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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의 경계를 넘어: 조경의 영토를 넓혀나가는 주목할 만한 조경가 12인(9)
    The Forefront of Landscape Architecture 12 Innovators Opening New Horizons of the Field지난해 10월 새로 문을 연 서울시청 신청사 입구 로비에 들어서면 1층에서부터 7층까지의 벽면에 조성된 수직정원을 볼 수 있다. 신청사 에코 플라자의 수직정원은 현재 세계 최대 면적의 수직정원으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되었다고 한다. 장안의 화제가 된 이 실내 수직정원 설치로, 실내 유해물질 제거와 공기 정화 효과는 물론 시청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심리적 쾌적함을 주는데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최근 도시녹화를 위한 사업들이 서울시를 비롯하여많은 지자체에서도 활발히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도심지 내에 녹화할만한 부지를 찾기 어려운 대도시의 경우 옥상녹화나 벽면녹화 같은 인공지반 녹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실제 서울시의 경우에도 도시 내에 생활권 공원면적을 1인당 1㎡를 늘리기 위해서는 약 10㎢서울시 면적의 약 1.7%의 녹지가 필요한데, 높은 지가로 인해 100조 원이 넘는 돈이 들게 되어 서울시 재정으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다((사)한국인공지반녹화협회 자료참조).인공지반녹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우선 경제적으로 건축물의 임대료 수입이 늘고 에너지 비용의 절감효과도 거둘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도시경관이 향상되고 도시민들에게 쾌적한 휴식공간을 제공한다. 환경적으로도 환경교육의 기능은 물론이고 도시 생태계 복원이나 기후조절 같은 효과를 통해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드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기술이 보급되고 비교적 대중화가 되어 있는 옥상녹화에 비해, 우리나라의 벽면녹화기술은 관수문제나 식물의 활착과 생장의 어려움 등 여전히 많은 난제를 안고 있다.이번 호에서는 프랑스를 기반으로 유럽은 물론이고 아메리카와 아시아 그리고 열사의 땅 중동의 모래사막에까지 전 세계를 누비며 도심지 인공벽면에원시의 자연을 창조해 가고 있는 버티컬 가든Vertical Garden의 예술가 패트릭 블랑Patrick Blanc을 소개하고자 한다.1. 대규모 도시설계(Large Scale Urban Design) _ Signe Nielsen2. 해일에 대비한 갯벌 및 해안 생태 공원(Salt Marsh Design) _ Susan Van Atta3. 좁은 도시면적을 이용한 레인가든(Stormwater Treatment) _ Mayer Reed4. 도시의 빗물관리를 위한 그린 인프라스트럭처(Green Infrastructure) _ Nette Compton5. 국가도시공원 조성의 성공적 모델(Downsview Park) _ David Anselmi6. 생태복원, 재생 디자인(Ecological Restoration) _ Keith Bowers7. 걷기 좋은 도시 만들기(Walkable City) _ Jeff Speck8. 조경 이론(Urban Design and Landscape) _ Witold Rybczinski9. 인공벽면녹화 기술(Vertical Garden) _ Patrick Blanc10. 탄소제로 및 친환경 소재(Life-cycle Design and low-impact material) _ Michael McDonough Partners11. 친환경 주거정원(Sustainable Residential Design) _ David Kelly, Rees Roberts Partners12. 대규모 도시옥상농업(Urban Rooftop Farming) _ BEN FLANNER, Brooklyn Grange패트릭 블랑(Patrick Blanc) French National Centre for Scientific Research의 연구원, 식물학자,『The Vertical Garden』저자인공벽면에 원시의 자연을 창조하는 버티컬 가드너(Vertical Gardner)세계에서 가장 높은 버티컬 가든One Central Park, Sydney,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버티컬 가든(Alpha Park 2, Paris…) 패트릭 블랑에게 붙는 ‘세계 최고’의 수식은 다양하다. 그러나 정작 그를 주목하는 이유는, 누구나 이미 한 번 보았음직한 이 식물학자 겸 아티스트의 작품들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버티컬 가든’이라는 탄식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는 사실이다. 그의 작업은 단순히 ‘입면녹화’ 혹은 ‘그린월’ 등으로 표현하기엔 부족하다. 그 풍부함과 다양성은 실로 열대우림의 한 부분을 벽 위에 걸어놓은 듯한 느낌을 주기에 그야말로 ‘버티컬 가든’이 적절한 표현이겠다.패트릭 블랑은 프랑스 국립과학원(French National Centre for Scientific Research)의 연구원이며, 그는 버티컬 가든 때문에 본인이 ‘약간 더’ 유명해졌다고 표현한 바 있다. 