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전시 공간 기획에 조경이 무얼 한다고
프로젝트의 시작은 기아의 새 전기차 ‘EV6’를 홍보하는 전시 기획 중 조경 공간의 의뢰를 HLD가 맡게 되면서부터였다. 기획 초기 단계부터 조경이 전시의 시퀀스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 것인지 논의가 진행됐다. 전기의 흐름과 에너지에서 영감을 받은 유동적 3D 디자인 언어, 자동차의 엔진과 프레임 등을 첨경물로 활용한 쇼 가든, 차를 타고 산과 강을 여행하는 콘셉트의 구릉과 수경 시설 등 거칠지만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아이디어 제안과 논의가 이루어졌다. 수개월간 장소를 물색한 끝에 인더스트리얼한 분위기의 성수동 레이어10을 전시 공간으로 결정했다. 레이어10은 큰 규모의 촬영 스튜디오로 쓰이던 공간으로, 촬영 장비를 나르는 차량을 위한 주차 공간이 널찍한 부지였다. 이 주차장을 정원으로 탈바꿈시켜 전시 공간의 앞마당이자 앞뜰로 역할하도록 하는 공간 기획의 방향을 설정했다.
한 프로젝트에 두 조경 디자인 회사가 양립할 수 있을까
기획이 본 궤도에 오를 시점부터, 공간을 실제로 만들어 나가는 방식에 대한 고민과 토의를 시작했다. 가장 많이 고민했던 부분은 머릿속 생각과 디자인을 실현할 ‘재료’에 대한 것이었다. 그중 식물 재료에 대한 고민을 하던 차에 이전에 전시 공간 프로젝트를 함께했던 정원사 친구들이 떠올랐다. 인더스트리얼한 공간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자연스럽고, 화려하면서도, 과하지 않고, 트렌디한 정원을 만들 정원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정원사 친구들은 프로젝트 참여 제안에 흔쾌히 응해주었다. 든든한 조력자가 생겨 기뻤지만 한 가지 걱정거리가 생겼다. 디자인 팀이 다수 참여한 프로젝트에서 팀들이 각자 개성을 발휘하느라 좋지 못한 결과를 낸 사례를 종종 보았기 때문이다.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풀어놓으며 함께 논의했고 다행히도 순탄하게 서로의 역할을 정리할 수 있었다. HLD가 총괄 디자인 및 공사 감리를 수행하고, 정원사 친구들이 세부 식재 계획과 식재 공사를 맡았다. 좋은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서 두 조경 회사의 협업이 시작됐다.
* 환경과조경 402호(2021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조경 설계HLD
조경 시공 정원사 친구들(식재 계획 및 가드닝), 아름다운길(포장)
발주 기아자동차, 이노션 월드와이드
건축 설계 및 시공CA Plan(CA 플랜)
위치 서울시 성동구 상원4길 10
준공2021. 8.
사진 유청오
안동혁은 HLD에서 조경가, 도시설계가, 디자인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뉴욕의 JCFO에서 9년간 근무하며 필라델피아 레이스 스트리트 피어, 부산시민공원, 퀸 엘리자베스 올림픽 파크, 홍콩 침사추이 워터프런트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2년간 대림산업 상품개발팀에서 아크로, e편한세상 브랜드의 조경 상품을 총괄하는 디자인 디렉터로 일했다.
조혜령은 경희대학교, 영국 그리니치 대학교, 서울대학교에서 원예와 조경을 전공했다. 현재 정원사 친구들에서 정원을 계획하고 만드는 일을 한다. 정원은 개인적 휴식과 위안을 넘어 사회적 차원의 만남과 소통을 위한 공동체적 가치를 지닌다고 믿고, 프로젝트마다 의미 있는 성과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부산과 서울의 대림e갤러리, 국립수목원 어린이숲정원, 서울식물원 온실기획전시 ‘식물탐험대’와 ‘식물극장’을 기획하고 시공했다. 서울을 시작으로 런던, 파리, 요하네스 버스를 순회하고 있는 ‘DMZ 가든’ 전에도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