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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에 대해 생각해 볼 몇 가지
도시재생의 새로운 국면
지난 달 서울에서 교수 생활을 한 지 (벌써) 10년이 된 것을 ‘기념’하여 학생들과 함께 연구실에 쌓아 놓은 자료들을 다시 살펴보는 귀한 시간을 가졌다. 작게는 한 연구실의 10년 살림살이 기록이지만, 크게는 우리나라 도시ㆍ건축ㆍ조경 분야의 연구와 사업 생태계에 ‘적응’하며 쌓게 된 생존 노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도시ㆍ건축ㆍ조경 분야의 연구나 사업의 진행 방식을 접하면서 귀국 초기에 내가 가졌던 가장 강한 느낌은, 내용 그 자체에 대한 어려움보다 이것이 생성되고 실행되는 구조에 대한 어리둥절함이었다. 도시ㆍ건축ㆍ조경 분야에 관련된 집단이나 개인이 국가 R&D를 대하는 태도와 참여 방식에 대해 나는 솔직히 경이로움과 불안감을 동시에 느꼈다.
연구와 사업의 생태계
초고층 건물 연구 사업, 경관법 관련 논의, U-city 연구개발, 그리고 오늘의 주제인 도시재생 사업 등 굵직굵직한 과제들이 끊이지 않고 있었는데, 주제가 그 무엇이든지 진행 구조와 프로세스는 유사했다. 해외의 트렌드를 빠르게 전도하는 것을 전문성으로 내세우는 교수나 연구원들이 뭔가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려는 담당 공무원이 원하는 과업 내용을 아주 빠르고 유용하게 가공·정리해 제공하면, 이를 바탕으로 정부 주도의 시범 사업을 속히 실행해보고, 새로이 지원법도 만들면서 지속적 추진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성과도 보인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공무원은 승진도 하고, 교수는 요약 보고서형 논문 편수도 늘린다. 그러면 이제 신속하게 새로운 과제로 넘어갈 차비를 하게 된다. 그 빠른 추진력과 속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 시범 사업 이후 연구가 얼마나 지속·심화되고 있는지, 그래서 우리 도시ㆍ건축ㆍ조경 현실의 어느 부분이 어떻게 더 나아졌는지 얕게라도 추적해 보며 나는 불안감을 반복적으로 쌓아 왔다.
나의 불안감, 더 나아가 절망감의 근저가 되는 요인 중하나로, 현재 우리나라 도시ㆍ건축ㆍ조경 현실에서 우리가 무엇을 왜 절실하게 문제로 삼고 있는지, 그 문제에 대한 냉정한 진단을 회피한 채 성급하게 답을 찾아 적용해보려는 우리 전문가들의 부실한 ‘생각의 구조’를 먼저 지적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 스스로 우리 도시와 지역 현장의 본질적 특성이나 절박한 문제의 핵심을 시간과 노력을 들여 뽑아내지 않았는데(못했는데), 일본의 지구계획이나 경관법, 도시재생촉진특별법과 도시재생본부 구성 등 타지의 해법을 빠르게 수입해서, 공무원들이 진행하고자 하는 국가 사업의 구도에 맞게끔 우선 정리해주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불안하다.
도시재생은 뭐가 좀 다를까? 뭐라도 빠르게 가공해내는 분들보다, 이리 삐딱하게 초를 치는 내가 더 게으른 것은 아닐까 반성도 하게 된다.
도시재생 사업에서 보이는 희망
생성 구조가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도시재생에 대해서는 그래도 조금 다른 희망을 갖고 있다. 기존의 정부 주도 시범 사업처럼 일단 한번 해보는 정도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은 여전히 들지만, 도시재생 사업은 이전의 재개발·재건축 사업, 그리고 그 이후의 재정비촉진 사업과는 분명 차별되는 구체적인 목표와 방법을 기반으로 한다. 물리적 환경의 측면은 물론, 주민 생활공동체를 중시하는 사회적 측면, 그리고 지역 문화와 산업에 기반을 두는 경제적 측면을 모두 균형 있게 고려하려는 목표와 전략을 새롭게 마련했다. 도시재생의 대표적 지향 중 하나인 소위 ‘자력수복형’ 도시재생, 즉 ‘시민 참여를 통해 지역 사회의 문제를 부분적·점진적으로 해결 한다’는 점에 특히 주목한다.1 ‘자력’과 ‘수복’이 각기 표방하는 내용에 희망을 갖기 때문이다. 레토릭으로 끝날지라도, 참여자들 간의 자발적인 협치에의해 갈등을 조정하며 지역활성화를 다양한 방식으로 모색한다는 점에 희망을 가져본다. 우리 사회 도처에서, 지역 주민은 전문가보다 훨씬 먼저, 이전 시대와는 사뭇 다른 도시 생활의 가치를 추구하며 현실적인 지역 공동체 운동을 전개해 왔다. 지역 주민의 주도로 이루어지는 주민자치 공동체 운동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이미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도시재생에 대한 문화적 공감대가 비교적 넓게 형성되어 있다. 주민 공동체 운동이 참여형 도시재생 계획의 지속적 주체로 보편화되기까지는 많은 난관이 있겠으나, 우리 사회는 시기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주민 주도, 주민참여형 계획과 사업을 일상적으로 진행할 준비가 되어있다. 이 점이 희망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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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의 새로운 국면
NEW ASPECTS OF URBAN REGENERATION
‘도시재생’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개발 시대를 거쳐 쇠퇴를 경험하고 있는 우리 도시의 현실은 어느덧 ‘재생’을 초대하고 있다. 1990년대까지 신도시, 산업 단지, 뉴타운 개발 등 팽창 위주의 대규모 재개발 사업이 도시를 양적으로 정비했다면 오늘날에는 대규모 개발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중소 규모의 ‘주민참여형 도시재생’위주로 도시를 질적으로 정비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이제 ‘도시재생’은 그간 일부 전문가의 개별적 노력이나 시민운동의 차원을 넘어서 법과 제도의 지원을 받는 단계로 전환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13년 6월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좀더 체계적인 지원과 경험의 공유를 기대하게 한다.
