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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체친 국립박물관 다이얼로그 센터 프셰로미 National Museum in Szczecin – Dialogue Centre Przełomy
    슈체친Szczecin시는 폴란드에서 자행된 역사적 폭력의 희생양 중 하나다. 이 도시는 1945년까지 독일에 속해 있었지만 하루아침에 폴란드에 편입됐다. 급작스러운 인구 이동이 일어나며 사회 구조가 파괴됐고 도시 정체성도 타격을 받았다. 전쟁 이전 솔리다르노시치Solidarności광장은 공 동 주택지에 위치한 슈체친의 자유 발언대였으며, 광장 북쪽은 콘제르트하우스Konzerthaus에 둘러싸여 있었다. 하지만 연합군의 폭격으로 광장과 인근 지역이 완전히 파괴되었고, 그 위를 횡단하는 차로가 생기며 도시에서 완전히 잘려나가게 되었다. 이후 이곳은 1970년대 노동자 시위의 무대가 되었다. 시위는 무자비하게 진압되었으며, 16명의 시위자가 사살되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광장은 자유를 향한 투쟁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중략)... * 환경과조경 347호(2017년 3월호) 수록본 일부 Design KWK Promes Collaboration Aleksandra Stolecka, Piotr Tokarski, Adam Radzimski, Joanna Biedna, Magdalena Adamczak General Contractor Skanska Investor National Museum in Szczecin Location Szczecin, Poland Size Site: 9,577m2 Gross Covered Area: 1,628m2 Usable Floor Area: 2,117m2 Exhibition Surface: 960m2 Volume: 15,845m3 Competition 2009 Project 2010 ~ 2011 Construction 2012. 1. ~ 2016. 2. Photographs Aneta Pop³awska-Suoe, Daniel ródlewski, Jakub Certowicz, Jaroslaw Syrek, Juliusz Sokolowski, KWK Promes, Magdalena Kotelon, Piotr Rakowski KWK 프로메스(KWK Promes)는 1999년 로베르트 코니에치니(Robert Konieczny)가 설립한 건축설계사무소다. 아트리얼 하우스, 코모다 하우스, 브로큰 하우스, 세이프 하우스, 히든 하우스 등 코니에치니의 작품은 미스 반 데어 로에 재단에서 선정하는 유럽 건축상에 열 번이나 후보로 오른 바 있다. 그중 아트리얼 하우스는 2006년 월드 아키텍처 뉴스(World Architecture News)가 조직한 공모전에서 베스트 주택 프로젝트 부문의 수상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07년 KWK 프로메스는 『월페이퍼(Wallpaper)』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건축설계사무소 101곳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으며, 2008년에는 시카고의 뮤지엄 건축 국제 심사위원단이 아트리얼 하우스와 히든 하우스를 세계 베스트 주택으로 지정했다. 이외에도 대표작으로, 오토 패밀리 하우스, 카토비체의 리빙가든 하우스, 코니에치니의 방주 등이 있다.
