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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디자인 오피스] 인터조경기술사사무소
자연과 인간, 그 사이의 조율
비브르 앙상블
10~12년차 설계사무소 실장, 부소장으로 근무할 때는 오히려 겁이 없었다. 설계사무소를 대표한다는 생각보다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컸다. 건축과의 협업에서도 투쟁을 불사하듯 설계안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고 무리한 요구에는 거침없이 노(no)를 외치며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13년 차가 되었을 때 인터조경기술사사무소(이하 인터)대표가 됐다. 12년 차와 13년 차, 그 일 년 사이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소장이자 사무실 운영을 책임지는 대표는 전혀 다른 고민과 의무 그리고 책임감을 갖게 했고 설계뿐만 아니라 직원, 협력사 등 모든 관계에 대해 다시금 뒤돌아보게 했다. 설계사무소 운영과 설계 철학은 결코 다른 것이 아니었고 결국 하나의 줄기에서 나오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비브르 앙상블(vivre ensemble)은 동거라는 뜻도 있지만 더 넓게는 ‘함께 살아가기’라는 뜻의 불어로 인터를 맡아 운영하면서 카카오톡 프로필에 ‘살고, 살게 하라’는 글과 함께 항상 써놓는 문구이기도 하다. 첫 전공이 불어불문학이라 불어가 친숙하기도 하지만 대표가 된 그해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 연설에 영향을 받기도 했다. 사무실 운영을 시작하면서 여러가지 고민이 있었던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문장이 나에게 찾아왔다.
실무진으로서 10여 년은 업무를 배우기에 바빴고 대표가 되고 나서는 직원이 아닌 대표의 삶을 살아내느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 조경설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 점점 더 많은 관계를 맺게 되는 조경 관련 분야를 포함한 타 분야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구축할지 고민했었다. 대표로서 직원들의 삶과 전문인으로서의 발전도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직원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마음으로 임했지만 일을 하면 할수록 사무실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적었고 대부분 다른 이와 함께해야 하는 일들이었다. 각종 시설물을 비롯한 조경 관련 업체부터 건축, 토목, 전기 등 건설 관련 분야와의 협업은 매 순간, 매일 일어나는 일이었다. 협업에 대한 나의 생각과 태도가 그대로 직원들에게 전해지기 때문에 그들과의 관계 설정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이때 나를 바꾸게 했던 문장이 바로 ‘살고 살게 하라’였다.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 프로젝트를 완성해 가며 서로 도울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 가고 싶었다. 지금도 그렇게 일하면서 잃지 않으려는 생각이 함께 살아가기다. 나도 살아가고 다른 이들도 살게 하는 마음으로 함께 살아가는 것, 조경설계를 잘하기 전에 그렇게 함께 잘 살아가는 관계를 쌓고 싶었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 더 좋은 설계를 할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진다고 본다.
내게 설계는 함께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자 목적이라서 조경설계란 업을 매개로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에 보람과 감사한 마음을 느낀다. 지금까지 해왔던 프로젝트를 되돌아봐도 조경설계는 공공이든 민간이든, 그 사업의 주체가 누구든지 어쩔 수 없이 공공의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하는 작업이, 우리가 만들어 낸 설계 결과물이 자연의 주인인 지구에 또 하나의 쓰레기 더미를 만들어 내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자연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가늠하고 조율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세 개의 정원과 자연
사람과 사람의 관계뿐만이 아니라 비브르 앙상블은 자연과의 관계에서도 적용된다. 살아 있는 식물, 땅, 자연을 대상으로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을 디자인하면서 공존할 방안을 모색하거나 자연과 인간 그 사이의 거리를 조율하는 것이 조경설계가 아닐까. 우연히 참여하게 된 몇 번의 정원설계 프로젝트는 이러한 생각을 가다듬고 정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조경설계를 하더라도 그 설계의 주체가 되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다. 발주처의 의견, 각종 심의 및 인허가 과정을 거치면서 설계의 주인은 계속 바뀌며 설계자가 그 프로젝트의 손과 발로만 전락하면 초기에 품었던 콘셉트에 대한 설계자의 의지는 수차례 꺾이기 마련이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적으로 겪으면서 그렇게 꿈이었던 설계사무소 운영에 대한 회의를 느낄 정도였다. 이런 생각이 들 때쯤 한 것이 정원설계와 시공 작업이었다. 우연히 접한 정원박람회 공모전에 앞뒤 재지 않고 참여한 적이 두 번 있었다. 첫 번째는 사무실 운영 2년 차, 실무 15년 차였던 2014년에 참가한 제3회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작가정원이었고, 두번째는 사무실 운영 10년 차, 실무 24년 차였던 작년에 참가한 2023 서울정원박람회 작가정원이었다.