하지만 ‘도시재생’은 우리의 도시가 앓고 있는 여러 고질병을 치료하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지역성에 대한 고려, 지역 주민과의 소통, 지속적 관심과 투자를 통한 자립성 구축 등의 노력 없이 성공 사례 베끼기에 급급한 ‘도시재생’은 또 다른 도시 문제를 낳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도시재생’의 전략을 모색할 때다. ‘도시재생’의 개념과 그에 따른 실천이 또 하나의 유행이나 열병처럼 우리 도시를 휩쓸고 지나가지 않게 하려면, 보다 심층적인 이론적 연구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이번 기획이 보다 실천적이고 전략적인 접근과 그 성과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노력의 하나가 되기를 기대한다.
1. ‘도시재생’에 대해 생각해 볼 몇 가지 _ 박소현
2. ‘도시재생특별법’ 제정과 정책 추진 방향 _ 이상민
3. 주민이 주도한 전주의 노후 주거지 재생 경험 _ 김현숙
4. 부산 도시재생의 경험과 비전 _ 강동진
5. 창조적 파괴와 전략적 버리기 _ 김세훈
6. 미래 도시 디트로이트 _ St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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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공감] 백남준아트센터
대상지를 방문하기 전에 들었던 첫 번째 궁금증은 ‘왜 용인이었을까’하는 점이다. 백남준은 서울 태생이며 일본, 독일을 거쳐 미국에서 활동한 아티스트였기 때문이다. 백남준 미술관 설립은 일종의 유치전 성격을 띤 사업이었는데 경기도가 가장 발 빠르게 대처해 선점한 것으로 보인다. 백남준은 가장 먼저 적극성을 보인 경기도에 ‘전 세계 미술관 중에서 백남준의 이름을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미술관’이라는 권리를 부여했다고 한다.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한 글로벌한 예술가가 고국으로 선물을 보내면서 특정 장소와의 결부는 고려하지 않았던 것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백남준아트센터의 본명은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이었다.
백남준이 생전에 미술관 부지를 확정하고 직접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이름이 좀 길어서인지 혹은 외국인에게 기억되기 힘들어서인지 고인의 작명은 사라지고 백남준 미술관으로 한동안 불리다 지금은 백남준아트센터가 되었다. 평생을 파격으로 점철한 예술가의 기념 미술관인데 이름이 좀 파격적이어도 되지 않았을까. 그런데 초기의 아이디어 중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 이름 뿐만은 아니다.
정욱주는 이 연재를 위해 작은 모임을 구성했다. 글쓴이 외에 factory L의 이홍선 소장, KnL 환경디자인 스튜디오의 김용택 소장, 디자인 스튜디오 loci의 박승진 소장 그리고 서울시립대학교의 김아연 교수 등 다섯 명의 조경가가 의기투합하였고, 새로운 대상지 선정을 위해 무심코지나치던 작은 공간들을 세밀한 렌즈로 다시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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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작: Culture Casting Tank
마포석유비축기지
본연의 구축과 활용
역사는 연속성을 가지고 있고, 그 연속성은 공간에 남는다. 그렇다면 새로운 변화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그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가. 1970년대 두 차례 석유 파동을 거치며 정부는 비상용기름을 보관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해 석유비축기지를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석유를 비축하던 오일 탱크는 그 기능을 잃어갔고, 그 주변에는 월드컵경기장, 하늘공원 같은 문화 공간들이 생겨났다. 오일 탱크가 자리한 이곳도 이제 문화 공간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계획을 하기 전에 공간이 갖고 있는 기억을 충분히 사유하고 해석해야 한다. 그리고 그 위에 적정한 방식으로 계획이 이루어질 때, 도시는 비로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마포석유비축기지, 이 공간은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고 어떤 방식을 통해 새롭게 탄생할 수 있을까? 시간이 흘러 녹슬어버린 재료나 탱크의 형태가 갖는 조형적인 상징성이 중요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원래 공간이 무거운 액체를 담기 위해 계획되고 사용되었다는 데 있다. 우리는 그 본연의 구축과 활용의 연장선상에서 공간을 만들고자한다.
