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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플래트닝 랜드스케이프
나를 키운 사람들
진양교의 채우기와 비우기 설계 이론과 제임스 코너의 실천적 어바니즘 기반의 간단명료한 디자인에 영감을 받았다. 진양교 소장은 은사이기도 하다. 공원 설계 수업에서 그를 만나 채우고 비우는 설계 방식을 배웠다. 대상지를 빈 공간이 아닌 녹지로 채워진 자연으로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길과 프로그램이 놓일 공간을 비워나가는 방식이다. 난지 하늘공원은 진양교의 설계 방식이 명확하게 드러난 예다. 나는 CA조경기술사사무소(이하 CA조경)의 창립 멤버로, 유학을 떠나기 전 7년간 그의 밑에서 일하며 많은 영향을 받았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공부하는 동안 제임스 코너의 수업을 들을 기회는 없었지만 졸업 후 뉴욕 JCFO(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에 입사했고 그곳에서 그의 설계 방식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코너의 드로잉에는 수목이나 녹지와 포장을 구분하기 위해 칠한 색이나, 포장 패턴이 없다. 오로지 한 가지 색으로 그린 명확한 선만이 존재한다. 그 선들에는 군더더기 없는 개념과 논리가 장착되어 있다. 그 간단명료한 드로잉 과정을 보면서 불필요한 개념과 과도한 디자인을 벗어던질 수 있었다.
두 조경가로부터 설계의 기본을 배웠고 다양한 실무 프로젝트를 통해 성장해왔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상기 소장(조경설계사무소 온)으로부터 설계안을 쉽고 편안하게 그리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실무를 막 시작한 디자이너가 하나의 선에서 시작해 설계안을 마무리하기까지 느끼는 부담감은 엄청나다. 프로젝트의 홍수 속에서 계획안을 그리기 위한 시간은 생각보다 넉넉하지 않다. 어깨너머로 본 그의 자세에서 설계안을 그리며 힘을 빼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은 것을 알려준 준 사람은 김재환 소장(CA조경)이다. 오랜 기간 함께 일했고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았다. 논리적 설계 전략, 효율적 업무 진행, 발주처와 건축가를 설득하고 협의하는 방식을 그를 통해 경험하고 익혔다. 김 소장은 나에게 설계안을 그릴 많은 기회를 주었고, 설계 개념과 계획안에 대해 열린 태도로 논쟁하는 것을 즐겼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나 역시 홀로 성장한 것이 아니다. 내가 존경하는 사람들의 설계 방식을 추구했고, 주변의 좋은 동료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지금도 주변에 훌륭한 이들이 많고, 특히 함께 생각을 공유하는 젊은 조경가들이 있다. 그들로 인해 나는 계속 성장할 것이다. 나를 키운 건 8할이 사람이다.
*환경과조경405호(2022년 1월호)수록본 일부
조용준은 서울시립대학교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조경을 공부했다. CA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으로 ‘새로운 광화문광장 기본 및 실시설계’를 이끌고 있으며, ‘워커힐 더글라스 정원 기본 및 실시설계’, ‘이스탄불 하천 회복 프로젝트’, ‘종로구 통합청사 설계공모’ 등 국내 외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개인 자격으로 ‘서울시 72시간 프로젝트’ 공동 우수상, ‘서울형 저이용 도시 공간 혁신 아이디어 공모’ 대상을 수상한 그는 즉흥적인 기획, 전시하지 않는 그래픽 작업 등을 즐기기도 한다. 최근 ‘IFLA 2020 World Landscape Architects Summit’에 한국의 조경가로 초청되어 ‘새로운 기술로 변화되는 삶에 대한 조경의 역할’을 주제로 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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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가지 이야기
1. 플랫랜드
2. 디자인과 툴, 그리고 생각의 확장
3. 조용준, 조제 그리고 제레미
4. 생성적 경계
5. 보이지 않는 깊이
6. 반응하는 표면
01 플랫랜드
우리는 마치 신이 된 것처럼 높은 곳에서 공간을 마주하고 디자인한다. 전지적 시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2차원적 평면에 불과하다. 하늘 위의 시점은 3차원적인 물리적 공간과 그 공간 이면의 보이지 않는 깊이에 대한 이해를 간과하게 만든다. 관습적으로 학습된 설계 방식은 사고를 고착화하고, 그렇게 만든 공간은 우리의 삶을 단편적으로 만든다. 새로운 시각과 접근이 필요하다. 새로운 디자인 방식을 탐구해야 한다. 나와 다른 생각을 열린 자세로 받아들이고, 나를 둘러싼 모든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
2000년대 초반 조경의 양적 팽창기 시대에 나는 플랫랜드(flatland) 속에서 한눈에 담기지도 않는 거대한 대상지를 수없이 그리며, 고정되어 가는 시각과 무뎌지는 감각을 느꼈다. 이카루스의 날개를 들고 그곳에서 탈출했다. 다행히 다이달로스의 충고는 기억하고 있다.