오로지 대상지 현황, 주제, 콘셉트만으로 설계되고 시공될 수 있는 디자인에 대한 단순한 욕망이 10여 년 주기로 꿈틀거리는 걸까. 감사하게도 그런 설계와 시공의 기회를 통해 정원과 조경과의 관계를 재조명하고 가장 근본적인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도 돌아볼 수 있었다. 다음 세 작업을 통해서 자연과 인간의 조율된 거리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자연과 일상의 만남
제3회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작가정원 공모전은 2014년 7월에 열렸고 시공 및 관련 행사는 1년 뒤에 진행됐다. 2014년은 온 국민이 세월호 침몰 사고로 슬픔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때였다. 그래서였을까. 하루아침에 평범한 일상이 사라진 우리에게 주어진 공모전의 주제는 ‘일상’이었다. 아침에 눈을 떠 등교하고 출근하고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일상이 얼마나 중요하고 아름다울 수 있는지 정원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고 그 정원 속의 자연은 우리를 감싸안아 주면서 괜찮다고 위로해 주는 존재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렇게 일상의 한편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시처럼 다가와 머물러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이러한 마음이 담긴 모델정원 ‘일상이 시가 되다’(2015)에 자연을 상징하는 동서남북의 녹지와 함께 중앙에 삼각형의 셸터와 수경 시설을 배치했다. 사실 설계와 시공이 분리된 작업만 계속하다 보니 모든 디테일 하나하나를 돋보기로 보듯이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하나의 주제로 일관되게 디자인과 시공을 함께 했던 경험은 조경설계에서 토양과 식재, 자연이라는 개념에 대한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지식으로 아는 것을 넘어서 몸으로 체득한 결과였다.
한 발짝 들어가 자연을 만나는 방법
우리의 작품 중 이렇게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공간이 또 있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인기 있는 장소가 있는데, 바로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 풍경쉼터(2017)다. 전주수목원이라고 검색하면 제일 많이 등장하는 이미지의 주인공이 바로 연못가에 있는 한국적으로 해석한 정자인데, 줄을 서서 사진을 찍을 정도로 이곳을 배경으로 한 인물 사진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이제는 이곳을 벤치마킹한 정자가 다른 공원에서도 많이 보인다. 수목원 안에 조성되는 포켓쉼터였기 때문에 수목원의 근본적인 자연성, 방향성을 해치지 않는 최소한의 개입을 통해 이용자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자연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설계 목표였다. 수생식물원, 죽림원, 수국원 등 수목원 내의 다양한 자연 안으로 들어가 그 일부가 되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 기존 식생을 이식하거나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의 모습을 살리기 위해 최소한의 시설물만 설치했다. 조금 먼발치에서 만나는 자연과의 조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자연과 정원의 공존, 하늘 파빌리온
모든 설계가 그렇듯이 해답은 대상지에서 찾을 수 있었다. 2023 서울정원박람회 작가정원 참여를 결정했던 건 매력적인 대상지 덕분이었고, 하늘공원이 가진 강력한 경관, 자연의 힘으로 인해 콘셉트도 비교적 쉽게 정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이 하늘과 바람, 풀뿐인 하늘공원에 자연을 함께 공유하고 공존할 수 있는 정원을 품은 ‘하늘 파빌리온’(2023)을 제안했다. 파빌리온은 드넓은 억새 초지의 장엄함을 색다르게 경험할 수 있는 경관의 틀이 되고, 때로는 거친 자연으로 상징되는 억새와 그에 대응하는 연약한 질감의 초화로 이루어진 정원을 품어주는 또 다른 틀의 역할도 한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자연 속의 정원이라는 주제를 깊이 있게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남거나 사라지거나
