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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현 _ (주)씨토포스 대표
Choi, Shin Hyun조경건축가와 건축가얼마 전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조경가가 건축을 한다는,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조경가가 건물을 설계하고 있다는 뉴스였다. 유치한 이야기지만 건축가가 찍을 수 있는 준공도장은 조경가는 할 수 없다는 설움에 살지 않았는가. 또 마음 한편으로는 조경가들은 조경과 건축의 상생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우리는 얼마나 건축을 이해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물음도 들었다. 이 소식의 주인공은 (주)씨토포스의 최신현 대표이다. 디자인이 천직이라고 말하는 그는 조경이 하는 건축은 주변 경관을 배려하는, 현재 매스를 빈 공간에 들이대는 건축과는 많이 다를 수 있다는 시사성을 던진다.최신현: 고등학교 시절 내가 살 집의 건축디자인도 직접 할 정도로 건축 등의 디자인에 관심이 무척이나 많았다. 그러던 중 미국에 계신 부친의 지인이 조경이란 분야를 나에게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그게 너무나 좋았고 설렜다. 그때부터 조경이 하고 싶었다. 건축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만큼 조경에 대한 관심도 점점 커졌고 건축과 주변 경관을 아우를 수 있는 것이 조경인 것을 알게 되었고, 그렇게 조경이 다루는 범위를 알고 난 뒤 조경학과 진학을 결심했다. 정말 즐겁게 캠퍼스 생활을 했다. 특히나 디자인 과목은 더 열심히 했고, 건축이나 토목과의 수업도 들을 정도로 열정적으로 빠졌던 것 같다. 조경과 건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 생각으로 대학 때 건축학과의 수업은 거의 다 수강했다. 조경실무에 나와서 건축분야와 협의할 때도 관련 분야를 잘 알고 접하니 수월했다. 일을 하면서 건축 안을 항상 제시하고 있으며, 큰 건축사사무소와 일할 때도 주로 초기부터 함께 디자인하자고 제안한다.
몇 년 전 미국의 유명한 IDA라는 회사와도 협업에서도 내가 건축배치를 잡기도 하고, 그 프로젝트가 공모에 당선되기도 했다. 그동안 해왔던 작업들 모두 건축가에게 일방적으로 맡기지는 않았다. 건축가들과 협업을 해보면 주변 경관과 어울리는 디자인이 아니라 자신의 건물이 돋보이는 디자인을 많이 하는 편이다. 하지만 환경에 따라 디자인은 달라져야 한다. 도시에 건축물이 들어서더라도 도시의 맥락에 맞추어 디자인이 되어야 한다. 오랫동안 살아온 선조들의 마을을 보면 튀는 건물이 없다. 배치와 형태가 조금씩 다를 뿐이다. 주변 환경과의 통일성이나 조화로움을 담는 것이야말로 선조들의 지혜가 닮긴 디자인이고 삶의 디자인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갑자기 도시 안에 잘난 건물들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서로 잘 낫다고 경쟁구도의 모습을 띠고 있다. 그런 현상을 보면서 주변과 어울리고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기준이 되어 건축물이 조성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공원 안에 들어서는 건축물은 이용자들에게 편안하고 공원과의 조화에 있어 그리 튀지 않고 세련되게 들어가야 한다는 기준으로 다루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원에 들어가는 모든 건물디자인은 대략적이나마 schematic 디자인은 해왔다. 혹은 건축가가 그렇게 하도록 가이드라인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북서울꿈의숲도 그랬고 동탄신도시 등이 그 예이기도 하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건축 석사과정에 입학했고, 예건(대표 노영일) 측의 요청으로 예건 사옥을 디자인하게 되었다. 그간 협업이나 공원디자인 과정에서 건축설계는 해왔지만 건축공종으로 수주해서 디자인과 시공을 한 것은 첫 번째이다. 건축물도 매스만을 다룰 것이 아니라 주변 경관과의 조화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노영일 대표는 일반건축가와 조경건축가가 어떻게 다른지 알고 싶다고 말하며, 조경이 하는 건축이 차별화 된 것을 보여주길 기대한다는 의사를 전달해왔다. 그렇게 시작하게 되었다. 조경과 건축이 디자인 초기부터 맞물려 계획한다면 건물과 공간이 서로 섬길 수 있는 디자인이 도출될 수 있다.