한국 조경의 양적 팽창기를 지나며
2004년에서 2011년까지 CA조경기술사사무소(이하 CA조경)를 다니며 한국 조경의 부흥기를 경험했다. 매년 두세 개의 턴키와 크고 작은 여러 설계공모를 진행했고, 덕분에 실무 및 판단 능력이 빠르게 향상됐다. 아파트 외부 공간부터 상가, 공원, 하천, 광장, 대규모 개발 사업, 리조트, 단지 계획 등 조경가가 설계할 수 있는 대부분의 프로젝트를 경험하며 도시 외부 공간의 다양성과 중요성을 체득했다. 하지만 촉박한 일정과 쉴새 없이 쏟아지는 프로젝트는 깊이 있는 사고를 할 틈을 주지 않았다. 유학 준비를 위해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는 반성의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즐거운 도전 의미 있는 깨달음
2013년 가을 JCFO에 입사했다. 한국의 실무 경험이 도움이 되어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2년쯤 지났을 무렵 ‘잠실운동장 일대 도시재생 구상 국제공모’가 공고됐다. 이곳에서 배운 경험과 지식을 시험해보고 싶었다. 주말을 이용해 몇 명의 지인과 작업하기로 했지만, 다들 바빴던 시기라 현실적으로 협업이 불가능했다. 결국 혼자 계획안을 그리고 내용을 정리했다. 간결하면서도 명확한 개념과 형태를 찾고자 모든 공간을 잇는 슈퍼 스케일의 원을 계획했다. 이 원은 삼성역 일대와 잠실, 한강변을 잇는 PM개인용 이동 수단과 트램을 포함한 순환 교통 시스템이다. 상업, 주거, 문화 및 체육 시설, 공원 등 다양한 기능의 토지와 건축물을 원을 따라 배열했다. 중심에는 탄천과 연계한 거대한 생태 공원을 계획했다. 짧은 시간 동안 홀로 정리하기에 벅찬 내용과 규모였지만, 도시계획은 또 다른 재미를 알려주었다. 하지만 뒤돌아보니 여전히 저 높은 하늘 위 시점에서 JCFO의 방식을 그럴 듯하게 따라하며 계획안을 그렸던 것 같다. 좀 더 깊이 있는 통찰력이 필요했던 프로젝트였다.
02 디자인과 툴, 그리고 생각의 확장
툴(tool)은 디자인을 위한 도구이자 생각의 방식이다. 디자인이 정체되어 있다고 느낀다면 툴을 바꿔보기를 추천한다.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손 그림을 그리던 시절, 왜 선을 떨리게 그려야 하는지 항상 궁금했다.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한 그 떨림이 과연 실제 공간에서는 어떻게 보일까. 수많은 공간을 펜과 색연필로 디자인하다가 깨달았다. 내가 가장 잘 그리는 곡선과 직선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많은 공간을 비슷하게 그리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파스텔을 써보기도 하고, 연필과 마커만을 이용해 그려보기도 했다. 때로는 모형을 만들었다. 손의 감각을 넘어 컴퓨터 툴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캐드, 포토샵, 마야(Maya), 라이노(Rhino), 스케치업을 손으로 만든 디자인을 재현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디자인 수단으로 사용했다.
*환경과조경405호(2022년 1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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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과 탐구에서 실제 세계의 확장으로
조경가 조용준 인터뷰
조경가가 갖춰야 할 소양, 재능과 노력
-인터뷰를 준비하다가 수상 소식을 전하며 나눈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2001년 즈음 『환경과조경』에 소개된 적이 있다는 말이요. 찾아보니 2001년 11월호에 ‘제11회 조경인 체육대회’ 남자 마라톤 부문 우승을 차지했다는 소식이 실려 있더군요. 인터뷰 포문을 여는 가벼운 질문으로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운동 좋아하세요?