숫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인터의 설계 프로젝트는 어림잡아도 1년에 적게는 10여 개, 많게는 20여 개 내외가 진행되어 전체 프로젝트 수는 300개가 훌쩍 넘는다. 300여 개가 모두 설계가 완료되어 시공될 리는 만무하지만 아쉽게도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그리 많지도 않다. 현상설계에서 출발해 순조롭게 시공까지 마무리된 프로젝트부터, 실시설계까지 납품하고도 사업이 불발된 프로젝트, 또는 종이로만 남아 두고두고 사례로만 참조하는 프로젝트까지 그 시작과 끝이 각기 다르다. 그러나 설계를 하다보니 남아 있다고 반드시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종이로만 있다고 의미가 없는 것도 결코 아니다. 새로운 시도, 시공 단계까지 유지된 콘셉트 아이디어 등 살아남았거나 사라진 작업이 있다. 그중 디자인적으로 의미있는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대구 이시아폴리스 패션스트리트
때론 자연을 완전히 배제한 채 디자인하는 경우도 있다. 대구 이시아폴리스 패션스트리트(롯데아울렛) 조경설계가 그런 경우였다. 드라이한 대상지의 현황 및 상업 공간의 시각적 차폐에 대한 우려로 인해 녹지는 일부분에 불과했고 자연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레인 드롭(rain drop)이라는 콘셉트로 전체 바닥 포장을 패턴화했고, 시설물까지 원형 디자인으로 통일했다. 조경 디자인 콘셉트 그대로 시공, 준공된 것에 큰 의미가 있었다.
세종시 대우 푸르지오 P3 지구
공동주택 프로젝트 중 가장 큰 규모였고 무엇보다도 현상설계부터 시공 단계까지 대규모 아파트 설계에서는 쉽지 않게 현상설계에서 했던 조경 콘셉트가 유지됐다. 자연과 도시의 관계를 단지 내부로 끌어들여 디자인했다.
카카오 데이터센터
준공한 지 1년이 안 된 최근 프로젝트로 첨단 시설이 들어서는 건축물이지만 한양대학교 안산캠퍼스 내에 위치해 있어 무엇보다도 외부 공간에 대한 이용자들의 배려가 필요했다. 킵 온 딥 인 네이처(keep on deep in nature)라는 주제로 자연의 본질,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재현해 원초적 자연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 미래 기술과 함께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숲 조성, 비정형적 공간 구획이 특징이다. 대지에 자연이 스며들듯 공간에 녹음이 스며들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아난티 펜트하우스
가평 아난티 펜트하우스의 주변 설계를 통해 건축물에 의해 둘러싸인 경계를 허물고 건축을 넘나드는 자연을 표현했다. 절제된 자연의 모습이 아닌 태고의 자연의 모습을 더해 살아있는 자연 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 리조트를 꿈꿨다. 이때의 설계 콘셉트와 평면, 스케치의 분위기 등은 지속적으로 소환해서 비슷한 결의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꺼내 보곤 한다.
파주운정3 GTX 문화공원 설계공모
사무실 운영 관점에서 보면 지금까지 설계공모에 굳이 참여하지 않아서 다행스러운 점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수동적인 계약 시스템에 따른 편향된 프로젝트에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고, 새로운 대상지에 대한 목마름과 계획안에 대한 탐구가 회사 내부적으로 필요했다. 파주 운정역 GTX 상부에 조성하는 공원의 콘셉트를 통해 과거의 오래된 유산에서 미래 공원의 의미를 찾으려 했고, 건축, 조형물 디자인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디자인을 모색했다. 비록 낙선으로 끝났지만 올여름 한 차례 휘몰아친 설계공모 덕분에 우리는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다.
실패했으나 실패는 없었다. 앞으로 관심 있는 설계공모 대상지가 있다면 지속적으로 참여할 생각이다. 공모에 함께 해준 인터의 모든 직원과 백순철·홍수연 소장(레드트리), 임근풍 소장(AIM 건축)에게 감사한 마음 뿐이다.