예건사옥도 그런 의미에서 접근하고 있는데, 공장 안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어떤 욕구가 생길까, 일하면서 잠깐 눈을 돌리면 창을 통해 바깥의 아름다운 정원을 바라볼 수도 있고, 또 멀리가지 않아도 아름다운 경관을 바라보며 테라스에서 쉴 수 있는 공간을 바라지 않을까, 출퇴근하면서 늘 정원을 바라보면 좋겠다, 자기만의 업무공간에서 벗어날 때만이라도 주변 경관을 바라보면 좋겠다는 등 이용자의 입장에서 고민을 했다. 건축가 보다는 조경건축가가 조금은 주변 경관을 바라보지 않겠는가.이런 성격이 잘 드러난 곳이 바로 ‘전통공간(오래된 전통마을 등)’이다. 일시에 디자인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경험이 계속해서 축적하여 나온 디자인의 결정체이다. 선조들은 집을 한 채 짓더라도 원래 있던 주변 자연과 아주 친밀하게 만들어냈다. 낯선 건물 하나를 공간에 이입하는데 있어 더 화려하거나 웅장한 건물이 아니라 인근 환경과 동화하려고 했던, 그 스며들 것 같은 친밀한 디자인이 가슴에 와 닿았다. 동시대에 살아가는 우리는 지금 ‘전통공간’을 통해 축적된 디자인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만큼 실수가 없는 디자인이 있을까.
--------------------------------------------------------------------조경가 최신현은 현재 (주)씨토포스 대표이사로, 현재 서울시 공공조경가 그룹의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영남대학교 조경학과 조교수를 역임한 바 있으며, 한국조경사회 수석부회장직을 수행하며 조경분야 권익 발전에 힘쓴바 있다. 디자인 한 서서울호수공원이 ASLA에 수상하며 세계적 조경가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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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속 정원
Gardens in Suncheon Bay Garden Expo 2013물을 담는 큰 그릇 K-Water Garden _ 최윤석((주)그람디자인)하나씨드뱅크가든 Hana Seed Bank Garden _ 오경아(오가든스)색, 펼치고 개다 The Color, Open and Close _ 김연금(조경작업소 울)SK 행복정원 Steps Towards to Happiness _ 임춘화(아이디얼가든)취죽사랑방 Bamboo Garden-House _ 이대영((주)씨토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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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헌장 세미나 _ 한국조경의 리얼리티
한국조경의 위기와 가능성이 공존하는 시대
2009년 유럽을 시작으로 전 세계로 확산된 경제위기라는 단어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회 전반에 걸쳐 경제 위기론이 드리워있다. 뿐만 아니라 농촌에서는 농업의 위기, 대학에서는 인문학과 공대 위기론, 최근에는 원전비리로 인한 전력위기에 대한 불안까지 감돌고 있다. 특히 건설분야의 위기는 관련 분야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를 충격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지금 한국사회는 위기론에 휩싸여 있다.조경분야에도 위기감이 돌고 있는데, 이는 비단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10년 전, 20년 전, 30년 전에도 조경분야는 위기를 말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한국의 현대조경 역사는 위기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때문에 조경분야에서는 한국조경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하지만 한국조경의 40년 역사 속에서도 아직 조경분야는 안정되지 못한 상태이다.지난 5월 24일에는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한국조경의 리얼리티’라는 주제로 ‘조경헌장 세미나’가 열렸다. 위기의 해법을 찾기보다, ‘한국조경’ 그 자체를 거칠게 뜯어서 들여다보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세미나는 조경헌장 제정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한국조경’의 정체성 확립의 초석을 다지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이날 세미나에서 배정한 교수서울대학교는 현재 조경분야가 처한 상황에 대해 ‘조경의 위기와 조경의 가능성이 공존하는 시대’라고 진단했다. “제도권 조경은 일감이 없다고 아우성인데, 도시 환경과 시민은 보다 높은 질을, 보다 쾌적하고 아름다운 환경의 질을 요구하는 상황이다.”