“대학교 3학년 때일 거예요. 서울시립대 캠퍼스를 달리는 코스였는데, 어디쯤에서 어떻게 달리고 언제 치고 나가야 1등을 할 수 있을지 머릿속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반복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떻게든 우승을 할 생각으로 전략적으로 임했죠. 구기 종목은 다 좋아해요. 스트라이커로 뛰며 서울시립대 도시과학대학 축구대회에서 건축도시조경학부를 우승으로 이끌기도 했고요. 체격이 왜소하다 보니 빠르고 순발력은 좋은데 체력이나 몸싸움 부분에서 좀 떨어지는 거 같아요. 최근에는 골프를 즐겨 치고 있습니다.”
-골프 코스 설계해본 적도 있나요?
“2007년에 인천청라지구 PF설계를 했는데, 대상지 중 하나가 테마골프 장지구였어요. 그때 진양교 대표(CA조경기술사사무소)가 골프장을 설계하려면 골프를 칠 줄 알아야 한다고 했죠. 그때 골프를 배웠어요.”
-진양교 대표와 인연이 깊으시죠. 지금은 대표와 직원의 관계지만, 처음 만난 건 학창 시절이라고 들었어요. 젊은 조경가상 지원서를 보니 2002년 대학에서 진양교 교수의 수업을 들었고, 그 영향을 받아 설계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고 쓰여 있더라고요.
“공원 설계 스튜디오에서 처음 만났어요. 첫 수업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빈 종이를 나눠주고 색연필로 전부 칠하라고 하셨죠. 그다음에 지우개로 색을 지워나가며 입구를 만들고, 길을 그리고, 중앙의 마당을 만들게 했죠. 그게 설계의 전부라고 하면서요. 사실 빈 종이에 설계를 하라고 하면 부담이 생겨요. 길을 그리고, 녹지를 그리고, 패턴을 만들다 보면 디자인이 과해지는 경향이 있죠. 그런데 미리 녹지를 채워놓고 비워나가는 식으로 설계를 하니 불필요한 선이 생기지 않더라고요. 간결한 디자인을 만드는 ‘채우기와 비우기’ 이론에 감명을 받았어요.”
-본래 설계에 관심은 있었나요? 사실 많은 학생이 전공에 대해 알지 못한 채 수능 성적에 맞춰 입학하기도 하잖아요.
“고등학교 시절을 굉장한 압박감에 시달리며 보냈어요. 아침 7시에 학교에 가서 내내 공부를 하다 자정이 다 되어서야 집에 가는 식이었죠. 대학에 입학하니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모든 일을 자의로 결정할 수 있으니, 학교도 가고 싶을 때만 갔죠. 학점이 좋을 리 없었는데, 신기하게도 설계에는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좋은 평을 들었어요. 성적도 잘 나왔고요. 막연히 나와 설계가 잘 맞는다고 생각한 거죠. 2002년에 장종수 대표가 운영하는 기술사사무소 렛LET에서 인턴을 했어요. 월드컵으로 전국이 들썩거리던 때라 축구를 워낙 좋아하는 저 역시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휩쓸렸죠. 그때 크게 혼이 나서 설계는 내 길이 아닌가 고민하기도 했어요. 공무원이나 공사 쪽으로 나아가야 하나 고민하며 영어 공부를 시작할 때쯤, 당시 토문에서 일하고 있던 진양교 대표의 부름을 받았죠. 조경가가 되려면 재능과 노력이 필요한데, 재능은 있어 보이지만 노력을 할 생각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노력을 한다면 분명히 좋은 조경가가 될 거라고 말해주셨죠. 자존감이 바닥을 치던 시기였는데 그 말에 용기를 얻었어요. 그때부터 다른 데 한눈팔지 않고 조경설계에 매진하겠다는 마음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그 한 마디가 조경설계를 하게 된 계기인 셈이죠.”
-그렇게 연을 맺어 CA조경기술사사무소(이하 CA조경)의 창립 멤버가 된거군요. 6~7년 정도 실무를 하다가 유학을 갔습니다. 일반적인 유학 시기보다는 살짝 늦은 감이 있어요.
“처음에는 유학에 뜻이 전혀 없었어요. 입사 동기인 유지현(SWA)과 친했는데, 어느 날 유학을 간다고 하더라고요. 중학교 때부터 꿈꿨던 일이라면서요. 그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동했어요. 구체적인 계획도 세우지 않고 우선 주변 사람들에게 유학을 갈 거라고 말하고 다녔죠. 시간이 흘러도 유학을 가지 않으니 주변에서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서 떠밀리듯 준비를 시작했어요. 사실 유학을 가기에 토플 점수와 학점이 되게 낮아요. 학점은 3.0도 안 되죠. 하지만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유펜)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죠. 학생을 대상으로 한 특강을 할 때 이 얘기를 꼭 해요. 용기를 가져라. 누구나 갈 수 있는 게 유학이다. 정보가 부족해서 못 갈 뿐이다.”