오일 탱크와 새로운 공간 사이의 관계
가능성possibility: 원형의 오일 탱크 안에 새로운 구조와 슬래브, 벽을 만들기보단 기존의 액체를 담던 탱크라는 특성을 활용했다. 콘크리트는 액체가 굳어 강성을 가지는 재료다. 또 그 형태와 제약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 필요한 공간을 남겨둔 채, 액체 상태의 콘크리트를 부어 구조와 일체화시킨다.
전환transition: 계획되는 프로그램에 걸맞는 이상적인 규모와 형태로 거푸집 틀을 제작하고, 액체를 붓는다. 실린더 안의 액체는 고체가 되고 새로운 공간이 탄생한다.
유체 고정fluid fixation: 유체의 움직임을 정지시킴으로써 내재되어 있던 가능성이 드러난다. 부유하고 있던 공간들은 유체를 고체로 치환함으로써 남겨진다. 이런 간단한 구축 방식을 통해 쉽고 경제적인 공간이 창조된다.
정지된 움직임stiffened movement: 출렁이던 콘크리트 주물의 움직임이 멈추게 되면 가능성으로만 존재했던 공간의 형상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전혀 다른 방식으로 구축된 이 공간들은 실질적인 건축 공간으로 전이되고, 사람들의 동선을 담아낸다. 비움과 채움이 동시에 존재한다.
- 시스템랩 그룹 건축사사무소 / 시스템랩 그룹 건축사사무소 / 2014년10월 / 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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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작: Park T6
마포석유비축기지
T6 = 5(탱크 + 탱크 진입 터널) + 1수반
Park T6는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하며 문화적으로 활성화되고 실질적으로 모든 시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공간을 추구한다. 현재의 지형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는 한도 내에서 현존하는 각각의 탱크를 문화를 위한 장소로 변환시키는 것을 설계의 목표로 했다. 시민들은 숨겨진 도시의 보물을 찾는 탐험자로서 문화장터가로(마켓스트리트)를 통해서 공원을 만나게 된다. 8%이내의 경사로 구성된 문화장터가로는 새로운 문화 활동의 장으로 다섯 개의 탱크를 엮어준다. 광장과 건축구조물의 중심으로서, 하늘과 도시의 풍경을 하나의 그림으로 담아내는 수반water tray을 여섯 번째 원인 T0의 옥상 정원에 설치한다.
Park T6 시스템
Park T6는 유기적 생태 순환 체계에 의해 운영된다. 지하 저수조에 1차로 집수된 지표수는 습지원(T1) 침전조를 통해 정화 과정을 거쳐 공연장(T2)의 냉난방에 쓰이고 수반(T0)을 채우는 등 공원 내 시설 곳곳에서 재활용된다. 습지원을 통해 정화된 공기는 인접 공연장(T2)으로 흘러가고, 습지원에서 만들어지는 부산물은 가든센터(T0)에서 판매된다. 물의 공급과 순환은 자동양수펌프(ram pump)를 이용하여 인공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한다.
문화장터가로의 활동과 시설
진입로의 경사는 8% 이내로 설계하고, 단지 내의 모든 장소를 무장애 공간으로 계획했다. 문화장터가로의 포장면에는 장터가 열릴 때 모듈화된 좌판을 설치할 수 있도록 패턴으로 영역을 구분하고, 크고 작은 차양 막을 설치할 수 있는 기둥을 세울 수 있도록 하여 장터와 가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화 활동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탱크의 변화
T0(수반): 공원 외부의 중심적인 공간으로 편의 시설과 카페테리아로 내부가 구성된다.
T1(습지원): 다섯 개의 탱크 가운데 가장 작은 탱크로 습지원을 조성한다. 전체 Park T6의 생태적인 재생 시스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T2(다목적 퍼포먼스 공간): 공연을 위해 중앙 부분의 기둥만 제거하는 대신에, 지붕을 트러스로 보강하고, 이 구조물에 조명 및 음향 설비를 설치해 공연 및 전시가 가능한 공간으로 활용하도록 한다.
T3(정보도서관): 기존의 옹벽과 탱크 사이에 생기는 2.9∼9m의 환상형 공간에 정보도서관을 조성한다. 도서관, 독서 공간, 강의실 그리고 그 외의 지원 공간으로 이루어진 4.5∼6.6m 층고의 2개 층 공간으로 구성되며 옥상 정원으로 통로가 이어진다.
T4(전시 공간 II): 특별 전시실로 상설 전시 공간인 T5와 인접해 구성된다. 채광과 천장 설치가 가능하도록 새로운 천장 구조체 층을 더해 이 공간을 배경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대형 설치미술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둔다.
T5(전시 공간 I): 파크 센터 광장으로부터 연결되어 공원방문자가 첫 번째로 만나게 되는 공간으로 공원의 역사를 전시하는 상설 전시장으로 구성된다.
- 건축사사무소 아크바디 / 건축사사무소 아크바디 / 2014년10월 / 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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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작: Petro: Reading the Story of the Site
마포석유비축기지
영역의 구분
오일 탱크 구축 영역은 인공의 흔적이 구축된 하나의 암반 덩어리다. 탱크를 구축할 때 형성된 인공 지형의 토사를 걷어내고, 묻혀있는 구축 과정의 흔적을 발굴한다. 절개 암반의 순수 형상이 공간 계획 및 형상 계획의 본질이 된다.