인터조경기술사사무소는 2000년에 人터조경기술사사무소로 출발했다. 1대 대표인 선우성에 이어 2013년부터 김수연 대표가 이끌고 있는 25년 차 조경설계사무소다. 좋은 생각과 함께하는 좋은 경험을 토대로 사람(人)과 터를 위한 디자인을 하려고 한다. 현란한 디자인보다는 자연과 어우러진 편안한 디자인을 추구한다. 정원, 공원, 오피스, 공동주택, 병원, 리조트 등 공공과 민간 영역을 아우르며 박준영, 최아람, 정구영, 김태현, 박준기, 서현호와 함께 다양한 조경 디자인을 탐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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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의 도시공원 이야기] 이름을 붙이지 않을 용기
도시공원은 실험이다
세계적 화학 회사 듀퐁(DuPont)의 어느 랩에서 한 실수가 나일론이라는 혁신으로 이어졌다는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는 ‘실험 중에 일어난 의도치 않은 기적’의 대명사가 됐다.(각주 1) 요즘이야 실험 노트를 꼼꼼하게 적는 게 일반화되었다고 하지만, 이렇게 시스템이 정착하기까지 오만 가지 실수들이 존재했을 테고 그중 어떤 것들이 의도 밖의 성공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이런 혁신의 전제는 체계도, 천재성도 아닌, 수많은 실험의 반복(iteration)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시공간적 한계와 예산의 조건으로 도시공원 혹은 도시 공간에서 다양한 실험이 쉴 새 없이 이어지기란 어렵다. 준공까지 많은 자원이 요구되는 도시계획과 조경 분야의 특성상 일정한 수준의 성공이 보장되지 않으면 실험대에 오르기조차 쉽지 않다.
동시에 조경은 필연적으로 과정 중심적이다. 조경의 주요 요소―교목, 관목, 지표면의 생물, 수공간, 시설, 그 안의 사람들―가 서로 연계되는 과정을 통해 조성된다는 설계 이론적 차원의 과정 중심성만을 말하는 건 아니다. 많은 사람이 접근 가능한 공간을 직접 분석하고, 설계하고, 조성하고, 재조성하는 책임을 지고 있기에 매 순간 목적과 이용의 변화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즉 실험을 표방하고 작업을 하기는 쉽지 않지만 사실 거의 모든 단계가 아주 조심스러운 공간적 실험이기도 하다. 달리 말하자면, 1980년대부터 이어진 도시공원 조성 과정은 국가 주도로 진행된 ‘도시 오픈스페이스 실험’ 그 자체다.
에피소드 1. 땅, 불, 바람, 물, 마음
공해와 싸우고 자연을 살리는 다섯 가지 힘이 모여 나오는 캡틴 플래닛.(각주 2) 얼마 전 영등포구에서 진행한 수변 공공 디자인 해커톤 ‘소셜 픽션, 수변 픽션’ 시민 참여 프로그램의 퍼실리테이터를 맡아 수변 문화와 도시 경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도시 경관, 공공 설치, 커뮤니티 디자인, 문화 프로그램, 미디어 아트의 다섯 분과(시민 참여를 표방한 팀플이다)가 수변 문화를 실험하고 확장하는 다양한 주제를 다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공공성’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에 다룬 다섯 가지 주제만으로도 이렇게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는데, 실제 공공 문화를 이루고 있는 수십, 수백의 얽히고설킨 요소들을 어떻게 같이 굴러가게 만들 것인가. 최소 다섯 가지 초능력이 모여야 캡틴 플래닛이 튀어나온다. 지구를 지키고 자연을 살리려면 그 정도는 되어야 하는 건가 싶다. 적어도 이렇게 다섯 개 분과가 모여서 서로 의견을 교환한 뒤 박수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캡틴 플래닛’이 나와서 뭔가를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팀플, 진심으로 히어로를 찾게 되는 순간이다.
*환경과조경437호(2024년 9월호)수록본 일부
**각주 정리
1. 해당 실수가 처음 벌어진 것은 아니라고 한다. 다만 이 실수를 혁신으로 인지한 것이 듀퐁의 기지.