*환경과조경405호(2022년 1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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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빛보다 더 푸르다
2000년 혹은 2001년 봄학기, 학부 커리큘럼 중 가장 중요한 설계 과목인 ‘공원 설계 스튜디오’의 첫 시간에 한 친구가 늦게 왔다. 그 친구가 눈에 띄었던 것은 첫 강의에 늦는 학생이 흔치 않은데다가 유독 머리색이 노란색이었기 때문이다. 첫 인상이 좋았을 리 없고 강의 내내 수업 태도도 인상적이지 않은 걸로 기억한다. 학기 말에 과제를 제출했을 때 내가 깜짝 놀랐던 걸 보면 말이다. 제출 결과물은 독보적이었다. 무릎을 칠 정도로 내용은 물론 표현도 탁월했다. 몇 년이 지나 학교를 그만두고 토문건축에 잠시 적을 두었을 때, 뽑아야 할 신입으로 제일 먼저 그 친구가 떠올랐고 수소문해서 찾았다. 이후 지금까지 조용준은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
2003년 11월, CA조경을 개업할 때도 함께했고 유학을 가기 전까지 CA조경의 여러 설계에 톡톡히 기여했다. 특히 유학 가기 직전 당선된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 조경설계공모’에서의 맹활약이 기억 속에 생생하다. 좋은 평을 받은 빛가람 호수의 형태와 에지 처리, 여러 디테일은 대부분 조용준의 아이디어에 신세를 졌다. 아깝게 당선을 놓친 ‘파주운정지구 도시기반시설 조경설계공모’의 설계안에서 운정호수공원 에지에 사용한 강력하고 미려한 선형은 솔직히 말해 수원 광교호수공원의 복잡한 교량형 에지보다 멋졌다. 십 여 차례의 디자인 리뷰에서 당시로는 다소 낯선 ‘경계없는 도시와 공원’, ‘물과 공원의 유연한 에지’를 제안하고 고집한 사람이 조용준과 류지현(SWA)이었다. 그걸 내가 ‘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에서 슬쩍 ‘모호한 경계(blurred edge)’ 개념으로 가져왔다. 현재는 보편적인 생각이 되었지만 앞서 나간 젊은 정신으로부터 내가 한 수 배웠던 셈이다.
조용준은 유펜(UPenn) 졸업 후 JCFO(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에서 3년간 일을 했다. 이때 활약상은 당시 일했던 팀의 소장인 정재윤(JCFO)이 지금도 좋은 프로젝트를 맡을 때면 종종 작은 부분이라도 참여해줄 수 있는지 조용준에게 문의하는 데서 짐작할 수 있다. 그는 JCFO에서 큰 프로젝트보다 디테일에 대한 안목을 키웠던 것 같다. JCFO를 퇴사하고 CA조경으로 돌아온 조용준은 현재 많은 일을 주도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특히 2020년에 완공한 워커힐 더글라스 하우스의 더글라스 정원은 아무도 간섭하지 않은 조용준만의 작품이다. 주변의 자연을 어떻게 정원의 일부로 만들지 뛰어난 판단을 내린 덕에 정원은 원래 있었던 듯 자연스러우면서도 보기 좋게 도드라졌다. 원래 갖고 있던 감각에 JCFO에서 훈련한 디테일에 대한 안목이 균형 있게 합쳐졌다. 게다가 이러한 밸런스와 앙상블을 이제 막 발휘하기 시작했다.
*환경과조경405호(2022년 1월호)수록본 일부
진양교는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 교수와 CA조경기술사사무소 대표를 겸하고 있다. 주요 설계 작품으로 목천 독립기념관, 둔천 올림픽공원, 상암 월드컵공원 및 하늘공원, 청계천 총괄 복원, 한강 반포공원 등이 있으며, 『청량리의 공간과 일상』, 『기억과 상징으로의 여행』, 『건축의 바깥』을 펴냈다. 경관 알레고리의 재현이 조경가가 땅을 다루며 풀어야 할 최종의 숙제라는 견해를 여전히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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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세 가지 역량
나는 조용준을 그 누구보다 높게 평가한다. 그는 탁월한 조경가일 뿐만 아니라 조경 분야의 새로운 가능성을 선도하며 발전시킬 사람이다. 예술적 창의성, 열정, 재능을 두루 고려했을 때 ‘제4회 젊은 조경가’로 선정될 자격이 충분하다.