    • KWK Promes / KWK Promes / 2017년03월 / 347
  • [이미지 스케이프] 계절은 반복된다
    3월, 새 학기가 시작되는 달입니다. 학교에서 생활하다 보면 새해의 시작이 언제인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1월 1일은 당연히 새해 첫날이고, 음력 설날에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인사를 나누기도 합니다. 한 해에 시작이 두 번이라 새해 결심하기 더 좋다는 분들도 있더군요. 작심삼일이 한참 지난 뒤에 음력설이 돌아오니까 뭐 그리 틀린 말도 아닙니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3월이 또 다른 시작입니다. 겨울방학 동안 한참 못 보던 학생들이 새 학년을 맞아 학교로 돌아옵니다. 게다가 고등학생 티를 벗지 못한 신입생들을 보면 또 다른 의미에서, 어쩌면 선생 입장에서는 더 절실하게 새해의 시작이라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행정적으로도 3월부터 새로운 ‘학년도’가 시작됩니다. 그래서 3월이 학교에서는 새해의 시작입니다. 계절도 마찬가지입니다. 봄의 출발이라 할 3월이 진정한 새해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왜 하필 봄이 아니라 한창 추운 겨울의 한가운데에서 새해가 시작된다고 정했을까. 자연스럽게 모든 생명이 싹트기 시작하는 봄부터 새해가 시작되는 게 더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계절을 이야기할 때도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말하기 훨씬 편할 텐데. 첫눈도 마찬가지인데, 1월 1일에 눈이 온다고 첫눈이라고 하진 않잖아요. 같은 생각을 했던 사람들이 또 있었던 모양입니다. 춘분을 새해의 기점으로 삼는 문화권도 있었다고 하니까요. 한 겨울에 시작하는 이유를 굳이 찾자면, 낮의 길이가 길어지기 시작하는 날을 기준으로 했을 것 같습니다. 낮 길이가 가장 짧은 동지가 양력 12월 22일 근처니까 그때부터 새해가 시작되는 것으로 볼 수 있겠죠. 그래도 1월 1일을 새해 첫날로 삼은 게 천문학적으로 딱 맞는 것도 아닙니다. 열흘쯤 차이가 있으니까요. 세상에는 별 이유 없이 정해진 원칙이 꽤 많으니 이 정도로 넘어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중략)...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 동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토문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 도시건축 소도 등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분야의 실무를 담당한 바 있으며, 신구대학 환경조경과 초빙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로 조경 계획 및 경관 계획 분야에 학문적 관심을 가지고 있다. * 환경과조경 347호(2017년 3월호) 수록본 일부
    • 주신하[email protected] /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 / 2017년03월 / 347
  • [그들이 설계하는 법] 도주
    도주의 출발점으로 한 잔의 커피를 지목한 것은 안데스 산맥의 아라비카종 커피나무Coffea Arabica 와 어떠한 연관이 있는가 자유로를 달린다. 커피에서 무오년戊午年 동짓날 마셨던 사약死藥 냄새가 날 때면 일을 멈춰야 한다. 임계점에 다다른 일상의 압력이 만들어낸 무중력의 기억 저편에서 더께 두꺼운 편린을 붙잡고 호명되지 않은 들풀 지천의 벌판을 헤적이는 것 외에 다른 방편은 없다. 1990년 1월 1일자 「한겨레」 신문 21면에 새해 특집으로 초록색 바탕에 ‘비무장지대를 녹색평화마당으로’라는 흰색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복학하고 대학 사학년에 올라가던 겨울, 신문을 보면서 이걸로 졸업 설계를 하면 어떨까 생각하고 대상지로 발표했을 때 담당 교수님은 무척 난감해 하시며 다시 잡는 게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랬다. 천지 분간을 못하던 시절이었다. 