일정폭의 선형을 유지하던 도로 영역은 탱크 시설과 유기적으로 연계되면서 공간의 변화에 따라 형상이 변화한다. 시설 지원 기능이 프로그램화되고 상부 영역과 하부 영역의 연계 영역으로서 계획 부지의 모든 움직임을 담아내고 조율한다. 은행나무, 배수로, 인공물의 흔적을 존치하며, 주요 시설 프로그램이 배치된 오일 탱크 구축 영역(상부 영역) 및 도시 영역과 적극적으로 연계한다.
주차장 부지는 바닥의 재료인 콘크리트만이 공간을 점유하고 있으나, 단지 전체의 진입 영역으로서 다양한 기능이 도입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추후 생태 영역으로 계획할 것을 제안한다.
핵심 개념
석유비축기지를 구성하는 요소는 암반 절개지, 콘크리트 구조물, 오일 탱크다. 이 세 가지 핵심 요소의 결합 방식이 설계의 핵심 개념이다. 인공 지형을 걷어내면서 노출되는 암반 절개지의 형상은 과거의 석유비축기지 구축 과정과 현재의 문화비축기지 구축 과정이 연결되는 핵심 고리다. 여기에는 석유비축기지를 건설하기 위해 공사를 진행했던 과거의 기억을 복원하는 작업이 수반된다. 석유비축기지 인공 구조물이 형성되기 직전의 순수한 암반절개지rock funnel의 형상은 새로운 문화비축기지 시설 계획의 출발점이 된다.
콘크리트 구조물은 다양한 공간 개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구축 요소다. 탱크 구조물의 기초 지반을 이루기도 하고, 시설 관리 영역의 기능을 하는 외부 옹벽과 일체화되어 탱크 외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콘크리트 구조물은 독립적인 용기basin로 존재한다.
탱크 자체를 보강하거나 구조물로 사용하지 않는 것을 탱크 사용의 공통 원칙으로 삼는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탱크가 부식되어 가는 것을 수용해 계획 단지 내에서는 별도의 코르텐스틸 등을 사용하지 않고, 산화과정을 모방하지 않는다.
기존 탱크 #1: 퍼포먼스 서클Performance Circle
기존 탱크를 철거하고 남겨진 콘크리트 구조물에 유리벽과 지붕을 새로 입혀 진입 터널을 조성한다. 터널 내부로 들어갈수록 천장이 높아지면서 점차 넓은 공간이 드러난다. 내부는 200석 규모의 좌식 공연장으로 신발을 벗을 수 있는 마룻바닥을 설치한다. 터널을 통해 공연장으로 들어서면 옹벽 구조물 상단으로 절개 지형의 암벽 형상이 극적으로 인지된다.
- 알오에이 건축사사무소 / 알오에이 건축사사무소 / 2014년10월 / 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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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발굴과 지속
추억, 아름다운 것
추억은 아름다운 것, 놓쳐버린 것에 대한 갈망이나 마찬가지.
- 귀스타브 플로베르Gustave Flaubert
추억은 아름답다. 그 대상이 상실되어 더는 되돌릴 수 없는 것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녹슨 탱크를 보며 우리는 덧없이 스러져간 것들을 떠올린다. 따라서 마포석유비축기지는 우리가 지켜낸 기억이기보다는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의 표상으로서 자리매김하게 된다. 본 설계경기는 동시대 한국의 건축이 ‘도시의 기억’을 바라보는 관점과 그 갈망이 발현되는 방식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가을장마가 한창이던 9월의 어느 날, 탱크는 비에 흠뻑 젖어있었다. 매봉산 산책로에서 내려다본 녹슨 탱크는 불시착한 UFO처럼 서서히 산에 잠식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탱크의 상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비를 피해 들어간 탱크는 몹시 어둡고 깊었다. 탱크는 산비탈 구덩이에 묻혀있었고, 높이 15m에 달하는 탱크는 세찬 빗줄기에 퉁! 퉁! 소리를 내며 몸을 떨었다. 비가 그친 뒤 탱크의 붉은색은 한층 도드라져 보였다.
실제로 목격한 탱크의 붉은 빛깔은 너무나 강렬해서 그것을 잠식하고 있는 산조차 자신의 배경으로 만들어 버린다. 도시 속 자연에 묻힌 산업 유산이라는 독특한 대상지의 조건은 그 자체가 이미 매력적인 공원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이다. 그래서인지 본 공모전의 설계 가이드라인은 매우 간결하다. 다섯 탱크의 내·외부를 활용하여 상설·기획전시 공간, 공연 공간, 도서관 및 강의실로 구성된 정보 교류 공간을 마련할 것, 적어도 하나 이상의 탱크는 원형 그대로 보존할 것, 그리고 비축기지 전면의 임시 주차장 부지를 공원의 진입부로 계획할 것 정도가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다.
