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가 이끈 ‘미술공예운동’은 수공업과 공예의 회복을 통해 산업 사회의 인간 소외를 극복할 수 있다는 신념을 지향했다. 20세기 초 페터 베렌스Peter Behrens를 필두로 한 ‘독일공작연맹’은 예술과 대량 생산 체제의 협력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노력했다. 상반된 접근이지만 이 두 흐름은 근대적 디자인 사고의 출발점이라 볼 수 있으며, 1919년 설립된 바우하우스를 통해 한 지점으로 합류된다. 전후 대서양을 건너 미국으로 옮겨간 근대 디자인은 산업의 한 분야로 자리 잡게 된다. 경제 호황기의 미국에서 자본주의와 마주한 디자인은 마케팅과 결합되기 시작하고, 사회 운동으로 시작된 유럽식 디자인은 이내 본연의 모습을 잃고 소비를 선동하기에 이른다. 윤리적 디자인을 주장한 1970년대의 빅터 파파넥Victor Papanek은 1970년대부터 마케팅에 종속된 디자인과 마케팅에 영합한 디자인을 강한 논조로 비판한다. 소비가 최종 목적인 디자인은 화장술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위의 글은, 언젠가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주제로 한 강연에 초대받았을 때 정리한 내용의 일부다. 물론 현대사회에서 디자인과 마케팅은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것이 되었지만, 지속불가능한 사회에 대한 파파넥의 경고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 연재를 위해 factory L의 이홍선 소장, KnL 환경디자인 스튜디오의 김용택 소장, 디자인 스튜디오 loci의 박승진 소장 그리고 서울대학교 정욱주 교수와 서울시립대학교 김아연 교수 등 다섯 명의 조경가가 의기투합하여 작은 모임을 구성했다. 이들은 새로운 대상지 선정을 위해 무심코 지나치던 작은 공간들을 세밀한 렌즈로 다시 들여다보며, 2014년 1월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유쾌한 답사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