라면서, “바로 이 아이러니한 지점에서 조경은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비전을 디자인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관에서 주도하는 대규모 인프라 사업이 많이 줄었다. 그런데 아직 조경분야에서는 관 주도의 대규모 인프라 사업 의존도가 높은 실정이다. 기존의 조경사업들은 여러 업체가 수주한 하나의 사업만으로도 몇 년을 먹고 살만큼 수입의 규모가 컸다. 인프라를 구축할 국토는 한정되어 있는데, 너나 할 것 없이 조경업종에 가담하면서 파이는 그만큼 쪼개져 점차 작아졌다. 업체수가 늘어난 만큼 인프라 구축은 더욱 가속화되었고,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시점보다 빠르게 일감이 줄어드는 원인이 되었다.다행인 것은 대규모 인프라 사업들이 줄어드는 시점에 배 교수의 말처럼 시민들의 조경에 대한 요구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선 당시 ‘국비지원을 통한 공원조성, 생활권 마을숲 조성, 훼손된 산길·물길 되살리기, 도시·농촌 생태마을만들기’ 등이 공약으로 제시되었고, 정권교체 이후에는 주요 국정과제로 ‘국가도시공원, 동네쉼터, 도시농업 공간, 생활권 마을숲, 생태놀이터 등 도심 생태휴식공간의 확충’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국토교통부 업무분담녹색도시과에 조경이라는 단어가 명시되기도 했다. 위기라기보다 조경사업의 형태가 달라졌고, 패러다임이 전환되어야 하는 시기인 것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조경분야 대부분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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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경기정원문화대상
도시, 정원을 꿈꾸다지난 5월 23일, ‘2013 경기정원문화대상’의 시상식이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에서 개최되었다. 이곳은 이번 공모의 대상을 수상한 장기영 씨의 ‘자연과 함께 하는 정원’이 자리한 곳이다. 시상식에는 방광자 위원장(경기정원문화위원회, 상명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김진호 위원장(경기도의회 농림수산위원회), 김한배 회장((사)한국조경학회), 정주현 회장((사)한국조경사회), 김정한 대표((재)경기농림진흥재단)가 참석했다. 시상식은 최연철 부장((재)경기농림진흥재단 녹화사업부)의 경과보고와 방광자 위원장의 심사평, 그리고 시상과 축사에 이어 정원투어와 가든파티 순으로 진행되었다.올해로 3회를 맞이한 경기정원문화대상은 생활 속의 정원문화 정착을 위해 경기도 곳곳에 숨겨진 아름다운 정원들을 발굴할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1·2차의 전문가 심사와 온라인투표를 통해 최종당선작을 발표한 바 있다. 전문가 심사는 조경가, 정원디자이너, 조경학과 교수, 전문언론매체 편집장 등으로 구성된 경기정원문화위원회가 총괄했으며 지속성, 참여도, 관리상태, 사회기여도, 경관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선정하였다. 접수된 총 35점의 작품 중 17점의 작품이 선정되었고, 그 중 대상 1개소와 최우수상 2개소를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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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비평 봄 공개세미나 _ 다시, 용산공원을 말하다
지난 3월 네 번째 ‘봄’이 찾아왔다. 조경비평의 담론을 생산해내고 있는 ‘조경비평 봄’이 지난 3월 용산공원에 초점을 맞춘 비평집 『용산공원 - 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 출품작 비평』을 출간했다. 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 출품작 비평을 모은 것으로 20인의 필자가 약 1년여의 준비를 거쳤다. 이 책의 서문(배정한)에서는 이렇게 마무리하고 있다. “세 번째 ‘봄’ 『공원을 읽다』의 서문은 “공원은 희망의 공간이다. 그래서 공원이다.”로 끝난다. “희망의 용산공원”을 기다리며 ‘조경비평 봄’은 네 번째 ‘봄’ 『용산공원』을 보낸다. 후속 토론과 비평을 기대한다.”