설계지침의 초점은 매우 명확하다. “옛 것은 무조건 철거하고 새 것을 지어온 과거의 관습적 태도에서 벗어나, 오래된 구조물의 기억과 역사를 소중하게 살리고… 서울의 건축이 앞으로 나갈 방향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본 공모전의 의의에서 방점은 ‘옛 것, 오래된 구조물’에 찍힌다. 지침은 “자연스러운 부식을 통해… 각 탱크는 그 자체가 하나의 시각적, 공간적 오브제로서 독특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반복적으로 땅과 구조물을 분리해서 언급한다. 따라서 공원의 구성보다는 구조의 활용이, 현재의 쓰임보다는 과거의 감상이 설계의 핵심이 된다.
실제로 공원의 쓰임, 즉 공원의 운영 주체와 구체적 프로그램이 설정되기 전에 이미 공원화 계획이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본 공모의 성격은 일반적인 공원의 설계보다는 산업 유산을 추억하는 메모리얼에 가까워진다. 결과적으로 마포석유비축기지 공원화 사업은 ‘기억’에 대한 건축적 실험의 장이 되었고, 이와 더불어 건축가에게만 그 설계가 허락되었다는 점에서 한국 공원 설계의 역사에서 독특한 위상을 획득하게 되었다.
기억의 발굴
무엇이든 오래도록 바라보면 흥미로운 것이 된다.
- 귀스타브 플로베르
설계지침은 최초의 설계다. 지침은 설계에 대한 최초의 관점으로써 다가올 설계들의 진폭을 결정한다. 대다수의 작품이 다섯 개의 탱크를 활용하여 다양한 공간을 연출하고자 했으며, 일부 작품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새로운 구조체를 도입해서 옛 것과 새것의 충돌을 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작품은 서울시가 제공한 설계 예시도의 모습에서 크게 더 전진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아마도 사고의 진폭이 공간적으로는 탱크와 옹벽이라는 구조체를, 시간적으로는 30년간 부식된 표면 위를 맴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1등작 ‘땅石으로부터 읽어낸 시간’은 지침과는 다른 공간적, 시간적 관점에서 출발한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어떻게 탱크를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할 때, ‘어떻게 탱크를 바라볼 것인가’를 먼저 고민했다. “찾아냄이 시작이며, 나타나게 함이 종결이다”라는 설계설명서의 구절처럼, 그들은 찬찬히 대상지의 기억을 들추어보고 이를 드러내기 위해 고민했다. 이들은 다음과 같이 비축기지가 조성된 과정을 유추해본다. 북측에서 날아오는 포탄을 피하기 위해 탱크는 남쪽으로 열린 경사면에 배치되어야 한다. 그리고 시설물의 안전을 위해 부지 전체가 암반 지형이어야 한다. 탱크를 매설하기 위해 암반은 원형으로 절개되었고, 절개면을 따라 옹벽이 들어섰다. 옹벽 내부에 탱크를 매설한 다음 이를 보호·차폐하기 위해 절개면의 입구는 토사로 메워졌다.
이경근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조경비평 ‘봄’의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봄, 조경 사회 디자인』, 『공원을 읽다』, 『PennDesignSubstance Journal』 등에 필자로 참여했다. 용산공원 조성 기본계획, 순천만 국제습지센터 기본계획 수립에 참여하였으며,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 마스터플랜 설계공모, 상상어린이공원 조성 기본계획(안) 현상공모, ASLA Student Award, 환경조경대전 등 여러 설계공모전의 수상 경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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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석유비축기지 참가 자격 논란
공원화 사업임에도 참가 자격을 ‘건축사’로만 제한 ‘마포석유비축기지 재생 및 공원화 사업을 위한 국제설계경기’는 시민들에게 다양한 문화적 활동을 제공할 수 있는 ‘공원’ 조성을 목표로 했다. 대상지 전체를 하나의 ‘열린 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이 핵심 목표였으며, 석유비축탱크를 품고 있는 대상지는 도시적·지형적으로 독특한 조건을 가진 땅이다. 때문에 이번 설계경기는 다양한 전문성을 갖춘 여러 전문가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창의적인 접근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러나 이번 설계경기는 그 참가 자격을 ‘건축사’로 한정하여 조경가의 공식적인 참여를 배제했다. 이에 본지는 공모전을 주최한 서울시에 참가 자격을 제한한 배경과 이유를 질의했다. 다음은 그에 대한 서울시(도시계획국 공공건축팀)의 답변이다.
참가 자격 관련 질의에 대한 서울시의 회신
“운영위원회에서는 당초 ‘참가 자격’을 다음과 같이 결정하였는데, 그 까닭은 ‘오래된 것은 무조건 철거해왔던 종래의 관습적 태도가 아니라 잃어버린 도시의 기억과 역사를 살려 산업 유산을 재생하고 활용하기 위한 참신한 아이디어와 다양하고 창의적인 설계안을 얻기 위함’이었습니다.
‘당초 자격 요건: 참가자는 단독응모의 경우 한국건축사 혹은 외국건축사이어야 한다. 공동응모의 경우 한국 혹은 외국건축사 1인을 팀의 대표자로 지명하고 나머지 팀원은 4인 이하로 하여 전문분야에 제한 없이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다. 다만 주최자의 소속 직원, 심사위원 및 운영위원이 소속된 조직의 구성원, 중복으로 응모한 자, 자격 정지 중인 건축사는 참가할 수 없다.’