2000년 ‘조경공방나무’ 누리집을 만들고 작업했던 ‘열린 프로젝트(www.ateliernamoo.xyz/openprojects/intro.htm)’에서 난지도와 함께 비무장지대를 하겠다고 호언했지만 난지도만 팔 개월 정도 진행하고 끝을 냈었다. 2002년에서 2003년 사이 청계천을 두고 열린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마무리에 대한 결론도 없이 잘려 나간 고가처럼 예리한 단면을 드러내며 멈췄다. 한계에 대한 인식과 결말조차 열어버린 상태이기 때문에 특별한 아쉬움은 없지만, 그렇게 마음의 심연으로 가라앉은 설계 기제機制는 푸른곰팡이가 피어 의식 속에서 멀어져 갔고 일상에 묻혀버렸다. 그 사이에 한강, 금강, 영산강, 낙동강이 도륙屠戮되는 것을 목도해야 했고, 2011년 그 몹쓸 정권이 ‘비무장지대 개발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는 풍문이 역병처럼 돌았다. 덜덜거리는 자동차에 시동을 거니 주파수가 맞지 않는 라디오에서 라디오머리 톰이 물었다. ‘당신, 유령 말을 탄 채, 누구의 군대인가?’ 이수학은 2003년부터 아뜰리에나무를 꾸리고 있다. www.ateliernamoo.xyz * 환경과조경 347호(2017년 3월호) 수록본 일부
  • [가까이 보기, 다시 읽기] 까다로운 부지와 조금 '다른' 재료
    멋들어진 고가 철교 아래로 녹음이 우거진 수변 목재 데크 산책로boardwalk가 보인다. 지난 호에 소개한 피어 C 파크Pier C Park의 사례에서도 등장했던 수변 목재 데크 산책로는 수변 공원에서 일반적으로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바닥면은 목재 데크로 마감했고, 단정한 수형의 교목이 드리우는 그늘 아래 앉아서 쉬어갈 수 있는 나무 벤치가 더해져 물과 나무와 녹음이 어우러진 친근한 공간을 마련했다. 사진으로 읽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목재 데크 산책로는 약간의 경사로 오르막을 형성하는 한편, 멀어질수록 그 폭이 좁아져 원근감을 극대화하고 있다. 짐작하건데 오르막의 끝에는 활짝 열린 강 건너의 조망이 펼쳐지리라. 목재 데크의 패턴은 소실점을 따라 종방향 또는 횡방향으로 진행되지 않고 비스듬한 사선으로 처리되어 산책로의 방향성에 색다른 결을 더하고 있다. 사실 앞의 사진에서 보이는 목재 데크는 천연 재료가 아니다. 인공적으로 실제 목재와 흡사하게 만든 제품이다. 이는 재생 목재의 분말과 재생 플라스틱을 혼합해 만든 인공 목재 데크로 별도의 벌목을 하지 않고 재생 재료만으로 만들어진 환경 친화적인 재료다. 잘 만들어진 인공 목재의 경우, 그 색상과 무늬가 천연 목재의 널과 간단히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유사하고, 천연 목재와 같이 널마다 미묘하고 자연스러운 색상의 차이가 있다. 인공 목재 데크는 천연 목재보다 강도가 강해 쉽게 파손되거나 휘어지지 않고, 때가 타거나 벌레 먹지 않아 유지 관리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천연 목재와 마찬가지로 외부 온도에 따른 재료의 온도 변화가 크지 않아, 덥거나 추운 환경에서도 재료가 인체에 닿았을 때 친밀한 느낌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연 목재가 주는 특유의 촉감과 질감을 인공물로 100% 재현하기란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사례의 장소에서도 안전 난간의 손잡이와 벤치의 상판과 같이 인체와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부위의 재료는 천연 목재를 사용했다. 바닥면의 인공 목재 데크는 이들 천연 목재의 색상과 근사한 제품을 선택하여 시각적으로 공간의 통일성을 추구한 것이다. ...(중략)... 안동혁은 뉴욕에 위치한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에서 활동하고 있는 펜실베이니아 주 등록 미국 공인 조경가(RLA)다.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현재 회사에 8년째 근무하면서 Philadelphia Race Street Pier, 부산시민공원, London Queen Elizabeth Olympic Park, Hong Kong Tsim Sha Tsui Waterfront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다. * 환경과조경 347호(2017년 3월호) 수록본 일부