좁은 새장에 갇힌 새들을 곧장 하늘로 풀어주곤 하던 순수한 소년이, 19살 때 처음 여행했던 말레이시아와 태국의 숲 속, 폭포나 바위 위에서 자라는 식물들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고 프랑스에 와서 이것을 재현해보기로 한 것이, 이제는 세계 곳곳으로 뻗어나간 버티컬 가든의 소박한 시작이었다. 이제 어른이 된 소년의 사무실 겸 자택에는 거대한 버티컬 가든과 유리바닥 아래 대형 열대어 수족관이 자리 잡고 있으며, 마다가스카르 도마뱀과 말레이시아 개구리가 기어 다니고, 색색의 새들이 함께 둥지를 틀고 날아다니며 살고 있다. 그는 하늘이 트인 중정에 샤워꼭지를 매어놓고, 눈이 오는 한겨울에도 항상 바깥에서 목욕을 한다고 한다. 스무 살의 첫 실험 이후 40년이 지난 지금, 파리 케브랑리박물관의 외벽에서 자라고 있는 온대 식물들은 패트릭 블랑마냥 강하고도 경쾌하게, 계절에 상관없이 아름다운 야생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Q. 당신의 저서에는 열대어 수족관에 열정적이었던 한 소년이 식물학으로 관심을 옮겨가는 과정이 아름답게 그려져 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환경이 예술의 형태로 표현되는 식물학적 작업에 영향을 주었나요?A. 사실 저의 부모님께서는 전혀 다른 일을 하셨습니다. 저는 파리 근교에서 자랐는데 가족들은 열대식물이나 수족관에는 관심이 없었죠. 어머니는 가사 일을 하셨고, 아버지는 정부 기관의 공무원이었는데, 식물학과와는 아주 동떨어진 분들이셨습니다. 따라서 제 유년기의 조건은 지금의 저와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또한 저는 단지 식물학만을 공부해 온 것도 아닙니다. 학창시절에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었고, 나중에 우연히 생물학과 열대식물을전공한 것뿐입니다. 예술과 관련된 공부는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Q. 지금까지 가장 어려웠던 프로젝트를 꼽는다면?A. 우선 바레인(Bahrain)을 들 수 있겠네요. 중동의 바레인에서는 여름에 섭씨 55도를 육박하고, 거기에 강한 바람이 동반됩니다. 정말 절망적인 조건이죠. 다 말할 순 없지만 그 외에도 많은 해결해야 할 난관이 있습니다. 지금 장 누벨과 진행 중인 시드니 프로젝트의 경우, 150미터 높이의 초고층빌딩 입면에 거대한 버티컬 가든 면을 설치하는 것입니다. 여기서도 바람이 가장 문제죠. 그 정도 높이의 건물에서 바람의 강도는 상당합니다. 주차 건물 내 자연광이 전혀 유입되지 않는 상황도 어렵다고 할 수 있죠. 여기에,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의 독성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킵니다. 이러한 컨디션에서도 꿋꿋이 살아나갈 수 있는 적합한 종을 찾는 것이 바로 가장 큰 숙제입니다. 추운 날씨 또한 문제입니다. 일본 가나자와의 21세기 미술관 외부에 설치된 버티컬 가든이 그 사례입니다.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의 겨울 추위는 상상을 초월하는데, 여기서도 적절한 종을 찾는 것이 문제입니다. 바레인이나 두바이에서 살아남는 식물을 찾아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키예프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종을 찾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요약하자면, 제 프로젝트에는 극한의 추위 혹은 열사, 강풍이라든가 극단적으로 빛이 들지 않는 상황 등 항상 어려움이 따르지만, 그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 저에게는 더욱 신나는 일이죠.Q. 당신의 드림 프로젝트를 꼽는다면?A. 물론 모든 프로젝트가 드림 프로젝트입니다. 저는 지금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매우 어려운 작업을 하고 있는데, 허조그 드뮤론의 미술관입니다. 마이애미 아트 뮤지엄에는 15~20미터에 이르는 기둥들이 있고, 저는 이것을 식물로 감쌌습니다. 기둥을 감싸는 시공은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고, 70여 개에 이르는 기둥들마다 적절한 식물의 배합을 통해 전체적으로 조화가 있으면서도 각각이 독특한 장면을 연출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20~30미터 높이라면 아마 세계에서 가장 높은 버티컬 가든이 될텐데, 20미터 이상 기어 올라가는 식물들을 이용한 작업이 드림 프로젝트가 되겠죠.저는 식물학자입니다. 과학자로서 식물이 어디서 잘 자랄 수 있고, 어디서 자라기 힘든지 압니다. 어느 특정한 장소에 어떤 식물이 적합한지도 알고 있습니다. 적절한 장소에 적절한 식물을 선정하기만 한다면, 식물을 이용해 어떠한 것도 가능합니다. 가장 더운 곳, 가장 어두운 곳, 가장 높은 곳, 가장 추운 곳 등 다양한 장소에서 프로젝트를 할 수 있었기에 매번 프로젝트가 드림 프로젝트였고, 앞으로 오게 될 새로운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조건이 주어지겠지요. 자연에게 필요한 모든 조건들을 준비해 준다면, 이 지구상의 어떤 곳에서도 자연을 재창조해낼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러기에 모든 새로운 프로젝트들은 새로운 드림입니다.