그러나 ‘참가 자격에 제한을 두지 않을 경우 계약 관계법령에 맞지 않는다’는 기술용역 타당성 심사 결과에 따라 계약부서(재무과) 및 안전행정부 협의를 거치면서 부득이하게 현행법령 규정에 맞도록 공모지침상 참가자격을 변경하여 공고하였습니다. 또한 운영위원회는‘본 설계경기의 핵심은 기존 석유탱크의 재생 및 활용’이라고 판단하여 참가자의 대표는 국내외 건축사로 지난 5차 위원회에서 결정했었고, 변경된 참가 자격에서도 DDP와 같은 설계비 폭증 및 계약 관련 분쟁 등을 방지하기 위해 향후 ‘기본 및 실시설계’ 계약시 관련법령에 따라 건축사사무소를 등록한 자를 주계약자로 선정하도록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상지와 주변 여건상 공원이 많고 도시계획 변경, 토목 등 다양한 분야와의 연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 시행령’ 규정에 따른 조경기술사 등 다른 전문가들의 참가를 적극 검토하였으나, 참가자의 대표가 국내 건축사사무소를 등록한 자로 한정되고 공동응모는 2개사를 초과할 수 없도록 제한하면서 참가 분야를 전부 명시하는 것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계약 시 시비가 발생될 여지가 있고, 컨소시엄 구성에 따른 참여업체가 오히려 지나치게 적어질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참가 자격을 변경하는 실무 과정에서 다른 전문분야가 불가피하게 제한되었습니다. 우리 시는 ‘최근 국제설계경기의 흐름은 각기 다른 전문성을 가진 이들이 적극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새로운 해법을 도출해 내는 협력적 작업이 필요하다’는 대부분 전문가들의 견해에 동의하며 본 설계경기에도 적용하려 하였으나, 위와 같은 제도상 문제 등으로 인하여 다양한 분야에 참여기회를 제공하지 못한 것을 아쉽게 여기고 있습니다.
따라서 상기와 같은 문제들이 향후 시행될 설계경기에서는 발생되지 않도록 우리 시에서는 건축정책위원회를 통해 개선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법령 개정 건의등 후속 조치를 마련할 예정입니다.”
협력적 작업을 중시하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
지난 6월 최종 우승팀을 발표한 ‘리빌드 바이 디자인Rebuild by Design’ 설계공모는 CNN이 선정한 2013년 최고의 아이디어에 이름을 올렸는데, 여러 단계에 걸친 공모 과정과 전문가 집단의 학제 간 협력이 돋보였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도시설계, 건축, 조경, 원예, 해양학, 엔지니어링, 생태, 교육, 그래픽 디자인, 예술, 재정-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함으로써 복합적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었다. 최근 국제설계경기의 흐름은, 각기 다른 전문성을 가진 이들이 적극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새로운 해법을 도출해내는 협력적 작업을 크게 장려하고 있다. 기본 개념을 도출하는 첫 단계에서부터 여러 전문 분야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점에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계공모의 핵심은 ‘공개’ 경쟁
이번 설계경기에 참가한 조경가들은 한결같이, 오일탱크에 대한 건축적 설계 해법이 중요한 대상지였으므로 대표자를 건축사로 한정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공원화 사업’이란 타이틀이 붙은 설계공모임에도 조경가가 공식적으로 공동 참여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참가 자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분야 이기주의나 영역 다툼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공개경쟁방식으로 진행되는 설계공모에 참가조차 할 수 없도록 자격을 제한한 지침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그 성격이 다르다. 가장 좋은 안을 뽑기 위해, 다양하고 폭넓은 아이디어를 구하기 위해, 보다 많은 전문가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고 확대하는 것은 주최 측의 당연한 의무다. 다양한 층위의 안을 폭넓게 받은 후에, 대상지에 가장 적합한 안을 뽑는 것은 심사위원의 몫이자 역량이다. 미리부터 참가를 제한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6.4 지방선거 당시 서울역 고가도로를 재활용하여 뉴욕의 하이라인과 같은 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서울시(주무부처 도로관리과)는 서울역 고가도로를 대상으로 국제지명초청공모를 진행하기 위해 설계지침서를 작성하고 있는데, 이 참가 자격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마감중인 9월 22일 현재, 공식적인 설계공모 요강이 발표되지 않았다). 한국조경사회는 서울역 고가 프로젝트의 경우, 건축, 조경, 토목구조 3개 분야가 컨소시엄으로 참여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의견을 서울시에 전달한 상태다. 또 조경 관련 6개 단체장(한국조경학회, 한국조경사회, 한국환경계획·조성협회, 대한건설협회 조경위원회, 대한전문건설협회 조경공사업협의회, 한국환경조경자재산업협회) 공동 명의로 서울시장 면담도 요청해놓았다. 이 자리에서 이번 설계경기의 참가 자격 제한에 대한 문제 제기를 비롯해서, 다양한 조경 관련 정책 제안, 제도 개선 요구 등이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논란이 공정한 경쟁의 장이 마련될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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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석유비축기지 재생 및 공원화 사업을 위한 국제설계경기