    • 안동혁[email protected] /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 / 2017년03월 / 347
  • [다른 생각, 새로운 공간] 전유성 코미디시장 CEO 코미디의 메카, 청도
    잠깐 개인적인 회상을 언급하자면, 캐나다 유학 초기에 그곳 친구들로부터 흔히 들었던 말이 “너 너무 진지해 보여!You look so serious. Relax!”였다. 물론 사람에 따라 편차가 크겠지만, 돌이켜보면 비단 나 자신뿐만이 아니라 한국 유학생이나 교민들의 인상은 유럽이나 남미 출신들에 비해 대체로 긴장돼 있었다. 나는 그런 인상이 한국 사회의 정치 사회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전쟁의 여운이 남긴 오랜 대결 구도 속에서 우리 편이 아니면 적으로 몰아붙이는 상황, 0.1점 차로 갈리는 승자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분위기에서 눈치 보며 살다보니 상대적으로 우리 얼굴에는 여유의 자연스런 주름이 새겨질 틈이 없지 않았나 하는 추측이다. ‘전투적’이라는 말이 칭송받는 사회가 대한민국이다. 피부도 보톡스 해서 전투적으로 빵빵해야 한다. 그래서인지 도시와 공간에 대한 계획도 어딘지 모르게 아래아 한글로 작성된 공문서의 표 마냥 줄과 열을 맞춰 착착 번호 매겨진 어색한 느낌이다. 부자연스럽고 억지스럽고 이식된 듯한 면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맥락에서 청도에서 전유성이 해오고 있는 활동은 도시재생, 농촌 재생의 희한한 대안적 옆길 같은 깨달음을 주었다. 지금 30~40대는 예전 인사동의 명물 찻집 겸 주점, ‘학교종이 땡땡땡(이하 학교종)’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 시절 교실을 옮겨 놓은 듯한 특이한 공간. 거리를 걷는 여느 연인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전유성은 그저 코미디만 하는 코미디언이 아니라는 인상을 깊이 심어주었다. 짝궁과 금 그어놓고 함께 쓰던 진초록의 2인용 책상과 삐걱거리는 코딱지만 한 나무 걸상에 앉아 추억과 차를 곁들이는 곳, 당시에 한번은 꼭 가봐야 할 데이트 코스였다. 떠드는 사람이 적혀 있는 칠판 위에 걸린 교훈은 ‘공부해서 남 주자’였고, 급훈은 ‘음주운전하면 진짜 학교 간다’였다. 개그맨 지망생들의 공연도 있었고 전유성이 직접 마술쇼를 보이기도 했다. ...(중략)... 최이규는 1976년 부산 생으로 뉴욕에서 10여 년간 실무와 실험적 작업을 병행하며 저서 『시티오브뉴욕』을 펴냈고, 북미와 유럽의 공모전에서 수차례 우승했다. UNKNP.com의 공동 창업자로서 뉴욕시립미술관, 센트럴 파크, 소호 및 대구, 두바이, 올랜도, 런던, 위니펙 등에서 개인전 및 공동 전시를 가졌다. 현재 계명대학교 도시학부에 생태조경학전공 교수로 재직하며 울산 원도심 도시재생 총괄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다. * 환경과조경 347호(2017년 3월호) 수록본 일부
    • 최이규[email protected] / 계명대학교 도시학부 생태조경학전공 교수 / 2017년03월 / 347
  • [정원 탐독] 노자와 플라톤으로 읽는 정원
    요즘 우리는 ‘인문(학)’과 ‘힐링healing’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고 듣는다. 특정 단어를 많이 쓴다는 것은 그만큼 그것이 화제라는 뜻이지만, 다시 생각하면 그만큼 결핍됐다는 의미기도 하다. 어느 철학자는 “인문이란 인간이 주변 환경과의 관계를 풀어나간 무늬”라고 했고, 또 다른 철학자는 21세기가 왜 간절히 노자를 읽게 하는지 역설하기도 했다. 왜 지금 우리는 다시 인문학을 외치고 있을까. 그 답을 찾다 보면 만나게 되는 단어가 바로 힐링이나 치유다. 우리가 보낸 20세기는 지난 수천 년의 인류 문명 역사를 다 합친 것보다도 더 급격한 삶의 변화를 만들어낸 시기였다. 그 변화의 주도적 역할을 한 것이 바로 과학과 기술의 힘이었다. 우리는 수천 년 동안 꿈꿔보지 못한 편리하게 향상된 물질적 삶을 얻게 됐지만 그 과정에서 정신의 결핍으로 인류 자체가 가야 할 방향성을 잃고 아픈 상황이기도 하다. 