  • 최재혁 _ (주)비·오 이엔씨 Be·Oh ENC 대표
    입추와 처서를 지나, 드디어 9월이다. 아직도 연일 폭염이 계속되고 있지만 곧 단풍을 볼 수 있겠다는 기대도 하게 된다. 또, 올해 초부터 이어온 조경계의 인물들을 소개하는 꼭지가 지면에 소개되는 달이기도 하다. 인터뷰어인 기자에게는 부담이 되는 달이기도 하며, 동시에 기대감도 생긴다. 새로운 인물을 소개하기 위해 조경계 인물들을 모색하고, 독자들의 이야기를 듣기위해 이곳저곳 기웃거리기도 해야 하며(취재에 나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인터넷을 뒤진다거나 하는 등), 인터뷰이를 선정했다면 그 인물에 대한 리서치 또한 빠져서는 안 된다.한창 이번호 인터뷰이를 물색하던 중 몇몇 독자들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올해 초 (사)한국조경사회가 진행한 조경실무아카데미에서 한 강사의 강의가 인상 깊었으며, 지면에 그 조경가의 이야기가 소개되었으면 하는 요청이었다. 그때는 당시 밀린 업무와 바쁜 취재 일정으로, 기억해두었다가 진행해보도록 하겠다는 대답으로 슬쩍 넘어갔었는데 그 이야기가 불현 듯 떠올랐다. 또 마침 LANDSCAPE ARCHITECT(조경가)란 꼭지의 부활(2009년에도 당시 조경가 꼭지가 운영되었다) 이유와 부합(실력있는 숨은 조경가를 발굴해보자는 거창한 의도로 시작되었다)하는 인물이란 생각에 청탁을 위한 수화기를 들었다.최재혁 대표의 이력은 조금 특이하다면 특이할 수도 있다. 사실 최재혁 대표는 고등학생 때는 누구나 다 미대에 진학할 것이라고 생각한 미술학도였다. 하지만 막상 대학에 진학을 앞에 두고 진로를 고민하면서 접하게 된 것이 ‘조경’. 만화가의 꿈을 그리며 1년간 외도(?)를 하기도 했지만 다시 조경일을 하고 있다. 조경설계사에서 십수 년간 조경설계의 영역에서 활동하기도 했으며, 골프코스디자인에 도전도 해봤다. 이후 지금의 회사, (주)비·오 이엔씨를 설립하여 운영 중이며, 고급주택정원이나 리조트, 골프장, 집합 주택단지 등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봤으니, 어떤 분야가 더 매력으로 다가올까?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그런데 되돌아온 답변은 예상과 사뭇 달랐다.