공원화 사업 진행 경과와설계경기 심사평
서울시 마포구 매봉산 자락에는 131만 배럴의 석유를 비축했던 5개의 탱크가 자리 잡고 있다. 1970년대 두차례 석유 파동을 겪으며 정부는 10만1,510m2(서울광장면적의 약 8배)에 달하는 비축기지를 구축하고 석유를 저장해왔는데, 2000년 상암월드컵경기장이 건설되면서 용도 폐기되어 14년 동안 기억 속에서 잊힌 채 그 흔적만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던 차에 박원순 시장 취임이후 마포석유비축기지 활용 방안 연구가 시작되었고, 아이디어 공모 및 공개토론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 지난 1월 ‘친환경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기본구상안이 발표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서울시는 지난 5월 20일부터 8월 12일까지 ‘마포석유비축기지 재생 및 공원화 사업을 위한 국제설계경기’를 진행했고, 8월 25일 당선작을 발표했다. 공모전에는 95개 작품이 제출되었으며, 16개국 53인의 외국인 건축사를 포함해 총 227명의 건축사가 참여했다. 그 결과 알오에이 건축사사무소 팀이 제출한 ‘Petro: Reading the Story of the Site(땅으로부터 읽어낸 시간)’가 1등작으로 선정되어 실시설계권을 획득했다. 2등작에는 건축사사무소 아크바디 팀이 제출한 ‘Park T6’가 선정되었으며, 시스템랩 그룹 건축사사무소가 제출한 ‘Culture Casting Tank’가 3등작으로 뽑혔다.
마포석유비축기지는 당선작을 바탕으로 기본 및 실시설계를 진행하고 공사 과정을 거쳐 2016년 말 개장할 예정이다. 이번 설계공모의 대상지는 서울시가 발표한 기본구상 1단계에 해당하며, 1단계 안을 바탕으로 추후 2단계 주차장 부지 일대를 개발할 계획이다.
다음은 마포석유비축기지 국제설계경기의 심사평 전문이다.
“마포석유비축기지에 흩어져있는 기름 탱크를 한번이라도 찾아본 건축가라면, 그 공간이 선사하는 매력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 강렬한 이끌림 때문에 국내외의 많은 건축가들이 이번 설계경기에 참여했을 것이다. 심사위원들 모두 현장을 가보고는 남아있는 기름 탱크를 설계의 주제로 삼은 설계경기의 취지에 크게 공감하고, 마포석유비축기지가 내포하는 미래의 가능성에 주목하게 되었다. 심사위원들이 가장 중요하게 염두에 두었던 사항은 참여한 건축가들이 기름 탱크를 포함한 기존의 상황을 얼마나 주목하며 설계안을 전개했는 가였다. 그 상황에 주목한다는 것은 단지 현재의 상태를 그대로 보존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지난 역사와 현재의 상태 그리고 미래의 재생 사이에서 역동적인 사유를 건축을 통해 전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사위원 사이에서 이번 설계안이 지녀야할 미덕으로 논의되었던 것으로는, 건축적 물리적 개입을 최소화하면서도 미래의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 단지 탱크를 이용한 건축물을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환경에 대한 이해 속에서 장소를 만들어내는 것, 철골과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탱크의 구조물이 갖고 있는 가능성을 최대한 찾아내는 것, 표현에 있어서는 설계한 공간에 대한 생생한 이미지가 아니라, 생각과 논리, 구법과 기술을 충실히 담은 도면과 드로잉이 갖추어져 있는 것 등을 열거할 수 있을 것이다.
1등작은 마포석유비축기지의 역사에 주목하고 있다. 1970년대 다섯 개의 탱크가 언덕에 지어지는 과정과 오랜 세월 버려져 있는 현재 상태의 간격을 새로운 설계안을 통해 새롭게 채우고 있다. 공간의 기억에 주목한 이 설계안은 ‘건축의 고고학’을 전개하고 있다. 건축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주고자 하는 ‘시간의 건축’, 동시에 이 땅의 잠재력을 가장 단순한 방식을 통해 되살리는 ‘장소의 건축’을 제안하고 있다. 탱크와 풍경이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탱크와 풍경이 하나가 된 유일한 작업으로 평가받았다. 과도한 설계를 자제하면서 이 땅이 지닌 고유한 지형의 잠재력을 최대로 이끌어 낸 작품이다. 2등작은 공원으로서의 석유비축기지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물의 순환, 자연의 식생 그리고 그 속에서 벌어질 시민들의 구체적인 행위를 잘 짜인 시나리오를 통해 구현하고 있다. 탱크가 갖고 있는 공간의 가능성을 최대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의 콘텐츠와 이미지를 제안했다. 하지만 그 때문에 공간이 갖고 있는 ‘다른 가능성’, 즉 비어있는 공간이 지닌 가치를 지속시키는 데에는 한계를 갖는 안이 되었다. 3등작은 절제되고 아름다운 표현으로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한 주조(캐스팅)라는 개념을 통해 탱크를 새로운 건축으로 변환시키려는 강력한 건축가의 의지를 매력적인 공간의 형상을 통해 충분히 드러냈다. 그 과정에서 건축을 만들어 내는 방식이 장소를 만들어 내는 방식을 압도하고 말았다. 결국 비어있던 탱크가 지녔던 잠재력은 캐스팅된 공간 속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아홉 개의 가작은 장소를 만드는 방식에 있어서 다양한 관점을 보여준다. 주요 시설을 탱크의 외부에 배치하고 탱크의 빈 공간에 들어오는 빛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안, 단순한 표현으로 탱크의 보강 방식을 간결하게 보여주는 안, 탱크가 지닌 유적으로서의 의미를 강조한 안, 생태적 관점에서 탱크와 구조물을 제안한 안 등, 각각의 안들은 우리가 되새기고 싶은 건축의 중요한 관점을 내포하고 있다.”