조용준을 처음 만난 것은 유펜(UPenn)에서 그가 유학 시절을 보내고 있을 때다. 그가 보여준 디자인 작업은 실로 놀라웠다. 그의 디자인은 강력하고 상징적이며 아름답게 발전했고, 수많은 드로잉과 모델, 내러티브를 통해 정교하게 표현됐다. 졸업 후 조용준에게 JCFO(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에서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그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탁월한 결과물을 만들었다. 로스엔젤레스의 퍼싱 스퀘어(Pershing Square), 탕헤르(Tangiers)의 워터프런트 프로젝트, 두바이의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 밀위키의 새로운 도시 공원을 비롯해 홍콩, 선전, 상하이의 프로젝트에서 JCFO의 핵심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조용준은 세 가지 영역에서 상당한 역량과 창의성을 보여줬다. 첫째, 그는 3차원 모델링과 형태를 다루는 데 재능이 있다. 경관은 종이처럼 평평하지 않다. 높낮이가 있고 울퉁불퉁하며 역동적이다. 그는 이러한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대규모 경관을 세련되고 우아하게 구성하는 데 탁월한 역량을 갖고 있다. 작품을 연구하고 발표하는 데 필요한 그만의 시각화 기술 덕분에 디자인을 반복적으로 수정함으로써 설계안을 보다 깊이 있게 탐구하고 정제해 발전시킬 수 있었다. 특히 중요한 점은 사람들이 필연적으로 경관 속을 어떻게 가로지르고 이동하는지 깊게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관 경험은 시간적이면서 지속적이기 때문에 조형적으로 구성된 경관의 형태를 움직임, 연속적 경험, 전개되는 장면의 관점에서 연구해야 한다.
둘째, 조용준은 경관이 물리적 건축을 토대로 하는 작품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선과 평면, 표면, 다양한 요소를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이해하고 있으며, 설계안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현장 공정, 토양, 식재, 시설물을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안다. 오늘날 과도한 야심으로 가득한 그래픽 형식주의와 단조롭고 정형화된 작업으로 분열되는 조경 분야의 현실을 생생하게 목격하고 있으므로, 이는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훌륭한 디자인과 혁신적 기술이 더해진 실현성이 결합할 때 나타나는 연관성과 상호작용이야말로 조경 프로젝트 성공의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는데, 조용준은 이런 사실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다.
*환경과조경405호(2022년 1월호)수록본 일부
제임스 코너는 JCFO의 설립자이며,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디자인스쿨 명예교수다. 전 세계의 복합적 도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강의 활동을 하며 조경과 어바니즘 분야 발전에 기여했다. 대표작으로는 뉴욕의 하이라인, 런던 퀸 엘리자베스 올림픽 파크, 산타모니카 통바 파크, 시애틀 워터프런트의 마스터플랜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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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새해를 걸으며
해피 뉴 이어. 이미 두 달 전에 정해 둔 새해 첫 호 이 지면의 제목은 ‘한국 조경 50주년, 『환경과조경』 40주년을 맞으며’였다. “한국 조경이 쉰 살을 맞는다. 2022년, 한국조경학회 설립 50주년과 『환경과조경』 창간 40주년이 겹치는 해다. 8월 말에는 ‘리:퍼블릭 랜드스케이프(Re:Public Landscape)’를 주제로 내걸고 광주에서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IFLA World Congress)가 열린다. 한국 조경의 지난 50년을 돌아보며 기록하는 일, 다음 50년을 예비하며 설계하는 일 모두가 중요한 2022년이다.” 이렇게 잔뜩 힘들여 한 문단 쓰고 나니 글이 앞으로 나가지 않는다. 연말 강추위에 얼어붙은 거리를 걷다 돌아왔다. 걸으며 새해를 맞는다.
계속 붕 떠 있는 느낌, 토대가 무너진 허공에 서 있는 기분. 어디가 끝인지 모를 답답하고 막막한 코로나 시대의 긴 터널,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통과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유도, 계기도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감염된 도시의 어수선한 풍경 속을 목적 없이 걷는 취미 아닌 취미를 가지게 됐다. 몸을 일으키면 저절로 걷게 되고 그냥 걷다 보면 긴 터널의 끝이 보이는 듯한 희망이 생긴다. 노을을 바라보며 무작정 걸으면 복잡하게 뒤엉킨 습한 생각들이 바람에 바싹 마른다. 두 발과 땅이 대화하는 느낌, 나 자신을 세상으로 여는 느낌. 이동이나 답사처럼 특별한 의도를 갖는 걷기와 달리 그냥 느릿느릿 걷다 어슬렁거리며 떠돌다 옆길로 새는, 우연에 내맡긴 걷기는 시간과 공간에 묶인 신체에 자유를 준다.