  • Community Design
    한국에서 동 단위를 넘어서 이사하는 인구비율은 연20%에 가깝다. 유럽의 10배, 일본의 4배, 대만의 3배이며, 미국의 2배이다. 개발도상국도 아니고 왜 이리 자주 옮겨 다닐까? 높은 인구 이동률은 그 도시의 정주체계에 무언가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경제활동을 위한 자발적인 이사도 적지 않겠지만, 사실은 도시개발 방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한국에서 보편화된 뉴타운과 재개발, 초고층 재건축 중심의 스펙터클한 개발사업은 지역주민을 흩어지게 하고 정주성을 낮추는 주범이다. 그리고 도시문제의 상당 부분은 여기에서 비롯된다.서울과수도권은 양적으로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도시이고 거대생활권이다. 그러나 질적으로 따지면 그 위치가 한참 내려간다. ‘경제’나 ‘산업’을 떠나 미래적인 개념의 살기 좋은 도시를 꼽을 때 우리 도시들의 이름을 찾기는 힘들다. 일찍이 미국의 문명비평가 루이스 멈포드가 개념화한 ‘메가 머신(mega machine)’이 바로 우리들의 도시 체계인지 모른다. 전통의 커뮤니티는 하나 둘 사라지고, 온갖 소비적 커뮤니티와 사생활적 커뮤니티만이 번성한다. 그 속에서 구성원들은 개인으로 파편화되며, 시민이 아닌 소비자가 되어간다. 그들의 꿈은 갈수록 도시공간적인 스펙터클에 흡수되어 고유의 매체를 만들어가는 것이 어렵게 되고 있다.숱한 대규모 개발이 주거단지를 만든 대신 다수의 커뮤니티를 파괴했다. 이제 기대하는 것은 메가 머신이 하사하는 미래주의적 대개발이 아니다. 오히려 좀 소박하지만, 도시민 스스로 이끌어가는 공간창출과 관리이다. 그 대안으로 커뮤니티 디자인이 주목받고 있다. 공동체 붕괴와 과도한 도시화가 부른 단절, 소외, 혼란을 극복하기 위한 이 기법의 핵심은 공동체의 재구성을 공간적으로 돕는 데에 있다. 물론 근대성의 상징인 ‘도시’와 전근대성의 흔적인 ‘공동체’를 조화시키기는 쉽지 않다. 둘의 특성들을 하나하나 톱아보면, 개념적으로 서로 대척점에 서 있을 때가 많다. 그래서 커뮤니티 디자인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작업이다.영국 국가통계청은 행복을 위해서는 ‘건강, 관계, 일, 환경’이 가장 중요하다고 정의했다. 이 중에서 관계와 환경, 건강은 거주공간과 직결된다. 커뮤니티 디자인은 이웃과의 관계와 좋은 거주환경에 초점을 둔다. 그렇게 될 때 건강한 삶이 올 수 있을 것이다. 커뮤니티는 서구에서도 최근 몇 십 년 동안 무척 인기가 높아진 용어로 꼽힌다. 도시화의 부작용과 문제는 동서양을 막론하기 때문일 것이다. 커뮤니티 디자인에 좀 더 진지하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 / 2013년09월 / 305
  • Community Design
    한국에서 동 단위를 넘어서 이사하는 인구비율은 연20%에 가깝다. 유럽의 10배, 일본의 4배, 대만의 3배이며, 미국의 2배이다. 개발도상국도 아니고 왜 이리 자주 옮겨 다닐까? 높은 인구 이동률은 그 도시의 정주체계에 무언가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경제활동을 위한 자발적인 이사도 적지 않겠지만, 사실은 도시개발 방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한국에서 보편화된 뉴타운과 재개발, 초고층 재건축 중심의 스펙터클한 개발사업은 지역주민을 흩어지게 하고 정주성을 낮추는 주범이다. 그리고 도시문제의 상당 부분은 여기에서 비롯된다.서울과수도권은 양적으로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도시이고 거대생활권이다. 그러나 질적으로 따지면 그 위치가 한참 내려간다. ‘경제’나 ‘산업’을 떠나 미래적인 개념의 살기 좋은 도시를 꼽을 때 우리 도시들의 이름을 찾기는 힘들다. 일찍이 미국의 문명비평가 루이스 멈포드가 개념화한 ‘메가 머신(mega machine)’이 바로 우리들의 도시 체계인지 모른다. 전통의 커뮤니티는 하나 둘 사라지고, 온갖 소비적 커뮤니티와 사생활적 커뮤니티만이 번성한다. 그 속에서 구성원들은 개인으로 파편화되며, 시민이 아닌 소비자가 되어간다. 그들의 꿈은 갈수록 도시공간적인 스펙터클에 흡수되어 고유의 매체를 만들어가는 것이 어렵게 되고 있다.숱한 대규모 개발이 주거단지를 만든 대신 다수의 커뮤니티를 파괴했다. 이제 기대하는 것은 메가 머신이 하사하는 미래주의적 대개발이 아니다. 오히려 좀 소박하지만, 도시민 스스로 이끌어가는 공간창출과 관리이다. 그 대안으로 커뮤니티 디자인이 주목받고 있다. 공동체 붕괴와 과도한 도시화가 부른 단절, 소외, 혼란을 극복하기 위한 이 기법의 핵심은 공동체의 재구성을 공간적으로 돕는 데에 있다. 물론 근대성의 상징인 ‘도시’와 전근대성의 흔적인 ‘공동체’를 조화시키기는 쉽지 않다. 둘의 특성들을 하나하나 톱아보면, 개념적으로 서로 대척점에 서 있을 때가 많다. 그래서 커뮤니티 디자인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작업이다.영국 국가통계청은 행복을 위해서는 ‘건강, 관계, 일, 환경’이 가장 중요하다고 정의했다. 이 중에서 관계와 환경, 건강은 거주공간과 직결된다. 커뮤니티 디자인은 이웃과의 관계와 좋은 거주환경에 초점을 둔다. 그렇게 될 때 건강한 삶이 올 수 있을 것이다. 커뮤니티는 서구에서도 최근 몇 십 년 동안 무척 인기가 높아진 용어로 꼽힌다. 도시화의 부작용과 문제는 동서양을 막론하기 때문일 것이다. 커뮤니티 디자인에 좀 더 진지하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 / 2013년09월 / 305