1등작 Petro: Reading the Story of the Site
알오에이 건축사사무소
백상진, 김경도(알오에이 건축사사무소) + 이재삼(팀텐 건축사사무소) + 허서구 + 홍찬기,
박정현, 이일성, 김태형, 윤성원, 조현만
2등작 Park T6
건축사사무소 아크바디
김성한, 김형연, 이주호, 김성욱, 우형민, 남창우, 김현준, 최명수, 최은별(건축사사무소 아크바디)
+ 김필수(오픈플러스) + 성주은, 이진진(연세대학교) + 김아연, 이세희, 허재희, 최진호,
신희정(서울시립대학교)
3등작 Culture Casting Tank
시스템랩 그룹 건축사사무소
홍택, 손을식, 박현수, 임병식, 홍서진, 황성연, 김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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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서펜타인 갤러리 파빌리온
Serpentine Gallery Pavilion 2014
서펜타인 갤러리Serpentine Gallery는 영국 런던에 위치한 근현대 예술 갤러리로 지난 44년간 오스카 니에마이어Oscar Niemeyer, 렘 콜하스Rem Koolhaas, 프랭크게리Frank Gehry, 장 누벨Jean Nouvel, 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 리차드 헤밀턴Richard Hamilton,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앤디 워홀Andy Warhol, 볼프강틸만스Wolfgang Tillmans,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 요코 오노Yoko Ono, 그리고 제이크 & 디노스 체프만Jake and Dinos Chapman 등 1,750명이 넘는 예술가와 건축가의 작품을 전시해 왔다. 서펜타인 갤러리는 공공의 기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전시 뿐 아니라 모든 연령대의 방문객에 맞춘 예술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서펜타인 갤러리는 크게 본관과 최근 리노베이션된 ‘서펜타인 세클러 갤러리Serpentine Sackler Gallery’의 두개 공간으로 구성된다. 지난 2010년 본관으로부터 5분 거리에 있는 ‘더 매거진The Magazine’(국가지정보호 2등급 건물The Grade II listed building)1 건물을 ‘더 로얄 파크The Royal Parks’로부터 매입한 뒤, 2013년 9월 리노베이션 및 증축을 통해 공공 공간으로 만들었다. ‘세클러’라는 이름은 이 과정에 필요한 자금을 기부한 모티머 & 테레사 세클러Mortimer and Theresa Sackler의 이름에서 따왔다. 자하 하디드 아키텍트Zaha Hadid Architect가 설계를 맡아 영화, 문학, 포럼 등의 새로운 유형의 행사 및 사회적 기능을 담아낼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서펜타인 파빌리온Serpentine Pavilion’은 2000년부터 이어진 프로젝트로서 매년 세계적인 건축가를 초청해 진행해왔다. 작가 초청부터 완공까지 최대 6개월의 시간이 주어지며, 완성 후 4달 동안 전시된다. 그동안 자하 하디드, MVRDV, 렘 콜하스, 프랭크 게리Frank Gehry 그리고 페터 춤토르Peter Zumthor 등 유명 건축가들이 참여해왔고, 올해 15번째 건축가로는 칠레에서 활동하는 스밀랸 라디치Smiljan Radi´c가 초청됐다.
Architect Smiljan Radi´c
Project Directors Julia Peyton-Jones, with HansUlrich Obrist
Project Leader Julie Burnell, with Cara Chernanko
Project Curator Jochen Volz, with Emma Enderby
Engineering, Technical Design andCost Management David Glover,
with Thomas Webster, Jack Wilshaw, KatjaLeszczynska, Brian Graham, AECOM
Construction Ted Featonby with Mick Mead, StageOne Creative Services Ltd
Consultants Barnaby Collins, with Katie Smith, DP9
Location Kensington Gardens, London,United Kingdom
Area 541m2
Completion 2014. 6.
Public Opening Date 2014. 6. 26~2014. 10. 19
Photographs Luke Heyes, Iwan Baan, Walter Herfst,Hufton & Crow, John Offenbach,
Smiljan Radi´c,Gonzalo Puga, Hisao Suzuki, 2014 Smiljan RadicStudio
- 박경의, 이윤주 / Smiljan Radi´c / 2014년10월 / 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