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D는 사무실 문을 연 뒤로 막 두 해가 넘은 젊은 회사다. 2년, 일반적인 신축 공사로 본다면 신규 조경 설계 프로젝트를 진행, 완료해서 실제 착공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이다. 그럼에도 HLD의 여러 과업 중 ‘설계공모/설계-시공/감리’ 과정을 짧은 기간에 압축해서 수행한 리노베이션 프로젝트 두 곳이 2017년 여름 준공되었다.
두 명의 소장을 위시한 구성원 각자 이력은 국내 유수 설계사와 대형 기업, 유학 생활과 해외 오피스, 건축과 도시설계를 비롯한 관련 분야 경력 등 험난한 설계 판에서 거칠 수 있는 모든 경험의 장들로 빠짐없이 빼곡하다. 새로 충원한 인력도 건축 전공자들이어서 인접 분야와 협업이나 확장성까지 두루 고심한 라인업이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다양한 배경의 설계자가 모여서 바람직한 사무실 운영과 프로젝트 수행 방식을 고민해 왔을 테고, 그 결과물로는 처음에 해당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면서도 조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유대인, 기독교인, 그리고 이슬람교도는 불멸을 믿는다고 말하지만, 한 세기 남짓한 처음의 삶만을 숭배하며, 그것은 그들이 오직 그 한 세기만을 믿는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무한한 수로 이루어진 다른 모든 세기들에 대해 처음 한 세기 동안의 행위에 의해 상을 주거나 벌주는 것으로 정해 두기 때문이다.” 보르헤스 소설의 한 대목처럼, 불멸의 존재이건만 오로지 첫 번째 삶에 의해서 이후 영원히 이어지는 나머지 삶 전체가 결정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인류 대부분이 믿는 종교들이 이천 년 넘도록 자꾸 상기시키는 잔인한 ‘신화’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는 좀 더 신중해야 한다. 끝을 알 수 없이 이어질 HLD의 미래를 염두에 두고 초기 설계에서 드러나는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중점을 둔다. ...(중략)...
허대영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1999년부터 설계사무소에서 일하고 있으며, 조경설계 힘(studio HYMH) 소장이다. 공간을 설계하는 사람이 즐거워야 그곳에 머무는 사람도 행복하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경관에 대한 해석과 발언이 자유롭고 경제적으로 튼튼한 설계 공동체를 꿈꾸고 있다. 인내심 많고 심성 고운 친구들과 함께 열심히 살고 있다.
* 환경과조경 357호(2018년 1월호) 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