아직 못 다한 이야기가 많았을까? 혹은 독자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던 탓일까?조경비평 봄은 약속대로 지난 5월 31일 후속 토론인 조경비평 봄 공개세미나 ‘다시, 용산공원을 말한다’를 개최하고 역사, 생태, 시간 등의 키워드를 바탕으로 용산공원 당선작과 출품작을 리뷰했다. 용산공원이 생산해 낸 쟁점과 이슈에 대해, 또 최초의 국가공원으로 조성되는 용산공원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대형공원의 설계 이슈에 대해 다함께 고민해보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열린 이번 세미나는 ‘봄’이 개최한 첫 번째 공개세미나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용산공원 - 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 출품작 비평』에 참가한 4명의 필자 발제에 이어 배정한 교수(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의 사회로 4명의 발제자(김영민 교수, 류영렬 교수, 박희성 연구교수, 장보혜 박사)와 함께 남기준 편집장(나무도시), 박승진 소장(디자인 스튜디오 loci), 박선희 연구원(서울대학교 대학원 통합설계미학연구실), 유시범 학생(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이명준 연구원(서울대학교 대학원 통합설계미학연구실)이 참석해 토론회가 진행됐다. 토론을 통해 남기준 편집장은 너무나 자세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기본계획과 지침서도 보다 창의적인 안의 도출을 방해하는데 일조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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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아라문화축제
조경이 만드는 문화콘텐츠, 지속가능한 아라뱃길을 만들다서울과 인천을 잇는 국내 최초 운하인 경인아라뱃길에는 뱃길수변의 녹지를 따라 크고 작은 오픈스페이스가 18㎞에 걸쳐 길게 이어져 있는데, 크게 ‘수향8경’과 ‘파크웨이’, 그리고 ‘아라자전거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경인아라뱃길의 친수경관은 지난 2009년 설계공모전으로 시작된 이후 약 4년간의 공정으로 작년 하반기에 대부분 마무리되어, 지금은 시민들의 여가공간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지역의 문화명소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있다. 설계과정에서부터 기존의 건설방식을 넘어선 새로운 문화아이콘을 찾고자하는 시도로, 인문사회분야 전문가들이 포함된 자문위원회(창조문화환경위원회)가 운영되었다. 이러한 과정 속에 아라뱃길 친수시설을 중심으로 ‘문화콘텐츠 구현’의 성과가 기대되었고, 뱃길 수변이 새로운 문화명소로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잡기를 희망하였다.