어쩌면 걷기보다 걷기에 관한 책에 더 재미를 붙인 건지도 모르겠다. 어쩔 수 없는 이론형 인간인지라 닥치는 대로 걷기 책을 모으고 빌리고 읽었다. 프레데리크 그로의 『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 같은 책에서는 여러 철학자와 문인의 산책에 얽힌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고통의 순간에 걷고 또 걸은 니체, 바람구두를 신고 세상을 누빈 랭보, 몽상하는 고독한 산책자 루소, 자본주의의 아케이드를 소요한 베냐민. 그들의 이야기를 단숨에 읽어내려가다 보면 움츠린 몸을 일으키고 운동화 끈을 묶지 않을 수 없다.
걷기와 사유가 교차하는 아름다운 책들을 읽다 보면 도시를 느리게 걸으며 섬세한 풍경을 누리는 것 못지않은 즐거움이 생긴다. 다비드 르 브르통의 『걷기예찬』이나 크리스토프 라무르의 『걷기의 철학』이 경쾌한 산책이라면, 리베카 솔닛의 『걷기의 인문학』과 『길 잃기 안내서』는 긴 도보 여행이다. 로런 엘킨의 『도시를 걷는 여자들』에서는 거리로 뛰쳐나온 전위적 발걸음을, 토르비에른 에켈룬의 『두 발의 고독: 시간과 자연을 걷는 일에 대하여』에서는 공간과 시간을 제 것으로 장악한 자신감을 만날 수 있다.
급기야 지난 가을학기 대학원 ‘환경미학’ 시간에는 교실을 버리고 거리로 나섰다. ‘걷기의 미학, 도시에서 길을 잃다.’ 강의계획서 첫 줄에 허세 가득한 문장을 적었다. 익숙한 도시를 낯선 시선으로 걸으면 일상의 환경에 대한 미학적 문해력을 기를 수 있을 것이라고 수강생들을 설득했다. 시흥갯골생태공원과 배곧생명공원, 하늘공원과 메타세쿼이아길, 경의선숲길, 청계천, 후암동과 해방촌 골목길, 그리고 지도 바깥의 이름 없는 길들을 정처 없이 걸으며 두 발로 지도를 그렸다. 학기말쯤 우리는 하늘과 날씨에 대한 글을 적고 잡초와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서울과 파리를 걸으며 생각한 것들’이라는 부제에 끌려 정지돈의 산문집 『당신을 위한 것이나당신의 것은 아닌』을 집어 들었다. “산책은 거창한 의미 이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아름다운 자연과 세련된 숍과 산책로가 없어도 우리는 걸을 수 있다. 돈이 없고 친구가 없고 연인이 없을 때 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일은 걷는 것이다. 막차가 끊긴 서울 시내를 걷고, 가끔은 한강 다리를 걸어서 건너기도 하고, 퇴근 후에 집에 가기 싫어 정처 없이 쏘다니기도 한다.……산책은 정체성을 잃고 헤매는 것이지만 멜랑콜리해지거나 심각해지지 않는다.……오로지 걸을 때만 진정으로 쾌활해진다.” 걷기의 가장 큰 매력은 막막하고 답답할 때도,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도 걸을 수는 있다는 점 아닐까. 걸으며 새해를 연다.
2022년을 여는 이번 호는 ‘제4회 젊은 조경가’의 수상자인 조용준(CA조경 소장) 특집호다. 에세이 ‘언플래트닝 랜드스케이프’에 담은 그의 설계 철학, ‘여섯 가지 이야기’로 편집한 그의 작업, 남기준 편집장의 인터뷰, 진양교와 제임스 코너의 추천 에세이로 구성한 특집 지면에서 조용준의 도전과 실험을 만날 수 있다.
이번 호부터 두 편의 흥미로운 시리즈를 새로 올린다. 박희성(서울시립대 서울학연구소 연구교수)이 집필을 이어갈 ‘모던스케이프’는 근대기의 그림, 엽서, 지도, 책 등 다양한 매체에서 근대 도시의 풍경을 엿보는 기획물이다. ‘어떤 디자인 오피스’는 설계 작업과 설계사무소 경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는 지면인데, 첫 순서는 ‘조경하다 열음’ 편이다.