노자의 도덕경과 정원 기원전 8세기에서 3세기에 이르는 시기를 중국 역사에서는 ‘춘추전국시대’라고 부른다. 봉건제의 틀을 갖췄던 주周나라가 멸망하자 충성을 맹세했던 지역의 수많은 가신들은 세력을 모아 나라를 세웠고, 이 틈에 하루에 한 번씩 새로운 나라가 나타나고 무너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치적 대혼란의 시기가 찾아온다. 그러나 달리 보면 이 시기는 가신마다 뛰어난 인재를 필요로 한 덕에 그야말로 문화, 인문, 철학이 절정을 이루게 된다. 그래서 이때를 제자백가諸子百家의 시대라고도 한다. 제자란 학자를 말하고 백가란 백 개의 가문을 이뤘다는 뜻인데, 그중에 노자와 공자도 있다. 생과 사의 흔적이 뚜렷한 공자에 비해 노자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게다가 노자의 말씀을 담았다는 도경과 덕경을 합친 ‘도덕경道德經’ 역시도 발굴된 자료에 따라 첨삭이 지속적으로 일어난 흔적이 있어 한 사람의 작업이기보다는 인쇄가 없던 시절, 비단과 대나무에 글을 베껴 쓰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은 혹은 어떤 집단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도 본다. 그러나 누구에 의해서든 이 도덕경이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 일본에 이르기까지 동아시아 문화의 가장 근간을 이루는 철학이 된 게 분명하다. ...(중략)... 오경아는 방송 작가 출신으로 현재는 가든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영국 에식스 대학교(The University of Essex) 리틀 칼리지(Writtle College)에서 조경학 석사를 마쳤고, 박사 과정 중에 있다. 『시골의 발견』, 『가든 디자인의 발견』, 『정원의 발견』, 『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 외 다수의 저서가 있고, 현재 신문, 잡지 등의 매체에 정원을 인문학적으로 바라보는 칼럼을 집필 중이다. * 환경과조경 347호(2017년 3월호) 수록본 일부
    • 오경아[email protected] / 오경아가든디자인연구소 대표 / 2017년03월 / 347
  • [시네마 스케이프] 너의 이름은 어디에도 없는, 어디에나 있는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도시의 풍경을 사람들이 따뜻하게 기억할 수 있도록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영화의 후반부,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타키가 입사 면접 때 두서없이 더듬거리던 내용을 정리하면 아마 이런 내용일 게다. ‘사라지다’, ‘풍경’, ‘기억’, 영화의 주제를 요약하는 대사다. 문득 오래전 일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때였다. 자습 시간에 국어 선생님이 칠판에 크게 ‘조경’이라는 한자를 쓰셨다. 만들 조造, 경치 경景, 유망한 분야라고 소개한 이 두 글자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게 될지 그 분은 몰랐겠지. 그 순간, 수학과 미술을 좋아하던 한 여학생은 주저 없이 ‘풍경 만드는 일’을 평생 하리라 마음먹었다. 풍경을 만드는 근사한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손으로 그리던 일을 기계가 대신 해주게 되었지만 시간은 늘 부족하다. 얼버무리듯 하나씩 마무리해 갈 뿐이다. 다음엔 잘해야지 다짐하지만 똑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풍경을 만드는 일 따윈 수십 년간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매번 다른 사람과 만나고, 다른 조건으로 새로 시작해야 한다. 매일 공부해도 모르는 것 투성이다. 사람들이 기억할 만한 따뜻한 풍경은 대체 언제 만들 수 있을까. 영화 ‘너의 이름은’은 근사한 풍경이 이미 우리 일상에 있다고 말해주는 영화다.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라고, 길 건너 가로등이 어떻게 생겼는지 한 번 쯤 자세히 보라고 말해주는 영화다. ...(중략)... 