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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LH가든쇼] 물의 기억
  • 이호영 & 앤드류 제크
  • 환경과조경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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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단은 생명의 땅이다. 광활한 갯벌과 신성한 숲을 터전으로 선사시대부터 많은 사람이 모여 살던 곳이다. 검단이라는 지명도 검붉은 갯벌에서 유래했다는 설, 신이나 왕에게 제사를 지내는 신성한 마을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갯벌은 아무것도 없는 검붉은 벌판처럼 보이지만, 질퍽한 갯벌의 주름 속에는 조개와 고둥, 게, 갯지렁이 등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있고, 갯벌 생물을 먹이로 삼는 물고기와 새들까지 어우러져 살았다. 사람 역시 생태계의 한 부분으로 이러한 자연을 바탕으로 삶을 영위한다. 검단이 품고 있는 땅의 기억을 존중하며, 쉼 없이 변화하며 움직이는 자연의 물결을 새롭게 그려보고자 했다.

 

디자인 모티브

해안 매립 전 검단은 리아스식 해안에 바닷물이 드나들던 갯골이었고 주변에는 구릉성 산지가 많았다. 간척 후 공업 단지와 주택 지역으로 개발되기 전까지 수많은 생명의 보금자리이자 변화하는 경관을 가진 천혜의 자연을 간직한 곳이었다. 서해의 갯골, 수많은 바다 생물과 기이한 해안 절경이 다양한 영감을 선사했다.

 

세 가지 풍경을 디자인 모티브로 삼았다. 첫째는 물결치는 땅과 흔들리는 풀잎이다. 해안의 지형과 식생은 바다와 물결을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부드러운 초지 사이에 자리한 단단한 관목과 광엽초화류는 해안 경관의 특징을 보여주는 요소 중 하나다. 둘째는 생명과 그 흔적들이다. 미세한 아름다움을 가진 조개껍데기, 고둥으로 인해 생긴 구멍, 진흙 표면의 숨구멍과 모래공은 작은 생명들로 이루어진 큰 생태계를 상상하게 한다. 셋째는 연흔이다. 서해의 얕은 바다의 표면은 잔잔하지만 그 바닥은 역동적이다. 물이 빚은 땅의 주름은 자연의 무상한 아름다움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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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정원을 대표하는 큰 조개와 갯벌 바닥을 표현한 연흔 정원으로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고 생태적 감수성을 일깨우고자 했다. 느티나무 구릉과 숲 산책로는 이 정원을 도심 공원 내 지속가능한 공간으로 기능하게 한다.

 

조개를 연상시키는 조형적 지형은 방문자를 갯벌의 경험으로 이끌고, 비현실적 스케일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전면부의 그라스는 도심 속 한적하고 바람이 느껴지는 열린 경관으로 방문자를 서서히 이끈다. 모래가 담긴 중앙부에는 다양한 해안 식물을 혼합 식재했다.

큰 조개는 뻘에 박힌 빈 조개껍데기를 연상시키는 커다란 동선과 그 내부의 갯정원으로 구성된다. 점차 높아졌다 낮아지는 유기적 형태의 지형은 방문자들이 모래 위를 걸어 동굴을 지나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를 만나도록 안내한다.

 

연흔 정원은 발을 담그고 걸어볼 수 있는 폰드다. 갯벌의 연흔을 콘셉트로 한 이 폰드의 바닥 포장은 바람에 물결치는 얕은 물 위에 빛의 산란 작용을 이용해 흥미로운 표면을 만들어낸다. 폰드 한편에 앉을 수 있는 시설을 두었다. 기하학적인 바닥 패턴은 겨울철 물이 담겨 있지 않을 때에도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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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

정원의 낮과 밤을 갯벌의 조류에 빗댔다. 밀물에 비유한 낮은 자연광이 정원 내 조경 요소와 구조물을 어떻게 조각하는지에 집중한다. 썰물에 비유한 밤이 되면 갯벌의 생태계가 바닷물이 빠진 펄에 그대로 드러나듯, 낮과는 또 다른 정원의 모습들이 역동적인 조명 연출에 의해 생명력을 얻는다. 갯벌을 불러내기 위해 조명은 정원의 유기적 형태를 강조하고, 자연의 힘이 만드는 규칙적 입체 패턴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며, 공간을 점유한 사람들의 움직임에 따라 변화하며 사람들을 끌어모은다.

 

조명은 정원 곳곳의 인공물, 자연을 강조하는 악센트 조명과 함께 방문자들이 길을 찾기 쉽도록 돕는다. 주요 동선과 경사지, 계단에는 독립형 볼라드 조명과 난간 조명을 두었다. 정원 한쪽에 보존한 큰 나무에는 투사등을 설치하고 나무 아래 앉음벽에 선형 LED를 삽입해, 수목의 존재를 강조했다.

 

조명은 수경 시설을 강조하기도 한다. 큰 조개의 다리 옆으로 떨어지는 물을 부각하기 위해 폭포수 뒤의 벽을 밝혔으며, 연흔 정원 바닥의 울렁이는 주름에 비춰지는 조명은 해질녘 강렬한 빛과 긴 그림자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효과를 낸다. 또한 염생 식물이 햇빛, 염분 같은 환경적 스트레스에 견디며 발생하는 극적인 변화와 바다 조류의 패턴을 추상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모래가 깔린 곳에는 벤치로 쓸 수 있는 맞춤형 조명 기구를 설치했다. 이 조명은 조류의 구조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빛 패턴을 모래 바닥에 표현하고, 낮에 흡수한 태양광의 데이터를 분석해 그 결과에 따라 다른 색상의 불빛을 내뿜는다. 브리지 벽에 설치한 발광 다이오드는 갯주름을 형상화한다. 밤이 되면 이 빛나는 폴리카보네이트 모듈은 특별한 이벤트나 축제의 배경이 되어준다.

 

설계 이호영·앤드류 재크

시공 공간시공 에이원

 

이호영은 고려대학교에서 원예학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과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조경학을 전공하고, 조경설계 서안, 미국 에이컴, 오피스 ma에서 조경과 도시설계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해인과 함께 HLD를 설립해 광범위한 분석과 접근 방법으로 대상지의 공간 가치를 향상시키고, 그 장소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인문·사회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해법을 제공하고 있다.

 

앤드류 재크(Andrew Jaques)는 멜버린 대학교에서 건축 디자인과 계획을, 대학원에서 조명 디자인을 공부했다. 1994년 더플레이밍비컨(The Flaming Beacon)에 합류해 주거, 부티크 호텔, 대규모 상업 프로젝트 등 다양한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13년 파주 라이트 페스티벌에 조명 디자이너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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