문화명소화를 만들기 위한 그 전략적 방안으로써 지속가능하고 대중적 설득력이 있는 문화콘텐츠를 창출하고자 하는 미션은 친수공간의 설계·시공 이후의 이용효율에 대한 실질적인 과제로 대두되었으며, 지난 1월부터 지역사회(지자체, 정부기관, 지역사회단체 등)를 중심으로 관련 자료수집, 관계자 회의, 전문가 자문 등이 이어졌다. 특히 지역사회의 관계자와의 공감대 형성은 동일한 목표를 향한 큰 원동력이 되었다. 아라뱃길 친수공간의 문화콘텐츠 구현방안을 찾는 과제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된 요소는 세 가지였다. 첫째 지역사회의 참여, 둘째 뱃길친수공간의 정체성, 셋째 정례적 콘텐츠로 이어갈 수 있는 지속가능성이다. 이 3가지 요소의 통합적 가치 속에 창출된 콘텐츠가 “아라문화축제”였다. 아라문화축제는 일상에서의 문화적 요소와 일상에서 체험할 수 없는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구상하여 친수변의 정체성을 최대한 인식시킬 수 있는 ‘뱃길 고유의 문화명소화 전략’으로 기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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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갑한 갑을문화
Time to Right Distorted Relationship
국민권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는 9시 뉴스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지금 조경 관련 회사 몇 군데가 서로 얼굴을 붉히고 있다. 엔지니어링 한 곳과 조경설계사 몇 곳이다. 대규모 조경설계를 진행하다가 문제가 생겨 더 이상 같이 하기 힘들어졌다. 남은 것은 그 때까지의 비용 정산인데, 계약서 없이 진행해 왔기에 기준이 모호했다. 좋게 헤어지는 것도 아니기에 서로의 입장 차이가 컸다. 유리하게 해결될 낌새가 보이지 않자 을인 설계사들은 갑인 엔지니어링을 건너뛰어 원발주처 감사실에 문제제기를 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슈퍼갑을 직접 상대하려는 을들의 노력은 성공하지 못했다.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자 설계사들은 다시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소했고, 공정거래위원회로 이관되어 해결을 기다리고 있다. 두 기관은 사회적 약자를 우선하므로 아마도 합당한 결말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설계비를 둘러싼 이 분쟁은 오늘날 한국 사회를 짓누르는 갑을문화의 한 단면이다. 기본적으로 계약 관계에서 생긴 권력의 불평등성에서 비롯되므로 모든 사회에서 발견된다. 근데 왜 한국사회에서 유독 심할까? 갑을문화는 조선시대 관존민비의 잔재로까지 해석되고 있어(강준만), 그 뿌리가 상당한 고질병임을 알 수 있다. 전근대적인 의식의 발로임에도 불구하고 나아지긴 커녕 최근에 와서 더 크게 사회문제화 되었다. 그 이유는 불공정한 관계에서 비롯된 양극화 문제가 핵심으로 제시되기도 한다(정운찬 등). 힘 있는 갑이 을에게 강제하면 을은 거부할 수가 없게 된다. 이를 풀기 위해서는 불공정한 관계 청산과 재설정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갑을문제의 원인으로 양극화가 지목된 것은 올해 다보스 포럼에서 평등과 정의, 그리고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는 소수 부자들만의 자본주의체제는 존속하기 힘들다고 논의된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특히나 건설 분야는 여러 공종으로 구성되어 계약관계가 복잡하다. 그 과정에서 다단계 하도급이 오랜 인습으로 남아 있다. 거의 피라미드 구조를 방불케 한다. 대개 조경은 갑보다는 을의 위치에 있을 때가 많다. 설계에서는 건축설계나 토목설계의 하도급인 경우가 꽤 있다. 시공 역시 전문건설업의 비중이 높아 종합건설업체의 하도급으로 일할 때가 많다. 이렇게 을의 자격으로 공사를 하다 보니 이런저런 불이익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의 조경공사 분리발주 제도화 논의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 을은 항상 약자인가? 피라미드 구조에서 을도 돌아서면 갑이 된다. 자신이 받은 피해를 그대로 전달한다. 아니 오히려 더 가혹할 때도 적잖다. “나만 손해 볼 수 없다.” 혹은 “당한만큼 돌려 준다.”는 논리이다. 따라서 처음의 갑질을 막지 못하면 악습은 계속 확대 재생산될 수밖에 없다. 갑을문화 개선이 시급한 이유이다. 우리는 원래 삼국시대부터 교역과 계약에 능했었다. 그러다가 조선시대에 들어와 사농공상과 관존민비의 폐습으로 그 본래의 능력을 십분 활용치 못하고 있다. 이제 그 능력을 되살리고 그 동력으로 불황의 그늘을 빠져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갑과 을 모두 제대로 된 기업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제도적 장치나 기관의 개입만으로 과연 원활하고 활기찬 기업 활동이 보장되고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 답은 “아니오.”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의 학설을 회고해 볼 때, 이제 우리 사회는 갑이 먼저 나서서 약자를 배려하고, 을의 아픔을 공유하는 기업문화 확산, 정착에 적극적으로 앞장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갑도 존속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정책 못지않게 문화적 여건이 필요하다. ‘창조적 기업문화’의 이해와 활발한 동참만이 갑도 을도, 강자도 약자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우리는 지금 그 시험대에 서 있다.