본지 창간 40주년(2022년 7월호)을 맞아 올해 ‘조경비평상’의 상금이 대폭 풍성해졌음을 꼭 확인하시기 바란다. 조경을 주어로 고민 중인 예비 조경비평가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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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감각] 그린란드 상어의 바다
그린란드 상어가 보는 풍경을 상상해본다. 수명이 수백 년이나 되는 그린란드 상어는 대부분 어렸을 때 시력을 잃는다. 기생충이 눈을 파먹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아도 뛰어난 청각과 후각이 있어 먹잇감을 문제없이 사냥하고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차가운 바다를 유영하는 그린란드 상어에게 풍경은 없는 존재일까. 아니면 어렸을 적 보았던 바닷속을 몇 백 년 동안 곱씹으며 자신만의 풍경을 만들고 있을까.
길 한복판에서 끊어지거나 엉뚱한 곳으로 향하는 점자 블록을 본다. 밝은 색이 아니라 눈에 잘 띄지 않는 것, 올록볼록하지 않은 것도 있다. 안내견이나 동행인이 없으면 길을 잃기 쉬운 사람들을 생각하며 머나먼 북극해 깊은 곳의 그린란드 상어를 떠올린다.
경험해보지 않아 상상하지 못하는 풍경, 상상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마음을 생각한다. 검고 차가운 밤하늘이 북극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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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가 조용준
언플래트닝 랜드스케이프 _ 조용준
여섯 가지 이야기 _ 조용준
관찰과 탐구에서 실제 세계의 확장으로 _ 남기준
쪽빛보다 푸르다 _ 진양교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세 가지 역량 _ 제임스 코너
언플래트닝 랜드스케이프(unflattening landscape)는 조용준 소장의 설계 철학을 보여주는 핵심 키워드다. 하지만 평평하지 않은 게 어디 땅뿐인가. 사람은 누구나 입체적 면모를 갖고 있고, 조용준 소장 역시 그렇다. 그는 계절과 날씨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산처럼 다중의 얼굴을 갖고 있고, 그를 닮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작품을 선보인다. 광장처럼 포용력이 있는가 하면, 활기차게 솟는 분수의 물줄기 같은 재치를 보여주기도 한다. 남기준의 인터뷰는 그 다채로운 작품이 꾸준한 관찰과 탐구를 토대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호기심 많은 그는 이리저리 손을 뻗어 관찰한다. 그에게 감동을 준 사람을 롤모델로 삼고, 그들의 설계 세계를 끈질기게 탐구해 자신의 것으로 소화한다. 서적, 다큐멘터리는 물론 일상의 사물까지 시선이 닿는 모든 것이 설계 세계를 확장하는 영감이 된다. 여섯 가지 이야기는 분절된 에피소드가 아니다. 플랫랜드에서 출발해 경계, 깊이, 표면에 이르기까지 그만의 설계 어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시간순으로 흐르는 소설처럼 읽을 수 있다. 특집을 닫는 두 편의 에세이에는 스승이자 동료로서 조용준의 작업을 목격해 온 이들이 발견한 그의 역량이 담겨 있다. 2021년 12월 초, 시상식에서 밝힌 수상 소감이 인상 깊었다. “사무소의 대표가 아닌 소장으로서 상을 받아 그 의미가 더 뜻깊다. 좋은 설계를 하고 그 공로를 인정받기 위해 꼭 회사를 차려야 할 필요는 없다”는 그의 말이 더 많은 젊은 조경가를 새로운 도전으로 이끌기를 기대한다.
진행 남기준, 김모아, 이수민 디자인 팽선민 자료제공 조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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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톤 뮤직 플러스 공원
Blackstone Music Plus Park
백 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블랙스톤(Blackstone) 아파트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상하이 쉬후이(Xuhui) 구에 자리 잡고 있다. 프로젝트의 목표는 블랙스톤 아파트와 비좁은 골목길을 변화시키고 확장하여 음악을 주제로 한 공원을 만드는 것이다. 공원을 통해 아파트의 유서 깊은 구조와 맥락을 보존하면서 참신한 디자인을 더해 상하이의 과거와 현재를 통합하고자 했다. 아파트가 가진 독특한 개성을 바탕으로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을 하나로 이어주는 오케스트라’라는 콘셉트를 도출했다. 아파트 전면부, 맞은편의 M+ 호텔과 주동 사이의 공원에 다면적 경관을 연출하기 위해 자생 식물을 활용했다. 아파트가 가진 역사와 이에 따른 다채로운 문화가 공존하는 모습이 조경을 통해 표현되도록 했다.