  • 커뮤니티 디자인 전개와 추구 가치
    영화 설국열차가 ‘시스템 밖을 상상하라’는 암시를 던지며 마무리 짓듯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추상적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으로서 ‘마을, 커뮤니티’가 재검토되고 있다. 시민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모습의 활동들이 일어나고 있고, 제도적 차원에서의 지원도 많아졌다. 서울시는 마을공동체 지원센터를 만들고 다양한 방식과 내용으로 마을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수원시의 마을르네상스 사업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덩달아 ‘커뮤니티 디자인’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만의 상황인 것 같지는 않다. 틸(J. Till)은 2010년 『Architecture, Participation and Society』라는 책의 서문에서 ‘커뮤니티 디자인은 전 세계적으로 예외적 실천이 아닌 일반적인 실천이 되어가고 있다.’라고 쓰고 있다. 그런데 ‘커뮤니티 디자인’이라는 단어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규정되지 않는다. 자꾸 도망간다. 왜 그럴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이 용어가 갖는 속성 때문이다. ‘커뮤니티 디자인’이라는 용어는 조경, 건축, 도시계획 같이 특정한 분야를 지칭하는 용어가 아니라 ‘지향하는 가치를 중심으로 설정’되는 용어이기 때문에 입장이나 분야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그리고 상당히 실천적 용어이다. 태생부터가 그렇다. 다음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하겠지만, 실천이 먼저 있었고 이후 추상적 논의가 이루어졌다. 추상화의 결과 또한 확정적이기보다는 열려있어 많은 연구자들과 실천자들은 현재를 진단하며 끊임없이 개념을 재규정하고 있다(김연금, 이영범, 2012). 즉, 실천과 이론이 상호 작용하며 발전적 순환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그러므로 이 용어에 대한 접근은 관련 논의를 관통하는 통일된 개념과 특성을 찾기보다는 다루어지는 주요 주제와 이를 둘러싼 논의의 양상을 살펴봄으로써 개념적 특성이 드러나도록 하는 게 맞는 듯하다. 이러한 내용을 전재로 이 글에서는 커뮤니티 디자인이 어떻게 전개되어 왔고 개념 및 추구 가치, 우리나라에서의 커뮤니티 디자인의 현황에 대해 다루도록 하겠다. 참고로 커뮤니티 디자인과 유사 용어로는 community planning, community architecture, social architecture, community development, community participation, participatory design 등이 있다. 여러 연구자들의 의견을 살펴볼 때 커뮤니티 디자인은 이러한 용어들을 대표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이 글에서도 마찬가지다.
  • 커뮤니티 디자인 관련 제도 – 서울시 주민참여형 재생사업을 중심으로
    커뮤니티 디자인의 출발은 바로 사람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디자인하고, 사람과 공간, 사물과의 관계를 디자인하는 작업이다. 그래서 커뮤니티 디자인은 ‘만들지 않는’ 디자인, ‘사람을 보는’ 디자인, ‘사람과 사람을 잇는’ 디자인, ‘더 괜찮은’가능성의 디자인, ‘스스로’ 가치를 찾는 디자인, ‘함께’ 과제를 해결하는 디자인이라고 말한다. 필자가 도시설계(Urban Design)과정에서 이와 같은 커뮤니티 디자인 작업에 참여하게 된 것은 2008년 서울시의 ‘살기좋은 마을만들기형 지구단위계획’을 통해서이다. 다른 도시설계 작업에 비해 커뮤니티 디자인 위주의 작업은 눈에 확 띄는 결과물을 만들기보다 주민과 함께 공유하고 소통하는 설계의 과정이 더욱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따라서 커뮤니티 디자인을 요구하는 도시설계 작업에서 디자이너 즉, 실무자의 역할은 무리하게 도로를 내거나, 공공시설을 만들기보다 직접 공간을 사용하는 주민의 제안에 따라 스스로 디자인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로서 역할이 중심이 된다.서울시는 새로운 변화를 꿈꾸고 있다. 그 변화의 시작은 마을에 있고, 마을의 주인은 바로 주민이다. 서울시에서는 이와 같은 커뮤니티 디자인을 다양한 제도에 도입하여 마을 단위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최근 제도적 기반을 마련, 마을 단위의 커뮤니티 활성화와 환경 개선을 목표로 시도되고 있는 서울시의 주민참여형 재생사업이 어떻게 제도적으로 정착되었는지 제도의 변화과정과 그 주요 내용 등을 소개하고자 한다.(중략)누구든지 내가 사는 곳(마을)이 이랬으면 좋겠다, 또는 이렇게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마을에 대한 막연한 희망이 있어도 그것을 자기 자신의 손으로 실현하는 것은 쉽게 생각하지 못한다. 