Both Anti-Corruption and Civil Rights Commission and Fair Trade Commission are the organizations whose names we have heard of on the television news from time to time, and where an engineering corporation and several landscape architecture companies are now quarreling with one another. They were working together on a large-scale landscaping project, but some unexpected problems occurred forcing them to put an end to their cooperative practice. The expense settlement process was not detailed in the contract with no specific standards set up in advance. Each of them had totally different views on the issue, and the landscape architects, who regarded themselves as a party in the weaker position, stopped talking with the engineering corporation and finally filed a complaint against the original ordering organization. However, landscape architects ended up losing the case against the major company, and they filed a petition again to Anti-Corruption and Civil Rights Commission. Fair Trade Commission is currently in charge of the case. As these two organizations are designed to protect the socially weak, we will probably be able to witness a fair settlement.
The dispute over the design costs is a classic example of a distorted relationship between small businesses and bigger firms. Since it derives from an unavoidable inequality in power resulted from a contractual relationship, it can exist virtually anywhere in the world. Yes, it seems true that the trend is more apparent in the Korean society. Why? It could be a result of the caste system in the Joseon Era, as Professor Kang Joon-man points out, which means it’s a deep-seated problem besetting the country. It clearly is an outdated way of practicing business, but the situation has been terribly worsened these days. The reason behind this might be a social polarization resulted from unfair relationships, as dozens of researchers suggest. If a stronger party forces a relatively weaker one, the latter can never resist. It has been insisted that in order to solve this problem, unfair relationships be terminated and a new set of rules established. Polarization appears to be a plausible explanation of the unjust business practices when you consider that the participants in this year’s Davos Forum express their sympathy for an idea that the capitalism, governed by the few selected super-rich, without any concern for equality, justice, and the socially weak, is destined to fail.
As the construction industry, in particular, includes a variety of construction types, the contractual relationships are likely to be highly complicated. Multistage subcontracting with pyramid-like structures has been regarded as common practice. Landscape architects are usually in a weaker position, carrying out works subcontracted by bigger architectural design offices and major construction companies. As one can easily imagine, it inevitably creates numerous disadvantages to participate in a project as a weaker party. In this sense, it will be worth discussing the suggestion that separate ordering system be established for landscaping projects.
However, small businesses are not necessarily on a weaker position. In a pyramid structure, a small company can easily be on a stronger position, dealing with a smaller business, and attempts to offset the damage created by a major corporation. It seems to be following a principle that it doesn’t need to be an only victim. The vicious trend will keep snowballing unless it is prohibited at the early stage. This is why the fair relationship between a weaker party and a stronger one should be established as soon as possible. Traditionally, Koreans have been thought of as being skillful at cultivating a trade and making a contract, which will be a valuable asset to go through the global economic recession and revitalize the country’s economy. Systematic and legal conditions should be developed to guarantee the fair and just business practices for both small businesses and major firms.
However, the legal devices and government interventions alone can never facilitate the business practices and promote the innovative corporate activities to the fullest. As Milton Friedman points out, it is time that bigger corporations take positive actions to protect weaker parties and enhance the corporate culture of sharing benefits and debenefits together. Otherwise, major companies wouldn’t be able to survive, without any partner to work with. Cultural support is required as much as supportive government policy. We seem to be in great trouble, but with every stakeholder’s active participation and constant effort, there’s also a chance for us to overcome this and move forw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