단순한 개조의 수준을 넘어 아파트 전면부와 외벽, 소규모 공간을 재활용하고 새롭게 꾸며 다양한 디자인의 가능성을 모색했다. 전통과 현대적 콘셉트를 결합해 만든 공공 공간으로 지역민과 방문객의 편안한 공동체 생활을 지원하고자 했다.
100년 역사를 지닌 아파트
1924년에 건립된 블랙스톤 아파트는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바로크 양식 아파트 건물로 상하이 중심부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웅장한 규모, 우아한 디자인, 역사적 배경은 상하이의 건축적 성격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아파트 내외부의 모습은 낡아갔고, 맞은편에 있던 상하이 교향악단의 기숙사처럼 쓰이고 있었다. 현재 1층은 일반 대중에게 공개되면서 도심 문화 공간의 역할을 하고, 2층에서 6층까지는 주거와 사무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환경과조경405호(2022년 1월호)수록본 일부
Lead Designers Li Zhongwei, Lin Nan, Zhu Yijia, Wu Jingyu
Design Team Wei Chun, Shen Yijun, Zhang Qiran
Construction Drawing DesignersZhou Jian(Construction drawing project management), Wu Jingyu(Stone wall design and construction administration), Xu Xuhui
Waterscape Team Sushui
Architecture Team Playze Architects
Location Shanghai, China
Area 5,000m2
Completion 2020
Photography Lu Bing
랩디에이치(Lab D+H) 조경설계사무소는 설계를 통해 사회에 긍정적 영향력을 확산하고자 하는 조경 중심의 디자인 그룹이다. 한국, 미국, 중국 등의문화를 기반으로 정원부터 마스터플랜까지 다채로운 성격과 규모의 프로젝트를 다룬다. 2014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설립되어 현재는 한국의 서울, 중국의 상하이에 오피스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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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테레노 커뮤니티 정원과 교육 센터
El Terreno Urban Community Garden and Educational Center
엘 테레노(El Terreno)는 건축물에 쓰인 소재를 재활용해 만든 커뮤니티 정원 겸 교육 센터다. 대상지는 토양과 광물, 돌이 풍부한 언덕이다. 이곳을 꽃과 향기 식물, 채소를 재배하는 도시 농원이자 환경 교육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코로나19로 학교가 폐쇄되던 시기에 시작된 프로젝트이기에 인근 유치원의 원생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데 힘썼다. 아이들이 식량 생산의 전 과정을 지켜보게 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삶에 한 단계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랐다.
건축 자재를 재활용해 독특한 파빌리온을 제작했다. 무엇보다 새로운 프로세스를 통해 독특한 재료와 모듈로 공간을 완성하고자 했다. 사람들이 엘 테레노에 들어설 때 편견을 갖지 않도록 하는 데 힘썼는데, 다양성과 다원성을 추구하는 이 공간은 치유 환경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공유하려는 사람들이 머물 때 의미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다목적 파빌리온은 언덕 사이에 삽입되듯 설치되어 정원을 향해 나아가며 입구가 점진적으로 커지는 형태다. 바깥과의 경계에는 쇠막대를 구부려 만든 틀에 부지를 정지하는 과정에서 채굴한 돌을 채워 격납벽을 세웠다. 지붕은 오랜 시간 콘크리트 거푸집으로 쓰인 목재 트러스를 활용해 만들었다. 지역 봉사자들이 서로 다르게 생긴 네 개의 목재 트러스 모듈을 조립해 파빌리온 지붕을 완성했다. 엄격하게 규정된 공간은 금방 낡고 뒤처지기 마련이기에,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파빌리온을 만들고자 했다. 정체를 알 수 없고 모호한 공간, 그 의미와 목적이 사용자로 인해 결정되고 변화하는 공간을 시각화한 결과물이 이 파빌리온이다.
*환경과조경405호(2022년 1월호)수록본 일부
Design and Construction Vertebral
Sustainability Michelle Kalach
Art Director Fortuna Kalach
Structural Engineer Ricardo Gavira
Location Mexico City, Mexico
Completion 2020
Photographs Ricardo de la Concha
2016년 설립된 페르테브랄(Vertebral)은 복잡한 도시 한복판에 자리 잡은 건축 및 조경 스튜디오다. 자연이 깃든 장소와 개방된 야외 공간에 관심을 두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숲을 도시 내부로 가져오고자 하며, 멕시코시티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한다. 장인 정신을 중요히 여기며 소소한 부분까지 디자인 역량을 투영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 Vertebral / 2022년01월 / 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