이와 같은 주민의 생각을 실현에 옮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작업이다. 마을 환경의 정비가 공공의 주도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주민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실천하여 원하는 환경을 만들어 가도록 하는 과정을 통해 능동적인 주민으로 변하게 된다.주민뿐만 아니라 자치단체 공무원들의 의식도 변한다.“과거의 노하우를 가지고 좋은 사례를 들어가며 주민과 공무원의 역할을 제시하고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주로 퇴근시간 이후 저녁에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고생도 많이 했습니다. 저희는 그에 따른 주민 민원을 받아들이고 중개 역할을 했는데, 민원을 해소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상세계획에서 건축선 지정 및 저층상가 활성화 등 계획은 잘 한 것 같은데 결국 하나도 실현되지 못했었거든요. 앞으로 다른 지구단위계획에서 밀도계획에 머무르지 말고 조금 더 가치 있는 것들에 대해서 함께 고민해나가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욕심을 가지고 있는 주민이 꼭 나빠서가 아니라 주민이란 그런 양면성을 가지고 있기 마련입니다. 그 생각들 중에서 어떻게 하면 좋은 생각을 끄집어내서, 공론화를 시켜 계획을 담아내고 비전을 설정해나가고 자기 마을을 가꾸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해보니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고, 또 그렇지만 앞으로 갈 길도 역시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처음에는 공공기관 역시 어쩔 수 없는 변화에 끌려간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지만, 공공기관의 의식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점점 바뀌고 있다.커뮤니티 디자인은 이 일에 관여하는 사람들의 의식을 바꾸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무의식 중에 능동적인 담당자가 되고, 실무자가 되며, 주민이 되는 것을 보았다. 이와 같은 작업은 특별하지 않다. 커뮤니티 디자인이 사람을 위한 좋은 장소를 만들어 가는 일이라면, 도시 속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로서 삶터와 일터와 쉼터를 가꾸어 가는 즐거운 일상이 되길 희망한다.
  • 커뮤니티 디자인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커뮤니티 디자인을 통해 글로벌 이슈의 대안적 실천을 가능하게 하자지금 우리 사회의 커뮤니티 디자인을 둘러싼 가장 핵심적인 화두는 무엇일까? 마을을 기반으로 주민 스스로 자신의 정주환경을 고치며 마을기업을 통해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만드는 마을기반형 근린재생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이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커뮤니티 디자인의 중요한 역할은, 마을공동체를 통해 에너지나 빈곤 같은 글로벌 이슈에 대하여 커뮤니티 레벨에서의 실천적 대안을 모색하는 일이다. 국내외의 다양한 사례들이 최근 이런 커뮤니티 디자인의 가능성을 보여준다.커뮤니티 디자인을 통해 공유경제와 사회적 가치의 창출을 가능하게 하자전통시장 현대화사업의 한계를 넘어 시장상인들이 마을기업을 결성하여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새로운 가능성을 선보인 예가 서울시 통인시장이다. 이곳의 히트상품은 통인시장상인회가 만든 마을기업 ‘통인커뮤니티’에서 운영하는 도시락 카페이다.음식을 만들어 파는 시장 내 가게가 도시락 카페에 가입하고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지역화폐인 엽전과 일회용 도시락을 구입하여, 도시락 카페 가맹점이란 팻말이 붙은 가게를 직접 찾아다니면서 500원과 1,000원 단위로 먹고 싶은 반찬을 사서 고객만족센터에 마련된 식당에서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게 한 것이다. 도시락 카페 이전에 간판같은 상점의 공간환경을 디자인을 통해 개선했지만 영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못하자 시장상인들이 전문컨설턴트의 자문을 받아 도시락 카페를 열게 된 것이다. 5,000원 어치 엽전을 사면 먹고 싶은 반찬 6가지를 골라 먹는 멋진 점심식사가 가능하기에 평일 점심에는 주변 직장인들이 찾고, 주말에는 입소문에 가족이나 젊은 연인들이 이곳 전통시장을 찾는다. 평일 하루 평균 150여 명, 주말 하루 평균 500여 명의 손님들이 도시락 카페를 방문하여 이곳 시장 마을기업의 월 평균 매출도 2,000만 원에 이른다고 한다. 시장 본연의 기능을 잘 살려 가게상인들이 마을기업을 만들고 공유경제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동시에 시장 활성화에 기여한 커뮤니티 디자인의 좋은 사례이다.
