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파인딩의 현재
-웨이파인딩Wayfinding,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개념이다. 한글로 번역하면 길 찾기 정도가 될 것 같은데,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한다.
웨이파인딩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사인(sign)의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세기 전까지 건축가들의 모토는 ‘스타일은 기능을 따른다(style follows function)’였다. 그러나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와 발터 그로피우스(Walter Gropius)가 이끈 바우하우스(Bauhaus)가 해체주의적이고 합리적인 접근 방식으로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는 20세기 모던 디자인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논리적 창조 과정을 거쳐 탄생된 모던한 건축물에 안내 사인, 안내 지도 같은 보조적 이정표가 모습을 드러냈다.
웨이파인딩에 대한 최초의 연구는 영국의 지하철 이용률을 낮추기 위한 시도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산업 혁명 이후 개통된 영국의 지하철은 시설이 열악하기로 유명했다. 하지만 런던 시민이나 관광객들 대부분은 걸어서 5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도 20여분이나 소요되는 지하철을 이용해 이동하고 있었다. 도시에 길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요소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도시의 정보를 효과적으로 안내해 시민과 관광객이 길을 걷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즉 웨이파인딩이란 도시를 끊김 없는 정보로 연결해 걸어서 경험하게 하는 전략이라 설명할 수 있다. 이때 전략은 『the Image of the City』(1960)의 저자인 케빈 린치)Kevin Lynch_의 이론과 주장에 기반하는데, 그는 게슈탈트 심리학의 기본 원리를 이용해 도시민들이 도시와 도시 속 자신의 위치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직관의 틀을 마련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도시 차원의 웨이파인딩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한국에서만 발견되는 특징이 있을 것 같다.
한국에는 끊긴 길이 많다. 단시간에 도시가 급속도로 발전했기 때문에 도로가 체계적으로 계획되지 못했다. 길과 건물이 엉켜 있다. 이 체계를 개선하지 않은 채 도시 개발이 이루어졌다. 자연스럽게 끊긴 길이 생겨났고, 이로 인해 한국의 도시 경관 역시 많이 단절되어 있다.
특히 한국은 웨이파인딩 개념이 도입된 지 5~6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만큼 아직 깊이 있는 프로젝트가 많이 진행되고 있지 않다. 해외에서는 웨이파인딩을 전략적 시스템으로 인지하는데, 한국은 가시적 가치를 안내하는 사인 정도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해외에서는 웨이파인딩 시스템 구축에 앞서 도시의 역사, 길과 하천의 형성 과정, 공공 기관과 상업 기관의 위치, 사람이 이용하는 요소, 차량이 이용하는 요소, 자연과 연결해야 하는 요소 등을 분석한다. 이때 쌓은 정보를 토대로 홍보 자료, 휴대폰, 안내 책자 등에 들어가는 지도를 디자인한다. 웨이파인딩 시스템 구축과 함께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베이스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이를 여러 기관이 공유하기 때문에 활용성도 굉장히 높다. 반면 한국은 여러 기관이 각기 다른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기 다른 지도를 만든다. 활용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중략)...
* 환경과조경 378호(2019년 10월호) 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