서영애는 조경을 전공했고, 일하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다. 최근에 본 두 한국 영화, ‘죽여주는 여자’와 ‘미씽:사라진 여자’는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다. 노인 빈곤, 소외 계층, 이주 여성 인권, 모성애와 워킹맘 등 쉽지 않은현실의 민낯을 대하고 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영화는 때론 판타지로, 때론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을 통해, 서로다른 방식으로 우리를 깨어있도록 만든다. * 환경과조경 347호(2017년 3월호) 수록본 일부
  • [예술이 도시와 관계하는 열한 가지 방식] 도시와 이주 ― 믹스라이스
    동료 작가들과 회의를 마치고 차 한 잔을 하고 있을 때 어느 순간 뒤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귀에 걸리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크고 단호하게 변하던 그 목소리는 알고 보니 조금 전까지 우리와 함께 이야기 나누다 전화를 받으러 나간 어느 작가의 목소리였다. 좀처럼 격앙된 모습을 보인 적 없던 분이기 때문에 적잖이 놀랐고, 걱정되는 마음에 조심스레 무슨 일인지 묻자 그는 프로젝트 과정 중에 알게 된 어느 외국인 노동자의 이야기를 꺼냈다. 수단에서 온 지인이 최근 불법 체류 문제로 한국에서 강제 추방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내전이 진행 중인 수단으로 돌아갈 수 없으며, 보석을 위해서는 2천만 원이 필요하고, 난민 신청을 하기도 어렵다는 내용의 통화가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되었다고 한다. 한국에서 난민 지위를 신청하는 일은 몇 해가 지나도 결과를 알 수 없는 길고 지난한 과정으로 익히 알고 있는 바. 하지만 2천만원쯤이야 호기롭게 내어놓을 수 있는 여유, 아니 그 2천만 원 자체도 없는 한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에게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것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주민을 위한 봉사 활동도 다니는 그는 답답함 한편에 냉정하게 말해야만 하는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건축이나 도시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라면 익히 알고 있듯, 오스만 남작이 방사형으로 계획한 파리는 구역마다 뚜렷한 성격을 갖는 동시에 중심부와 외곽 지역이 뚜렷한 차이를 보이며 계층화되어 있다. 방리외banlieue, 즉 외곽 지역에는 주로 이민자인 빈민층이 살고 있다. 과거 노동자를 위해 지어진 획일적인 공영 주택이 이민자들의 터가 된 것이다. 물론 실제로는 방리외에도 부촌이 있다. 도식적으로 생각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지만 도시 공간의 사회적 계층화를 짚을 때 종종 언급되고는 하는 것이 프랑스어로 교외suburb를 뜻하는 이 방리외다. 도시 공간이 형성되는 방식은 각 도시, 공간마다 고유한 특수성을 갖기에 일반화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어떤 방식이 되었든 이처럼 도시 공간은 각 지역, 공간에 따라 서로 다른 특성을 보이는 신scene을 가지며 많은 경우 사회적으로 계층화되어 있기도 하다. 이는 그 도시에 살고 있는 주체들 사이에서 자연스레 형성되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도시계획이 이를 조장하고 주변화된 이들을 더욱 주변화하는 결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중략).... 진나래는 미술과 사회학의 겉을 핥으며 다방면에 관심을 갖고 게으르게 활동하고 있다. 진실과 허구, 기억과 상상, 존재와 (비)존재 사이를 흐리고 편집과 쓰기를 통해 실재와 허상 사이 ‘이야기-네트워크-존재’를 형성하는 일을 하고자 하며, 사회와 예술, 도시와 판타지 등에 관심이 있다. 최근에는 기술의 변화가 만들어내는 지점에 매료되어 엿보기를 하고 있다. 2012년 ‘일시 합의 기업 ETC(Enterprise of Temporary Consensus)’를 공동 설립해 활동했으며, 2015년 ‘잠복자들’로 인천 동구의 공폐가 밀집 지역을 조사한 바 있다. www.jinnarae.com * 환경과조경 347호(2017년 3월호) 수록본 일부