2. 생소한 단어의 나열이라면 꼭 구글링을 해보길 권한다. ‘출동! 지구특공대(Captain Planet and the Planeteers)’는 1990년대 제작 방영된 미국 애니메이션으로, 한국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꾸준히 방영됐다. 다섯 대륙에서 모인 다섯 주인공이 공해 빌런들과 전투를 벌이다가 각자가 지닌 초능력 반지를 통해 슈퍼 히어로 캡틴 플래닛을 불러낸다는 설정. 몇 년 전부터 배우이자 환경운동가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회사를 중심으로 실사 영화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는데, 구체적인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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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영화 같은 장면을 기록하다
이경준 사진전: 원 스텝 어웨이
“도시 모습과 사람들이 어우러져서 만들어내는 그런 모습들을 프레임 안에 담는 작업을 해오고 있고요. 제가 경험하면서 느낀 것이나, 제 마음을 움직이는 순간들을 사진에 담아내고 있습니다.”(각주 1) 도시 관찰자이자 일상을 하나의 패턴으로 포착하는 창작자 이경준의 시선으로 살펴본 뉴욕과 서울의 일상 속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 그라운드시소 센트럴의 개관작인 ‘이경준 사진전: 원 스텝 어웨이(One Step Away)’에서 그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전시는 익숙한 도시 풍경을 멀찍이 포착해 낯설고도 아름다운 장면들로 담아내는 이경준의 작품 세계를 소개한다.
전시는 작가가 주로 생활해 온 서울과 뉴욕을 배경으로 곳곳의 일상을 담은 250여 점으로 구성된다. 회색 도시가 황금빛으로 물드는 순간부터 사람들이 점, 선, 면으로 연결되는 순간, 싱그러운 녹음과 함께 휴식하는 순간까지. 네 개 챕터를 통해 누구에게나 익숙한 도시의 공간들이 이어진다. 바쁘게 혹은 단조롭게 반복되는 도시 풍경이지만, 한 걸음 멀리서 바라본 불완전하지만 아름다운 우리의 삶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를 하나의 유기체이자 패턴으로 포착하다
물리치료사이자 프리랜서 포토그래퍼인 이경준은 2018년부터 뉴욕에서 살아왔다. 그가 처음 사진기를 든 건 고등학생 때다.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가족, 친구, 일상을 담기 시작하다가 대학생이되면서 본격적으로 사진을 공부했다. 새로운 환경과 학업에 지쳐 힘든 시기를 보내던 그는 우연한 기회로 사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높은 곳에서 바라본 도심 속 풍경에 위로를 받았다. 위에서 바라본 도시 모습에서 새로움을 느끼면서 작업의 영감을 얻기 시작했다. 건물의 기하학적 구도와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색감, 사람들의 섬세한 움직임. 한 걸음 멀리서 바라본 세상은 거대한 유기체 같았다. 이러한 시선의 전환은 청년 이경준의 단조롭던 삶에 새로운 자극이 되었다.
이를 계기로 이경준은 높은 곳에서 그리고 멀리서 바라본 도시 속 풍경을 담아내는 자신만의 시그니처를 만들었다. 도로 위 차선, 건널목, 표지판, 신호등 그리고 그 사이를 분주하게 오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패턴을 포착하는 이경준의 스타일은 세계적 기업과 브랜드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뮤지션 구원찬, 죠지와의 앨범 표지 작업,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 헬무트 랭(Helmut Lang)과의 컬래버레이션 등 국내외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활동하고 있다.
*환경과조경437호(2024년 9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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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 미디어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환경과조경, 한국조경신문과 인수 합병
환경과조경은 ‘주간 한국조경신문’과 함께 조경 미디어의 새로운 지평을 연다. 지난 8월 1일부터 환경과조경은 주간 한국조경신문을 인수 합병해 신문을 발행하고 있다. 한국조경신문은 2008년 창간된 주간 조경 전문 매체다. 그간 조경인의 권익과 조경 분야의 소통 및 정보 공유를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국내 언론 지형의 빠른 변화 속에서, 16년간 두 차례의 휴간과 복간을 거듭하며 경영상 어려움을 겪어 왔다.
