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두려워하고 공경해야 하는 경외의 대상이 하늘이었다. 하지만 과학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물순환 시스템이 무너져 이상 기후, 생태계 파괴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제 물은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위해 존경과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검단에서 경외의 새로운 대상이 된 물을 정원에 담고자 했다.
진회색 도장 콘크리트로 담을 세워 경외의 정원, 자연의 정원, 자연과 인간의 경계를 만들었다. 대상지 한가운데의 경외의 정원은 단순하고 현대적인 구조물과 경외의 연못으로 이루어진다. 구조물은 인간의 과욕과 자연에 대한 자만심을 보여주는 요소다. 현대 과학의 산물인 유리섬유 보강 콘크리트를 소재로 사용하고, 인간의 욕심의 결정체를 구조물의 패턴으로 나타냈다. 경외의 연못은 검은색 계열의 화강석으로 만들었다. 연못에 담긴 물은 검단의 검은 갯벌을 상징하며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잔잔한 물소리는 물을 부드럽지만 두려워해야 하고 더불어 소중하게 다뤄야 하는 존재로 느끼게 한다. 담장 안으로 들어서면 이 연못에서 넘친 물이 지면으로 떨어지며 나는 소리가 들려오고, 이는 자연이 주는 소리에 귀 기울이게 만든다.
* 환경과조경 411호(2022년 7월호) 수록본 일부
설계 이주은
시공 팀펄리 L&G
이주은은 팀펄리 L&G의 대표다. 정원은 나를 표현하는 또 다른 언어이자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라 믿으며 다양한 정원을 만들고 가꾸고 있다. 서울여자대학교 원예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조경학 석사를 받았다. 제2회 LH가든쇼에서 ‘청초: 자세히 오래 보아야 하는 정원’으로 대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