  • 수원시 마을만들기 커뮤니티 디자인 사례
    도시의 주인은 시민이다. 지방자치의 가장 큰 힘은 시민으로부터 나오며, 지방자치는 지역에 살고 있는 시민들을 위한 행정으로 시민들과 밀접한 정책계획을 세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1991년 지방의회 선거 부활을 통해 지방자치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어 왔다. 그러나 아직 지방자치의 주체라고 할 수 있는 시민들이 소외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제도적으로는 성립되었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핵심적인 자치와 분권이 여전히 자리 잡지 못한 것이다. 이를 반영하는 결과가 있다. 2012년 효과적 민주주의 지수(EDI)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100점 만점에 53점으로 180개 나라 중 53위로 평가되었다. 이 같은 결과는 자치와 분권 차원에서 한국의 정치수준은 아직 충분치 못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자치와 분권을 통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민참여에 의한 자치분권의 힘이 매우 중요하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다양한 정책이나 정치에 참여하여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어가는 주민자치의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주민자치의 도시를 위해서는 시대적 변화 추세에 맞추어 소수의 뛰어난 전문가 엘리트가 아닌 다수의 시민이 보다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집단지성의 철학에 기초함이 바람직하다. 집단지성이란 여러 개체들이 서로 협력하고 경쟁해 달성하는 집단적 능력을 의미한다.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된 집단에서 집단지성은 전문가의 견해보다 더 정확한 예측이나 답을 찾을 수 있다.시민들의 손으로 도시를 만드는 주민자치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시민이 직접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하여 실제로 도시를 바꿔나갈 수도 있고, 지방재정운영에 대해 직접 참여할 수도 있다. 또한 도시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참여하여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며, 자기가 살고 있는 마을을 자기의 손으로 직접 만드는 커뮤니티 디자인 방법도 있다. 이와 같이 다양한 주민자치 방법 중에서 본 글은 그동안 필자가 학자로서 행정가로서 주민자치 도시의 가능성을 실천한 수원시의 마을만들기를 중심으로 정리하였다.
  • 인천 제물포의 6개월간의 이야기
    인천은 1883년 개항을 기점으로 폭발적 성장을 하였다. 항만을 매립하고 도서지역을 편입시켜 도시의 면적이 170배나 확장되었다. 1968년 원도심은 인천 전체 면적의 53%였고 그 중 남구가 48%를 차지할 만큼 경제·상업·행정 업무의 중심지였으나 현재 남구는 인천 전체면적의 2.3%에 불과한 구도심으로 전락해버렸다. 도시주거환경정비 재개발 사업과 같은 꿈같은 사업들이 이곳 남구를 들썩이게 했다. 정비예정구역은 인천시의 1.5%였지만 남구 전체 면적 중 19.7%가 해당되었다. 신기루를 꿈꾸던 주민의 희망과는 반대로 정비예정구역은 실질적인 추진을 이루어내지 못하다 결국 해제되었다. 해제된 지역 3.5㎢ 중 남구에 해당하는 지역은 1.8㎢로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우리1가 만난 제물포 지역도 지정과 해제를 겪으며 경제적, 사회적 혼란을 겪고 있는 곳이었다. 일부 주민단체는 여전히 꿈같은 조감도를 제시하며 이행하지 못한 책임을 행정기관에게 묻고 있었고, 행정은 그런 그림을 다시 그려줄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우리가 지역주민과 행정기관과 함께 할 대상지는 제물포역을 중심으로 인천축구전용경기장과 도화역 사이의 긴 공간이었다. 경인선이 놓여 지역의 왕래가 단절되어 있었으며, 인천대학교가 송도로 이전함에 따라 학생 소비자를 잃은 대학로와 대형마트 옆 텅 빈 시장은 방치되어 있었다. 주민들을 만나며 5가지 계획의 조건들을 내세웠다. “작은 사업으로 계획합니다. 전면철거 재개발 방식의 사업은 없습니다. 누가 무엇을 할지를 먼저 생각하겠습니다. 주민들이 주체로 나설 일을 찾아보겠습니다. 지역의 역량에 보다 깊게 밀착 하겠습니다.”라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6개월. 그 안에 주민이 주체가 되는 제물포역세권의 활성화방안을 수립하여야 했다. 좀 더 빠른 추진을 위해 처음에는 역세권 주민들을 한 번에 만났다. 의제들이 구역별로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대상구역을 세 곳으로 나누고 각각의 대상구역의 사람들을 나누어 만났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실제로 무엇인가를 해보기로 결정했다. 우린 이것을 시범사업이라 불렀다. 이로써 연구와 계획과 실행이 동시에 진행되는 일이 시작되었다.