그동안 한국조경신문을 이끌었던 김부식 회장(한국조경신문)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힘을 잃지 않은 건 많은 조경인의 지지와 격려 덕분이었다고 말하며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아울러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된 것에 대해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혁신하지 않으면 소멸되는 오늘의 현실에서, 40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을 지닌 환경과조경과의 합병을 통해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조경의 가치와 품격을 한층 더 높여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환경과조경437호(2024년 9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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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웃거리는 편집자] 미스터 코모레비
미스터 토일렛(toilet). 짐작컨대 이름만 들으면 중세 프랑스 왕실 소속 관리로서 아프리카 대륙 여행 중 지역 원주민의 생활 습관에서 영감을 얻어 현대 화장실의 시초가 되는 건물을 만들어 화장실을 뜻하는 영어 토일렛(toilet)의 유래가 된 사람처럼 보이지만, 전혀 아니다. 물론 화장실과 연관이 없는 건 아니다. 대체 그는 누구이며, 어쩌다 저런 별명을 얻게 된 것일까.
그는 고故 심재덕 수원시장으로 화장실 문화 운동에 평생 헌신하며 한국 공중화장실의 수준을 높인 인물이다. 평소 더러운 화장실에 대한 관광객들의 불만에 마음이 쓰였던 심 시장은 2002 한‧일 월드컵 개최를 준비하며 공중화장실 환경 개선을 도모하는 캠페인을 적극 추진했다. 당시 이 캠페인은 전국적으로 확산되며, 한국 공중화장실 역사의 큰 전환점이 됐다. 2007년 그는 암 투병 와중에도 세계화장실협회(World Toilet Association)(WTA)를 발족시켜 화장실 문화 개선 운동에 앞장설 정도로 진심을 다했다. 음악이 들리거나, 향기가 나고, 작은 그림과 좋은 문구가 걸려 있는 공중화장실을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건 깨끗하고 아름다운 화장실 만들기에 진심이었던 그의 노력이 빚어낸 결과물이다.(각주 1)
시간이 흘러 미스터 토일렛만큼 화장실에 진심인 프로젝트가 탄생했다. 2020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배경으로 추진된 더 도쿄 토일렛(The Tokyo Toilet)(이하 도쿄 토일렛) 프 로젝트는 어둡고, 더럽고, 냄새나고, 무섭다는 인식이 지배적인 공중화장실 공간을 개선하기 위해 추진됐다.(각주 2) 안도 다다오 등 유명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모여 17개의 화장실 리노베이션을 진행했다. 들어가서 문을 잠그면 불투명해지는 특수 제작 유리로 만든 화장실, 수도꼭지를 다양한 높이에 배치해 남녀노소,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손을 씻을 수 있게 만든 화장실 등 저마다 개성을 드러낸다. 공식 홈페이지도 독특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3D 뷰를 통해 화장실 외부부터 내부까지 구석구석 둘러볼 수 있게 했다. 화장실 변기를 구경하는 게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지만, 궁금하다면 둘러봐도 좋을 것 같다.
이 흥미로운 프로젝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또 다른 시도를 선보였다. 도쿄 토일렛을 소개하기 위한 영화를 제작했는데, 그 영화가 바로 최근 개봉한 ‘퍼펙트 데이즈(Perfect Days)’다. 영화는 도쿄의 화장실을 묵묵히 쓸고 닦는 중년 청소부의 평범한 일상을 담아낸다. 주인공 히라야마는 자판기 캔커피로 하루를 시작하며, 그날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팝송을 들으며 출근하고, 때때로 필름카메라로 코모레비(木漏れ日)(각주 3)를 담아내고, 저녁엔 단골 가게에 들러 식사를 하고,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다 까무룩 잠든다. 소소한 일상의 편린을 통해 반복된 일상에서 발견하는 작은 기쁨을 차곡차곡 쌓아간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사실 메시지보다 영화를 담아낸 형식이 좋았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영화를 선택한 점이 새롭게 다가왔다. 보통 이런 공간 프로젝트는 다큐로 만들어 설계를 맡은 스타 건축가의 서사를 쫓아가거나, 비슷한 사례를 모아 하나의 메시지를 던지는 형태로 빠지기 쉬운데 이 프로젝트는 이러한 전형적인 방식에서 벗어났다. 대신 상상력 한 스푼을 더해 어쩌면 어딘가 존재할지도 모르는 누군가의 삶 속에서 중요한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는 도쿄 토일렛을 은근하게 보여준다.
