리는 동선을 만들어 공간의 분할을 꾀했다. 동선을 중심으로 분리된 공간의 형태는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산책 등 다양한 속도의 보행 경험을 가능하게 만든다. 안전한 보행 환경을 구축하고, 교통 소음 등 각종 공해를 줄이기 위해 모든 구조물은 양쪽 차도보다 높게 설치했다.

 

두 방향으로 나뉜 길이 만나는 중간 지점에는 오르내릴 수 있는 언덕과 같은 곡선 지형을 조성해 입체적인 보행로를 만들었다. 보행로에서 다리의 끝점이 보이지 않도록 끝나는 구간에 계단을 조성해 마치 탐험하는 기분이 드는 입체적인 보행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계단식 좌석 공간을 설치해 휴식을 취하거나 각종 공연 및 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무대로 활용되도록 했다.

 

공원에서는 방콕의 역사적인 경관과 현대적인 스카이라인을 모두 감상할 수 있고, 강 위에서 일출과 일몰을 즐길 수 있다. 다양한 단차의 보행로를 통해 선형 공원의 선을 강조하고, 열린 공간을 조성해 보행 환경의 안정성을 높였다. 또한 누구나 안전하게 공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승강기, 휠체어 경사로 등 배리어 프리 시설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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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구조물에 보행자 도로, 소극장 등을 더하고 차량의 소음과 매연을 막는 시설을 설치했다. ©Landproc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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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할된 동선을 통해서 자전거 타기, 산책, 달리기 등 다양한 속도의 활동을 즐길 수 있다. ©Landprocess / Panoramic Studio.

 

한계를 극복하다

40년 동안 방치되고 접근조차 할 수 없었던 스카이 레일에 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결코 쉬운 과업이 아니었다. 현장 조사가 어려워 추정에 기반한 설계를 진행해야 했다. 중량 제한으로 인해 토양의 깊이와 추가 구조물 설치는 설계에서 중요한 사안이었다.

 

두 개의 도로 사이 공간에 자리 잡은 CPSP는 설계뿐만 아니라 시공 과정에서도 양쪽에서 이루어지는 교통의 흐름을 방해하거나 가로막아서는 안 됐다. 시공간의 제약 때문에 프리캐스트 GRC 블록의 모듈 시스템을 이용해 모든 구조물을 설치했다. 덕분에 공기를 줄이고 비용을 절약했다. GRC 블록으로 설치한 벽, 플랜터, 좌석 등은 공원의 안과 밖을 연결하는 전체적 보행 경험을 만들어낸다.

 

바람도 설계에서 주요 고려 요소였다. 토양이 덜 필요하고 바람과 태양에 저항력이 높은 다양한 저관리 식물과 보행과 운전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도록 가지와 형태가 넓게 퍼지지 않는 식물로 식재를 구성했다. 다양한 종류의 식물들은 계절에 따라 색을 바꾸며 도시에 새로운 활기를 더할 것이다. 토착종을 식재해 곤충을 위한 미기후와 서식처를 제공하고 도시의 생물 다양성에 기여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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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캐스트 GRC 블록을 계단, 좌석 등 공간에 활용했으며 인근 도로의 교통 시야를 방해하지 않는 식재를 구성했다. ©Landprocess / Panoramic Studio.

 

유휴 공간의 재발견

CPSP는 방콕의 첫 번째 팬데믹 봉쇄 시기에 개장했다. 기후위기와 함께 공중 보건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공공 녹지의 필요성과 회복 탄력성을 갖춘 도시의 필요성이 커졌다. 설계를 구현하기 위해 넘어야 하는 온갖 역경이 있었지만, 건축가, 엔지니어 등과의 긴밀한 협업으로 완성할 수 있었다. 친환경적 도시 환경을 위한 솔루션으로 기존 구조물을 재활용해 시공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최대한 줄이고자 했다. CPSP는 보행 편의성을 갖춘 공원으로 도시의 공중 보건과 기후 회복

탄력성에 기여할 것이다.

 

미완성의 꿈을 완성한 CPSP는 우리의 이웃, 그리고 우리의 환경과 건강하게 공존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기후 변화, 팬데믹 등 앞으로 닥쳐올 불확실한 위기에 슬기롭게 대처하려면 한정된 자원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필요가 있다. 버려진 기반 시설 등 도시의 유휴 공간을 재발견해서 활용한다면 더 나은 미래 도시 환경을 구축해 나갈 수 있다.

 

Landscape Architect Kotchakorn Voraakhom

Architect Chakdao Navacharoen

Project Leader City Planning and Urban Development Department(BMA) / Chula Unisearch, Chulalongkorn University

Urban Designer Urban Design Development Center(UDDC), Chulalongkorn University

Civil Engineer Pisitsak Serklin, Sukkawich Thepchana

Structural Engineer Thummanuun Susumphao

Project Contractor SGR Enterprise Company Limited Community Participation Cultural Tourism Community Kadi Chin-Klong San

Client Bangkok Metropolitan Administration(BMA)

Location Bangkok, Thailand

Area 3,800m2

Completion 2020

Photograph Landprocess, Panoramic Studio, Stargazer Club


랜드프로세스(Landprocess)는 2011년 꼿차꼰 보아콤(Kotchakorn Voraakhom)이 설립한 방콕의 조경설계사무소다. 땅과 사람의 조화를 꾀해 미래의 불확실한 기후에 대응하며, 옥상 녹화, 도시 숲, 습지, 공원과 같이 이산화탄소를 저감하는 경관을 보존하고 확장하고자 한다. 대상지와 그곳의 환경, 사람들과 대화하는 과정의 힘을 믿으며 현지 문화와 역사, 땅의 맥락을 존중하는 설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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