  • 커뮤니티 공간을 둘러싼 다양한 상황들
    이제 커뮤니티 디자인을 이야기할 때, 주민참여를 따로 덧붙여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굳이 ‘주민참여형 커뮤니티 디자인’이라는 장황하고 이상한 말을 쓰지 않아도 온전히 그 내용이 설명되지 않나 생각되는데, 이는 최근의 마을만들기에 대한 관심만큼 ‘참여’가 당연히 커뮤니티 디자인에서 필수적으로 고려해야하는 가치로 자리 잡아 가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런 참여-인간관계의 문제에 디자인이 접속되는 순간, 많은 상황이 더 복잡하고 어려워진다는 것을 아마도 공공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많은 활동가들과 디자이너들이 이미 경험했을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 도시연대 커뮤니티 디자인센터에서 최근 몇 년간 한평공원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직면했던 그러한 인간관계의 사례들, 커뮤니티 디자인의 개별 프로젝트들이 주민참여에서 의도했던 지향점들, 그리고 어떤 인과과정을 통해 그것이 진행되었는지에 대한 몇 가지 정황들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물론 더 다양한 사례들이 있을수 있지만 여기에서는 대략 4가지로 상황을 정리해보았다.1) 참여방법의 디자인이 필요한 경우2) 커뮤니티 없는 커뮤니티 디자인3) 커뮤니티 디자인을 통한 갈등의 조정4) 커뮤니티 디자인을 매개로 한 지역주민들과의 소통첫 번째와 세 번째, 네 번째 항목은 커뮤니티 디자인을 이야기할 때 주로 논의되는 부분이지만, 두 번째 항목인 ‘커뮤니티 없는 커뮤니티 디자인’은 비교적 최근의 고민을 담고 있다. 도시연대에서 진행하고 있는 한평공원 사업의 경우, 사업초기에 주민들의 참여의지가 높고 공공성 확보에 대한 확신이 강한 곳 위주로 사업을 진행하다가 어느샌가 점차 앞의 관점에서 봤을 때 꽤 평범한 자투리 공간에도 한평공원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데, 그런 경우 가끔 참여의 씨앗이 될 만한 아주 단출한 규모의 지역공동체와도 연결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때가 있다. 결국 참여가 부재한 장소에서 커뮤니티 디자인을 진행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놓이게 되는 일도 있는 것이다. 그런 사례들을 여기에서 언급하고자 한다. 뒷부분에 마지막 다섯 번째 항목으로 ‘공공공간으로부터의 도피’라는 다소 추상적인 제목을 붙여 주민들 스스로가 공공성의 영역으로부터 자발적으로 멀어지는 경향에 대한 사례들을 넣어볼까했지만, 이미 과거의 사례들이고 지금은 훨씬 여건이 좋아졌으며, 앞으로도 점점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넣지 않았다.앞의 4가지 상황을 이미 진행된 한평공원 프로젝트의 사례를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덧붙여 커뮤니티센터에서 공공성이란 주제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는 최근의 고민들을 여기에 잠깐 소개한다.① 커뮤니티 디자인 참가자들의 수평적인 대화를 위한 방법들- 침묵하는 다수의 의견을 이끌어내기 위해 의사표현을 매개하는 기법에 대한 필요성. 민주적인 워크숍 기법이나 놀이, 카드를 활용한 의사소통기법 등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이다.② 골목길 생태계, 마을의 아주 작은 차원에서 벌어지는 이해관계 파악하기- 쓰레기 처리문제, 주차문제, 공원이나 빈터의 이용, 또는 길에서 벌어지는 행위들은 골목길 차원에서 벌어지는 작은 움직임이지만, 마을의 공간구조와 결부된 정치적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공간에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의 생태계를 파악하는 것.③ 커뮤니티 디자인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인가? 아니면 필요한 것을 만드는 것인가?- 디자인이 ‘새로운 소외’를 만들 가능성에 대해 민감하게 인지하고 있어야 하는 점.④ 디자인과정에서 드러난 지역커뮤니티의 모든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기- 장소의 문제는 결국 주민들 스스로의 의지에 달린 문제이다. 주민참여에 의해 진행된 커뮤니티 디자인은 이해관계에 따른 일시적 합의사항에 대한 결과의 한 단면만을 보여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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