미스터 토일렛과 도쿄 토일렛 이야기의 공통점은 바로 태도다. 외면 받는 것을 외면하지 않고, 함부로 대하는 것을 함부로 대하지 않은 것. 박보나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들의 태도가 도시의 새로운 내용과 형식을 만들어 냈다고 할까. 이번 호에 소개한 프로젝트에서도 그런 태도가 읽힌다. 탄소 저감을 위해서 목재 트러스를 활용한 하이라인-모이니한 커넥터(30쪽), 민관 협력을 토대로 저비용과 친환경이란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브지리풋 스트리트 공원(58쪽)을 설계한 조경가들은 기후 위기 시대의 과제를 외면하지 않고 도시의 새로운 내용과 형식을 만들어 냈다. 그래서 이들에게 미스터 코모레비란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 코모레비처럼 반짝이는 태도를 가진 이에게 주는 나만의 작은 헌사이자 훈장이라고 할까.
**각주 정리
1. 최혜경, “심재덕 씨의 뒷간 라이프”, 『행복이 가득한 집』 2008년 3월호.
2. 최은화, “모두를 위한 공중화장실: 더 도쿄 토일릿”, 『공간』 2020년 11월호.
3.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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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응원한다, 내를 그리고 느그를
여름밤을 참 좋아했다. 해가 지면 천천히 식는 공기, 서서히 어두워지는 하늘은 여름 저녁에만 느낄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요즘 같아선 그 풍경이 다 미화로 만든 거짓 기억인가 싶다. 더운 데다 습도까지 높아 새벽녘이 되어도 온몸이 축축하다. 그래도 또 여름을 그리워할 게 분명하다. 내게 여름은 무언가 낭만적이고 아득한 존재다. 여름 같은 대상이 또 있는데, 바로 학생들이 주인공인 영화다. 언제까지 남의 삶을 나의 청춘인양 여기며 먹먹해 할지 모르겠지만, 교복을 입고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여학생들의 이야기를 보면 가슴이 둥둥 울린다. ‘스윙걸즈’와 ‘훌라 걸스’가 그랬고, ‘땐뽀걸즈’(각주 1)와 닮은 ‘빅토리’가 그랬다.
배경은 1999년, 경상남도 거제. 나의 고등학생 시절을 떠올리면 생활 반경과 생각의 너비가 딱 발 닿는 곳까지밖에 이르지 못했는데, 필선은 거기서부터 나와 참 다른 사람이었다. 힙합을 너무 사랑해서 발 디딘 곳 모두를 무대로 삼는 필선은 단짝 미나에게 말한다. “거제가 좁다”고. 가뜩이나 좁은데 춤을 출 곳마저 없다. 일 년 전 사고를 일으켜 정학을 당하고 댄스 동아리 해체를 당했기 때문이다. 그런 둘 앞에 세현이 나타난다. 그가 전학 오기 전 서울에서 치어리딩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자 묘책이 떠오른다. 만년 꼴찌 축구부를 응원한다는 명목으로 치어리딩 팀을 꾸려 연습실을 확보하자!
꽤 많이 본 익숙한 문법이었기에 자연스레 다음 장면이 상상됐다. 힙합을 추고 싶은 필선과 세현의 갈등과 화해, 처음에는 응원부를 무시하지만 점점 그 효과를 보는 축구부, 축구부의 승리에 기뻐하는 치어리딩 팀, 그런 내용 아니겠나. 그런데 어라? 필선이 벌써 치어 댄스를 춰야 한다는 걸 납득하고 세현과 화해한다. 응원부 ‘밀레니얼 걸즈’가 벌써 그럴듯한 치어리딩을 해낸다. 축구부의 모습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는다.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스크린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다가 깨달았다. 어떤 춤이냐가 문제가 아니다. 이들에게 춤은 투쟁이다. 자신이 오롯이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자리를 얻어내는 싸움.