    • 진나래[email protected] / ‘일시 합의 기업 ETC’, ‘잠복자들’ 공동대표 / 2017년03월 / 347
  • 그라피티, 도시의 문제아에서 현대 미술의 루키로 ‘위대한 낙서’ 展,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
    예술의전당 ‘르 코르뷔지에’ 전을 보고 나서는 길, 황당한 그림과 마주쳤다. 우아한 모나리자 위에 그려진 우스꽝스러운 파란색 올림머리와 우악스러운 빨간 진주 목걸이. 얼굴빛도 노리끼리한 것이 분명 심슨 가족의 마지다. 만화적인 두꺼운 윤곽선과 단색 평면은, 3차원의 환영을 창조해내는 거장의 위대함을 무색하게 만든다. 다빈치 특유의 연기처럼 아득한 풍경은 엉뚱한 분홍색으로 빈틈없이 메워지고, 그 위로 ‘위대한 낙서The Great Graffiti’라고 적힌다. 지난 2월 26일까지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은 파격적이게도 낙서를 전시했다. 나를 전시로 이끈 마지 심슨의 행색을 한 모나리자뿐 아니라, 백설공주의 독사과같이 흘러내리는 애플 사의 로고, 빨간 스프레이로 낙서하는 잿빛 신사, 화면에 바싹 붙어 관객을 노려보는 스파이더맨 등, 독보적인 색깔로 거리를 누비다 이젠 미술관과 갤러리로 반경을 넓힌 일곱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낙서, 미술관으로 들어오다 일곱 명의 작가, 일곱 개의 섹션. 티 없이 말끔한 미술관 벽에 네모난 캔버스들이 나란히 걸리고, 이들을 충실히 따라가면 전시는 끝을 맺는다. 새로울 것도, 군더더기도 없는 전시 방식이지만, 이로 인해 관객은 작품을 치기 어린 낙서가 아닌 현대 미술로 마주한다. ...(중략)... *환경과조경347호(2017년 3월호)수록본 일부
  • 화성에서 온 메시지 기후 변화 화학 예술 특별전, 1. 23. ~ 5. 31.
    끊임없이 마을을 덮치는 모래바람과 유일한 식량 자원인 옥수수 밭. 2014년 개봉한 영화 ‘인터스텔라’가 그리는 사막화로 인해 식량 위기가 찾아온 미래 지구의 모습이다. 멸망을 앞둔 인류를 구하기 위해 주인공은 결국 우주로 나선다. 제2의 지구가 되어줄 행성을 찾아서. 그 다음해 개봉한 ‘마션’은 좀 더 적극적으로 기후 변화에 대처한다. 지구와 가장 유사한 행성인 화성을 탐사하고 화성에서 감자를 재배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인다. 과연 이는 영화 속 이야기일 뿐일까? 2015년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5차 보고서에 따르면 2100년 지구의 평균 기온이 최고 4.8℃ 오르게 된다. 빙하기부터 5만여 년 동안의 온도 변화에 버금가는 수치로, 이는 기후 변화에 따른 지구 종말이 영화적 상상력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어쩌면 몇십 년 후, 우리는 제2의 지구를 찾으러 떠나는 우주선에 오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난 1월 23일부터 한국화학연구원(이하 화학연)은 기후 변화 화학 예술 특별전 ‘화성에서 온 메시지’를 개최했다. 화학연 디딤돌플라자 1층 스페이스 씨샵Space C#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심각한 기후 변화로 예술가들이 화성으로 이주한 상황을 가정한 독특한 방식의 전시다. 박영준, 안가영, 김지수, 길현, 셔일 사프렌Cheryl Safren, 아비바 라마니Aviva Rahmani, 마르쿠츠 베른리Markuz Wernli & 사라 다허Sarah Daher 등 국내외 7명의 작가뿐만 아니라 탄소를 활용한 첨단 화학 기술로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화학연 연구팀도 전시에 참여해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중략)... *환경과조경347호(2017년 3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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