치어리딩할 때 밀레니얼 걸즈는 가정 속에서의 역할에서 벗어나 춤에만 집중한다. 어떻게 하면 더 정확한 동작을 하고 동선에 맞춰 움직일 수 있는지 연습하고 다투고 소리 지르고 뛰고 웃는다. 그 순간만큼은 어떤 외부 요소도 끼어들 수 없다. 여동생들을 돌보며 짜장면 집 장사를 돕던 장녀도, 틈틈이 다림질을 해야 하는 세탁소의 딸도, 태권도장 일은 돕지만 여자라서 태권도는 배울 수 없는 딸도 사라진다. 그 한가운데 선, 축구부 에이스의 동생이 아닌 세현이 제 이름으로 반짝반짝 빛난다. 거제 조선소에서 벌어지는 시위를 응원하는 장면이 낯설어서 좋았다. ‘땐뽀걸즈’와 ‘빌리 엘리어트’를 떠올리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거제에서 자랐다면 누구든 한번쯤 일자리로 생각해보는 이곳에서 밀레니얼 걸즈는 하늘을 향해 쭉쭉 뻗는 팔과 바닥을 세게 구르는 발동작으로 시위대를 응원한다.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며 안쓰럽지만 애써 웃어 보이는 표정을 짓는 대신, 다른 곳에서 했던 그대로의 치어리딩을 펼친다. 그렇게 밀레니얼 걸즈는 응원을 전하는 사람을 넘어, 조선소의 투쟁자와 같은 위치에서 연대를 펼치는 완전한 투쟁자가 된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 밀레니얼 걸즈가 치어리딩 내내 지어보이는 미소에서 무해한 상냥함 대신 앞으로 강하게 치고 나아가려는 결연함을 읽게 된다. 그들이 춤을 추며 응원하는 행위를 좋아하는 이유도 알게 된다. 혹 깨닫지 못한 사람이 있을까봐 필선이 말한다. “응원한다, 내를 그리고 느그를.” 현실이 영화 같을 순 없다는 걸 충분히 안다. 게다가 빅토리는 축구부의 경기 결과 외에는 영화 속 투쟁자들이 승리를 쟁취해냈는지 보여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웃으며 엔딩 크레디트를 볼 수 있는 이유는 승리의 형태가 다양하다는 사실도 알기 때문이다. 박범수 감독이 승리의 정의가 꼭 고루할 필요가 있냐며 빅토리는 “그 개개의 의미 있는 승리가 모여 전보다 조금 더 나아지는 이야기”(각주 2)라고 말했듯이. 처서가 지나니 이른 아침이면 열기가 덜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사계절 중 두 번째 계절이 저문다. 온 계절이 다 흐르기 전에 남들은 이해하지 못해도 나만의 “까리한” 승리가 모여 전보다 나은 일 년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중얼거려본다.
**각주 정리
1. 땐뽀걸즈의 내용이 궁금하다면 다음을 참고. 김정은, “땐뽀걸즈, 버티는 청춘에 관하여”, 『환경과조경』, 2017년 11월호, p.143.
2. 김영재, “제목이 ‘빅토리’인 이유 “승리의 정의 꼭 고루할 필요 있나요?”, 파이낸셜투데이 2024년 8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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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모두를 위한 무장애 퍼걸러와 야외 테이블
차별의 문턱을 낮추는 열린 휴게 공간
우리 사회는 장애와 비장애인이 서로의 다름을 의식하고 배려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공존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공간에서 장애 유무가 차별의 요소로 작용할 때가 있다.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으며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생활 공간을 만드는 조경 시설물 브랜드 ‘미담’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를 허물고, 다양한 사용자가 무장애 환경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쉼터를 만들고 있다.
이러한 쉼터를 통해 장애인뿐만 아니라 보호자도 편리하고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활동 공간을 마련했다. BF 퍼걸러와 BF 야외 테이블은 휠체어의 크기에 맞춘 곡선형 디자인을 통해 휠체어 이용자의 활동 반경을 확보한다. 스툴이나 일반 벤치를 배치해 보호자, 또는 이웃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이러한 무장애 휴식 공간은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모두에게 평등하게 쉴 권리를 보장한다.
기능성뿐 아니라 시각적 요소를 고려한 디자인을 시도했다. 돋보일 수 있는 강한 색상으로 주변 공간과 차별화를 꾀하기보다는 모두가 평등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란 의미를 담아 주변과 어우러지는 색을 활용했다. 이를 통해 모두는 같은 존재라는 걸 인식시키고, 차별 없이 어울리며 쉴 수 있는 공간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차갑게 느껴질 수 있는 철재 프레임에 목재를 더해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실용적인 수납을 위해 테이블 옆에는 가방 걸이를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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